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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 ┃ 《기업이란 무엇인가》

기업에 대해 ‘정신분열증’ 걸린 사회

글 :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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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관계자론’과 ‘株主가치론’의 左右 협공에 기업은 억눌리고 찌그러져
⊙ 反기업 정서 극복하는 ‘자유주의적 법인실체론’과 기업성장史
⊙ 검찰의 이재용 등 삼성 관계자 ‘배임죄’ 기소는 법인 실체 무시한 사실 왜곡

申璋燮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박사 /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KDI정책대학원 초빙 교수. 現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 교수
신장섭 著 《기업이란 무엇인가》.
  미국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본사(本社)를 두고 있는 델라웨어주(州)의 대법관 윌리엄 앨런은 법조계가 ‘기업에 대한 정신분열적 사고(schizophrenic conception of the business corporation)’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업이 대부분 법인(法人) 설립을 통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상법과 회계제도가 법인에 입각해서 만들어져 있는데, 법조인들이 법인의 실체(實體)를 무시하다 인정하다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분열적’ 사고가 국내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상법은 법인 중심으로 되어 있지만 공정거래법은 법인의 실체를 부정한다. 최근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업무상 배임(背任) 혐의를 추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법인에 대한 배임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주(株主)가치를 최대한 고려하지 않았으리라는 가능성만 갖고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왜 法人을 통해 기업이 운영되나
 
2016년 12월 28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선DB
  법인이 자연인(自然人)과 똑같이 자산(資産)을 소유하고, 상거래(商去來) 계약을 맺고, 법적 소송의 실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잘 확립되어 있는 사실이다. 로마시대에 법인 개념이 탄생했고, 14세기 중반 베네치아공화국에서 법인에 입각한 기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에서 주식회사 설립 붐이 벌어졌고, 지금은 대부분 나라에서 세 사람만 모이면 주식회사가 금세 만들어진다.
 
  법인 설립이 대세가 된 것은 법적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서 상거래와 자본 축적을 크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법인이 회사 경영에 대해 무한책임(無限責任)을 지고, 주주는 유한책임(有限責任)을 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가 잘못되더라도 주주는 보유 주식만큼만 손해를 보고 다른 개인 자산이 뺏기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이 안전판이 생기니까 창업에 적극 나설 수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법인과 거래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낮춘다. 법인 소유 자산과 사업 가능성만 살피면 되기 때문이다. 주주가 돈을 잘못 굴리거나, 죽거나, 범죄를 저질러서 벌어지는 문제에서 대출금이 보호받는다. 사업이 잘못되지 않는 한, 돈 빌려 간 법인은 영속(永續)할 수 있으니까 장기투자 자금을 공급한다. 협력업체나 근로자들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에 법인과 계약을 맺고 상거래나 근로 활동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줄이게 된다. 자본주의가 빠르게 생산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이 주식회사 제도에 있다는 사실은 수세기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이미 잘 확립되어 있다.
 
 
  株主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
 
  법인의 실체를 부정하며 자신의 정치적 혹은 상업적 입장에서 기업에 ‘정신분열적 사고’를 적용하는 조류(潮流)는 미국에서 1980년대에 탄생했다.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s)’들이 ‘주주가치론(shareholder value view)’을 내세우며 앞장섰고, 여기에 많은 기관투자자와 학자들이 동조했다. 이들은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니까 기업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해야 하고, 그래야 기업과 경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는 주주가 실체이고 법인은 주주 이익을 반영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주주가치론의 대부(代父) 격인 마이클 젠슨과 윌리엄 메클링 교수는 법인이 주주 이익을 반영하는 ‘법적 픽션(legal fiction)’이라고까지 명시적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극우적(極右的) 기업관을 비판하며 나온 ‘이해관계자론(stakeholder theory)’ 또한 법인의 실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기업과 사회 간의 경계를 마음대로 허물고 외부인들이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으로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내세운다. 자신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니까 ‘돈만 버는 존재에 불과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도덕적 우월성을 갖고 있다는 오만함으로도 종종 표현한다. 세상 문제의 근본을 자본과 노동의 갈등으로 보는 좌파적 시각에서 기업을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제로 취급하는 것과 궤(軌)를 같이한다.
 
  기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건설적 대안(代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처한 현실에 입각한 기업관이 정립되어야 한다. 필자는 《기업이란 무엇인가: 8대 기업명제로 풀어낸 장기번영공동체》(북스코프, 2020)에서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법인 설립을 통해 주식회사로 운영된다는 사실과 이들이 끊임없는 시장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 현실을 공리(公理·axiom)로 삼아 아래와 같은 8대 기업명제(命題·theorem)를 제시했다. 또 기업 활동의 전반적 모습을 독자들이 쉽게 그려볼 수 있도록 ‘내사랑이(주)’라는 가상의 AI 반려동물 기업을 설립해서 다국적(多國籍)기업과 다행성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함께 설명했다.(표 참조)
 

 
  자유주의적 법인실체론
 
  ‘법인실체론’과 ‘시장경쟁’이라는 두 공리에 입각하면 세상이 많이 다르게 보인다. 기업은 법인격(法人格)을 가진 독립체로서 자신의 가치를 설정할 수도, 바꿔나갈 수도 있다. 자연인이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나라의 상법에서 기업은 ‘적법한 범위에서’ 자유롭게 목적과 방법을 추구할 수 있는 영리법인으로 규정되어 있다(기업명제 6). 영리를 추구하는 데 목적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기업은 창의성과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은 기업의 주인이 주주가 아니라 기업 자신(기업명제 1)이기 때문에 가 능한 일이다. 주식회사가 만들어지면 소유와 통제가 영원히 분리되고 기업 관련 자산은 법인에 귀속된다(기업명제 2). 주주는 대신 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주인’이 되고 주식에 딸려 있는 이사 선·해임권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한다. 한편 기업인은 법인과 고용계약을 맺고 기업 영속(기업명제 3)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경영수탁자’가 된다. 이는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경영인이건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전문경영인이건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이다.
 
  흔히 사용하는 ‘오너(owner) 경영’이라는 말은 법인과 주식회사의 실체를 부정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아무리 대주주라도 기업의 오너인 법인과 계약을 맺고 책임과 권리를 부여받아 경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오너로서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이면서 법인과 계약을 맺고 경영에 참여하는 ‘대주주 경영수탁자’일 뿐이다.
 
 
  기업의 본질적 기여
 
  경영수탁자로서 기업인에게 일차적으로 주어진 책무는 끊임없는 혁신(기업명제 4)을 통해 기업의 장기성장(기업명제 3)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존재론’이다. 기업이 망하면 아무리 고귀한 가치를 추구한들 쓸모가 없다. 기업은 존속해야만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존재론을 실현하면서 굉장히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 만족’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실제로 많은 경영학자나 경영자들이 소비자 만족을 기업의 존재 이유로 정의한 바 있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일자리도 창출한다. 협력 업체들이 커나가는 것도 도와준다. 금융기관들도 기업에 대출하거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 주식 등을 거래하면서 돈을 번다. 기업은 국가에 세금을 내서 인프라 구축이나 복지 재원 마련에도 기여한다. 기업이 이렇게 존재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하는 사회적 기여는 기업목적론에서 별도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본질적인 기여다.
 
  주주가치론이나 이해관계자론은 기업존재론에 대해 눈감는 기업목적론이다. 주주가치론은 기업이 주주가치라는 목적을 추구하면 기업존재론이 저절로 실현되고 경제도 좋아진다는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전제를 갖고 있다. 이해관계자론은 기업존재론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사회적 가치만을 내세운다. 기업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이 여기에 놓여 있다. 경영수탁자는 기업존재론을 실현시키는 전제에서 주주에게 배당을 어떻게 줄 것인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얼마나 추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반면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은 기업존재론 실현에 무책임하다. ‘주주가치’나 ‘사회적 가치’ 등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기업목적론으로 내세울 뿐이다. 경영수탁자는 기업의 장기생존이라는 존재론적 과제에 대해 책임과 권리를 동시에 지고 있지만, 주주가치론이나 이해관계자론은 권리만 내세우고 의무는 거의 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기업명제 8).
 
 
  상충되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2018년 8월 2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사진=조선DB
  기업에 대한 ‘정신분열적’ 인식은 불행히도 국내에서 기업 관련 정책에 많이 반영・강화되어왔다. 공정거래법이 대표적이다. 상법은 법인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고, 기업을 소유하고 총괄하는 ‘총수’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법인이 각 기업의 총수이다. 대주주는 자연인이 됐건 법인이 됐건 이사회를 통해 기업에 대해 통제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총수’와 ‘총수 가족’이라는 자연인들이 갖고 있는 주식 지분에 대해서만 소유권과 통제력을 인정하고 법인이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한다. 이 전제 위에서 ‘소유-지배 구조의 왜곡’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총수 가족이 ‘쥐꼬리만 한 지분’밖에 갖고 있지 않은데, 비정상적으로 그룹 전체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매년 발표하는 ‘대기업 집단 주식소유현황 보고서’를 보자.
 
  2018년의 경우 총수 지분은 삼성그룹 0.31%, 현대차그룹 1.73%, SK그룹 0.03%, LG그룹 0.03%이다. 총수 가족 지분을 따져도 삼성 1.03%, 현대차 3.45%, SK 0.45%, LG 3.85%에 불과하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4%의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에 힘입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소유·지배구조 면에서는 소유와 지배 간 괴리가 과도하여 총수 일가의 사익(私益) 편취, 소수 주주와의 이해 상충 등이 우려된다”고 결론내린다. 그러나 이 결론은 두 가지 치명적 오류를 안고 있다.
 
  첫째, ‘총수’라는 자연인이 기업을 ‘소유’하고 법인은 기업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법인 실체론에 입각하면 주주는 자연인이건 법인이건 ‘주식의 주인’일 뿐, 기업을 소유하지 않는다. 기업을 소유한 주체는 법인이다(기업명제 1). ‘소유와 지배의 괴리’라는 말 자체를 꺼낼 여지가 없다.
 
  둘째, “기업을 소유한 자연인이 기업을 통제한다”는 잘못된 전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모두 ‘가공자본’으로 처리하고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자연인 지분으로만 환원해서 따진다.
 
  하지만 상법은 자연인과 법인이 소유한 지분에 대해 똑같이 통제력을 인정한다. 10대 그룹의 계열사 지분율은 평균 54.5%에 달한다. 삼성그룹 44.7%, 현대차그룹 48.9%, SK그룹 58.6%, LG그룹 36.9% 등이다. 그룹에 대한 통제력은 이 계열사 지분과 자연인 대주주 지분에 함께 있다. 계열사 지분을 그 자체로 인정해야지 그것을 ‘총수 지분’과 비교해서 ‘과다’하다거나 ‘과소’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차라리 상법을 없애버려라
 
  실제로 세계적으로 보면 기업통제 방식은 다양하다. 토요타그룹은 ‘총수 일가’라는 사람들의 지분이 2% 안팎에 불과하다. 계열사 간 복잡한 상호출자·순환출자 구조에 의해 통제력이 유지된다. 일본에서 토요타그룹의 지배구조가 왜곡됐다거나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ING금융그룹은 ‘총수’라고 이름 붙일 사람이 아예 없다. 대신 전문경영진이 통제하는 트러스트(Administratie Kantoor)가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 트러스트에 의결권 있는 주식 100%가 들어 있고 이 주식은 전혀 거래되지 않는다. 트러스트는 이 주식을 기반으로 무의결권 주식을 발행한다. 블랙록・뱅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이 무의결권 주식을 사서 주주로 들어와 있다. 공정위 논리를 적용하면 ING그룹의 주식 지분은 모두 ‘가공자본’이 되고 ‘소유와 통제의 괴리’는 무한대가 된다. ‘전문경영인 독재체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ING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무의결권 주식 보유자들이 배당과 주가상승 차익만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법인실체론과 국제적 현실에 입각해보면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외눈박이 목적론밖에 없다. 그동안 주식회사 제도가 발전해온 기반을 송두리째 무시한다. 해외에서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기업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는지에 대해 눈 감는다. 그럴 바에는 상법을 없애버리고 공정거래법만 남겨놓는 것이 일관성이라도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두 법이 정신분열적으로 공존하면서 정부 마음대로 이현령비현령 적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재용 기소는 법인 실체 부인하는 것
 
지난 6월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구치소를 나오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하지만 이 부회장은 결국 배임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조선DB
  법인의 실체를 부정하고 나름 세운 목적만을 달성하려는 일은 법의 수호자라고 하는 검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서 기소한 이복현 부장 검사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예를 들어 삼성물산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이나 주요 자산을 매각해 주주배당할 수도 있는데, 그런 고려가 전혀 없었다”면서 “(주주의) 선택적 기회 손실은 (회사의) 비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법에서는 이 같은 경우도 광범위하게 이사회의 주주들에 대한 배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무상 배임은 경영자가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에 적용되는 것이지,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주주는 주식을 살 때부터 손해 볼 가능성을 인정하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데, 그것을 경영자 책임으로 돌리며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설혹 경영자가 잘못해서 주가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이사회를 통해 실적 악화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한국의 대법원도 이 맥락에서 주주 손실을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다.
 
  검찰의 업무상 배임 논리는 법인이 주주이익을 반영하는 껍데기일 뿐이고, 따라서 주주 손실이 회사 손실과 똑같다는 극단적 주주가치론의 전제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이 부장검사는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미국 기업법이 “광범위하게 이사회의 주주들에 대한 배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정반대다. 일단 미국 기업법에는 이런 식의 규정이 없다. “적법한 범위에서 어떤 목적과 수단도 추구할 수 있다”는 광범한 자유주의적 문구만 있을 뿐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기업명제 6).
 
  판례에 있어서도 미국 법원은 오히려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에 기념비적인 것이 ‘패러마운트 대 타임(Paramount Communication v. Time Inc.)’ 판결이다. 패러마운트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면 타임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거의 3배나 더 높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타임 이사회가 ‘타임 문화(Time culture)’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거절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기업이 주주가치만이 아니라 ‘어떤 목적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법인실체론에 입각한 판단이다. 이 부장검사는 자신의 언급을 뒷받침하는 미국 판례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기소’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 왜곡을 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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