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가정 에너지 공급 부족 심각… 남한 가정의 7.9% 수준에 불과
⊙ 北 주민 91% , 나무·석탄·동물배설물을 主연료로 사용… 난방 못하고 겨울철 보내
⊙ 軍部, 조직적으로 군수용 기름 장마당에 내다팔아… 이를 구입해 사용하는 주민 늘어
⊙ 월평균 조명등 사용 일수 14~16일, 하루 평균 3.7시간 사용
⊙ 北 주민 91% , 나무·석탄·동물배설물을 主연료로 사용… 난방 못하고 겨울철 보내
⊙ 軍部, 조직적으로 군수용 기름 장마당에 내다팔아… 이를 구입해 사용하는 주민 늘어
⊙ 월평균 조명등 사용 일수 14~16일, 하루 평균 3.7시간 사용
-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야심차게 건설한 희천수력발전소.
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 정책 수립 등을 연구하는 정부출연기관)은 최근 탈북자 350명을 대상으로 북한의 민생용(民生用·가정 및 상업부문) 에너지 사용 실태를 심층 조사했다.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한 가구당 소비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수 백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상세히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생에너지 소비부문은 남북 에너지 협력 구도에서도 소외돼 왔다. 이번 조사는 북한 민생용 에너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분석을 통해 북한 가정의 에너지 소비에 관한 실증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추진됐다.
북한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면접조사 대상을 2011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이들로 한정했다. 조사 대상 탈북자 350 중에서 257명이 유효 답변을 했다. 북한 내(內) 지역별 현황을 비교하기 위해 응답자를 평양지역과 관서지방(황해도·평안도·자강도), 관북지방(함경도·양강도·강원도)으로 구분했다. 주거 유형별 거주자 수는 단독주택 154명, 아파트 또는 연립 103명이었다.
조사 결과, 북한 주민의 에너지 소비 실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11년도 북한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은 171만1000TOE(석유환산톤·발열량에 기초해 이를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로, 1985년(역대 최고수준)과 비교할 때 32.8%에 불과하다. 이는 2011년 우리의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2162만1000TOE)의 7.9% 수준이다. 북한에서는 사실상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주민은 원칙적으로 연료를 당국으로부터 배급받게 돼 있다. 그러나 지원이 급감하면서 자연(自然)으로부터 자체 조달하거나 장마당에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평양지역의 배급률은 20.6%로 타(他)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에너지 배급제는 오래 전에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식량보다 땔감 구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많아
주민이 사용하는 에너지 종류로는 석탄류(구멍탄과 석탄)와 나무류 등이 65%를 차지하고 석유, 중유, 전력 등은 35% 가량인 것으로 추정됐다. 겨울철 난방 기간 중 석탄(구멍탄 포함) 사용량은 관서지방 1.30kg, 관북지방 1.53kg, 평양지역이 1.88kg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탄 1개의 중량이 3.5kg임을 감안할 때, 구멍탄과 석탄을 합해도 하루 평균 연탄 반장 정도, 일주일에 연탄 2~3장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취사부문의 용도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가정이 난방을 하지 못하면서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시(常時) 난방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난방은커녕 끼니 해결을 위한 취사용 연료 취득도 어려워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프리카 등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사막화 지역의 경우, 취사용 연료를 구하기 위해 거의 모든 가정의 주부들이 매일 땔감을 찾아 주변을 헤매고 있는데 북한의 경우는 사막화 지역도 아닌데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식량보다 땔감을 구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많다고 한다.
현재 북한은 전력 부족으로 석탄광에서 석탄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며, 전철화된 철도 수송도 여의치 못해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흑백TV보다 컬러TV 더 많아… 평양 家庭 95% 컬러TV 보유
북한 가정의 에너지 조달 방식에 관한 조사에서 ‘장마당에서 구입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배급에 의한 연료 조달은 6.8%에 불과했다. 연료 배급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나마 일부 시행되는 배급제는 평양의 고위급 인사들과 일부 직장 간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스로 연료를 조달하는 비율은 42%였는데 자체 조달하는 주요 연료로는 땔감용 나무, 목재 등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무연탄, 갈탄 등 석탄류 순이었다.
연료별 사용량 조사에서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관서지방의 경우는 구멍탄의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관북지방은 석탄(무연탄·갈탄·진탄)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는 그나마 일부 남아 있는 배급 연료 종류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관서지방은 배급 연료의 대부분이 구멍탄이고, 관북지방은 석탄이다. 나무류의 사용량은 두 지방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의 배급 연료는 구멍탄, 석유, 프로판가스(LPG) 등이었다. 석탄류와 나무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평양에서 석탄과 나무 등을 구하려면 장마당에서 사야 한다. 평양 지역의 연료 이용 실태와 관련해 특이한 점은 난방용 86%, 취사용 14%로, 난방용 이용률이 관서·관북지방에 비해 훨씬 높다. 이는 평양이 타 지역에 비해 살 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명등(照明燈) 이용 현황과 관련해 평양의 월평균 사용 일수는 14~16일이었으며 1일 평균 사용 시간은 3.7시간으로 나타났다. 관서·관북지방의 월평균 사용 일수는 10~11일 정도이며, 1일 평균 이용 시간은 2시간 내외로 조사됐다. 평양의 전력 공급 상황이 타 지방에 비해 양호했다.
일반 가정에 설치돼 있는 조명등 개수는 평균 2.6개이며, 백열등 이용률이 형광등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형광등 보급률 자체가 낮은 데에 기인한다.
이번 조사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가전제품 보유 현황도 파악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가정은 대부분 TV를 보유하고 있으며, 컬러TV(브라운관+LCD)가 흑백TV보다 더 많다고 한다. 특히 평양의 경우, 95%가량이 컬러TV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냉장고 보급률은 평양이 가구당 0.4대로 가장 높았고, 관서·관북지방은 각각 0.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이 각종 에너지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한다’는 응답률이 51%였다. 그 다음으로 취사용 36%, 가전제품용 9%, 조명용 3% 순이었다. 에너지원으로는 석탄류(구멍탄+석탄)와 나무류 등 천연 에너지가 65%였고(구멍탄 37%, 석탄 4%, 나무류 등 24%), LPG·석유·중앙난방(중유 기준)·전력 등 비교적 고급 에너지는 약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특이한 점은 가정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이다. 근래 들어 취사용 LPG가 확산되고 있고, 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장마당에서 석유를 구입할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취사용 LPG는 평양에 거주하는 고위급 인사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북한 당국에 의해 공급 받는다고 한다. LPG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다.
소량(少量)이지만 현재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LPG의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2004년부터 LPG 가스를 연료용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은 일부 간부와 재일(在日) 귀국동포, 화교 등에 많다고 한다. 국경지역에서 LPG 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나선 특구로 하루 15t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석유 제품의 경우 이른바 ‘연유장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군(軍) 부대에서 빼돌려 장마당에 음성적으로 내다판다고 한다.
北 조종사들, 항공유 빼돌리기 위해 전투비행 시간 줄여
북한 주민들은 현실 생활에서 석탄, 석유, 전력, 가스 등 각종 에너지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까.
먼저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2011년 1034만7000TOE로, 1990년 1657만5000TOE에 비해 연평균 2.2%씩 감소했다.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1985년도에 최고였다고 한다. 석탄은 전력 생산용으로 사용하지만 대(對)중국 수출량이 2001년부터 점차 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연간 1100만t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열 에너지는 대부분 석탄과 땔나무이다. 석탄은 북한 가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북한에서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계층이 나뉜다. 땔감 나무를 사용하면 최하위 계층, 석탄 즉 갈탄을 쓰면 그보다 조금 나은 계층, 연탄을 사용하면 석탄 사용층보다 좀 더 나은 계층으로 분류된다.
북한에서 연탄은 구멍탄이라 불린다. 북한에는 연탄 제조 공장이 없어 주민이 직접 생산해 사용한다. 석탄과 진흙을 물과 함께 섞어 연탄을 만든다. 일부 가정은 연탄 제조 장비를 직접 갖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이웃은 장비를 빌려서 사용한다고 한다. 연탄 제조 장비는 주로 철물공장에서 만든다고 한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석탄 1t을 구입해 연탄을 만들면 350~360장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석탄은 품질이 낮아 화력이 세지 않다고 한다. 석탄 품질이 낮은 이유는 선탄(選炭) 설비가 노후화돼 있고 아울러 고(高)품질의 탄층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석유부문이다. 북한에서 석유 소비는 매우 제한적이다. 석유는 대부분 군사용, 수송용, 산업용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가정 및 기타부문의 석유 수요는 북한 당국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생부문에서 석유 소비가 적은 양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석유는 산업·수송·군사부문에서 장마당에 비밀리에 유출된다. 불법으로 시장에 나온 석유는 ‘연유 장사꾼’에 의해 북한 전역에 유통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서 쓸 수 있다고 한다.
유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연유(燃油)가 연유 장사꾼에 의해 유통된다. 북한군 당국이 ‘전투준비태세’ 훈련 기간 동안 항공기 연유 방출량을 늘리면 이를 틈타 해당 군부대가 기름을 빼돌려 민간(民間) 도·소매상에게 대량으로 넘긴다. 군용기는 이륙 전에 새 기름을 주입했다가 비행을 마치면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연유는 꺼내야 하는데, 군인들이 이를 ‘폐연유’로 취급해 외부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공군 조종사들의 경우, 3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연유를 항공기에 주입한 후 실제로는 2시간가량 비행해 폐연유를 확보한다. 연유 장사꾼들의 수요가 늘면 예비 탱크에 있는 연유까지 빼돌리기도 한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부대에서 나온 연유는 대체로 고급 항공유(航空油)로 색이 투명하기 때문에 폐연유로 위장하기 위해 기름 찌꺼기를 섞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기름을 ‘자력갱생 디젤유’라 부른다. 군부대 내에서의 연유 유출은 일상적으로 벌어져 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항공 부대는 폐연유의 일부를 군인 가족 세대에 공급해, 생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전기 사용 인구 2500만명 中 26%에 불과
북한은 현재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2011년 전기 생산량은 총 211억 kWh였다. 이 중 63%는 수력발전소에서, 나머지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했다. 2010년에 비해 수력발전소 비중이 57%에서 63%로 늘었고, 화력발전소의 비중은 43%에서 37%로 낮아졌다.
1990년에서 2011년 사이 발전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90년이었다(277억 kWh). 그 후 계속 감소해 1999년 186억kWh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2008년에는 255억kWh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해 2011년에는 1990년 발전량의 76.2% 수준에 그쳤다.
전력은 산업용과 민생용으로 구분된다. 북한의 경우, 수송용(輸送用) 전력 소비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철도가 전철화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북한은 세계에서 전기 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20개 국가군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00만명이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은 인도·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 등에 이어 세계 13번째로 비(非)전력 사용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북한 전체 인구 가운데 전기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은 26%로, 세계 평균 83%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도시지역 주민들도 37%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시골의 경우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가정은 하루에 2시간 정도 전기를 사용한다. 전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도 많다고 한다. 전기가 공급된다고 해도 저녁 취사 시간에 잠깐 1시간 정도 들어왔다가 곧 중단된다고 한다. 주민들은 전기가 공급되면 미리 준비한 배터리를 충전한다.
북한 가정에는 전력 계량기가 없다. 전기료는 사용량에 따라 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 전구가 몇 개 있는지, TV나 냉장고는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전기료는 매우 싸다고 한다.
북한에는 형광등보다 100W 백열등이 많다. 그러나 전기가 들어와도 전압이 낮아 제 밝기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가정들은 대개 변압기라는 것을 갖추고 있다. 변압기는 손으로 코일을 감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변압기가 없으면 전등을 켜도 촛불보다 밝지 않다고 한다.
전기가 공급되면 각 가정은 전압 전쟁이 벌어진다. 변압기 스위치를 최대로 올려 제대로 된 전력을 공급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전압이 불안정해 TV 등 가전기기들의 수명이 짧고 쉽게 고장 난다. 전구의 수명도 짧다고 한다.
자력갱생 전기장판
북한에서 연료는 식량과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취사·난방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온갖 머리를 쓴다. 한 시간만 전기가 들어와도 히터로 밥을 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석탄이나 나무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히터’는 전기를 쓰는 난방기구를 의미한다.
북한에도 전기장판이 있다. 대부분 마분지 위에 열선을 깔아 놓고 그 위에 다른 마분지를 붙여 만든 이른바 ‘자력갱생’ 전기장판이 많다. 히터 열선은 장마당에서 구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히터와 장판을 쓰지 말라”며 수시로 교육·단속하고 처벌까지 하는데도 히터나 장판 사용은 줄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가운데 난방이나 조리에 석유나 LPG 가스를 사용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59%이다. 북한 주민 91%에 해당하는 2220만명은 나무와 석탄, 동물 배설물 같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부분 가정들은 난방 및 취사 연료로 나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촌지역에서는 농업 부산물이 함께 사용되고 전기, 석탄 등이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황폐화된 북한의 국토를 더욱 황폐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산림이 파괴된 결정적인 원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벌목과 다락밭 조성 사업 때문이다. 다락밭은 산비탈을 벌목해 만든 밭으로, 경사면의 안정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토양 침식이 심각했다. 물을 댈 수도 없었다. 비(非)농사 기간에는 밭이 나지(裸地)로 노출되어 있어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나기 일쑤였다. 표면토가 씻겨 내려가 지력은 떨어졌으며 운반된 토사는 하천의 하상(河床)을 높여 하천 범람의 원인이 됐다.
땔감 채취 과정에 北 당국과 주민 간 갈등 심화
연료를 둘러싸고 주민들 간 다툼도 많다고 한다. 혹한을 이기지 못한 주민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유적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있다. 함흥시 사포구역에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 유적인 ‘본궁’의 마룻바닥이 주민들에 의해 뜯겨졌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땔감 채취 단속을 강화하면서 당국과 주민들 간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산림감독대와 국토감독대를 총동원해 산에서 나무를 해 오는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으며, 힘들여 땔감을 구한 주민들이 땔감은 물론 낫과 도끼까지 압수당하자 단속반에 강력 항의하는 상황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민생에너지 소비부문은 남북 에너지 협력 구도에서도 소외돼 왔다. 이번 조사는 북한 민생용 에너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분석을 통해 북한 가정의 에너지 소비에 관한 실증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추진됐다.
북한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면접조사 대상을 2011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이들로 한정했다. 조사 대상 탈북자 350 중에서 257명이 유효 답변을 했다. 북한 내(內) 지역별 현황을 비교하기 위해 응답자를 평양지역과 관서지방(황해도·평안도·자강도), 관북지방(함경도·양강도·강원도)으로 구분했다. 주거 유형별 거주자 수는 단독주택 154명, 아파트 또는 연립 103명이었다.
조사 결과, 북한 주민의 에너지 소비 실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11년도 북한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은 171만1000TOE(석유환산톤·발열량에 기초해 이를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로, 1985년(역대 최고수준)과 비교할 때 32.8%에 불과하다. 이는 2011년 우리의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2162만1000TOE)의 7.9% 수준이다. 북한에서는 사실상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주민은 원칙적으로 연료를 당국으로부터 배급받게 돼 있다. 그러나 지원이 급감하면서 자연(自然)으로부터 자체 조달하거나 장마당에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평양지역의 배급률은 20.6%로 타(他)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에너지 배급제는 오래 전에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식량보다 땔감 구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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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생산하는 석탄은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소용으로 사용하지만 일부는 중국으로 수출한다. 북한 최대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 내부. |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시(常時) 난방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난방은커녕 끼니 해결을 위한 취사용 연료 취득도 어려워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프리카 등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사막화 지역의 경우, 취사용 연료를 구하기 위해 거의 모든 가정의 주부들이 매일 땔감을 찾아 주변을 헤매고 있는데 북한의 경우는 사막화 지역도 아닌데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식량보다 땔감을 구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많다고 한다.
현재 북한은 전력 부족으로 석탄광에서 석탄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며, 전철화된 철도 수송도 여의치 못해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흑백TV보다 컬러TV 더 많아… 평양 家庭 95% 컬러TV 보유
북한 가정의 에너지 조달 방식에 관한 조사에서 ‘장마당에서 구입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배급에 의한 연료 조달은 6.8%에 불과했다. 연료 배급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나마 일부 시행되는 배급제는 평양의 고위급 인사들과 일부 직장 간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스로 연료를 조달하는 비율은 42%였는데 자체 조달하는 주요 연료로는 땔감용 나무, 목재 등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무연탄, 갈탄 등 석탄류 순이었다.
연료별 사용량 조사에서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관서지방의 경우는 구멍탄의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관북지방은 석탄(무연탄·갈탄·진탄)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는 그나마 일부 남아 있는 배급 연료 종류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관서지방은 배급 연료의 대부분이 구멍탄이고, 관북지방은 석탄이다. 나무류의 사용량은 두 지방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의 배급 연료는 구멍탄, 석유, 프로판가스(LPG) 등이었다. 석탄류와 나무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평양에서 석탄과 나무 등을 구하려면 장마당에서 사야 한다. 평양 지역의 연료 이용 실태와 관련해 특이한 점은 난방용 86%, 취사용 14%로, 난방용 이용률이 관서·관북지방에 비해 훨씬 높다. 이는 평양이 타 지역에 비해 살 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명등(照明燈) 이용 현황과 관련해 평양의 월평균 사용 일수는 14~16일이었으며 1일 평균 사용 시간은 3.7시간으로 나타났다. 관서·관북지방의 월평균 사용 일수는 10~11일 정도이며, 1일 평균 이용 시간은 2시간 내외로 조사됐다. 평양의 전력 공급 상황이 타 지방에 비해 양호했다.
일반 가정에 설치돼 있는 조명등 개수는 평균 2.6개이며, 백열등 이용률이 형광등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형광등 보급률 자체가 낮은 데에 기인한다.
이번 조사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가전제품 보유 현황도 파악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가정은 대부분 TV를 보유하고 있으며, 컬러TV(브라운관+LCD)가 흑백TV보다 더 많다고 한다. 특히 평양의 경우, 95%가량이 컬러TV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냉장고 보급률은 평양이 가구당 0.4대로 가장 높았고, 관서·관북지방은 각각 0.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이 각종 에너지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한다’는 응답률이 51%였다. 그 다음으로 취사용 36%, 가전제품용 9%, 조명용 3% 순이었다. 에너지원으로는 석탄류(구멍탄+석탄)와 나무류 등 천연 에너지가 65%였고(구멍탄 37%, 석탄 4%, 나무류 등 24%), LPG·석유·중앙난방(중유 기준)·전력 등 비교적 고급 에너지는 약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특이한 점은 가정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이다. 근래 들어 취사용 LPG가 확산되고 있고, 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장마당에서 석유를 구입할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취사용 LPG는 평양에 거주하는 고위급 인사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북한 당국에 의해 공급 받는다고 한다. LPG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다.
소량(少量)이지만 현재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LPG의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2004년부터 LPG 가스를 연료용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은 일부 간부와 재일(在日) 귀국동포, 화교 등에 많다고 한다. 국경지역에서 LPG 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나선 특구로 하루 15t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석유 제품의 경우 이른바 ‘연유장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군(軍) 부대에서 빼돌려 장마당에 음성적으로 내다판다고 한다.
北 조종사들, 항공유 빼돌리기 위해 전투비행 시간 줄여
북한 주민들은 현실 생활에서 석탄, 석유, 전력, 가스 등 각종 에너지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까.
먼저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2011년 1034만7000TOE로, 1990년 1657만5000TOE에 비해 연평균 2.2%씩 감소했다.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1985년도에 최고였다고 한다. 석탄은 전력 생산용으로 사용하지만 대(對)중국 수출량이 2001년부터 점차 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연간 1100만t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열 에너지는 대부분 석탄과 땔나무이다. 석탄은 북한 가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북한에서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계층이 나뉜다. 땔감 나무를 사용하면 최하위 계층, 석탄 즉 갈탄을 쓰면 그보다 조금 나은 계층, 연탄을 사용하면 석탄 사용층보다 좀 더 나은 계층으로 분류된다.
북한에서 연탄은 구멍탄이라 불린다. 북한에는 연탄 제조 공장이 없어 주민이 직접 생산해 사용한다. 석탄과 진흙을 물과 함께 섞어 연탄을 만든다. 일부 가정은 연탄 제조 장비를 직접 갖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이웃은 장비를 빌려서 사용한다고 한다. 연탄 제조 장비는 주로 철물공장에서 만든다고 한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석탄 1t을 구입해 연탄을 만들면 350~360장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석탄은 품질이 낮아 화력이 세지 않다고 한다. 석탄 품질이 낮은 이유는 선탄(選炭) 설비가 노후화돼 있고 아울러 고(高)품질의 탄층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석유부문이다. 북한에서 석유 소비는 매우 제한적이다. 석유는 대부분 군사용, 수송용, 산업용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가정 및 기타부문의 석유 수요는 북한 당국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생부문에서 석유 소비가 적은 양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석유는 산업·수송·군사부문에서 장마당에 비밀리에 유출된다. 불법으로 시장에 나온 석유는 ‘연유 장사꾼’에 의해 북한 전역에 유통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서 쓸 수 있다고 한다.
유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연유(燃油)가 연유 장사꾼에 의해 유통된다. 북한군 당국이 ‘전투준비태세’ 훈련 기간 동안 항공기 연유 방출량을 늘리면 이를 틈타 해당 군부대가 기름을 빼돌려 민간(民間) 도·소매상에게 대량으로 넘긴다. 군용기는 이륙 전에 새 기름을 주입했다가 비행을 마치면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연유는 꺼내야 하는데, 군인들이 이를 ‘폐연유’로 취급해 외부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공군 조종사들의 경우, 3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연유를 항공기에 주입한 후 실제로는 2시간가량 비행해 폐연유를 확보한다. 연유 장사꾼들의 수요가 늘면 예비 탱크에 있는 연유까지 빼돌리기도 한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부대에서 나온 연유는 대체로 고급 항공유(航空油)로 색이 투명하기 때문에 폐연유로 위장하기 위해 기름 찌꺼기를 섞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기름을 ‘자력갱생 디젤유’라 부른다. 군부대 내에서의 연유 유출은 일상적으로 벌어져 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항공 부대는 폐연유의 일부를 군인 가족 세대에 공급해, 생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전기 사용 인구 2500만명 中 26%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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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가정에서 사용하는 충전기. |
1990년에서 2011년 사이 발전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90년이었다(277억 kWh). 그 후 계속 감소해 1999년 186억kWh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2008년에는 255억kWh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해 2011년에는 1990년 발전량의 76.2% 수준에 그쳤다.
전력은 산업용과 민생용으로 구분된다. 북한의 경우, 수송용(輸送用) 전력 소비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철도가 전철화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북한은 세계에서 전기 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20개 국가군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00만명이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은 인도·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 등에 이어 세계 13번째로 비(非)전력 사용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북한 전체 인구 가운데 전기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은 26%로, 세계 평균 83%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도시지역 주민들도 37%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시골의 경우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가정은 하루에 2시간 정도 전기를 사용한다. 전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도 많다고 한다. 전기가 공급된다고 해도 저녁 취사 시간에 잠깐 1시간 정도 들어왔다가 곧 중단된다고 한다. 주민들은 전기가 공급되면 미리 준비한 배터리를 충전한다.
북한 가정에는 전력 계량기가 없다. 전기료는 사용량에 따라 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 전구가 몇 개 있는지, TV나 냉장고는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전기료는 매우 싸다고 한다.
북한에는 형광등보다 100W 백열등이 많다. 그러나 전기가 들어와도 전압이 낮아 제 밝기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가정들은 대개 변압기라는 것을 갖추고 있다. 변압기는 손으로 코일을 감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변압기가 없으면 전등을 켜도 촛불보다 밝지 않다고 한다.
전기가 공급되면 각 가정은 전압 전쟁이 벌어진다. 변압기 스위치를 최대로 올려 제대로 된 전력을 공급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전압이 불안정해 TV 등 가전기기들의 수명이 짧고 쉽게 고장 난다. 전구의 수명도 짧다고 한다.
자력갱생 전기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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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민은 연탄을 직접 제조해 난방용 또는 취사용으로 사용한다. |
북한에도 전기장판이 있다. 대부분 마분지 위에 열선을 깔아 놓고 그 위에 다른 마분지를 붙여 만든 이른바 ‘자력갱생’ 전기장판이 많다. 히터 열선은 장마당에서 구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히터와 장판을 쓰지 말라”며 수시로 교육·단속하고 처벌까지 하는데도 히터나 장판 사용은 줄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가운데 난방이나 조리에 석유나 LPG 가스를 사용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59%이다. 북한 주민 91%에 해당하는 2220만명은 나무와 석탄, 동물 배설물 같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부분 가정들은 난방 및 취사 연료로 나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촌지역에서는 농업 부산물이 함께 사용되고 전기, 석탄 등이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황폐화된 북한의 국토를 더욱 황폐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산림이 파괴된 결정적인 원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벌목과 다락밭 조성 사업 때문이다. 다락밭은 산비탈을 벌목해 만든 밭으로, 경사면의 안정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토양 침식이 심각했다. 물을 댈 수도 없었다. 비(非)농사 기간에는 밭이 나지(裸地)로 노출되어 있어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나기 일쑤였다. 표면토가 씻겨 내려가 지력은 떨어졌으며 운반된 토사는 하천의 하상(河床)을 높여 하천 범람의 원인이 됐다.
땔감 채취 과정에 北 당국과 주민 간 갈등 심화
연료를 둘러싸고 주민들 간 다툼도 많다고 한다. 혹한을 이기지 못한 주민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유적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있다. 함흥시 사포구역에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 유적인 ‘본궁’의 마룻바닥이 주민들에 의해 뜯겨졌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땔감 채취 단속을 강화하면서 당국과 주민들 간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산림감독대와 국토감독대를 총동원해 산에서 나무를 해 오는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으며, 힘들여 땔감을 구한 주민들이 땔감은 물론 낫과 도끼까지 압수당하자 단속반에 강력 항의하는 상황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