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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시간전당포 (현강석 지음 | 도서출판 물망초 펴냄)

국포, ‘국군포로’ 혹은 ‘국가가 포기한 인간’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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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연히 만난 박선영 (재)물망초 이사장이 “국군포로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을 하나 냈다”고 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국군포로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슈거 코팅(sugar coating)을 좀 했는데, 어떻게 여기실지 모르지만, 꼭 읽어보고 소개 좀 해주세요”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숙제처럼 읽기 시작한 소설이지만, 몇 장 넘기면서부터 ‘어라! 이 책 의외로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국군포로의 손자 시우와 그의 연인 재희의 연애담은 밝고 상큼했다. 그 사이에 끼어드는 할아버지의 옛날 전당포 풍속도나 도라지위스키 얘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복고적(復古的) 재미를 더해주었다. 아마 기자생활도 했고 무협지도 썼다는 칠순의 작가가 자기 시절의 이야기들을 녹여 넣은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경쾌한 분위기는 시우와 재희가 할아버지의 과거를 찾기 위해 중국 단둥으로 여행을 갔다가 납북되면서 급반전(急反轉)된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포기하게 만든 잔혹한 고문과 학대, 세뇌교육, 연인의 이산(離散), 탄광에서의 강제노동….
 
  그 이야기들이 순전히 작가의 창작이라면 가슴이 그리 무겁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게 지금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땅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 작가가 아무리 솜씨를 발휘했다고 해도 그 참혹한 현실의 1/10도 그려내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소설의 거의 말미에 이르러 나오는, ‘국포’가 ‘국군포로’의 준말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포기한 인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얘기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물론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해피엔딩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하다. 그 무거움을 조금만 참고 견딘다면, 의미 있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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