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북한정보 파일] 중국에서 만난 勞動黨 간부 증언 : 월간조선

2009년 11월 30일 단행한 화폐개혁 성공을 위해 북한은 중국에 생활물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간조선>(月刊朝鮮)이 최근 중국에서 만난 북한 노동당 간부는 “중국 정부가 이전부터 차관형식으로 10억 달러에 해당하는 상품(商品)을 공화국(이하 북한)에 주려 했다가, 공화국이 화폐개혁을 단행하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화폐개혁 직후 중국으로부터 공산품(工産品)과 식품(食品)을 무상(無償) 지원받기로 하고, 신의주에 생활물자를 실어나를 600여 대의 트럭을 지난 겨울 대기시켰으나, 중국은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이 600여 대의 트럭을 동원해 신의주 국경지대에서 중국의 원조물자를 받으려고 한 것을 보면, 화폐개혁 직전 북한 주민들에게 보안이 누설되면서 극심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 노동당 간부는 “공화국은 화폐개혁 초기, 사재기에 대비해 대규모 생활물자를 공급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생활물자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계획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해외 NGO단체들이 지원하는 긴급구호 물품들까지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노동당은 화폐개혁을 전후로 공화국에 지원된 대외 물자를 모조리 징발(徵發)했다”면서 “징발을 담당한 주체는 노동당 재정부”라고 했다. 그는 “이 조치는 인플레이션과 사재기를 염두에 둔 북한 당국이 기초 원자재 확보 차원에서 외부 지원물자까지 거둬들였던 것”이라고 했다.

다롄(大連)에서 남포(南浦)로 들어가는 ‘조선화물운송공사’에 따르면, 매주 컨테이너 100여 개 분량이 남포로 직송(直送)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의 후속조치로 생각한 생활물자의 중국조달 계획은 중국의 비협조로 처음부터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2009년 3월 총살설이 나도는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김정일(가운데)을 수행해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의 새 수영장을 방문했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구권(舊券)과 신권(新券)의 교환비율을 1대1로 정하고, 각 가구당 교환액수를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당초 북한은 화폐개혁 조치 이후 식량과 생필품 공급체계를 강화해 화폐개혁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후속조치를 계획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북한 당국이 시장을 폐쇄하고 주민들이 보유한 화폐를 회수해 가자, 주민들은 쌀을 비롯한 생필품을 수중(手中)에 쥐고만 있었던 것이다.

결국 민심이 흉흉해지자 북한 당국은 손을 들고 말았다. 금지했던 시장거래와 외화사용을 다시 허용했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100일 만에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되고 말았다. 최근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지난 3월 초 총살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왜 지원하지 않았다고 보느냐”고 묻자, 노동당 간부는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단언할 순 없지만, 6자회담 복귀 이전에 제재를 풀고 평화협정을 논의하자는 우리 측 견해를 둘러싸고 중국 측과 이견을 보였던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간부는 “공화국은 주민들이 달러를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자신감을 갖고 화폐개혁에 나섰던 것”이라고 했다. 2002년 7·1경제조치 이후, 개인사업 허용으로 돈을 번 계층이 늘면서 당정(黨政) 관료들과 결탁해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자, 김정일(金正日)이 정치질서 회복차원에서 화폐개혁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300달러짜리 휴대전화 날개 돋친 듯 팔리자 놀라

이집트의 오라스콤이 투자해 북한에서 판매하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 휴대전화 선전 포스터. 북한 당국은 300달러짜리 휴대전화가 날개 돋친 듯 팔리자 화폐개혁을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북한 체신부(우체국 주관)는 이집트의 이동통신사(社) ‘오라스콤’을 북한 내 이동통신 사업자로 허가했다. 이 노동당 간부는 “특히 공화국은 2008년 12월 15일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과 25 대 75 비율로 투자해 ‘고려링크’를 설립했다”면서 “유럽식 이동통신(GSM) 방식으로 평양에서 먼저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공화국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대부분은 ‘중국산’”이라고 했다. 휴대전화에 ‘심카드’를 장착하면 중국으로도 통화가 가능한 것이 매력이라고 한다.

오라스콤은 75%의 지분을 투자한 자회사 고려링크를 통해 2008년 12월부터 북한에서 3세대(3G) 방식의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공화국 체신부 산하 우체국은 15만~20만 대에 달하는 손전화(휴대전화)를 공급했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외화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던 공화국 사회에서 이례적으로 전화기 대금을 ‘달러’로 받았고, 매월 사용료는 내화(북한돈)로 결제토록 했다”고 했다.

휴대전화는 석 달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대당 300달러(33만8000원)씩이었고, 3000만 달러(338억원)의 돈이 북한 당국 수중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북한 당국도 달러가 이처럼 쏟아지는 것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당시 북한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북한 돈으로 2500원 수준이고, 북한 돈이 1달러당 1200∼1300원 선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1대와 인터넷 가입비가 1300달러(146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화국도 이집트 오라스콤 회사에 매달 25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전화기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오라스콤의 휴대전화는 상류층뿐 아니라 인민학교학생(초등학생)마저 소지하는 붐을 이룰 정도로 부유층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경만보>(重慶晩報) 3월 21일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2009년 3월 일반인의 휴대전화 사용을 재개했다. 2004년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금지했던 휴대전화 사용을 다시 허가한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인구 12만명

<중경만보>는 “북한에 휴대전화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2년 11월”이라며 “당시에는 라진과 선봉 경제특구에만, 그리고 노동당 인민위원회와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의 고위 간부들만 사용토록 했는데, 그로부터 1년 후인 2003년 11월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인구가 2만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사용 금지령은 북한의 최고 권부(權府)라고 할 수 있는 국방위원회가 내렸으며, 이후 인민보안성이 휴대전화 몰수(沒收)에 나섰고 이로 인해 불만이 컸다고 한다. 현재 휴대전화 사용인구는 12만명에 이른다. 북한 인구의 200분의 1 수준이다.

노동당 간부는 “박남기 재정부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유는, 화폐개혁을 ‘당 중앙’이 이미 승인하기는 했지만, 시기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면서 “게다가 보안유지를 하지 못해 화폐개혁 전에 ‘큰손’들이 이미 상품 사재기로 갈아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후 아직까지 화폐개혁의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난 4월 초순, 용천항(港)을 통해 180t의 조연(粗鉛·납광석)이 실렸을 뿐, 중국과의 국경 무역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공화국 내의 큰손들은 달러로 무역결제를 하는 편”이라면서 “조선화폐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또 “화폐개혁은 시장기능을 정지시킴으로써 물자공급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촉발함으로써 당초 의도한 물가안정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했다.

駐 선양 북한영사 사망사건

북한의 새로 발행된 화폐들.

최근 북한이 “2009년 10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선영사(領事)가 자살이 아니라 살해됐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영사 사망사건이 북·중(北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선양총영사관 김모 영사는 2009년 10월 30일경 선양의 훈허(渾河)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될 당시 특별한 외상(外傷)은 없었으며, 중국 당국은 음독(飮毒)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인(死因)을 조사 중이었다.

노동당 간부도 “중국 공안 관계자들은 ‘부검 결과 타살로 볼 만한 흔적이 없었고, 그가 금전 문제에 얽혀 있었던 정황 등을 고려,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해 왔다”며 “우리 주장은 중국 공안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했다.

만일, 북한 영사가 ‘살해(殺害)’됐다면 그 자체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혈맹(血盟) 관계인 북한 외교관이 자국 내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적 언급을 꺼려 왔다.

북한당국이 공개적으로 피살 가능성을 중국 측에 제기하면서 중국 공안 당국의 조치가 안이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만큼, 중국 측은 이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 영사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는지, 자살이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북한 측 주장대로 타살이 맞다면 사건 경위와 가해자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는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당 간부도 “김 영사가 살해됐고 이미 확보된 시신(屍身)의 신원 확인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외국 외교관의 신변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국 공안으로서 그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살해됐다는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이 자살이라고 분명한 결론을 내리게 되면, 사망 원인을 둘러싼 북·중 간 양보할 수 없는 ‘진실게임’이 펼쳐질 전망이다.

노동당 간부는 “선양 주재 공화국 영사 김씨의 소속은 무역성(貿易省)”이라면서 “그는 사고 당일 중국인 차명(借名)으로 돼 있는 은행계좌에서 5만 달러의 현금을 인출하러 나갔다 변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 정부에 의해 공화국 (무역기관의) 해외 자금줄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상황이 전개되자, 공화국은 해외의 빌린 이름(차명계좌)으로 돈을 입금하고, 그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중국 외교관 안전 보장 못해”

신의주 철교 너머로 보이는 방적동 공장. 이 철교를 통해 중국의 생필품이 북한에 공급된다.

김정일은 2006년 1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미국의 금융거래 단속 때문에 체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뒷면 대퇴부(넓적다리)에 벽돌로 추정되는 흉기로 얻어맞은 것”이라면서 “지금껏 중국 공안은 범인에 대한 구체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피살된 무역영사는 중국인 명의로 은행계좌를 열고, 자신의 명의로도 단독으로 계좌를 개설해 운용 중이었다”며 “사건 이후 영사 부인은 공화국이 마련해 준 2만 달러의 위로금을 받고 (본국으로) 귀환했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간부는 “공화국은 이번 선양 김 영사 피살사건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공화국 내 중국 외교관에 대한 신변상의 안전책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또 “앞으로 1대1 외교관계라는 대등한 입장에서 양국관계의 상호 관련성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양 영사의 피살사건에서 보듯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한 달러를 최소한만 평양으로 보내고, 대부분의 이윤(利潤)이나 과실송금(果實送金)을 자제해 이를 중국 등 변방에 은폐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현지인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은폐해 온 것이다.

선양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타살이라며 구체적 증거까지 들이대면서 북한 내 중국 외교관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나섬에 따라, 김 영사 사망사건은 김정일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를 불편하게 할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