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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요지경

北 MZ 세대 생일 선물로 마약 준다?

北 마약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 늘고 있어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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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위사령부 산하 제약공장에서 필로폰 처음으로 생산
⊙ “北 주민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고픔 잊기 위해 마약을 한다”
⊙ “주민들, 코로나19 이후 ‘필로폰’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어”
⊙ 마약 단속하는 北 안전원·보위원 마약 중독
  코로나19 창궐 이후 북한 내부에서 필로폰 제조나 거래가 심각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북한에서 생산된 마약은 중국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북·중 국경이 봉쇄되자 100% 북한 주민들 상대로 거래되고 있다.
 
  북한 정권에서도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보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은 필로폰 제조와 유통을 막기 위해 관련자들을 사형까지 시키고 있다. 하지만 단속에 적발되는 이들은 일부 중독자와 유통 과정에서의 하수인들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떠도는 소문을 듣고 필로폰을 복용했다가 중독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필로폰 살 돈이 없자 집의 물품들을 하나 둘 장마당에 팔아 필로폰 살 비용을 마련하다가 더는 팔 물건이 없어지면 돈을 빌려 마약을 산 뒤 많은 양을 한꺼번에 투여해 생을 끊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정훈 남북통일당 대표는 “지금 북한은 심각한 수준으로 마약이 퍼져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중국으로 밀수출을 못 하니 북한 내부 주민들을 상대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고 했다. 남북통일당은 2020년 3월 탈북민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당시에 북한은 치료제가 공급되지 않았다. 그러자 감염자들은 필로폰을 사서 투여하기 시작했다”면서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필로폰을 한 감염자들이 괜찮아지자 북한에서 필로폰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고 소문이 돌았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필로폰에 정신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탈북민 김정혁(가명)씨는 “최근 북한 소식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다가 기가 막힌 얘기를 들었다”면서 “고향의 고등학교 동창 몇 명이 필로폰에 중독돼 자살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은 “내가 탈북(2018년)하기 전에도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면서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이었는데 필로폰에 중독되어 집에 있던 모든 재산을 팔아 그 비용을 댔다. 하지만 비용 마련이 더는 어려워지자 필로폰을 과다 투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북한 인권단체 ‘노체인’을 이끌고 있는 정광일 대표는 “북한에서 마약은 돈 많고 잘사는 사람은 하지 않는다. 제일 어렵고 힘든 사람이 환각 속에서 행복을 찾고 힘든 상황을 잊으려고 필로폰을 한다”면서 “그러다 결국 그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증언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마약 확산 시작
 
  북한 내부에서 필로폰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1990년대 말부터다. 당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북한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췄다. 모든 시설이 멈춘 상황에서 질병이 창궐하고 병자가 늘어났다. 제약공장도 문 닫은 지 오래였고, 국가가 제공하던 보건의료 서비스가 멈춘 상황에서 필수 의약품을 구할 방도는 없었다. 이 시기 북한 주민들은 마약으로 의약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 사람들은 마약이 정확히 무엇이고, 마약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거의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편은 북한에서 오래전부터 치료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기에 조금 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배탈, 설사, 고열 같은 게 있을 때 효능이 좋다는 것 정도였고, 그것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아편 말고도 새로운 마약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빙두’ ‘아이스’ 등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과 ‘헤로인’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필로폰’을 북한에서는 ‘빙두’ ‘아이스’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헤로인 유통은 2000년대 초반 근절되었지만, 필로폰은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서 필로폰은 의약품을 대체할 만병통치약이었다. 실제 뇌졸중, 뇌경색 환자들이 필로폰을 복용하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의 필로폰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졌다. 여기에 필로폰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후 필로폰은 북한 사회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종합해보면 북한 주민들은 필로폰을 마약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약품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코로나19 유행 당시 감염자들이 필로폰을 투여하고 나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자들 필로폰 투약 소문
 
  최근 도시에서만 유통되던 필로폰이 농촌마을까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마약 밀수출을 하지 못하자 필로폰 유통책들은 농촌마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농민들을 상대로 ‘필로폰을 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며칠을 쉬지 않고 일해도 힘들지 않다’고 유혹하며 필로폰을 유통하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농촌마을에서는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면 1g당 옥수수 12kg씩 주기로 하고 필로폰을 외상으로 사고 있다.
 
  김정혁씨는 “북한 농촌에서는 가을에 식량을 주기로 하고 필로폰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농번기에 무리해서 일해도 힘들지 않다는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이 필로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부 주민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필로폰을 투여하기도 한다”면서 “마약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중독이라는 것에 대해선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최정훈 대표는 “1990년대 초반 북한 주민들에게 필로폰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아프면 필로폰부터 찾는데 이렇게 서서히 중독이 되어 간다”며 “치료용으로만 쓰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지만, 여기에 중독되어 한 가정이 몰락한 집도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호위사령부 관리 제약공장에서 필로폰 생산 시작
 
  북한에서 필로폰을 제일 먼저 생산한 곳은 김일성 호위부대인 호위사령부가 관리하는 제약공장인 ‘상원군호위국제약공장’이다. 평양시 상원군에 위치한 이 공장은 호위사령부 군인들을 위한 약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필로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상원군호위국제약공장에서 필로폰을 생산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야간 근무를 하는 인원의 근무 중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다. 만약 전쟁이나 테러로 인해 김일성이 위험해질 경우 군인들이 목숨을 서슴없이 바치게 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탈북민은 “호위사령부가 관리하는 제약공장에서 처음 필로폰을 만들었다”면서 “김일성이 자신을 위해 가미카제 특공대를 만들기 위해 병사들을 중독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했고, 이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이 시기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였다. 군인들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외화벌이에 나섰다. 군 소속 외화벌이 회사들은 다른 물품으로 돈이 되지 않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후 마약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북한은 대대적으로 필로폰 생산에 들어간다.
 
  북한은 당시 흥남제약공장과 순천제약공장, 상원만년제약공장에서 국가 주도로 마약을 생산했다.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에 있는 흥남제약공장과 평안남도 순천시에 있는 순천제약공장은 화학 및 제약 인프라가 많이 조성된 지역이고, 과학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여서 마약을 제조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상원만년제약공장의 경우 원래는 평양시에 속했으나 지금은 황해북도에 속해 있다. 이 세 공장 모두 과거에는 의약품을 생산했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마약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 군(軍) 소유의 시설도 존재하지만, 지하에 있어 위성으로도 소재 파악이 어렵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중국, 러시아 등이 마약 생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마약 생산을 한동안 중단했다.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그곳에서 마약을 생산하던 기술자 중 일부가 민간으로 나왔고, 자신들이 직접 마약을 생산해 팔기 시작했다. 국가를 위해 마약을 생산하던 과학자, 기술자가 민간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결국 일반인에게까지 마약이 미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2008년 탈북한 김은정씨는 “흥남제약공장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이 공장이 문을 닫자 몰래 집에서 마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면서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마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된 필로폰 제조
 
  민간으로 나온 필로폰 제조 기술자들은 처음에는 각 지역 본인의 집에서 마약을 제조했다. 하지만 필로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당국의 잦은 단속으로 인해 제조가 쉽지 않았다. 그러자 필로폰 유통책들이 기술자들을 빼돌려 다른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북한 마약 유통책들은 기술자들을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회령 등지로 이주시켜 필로폰을 생산하게 했다. 북한에서 제조된 필로폰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거래의 편의를 위해 북·중 국경 마을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들은 마약을 두만강과 압록강 근처의 외딴집에서 제조해 생산 즉시 유통책을 통해 중국으로 넘긴다.
 
  물론 이 세 지역에서만 마약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혁씨는 “북한에서 흔히 말하는 돈주들과 마약 유통책들이 필로폰 제조 기술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려 그곳에서 마약 생산을 계속하도록 했다”면서 “기술자들은 북·중 국경 지역에도 많이 갔지만 다른 지역으로도 많이 이주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국 어디서든 마약이 생산되는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마 지금 북한에서 10명 중 9명은 필로폰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머저리, 미물 아니면 거의 다 필로폰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근에는 어린아이들이 집에서 부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부모가 집을 비우면 감춰두었던 필로폰을 꺼내 몰래 한다”면서 “북한 사회에서 필로폰은 일상화되어 있다. 북한 주민들이 친구 생일이나 결혼 선물로 필로폰을 주는 정도다”고 했다.
 
  북한은 현재 마약으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여러 탈북민과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에 의하면 북한 주민 대부분이 마약에 중독되어 가고 있어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 정권도 이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약을 단속해야 할 안전원(경찰), 보위원(국정원 요원)들이 마약 제조·유통책들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대신 이들 뒤에서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北 안전원·보위원들, 뇌물로 필로폰 받아
 
  북한의 마약 확산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북한 정권이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강연 자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는 2022년에 발간된 강연 자료다.
 
  “함경남도 어느 군에서 무직자였던 박 모 놈 역시 돈에 환장이 된 년 놈들과 공모하여 10여차에 걸쳐 5kg의 마약을 제조하는 범죄행위를 감행하였으며 2009년 3월부터 2016년 2월 기간 40여차에 걸쳐 2.8kg의 마약을 10여 명에게 밀매하였을 뿐 아니라 2008년 8월부터 2016년 2월 기간에 10여 명의 불순한 자들과 수백 그램의 마약을 2000여차 사용하는 범죄행위를 감행했다.
 
  평안남도 어느 군에서 부양(扶養)으로 살고 있던 오 모 년은 성 녹화물을 구매, 유포한 범죄로 법 기관에 단속되어 법적 처리를 받았지만, 자기의 죄과를 뼈저리게 뉘우치는 대신에 성 녹화물을 비롯한 불순 녹화물들을 사들여 시청하는 반국가범죄행위를 서슴지 않고 감행하였으며 2009년 11월부터 2016년 2월 기간에 4차에 걸쳐 자기 집과 여러 장소에서 2kg의 마약을 제조하고 400여차 사용하는 범죄를 감행했다.”
 
  김은정씨는 “최근 북한 소식을 들어보면 안전원과 보위원들이 필로폰에 중독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필로폰 유통책의 뒤를 봐주는 대신 노골적으로 필로폰을 요구하고 몇몇은 이를 본인이 투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렇게 한 번 두 번 반복이 되면서 이들은 조금씩 마약에 중독되고 끝내는 당국에 적발되어 공개처형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고 했다.
 
  김정혁씨는 “안전원과 보위원들 몇몇은 단속 과정에서 A급을 C급으로 바꿔 상부에 신고하고 빼돌린 A급을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식으로 돈을 번다”며 “이들이 마약상을 잡는 이유는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마약은 자멸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취재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탈북민은 끝에 누구나 이런 말을 했다. “김정은 정권은 마약 때문에 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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