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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쌍방울 불법 송금’ 계기로 본 지자체 대북사업 실태

‘이재명 경기도’, 4년간 112개 사업에 기금 111억원 집행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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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ㆍ15, 10ㆍ4 기념 등 남북 교류·협력과 거리 먼 행사 지원에 주로 집행
⊙ ‘자치’와 무관한 용도로 ‘1430억원’ 적립하고 쓰지도 못해
⊙ ‘이재명 경기도’의 ‘인도적 지원’은 단 7건… 아태협이 사업비 40% 차지
⊙ ‘박원순 서울시’, 7년 동안 ‘남북교류협력기금’ 74억원 집행
⊙ ‘김경수 경남’은 ‘월북작가 재조명’ 등 35개 사업에 11억원 지출
⊙ 민간단체 ‘허위 보조금 신청서’ 믿고 1억원 줬다 뒤늦게 돌려받은 울산시
⊙ ‘재정혁신’ 강조하며 ‘남북교류협력기금’ 폐지한 대구시장 홍준표
⊙ 양평군의회, ‘남북교류협력 조례 폐지안’ 의결… 수원ㆍ성남도 논의 중
사진=뉴시스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당시 추진한 대북(對北)사업과 관련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성태씨는 검찰 진술에서 ‘이재명 경기도’의 소위 ‘남북 교류·협력 사업비’(정보통신기술 접목 자동화 재배 시설인 스마트팜 조성)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訪北) 성사비 명목으로 2019년에 ‘최소 10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김씨는 ‘이재명 방북 성사비’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북한에 돈을 줬다는 그 시기에 공교롭게도 ‘이재명 경기도’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방북 초청’을 요청했다. 이런 정황들과 관련해서 차기 대권을 노리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북한을 이용해 ‘평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만들려고 시도한 과정에서 쌍방울과 유착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당사자인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의 연계를 부인한다. 지금까지는 각종 정황만 제기될 뿐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입증하는 물증이 나오지는 않았다.
 
 
  지자체 대북사업에 대한 ‘근본적 의문’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성태씨 측은 검찰에 ‘이재명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비 대납, ‘이재명 방북 성사비’ 명목으로 최소 ‘1000만 달러’를 불법적으로 대북송금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해당 의혹의 진위와 무관하게 경기도·쌍방울의 대북 접촉과 ‘남북 교류·협력’이란 핑계로 진행한 대북지원 행태를 보면, “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대북지원 사업을 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금’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북한 독재정권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른바 ‘남북 교류·협력’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를 둔다. 이 법의 제1조는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과 그 이북 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상호 교류와 협력’이다.
 
  교류(交流)는 “문화나 사상 따위가 서로 통함”, 협력(協力)은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이란 사전적 정의를 갖는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남북한의 문화와 사상 따위가 통하고, 서로 돕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돼야만 한다. 교류와 협력의 정의, 남북교류협력법 제정·시행 목적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퍼주기’에 불과한 우리 정부 또는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퍼주기’를 ‘교류·협력’으로 포장
 
  “서로 통한다”는 교류는 북한 독재정권의 태생적 속성을 고려했을 때 남북한 사이에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소위 ‘남북 교류·협력’이란 명분으로 진행된 사업들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우리 측 인사들이 북한에 가면 당연히 사전에 준비된 행사에 참석해 연출된 장면만을 봐야 하고, 각종 언행을 통제받는다. 이따금 방남(訪南)하거나 제3국에서 접촉하는 북한 인사들은 당연하게도 북한 노동당에서 ‘대남 공작’을 하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다. 이들은 독재자에게 충성하며, 남북 평화를 가로막고, 대남 적화를 위해 일하는 ‘일꾼’이다. 이런 자들과 ‘서로 통할’ 여지는 애초부터 없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 독재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 문화 유입을 극도로 경계한다. 소위 ‘반동 문화사상 배격법(2020년)’이란 걸 만들어 남한 드라마를 본 사람은 징역형, 유포자는 사형에 처한다. 최근에는 ‘오빠’ ‘자기’ 같은 남한 말의 확산을 막으려고 ‘강력 단속’을 예고했다. 이 같은 북한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남북교류’는 불가능하다.
 

  북한과의 ‘협력’ 또한 마찬가지다. 핵(核)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대남 적화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 억압·착취’에만 골몰하는 북한 독재정권이 있는 한, ‘남북 협력’ 또는 ‘남북 경제협력’은 ‘환상’이다. 우리가 매번 자본과 기술,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는 ‘대북지원’을 “서로 돕는다”는 뜻의 ‘협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를 ‘교류·협력’이란 미명으로 포장한 것과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36조원이다. 같은 해 우리 GDP는 2072조원이다. 북한의 경제력은 우리의 1.7%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최하위권인 광주광역시(44조원)보다도 적다. 이런 북한과 대체 어떤 분야에서 힘을 합해 ‘서로’ 도울 수 있을까.
 
  각종 산업, 과학, 기술, 문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낙후한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도움’ 받을 구석은 없다. 결국 현상태에서 진행되는 ‘남북 교류·협력’은 사실상 ‘일방적인 대북지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의 기금 집행 실태
 
서울시는 박원순씨가 시장으로 재임한 2012~2018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총 73억7500만원을 집행했는데, 그 내역을 보면 명목상 ‘교류협력’에 투입된 금액은 21%에 불과하다. 사진=뉴시스
  현실이 이런데도 국내 지자체들은 ‘대북지원’에 열심이다. 국회예산정책처 행정비용추계과가 2020년에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1999년부터 당시까지 정부가 아닌 국내 지자체가 진행한 소위 ‘남북교류사업’은 106건, 사업비는 947억1800만원이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시행된 후 각 지자체의 대북지원이 급감했는데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자금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人道的) 지원에 쓰였는가? 그렇지도 않다. 그 지원 목적,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업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 투입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박원순 서울시’의 경우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시는 ▲2012년 2억3700만원 ▲2013년 1억8300만원 ▲2014년 2억1100만원 ▲2015년 3억3300만원 ▲2016년 6억8200만원 ▲2017년 19억4600만원 ▲2018년 37억8300만원 등 총 73억7500만원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집행했다. 연간 10억5000만원가량을 쓴 셈이다. 해당 기간, 지원사업은 59건이다.
 
  이 중 대북 인도적 지원 또는 형식적이나마 ‘교류’를 하는 데 지출한 경우는 ▲2018년 인도적 지원 10억3000만원 ▲2018년 인도적 지원 1억9900만원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2억3600만원 ▲2018년 세계태권도연맹(WTF, 남)-국제태권도연맹(ITF, 북) 태권도 합동 시범 공연 5600만원 등이다. 해당 기간 명목상 ‘교류·협력’에 투입된 금액은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출 총액의 21%에 불과한 15억2100만원이다.
 
 
  ‘김대중-김정일 선언’ 기념이 ‘남북 교류·협력’?
 
광주광역시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2021 남북 미술·사진 전시회’에 1억9000만원을 지출했다. 사진=뉴시스
  나머지는 ▲‘6·15 남북정상회담’ ○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 지원 ▲‘10·4 남북정상선언’ ○주년 기념행사 지원 평화·통일 시민교육 공모사업 ▲자치구 평화·통일 교육사업 ▲개성공단 발전 기원 시민 한마당 지원 등 ‘대북지원’과 무관한 행사 또는 사업에 썼다. ‘서울특별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제4조 2호와 4호에 의해 이른바 통일문화 조성사업,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사업이란 이유에서였다.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만난 일을 기념하는 것과 ‘남북 교류·협력’은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집행 실태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2018년에 사단법인 광주광역시 남북교류협의회를 통해 ‘수해 협력 물자 지원’ 명목으로 3억원 상당의 콩기름 208t을 함경남도에 보냈다. 2019년에는 같은 단체가 주관하는 ▲광주 평화 손잡기 행사(7월 12일) ▲한반도 평화 기원 문화 축제(9월 27일) ▲통일 기원 대동 한마음 축제(10월 22일)에 각각 2000만원, 1000만원, 1000만원을 지원했다. 2021년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광주시 소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 ‘2021 남북 미술·사진 전시회’에 1억9000만원을 지출했다.
 
경상남도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 조작을 한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씨가 지사로 있을 당시 ‘경남의 월북작가 문학세계 재조명’ ‘9·19평양선언과 10·4선언 기념 북녘 그림 전시회’ 등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집행했다. 사진=뉴시스
  2019년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설치한 경상남도도 비슷하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 조작을 한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씨가 지사로 있을 당시 경남은 남북교류협력기금 10억6470만원을 지출했다. 지원사업은 ‘남북교류협력 정책연구 수행 및 제안’ 3건, ‘통일교육’ 32건 등 총 35건이다. 지원사업 대다수를 차지하는 ‘통일 교육’ 명목으로 진행된 사업은 ▲경남의 월북작가 문학세계 재조명 ▲경남 평화통일 교육 토크콘서트 ▲경남도민과 함께 여는 통일 톡&톡 콘서트 ▲2020 경남 남북교류협력 학술 발표 ▲경남 남북교류 협력사 기록 프로젝트 ▲9·19평양선언과 10·4선언 기념 북녘 그림 전시회 등이다.
 
 
  “인도적 지원 필요한 주민에 닿지 않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한의 북한 주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물자가 ‘김정은 독재정권 유지비’로 악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정 진영의 기념행사 등에 쓰지 않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5·24 조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목적의 지원이라고 해도 북한 독재정권은 그 물품을 정권 고위층 소비용이나 군용으로 전용(轉用)하기 때문이다. 2001~2002년 당시 북한 주재 영국 대사 대리로 근무했던 제임스 호어는 지난해 3월,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 직후를 제외하고는 구호 요원들이 현장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고, 지원기구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이 그저 현찰과 식량을 건네주고 북한 당국이 스스로 분배하길 원했다”라며 “접근과 분배 감시는 언제나 큰 싸움이었다”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 역시 같은 인터뷰에서 “북한 체제는 매우 분명한 구조적 불평등을 갖고 있어, 그 조직을 운영하는 당국자들의 도움을 얻어서 지원품을 전달해야 한다”며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에서 실제로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전달되는지 독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에 그친 문제가 아니다. 2021년 3월 31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독재정권은 지금까지도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은 여전히 김씨 일가 체제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의료나 식량 안보 등 다른 국익보다 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정치화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북한은 노동당이 우선으로 여기는 지역에 대해서만, 또 이데올로기적으로 체제에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들로부터만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북한 지도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용돼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대북 구호 활동을 했던 비정부기구들도 해당 보고서를 통해 “많은 경우에 인도적 지원이 더 이를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닿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나 현재나 북한 독재정권은 ‘인도적 지원’을 정치화해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쓴다. 지원국, 단체에 따라 선별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고, 지원 물자를 실수요자에게 분배하는 게 아니라 독재정권 유지에 필요한 곳으로 전용하는 행태를 고수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물자 전용을 감시하거나 제지할 방법은 없다. 북한 정권이 거부하고, 방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소한의 북한 주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한 물자들이 ‘김정은 독재정권 유지비’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북 접촉 위해 ‘親北 브로커’ 동원
 
  북한 체제 속성에 의한 ‘남북 교류·협력’의 근본적인 한계, 진행하는 사업들의 효용성 문제 외에도 지자체의 대북사업 수행 자격·능력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지자체가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를 진행하려면, 이를 사정하기 위해 북한 정권의 목표인 ‘한반도 전역의 적화통일’을 달성코자 하는 대남공작기구와 접촉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정보, 전문인력, 자체적인 ‘연결선’이 없기 때문에 ‘대북지원’을 시도하는 지자체들은 북한과 연계된 친북(親北) 단체·인사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보통인데, 그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자체가 “북한 ○○○와 의형제다” “평양 대동강변에 호텔을 운영한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친북 브로커(중개인)’를 앞세울 경우 사업 진행 과정이 불투명하고, 사후 검증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업 구조 탓에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브로커가 자신의 ‘쌈짓돈’처럼 쓸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내 지자체가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칭 ‘대북 사업가’를 앞세워 ‘대북 퍼주기’를 진행해야 할 간절한 사유는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이재명·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등장하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부수씨 사례에서 전술한 ‘위험’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아태협은 2019년에 경기도로부터 ‘황폐화된 산림환경 개선을 위한 묘목 지원’과 ‘어린이 건강 증진 및 식량난 해소를 위한 밀가루 지원’ 명목으로 각각 4억9500만원, 9억9330만원 등 총 14억8830만원을 받았다.
 
  아태협은 2019년 6월에 밀가루 300t, 12월에 1300t을 사들여 북한에 전달했다고 경기도에 신고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실제 구매·전달한 밀가루 양은 519t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아태협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기구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밀가루 1600t 인수증’을 받아 경기도에 제출했다. 묘목 역시 실제 북한에 전달되지 않고, 중국 단둥 양묘장에 3년째 방치했다고 한다.
 
 
  경기도 기금은 안부수의 ‘쌈짓돈’이었나?
 
  검찰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 묘목·밀가루 지원 사업’ 명목으로 경기도가 지급한 보조금 14억8800만원 중 7억6200만원, 쌍방울 후원 등으로 조성된 기부금 4억8500만원을 횡령해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안씨를 기소했다.
 
  안씨가 밀가루를 원래 계획보다 적게 보냈는데도 사업을 완료한 것처럼 ‘허위 보고’를 했거나, 적은 돈을 북한 측에 제공하고 ‘가짜 인수증’을 받아와 경기도에 제출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결국 경기도가 사업 진행 과정, 물자 반출·입 여부, 사업 결과 보고 내용 진위 등을 관리·검증할 인력과 능력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조차도 이런 상황이라면,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상 ‘친북 브로커’의 ‘쌈짓돈’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친북’은 법원 판례(서울고등법원 2014. 7.31, 2014나2011862 등)상 ‘대북 친화적 성향’을 뜻한다. 우리 사법부는 해당 표현에 대해 “‘친북’이라는 말이 더는 실정법 위반에 따른 처벌의 위험성을 내포하거나 반사회적 성향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월간조선》이 입수한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집행 내역에 따르면 경기도는 대부분이 이재명 지사 임기인 2018~2021년에 남북교류협력기금 110억6000만원을 112개 사업에 집행했다. 이 중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7건, 지원금액은 37억3800만원가량이다. ‘인도적 지원’ 중 2건이 앞서 언급한 안씨의 아태협이 진행한 사업이다. 아태협 사업비 비중은 같은 기간 경기도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전체 사업비에서 40%를 차지한다.
 
 
  ‘허위 신청서’에 1억원 지원한 울산시
 
  대북 사업자의 보조금 부정 수령, 지자체의 중복 지원도 문제다. 울산광역시가 밝힌 ‘연도별 남북교류협력기금 집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 동안 기금 집행 사업은 단 1건이다. 2019년 2월 1일, 국내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A가 북한 대동강 어린이 영양빵 공장에 콩기름 300t을 지원한다는 사업에 1억원을 보조했는데, 2022년 4월 19일에 이를 환수했다. 사단법인 A가 교부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울산시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2020년 11~12월 진행한 ‘지자체 사업성 기금 등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단법인 A는 2018년 12월 26일 북한 측에 콩기름을 전달했다. 2019년 1월에는 통일부에 콩기름 반출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으면서도, 같은 내용으로 보조금 교부신청서를 울산시에 냈다. ‘보조금 교부 결정 통지 전 시행사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교부를 할 수 없는데도, 울산시는 통일부에 사업 종료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1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사단법인 A는 이미 지급 완료한 사업 대금을 2019년 2월 지급 예정이라는 내용의 사실과 다른 교부신청서를 제출해 2019년 2월 1일 보조금 1억원을 교부받았고, 이를 내부 차입금 상환 등 운영비로 사용했다”며 “울산광역시장은 ‘지방재정법’ 등에 따라 이미 교부된 지방보조금 1억원을 반환받고, 5년의 범위에서 지방보조금 교부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주민복리’ 힘써야 할 지자체가 왜?
 
  앞서 살핀 내용에 따르면, 국내 지자체는 대북사업을 기획·추진·관리·검증할 능력이 부족하다. 경험과 지식,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자체가 관여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북사업’이 지자체 소관 업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 역시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대북지원 행위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17조 1항과 들어맞는다고 평가하기 쉽지 않다. 지방자치법 제13조 2항에 따른 지자체의 사무 범위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조직, 행정관리 등 ▲주민의 복지증진 ▲농림·수산·상공업 등 산업 진흥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 및 생활환경시설의 설치·관리 ▲교육·체육·문화·예술의 진흥 ▲지역민방위 및 지방소방 ▲국제교류 및 협력 등이다. 참고로, ‘국제교류’는 대북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다. 우리 영토 북반부를 불법 점유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이므로 ‘다른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인 ‘외교(外交)’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 간에 문화나 사상 따위를 서로 통한다’는 ‘국제교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같은 법 제15조는 ‘외교, 국방, 사법, 국세 등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와 같은 국가 사무의 경우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물론 상기한 지방자치법 조문에는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이런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하여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제24조의 2)”는 내용을 신설했다.
 
  ▲국가 독립·영토 보전·국가의 계속성·헌법 수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평화통일 등의 국가안보 관련 사안에는 고도의 정보력·판단력·협상력·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전 보장을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도 그 완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경험·지식·인력·자원이 없는 지자체가 개별적·산발적으로 국가안보 관련 사안에 개입한다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 정부 정책·노선과의 불일치로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한편 그 틈을 타고 북한이 ‘남남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조례 개정 통해 적립 계속하는 市·道
 
  《월간조선》이 전국 광역단체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집계한 결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2022년 말 기준) 적립액은 ▲경기도 442억원 ▲서울시 320억원 ▲강원도 87억원 ▲인천광역시 78억원 등 총 1430억원가량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는 한, 그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사실상 쓸 데가 없다. ‘남북 교류·협력’이란 취지와 거리가 먼 각종 행사에 일부만 지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광역단체는 기금을 없애지 않는다. “기금의 존속기한은 기금의 설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설정하여야 하며, 그 기간은 5년을 초과할 수 없지만, 존속기한을 넘어서까지 기금을 존치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조례를 개정하여 5년의 범위에서 기금의 존속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4조 2·3항을 근거 삼아 기금 존속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2020년, 부산시는 2021년에 5년씩 기금 존속기한을 늘렸다.
 
 
  재정혁신 강조하며 기금 폐지한 홍준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재정혁신’ ‘시 채무 상환’을 강조하면서 ‘남북교류협력기금’ 등 불필요한 기금을 폐지했다. 사진=뉴시스
  이와 달리 일부 지자체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폐지했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광역시다. 대구시는 홍준표(洪準杓)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한 달쯤 지난 2022년 7월 14일 “재정혁신을 통한 예산 절감으로 연내 5000억원, 민선 8기 대구시장 임기 안에 1조5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 시(市) 채무(당시 기준 2조3700억원)를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17개 기금 중 9개를 폐지한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이다. 이 같은 ‘홍준표 대구시’의 각종 기금·특별회계 폐지안은 같은 해 10월 14일 대구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 밖에 경기도 양평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양평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수원시의회와 성남시의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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