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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한문철 변호사의 휴대폰 분실기

“휴대폰 분실하셨죠? 구글 본사인데, 찾아드리겠습니다”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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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에서 분실한 휴대폰, 밤 사이에 경기도 가평, 서울 논현동으로 옮겨 다녀
⊙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이용한 보이스피싱 우려
⊙ 패턴인식 대신 지문·안면인식으로 바꾸고, 암호 설정 등 필요
  지난 4월 8일 일요일 저녁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유명한 호텔에서 친한 형님의 딸 결혼식 주례를 섰다. 주례를 마치고 식사하던 중 잠시 휴대폰을 테이블에 놔둔 채 자리를 비웠다. 바로 옆엔 집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모임을 같이하는 지인(知人)들이었다. 자리로 돌아온 후에도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사진도 찍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챙겨 나오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주머니를 살펴보니 내 옷이 아니었다. 얼른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옷은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휴대폰이 없었다. ‘어? 조금 전에 내가 사진도 찍고 카톡도 보내고, 페이스북도 봤었는데…’
 
  호텔 지배인에게 이야기를 하자, 그는 직원들에게 무전으로 내 휴대폰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1시간 이상 찾아봐도 휴대폰은 없었다. 집사람 휴대폰으로 이동통신사에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엄격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집사람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휴대폰이 아직 그 호텔 건물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시각이 오후 8시43분. 그래서 얼른 5층 식장으로 올라가 지배인에게 그 얘길 하고 다시 휴대폰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지배인은 이미 내려간 쓰레기들을 다시 올려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건 직원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인 것 같아서 그러지는 말고 나중에라도 찾으면 연락 달라고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옮겨 다닌 분실 휴대폰
 
분실 후 위치추적 결과 휴대폰이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더 이동통신사에 위치추적을 요청해 보았다. 놀랍게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로 나왔다. 1시간 만에 휴대폰이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도 가평군으로 가 있다니? 다시 집사람 전화로 열심히 카톡 문자를 보냈다. “한문철 변호사입니다. 제가 전화를 잃어버렸습니다. 전화기 갖고 계신 분은 010-××××-△△△△번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1시간 후에 다시 위치추적 해보니 역시 같은 장소였다. 잠들기 전 11시56분경에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 같은 곳으로 나왔다.
 
  다음날 아침에 집사람에게 다시 위치추적을 해보라고 했더니 전원이 꺼져 있다고 했다. 그래도 위치추적 해보라 했더니 마지막 위치는 서울시 논현동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강남구 삼성동에서 경기도 가평군으로 갔다가 새벽에 강남구 논현동으로 이동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전원이 꺼졌으니 이건 누군가가 일부러 휴대폰을 훔친 후 옮겨 다닌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잠들기 전에 급한 대로 홈페이지와 사무실 업무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는 모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꿔놓았지만 이젠 모든 걸 바꿔야 했다. 새 휴대폰을 사고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오 과장이 말했다.
 
  “대표님, 휴대폰이 댁에 있는 거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어제 구글 계정 비밀번호 바꾸라고 해서 구글 계정으로 전화기 위치추적을 해봤더니 마지막에 대치동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사모님 핸드백에 담겨 댁으로 간 거 같다”고 했다.
 
  오 과장이 구글로 추적한 것을 보니 전날 아침부터 내가 이동한 경로와 시각이 정확하게 나와 있었다. 다만 저녁 7시 이후의 흔적은 이상하게 나왔다. 논현동에 간 적이 없는데 삼성동에서 논현동으로 이동했다가 마지막에 ‘강남구 대치동 삼성?’으로 되어 있었다. 삼성동 예식장에 가기 전까지는 너무나 정확했는데 그 이후는 왜 틀릴까? 왜 마지막에 ‘삼성?’이라고 나올까? 물론 휴대폰은 집에 없었다.
 
 
  ‘구글 본사’에서의 전화
 
‘구글 어카운트 서포트 지원팀’ 명의로 온 문자.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저녁 먹고 나중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국제전화가 두 번이나 왔었다. 문자도 와 있었다.
 
  “구글 어카운트 서포트 지원팀입니다. 통화 안 되어 문자 남기니 회신 주세요.”
 
  순간 ‘오 과장이 구글 계정으로 내 전화 위치추적 한 것 때문에 혹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까 구글에서 확인하기 위해서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문자를 보냈다.
 
  그 다음날인 화요일 오후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번호가 어젯밤에 본 그 번호였다. 반가웠다. 받아보니 “한문철님이시죠? 구글 어카운트 지원팀 하○○입니다”라고 한다.
 
  “어제저녁에 전화했었죠?”
 
  “네, 고객님, 전화기 잃어버리셨죠?”
 
  “구글 계정으로 위치추적 했던 거 때문에 전화하셨죠? 그건 내 계정이 도용된 게 아니고 우리 직원에게 확인하라고 내가 시킨 거예요.”
 
  “아하, 그렇군요.”
 
  “구글 대단합디다. 어쩌면 몇 분 걸어가고, 몇 분 지하철 타고 가고… 그게 정확합디다. 대단합니다.”
 
  “저희가 고객님 전화기를 찾아드리려 합니다.”
 
  “에이~ 그거 못 찾아요. 호텔 지배인이 ‘쓰레기 다 올려서라도 변호사님 전화기 찾아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걸 놔두라 했고 이미 포기했어요.”
 
  “엇? 변호사님? 혹시 제가 아는 그분이신가요?”
 
  이때 그는 내가 TV 등에서 교통법을 해설하는 ‘한문철 변호사’라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구글 본사에 근무한다는 그는 TV에서 나를 몇 번 본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구글에서 전원 끄더라도 위치추적 하는 시스템을 시험 가동 중”이라면서 “이번에 고객님 휴대폰 찾는 데 그걸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꼭 다시 찾아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구미가 동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가 말했다.
 
  “그러려면 몇 가지 본인 인증이 필요합니다. 휴대폰에 문자가 갔을 겁니다. 그걸 읽어주세요.”
 
  “아~, 지금 왔네요. G-××××××라고 왔네요.”
 
  “네,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구글 어카운트를 어느 거 쓰시나요? 여기에 두 가지로 나오는데요. 하나는 susu로 시작되는 거고 다른 하나는 hmc로 시작되는데요.”
 
  “susu를 쓰는데? 아 참 구글은 그게 아니고 hmc인 거 같은데?”
 
  “그걸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초기 아이디가 정확해야 합니다.”
 
  “난 그거 잘 모르는데? 왜 그거 꼭 알아야 해요?”
 
  “휴대폰 찾으려면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글쎄? 그건 내가 관리 안 하고 우리 직원이 관리하는데… 잠시만요.”
 
  나는 오 과장을 불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는 ‘하정원’이라고 했다. 그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 놓았다. 오 과장이 들어왔다. 나는 오 과장에게 “구글 본사에서 내 휴대폰 찾아준다고 하니, 도와드려라”면서 통화하던 휴대폰(새로 산)을 넘겨주었다. 마침 모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왔다. 30분간의 인터뷰를 마치자 오 과장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핀 번호를 알려달라”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대표님, 이거 아무래도 보이스피싱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구글 본사라던데?”
 
  “보이스피싱이 분명합니다. 제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핀 번호를 알려달라기에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핀 번호? 그게 뭔데?”
 
  “초기 비밀번호와 같은 거로서 그걸 알면 개인정보뿐 아니라 금융정보까지 샐 수 있는 겁니다. 그건 제가 관리 안 해서 모른다고 둘러댔습니다. ‘이미 한 변호사와 얘기 다 됐으니 핀 번호만 알려주면 되는데 왜 모른다고 하느냐’면서 대표님을 바꿔달라고 하더군요. ‘상담 중이라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본인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고 하던데?”
 
  “본인 확인을 위해서라도 핀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건 없습니다. 이상해서 ‘죄송하지만 직급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바로 얘기 못하고 움찔하다가 ‘대리’라고 하기에 거짓말이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미국 구글 본사에 근무하면 ‘매니저’라든가 하지 ‘대리’라는 직급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확인해 보니 아까 왔던 그 국제전화번호였다. 받으려 했지만 이내 끊어졌고, 다시 전화가 걸려오면 녹음을 하려고 별렀지만, 그 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며칠 후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그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형님, 형님은 유명인이기에 형님 이름을 팔아서 사기 칠 수 있어요. 예컨대 밤 12시에 형님 전화기에 들어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한문철 변호사 아시죠? 지금 한 변호사님이 쓰러지셔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가족분들께 연락이 안 되네요. 당장 수술비로 300만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제일 가까우신 분이실 듯해서 전화드렸습니다’라고 하면 곧바로 돈 보내줄 분들이 여러분 있을 것 같은데요? 형님은 이미 아셨으니 보이스피싱 안 당하겠지만 다른 분들께 피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휴대폰에는 5000개의 전화번호와 함께 카톡방 대화, 문자메시지, 사진과 동영상, 우리 부부 여권 사진과 카드 사진, 통장 사진 등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샌 개인정보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나를 잘 아는 사람인 척하면서 다른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사무실에 나오자마자 내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는 모든 분께 웹(web) 발신(PC로 대량 문자 보내기)으로 “혹시라도 한문철 변호사를 내세워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가 오면 그건 100% 보이스피싱이니 조심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한 번 보낸 거로는 부족할 거 같아 내용을 축약해서 또 한 번 보냈고, 그 다음날 내용을 달리해서 두 번 더, 도합 네 번 문자를 보냈다.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 해두어야
 
  다행히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도 없고, 카드 사용된 것도 없고, 내 이름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분도 없다. 하지만 내 전화기를 통해 내가 하루종일 움직인 동선(動線)을 ‘하 대리’라는 사람이 정확히 알고 있고, 내 전화기에 들어 있는 모든 내 사생활과 각종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특히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각종 앱에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이미 등록되어 있어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 문제다. 그는 내 스마트폰에 연결된 모든 사이트는 자유롭게 들어가 모든 걸 볼 수 있고 내가 하는 것처럼 각종 글을 올리고 수정도 할 수 있다. 나와 관련된 자료들을 다운로드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화기에 패턴으로 잠금장치를 해놓긴 했지만 그건 있으나 마나라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제일 그리기 좋게 ‘반 기역’으로 해놨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ㄱ, ㄴ, ㄷ’ 등으로 해놓아 몇 번만 시도하면 금세 열리고, 또 불빛에 비스듬히 비춰 보면 손때가 묻어 있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패턴은 절대 잠금장치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전화기를 잃어버렸을 경우 다른 사람이 휴대폰에 들어 있는 자료들을 볼 수 없게 비밀번호로 설정하든가, 안면인식이나 지문인식으로 해놓는다고 한다. 나도 어려운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지문인식으로 바꿨다.
 
  지인 중에는 내 휴대폰을 가져간 누군가가 가평휴게소쯤으로 이동해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휴대폰을 넘기고, 휴대폰을 산 사람은 몇 시간 동안 각종 정보를 빼낸 후 새벽에 서울로 돌아와 다시 또 다른 업자(보이스피싱)에게 휴대폰을 넘긴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부주의했던 나 자신을 탓할 뿐이다.
 
  누구라도 내가 당했던 것과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현대인의 휴대폰(스마트폰)에는 온갖 정보가 담겨 있다. 결국 그 정보는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는 필수이다. 문득 전화통화만 가능하던 옛날 휴대폰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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