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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랑스러운 개, 걱정스러운 브리더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개를 키워야

글 : 강규형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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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드림독은 살루키… 영국에서는 투견 핏불 사육 금지
⊙ ‘강아지 공장’ 체계 없애고, 신뢰할 만한 브리더들이 애견계 이끌어야

姜圭炯
1964년생. 연세대 사학과 졸업, 美 인디애나대 석사, 오하이오대 역사학 박사 / 現 명지대 교수, 서울시향 이사장, EBS 이사
‘내 인생의 강아지’ 비비안. 은퇴견 입양으로 데려온 셔틀랜드 십독(셀티)인 비비안은 범접하기 힘든 현명함과 우아함의 아우라를 뿜어냈지만 12세의 나이에 비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개를 길렀다. 흔히 요즘 농담 삼아 ‘시고르자브 종(시골 잡종)’이라고 부르는 믹스견(잡종견)들도 키웠지만, 진돗개나 당시 아주 인기 있던 저먼 셰퍼드 같은 순종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들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같은 동네에 살던 유치원, 초등학교 동기동창의 집은 늘 좋은 개들이 많았다. 특히 요크셔테리어 중 헤비급이었던 ‘요드리’라는 수컷 강아지는 나를 자기 식구처럼 따랐다. 그 집이 전부 개를 좋아했지만, 그 댁의 맏아들이자 동창의 큰형이었던 송하경 회장(현 모나미 회장, 애견연맹 총재)이 특히 개를 좋아했다. 또한 우리 집 아래쪽 집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리더(breeder·육종가) 중 한 분이었던 고(故) 고보배 선생님(여성) 댁이라 정말 보기 드문 그리고 당시 최고 수준의 견종들을 접할 수 있었다. 1970년대는 아직 애견계가 크지 않을 때라 당시 브리더들은 지금보다 오히려 수준이 더 높았다. 고보배 선생님 부군도 문화공보부 국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학업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워낙 취미생활이 많았던 나에게 아버님은 외국으로 출장을 갈 때마다, 애견 서적, (나의 다른 취미 중 하나인) 음악 레코드 판을 사다 주셨다. 해서 전문서적을 이미 꽤 많이 접했다. 개들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존재였다. 병약한 나에게 개들은 좋은 친구가 돼줬다. 취미로 요즘은 자유총연맹 건물이 된 과거 통일원의 마당에서 열리는 도그쇼(Dog Show)도 많이 가봤다. 배우 노주현씨는 유명한 애견인이다. 젊은 시절 자신 소유의 좋은 저먼 셰퍼드들을 도그쇼나 훈련견 대회에 출진시켰던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개는 ‘가축화된 늑대’
 
  원래 개들은 늑대와 같은 종이다, 가축화된 늑대들이다. 늑대들이 오랜 세월 동안 변하고, 개량되면서 오늘날의 여러 견종(犬種)이 생겨난 것이다. 해서 개들은 치와와 같은 초소형 견들도 늑대 등과의 교배를 통해 종족 번식이 끝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요즘은 다시 늑대들과 개들을 교배시켜서 외모는 늑대와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일반 개와 더 닮은 울프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유럽 카르파티아 늑대와 울프그레이 모색의 저먼 셰퍼드 사이에서 나온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견종이다.
 
  개들은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개량되고, 때로는 도태되며 여러 견종으로 분화됐다. 쓰임새에 따라 특성 또한 생겨났다. 예를 들어 그레이하운드는 원래 시각 사냥개였다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 때문에 경주견으로 특화됐다. 그레이하운드의 작은 버전인 휘핏도 마찬가지다. 후각이 가장 발달한 후각 사냥개인 블러드하운드는 그 특성 때문에 수색견으로 진화했다. 보더 콜리는 타고난 목양견, 벨지언 셰퍼드 말리누아(말리노이즈)는 타고난 군용·경찰견이다. 이런 것을 종특(種特)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각 견종에서도 개별차가 상당히 크다. 한국인이라고 다 똑같지 않은 것과 같다. 보더 콜리는 대개 목양견의 특성을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그중 일급 목양견이 되는 것은 단 10%에 불과하다. 젠틀한 골든 리트리버 중에도 사나운 애가 있을 수 있고, 사납기 짝이 없는 핏불 중에서도 순한 애가 존재한다. 반려견으로 키울 개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품이다. 오랫동안 가족들과 같이하기 위해선 다른 어떤 것보다 좋은 성품이 중요하다.
 

  세계 견공들의 중심지는 영국이었다. 근대를 이끄는 이 나라에서 여러 견종이 개량되고 고정됐다. 요즘도 영국은 세계 애견계의 맏형 역할을 한다. 그리고 현대 세계를 이끄는 미국이 그 전통을 이어받아 세계 견계의 또 다른 중심지가 됐다. 유럽 대륙 또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세계 애견계의 3대 축 중 하나를 이룬다. 세계애견연맹(FCI)의 본부는 프랑스에 있다. 영국의 켄넬클럽(KC), 미국켄넬클럽(AKC)과 3대 애견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한국에도 여러 단체가 있지만 애견연맹과 애견협회가 양대 단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형견에서 소형견으로
 
  한국의 애견계는 경제 발전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또한 인기 견종이 계속 변하는 현상도 생겼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들답게 선호하는 견종들도 계속 바뀌었다. 예전에는 저먼 셰퍼드나 포인터와 같은 대형견들이 인기였지만,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소형견 중심으로 변했다. 소형견·중형견에서도 과거 인기 견종이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한때 인기 있던 퍼그나 코커스패니얼은 요즘 보기가 힘들다. 반면 요새는 몰티즈, 시추, 포메라니안, 토이 푸들, 비숑 프리제와 같은 소형견들이 인기다.
 
  과거 사냥이 인기였을 때는 포인터, 세터, 바이마라너와 같은 대형 사냥견들이 인기였다가, 사냥이 금지되면서 급속히 쇠퇴했다. 그러다 사냥이 부분적으로 허용되면서 새로운 사냥견들이 기존 사냥개들을 대체했다. 각 사냥견들의 장점을 뽑아서 개량한 트라이하운드라는 믹스견이 요즘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양치기견들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보더 콜리 또는 보더 콜리 개량형이 보편화되고 있다. 각 견종의 개량을 위해 세계 브리더들과 애견단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나 염려되는 것은 투견(鬪犬)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핏불과 핏불 계통의 맹견들이 호신용으로 또는 과시용으로 많이 퍼졌고, 당연히 많은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애견카페 같은 곳에서는 출입금지 견종들인데, 한국에서도 그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런 견종들이 인명피해나 다른 개들에게 입히는 피해가 막심해서, 사육이 불법화되는 경우도 있다, 근년에는 영국에서 이런 계통의 견종이 불법화됐다. 한국에서도 핏불 계통 견종의 불법화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투견으로 사용됐던 도사견은 투견의 금지화 이후 많이 사라졌고 핏불보다는 훨씬 덜 위험한 편이다.
 
  한국 토종인 진돗개도 사실 맹견(猛犬)에 속해 많은 사고를 일으키며, 거의 모든 애견카페나 애견운동장에서 진돗개는 출입금지 견종이다. 진돗개는 키우기 쉬운 장점이 있으나, 아이들이 있는 환경이나, 다른 개들과 같이 지내야 하는 경우에는 권장하기 힘든 견종이다.
 
 
  드림독 살루키
 
한 일본 브리더가 한국에서 열린 도그쇼에 살루키를 원정 출진했을 때.
  필자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떤 개가 가장 좋은 개냐?”라는 것이다. 정답은 개개인에게 제일 맞는 견종이 제일 좋은 개다. 그것은 시골 믹스견일 수도 있고, (래브라도 또는 골든) 리트리버처럼 영리하고 온순한 대형견일 수도 있다. 저먼 셰퍼드처럼 기능적으로 가장 완벽한 견종일 수도 있고, 로트와일러처럼 위풍당당한 초대형견일 수도 있다. 맹인안내견, 마약탐지견이나 경호견 등의 특수목적견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으며, 힐링견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애견인들은 가정견-반려견으로서 개들을 키운다. 이런 경우 자신의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환경에 맞는 견종을 택하는 것이 제일 좋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비싼 견종을 택할 이유도 없다. 또한 믿을 수 있는 브리더를 찾아서 분양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필자의 드림독은 살루키(Saluki)라는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우아한 시각 하운드(Sight Hound, 사냥감을 보고 쫓아가서 잡는 스타일의 하운드) 견종이다. 그러나 나는 살루키를 키워본 적이 없다. 분양받을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키우지 않았다. 왜냐하면 살루키를 제대로 키우려면 넓은 땅과 운동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환경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 정말 키우고 싶었지만, 감히 키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인 나로서도 환경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견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외모의 아름다움과 멋있는 성격을 가진 이 견종이 한동안 꽤 존재하다가, 요즘은 거의 보기 드물게 돼버렸다. 한국에는 극히 일부의 애견가들을 제외하고는 맞지 않는 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도그쇼에 가도 거의 볼 수가 없다.
 
  언젠가 그 살루키 한 마리가 도그쇼에 출전한 것을 보고 반가워서 달려갔더니, 일본인 브리더가 데리고 온 아이였다. 허락받고 사진 찍고 덥석 안아줬다. 그다지 애교가 없는 이 견종도 자기를 예뻐하는 것을 알고는 생전 처음 본 나를 마구 핥아주고, 배를 까고 배를 긁어달라고 했다. 개들이 배를 까는 것은 완전한 복종과 애정의 표현이다.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그 살루키를 당장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아직도 눈에 삼삼하지만 이제는 나의 나이도 이팔청춘이 아니고 환경도 광활한 공간을 제공해줄 수 없으니, 그냥 드림독, 그림의 떡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할 듯하다.
 
  개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보더 콜리가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다. 이 개는 타고난 양치기 개로 엄청난 운동량과 역시 넓은 활동 공간이 필요한 개다. 똑똑하고 매력적인 견종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키우지만, 견주들이 감당을 못 해 파양(破養)하는 경우도 많다. 애견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는 견종을 택하는 것이 개 키우기의 지혜라 할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키우기 쉬운 견종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추’라는 개가 인기인 이유이기도 하다.
 
 
  혈통서 조작하기도
 
코통인 토야와 센시아와 함께.
  한국의 애견산업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해서 양적으로는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아쉽게도 질적이고 내적 발전은 아직도 요원하다. 애견 시장은 소위 얘기하는 퍼피 밀(puppy mill·강아지 공장)을 통해 유통되기 일쑤이고, 그런 곳의 환경은 처참할 정도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동물보호법과 동물생산업 관련 규정들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런 ‘개장수’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도 한다. 전문 브리더들은 우수한 개를 생산하고 분양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한국에서 그들의 수준은 형편없다. 돈이 되니 많은 사람이 브리더 행세를 하지만, 진입장벽이 없어서 그 수준은 매우 저급하기 짝이 없다.
 

  이웃 일본의 오랜 전통의 수준 있는 브리더들과는 비교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요즘이 오히려 1970~1980년대의 브리더 수준들보다도 훨씬 더 낮다. 당시에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브리딩을 하는 수준 있는 분들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전문서적 한 권은커녕 일반 애견 서적도 거의 안 읽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태반이다. 영문으로 된 전문 서적은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아예 못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태 또한 거의 사기 수준에 머물 때가 많고, 혈통서 조작 등으로 믹스견들을 고가(高價)의 순종견으로 둔갑시켜 매매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많다.
 
 
  견종 분류도 제대로 못 해
 
  아울러 애견단체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지식도 너무 낮아서 견종 분류 같은 가장 기초적인 데에서도 온갖 오류가 지속됐고, 교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그쇼에 가봤더니 후각 하운드(Scent Hound)의 뜻을 몰라 ‘세인트 하운드(성인군자 하운드?)’라는 오기가 버젓이 십여 년 동안 지속돼왔었고, 오스트레일리언 셰퍼드(Australian Shepherd)가 ‘오스트리안 셰퍼드’라는 잘못된 명칭으로 심사되고 있었다. 호주 셰퍼드가 한국에선 졸지에 오지리 셰퍼드가 된 것이다. 이런 오류들은 이루 셀 수가 없을 정도다.
 
  한국 애견계가 진일보하려면, 애견 종사자들의 전문지식과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함을 절감한다. 강아지 공장 체제를 없애고 수준 있고 신뢰할 만한 브리더들과 애견단체 관련자들이 애견계를 이끌어야 할 때가 왔는데, 그 발전이 매우 더딘 것이 우려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심사위원이나 브리더들의 수준과 지식은 상당히 높다. 한국은 이런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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