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은 脫이념·脫가치, 윤석열은 理念과 價値 지향 (태영호)
⊙ 北, 남북정상회담보다 ‘기저질환’ 있는 首領 건강이 더 중요 (유성옥)
⊙ 非核化 외교, 역사상 최악의 외교로 기록될 것… 전술핵 반입해야 (전성훈)
⊙ 비핵화 외교 실패하지 않아… ‘문재인式 비핵화’가 실패했을 뿐 (신범철)
⊙ 文 대통령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석, 2015년 박근혜 中國 전승절 참석 재연(박원곤)
⊙ 남북정상회담? 선거에서 與黨에 불리하면 金은 文 안 만나준다
⊙ 輕항모 만들 돈으로 北核 타격할 미사일 마련해야
⊙ 韓美상호방위조약 손질해 ‘핵우산’ 확실히 해야
⊙ 北, 남북정상회담보다 ‘기저질환’ 있는 首領 건강이 더 중요 (유성옥)
⊙ 非核化 외교, 역사상 최악의 외교로 기록될 것… 전술핵 반입해야 (전성훈)
⊙ 비핵화 외교 실패하지 않아… ‘문재인式 비핵화’가 실패했을 뿐 (신범철)
⊙ 文 대통령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석, 2015년 박근혜 中國 전승절 참석 재연(박원곤)
⊙ 남북정상회담? 선거에서 與黨에 불리하면 金은 文 안 만나준다
⊙ 輕항모 만들 돈으로 北核 타격할 미사일 마련해야
⊙ 韓美상호방위조약 손질해 ‘핵우산’ 확실히 해야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진=뉴시스
2021년 12월 31일은 남과 북이 ‘비핵화(非核化) 공동선언’에 서명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1991년 12월 31일 남북은 ▲핵무기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 금지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사용 ▲핵처리시설·우라늄 농축 시설 보유 금지 등에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 기조는 지난 30년간 한국 외교의 상징이자 당위(當爲)였다.
하지만 30년이 흘러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당위론(當爲論)’이 된 ‘한반도(북한) 비핵화’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2022년 대한민국 외교·안보’를 물었다. 주제는 ‘남북정상회담’ ‘종전(終戰)선언’ ‘미중 갈등’ ‘북한 비핵화’ 등이다.
인터뷰에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예비역 육군 중장)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 갑·전 주영국 북한 공사) 등(가나다순)이 응했다.
연초부터 화제가 될 외교·안보 사안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 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종전선언 역시 당사국 간 입장 차이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남북 정상 간 만남 가능성 매우 낮아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신원식 의원은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은 문재인 정부만을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리라고 본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북한도 이벤트에 동원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2018년 판문점·평양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정치적 이벤트’ 수준에 그치는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이 굳이 반대하지 않으리라 본다”고도 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인 박원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죠. 북한 입장에서 회담을 통해 얻을 게 별로 없어요. 우선 코로나19 때문에 대면하는 게 불가능하고요.
북한은 회담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철회’ ‘이중 기준 철폐’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합니다. 사실 이는 ‘명분’에 불과하고 자신들도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제재 해제는 결국 미국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필요하면 남한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과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지낸 신범철 교수는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은 확률로 따지면 20%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며 “만나더라도 목적 없는 단순 만남(정치적 이벤트)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또 남·미·북·중 또는 남·미·북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北, 새 정부와 새판 짤 생각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은 국정원 출신으로 남북 대화에 오랫동안 관여했다. 노태우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남북정상회담 등 실무에 참여하고 북핵 6자 회담도 경험했다.
유성옥 원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회담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제재 해제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 대북 적대시 정책·이중 기준 철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김정은이 변칙을 굉장히 좋아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예단하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 비대면 방식인 화상 회의를 통한 정상 간 만남은 성사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임기 만료가 임박한 정부와는 거래하지 않고 새 정부와 ‘새판’을 짜려고 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10·4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은 정권이 교체돼도 10·4합의가 이행되리라고 예단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남한 대선 판세가 박빙으로 가면 남북 평화 이벤트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 우호적인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어 하겠죠. 북한의 대남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층부 통일전선 형성’입니다. 말 잘 듣는 남한 정권을 창출해 남한 최고위층과 통일전선을 맺으면 굳이 다른 통일전선은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성옥 원장은 “북한은 남북이 만나는 조건으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의료 수준이 세계 최악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김정은 체중이 급감하고 현지 지도 횟수가 대폭 줄어들어 건강 이상설을 증폭시키고 있죠. 북한은 남북정상회담보단 수령의 심기(心氣)와 건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절박한 과업입니다.
다만, 남북 지도자 간 화상 회담은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북한은 이를 빌미로 식량 및 의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을 요구할 겁니다.”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이산가족 화상 상봉 가능성
박원곤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남북 회담보다 ‘민주당 재집권’이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면 셈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2022년 대선은 북한에도 중요합니다.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이 원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정부가 지금껏 없지 않았습니까. 북한도 여당 재집권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남한 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여당 후보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북한은 문 대통령을 만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박 교수는 “김정은으로서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은 수”라면서도 “남한 대선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북회담보다는 2022년 설날(2월 1일)을 앞두고 화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평화냐, 아니냐’는 식으로 야당을 공격할 여지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종전선언이 핵심 의제가 되리라고 전망하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전제조건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또 종전선언을 한다면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기 말 종전선언을 추진 중이다.
與野 大選 후보가 생각하는 종전선언
이재명 캠프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맡은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는 “종전선언은 평화 과정의 하나”라며 “평화 과정을 통해 비핵화 여건을 개선하고 진전시키는 선순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부분적인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 자문을 맡은 김성한 전 차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당위성은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왜 지금 해야 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범철 교수는 “현 정부는 ‘우선 종전선언만 하면 비핵화 문제는 잘 풀릴 것’이라는 사고로 종전선언에 접근하고 있다”며 “북한의 협상 관행이나 태도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해도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거나 주한미군 지위가 변화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나 북한과 중국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주변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북한 비핵화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주변국 간의 갈등만 불러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고 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명시하고 이행을 담보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임기가 사실상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정부가 성과를 내려는 욕심에 무리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신원식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종전선언 자체를 반대하지만 굳이 해야만 한다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또 군사적 관점에서는 유엔군사령부의 존재와 역할을 제한하거나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북한이 꿈꾸는 통일은 ‘越盟式 통일’
유성옥 원장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허구”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 정부는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라고 말하지만, 종전선언이 미북평화협정을 위한 입구가 돼선 안 됩니다. 미북평화협정의 종착점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관계 정상화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인도·파키스탄 방식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됩니다. 한반도 통일도 북한이 꿈꾸는 월맹식 공산화 통일로 이어질 겁니다.”
전문가들은 202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미중(美中) 갈등을 상징하는 사건이자 21세기 신(新)냉전의 서곡(序曲)이 되리라 전망했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3국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 보이콧(diplomatic boycott)’ 의사를 밝혔다. 이들 국가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내 인권 문제와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등을 보이콧 사유로 밝혔다.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공식 외교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다.
2021년 12월 14일을 기준으로 오커스 3국과 캐나다가 외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인권 중시 외교를 기조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이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자 중국은 심기가 불편하다. 시진핑 장기 집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전 작업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후 2022년 하반기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길 원한다.
최근 중국은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개인숭배 금지’ ‘종신집권 폐지’ 등을 제외한 중국 공산당 ‘역사 결의’를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1년 12월 9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직전(평창동계올림픽) 주최국으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중국도 2021년 11월 말부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美,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국에 불이익 줄 수도
박원곤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보이콧에 동참할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중국 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도 기권해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2월 9~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국가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전 세계 약 110개국이 참여한 화상 정상회의에 대해 외교가는 ‘미국이 중국·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해 우군(友軍)을 최대한 규합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가 전 세계 사람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결코 꺼뜨릴 수 없다”며 “전 세계 각국이 민주주의 수호에 협력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화상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방역이나 백신 접종이 개인의 자유와 충돌하는 모습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미디어나 SNS 공간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가 혐오와 증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퍼뜨리고 심지어 백신 접종의 거부를 부추기고 있지만 우리는 적절한 억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하면 한미관계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1월에 한중(韓中) 화상 정상회담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정부입니다. 북한에 유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나쁜 관계를 맺으려 할까요?
미국은 보이콧에 동참한 국가와 그러지 않은 국가를 두고 분명하게 선을 그을 겁니다. 1등급, 2등급…. 한국은 이제 뒤로 밀려나겠죠. 이는 새로 출범할 정부가 한미관계를 설정할 때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겁니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올 가능성을 크게 보진 않습니다만, 중국은 김정은을 초청하려고 굉장히 노력할 겁니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오면 문 대통령은 99.9% 베이징으로 향할 겁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 참고해야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신범철 교수는 “보이콧 문제를 2022년 1월 중순까지 가져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15년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가를 두고 한국 정부가 했던 결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 동맹국들이 중국이 주도한 AIIB에 참여하길 원치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참여하지 마라’ ‘참여하라’는 요구를 받았어요. 당시 영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고 이어서 호주가 참여를 결정했어요. 그 뒤에야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죠. 이때 우리 정부는 영국·호주와 긴밀히 협의했습니다. 영국·호주와 같은 행보를 하되 한발 늦게 나갔죠. 이 때문에 미국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죠.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영국이나 호주 등 미국 동맹국들이 어떠한 결정을 하느냐를 잘 지켜보고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유성옥 원장은 “과거 미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당시 정부 대표단은 물론 선수단까지 불참시켰다. 모스크바올림픽은 국제정치적으로 동서냉전이 최고점에 달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구(舊)사회주의 진영 간 갈등을 상징하는 대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우호적 관계에 있을 때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이익을 취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내 편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시대가 됐다. 전략적으로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최근 들어 중국이 ‘종전선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유도 문 대통령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초청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美中 양자택일? 한국은 이미 70년 전에 선택 끝내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중 갈등에 대해 “신냉전이 도래했다”며 “갈등 배경에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가 중국에 느낀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할 때 전 세계는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 체제도 다원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다’고 믿었죠. 열심히 도왔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어떻게 행동합니까? 독재를 하고, 패권 국가가 돼 자기들 마음대로 하잖아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중국이 국제사회를 배신했다고 봅니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가 왜 아시아에 군함을 보내겠습니까. 중국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죠. 이제 국제 질서에는 다시 겨울이 찾아왔어요. 계절에 맞게 두꺼운 옷을 껴입어야 할 때입니다.”
전성훈 전 원장은 ‘미국과 중국 중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택’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어요. 이런 용어를 쓰면 안 됩니다. 이미 우리는 70년 전에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택했잖아요. 선택은 벌써 끝났는데 또 무슨 선택을 합니까. 그 선택의 결과가 남한과 북한 아닙니까?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했고 이 선택을 계속 유지해 통일을 해야 합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패했다’ ‘사실상 실패했다’ ‘아직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큰 틀에서 ‘사실상 북한 비핵화는 실패했지만 당위(當爲)와 명분론(名分論)이 돼버린 비핵화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지난 30년간 걸어온 한국 외교는 ‘자기부정’에 빠지고 국제 질서가 깨지기 때문이다.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2017년 이후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많은 것을 이뤄내 몸집이 너무 커졌다. 북핵 포기 비용을 미국이 감당하기에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북한 비핵화는 어렵다. 중국의 우려는 북핵이 사라진 후 마주해야 할 한미동맹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대북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재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라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 사실상 불가능
박원곤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역사적 사례도 없다”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2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1968년 이후 구축된 이른바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가 무너져버립니다.
국제 질서 차원의 문제죠. 비핵화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가치관)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는 명분이죠. 굉장히 불편한 사실입니다.”
신원식 의원은 “지금껏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여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생존’ 중 핵을 포기하고 생존을 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대북 제재를 가한다면 충분히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유성옥 원장은 “그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은이 ‘생존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정은에게 ‘핵을 보유하면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핵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신범철 교수는 “비핵화 외교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가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외교적 수단이 실패했다고 해 군사적 수단을 (쉽게) 동원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비핵화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30년 동안 헛수고만 하다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핵을 가질 목적이었습니다. ‘비핵화 사기극’ 30년이었죠.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외교 성과가 서희 장군이 개척한 ‘강동6주’라면, ‘비핵화 외교’는 최악의 외교 실패작으로 기록될 겁니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 7명이 인력, 시간, 비용 등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이를 실패라는 말 이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북한이 핵을 갖지 않은 상태에도 비핵화 의지를 관철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핵까지 갖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전성훈 전 원장은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미(美)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박원곤 교수는 “전술핵을 재배치해도 사용권이 우리에게 없기에 군사적으로 의미가 없어 반대한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 ‘확장억제 강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조약은 한미 양국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기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확장억제를 명시하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핵우산 제공을 제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신범철 교수도 “전술핵 반입은 아직 이르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유성옥 원장은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더 하되 최악의 경우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적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술핵이 ‘비핵화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북핵은 자위용’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
美 확장억제, 현실성 떨어져
전성훈 전 원장은 “북한이 핵을 먼저 쓰지 않으면 우리도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된다”며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며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구체화한 안보 공약이다. 핵우산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전략자산(SLBM·ICBM·B-52·B-1·B-2 등)을 바탕으로 동맹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전략자산이 전략핵무기를 탑재하기에 그 파괴력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한반도는 전장(戰場)이 협소하기에 북한이 도발한다고 해도 전략핵무기를 쓸 수 없어요.
마치 파리를 잡기 위해 수류탄(전략핵)을 쓰는 격이죠. 파리는 파리채(전술핵)만으로 충분합니다.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쓸 핵무기도 전술핵입니다. 전술핵에 전략핵으로 대응한다는 말은 전문가들이 볼 땐 말도 안 됩니다. 미국이 한국을 안심시키려고 레토릭(rhetoric) 차원에서 쓰는 말이 확장억제입니다.
아니, 핵무기를 그렇게 쉽게 쓸 수 있으면 베트남전이나 아프간전에선 왜 안 썼답니까.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선 결국 전술핵을 반입해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抑制)하고 만일 억지(抑止)에 실패할 경우 유사시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술핵무기는 그 위력이 수 킬로톤(kt) 단위이다. 1kt은 TNT 폭약 1000t에 해당한다. 전략핵무기는 100kt에서 수 메가톤(Mt)에 이른다. Mt은 TNT 폭약 100만t이다. 전술핵과 전략핵의 위력 차는 수치상 1000배이다.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폭탄 리틀보이와 팻맨은 그 위력이 각각 15kt, 21kt이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북한 핵위협에 한국은 무방비 상태’라는 주장에 대해 신원식 의원은 ‘과도한 표현’이라면서 철저히 준비하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억제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북한 핵무기가 대량 피해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한미연합 군사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민방위 훈련에 ‘핵방호’ 개념을 추가해 핵피폭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핵방호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곤 교수는 북핵 방어 수단에 대해 “현 수준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미사일 방어방을 보완해야 함에도 3불(不) 정책 때문에 제약이 많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중국이 요구한 3불 정책(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계 협력 반대, 사드 추가 배치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에 외교적으로 굴복했다.
경항모 만들 돈으로 北核 대응해야
박 교수는 경(輕)항공모함에 쓸 비용을 북핵 방어와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경항모 도입을 반대합니다. 그 돈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동시에 미사일 발사 차량(TEL)과 같이 핵무기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더 확보해야 합니다. 국방력 건설에도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유성옥 원장도 “미사일 방어망 구축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이 새로 개발한 미사일은 요격이 어렵고 계속해서 고도화된다. 수세적 전략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의도적으로 우리의 신무기를 공개해 보복 능력을 과시하며 대북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전성훈 전 원장은 “전술핵 배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외교·안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 전략, 국가 전략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전 전 원장은 이른바 ‘김정은 제거 작전’인 ‘참수 작전’에 대해 “말만 앞선다”며 비판했다.
“핵도 없는 국가가 핵보유국 지도자를 참수하겠다니…. 김정은이 어디에 있는지는 안답니까? ‘김정은을 참수하겠다’는 말은 함부로 꺼내면 안 돼요. 이건 자극 정도가 아니라 선제 도발입니다. 참수라는 단어를 함부로 꺼내면 북한의 도발을 합리화시켜줄 뿐입니다. 김정은을 참수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밑에 있는 군인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전문가들은 2022년 새롭게 집권하는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 비핵화’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남북관계 정상화’는 현재 북한이 남한을 종속시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가하는 방식, 굴종적 남북관계에서 벗어나 호혜적 관계를 성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自强 노력해야
신원식 의원은 “한미 핵공유 정책 등을 추진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플러스’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동맹을 맹신해 자기 힘을 기르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동맹과 자강(自强)이라는 두 바퀴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범철 교수는 “평화 담론이 이른바 진보 세력만이 주창하는 담론이 됐다. 문재인 정부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야기하며 평화 장사를 했다”며 “새로 들어설 정부는 진짜 평화를 위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일관계에 대해 박원곤 교수는 “일본이 요구하는 내용은 명확하다. ‘위안부·강제징용자 문제를 국회가 법제화해 해결해달라’는 입장”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해도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에 부정적 입장이라 쉽지만도 않다.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 모두 한일관계를 자국 국내 정치에 악용했다”며 “과거사 문제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을 과소평가하고 우리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며 “북한 핵보유 시대에 맞는 대북 정책과 핵전략을 펴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집착하면 제2의 문재인 정부 될 것
2022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시험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성옥 원장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도할 텐데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전략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동시에 ‘길들이기’도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여야 지도자 중 누가 되든 길들이려 들 겁니다. 다양한 도발이 예상돼요. 북한은 영구 집권하지만 우리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잖아요. 우리는 구조적으로 을(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는 남북관계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평화를 잘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세웠으면 합니다. 남북관계에 대한 성과에 집착하는 순간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정부가 될 겁니다.
또 남북관계 등 대외 정책을 수립할 때 당파주의에 매몰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내년 외교·안보 상황을 이렇게 전망했다.
“2022년 1월 24일이면 북한의 국경 봉쇄가 2년이 됩니다. 2년을 봉쇄하고도 경제가 버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면 2022년 상반기에 뭔가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가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죠. 내년 상반기에는 대선이 있고,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북한이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최근 거론되는 미중 간 군사적 충돌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군사적 충돌이 대부분 오해와 불신을 바탕으로 하기에 미중 간 갈등은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태영호가 말하는 이재명·윤석열
태영호 의원은 “2022년 우리 외교·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대통령 선거”라며 “두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했다.
태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 “‘실용적 노선’이라는 구호 밑에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탈이념, 탈가치적 외교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국제규범 준수를 통한 예측 가능한 국제외교, ‘이념과 가치에 기반한 명료한 외교 전략’을 통한 국제적 영향력 증대를 표방한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의 위성락 전 대사는 ‘미국은 동맹, 중국은 동반자’라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 측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상호 존중의 한중관계’를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바이든 정부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으로 종전선언이 주는 정치적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태 의원은 “미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종전선언은 2022년 1~2월 제3의 장소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정상 간 종전선언이 아니라 장관급이나 주무 본부장급의 종전선언이 추진되리라 생각된다”면서도 “종전선언이 대선에 끼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0년이 흘러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당위론(當爲論)’이 된 ‘한반도(북한) 비핵화’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2022년 대한민국 외교·안보’를 물었다. 주제는 ‘남북정상회담’ ‘종전(終戰)선언’ ‘미중 갈등’ ‘북한 비핵화’ 등이다.
인터뷰에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예비역 육군 중장)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 갑·전 주영국 북한 공사) 등(가나다순)이 응했다.
연초부터 화제가 될 외교·안보 사안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 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종전선언 역시 당사국 간 입장 차이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남북 정상 간 만남 가능성 매우 낮아
![]() |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
이어 “미국이 2018년 판문점·평양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정치적 이벤트’ 수준에 그치는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이 굳이 반대하지 않으리라 본다”고도 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인 박원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죠. 북한 입장에서 회담을 통해 얻을 게 별로 없어요. 우선 코로나19 때문에 대면하는 게 불가능하고요.
북한은 회담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철회’ ‘이중 기준 철폐’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합니다. 사실 이는 ‘명분’에 불과하고 자신들도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제재 해제는 결국 미국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필요하면 남한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과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지낸 신범철 교수는 “남북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은 확률로 따지면 20%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며 “만나더라도 목적 없는 단순 만남(정치적 이벤트)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또 남·미·북·중 또는 남·미·북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北, 새 정부와 새판 짤 생각
![]() |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사진=조선DB |
유성옥 원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회담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제재 해제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 대북 적대시 정책·이중 기준 철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김정은이 변칙을 굉장히 좋아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예단하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 비대면 방식인 화상 회의를 통한 정상 간 만남은 성사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임기 만료가 임박한 정부와는 거래하지 않고 새 정부와 ‘새판’을 짜려고 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10·4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은 정권이 교체돼도 10·4합의가 이행되리라고 예단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남한 대선 판세가 박빙으로 가면 남북 평화 이벤트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 우호적인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어 하겠죠. 북한의 대남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층부 통일전선 형성’입니다. 말 잘 듣는 남한 정권을 창출해 남한 최고위층과 통일전선을 맺으면 굳이 다른 통일전선은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성옥 원장은 “북한은 남북이 만나는 조건으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의료 수준이 세계 최악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김정은 체중이 급감하고 현지 지도 횟수가 대폭 줄어들어 건강 이상설을 증폭시키고 있죠. 북한은 남북정상회담보단 수령의 심기(心氣)와 건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절박한 과업입니다.
다만, 남북 지도자 간 화상 회담은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북한은 이를 빌미로 식량 및 의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을 요구할 겁니다.”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이산가족 화상 상봉 가능성
![]()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사진=조선DB |
“정권이 바뀌면 셈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2022년 대선은 북한에도 중요합니다.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이 원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정부가 지금껏 없지 않았습니까. 북한도 여당 재집권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남한 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여당 후보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북한은 문 대통령을 만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박 교수는 “김정은으로서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은 수”라면서도 “남한 대선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북회담보다는 2022년 설날(2월 1일)을 앞두고 화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평화냐, 아니냐’는 식으로 야당을 공격할 여지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종전선언이 핵심 의제가 되리라고 전망하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전제조건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또 종전선언을 한다면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기 말 종전선언을 추진 중이다.
![]() |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 사진=조선DB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 자문을 맡은 김성한 전 차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당위성은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왜 지금 해야 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범철 교수는 “현 정부는 ‘우선 종전선언만 하면 비핵화 문제는 잘 풀릴 것’이라는 사고로 종전선언에 접근하고 있다”며 “북한의 협상 관행이나 태도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해도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거나 주한미군 지위가 변화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나 북한과 중국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주변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북한 비핵화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주변국 간의 갈등만 불러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고 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명시하고 이행을 담보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임기가 사실상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정부가 성과를 내려는 욕심에 무리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신원식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종전선언 자체를 반대하지만 굳이 해야만 한다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또 군사적 관점에서는 유엔군사령부의 존재와 역할을 제한하거나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북한이 꿈꾸는 통일은 ‘越盟式 통일’
![]() |
2012년 정전협정 59주년을 맞아 판문점을 찾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세 번째),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다섯 번째). 사진=뉴시스 |
“현 정부는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라고 말하지만, 종전선언이 미북평화협정을 위한 입구가 돼선 안 됩니다. 미북평화협정의 종착점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관계 정상화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인도·파키스탄 방식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됩니다. 한반도 통일도 북한이 꿈꾸는 월맹식 공산화 통일로 이어질 겁니다.”
전문가들은 202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미중(美中) 갈등을 상징하는 사건이자 21세기 신(新)냉전의 서곡(序曲)이 되리라 전망했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3국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 보이콧(diplomatic boycott)’ 의사를 밝혔다. 이들 국가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내 인권 문제와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등을 보이콧 사유로 밝혔다.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공식 외교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다.
2021년 12월 14일을 기준으로 오커스 3국과 캐나다가 외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인권 중시 외교를 기조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이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자 중국은 심기가 불편하다. 시진핑 장기 집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전 작업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후 2022년 하반기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길 원한다.
최근 중국은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개인숭배 금지’ ‘종신집권 폐지’ 등을 제외한 중국 공산당 ‘역사 결의’를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1년 12월 9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직전(평창동계올림픽) 주최국으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중국도 2021년 11월 말부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美,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국에 불이익 줄 수도
박원곤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보이콧에 동참할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중국 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도 기권해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2월 9~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국가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전 세계 약 110개국이 참여한 화상 정상회의에 대해 외교가는 ‘미국이 중국·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해 우군(友軍)을 최대한 규합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가 전 세계 사람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결코 꺼뜨릴 수 없다”며 “전 세계 각국이 민주주의 수호에 협력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화상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방역이나 백신 접종이 개인의 자유와 충돌하는 모습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미디어나 SNS 공간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가 혐오와 증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퍼뜨리고 심지어 백신 접종의 거부를 부추기고 있지만 우리는 적절한 억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하면 한미관계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1월에 한중(韓中) 화상 정상회담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정부입니다. 북한에 유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나쁜 관계를 맺으려 할까요?
미국은 보이콧에 동참한 국가와 그러지 않은 국가를 두고 분명하게 선을 그을 겁니다. 1등급, 2등급…. 한국은 이제 뒤로 밀려나겠죠. 이는 새로 출범할 정부가 한미관계를 설정할 때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겁니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올 가능성을 크게 보진 않습니다만, 중국은 김정은을 초청하려고 굉장히 노력할 겁니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오면 문 대통령은 99.9% 베이징으로 향할 겁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 참고해야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신범철 교수는 “보이콧 문제를 2022년 1월 중순까지 가져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15년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가를 두고 한국 정부가 했던 결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 동맹국들이 중국이 주도한 AIIB에 참여하길 원치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참여하지 마라’ ‘참여하라’는 요구를 받았어요. 당시 영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고 이어서 호주가 참여를 결정했어요. 그 뒤에야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죠. 이때 우리 정부는 영국·호주와 긴밀히 협의했습니다. 영국·호주와 같은 행보를 하되 한발 늦게 나갔죠. 이 때문에 미국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죠.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영국이나 호주 등 미국 동맹국들이 어떠한 결정을 하느냐를 잘 지켜보고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유성옥 원장은 “과거 미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당시 정부 대표단은 물론 선수단까지 불참시켰다. 모스크바올림픽은 국제정치적으로 동서냉전이 최고점에 달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구(舊)사회주의 진영 간 갈등을 상징하는 대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우호적 관계에 있을 때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이익을 취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내 편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시대가 됐다. 전략적으로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최근 들어 중국이 ‘종전선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유도 문 대통령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초청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 |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사진=조선DB |
“중국이 개혁·개방을 할 때 전 세계는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 체제도 다원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다’고 믿었죠. 열심히 도왔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어떻게 행동합니까? 독재를 하고, 패권 국가가 돼 자기들 마음대로 하잖아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중국이 국제사회를 배신했다고 봅니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가 왜 아시아에 군함을 보내겠습니까. 중국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죠. 이제 국제 질서에는 다시 겨울이 찾아왔어요. 계절에 맞게 두꺼운 옷을 껴입어야 할 때입니다.”
전성훈 전 원장은 ‘미국과 중국 중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택’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어요. 이런 용어를 쓰면 안 됩니다. 이미 우리는 70년 전에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택했잖아요. 선택은 벌써 끝났는데 또 무슨 선택을 합니까. 그 선택의 결과가 남한과 북한 아닙니까?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했고 이 선택을 계속 유지해 통일을 해야 합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패했다’ ‘사실상 실패했다’ ‘아직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큰 틀에서 ‘사실상 북한 비핵화는 실패했지만 당위(當爲)와 명분론(名分論)이 돼버린 비핵화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지난 30년간 걸어온 한국 외교는 ‘자기부정’에 빠지고 국제 질서가 깨지기 때문이다.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2017년 이후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많은 것을 이뤄내 몸집이 너무 커졌다. 북핵 포기 비용을 미국이 감당하기에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북한 비핵화는 어렵다. 중국의 우려는 북핵이 사라진 후 마주해야 할 한미동맹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대북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재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라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 사실상 불가능
![]()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선DB |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2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1968년 이후 구축된 이른바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가 무너져버립니다.
국제 질서 차원의 문제죠. 비핵화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가치관)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는 명분이죠. 굉장히 불편한 사실입니다.”
신원식 의원은 “지금껏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여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생존’ 중 핵을 포기하고 생존을 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대북 제재를 가한다면 충분히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유성옥 원장은 “그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은이 ‘생존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정은에게 ‘핵을 보유하면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핵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신범철 교수는 “비핵화 외교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가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외교적 수단이 실패했다고 해 군사적 수단을 (쉽게) 동원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비핵화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30년 동안 헛수고만 하다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핵을 가질 목적이었습니다. ‘비핵화 사기극’ 30년이었죠.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외교 성과가 서희 장군이 개척한 ‘강동6주’라면, ‘비핵화 외교’는 최악의 외교 실패작으로 기록될 겁니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 7명이 인력, 시간, 비용 등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이를 실패라는 말 이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북한이 핵을 갖지 않은 상태에도 비핵화 의지를 관철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핵까지 갖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전성훈 전 원장은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미(美)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박원곤 교수는 “전술핵을 재배치해도 사용권이 우리에게 없기에 군사적으로 의미가 없어 반대한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 ‘확장억제 강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조약은 한미 양국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기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확장억제를 명시하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핵우산 제공을 제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신범철 교수도 “전술핵 반입은 아직 이르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유성옥 원장은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더 하되 최악의 경우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적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술핵이 ‘비핵화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북핵은 자위용’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
美 확장억제, 현실성 떨어져
전성훈 전 원장은 “북한이 핵을 먼저 쓰지 않으면 우리도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된다”며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며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구체화한 안보 공약이다. 핵우산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전략자산(SLBM·ICBM·B-52·B-1·B-2 등)을 바탕으로 동맹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전략자산이 전략핵무기를 탑재하기에 그 파괴력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한반도는 전장(戰場)이 협소하기에 북한이 도발한다고 해도 전략핵무기를 쓸 수 없어요.
마치 파리를 잡기 위해 수류탄(전략핵)을 쓰는 격이죠. 파리는 파리채(전술핵)만으로 충분합니다.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쓸 핵무기도 전술핵입니다. 전술핵에 전략핵으로 대응한다는 말은 전문가들이 볼 땐 말도 안 됩니다. 미국이 한국을 안심시키려고 레토릭(rhetoric) 차원에서 쓰는 말이 확장억제입니다.
아니, 핵무기를 그렇게 쉽게 쓸 수 있으면 베트남전이나 아프간전에선 왜 안 썼답니까.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선 결국 전술핵을 반입해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抑制)하고 만일 억지(抑止)에 실패할 경우 유사시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술핵무기는 그 위력이 수 킬로톤(kt) 단위이다. 1kt은 TNT 폭약 1000t에 해당한다. 전략핵무기는 100kt에서 수 메가톤(Mt)에 이른다. Mt은 TNT 폭약 100만t이다. 전술핵과 전략핵의 위력 차는 수치상 1000배이다.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폭탄 리틀보이와 팻맨은 그 위력이 각각 15kt, 21kt이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북한 핵위협에 한국은 무방비 상태’라는 주장에 대해 신원식 의원은 ‘과도한 표현’이라면서 철저히 준비하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억제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북한 핵무기가 대량 피해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한미연합 군사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민방위 훈련에 ‘핵방호’ 개념을 추가해 핵피폭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핵방호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곤 교수는 북핵 방어 수단에 대해 “현 수준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미사일 방어방을 보완해야 함에도 3불(不) 정책 때문에 제약이 많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중국이 요구한 3불 정책(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계 협력 반대, 사드 추가 배치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에 외교적으로 굴복했다.
경항모 만들 돈으로 北核 대응해야
박 교수는 경(輕)항공모함에 쓸 비용을 북핵 방어와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경항모 도입을 반대합니다. 그 돈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동시에 미사일 발사 차량(TEL)과 같이 핵무기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더 확보해야 합니다. 국방력 건설에도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유성옥 원장도 “미사일 방어망 구축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이 새로 개발한 미사일은 요격이 어렵고 계속해서 고도화된다. 수세적 전략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의도적으로 우리의 신무기를 공개해 보복 능력을 과시하며 대북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전성훈 전 원장은 “전술핵 배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외교·안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 전략, 국가 전략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전 전 원장은 이른바 ‘김정은 제거 작전’인 ‘참수 작전’에 대해 “말만 앞선다”며 비판했다.
“핵도 없는 국가가 핵보유국 지도자를 참수하겠다니…. 김정은이 어디에 있는지는 안답니까? ‘김정은을 참수하겠다’는 말은 함부로 꺼내면 안 돼요. 이건 자극 정도가 아니라 선제 도발입니다. 참수라는 단어를 함부로 꺼내면 북한의 도발을 합리화시켜줄 뿐입니다. 김정은을 참수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밑에 있는 군인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전문가들은 2022년 새롭게 집권하는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 비핵화’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남북관계 정상화’는 현재 북한이 남한을 종속시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가하는 방식, 굴종적 남북관계에서 벗어나 호혜적 관계를 성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自强 노력해야
![]() |
미국·인도·일본·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회의체 쿼드(QUAD)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
이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동맹을 맹신해 자기 힘을 기르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동맹과 자강(自强)이라는 두 바퀴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범철 교수는 “평화 담론이 이른바 진보 세력만이 주창하는 담론이 됐다. 문재인 정부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야기하며 평화 장사를 했다”며 “새로 들어설 정부는 진짜 평화를 위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일관계에 대해 박원곤 교수는 “일본이 요구하는 내용은 명확하다. ‘위안부·강제징용자 문제를 국회가 법제화해 해결해달라’는 입장”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해도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에 부정적 입장이라 쉽지만도 않다.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 모두 한일관계를 자국 국내 정치에 악용했다”며 “과거사 문제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을 과소평가하고 우리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며 “북한 핵보유 시대에 맞는 대북 정책과 핵전략을 펴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집착하면 제2의 문재인 정부 될 것
2022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시험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성옥 원장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도할 텐데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전략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동시에 ‘길들이기’도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여야 지도자 중 누가 되든 길들이려 들 겁니다. 다양한 도발이 예상돼요. 북한은 영구 집권하지만 우리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잖아요. 우리는 구조적으로 을(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는 남북관계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평화를 잘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세웠으면 합니다. 남북관계에 대한 성과에 집착하는 순간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정부가 될 겁니다.
또 남북관계 등 대외 정책을 수립할 때 당파주의에 매몰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내년 외교·안보 상황을 이렇게 전망했다.
“2022년 1월 24일이면 북한의 국경 봉쇄가 2년이 됩니다. 2년을 봉쇄하고도 경제가 버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면 2022년 상반기에 뭔가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가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죠. 내년 상반기에는 대선이 있고,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북한이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최근 거론되는 미중 간 군사적 충돌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군사적 충돌이 대부분 오해와 불신을 바탕으로 하기에 미중 간 갈등은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태영호가 말하는 이재명·윤석열
태영호 의원은 “2022년 우리 외교·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대통령 선거”라며 “두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했다.
태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 “‘실용적 노선’이라는 구호 밑에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탈이념, 탈가치적 외교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국제규범 준수를 통한 예측 가능한 국제외교, ‘이념과 가치에 기반한 명료한 외교 전략’을 통한 국제적 영향력 증대를 표방한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의 위성락 전 대사는 ‘미국은 동맹, 중국은 동반자’라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 측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상호 존중의 한중관계’를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바이든 정부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으로 종전선언이 주는 정치적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태 의원은 “미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종전선언은 2022년 1~2월 제3의 장소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정상 간 종전선언이 아니라 장관급이나 주무 본부장급의 종전선언이 추진되리라 생각된다”면서도 “종전선언이 대선에 끼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