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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화가 이범헌의 〈꽃춤〉, 플리트우드 맥의 《루머스(Rumours)》

“생동하는 생명의 메시지” “부부 이별의 정신승리”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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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킨텍스에서 2018 대한민국 미술축전 KAFA 국제아트페어 개막… 1만5000여점 전시
⊙ 1977년 발매된 《루머스》… 밴드 內 두 커플의 갈등과 미움, 증오 담겨
화가 장지윤의 〈휴먼7(Human7)〉(112.1x162.2cm, 캔버스에 유화, 2016)
  ‘그림이 내게 오는’ 계절인 가을,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2018 대한민국 미술축전 KAFA 국제아트페어가 개막했다. 2000여 명의 작가가 1만5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국의 거의 모든 미술가가 참여하는 어마어마한 축제다.
 
  수많은 작품 중에 젊은 화가 장지윤의 〈휴먼7(Human7)〉(112.1×162.2cm, 캔버스에 유화, 2016년)이 눈길을 끈다.
 
  누워 웅크린 이의 절망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웅크린 남자는 몸을 말아 비극과 모욕을 완성한다. 이 나신의 중년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연상시킨다. 발가벗겨졌다는 것은 일종의 공개적인 ‘처형’이다. 복음서에서 말하듯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벌거벗은 죄인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예수가 수난 받던 시절, 죄인의 머리 위에 이름과 죄목을 적은 표지(Titulus)가 있었듯 민머리에 새겨진 굵은 핏줄이 죄목을 상징하는 듯하다. 어쩌면 이 남자의 이름은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그림에 다가갈수록 거친 붓질과 묵직한 질감이 선명하다. 화폭에는 사진이 보여주는 사실감은 물론 추상 미술이 가진 물감의 물성이 강조된 붓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구자승의 〈소머리가 있는 정물〉(162x112cm, 캔버스에 오일, 2017)
  서양화가 구자승의 〈소머리가 있는 정물〉(162×112cm, 캔버스에 오일, 2017)은 매우 사실적인 그림이다. 차가운 빛이 도는 벽면에 코뼈가 부서진 들소의 해골이 걸려 있다. 한때 길었을 뿔도 끝부분이 무디어졌다. 완전히 부서지지 않고 끝부분만 잘린 모습이 더 그로테스크하다. (그러나 벽면에 비친 그림자 뿔은 온전한 모습이다.) 이 녀석도 한때는 기원전 3만5000년 알타미라(Altamira) 동굴에서 발견된 들소처럼 거칠게 들판을 호령했을 게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마치 목 없는 불상처럼, 코뼈가 망가진 들소로 창백한 벽에 붙어 있다. 이 들소의 아래에는 장식용 탁자가 있고 녹슨 램프와 오래된 카메라가 놓여 있다. 미술평론가 호제 부이에는 “일상의 사물에 낯선 품위와 신비로운 침묵의 후광을 부여하는 구자승의 그림은 그레고리안 성가나 불교의 단선음악 같은 내적인 음악을 들려준다”고 평한다.
 
 
  다양하고 넉넉한 자연의 품이 느껴져
 
김춘옥의 〈관조〉(142x205cm, 한지에 색지·먹, 2016)
  한국화가 김춘옥의 〈관조〉(142× 205cm, 한지에 색지·먹, 2016)는 한지에 먹으로 그린 수묵채색화다. 그의 그림에는 언제나 투명한 정신적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종이(한지)의 감수성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얇은 한지를 오겹에서 칠겹까지 층층이 배접한 뒤 그 두께 위에 수묵과 채색을 얹어 물감이 깊게 배어나도록 했다. 〈관조〉에서 보듯 연못에 핀 수많은 연꽃이 미묘한 요철의 모습으로 드러나 입체적 느낌을 부여한다.
 
  〈관조〉를 보고 있노라면 오래된 추억이 살아나 그림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듯하다. 마치 빛바랜 흑백사진 같다고 할까.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데 선악(善惡) 이전의 내면 같다. 그 내면은 지친 삶의 옷매무새를 고쳐 잡게 한다.
 
오낭자의 〈낙원〉(145.5x112cm, 화선지에 수간채색, 2003)
  천경자 선생의 1대 제자인 한국화가 오낭자의 〈낙원〉(145.5×112cm, 화선지에 수간채색, 2003)은 ‘화조(花鳥)작가’로 유명하다. 정교한 채필로 형상화한 극사실의 채색화를 주로 그려 왔다. 과거에는 갈색조의 바탕 위에 산속의 꿩, 사슴, 부엉이, 야생화를 그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꽃송이가 비교적 큰 식물을 중심으로 보라색조에 화려함을 더하는 나비와 새를 주로 그렸다.
 
  〈낙원〉은 매우 몽환적인 작품이다. 보라색이어서 더 화려하고 꿈결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채색화의 승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범헌의 〈꽃춤〉(53x45cm, Mixed media, 2016)
  한국화가 이범헌의 〈꽃춤〉(53×45cm, Mixed media, 2016)은 화려하고 동적(動的)인 작품이다. 진달래와 철쭉 등 한국적인 꽃을 소재 삼아 꽃춤(花舞)을 명제로 생동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한다.
 
  정물화처럼 하나의 꽃이나 꽃다발 정도가 아니라 수많은 꽃들이 마치 무리 지어 군무(群舞)를 하듯 화폭을 채운다. 다양하고 넉넉한 자연의 품이 느껴진다. 이 그림 어디에도 불안이나 초조, 번민이나 갈등을 찾을 수 없다. 살아가는 자연의 질서 내지 조화를 보는 듯하다.
 
 
  플리트우드 맥의 飛翔과 파경
 
1970년대 무렵의 플리트우드 맥. 왼쪽부터 존 맥비, 크리스틴 맥비, 스티비 닉스, 믹 플리트우드(뒷줄), 린지 버킹엄.
  발음하기 쉽지 않은 노장(老壯) 팝 밴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은 여전히 전 세계를 돌며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플리트우드 맥처럼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밴드는 드물 것이라고.
 
  드러머 믹 플리트우드(Mick Fleet-wood)와 베이시스트 존 맥비(John McVie)가 주축이 돼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무거운 블루스 록을 연주하던 이들은, 캘리포니아 출신 커플을 새 멤버로 영입하면서 비상(飛翔)하기 시작했다.
 
  기타리스트 린지 버킹엄(Lindsey Buckingham)과 여가수 스티비 닉스(Stevie Nicks)는 플리트우드 맥의 색깔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곱슬머리에 눈이 크며 뭔가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던 버킹엄은 고교시절부터 사귀던 스티비 닉스와 앨범 한 장을 이미 발표한 상태였다. 당시 버킹엄의 기타연주는 왠지 멜랑콜리했고, 긴 옷을 항상 치렁치렁하게 입고 다녔던 스티비 닉스의 음색은 화려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했다.
 
  한편, 키보드를 치던 크리스틴 퍼펙트(Christine Perfect)가 존 맥비와 결혼해 크리스틴 맥비가 됐다. 이렇게 라인업을 새로 짠 이 밴드는 런던을 떠나 캘리포니아를 터전으로 삼아 ‘LA 어덜트 록의 제왕’이 됐다.
 
  그러나 플리트우드 맥이 인기를 끌수록 웬일인지 두 커플의 갈등은 깊어졌다. 파경의 와중에 나온 앨범이 《루머스(Rumours》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갈등과 미움, 증오 속에서 걸작 음반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1977년에 발매됐으니 41년이 된 고전이다. 작년에 발매 40주년을 맞아 특별제작한 음반이 나왔는데 35주년 때도 기념음반이 나왔다. 5년마다 뭘 기념할 게 또 있었을까. 그냥 세일즈용인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루머스》는 4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매혹적이다. 이 앨범에 깃든 마법 때문이리라. “깔끔하게 제작된 보석 같은 앨범”이라고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 1001》은 적고 있다. 감성의 거친 면과 매끄러운 면이 어우러져 비할 데 없는 블록버스터가 됐다. 영국에서 발매된 음반판매량에서 역대 11위를 차지했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7위에 랭크됐다. 4000만장(미국에서 2000만장)이 팔렸다.
 
 
  서로 남남이 되어 다시 노래해
 
세월이 흐른 뒤의 플리트우드 맥. 왼쪽부터 존 맥비, 스티비 닉스, 린지 버킹엄, 믹 플리트우드(뒷줄), 크리스틴 퍼팩트.
  다시 1977년으로 돌아가 보자. 《루머스》를 제작할 당시 두 커플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 음반의 수록곡을 작곡하고 녹음할 때 각각의 커플은 서로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당시를 유추할 때, 이 앨범에 실린 크리스틴 맥비의 〈돈 스톱(Don’t Stop)〉과 〈유 메이크 러빙 펀(You Make Loving Fun〉은 다분히 관조적이고 세속을 초월한 노래에 가깝다.
 
  반면 스티비 닉스는 〈드림스(Dreams)〉를 통해 좀 더 묵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린지 버킹엄은 〈고 유어 오운 웨이(Go Your Own Way)〉에서 성난 내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티비는 자신이 만든 〈드림스〉에서 ‘천둥은 오직 비가 내릴 때만 치고, 비가 당신을 깨끗하게 씻을 때쯤 당신을 알게 될거야’(Thunder only happens when it's raining. When the rain washes you clean, you'll know, you'll know)라고 읊조린다. 한마디로 천둥을 동반한 비에 흠뻑 젖어 봐야 정신 차릴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곡을 가득 채우는 인상적인 하모니를 놓쳐선 곤란하다. 마치 봄비처럼 촉촉하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플리트우드 맥의 유일한 넘버원 히트송이다.
 
  또다른 히트곡인 〈고 유어…〉는 버킹엄이 작곡했다. 곡의 첫 소절부터 예사롭지 않다. ‘널 사랑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야. 내가 무얼로 내 기분을 바꿀 수 있겠어’(Loving you isn't the right thing to do. How can I ever change things that I feel)라고 외친다.
 
  후렴구는 더 심하다. ‘네 마음대로 해. 당신은 그걸 또다른 외로운 날이라고 부를거야’(You can go your own way. You can call it another lonely day)라고 소리친다. ‘나 없이 외롭게 살아가라’는 투다.
 
  그러면서도 ‘만약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너에게 내 세상을 줄거야. 모든 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If I could baby I'd give you my world. Open up everything's waiting for you.)라고 미련을 놓지 않는다. 자신을 거절했던 여자를 향해 얼룩지고 찢어진 가슴을 드러내 보인 셈이다.
 
  언젠가 스티비는 비킹엄이 만든 〈고 유어…〉를 싫어한다고, 불쾌하다고 밝혔었다. “포장하려 하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챙기려 했다”며 전 남편과 언쟁을 벌였다.
 
  그러나 어느 라이브 공연에서 스티비가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세월이 흘러 버킹엄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곡의 라인이 매우 우스꽝스럽다”고 고백했다.
 
  어쨌든 두 커플이 헤어지면서 밴드를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이합집산을 겪었지만 지금은 5명이 다시 뭉쳤다. 물론 서로 남남 사이지만 앨범 《루머스》에 담긴 〈드림스〉와 〈고 유어…〉를 더 애틋하고 성숙하게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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