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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집사’들이 알아야 할 생활 법률

“견주에게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 강해져”(창원지법)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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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 관리의무를 게을리한 것에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공동체의 의사에 부합”(울산지법)
⊙ “입마개를 할 동물보호법령상의 의무는 최소한의 주의 의무”(서울중앙지법)
⊙ “개는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나 재물을 공격하거나 물어뜯을 우려가 있다”(서울중앙지법)
사진=조선DB
  넷 중 하나. 개나 고양이를 애지중지 모시고 사는 ‘집사’들이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전체의 25.7%에 달한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6월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262만 명, 가구수로는 552만 가구다.
 
  하지만 이에 따라 주의해야 할 것도 늘어났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분쟁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사법 기관도 이 ‘집사’들에게 갈수록 엄격한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한 임대인과 세입자 간 반려동물 관련 분쟁은 2017년 3건에서 2022년 28건으로 늘어났다.
 
  사람이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도 연간 2000여 건 일어난다. 목줄 잠깐 놓쳤다고, 입마개 한 번 깜빡했다고 전과자가 되는 일도 흔하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점과 갈등 유형, 관련 법령 및 판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공동주택에선 동의받고 키워야
 
  먼저 주거 환경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다. 앞서 언급한 한준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반려동물 관련 주택 임대차 갈등 조정 사례는 총 132건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동물 사육으로 인한 바닥 훼손과 벽지 오염 등 원상복구 범위에 관한 분쟁이 9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육 금지 특약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갱신 거절 등에 관한 분쟁이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소음, 냄새 등으로 인한 이웃 간 민원 발생에 따른 계약 해지에 관한 분쟁은 8건이었다. 이 밖에 반려동물 사육을 부당하게 금지했다는 분쟁이 3건, 기타 분쟁이 13건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4호에 따르면, 입주자 등은 장애인 보조견을 제외한 가축을 사육하는 등 공동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할 때 관리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관리 주체는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 관리 업무를 인계하기 전의 사업 주체(주택사업자 및 임대사업자) 등을 가리킨다.
 
  실제로 2022년 3월 18일 청주지방법원은 임대차 계약서 특약사항에 “애견은 키우지 않는다”라고 기재한 임대인이 이를 어긴 임차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임대인)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동물 판매업을 하는 임차인이 집에서 고양이 16마리를 키우며 각종 소음과 오염을 유발했다는 제반 사정도 있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이웃들 가운데 일부가 반려동물에 대해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데엔 위생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한국관광공사는 2022년 4월부터 그해 5월까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 2006명과 반려동물 양육 경험이 없는 5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지켜야 할 에티켓(예의)’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의 80%가량이 ‘잘 준수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반려동물을 양육하지 않는 이들의 경우 30%가량만이 ‘잘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관련 갈등에 대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은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이들의 행동과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이들은 ‘반려동물의 위생과 소음’을 지적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반려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한몫한다.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21일자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간 2000여 건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목줄 놓쳤다간
 
개의 목줄을 놓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진=조선DB
  2013년 6월 서울 성동구 소재 호수 공원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던 견주 A씨는 벤치에 앉아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A씨가 목줄을 놓치는 바람에 그의 반려견이 4세 여아의 왼쪽 종아리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개에게 물린 아이는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표재성(겉으로 살짝 나타나는)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결국 과실치상 혐의로 약식기소돼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피해 여아의 보호자로부터 같은 법원을 통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받게 됐다. A씨는 피해 여아의 부모가 아이를 방치했고, 피해 여아가 혼자 놀며 자신의 반려견을 자극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 재판부는 “주인이 동행하는 애완견의 경우 그 주인이 그러한 사고 가능성을 예방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피해 여아 측에게 재산상 손해 308만원에 위자료 250만원을 더해 558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잠깐의 방심으로 목줄을 놓쳐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는 또 있다. 2020년 6월 서울 종로구 길거리에서 회사원 B씨가 데리고 나온 진돗개가 산책을 나온 다른 견주의 개를 물고, 이를 말리던 견주도 문 것이다. 이때 B씨는 자신의 반려견에게 입마개도 착용시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해 견주는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종아리 근육 손상을 입었고, 함께 있던 피해 견주의 배우자도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찰과상을 입었다. 결국 B씨는 벌금 200만원에 처해졌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판사 민수연)은 “일반적으로 위 진돗개를 포함한 개는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나 재물을 공격하거나 물어뜯을 우려가 있다”며 “외출한 이후에는 상시 관리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할 상당한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맹견 아니더라도 입마개를
 
입마개를 해야 하는 개들. 사진=조선DB
  이 ‘주의 의무’를 지키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가 바로 입마개다. 일반적으로 입마개는 맹견에게만 착용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법이 정한 맹견은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를 포함한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스태퍼드셔 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로 분류된다.
 
  하지만 ‘우리 개는 맹견이 아니라서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았다가 문제가 터지기라도 하면 아주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 판례는 “입마개를 할 동물보호법상의 의무는 최소한의 주의 의무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서울 종로구 길거리에서 생후 7년생의 풍산개를 입마개도 없이 산책시키던 C씨는 골목길에서 비숑프리제(소형 견종)와 마주쳤다. 몸무게 26kg에 달하는 풍산개는 곧장 비숑프리제에게 달려들었고, 이를 말리던 비숑프리제 견주(23세 여성)는 풍산개에게 왼쪽 옆구리를 물려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결출상(신체 일부를 강제로 뜯어낼 때 생기는 상처) 및 열상을 입게 됐다.
 
  다만 피해자 역시 자신의 개(비숑프리제)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았다고 한다. 또 판결문에 나타난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의 개가 먼저 C씨에게 다가갔으며 C씨의 개(풍산개)에게 겁을 먹은 피해자의 개가 피해자 쪽으로 도망쳐왔다고 한다. 이에 풍산개가 피해자의 개를 쫓아가자 C씨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끌려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이 있었지만 서울중앙지법(판사 장두봉)은 2019년 11월 28일 C씨에게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 벌금 200만원에 처했다. C씨는 자신의 개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상 맹견에 해당하지 않아 입마개를 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전 보장 등 동물보호법의 취지를 들며 “그 법에서 정한 조치를 모두 취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형법상 과실치상죄에 있어 개의 관리자로서의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입마개는 최소한의 주요 의무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 C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2020년 8월 20일,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송혜영)는 “피고인(C씨)의 개는 풍산개로 몸무게가 26kg 정도 된다”며 “당시 피고인이 개에게 목줄을 하고 이를 계속 잡아끌었다는 것만으로는 위 몸무게에 비추어 위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을 막기에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마개를 할 동물보호법령상의 의무는 최소한의 주의 의무”라며 “위 법령을 반대로 해석하여 피고인의 개가 위 법령의 적용 대상인 맹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입마개 등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으로서는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에게 입마개를 하거나 이와 동등한 효과가 있는 다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자신의 개에게 목줄을 착용시키지 않은 점에 대해선 “피고인(C씨)의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묻는 이 사건에서는 고려할 바가 아니다”라며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상해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묶어둔 개도 다시 보자
 
시베리안허스키(Siberian Husky). 사진=조선DB
  소형견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2017년 4월, 경남 양산시에선 목줄이 풀린 비글(소형 견종)이 50대 여성의 다리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비글을 기르는 D씨는 자신이 키우던 개의 목줄이 풀려 집 밖으로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바빠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울산지법은 2018년 9월 21일 D씨에게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울산지법은 “애완견을 키우는 인구가 점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견주도 애완견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타인이 입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그와 같은 의무를 해태(게을리)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치명적일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의무 해태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공동체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견주 입장에서 억울한 경우도 많다. 어린아이 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다가와 함부로 남의 개를 만지는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견주가 어느 정도 주의 의무를 이행했더라도, 개가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사람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사람이 먼저 남의 개에게 다가와 손을 뻗은 것이 인정되더라도 견주에게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금덕희)는 2017년 11월 22일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베리안허스키(대형 견종) 견주 E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E씨는 2016년 6월 21일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만난 30대 남성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E씨의 반려견이 이 30대 남성의 팔을 물어 약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이때 E씨는 반려견에게, 견주가 당기면 반려견의 목을 조이는 목줄인 ‘초크체인’을 채웠지만 입마개를 착용시키진 않은 상태였다. 시베리안허스키 역시 법정 맹견이 아니다.
 
 
  견주에게 엄격한 책임 묻는 추세
 
  E씨는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의 반려견을 만지려 하는 것을 적극 제지하며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만취해서 자신의 제지를 무시하고 반려견에게 달려들다가 물리게 된 것이라고 E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재판부도 “피해자 또한 개에게 물릴 가능성을 간과하고 피고인(E씨)의 개에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등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를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묻는 이 사건에서는 고려할 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에 이어 피해자는 E씨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E씨는 피해자에게 18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감안해 1심에서 선고한 벌금 150만원을 70만원으로 줄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렇게 판시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견주에게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情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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