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 20년 통해 삶의 질·지역특화 향상됐지만 중앙집권적 구조는 그대로”
⊙ 지방자치 규제 철폐하면 창조경제 달성하고 규제개혁도 해결
⊙ “정당공천제 폐지·지방분권형 改憲 추진하고 지방자치법 22조 단서조항 당장 없애야”
⊙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 고려할 때 이해돼
趙忠勳
⊙ 62세. 국민대 행정학과 졸업. 중앙대 행정대학원 석사.
⊙ 한국JC중앙회장, 새천년민주당 직능위원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民選 4·7대 순천시장 역임. 현 순천시장.
⊙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표창 수상.
⊙ 지방자치 규제 철폐하면 창조경제 달성하고 규제개혁도 해결
⊙ “정당공천제 폐지·지방분권형 改憲 추진하고 지방자치법 22조 단서조항 당장 없애야”
⊙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 고려할 때 이해돼
趙忠勳
⊙ 62세. 국민대 행정학과 졸업. 중앙대 행정대학원 석사.
⊙ 한국JC중앙회장, 새천년민주당 직능위원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民選 4·7대 순천시장 역임. 현 순천시장.
⊙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표창 수상.
지난 3월 19일, 전남 순천시 중앙동 지하상가. 조충훈(趙忠勳) 순천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관계 인사, 90여 점포 상인 등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순천씨내몰’ 개장식이 열리고 있었다. 순천을 대표하던 이곳 중앙상가는 2000년 들어 상권이 축소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간은 사실상 폐업(閉業)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조충훈 시장은 2012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후 ‘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예산 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고 마침내 개장식을 한 것이다. 순천 상권 활성화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상가연합회로부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 달라’는 상인들의 뜻이 담긴 운동화를 전달받았다.
‘지방자치 하면 나라 망한다’?
조충훈 시장은 작년 6·4 지방선거에서 재선(再選)되면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순천 중앙동 지하상가 현장에서 만난 조 시장은 “일주일에 순천과 서울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고 했다. 올해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자치(自治)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20년 전, 지방자치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논의할 때 어떤 국무위원은 ‘지방자치 하면 나라 망한다’고 했어요. 격세지감이지요. 지난 20년간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고 특히 지역특화 측면에서 많이 발전했습니다. 지방자치는 이제 시대정신이자 국가 어젠다(agenda)입니다.”
조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초부터 강조한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를 지방자치와 연계해 풀어 갔다.
“박 대통령은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규제개혁을 얘기했는데 최근 통계를 보면 3%밖에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요. 어떻게 하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규제는 ‘지방자치 규제’와 맞물려 있어요.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지방을 통제합니다. 지방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면 됩니다. 그러려면 중앙정부 관료나 여의도 정치인부터 ‘중앙’ 마인드를 빨리 없애야 해요.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예요. 지방을 발전시키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면 창조경제를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해법이 지방에 있음에도 중앙집권적 체제가 여전한 이유에 대해 조 시장은 정치, 재정, 권한별로 나눠 설명했다.
“2012년 대선(大選) 때 여야(與野) 대통령 후보는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작년 지방선거 때 없던 일이 돼 버렸죠. 권력을 나누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당 공천으로 주민의사가 왜곡되고, 각종 비리와 공천잡음이 끊이지 않고, 선거비용도 많이 들어 차라리 ‘지방자치 하지 말자’는 극단적 주장도 나옵니다. 정당공천은 지금 당장 폐지돼야 합니다.”
조 시장은 “재정 문제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지방세 구조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지방세를 늘리겠다며 담뱃값 2000원을 올렸지만 오히려 지방세 수입이 줄어든 곳도 있어요. 중앙 8, 지방 2의 지방세 구조에서 지방자치 발전은 요원합니다. 취약한 지방재정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요. 자주재원(自主財源·여러 재원 중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거둬들이는 수입)의 비율을 단계별로 확대시켜 중앙 6, 지방 4 수준까지 올려야 해요. 사회복지 사업과 같은 국가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의 예산 비율을 높여 지자체의 지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그의 설명처럼, 현재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는 재산 과세(課稅)에 기반한 지방세 수입구조 때문이다. 부동산경기 침체, 부동산 비과세 감면정책, 부동산 관련 취득세 인하 등에 따른 지방세입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1995년 민선자치 이후, 국세(國稅) 대 지방세(地方稅) 비중은 8 대 2로 고착화하는 가운데 재정자립도는 63.5%에서 50.3%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25개(54.4%)가 자체 지방세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취약한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산과세 위주의 지방세를 소비와 소득과세 중심으로 개편해 자주재원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중앙·지방의 권한 不平等 구조 깨야
최근 정부는 재정 여건이 회복 불가능한 자치단체에 대해 국가가 재정관리관을 파견, 회생을 돕는 ‘자치단체 긴급재정 관리제도’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조 시장은 “지금과 같은 재정구조하에서는 일방적으로 자치단체에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방만한 지방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재정 관리제도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중앙과 지방의 재정구조하에서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로 사실상 고정돼 있고, 동시에 지방재정 수입은 점점 줄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지방재정 위기의 모든 책임을 지방에 전가하는 것은 자칫 지방자치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후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모아 놓고 지방자치 관련 정책간담회를 연 적이 거의 없습니다. 광역자치단체·광역의회 중심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풀뿌리 지방자치의 핵심은 기초자치단체·기초의회입니다. 대통령의 지방자치 관련 행사 참석 횟수나 자치제도 관련 발언내용을 비교해 보면 역대(歷代) 정권 중 현 정부의 수준이 가장 낮아요. 대통령께서 더욱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조 시장은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과 관련해서 지금과 같은 ‘불평등 구조’를 깨야 한다고 했다. 현재 중앙정부는 지방분권(分權)에 동의하면서도 중앙의 권한과 기능을 이양하기보다는 지방의 책임·투명성만 강조하고 있고, 현재의 지방정부 수준으로는 중앙의 권한을 이양받을 입장도 못 된다고 비판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중앙·지방 간 일방적인 수직관계가 20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 통제하는 畸形 현상
그는 “지난 20년간 시대정신으로서 지방자치를 인정, 일부 중앙 권한을 시·도 광역자치단체 중심으로 이양해 왔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광역자치단체가 오히려 기초자치단체를 통제하는 기형적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의 역할을 입체적으로 재편해야 해요. 기초단체는 주민참여를 통한 행정의 민주성을 추구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광역단체는 능률성을 통한 지역민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에 정책비중을 많이 둬야 합니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가 이렇게 역할과 기능을 분담할 경우 현대적 지방자치의 패러다임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 시장은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비롯, 광역단체장협의회, 지방의회(기초·광역)의장협의회 등 4대 협의체와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중앙·지방 간 협력회의’를 만들어 지방자치와 국가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지난 2011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의 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중앙정부가 지방 관련 법안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지방협의체 6개 단체’를 참여토록 하고 있다. 지방협의체 6개 단체로는 지사회, 광역의회의장회, 시장회, 시의회의장회, 정촌장회, 정촌의회의장회 등이 있다.
조 시장이 대표회장으로 있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3월 행자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특별·광역시 자치구군 폐지방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조 시장은 “자치구를 폐지한다는 것은 대도시 지역의 풀뿌리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국민적 합의나 당사자인 자치구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나온 정부안(案)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했다. 그는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의 지방자치에 대한 의지와도 전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영유아 보육·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정책은 국가사무에 해당하는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복지혜택 남발’로 기초자치단체가 복지디폴트(지급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對)국민 호소문까지 냈다. 그는 복지비 부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지방예산 증가율은 5.2%인 데 비해 사회복지 예산의 평균 증가율은 12.6%입니다. 거의 두 배가량 차이가 있어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기초연금만 하더라도 올해부터 연간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더구나 2013년부터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지방비 부담이 늘어났습니다. 순천시의 경우 복지비용만 볼 때 2012년 185억원에서 2014년 247억원으로 약 33.5%가 증가했습니다. 그나마 시·군의 형편은 조금 나은 편입니다. 노인과 영유아가 많은 특별시·광역시 자치구의 경우, 복지비 재정부담이 전체 예산의 50%를 초과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조 시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과 관련해 “보편적 복지가 만능이 아니다. 어린이 밥상을 뺏는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지만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홍 지사의 조치가 일면 이해된다”고 했다.

두 개뿐인 현행 憲法 자치조항
개헌(改憲)과 지방자치 관련 법률 개정 문제 또한 지방자치 전문가들이나 유관 단체에서는 해묵은 과제다. 현재 우리 헌법의 지방자치 조항은 117조(자치사무 규정), 118조(의회규정) 단 두 조항에 불과하다. 현행 헌법하에서 지방자치가 시행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난 20년간 국내외 여건도 많이 바뀌었고 중앙·지방의 이해관계도 더욱 복잡해진 상황에서 현행 헌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조 시장은 “정치권에서 개헌 얘기를 할 때 분권형 대통령제 등 주로 권력구조만 거론하는데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국가의 기본 형태와 과제를 규정하는 헌법 전문(前文)이나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또 지방자치 관련 조항을 추가하고 내용도 명확하게 해야 해요. 자치단체의 위상을 ‘지방정부’로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은 물론 광역과 기초 간의 종속(從屬)관계도 개선해야 해요. 지방의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고, 지방의 자치조직권과 자치사무 등 역할 배분에 대한 규정도 넣어야 합니다. 지방재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지방의 자주재정권을 명시하고, 지방의 과세 권한도 보장해야 합니다. 독일처럼, 국회에 ‘지역대표형 의원’을 둬 지방이 중앙정부를 견제하거나 상호 공조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해요.”
시급히 개정해야 할 지방자치 관련 법률로 ‘지방자치법’이 거론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지방자치법은 자치사무와 기관위임사무, 단체위임사무에 대한 구분 기준을 두고 있지만 명확하지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업무상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 않고, 이로 인해 행정효율성이 저해되며, 시·도의 위임사무가 다시 시·군·구로 재(再)위임돼 기초단체의 업무부담이 늘고 있다고 한다. 조 시장은 “기관위임사무 규정을 폐지하고 자치사무와 법정수임사무로 구분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조항으로 인해 지방의 자치입법권이 지나치게 제약되고 있는데 지방분권형 개헌을 당장 추진할 수 없다면 지방자치법 22조 단서조항만이라도 하루빨리 삭제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조례에 관한 내용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에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조례로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지방 소외’ 응답자 77.4%가 공감
조 시장은 자치분권 확대를 위해 현재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할 수 있는 게 ‘지방분권 조례 제정’이라고 했다. 현재 ‘자치분권 촉진·지원 조례’를 제정한 기초자치단체는 순천시를 비롯해 수원시, 대구 수성구 등 3곳이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부산, 대구, 광주 등 8개 단체가 제정했다. 지방분권 조례 제정은 올해 전국적으로 확대를 촉구할 예정이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지난 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중앙에 치우쳐 있고 지방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방 소외론’에 대해 응답자의 77.4%가 공감했다. ‘특별·광역시 자치구 폐지’에 대해서는 68.1%가 반대했다. 지방자치 활성화 과제로는 지방재정의 안정성 확보(31.7%), 주민들의 참여기회 확대(27.2%),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25.5%) 순으로 응답했다. 정당공천제 폐지(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회의원 정당공천 배제)에 대해서는 67.6%가 찬성했다.
조 시장은 교육자치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재정과 교육재정이 별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국가와 지방의 재정자원이 효율적이고 책임성 있게 활용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자치단체의 교육재정 부담은 과거 지방세에 부가되던 국세·교육세가 ‘지방교육세’로 개편되고, 자치단체의 각종 교육 전출금이 확대되기 시작한 2001년을 전후로 급증했어요. 자치단체의 교육자치단체 재정지원은 25% 수준까지 늘어났습니다. 향후 자치단체가 교육지원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적 관점에서 지방 일반재정과 지방 교육재정의 예산편성, 집행과정의 연계 및 통합을 이뤄 재원의 효율화를 꾀해야 해요. 물론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관여하지 않는 범위 내에 이뤄져야겠지요.”
조 시장은 “대한민국 성장동력은 지방에 있고 지역발전이 결국 대한민국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은 지방자치에 달려 있다고 확신합니다. 국가 사업을 제외하고 지역단위 사업 및 개별사업과 관련된 계획수립, 인허가, 투자 권한은 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해요. 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과 핵심 역량에 기초해 특성화한 사업계획을 수립·집행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조 시장은 지역 환경과 문화 여건을 기반으로 최적의 결과를 내놓고 있는 순천이 지역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라 했다. 천혜의 생태습지 순천만(順天灣), 700년 된 순천부읍성, 250년 된 순천향교, 100년 된 기독교역사박물관 등을 갖고 있는 순천시는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녹색성장 모범도시로 선정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현 정부는 ‘수목원법’을 개정, 정원박람회가 열렸던 순천만 정원을 조만간 국가정원(庭園)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순천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13개 도시재생 선도지역 중 하나로 뽑혔다.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란 기존 산업의 쇠퇴, 도심 공동화 현상,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시도를 의미한다. 서구에서는 오래 전에 보편화한 개념으로 우리나라는 2010년에야 도입됐다. 순천의 경우, 시민들이 직접 도시재생 전략을 짰다고 한다. 원도심 주민대표 60명이 ‘자연과 문화를 토대로 엮어 내는 천가지로(天街地路)’라는 개념까지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조충훈 시장의 말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민 주도로 도시재생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순천은 구(舊)도심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현안입니다. 순천시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구성했고, 원도심상권활성화재단도 설립했습니다. 구도심 개발과 관련해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도시재생과 개발은 전혀 달라요.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해요. 도시재생의 핵심사업은 순천부읍성 역사문화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원도심 랜드마크로 조성해 시민들에게는 역사적 자긍심을 갖게 할 예정입니다.”
전국 최초 정시 퇴근제 실시
순천시는 전국에서 자원봉사 시스템이 가장 잘 마련돼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때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동참해 인건비 절약에 크게 기여했다.
순천시는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18시30분 정시 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조 시장은 “저녁 삶이 중요하다. 가족들과 저녁 같이 먹고, 취미생활도 하는 게 업무 효율도 높인다”고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고 있다. 시청 공무원들에게 흰색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도 못하게 하고 있다. 경직된 사고(思考)를 바꾸기 위해서다.
조 시장은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다. 지역 리더는 100년 후의 역사를 현재 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 하면 나라 망한다’?
조충훈 시장은 작년 6·4 지방선거에서 재선(再選)되면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순천 중앙동 지하상가 현장에서 만난 조 시장은 “일주일에 순천과 서울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고 했다. 올해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자치(自治)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20년 전, 지방자치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논의할 때 어떤 국무위원은 ‘지방자치 하면 나라 망한다’고 했어요. 격세지감이지요. 지난 20년간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고 특히 지역특화 측면에서 많이 발전했습니다. 지방자치는 이제 시대정신이자 국가 어젠다(agenda)입니다.”
조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초부터 강조한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를 지방자치와 연계해 풀어 갔다.
“박 대통령은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규제개혁을 얘기했는데 최근 통계를 보면 3%밖에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요. 어떻게 하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규제는 ‘지방자치 규제’와 맞물려 있어요.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지방을 통제합니다. 지방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면 됩니다. 그러려면 중앙정부 관료나 여의도 정치인부터 ‘중앙’ 마인드를 빨리 없애야 해요.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예요. 지방을 발전시키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면 창조경제를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해법이 지방에 있음에도 중앙집권적 체제가 여전한 이유에 대해 조 시장은 정치, 재정, 권한별로 나눠 설명했다.
“2012년 대선(大選) 때 여야(與野) 대통령 후보는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작년 지방선거 때 없던 일이 돼 버렸죠. 권력을 나누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당 공천으로 주민의사가 왜곡되고, 각종 비리와 공천잡음이 끊이지 않고, 선거비용도 많이 들어 차라리 ‘지방자치 하지 말자’는 극단적 주장도 나옵니다. 정당공천은 지금 당장 폐지돼야 합니다.”
조 시장은 “재정 문제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지방세 구조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지방세를 늘리겠다며 담뱃값 2000원을 올렸지만 오히려 지방세 수입이 줄어든 곳도 있어요. 중앙 8, 지방 2의 지방세 구조에서 지방자치 발전은 요원합니다. 취약한 지방재정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요. 자주재원(自主財源·여러 재원 중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거둬들이는 수입)의 비율을 단계별로 확대시켜 중앙 6, 지방 4 수준까지 올려야 해요. 사회복지 사업과 같은 국가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의 예산 비율을 높여 지자체의 지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그의 설명처럼, 현재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는 재산 과세(課稅)에 기반한 지방세 수입구조 때문이다. 부동산경기 침체, 부동산 비과세 감면정책, 부동산 관련 취득세 인하 등에 따른 지방세입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1995년 민선자치 이후, 국세(國稅) 대 지방세(地方稅) 비중은 8 대 2로 고착화하는 가운데 재정자립도는 63.5%에서 50.3%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25개(54.4%)가 자체 지방세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취약한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산과세 위주의 지방세를 소비와 소득과세 중심으로 개편해 자주재원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중앙·지방의 권한 不平等 구조 깨야
![]() |
지난 3월 19일, ‘순천씨내몰’ 개장식에서 상가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 달라’는 뜻이 담긴 운동화를 전달받는 조충훈 시장. |
“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방만한 지방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재정 관리제도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중앙과 지방의 재정구조하에서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로 사실상 고정돼 있고, 동시에 지방재정 수입은 점점 줄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지방재정 위기의 모든 책임을 지방에 전가하는 것은 자칫 지방자치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후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모아 놓고 지방자치 관련 정책간담회를 연 적이 거의 없습니다. 광역자치단체·광역의회 중심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풀뿌리 지방자치의 핵심은 기초자치단체·기초의회입니다. 대통령의 지방자치 관련 행사 참석 횟수나 자치제도 관련 발언내용을 비교해 보면 역대(歷代) 정권 중 현 정부의 수준이 가장 낮아요. 대통령께서 더욱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조 시장은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과 관련해서 지금과 같은 ‘불평등 구조’를 깨야 한다고 했다. 현재 중앙정부는 지방분권(分權)에 동의하면서도 중앙의 권한과 기능을 이양하기보다는 지방의 책임·투명성만 강조하고 있고, 현재의 지방정부 수준으로는 중앙의 권한을 이양받을 입장도 못 된다고 비판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중앙·지방 간 일방적인 수직관계가 20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 통제하는 畸形 현상
![]() |
순천시는 전국에서 자원봉사 시스템이 가장 잘 마련돼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때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동참해 인건비를 크게 줄였다. 자원봉사자인 정율순 자연생태해설사가 순천만 생태공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기초단체와 광역단체의 역할을 입체적으로 재편해야 해요. 기초단체는 주민참여를 통한 행정의 민주성을 추구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광역단체는 능률성을 통한 지역민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에 정책비중을 많이 둬야 합니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가 이렇게 역할과 기능을 분담할 경우 현대적 지방자치의 패러다임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 시장은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비롯, 광역단체장협의회, 지방의회(기초·광역)의장협의회 등 4대 협의체와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중앙·지방 간 협력회의’를 만들어 지방자치와 국가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지난 2011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의 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중앙정부가 지방 관련 법안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지방협의체 6개 단체’를 참여토록 하고 있다. 지방협의체 6개 단체로는 지사회, 광역의회의장회, 시장회, 시의회의장회, 정촌장회, 정촌의회의장회 등이 있다.
조 시장이 대표회장으로 있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3월 행자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특별·광역시 자치구군 폐지방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조 시장은 “자치구를 폐지한다는 것은 대도시 지역의 풀뿌리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국민적 합의나 당사자인 자치구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나온 정부안(案)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했다. 그는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의 지방자치에 대한 의지와도 전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영유아 보육·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정책은 국가사무에 해당하는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복지혜택 남발’로 기초자치단체가 복지디폴트(지급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對)국민 호소문까지 냈다. 그는 복지비 부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지방예산 증가율은 5.2%인 데 비해 사회복지 예산의 평균 증가율은 12.6%입니다. 거의 두 배가량 차이가 있어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기초연금만 하더라도 올해부터 연간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더구나 2013년부터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지방비 부담이 늘어났습니다. 순천시의 경우 복지비용만 볼 때 2012년 185억원에서 2014년 247억원으로 약 33.5%가 증가했습니다. 그나마 시·군의 형편은 조금 나은 편입니다. 노인과 영유아가 많은 특별시·광역시 자치구의 경우, 복지비 재정부담이 전체 예산의 50%를 초과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조 시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과 관련해 “보편적 복지가 만능이 아니다. 어린이 밥상을 뺏는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지만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홍 지사의 조치가 일면 이해된다”고 했다.

개헌(改憲)과 지방자치 관련 법률 개정 문제 또한 지방자치 전문가들이나 유관 단체에서는 해묵은 과제다. 현재 우리 헌법의 지방자치 조항은 117조(자치사무 규정), 118조(의회규정) 단 두 조항에 불과하다. 현행 헌법하에서 지방자치가 시행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난 20년간 국내외 여건도 많이 바뀌었고 중앙·지방의 이해관계도 더욱 복잡해진 상황에서 현행 헌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조 시장은 “정치권에서 개헌 얘기를 할 때 분권형 대통령제 등 주로 권력구조만 거론하는데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국가의 기본 형태와 과제를 규정하는 헌법 전문(前文)이나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또 지방자치 관련 조항을 추가하고 내용도 명확하게 해야 해요. 자치단체의 위상을 ‘지방정부’로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은 물론 광역과 기초 간의 종속(從屬)관계도 개선해야 해요. 지방의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고, 지방의 자치조직권과 자치사무 등 역할 배분에 대한 규정도 넣어야 합니다. 지방재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지방의 자주재정권을 명시하고, 지방의 과세 권한도 보장해야 합니다. 독일처럼, 국회에 ‘지역대표형 의원’을 둬 지방이 중앙정부를 견제하거나 상호 공조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해요.”
시급히 개정해야 할 지방자치 관련 법률로 ‘지방자치법’이 거론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지방자치법은 자치사무와 기관위임사무, 단체위임사무에 대한 구분 기준을 두고 있지만 명확하지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업무상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 않고, 이로 인해 행정효율성이 저해되며, 시·도의 위임사무가 다시 시·군·구로 재(再)위임돼 기초단체의 업무부담이 늘고 있다고 한다. 조 시장은 “기관위임사무 규정을 폐지하고 자치사무와 법정수임사무로 구분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조항으로 인해 지방의 자치입법권이 지나치게 제약되고 있는데 지방분권형 개헌을 당장 추진할 수 없다면 지방자치법 22조 단서조항만이라도 하루빨리 삭제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조례에 관한 내용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에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조례로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조충훈 시장이 뽑은 지방자치 3大 성공사례 조충훈 시장은 지방자치 20년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정보공개법 제정을 가져온 청주시 주민 정보공개조례, 수원시 화장실 혁명, 그리고 국가정원법을 가져온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꼽았다. 먼저 청주시의 주민 정보공개조례.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청주시의회에서 시민에게 정보를 공개해 시민역량을 키우고 투명한 행정을 통해 부패를 줄인다는 취지로 정보공개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당시 내무부는 “상위법에도 없는 일을 한다”며 청주시장으로 하여금 청주시의회에 재의(再議)요구를 하도록 했다. 시의회가 조례안을 재의결하자 내무부는 대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례가 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1년 만에 180여 개의 자치단체들이 이를 본받아 정보공개조례를 제정했고 마침내 중앙정부도 1996년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조 시장은 “한 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방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변화시킨,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이룬 좋은 사례”라고 했다. 수원시 화장실혁명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시작됐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개선하려고 해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심재덕 수원시장은 화장실 개념을 단순히 ‘용변 보는 곳’이 아닌 ‘휴식하는 곳’으로 바꿨다. 이런 소식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30여 개국이 벤치마킹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역 개선 사례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준 대표적인 예다. 2013년 순천에서 열린 국제정원박람회는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국제 행사 중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 시장은 “창조경제의 모델”이라고 했다. 순천 정원박람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원(庭園)을 주제로 한 국제박람회였다. 사업 초기 중앙정부는 물론 순천시민들조차 “무모한 일”이라며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순천 정원박람회는 자연과 생태라는 시대정신과 맞물려 국내·외에서 44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맞이했다. 유료 관람객 386만명으로 87.7%의 이례적인 성과까지 거뒀다. 행사 후 정부는 국가정원 개념을 도입, 지난해 ‘수목원법’을 개정했다. 조 시장은 “올해 8월쯤 정원박람회가 열린 순천만(順天灣)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
![]() |
국가정원 1호가 될 順天灣 정원. |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지난 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중앙에 치우쳐 있고 지방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방 소외론’에 대해 응답자의 77.4%가 공감했다. ‘특별·광역시 자치구 폐지’에 대해서는 68.1%가 반대했다. 지방자치 활성화 과제로는 지방재정의 안정성 확보(31.7%), 주민들의 참여기회 확대(27.2%),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25.5%) 순으로 응답했다. 정당공천제 폐지(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회의원 정당공천 배제)에 대해서는 67.6%가 찬성했다.
조 시장은 교육자치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재정과 교육재정이 별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국가와 지방의 재정자원이 효율적이고 책임성 있게 활용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자치단체의 교육재정 부담은 과거 지방세에 부가되던 국세·교육세가 ‘지방교육세’로 개편되고, 자치단체의 각종 교육 전출금이 확대되기 시작한 2001년을 전후로 급증했어요. 자치단체의 교육자치단체 재정지원은 25% 수준까지 늘어났습니다. 향후 자치단체가 교육지원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적 관점에서 지방 일반재정과 지방 교육재정의 예산편성, 집행과정의 연계 및 통합을 이뤄 재원의 효율화를 꾀해야 해요. 물론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관여하지 않는 범위 내에 이뤄져야겠지요.”
조 시장은 “대한민국 성장동력은 지방에 있고 지역발전이 결국 대한민국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은 지방자치에 달려 있다고 확신합니다. 국가 사업을 제외하고 지역단위 사업 및 개별사업과 관련된 계획수립, 인허가, 투자 권한은 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해요. 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과 핵심 역량에 기초해 특성화한 사업계획을 수립·집행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조 시장은 지역 환경과 문화 여건을 기반으로 최적의 결과를 내놓고 있는 순천이 지역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라 했다. 천혜의 생태습지 순천만(順天灣), 700년 된 순천부읍성, 250년 된 순천향교, 100년 된 기독교역사박물관 등을 갖고 있는 순천시는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녹색성장 모범도시로 선정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현 정부는 ‘수목원법’을 개정, 정원박람회가 열렸던 순천만 정원을 조만간 국가정원(庭園)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순천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13개 도시재생 선도지역 중 하나로 뽑혔다.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란 기존 산업의 쇠퇴, 도심 공동화 현상,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시도를 의미한다. 서구에서는 오래 전에 보편화한 개념으로 우리나라는 2010년에야 도입됐다. 순천의 경우, 시민들이 직접 도시재생 전략을 짰다고 한다. 원도심 주민대표 60명이 ‘자연과 문화를 토대로 엮어 내는 천가지로(天街地路)’라는 개념까지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조충훈 시장의 말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민 주도로 도시재생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순천은 구(舊)도심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현안입니다. 순천시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구성했고, 원도심상권활성화재단도 설립했습니다. 구도심 개발과 관련해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도시재생과 개발은 전혀 달라요.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해요. 도시재생의 핵심사업은 순천부읍성 역사문화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원도심 랜드마크로 조성해 시민들에게는 역사적 자긍심을 갖게 할 예정입니다.”
전국 최초 정시 퇴근제 실시
순천시는 전국에서 자원봉사 시스템이 가장 잘 마련돼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때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동참해 인건비 절약에 크게 기여했다.
순천시는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18시30분 정시 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조 시장은 “저녁 삶이 중요하다. 가족들과 저녁 같이 먹고, 취미생활도 하는 게 업무 효율도 높인다”고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고 있다. 시청 공무원들에게 흰색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도 못하게 하고 있다. 경직된 사고(思考)를 바꾸기 위해서다.
조 시장은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다. 지역 리더는 100년 후의 역사를 현재 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