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북한정보] 김정운 후계 체제 관련 북한 내부 소식 : 월간조선

최근 북한의 후계자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소식들은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국내외 할 것 없이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의 미래를 읽는 데 핵심적인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독자들은 무엇이 정확한 사실인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일례로 6월 5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정남이 중국 마카오로 망명했으며 김정남의 측근들이 북한에서 숙청당했다는 보도를 실었다. 그러나 이틀 뒤 김정남은 일본 TV와 인터뷰에서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자신의 측근들도 모두 중국에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6월 10일 아사히 TV는 ‘김정운의 최근 사진’이라며 특종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나간 몇 시간 뒤 그 사진은 가짜로 밝혀졌다. 이 정도로 북한 고위급 관련 보도는 誤報(오보)가 많다. 따라서 북한 관련 뉴스를 다룰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북한 내부 소식을 정보기관이나 메이저급 언론뿐 아니라 NGO들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들 NGO는 주로 탈북자나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장사꾼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최근에는 중·북 국경지대에 중국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북한 내부 소식을 얻고 있다.

이런 NGO들이 확보하는 북한 내부 정보도 점차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북한의 장마당 등의 민생 소식, 즉 북한 주민이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소식들을 다루었다. 그러나 요즘은 북한 일반 주민들이 알기 어려운 북한 고위급 내부 소식들도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고급 소식들이 NGO를 통해 들어오는 이유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고위 간부들의 불안 때문이다. 즉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가면서 북한 고위 간부들 중에 외부로 정보를 흘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정보 유출을 통해 외부 커넥션을 구축해 혹시라도 북한 체제가 위험해질 때 의지할 곳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다. 즉 남북한 모두에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들이 조금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 중에서는 북한 당국이 고의로 흘리는 逆(역)정보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북한 내부 정보를 다루는 것은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북한 내부 첩보를 모두 사실로 전제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북한이라는 블랙박스를 해독하는 한 가지 시각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지난 2월부터 ‘김 대장’ 등장

2008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후계 관련 언론 뉴스는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과 차남인 김정철을 중심으로 보도됐다. 셋째 김정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언론의 관심도 첫째 아들이냐, 둘째 아들이냐로 모였다.

그러나 올 1월 들어 연합뉴스가 후계자는 셋째 아들인 김정운으로 결정됐다는 보도를 했다. 연합뉴스는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지난달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3남 후계 ‘교시’를 받고 각 도당에 하달하면서 3남 이름(김정운)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은 채 ‘김 대장’으로만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를 했다.

이 보도가 있은 뒤 열린북한통신도 후계 관련 징후를 연이어 포착했다. 구체적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지난 2월 17일 북한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북한 노동당의 도, 시, 군 당위원회 부장 이상급의 간부들은 김정일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이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회령시 당위원회의 간부의 말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이 간부들은 ‘김정운’이라는 이름은 모른 채 단지 ‘셋째 아들’이 후계자가 됐다는 사실만 들었으며, 북한의 지방당 부장 이상급이 아는 정도면 전 주민이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내용이 유언비어라면 김정일의 가계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당국의 탄압이 상당 정도로 강화될 것인데 그런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주민들은 이를 사실로 믿고 있다”고 전해 왔다.

지난 2월 19일에는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의 소식통들로부터 해당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소좌 이하의 장교들과 사병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이야기가 입수됐다. “김정일의 아들 중 하나가 ‘새별장군’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김정일의 어린 시절과 같다. 혁명 활동 역시 김정일이 당 조직부에서 활동했던 것처럼 비범한 영도력, 담대한 담력을 지니고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 그 ‘새별장군’이 우리 당과 군대를 통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3월 11일 북한의 신의주 소식통으로부터 “선거가 끝난 직후 지난 9일 신의주지역 당 외화벌이사업소들에서 당원 강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김정일의 아들에 대한 호칭을 공식적으로 포치(통보라는 뜻)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그에 의하면 “기관 내의 모든 당원이 참가한 가운데 강연회 강사로 나선 초급 당비서가 상부의 지시에 의해 김정일의 아들(몇 번째 아들인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함)을 ‘친애하는 김대장, 친애하는 김장군’으로 불러야 한다고 포치했다”는 것이다.

軍·보위부 중심으로 김정운 후계 사실 전파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호칭 문제다. 북한에서는 수령급 호칭이 있다. ‘친애하는’과 ‘장군’이란 호칭은 오직 현직 수령이나 미래의 수령, 즉 후계자에게만 붙이는 호칭이다. 때문에 김정일 아들을 ‘친애하는 김장군’으로 부르라고 공식 통보한 것은 세습 방침이 확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3월 당시만 해도 간부들까지 김정일 아들이 후계자가 됐으나 김정운 이름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5월 이후부터는 후계자의 이름이 김정운이라는 사실이 전파되기 시작, 6월 현재 김정운 이름이 주로 군대와 보위부 산하 조직들에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 기관, 내각,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김정운의 이름을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 6월 3일 함경북도 회령시의 국경 경비대 소식통은 “현재 회령의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고 전해 왔다. 그의 위대성과 혁명 업적에 대한 강연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군 사병들 사이에서는 김정운에 대한 노래가 보급되어 대열을 지어 행진할 때마다 합창곡으로 부르고 있다. 이로 인해 회령시내 주민들은 김정운의 후계 지정설을 확고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 양강도의 내부 소식통은 “혜산시 주변에 주둔해 있는 북한군 병사들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사상과 영도를 온몸으로 구현하고 계시는 젊은 장군이신 김정운 동지가 우리 혁명무력을 이끌고 계시기에 우리는 백전백승한다’라는 식의 강연을 들었다고 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6월까지는 아직 김정운 후계 사실을 북한 전 기관에 통보한 것 같지는 않다. 군대와 보위부 등 핵심 체제 수호 기관에만 통보한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김정운 후계 문제는 올 1월 나오기 시작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6월 9일에는 김정일 첫째 아들인 김정남도 일본 TV와 인터뷰에서 김정운 후계 사실을 인정했다. 이로 볼 때 아직 김정운 후계 문제가 대외적으로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공식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김정운 후계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김정운 후계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된 것은 2009년보다 훨씬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3월부터 김정운 사적지 조성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소위 ‘백두산 밀영’(사진)처럼 최근 김정운의 혁명사적지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북한은 2007년 3월부터 김정운의 혁명역사를 칭송하기 위한 김정운 고향집 사적지를 조성하기 시작, 올 1월 사업을 끝마쳤다고 한다. 이 사적지는 평북 창성에 있는 고영희의 관저로, 김정일이 고영희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사적지는 김정일의 ‘백두산 密營(밀영)’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김정일의 명령으로 당 중앙위 역사연구소의 지도하에 북한군 제1여단 특별건설대에 의해 완공됐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일과 그 측근들은 2007년 이전에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실질적인 준비를 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정일의 경우 대학을 졸업한 24세 때인 1964년부터 당 비서처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2007년이면 김정운이 24세 되는 해이다. 아마 김정운도 이때부터 후계 수업을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됐다고 할 때 당장 떠오르는 궁금증은 지금 김정운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이다. 이는 김정운 후계 문제를 김정일 후계 과정과 비교했을 때 더더욱 관심이 가는 문제다.

김정일은 1974년 2월 당 5기 8차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확정되기 전까지 당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에서 주로 일을 했다. 1974년 후계자로 확정되기 직전에는 조직지도부장이었다.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김정운도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당 내 가장 막강한 부서인 조직지도부에 근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실제로 몇몇 언론은 김정운이 조직지도부에서 근무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4월 26일 “셋째 아들 정운이 최근 국방위원회의 말단 직책인 ‘지도원’으로 후계수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6월 10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정운(26)씨가 북한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 행정국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운 국방위원회 근무설은 북한이 先軍(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 김정운은 김정일과 달리 당보다는 군을 먼저 장악할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지난 5월 말 複數(복수)의 북한 고위급 소식통은 “김정운이 총정치국 당위원회(무력부 본청사 당위원회)의 비서 역할을 하며 군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김정운은 총정치국에서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근무를 한다”고 전해 왔다.

金正日 현장지도에는 동행하지 않아

인민무력부 소속 총정치국, 총참모부, 후방총국 등 군단 이상의 상급기관들 내에는 고위급 간부들의 당 생활을 관장하는 당위원회들이 존재한다. 총정치국 직속인 이 당위원회들을 총괄하는 비서 역할을 김정운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방위원회, 총정치국 등 김정운이 어디서 근무하는지 여러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심 간부들은 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영춘은 인민무력부장이면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장성택도 노동당 행정부장이면서 국방위원회 위원이다. 때문에 김정운이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에 근무하면서 국방위원회 직함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무슨 직함을 가지고 있든 간에 확실한 것은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대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군대의 주요 간부들을 장악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그의 후계 체제 확립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그것이 총정치국이 됐든, 국방위원회가 됐든 말이다.

북한에서 권력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 가운데 하나가 김정일의 현지 지도에 얼마나 자주 동행하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운은 김정일의 현지 지도에는 자주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운이 김정일의 현지 지도에 잘 동행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호위 원칙상 수령과 후계자가 같은 장소에 있으면 둘 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일성 통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일의 후계 세습 과도기에도 김일성이 김정일이 준비한 각본대로 현지 지도를 진행했으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김일성은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극한 이후에도 창광산 김정일 집무실(조직지도부 청사)에 사망 전까지도 가 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보위 원칙 때문에 김정운이 김정일 현지 지도에 동행하지는 않지만 그 준비는 김정운이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군 관련 기관은 김정운이, 당과 민간 기관은 둘째 아들 김정철이 현지 지도를 준비한다고 한다.

김정운의 후계자 부상과 함께 생기는 궁금증 중에 하나가 그럼 “둘째 아들 김정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김정철은 작년까지만 해도 후계 1순위로 부상됐던 인물이다. 김정철은 김정일이 가장 사랑한 여인인 고영희의 장남이다. 한국 사회의 장남 우선 승계 관습에 따라 김정철은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조직지도부 위상 약화돼

그간 김정철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조직지도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북한통신이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김정철은 당생활지도과장 역할을 하면서 김정운의 후계 체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당 생활지도과장은 본부당 모든 당원의 당 조직생활은 물론 가정생활 등 사생활까지 관장하는 한편, 당 중앙위 인사이동이 있을 경우 그들의 선발, 검토, 선발 타당성 등에 대한 모든 내부 평가를 직접 관장한다.

많은 북한 전문가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의 가장 막강한 부서이기 때문에 조직지도부에 근무하는 김정일의 아들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해 왔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2007년 이후 조직지도부의 달라진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조직지도부는 북한의 최고 권력부서였지만, 김정일이 김정운을 후계자로 해야겠다고 확정한 2006년 말~2007년 초 사이부터 권한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조직지도부에 속했던 행정부문 업무가 장성택을 首長(수장)으로 하는 노동당 행정부로 분리되면서 조직지도부의 핵심 권한인 감찰·검열권도 행정부로 이관됐다.

따라서 김정철이 조직지도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조직지도부의 권한과 위세는 과거와 같지 않다. 또 김정운으로 후계가 확정되면서 김정철도 이에 순응, 노동당에서 동생 김정운의 후계 체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김정철이 아버지 김정일의 결정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정철과 김정운 사이에 권력 투쟁이 일어날 불씨는 남아 있는 것 아닐까.

김정철과 김정운을 곁에서 지켜본 일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지난 6월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철은 성격이 부드러워서 정운이 후계자가 되더라도 정철이 해외로 쫓겨나는 등 형제 간 권력 투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서도 보듯이 권력 투쟁은 본인의 의사에서도 비롯될 수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충동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김정일이 빨리 죽는다면 야심가들이 김정철을 앞세워 후계자인 김정운에게 도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석택 김영춘 오극렬 3인 후견체제

현재 김정운은 26세밖에 되지 않는다. 나이를 중요시하는 북한에서 김정운은 그야말로 아이에 불과하다. 또 김정운은 후계 수업을 장기간 받은 것 같지 않다. 김정일은 1964년 대학을 졸업한 뒤 1974년 후계자로 확정되기까지 10년간 후계 수업을 받았다. 김정운 후계 준비가 시작된 것은 2007년 초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후계 수업을 받은 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김정일이 갑자기 죽을 경우 어린 김정운이 실제 권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은 이에 자신이 급작스럽게 죽을 경우에 대비해 김정운 후견 체제를 이미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그 후견 체제의 중심에는 장성택이 있고, 인민무력부장 김영춘과 노동당 작전부장 오극렬이 그를 보좌하고 있다고 한다. 즉 장성택이 김정운 섭정의 중심에 있고 군 작전은 김영춘, 대남-대외 사업은 오극렬이 총괄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일종의 3인 집단후견 체제다.

김정운 체제의 후견인들. 왼쪽부터 오극렬 장성택 김영춘.

장성택은 김정일의 매부로서 김정일의 가장 큰 총애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재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검열통제기구의 수장일 뿐 아니라, 국방위원으로 국방위원회의 혁명자금을 관리하면서 군부에 대한 재정권까지 갖고 있다고 한다.

김영춘은 인민무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실제 武力(무력)을 움직이는 총참모부를 직접 통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총참모부의 일반 전술타격부대들, 즉 재래식 전쟁 부대들은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의 통제권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부대들(미사일, 핵전략 등)은 최고사령부, 즉 김정일에게 직속돼 있다고 한다.

오극렬은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나 책략가로서 역할을 한다. 장성택에 비하면 아직 북한 권력구조 내에서 힘이 훨씬 약하지만, 작전부의 최정예 특수부대와 특별히 훈련된 해외 라인들을 장악하고 있어 일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총정치국 제1부국장인 김정각이 총정치국에 활동하는 후계자 김정운을 측근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힘을 키워 가고 있다고 한다. 김정각은 아직은 장성택, 김영춘, 오극렬에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권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권력실세로 알려졌던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제강은 조직지도부의 위상이 하락하면서 장성택, 김영춘, 오극렬의 파워에 밀리고 있다고 한다. 그가 국방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이런 세력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정운에 대한 주민 여론 엇갈려

이렇게 볼 때 파워맨들은 모두 국방위원회에 포진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성택은 말할 것도 없고 실세라는 김영춘, 오극렬은 모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또 떠오르는 실세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올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신임 국방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북한의 여러 권력 기관 중 국방위원회는 부상하고 당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추세임이 분명해 보인다. 장성택, 김영춘, 오극렬을 중심으로 하는 국방위원회는 후계자 김정운 시대를 이끌어 갈 구심체 내지 과거 노동당 정치국과 같은 핵심 의사결정기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된 사실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열린북한통신은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회령시,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평성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후계자 김정운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그들의 반응은 자신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간부들 중 당과 행정간부들은 그다지 반기는 기색이 아니라고 한다. 김정운이 대다수 간부가 좋아하지 않는 장성택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다가, 군사대학 출신으로 현재도 군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성택은 2007년부터 당 행정부장으로 있으면서 북한 내의 소위 非(비)사회주의 검열을 주도했다. 이 검열 과정에서 여러 간부가 숙청돼 장성택에 대한 당내 여론은 아주 좋지 않다. 또 김정운이 당과 행정부서보다는 군대를 중시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도 보인다.

반면에 군, 보위부, 보안서를 비롯한 무력 및 통제기관의 간부들은 김정운을 은근히 환영하는 기색이라고 한다. 군 출신인 김정운의 집권은 군과 보위기관들의 우위를 보장해 주는 선군정치의 계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군대 내에서는 젊은 간부들과 늙은 간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전쟁을 하자는 것도, 말자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은 젊은 간부들은 김정운이 지도자가 되면 전쟁을 할지 말지를 신속 과감하게 결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나이 든 군 간부들 중에는 북한의 앞날을 생각해서 군 출신보다는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지식인들은 개혁 개방 기대

일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나이 든 주민들은 김정운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나이가 어리고, 군 출신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현재 김정운의 행위(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만족하지는 않으면서도, 김정운이 등장하면 전쟁을 하려면 빨리 하고, 그게 아니면 일찌감치 경제 쪽으로 군사비를 돌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의 젊은 사람들은 늙은 사람들보다는 대체로 호전적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지금 북한이 전쟁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꼭 전쟁을 선호한다기보다는 북한의 진로가 빨리 정해져서 자신들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은 김정운이 젊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빨리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지식인들은 김정운을 개혁 개방할 수 있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김정운이 아무리 왕의 자식이라고 해도 젊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 것이고 나라가 가야 하는 방향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