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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그 이후…

트럼프의 연두교서에 나타난 대북(對北)인식

“양보와 타협은 침략과 도발을 야기할 뿐”(트럼프)

글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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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올림픽 후 ‘마지막 판단’ 내릴 것”(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 미국 국민의 51%, 공화당 지지자의 73%가 “군사적 해결책이 유일한 방안”
⊙ 온건한 오바마도 드론 공격 1000회 승인, 3000명 살해…, 트럼프는?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동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30일 미국의회에서의 신년연설에서 북한을 미국의 적(敵)으로 규정했다. 사진=뉴시스
  금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개념적으로 정반대인 언급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평창에서 열리게 될 동계올림픽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한국과 대화도 할 수 있고, 선수단을 파견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협박과 유화의 제스처를 동시에 취한 것이다. 김일성이 즐겨 사용했던 화전양면(和戰兩面) 전략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화전양면 전략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칭적인 반응이 상호 작용을 한 결과 실타래처럼 풀기 난감한 상황을 야기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유념해 두어야 할 사실은 국제정치적인 상황에서의 실타래는 의외로 풀기 쉬운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꼬인 밧줄을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칼질’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꼼수는 미국으로 하여금 이제 마지막 남은 대북(對北)정책 방안이 ‘그것 하나뿐’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것 하나뿐이라는 말은 결국은 ‘김정은의 제거’를 의미하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한 가지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북정책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非核化)인데 최근 미국 관리들의 언급들, 그리고 1월 30일 밤(미국시각) 행해진 트럼프의 신년연설을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넘어 ‘김정은 정권의 교체’라는 더 큰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김정은의 화전양면 전술에서 미국은 화(和)의 부분은 사실상 무시하고 있으며 전(戰)의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까지 속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한 이후, 대(對)북한 군사작전 전개 가능성에 대해 오히려 더욱 빈번하고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허풍
 
  김정은 신년사에 나타난 협박과 유화는 두 가지 모두 ‘허풍’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의 협박이 허풍이라는 사실은 우선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핵 단추(Nuclear Button)가 놓여 있다는 ‘허세’로 증명된다. 이 세상 어떤 핵보유국의 국가 원수가 ‘제 손으로’ 핵미사일을 직접 발사한다는 말인가? 핵 단추라는 용어는 핵무기의 발사 및 통제 체계를 통칭하는 용어로 학자들이 사용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김정은이 정말 그런 뜻으로 말하고자 했다면 ‘내 사무실 책상 위’가 아니라 ‘내가 연설하고 있는 바로 이 탁자 위에도 핵 단추가 있다’고 말했어야 옳았다.
 
  김정은은 ‘선제(先制)공격 능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도 했는데 이는 허풍일 뿐 아니라 핵전략 이론의 상궤(常軌)를 완전히 벗어난 미치광이의 말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선제공격 능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김정은의 언급은 물론 허풍이지만, 그 말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한 선제공격의 유혹을 훨씬 더 많이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황당한 실언(失言)이 아닐 수 없다. ‘선제공격 능력’이란 핵전략 이론가들이 ‘First Strike Capability’라 칭하는 것으로서 미국도 소련도 가져본 적이 없는 ‘꿈의 능력’이다.
 
  미국과 소련 양국은 각각 보복 능력은 가지고 있었지만 ‘선제공격 능력’을 보유한 적은 없었다. 선제공격 능력이란 자신은 생존한 채 상대방을 궤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김정은이 ‘선제 핵공격 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는 신년사 중의 언급은 현실적으로 터무니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미국을 핵 공격해서 전멸시킨 후에도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핵을 보유한 미국의 적대국 중에서, 비록 빈말일지라도 ‘미국을 선제공격’해서 전멸시키겠다고 말한 나라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미국은 이제 자신을 향해 ‘선제공격력’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막 해대는 김정은을 그냥 놓아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김정은의 허풍과 실언은 미국에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꼴이 되었다.
 
  기왕 개발된 핵전략 이론들은 본질적으로 인간은 합리적(rational)으로 사고(思考)한다고 전제한다. 최악의 경우라도 자신이 죽을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성의 최소한이다. 그래서 서로가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 학술적으로는 상호 확실 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상황을 지속시키는 것이 핵시대의 기본 전략이었다.
 
 
  미국의 결심 재촉한 김정은
 
대외정책에서 온건파였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1000회나 드론 공격 승인을 했다.
  맥락이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반(反)테러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그들을 향해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테러리스트들은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합리성의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들이었다. 죽으면 곧 천당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는 그들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합리성이 없는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는 데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하는 억지전략을 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테러리스트가 있는 곳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먼저 달려가 그들을 제거하는 방식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김정은이 전쟁을 억제하겠다가 아니라 선제공격을 하겠다며 마치 테러리스트처럼 말한 것이다. 물론 미국은 김정은의 말이 허풍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핵 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허세를 떠는 김정은을 향해 트윗을 날리면서 “내 핵 단추는 더 크고 더 강하며 게다가 내 것은 작동하는 것(and my Button works!)”이라는 말을 추가한 것이다. 김정은의 핵 단추는 아직 작동하지 못하는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김정은이 합리성을 결여한 인물이라고 판단할 경우 미국은 마치 테러리스트들을 무인 비행기(drone)로 폭격해 버린 것과 같은 작전을 김정은에 대해서도 전개할 것이다.
 
  인간이 점잖고 소심하다고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도 드론 공격을 통한 테러리스트들의 사살을 허락해 달라는 요청을 1000번 승인했다. 그 결과 3000명에 이르는 테러리스트들을 살해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한 이와 같은 요청을 받는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김정은이 1월 1일 행한 황당한 언급들을 대북한 예방전쟁 혹은 선제타격의 빌미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것이다. 어차피 올림픽이 진행되는 기간 미국은 전(全) 세계가 보는 앞에서 북한을 무력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측이 요청한 한미 연합훈련 연기도 큰 반대 없이 받아 주었던 것이다. 어떤 경우든 북한은 2월 하순 혹은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중순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김정은의 신년사는 미국으로 하여금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의 숫자를 대폭 축소시키고 말았다. 미국은 이제 김정은 정권을 끝장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간적 여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 ‘전략적 인내’는 없다
 
  미국은 대북한 핵정책의 목표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반드시 군사적인 것이라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 누구라도 평화적·외교적인 방법으로 이 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군사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희생이 큰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전쟁을 언제라도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나라이며, 특히 오늘날은 군사적 초(超)강대국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끝까지 인내하기보다 군사력에 호소할 가능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단히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인내해 왔다. 오바마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기왕의 미국 정부와 대단히 상이한 대북정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우선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문제를 적당하게 덮어둘 수 없는 트럼프라는 화끈한 대통령의 성격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 핵이 야기하는 위험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항에 이르렀다는 상황 때문이다.
 
  조금 더 전략적 인내를 했다가는 미국 본토가 김정은의 핵폭탄 공격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일단 대화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 그런데 미국의 대화 개시에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유엔 대사 니키 헤일리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기 이전 행할 조치를 제시했다. 첫째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상당히 오랜 기간 중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대화를 원한다고 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당히 오랜 기간’의 기준은 물론 미국이 설정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관해 크게 의존하는 CIA 국장 마이크 폼페오 역시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정권이 실패했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폼페오는 “과거 행정부들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도 역시 외교를 통해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懷疑)가 많다”고 솔직히 말한다. 그는 기왕에 시작된 남북한의 동계올림픽 대회를 두고 본 후 마지막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판단(final judgement)이라는 폼페오 국장의 언급은 대단히 기독교적인 단어인데 ‘최후의 심판’이라고 번역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신년 의회 연설
 
북한에서 체포되어 고문을 받은 후 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가족을 의회 연설에 초청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시각 1월 30일 밤 행한 트럼프의 연설은 우리나라 언론들이 미국 민주당계 언론들의 조롱 조 해설을 앵무새처럼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공화당과 무당파(無黨派) 사람들에 의해 A급 연설로 평가된 수준급 연설이었다. 특히 한국 관련 부분은 감동적인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 대통령 연두 연설 중에서 일개 특정 국가가 그렇게 큰 비중으로 이야기된 적은 없었다.
 
  트럼프는 ISIS, 쿠바,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적(敵)들을 언급한 후 “그러나 어떤 정권들도 잔인한 북한의 독재정권보다 자신의 국민들을 전체주의적으로 잔인하게 압제하는 경우란 없었습니다. 북한의 무책임한 핵 무력 추구는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양보와 타협은 침략과 도발을 야기할 뿐이라는 과거의 교훈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다. 김정은을 도덕적으로 타락한(depraved) 정권으로 단정한 트럼프는 북한을 여행하다가 북한 정권에 의해 반국가 사범으로 체포되어 고문을 받은 후 미국에 와서 며칠 만에 사망한 버지니아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와 가족들을 의회에 초청했다. 눈물을 흘리는 웜비어 군의 가족은 위로의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는 “이들은 북한의 만행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며 우리는 이들로부터 북한이 어떤 위협인지를 알게 되었으며, 북한에 대한 결의(resolve)를 다진다”고 연설했다.
 
탈북자 지성호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탈북 시 사용했던 목발을 흔들어 보였다. 사진=뉴시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탈북자(脫北者) 지성호씨를 소개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석탄을 훔치다가 기차에 치여 왼쪽 팔과 다리가 절단된 꽃제비 출신의 지성호씨는 쌍지팡이를 짚은 채 1만km 이상의 거리를 이동, 잔인한 독재정권에서 탈출하여 자유를 찾아 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며 이제는 인조 다리를 갖게 되었지만 자유를 찾는 대장정의 도구였던 목발을 들어 보이라고 말했고 지성호씨는 오른팔로 목발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 누구에게도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핵문제를 훨씬 넘어서서 김정은 정권의 잔인함을 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미국 사람들의 51%는 오토 웜비어 군이 죽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작년 7월의 여론 조사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군사적 수단 외에는 없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경우 73%가 군사적 해결이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전이 시작되기 이미 오래전인 작년 여름에도 미국 국민들이 군사적 해결 방법에 동의했다는 사실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엇나가는 한국
 
  김정은의 대화론을 가급적 액면 그대로 믿고 싶어 하며, 남북대화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한국 정부의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모습은 지금 미국과 지속적인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대화란 주거니받거니 하는 관계가 원칙이지만, 언젠가부터 남북대화는 일방적인 관계로 변질되고 말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과 북한은 대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북한은 경기를 벌이는 선수인 동시에 심판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혹시 북한이 심판 노릇도 할 수 있는 상황은 한국 스스로 부여한 것이 아닐까? 한국은 이미 오랫동안 북한이 대화하자면 언제라도 이에 응해 주었고 북한이 관두자면 아무런 항의도 못한 채 다음번 대화를 고대하곤 했었다.
 
  2018년 1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대화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자기 멋대로 시간도 연기하고 행사도 취소했다. 북한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인 상황이다. 한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줌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스스로 북한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주고 싶지만 미국 때문에 그것도 못하고 있다. 올림픽 바로 전날 열병식(閱兵式)을 벌이겠다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우연의 일치”라며 변호해 주는 판이다. 매년 4월 25일 벌였던 열병식을 갑자기 올림픽 개최 하루 전날로 옮긴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는 없을 것이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미국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올림픽 개막 전날 북한의 열병식에 시비를 걸고 나왔다.
 
  북한의 말을 잘 들어주면 북한이 감동을 받아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이루어줄까? 한국 정부 관리들이 말하는 “올림픽을 위한 대화가 궁극적으로 핵 폐기를 위한 대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허무한 믿음을 전략적인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안보정책은 ‘비관론’에 근거해야
 
  국가 안보를 책임진 지도자들은 언제라도 ‘비관론’에 근거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법칙이 있다. 국제정치 그 자체가 비극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70년 이상 북한을 보고서도 북한의 행동 기준과 원칙을 모르고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국가 안보를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최고의 법은 김일성의 유훈(遺訓)이다. 김일성은 생존 시 “남조선이 소멸되는 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우리의 소멸을 진정한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미국이 기왕에 국제적으로 합의된 대북제재 조치를 어길 경우 한국도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색하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미국을 야속하다고 원망하기 전에 자기 가족을 고사총으로 쏘아 사체의 흔적조차 없애 버리고 자신을 보좌하던 대장급 장성을 소총 90발로 쏘아 죽였다는 인간이 진정한 설득과 대화와 지원의 대상이 되는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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