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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김순미의 ‘얼굴 문패’, 딥 퍼플의 앨범 《머신 헤드》

“‘얼굴 문패’로 만든 착한 우리 이웃들”, “기타 입문자라면 경건하게 연주해야 하는 古典”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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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문패’ 작업은 세상을 ‘피싱(fishing)’하듯 소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 영국 헤비메탈 그룹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Highway Star〉는 古典 중의 古典
‘얼굴 문패’ 작가 김순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창작촌, 폭 1m 남짓 되는 골목을 따라 철물공장, 공방, 식당이 굴비처럼 엮여 있다. 몇 발짝만 걸어도 전동 공구의 소음이, 기계 기름쟁이들이 전해 주는 무언가의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
 
  김순미(金順美·55) 작가의 목공방은 문래동의 ‘흔적’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기자는 손 차양을 하고서 가을햇살이 내리쬐는 공방 안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자리에 없다.
 
  대신 나무 조각들이, ‘얼굴 문패’들이 저마다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뭐랄까. 엉크러진 실타래에서 아직도 실마리를 찾으려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이랄까. 기자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
 
  나무 얼굴(혹은 전신) 중 몇몇은 탄피로 만든 목걸이를 하거나 바지 주머니에 지포 라이터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생생한 느낌이다.
 
  드릴링과 밀링머신의 굉음, 용접 불꽃이 번쩍이는 문래동 골목길을 30분 가까이 쏘다니고 오니 목공방 문이 열려 있다.
 
  ‘뼛속까지 문과(文科)’였던 김순미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목공예에 빠져 버렸다고 한다. “집 리모델링을 위해 공책 한 권 가득히 스케치를 하면서 스스로 예술 세계에 입문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순간, 작가의 표정에 장난기가 가득해진다.
 
  몇 해 전 문래동에 터를 잡고 ‘얼굴 문패’ 작업을 본격화했다. 풀무질을 해댄 숯불처럼 달아오른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일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얼굴을 문패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없으니 “내 작업이 세계 최초”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지금까지 483개의 ‘얼굴 문패’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1만개를 만드는 것이 생(生)의 진지한 목표이자 탐구란다. 김 작가는 기자를 데리고 ‘얼굴 문패’를 내건 문래동 주변 가게와 공장들을 순례하듯 둘러본다. 모두 그녀가 만들어 선물한 작품들이 현관 입구나 집안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환하게 걸려 있다.
 
  “‘얼굴 문패’는 마치 ‘보이스 피싱’처럼 작가가 세상 사람들과 ‘피싱(fishing)’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문래동에 터를 잡고 ‘얼굴 문패’ 작업을 시작한 것은 내가 사람을 좋아해서다. 만난 사람들이 반갑고 고마워서, 혹은 고단하고 힘들어 보여서 나는 톱을 잡았다. 앞집 할머니와 주물공장 총각, 목형 사장님부터 가정식당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나는 내가 마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언제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 먹자’고.”
 
  그렇게 해서 만든 작품이 〈밥 한번 먹자〉(2017년 작)다. 가로 세로 200×60cm이니 제법 큰 설치물이다.
 
 
  문래 창작촌과 젠트리피케이션
 
김순미 작가가 만든 〈밥 한번 먹자〉(200x60cm, 2017).
  이 작품에는 수많은 언니·오빠·아저씨·아줌마가 등장하는데 순간의 모습을 잘 포착해서 형상화되어 있다. 최근 현대제철소가 〈밥 한번 먹자〉를 구입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김 작가는 “R&D센터의 직원휴게실에 설치된다”고 말했다.
 
  “나무 조각을 겹쳐 쌓으며 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누군가를 차곡차곡 알아 가는 과정과 꼭 닮아 있다. 얼굴에서 시작된 일련의 작업이 전신의 움직임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흥미진진했다. 하나씩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타인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성숙해짐을 느꼈다.”
 
  다만 ‘얼굴 문패’에는 표정이 없다. “눈, 코, 입을 그려 넣기보다 비움(空)을 통해 ‘보는 이’의 감정을 여백에다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채워지지 않은 빈 얼굴은, 뭐랄까, 나를 바라보는 손거울 같다고 할까.
 
  그러나 요즘 김 작가는 속이 무척 상하다. 1~2년 사이 문래동이 삭막해졌다. 공장들이 하나둘 떠나고 술집, 카페가 생겨났다. 어쩌면 그녀도 당장 떠나야 할지 모른다. 월세 연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임대인이 “나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을 들여 낡은 공장을 ‘문래 포토존’으로 탈바꿈시킬 만큼 아기자기한 목공방으로 꾸몄으나 임차인의 권리는 무용지물이다. 나가라면 나가야 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창작예술의 뿌리를 뽑는 상가임대차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문제는 비단 문래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들이 창작공간의 재계약 과정에서 생길 임대료 상승과 이른바 건물주의 ‘갑질’이 우려된다.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문래 창작촌은 홍대, 서촌, 연남동 등 다른 곳들처럼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문제로 쫓겨나는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끔찍하다.”
 
  그녀는 뜻을 같이하는 작가들과 ‘숲은 살아 있다’는 주제로 문래동 골목에서 공동 전시회를 열고 있다.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웅숭깊은 눈동자로 전시회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 ‘딥 퍼플’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인 딥 퍼플 2기 모습이다. 왼쪽부터 이언 길런(보컬), 존 로드(키보드), 이언 페이스(드럼), 로저 글로버(베이스), 리치 블랙모어(기타).
  고출력의 헤비메탈 음악을 세상에 전파한 딥 퍼플(Deep Purple)은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룹’으로 기록되어 있다. 1975년의 일이니 지금은 ‘시끄러운 왕좌’에서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딥 퍼플은 레드 제플린과 롤링 스톤스, 블랙 사바스, 핑크 플로이드, 퀸 같은 수많은 영국 록밴드 사이에서 잊힐 수 없는 존재다. 특히 그들의 수많은 앨범 중에서, 지금까지 1억장 이상 팔린 앨범 중에서, 여섯 번째 앨범인 《머신 헤드(Machine Head)》(1972)만큼은 잊어선 곤란하다.
 
  딥 퍼플은 멤버들이 자주 이탈하고 해체와 재결합까지 가정사(?)가 복잡하지만 가장 완벽하다는 ‘2기 라인업’이 《머신 헤드》를 만들었다. 이 라인업은 이언 길런(Ian Gillan·보컬),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기타), 로저 글로버(Roger Glover·베이스), 존 로드(John Lord·키보드), 이언 페이스(Ian Paice·드럼) 등 5명이 주축이었다.
 
  현재 74살의 블랙모어는 밴드를 떠났고, 로드는 지난 2012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대신 스티브 모스(Steve Morse)가 1994년부터 기타를, 돈 에어리(Don Airey)가 2002년부터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딥 퍼플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인 《머신 헤드》.
  앨범 《머신 헤드》에는 모두 8곡이 담겨 있다. 이 중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는 헤비메탈의 고전과 같은 곡이다. 국내 팬들도 이 두 곡에 환호하는 것은 해외 팬들과 다르지 않다.
 
  이 앨범은 탄생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위대한 음악은 지독한 산고를 겪는 법이니까. 1971년 여름에 부분적으로 작곡되었고, 세금 문제 때문에 스위스에서 만들어졌다. 그곳에 머문 3주 동안 딥 퍼플은 ‘프랑크 자바(Frank Zappa)’가 공연하던 극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목격했다. 일설에는 프랑크 자바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무대를 향해 불꽃놀이용 총을 쏴서 불이 났다고 한다.
 
  객석에 있던 딥 퍼플 멤버들은 모두 무사히 탈출했고 화재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호수 수면 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5명의 멤버가 모두 참여해 만든 곡이 〈물 위의 연기〉이다. 이 곡의 기타 리프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타 입문자라면 반드시 연주해야 하고, 옷매무새를 경건히 하고 연주해야 하는 곡이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Fender Stratocaster·펜더사가 만든 일렉트릭 기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로 시작되는 굵직한 리프는 다음 소절에서 오르간과 하이 햇(hi-hat·드럼에 달린 발로 치는 심벌즈)이 합류하고, 곧이어 드럼과 베이스 비트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며 사운드를 받쳐 준다. 그리고 정확히 52초부터 이언 길런의 보컬이 이렇게 터져 나온다.
 
  “우리는 제네바의 호숫가에 위치한 몽트뢰로 갔어요. 시간이 많지 않아 우리는 이동용 녹음기를 써야 했죠.(We all came out to Montreux, on the Lake Geneva shoreline. To make records with a mobile, we didn't have much time.)”
 
  이 인상적인 전주(前奏)는 ‘범죄적이라고 할 정도로 단순하고 즉각적으로 인지되는 리프’라고 명명될 정도다.
 
 
  〈물 위의 연기〉, 라이브 공연의 필수 레퍼토리
 
70대 할아버지가 된 딥 퍼플의 현재 모습이다. 왼쪽부터 로저 글로버, 이언 페이스, 이언 길런.
  앨범 《머신 헤드》를 제작할 당시의 이야기다. 딥 퍼플은 스위스 이곳저곳을 ‘정찰’하다 어느 시골의 로컬 극장(Pavilion)에서 레코딩 작업을 시작했으나 소음에 시달린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부분적인 세션 녹음을 겨우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화재로 폐쇄된 몽트뢰 그랜드 호텔을 찾아갔다. 엉망이 된 복도에서 롤링 스톤스의 이동 녹음장비를 이용해 녹음을 재개했다.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녹음한 걸 들어보기 위해서는 여섯 개의 문을 지나 화재 탈출구로 내려가서 눈이 내리는 안마당을 가로질러야 했다.”
 
  얼마나 불편하게 녹음했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멤버들은 심지어 〈물 위의 연기〉가 이렇게까지 히트할 줄 몰랐다. 그래서 앨범에는 담았으나 싱글로 발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1973년 여름 미국의 빌보드 팝 싱글차트에서 4위에 올랐고 캐나다 차트에선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블랙모어의 블루스 스타일의 기타 연주와 존 로드의 해먼드(Hammond) 오르간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주는 이후 딥 퍼플의 라이브 공연에서 필수 레퍼토리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앨범 《머신 헤드》의 첫 곡인 〈하이웨이 스타〉는 오랜 연습 없이 아무나 연주할 수는 없는 난곡(難曲) 중의 하나다. 최고 음역대의 보컬이 으르렁거리는 기타와 쾌속 질주하는 키보드, 퍼커션과 어우러져 있다.
 
  오르간과 퍼커션의 크레센도(crescendo·점점 소리가 커짐)로 이루어진 〈레이지(Lazy)〉, 파워풀한 기타와 정확한 리듬의 드럼, 여기다 이언 길런의 찢어진 고음이 담긴 〈스페이스 트러킹(Space Truckin)〉까지 화려한 곡들이 앨범에 담겨 있다. 진정한 하드록 팬이라면 이 앨범을 소장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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