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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치바이스의 〈새우〉와 레드 제플린의 《Led ZeppelinⅣ》

생략의 힘이 담긴 ‘새우’, 명곡이 안내하는 ‘천국행 계단’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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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충류(草蟲類)의 명수, 치바이스 한국전(展) … 농민화의 소박함과 문인화의 격조 담겨
⊙ 레드 제플린의 4집은 ‘제방(levee)에 몰아치는 잿빛 폭풍우’ 같은 걸작
치바이스가 그린 〈새우〉(종이에 먹, 99x34cm).
  ‘동양의 피카소’라 불리던 치바이스(齊白石·1863〜1957)의 그림과 글이 한국에 왔다.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북핵과 사드 여파로 빛이 바랬지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는 비교적 많은 이가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치바이스는 초충류(草蟲類)의 명수다. 인물, 산수, 조수, 새우, 게, 개구리, 채소, 과실 등을 주로 그렸다. 특이하다면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지 않지만, 같은 것을 그린다고 할까. 사실의 재현(再現)도, 그렇다고 추상도 아니다.
 
  치바이스의 ‘같지만 같지 않은’ 조형언어의 가장 큰 힘은 생략이다. 복잡한 대상을 과감하게 생략해 본질을 필묵언어로 추출해 내는 데 있다.
 
  대표적인 그림이 〈새우〉(종이에 먹, 99×34cm)다. 사실, 중국에서 새우 그림 하면 치바이스, 치바이스 하면 새우를 으뜸으로 친다. 그가 그린 수많은 새우 중에서 예술의전당에 전시된 〈새우〉는 88세 되던 1948년 그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치바이스는 가난 탓에 학교도 못 다녔다. 쇠꼴을 먹이며 집안일을 도왔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못가에 걸터앉아 발을 씻는데 갑자기 꼬집는 것처럼 발이 아팠단다. 재빨리 발을 뺐더니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새우들이 우리 아들을 괴롭혔구나” 하셨다. 이것이 새우와의 첫 인연이었다.
 
  치바이스에게 새우는 가난과 아픔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 속 새우는 서로 뒤엉켜 헤엄치고 자유를 만끽하며 놀고 있다. 여덟 마리 새우가 그려진 이 작품의 평가금액이 족히 20억이 넘는다고 한다. 새우 한 마리가 2억~3억이 되는 셈이다.
 
  〈새우〉는 농민화의 소박함을 가져가면서도 문인화의 고고한 격조가 담겨 있다. 이런 평가의 이면에는 중국에서 새우가 용에 비견된다는 점이 내포돼 있다.
 
 
  치바이스의 마지막 제자 김영기
 
치바이스의 제자 김영기가 그린 〈월상월하쟁쟁진진(月上月下爭爭進進)〉(종이에 채색. 75x75cm).
치바이스 한국전(展)을 찾은 김영기 선생의 맏딸 김정림 여사(오른쪽).
  구한말 영친왕의 서화(書畵) 스승인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1868~ 1933)은 창덕궁 희정당 벽에 〈만물상 추경〉, 〈총석정 해경〉을 그린 당대 서화의 대가였다.
 
  그의 아들 청강(靑岡) 김영기(金永基·1911~2003)도 해강의 뒤를 이어 대륙풍의 화조화(花鳥畵)를 즐겨 그렸다.
 
  청강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아버지 해강의 권유로 1932년 무렵 중국으로 떠났다. 치바이스에게 직접 그림을 배우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것이다. 청강은 당시 중국 보인대학(輔仁大學)에 다니며 주말이면 그의 문하에서 틈틈이 지도를 받았다.
 
  기자는 청강의 맏딸 김정림(金貞林·86) 여사와 치바이스 전시회를 찾았다. 김 여사는 “할아버지(해강)가 치바이스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 아들을 제자로 가르쳐 달라 부탁하신 것이다. 치바이스는 해강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마지막 제자로 아버지 청강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치바이스가 그린 〈부용과 새우〉(종이에 채색. 81.7x36.2cm).
  그녀에 따르면 젊은 시절, 해강 역시 중국으로 그림유학을 떠나 10년 가까이 베이징, 톈진, 난징,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 뤄양 등지에서 당대 예술가들과 교유했다. 치바이스와도 인연을 나눴다. 치바이스는 그런 해강의 아들(청강)을 ‘고려래적홍안적미소년’(高麗來的紅顔的美少年·고려에서 온 붉은 얼굴의 미소년)이라 부르며 사랑했다. 김여사의 말이다.
 
  “새우 그림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도 생전 새우를 즐겨 그렸어요. 치바이스 그림을 보니 어떤 그림은 아버지가 더 잘 그렸고, 어떤 그림은 치바이스가 더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강이 그린 〈월상월하쟁쟁진진(月上月下爭爭進進)〉(종이에 채색. 75×75cm)은 새우와 물고기가 무리를 지어 서로 앞다투어 전진하는 그림이다. 치바이스의 새우와 닮았으되 역동적이고 힘이 있다.
 
  치바이스의 또다른 새우 그림인 〈부용과 새우〉(종이에 채색. 81.7×36.2cm)는 청강의 새우와 달리 정적이고 고요하다. 그림이 아름답기는 〈부용과 새우〉가 나을 수 있지만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월상월하쟁쟁진진〉이 더 강렬하다.
 
 
  팝 명곡 〈Stairway To Heaven〉이 담긴 레드 제플린의 4집 앨범
 
레드 제플린의 미스터리한 4집 앨범 《언타이틀드 포트 앨범(Untitled fourth album)》(1971) 커버.
  영국의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4집 앨범은 미스터리다. 앨범 재킷엔 아무 설명도 없이, 나무 등짐을 진 구부정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선 모습뿐이다. 앨범 타이틀, 밴드 이름, 멤버들의 사진 한 장 없다. 음악팬들은 편의상 〈언타이틀드 포트 앨범(Untitled fourth album)〉(1971)이라 부른다. ‘타이틀이 없는 네 번째 앨범’이란 뜻이다. 미국에서는 1971년 11월 8일, 영국에서는 11월 12일 출시됐다.
 
  물론 이 앨범은 발매와 함께 걸작(傑作)대열에 섰다. 이유는 한 가지. 8분이 넘는 대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 때문이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곡’으로 불린다. 좀 오래된 2003년 집계이긴 하지만, 미국의 70여개 록 전문 FM 방송에서 매년 평균 4203번씩 방송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8분짜리 곡이란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또 사이드A의 첫 곡인 ‘블랙 도그(Black Dog)’, 두 번째 곡인 ‘로큰롤(Rock and Roll)’은 아마도 아마추어 밴드라면 한번쯤 흉내 냈을 ‘하드록의 메들리’. 이외에 컨트리 악기인 만돌린 연주를 도입한, 샌디 데니(Sandy Denny)가 게스트 싱어로 참여한 ‘더 배틀 오브 에버모어(The Battle of Evermore)’, 당대 포크의 여왕 조니 미첼(Joni Michell)에게 헌정한 사이드B의 3번째 곡 ‘고잉 투 캘리포니아(Going to California)’ 역시 록 마니아라면 들어봤을 명곡이다.
 
  자, 이 미스터리한 걸작을 천천히 음미해 보자.
 
  첫 곡 ‘블랙 도그’는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의 무반주 보컬과 함께 시작된다. ‘Hey, hey, mama, said the way you move. Gonna make you sweat, gonna make you groove(헤이, 헤이, 엄마는 너를 움직이는 방식대로 말했어. 너를 땀 흘리게 만들고, 너를 리듬을 타게 만들거야.)’가 끝나자마자 강력한 기타 리프가 이어진다. 그리고 바닥에 깔리는 느린 드럼 비트와 지미 페이지(Jimmy Page)의 기타 솔로 배후에서 플랜트는 중얼거리며 한숨짓고 비명을 지른다.
 
  드러머 존 본햄(John Bonham)의 출렁이는 8/8박자 ‘부기우기 리듬’ 위로 두 번째 곡 ‘로큰롤’이 이어진다. 듣는 이로 하여금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만드는 매력적인 곡이다. ‘블랙 도그’가 블루스의 구성 아래 깔린 칙칙하달 수 있는 복잡성이 매력이라면 ‘로큰롤’의 단순한 부기우기 블루스 형식은 좀 더 밝고 해방감을 안긴다.
 
  세 번째 곡 ‘더 배틀 오브 에버모어(The Battle of Evermore)’는 제플린의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다. 플랜트는 자연스런 테너 목소리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발성 대신 포크에서 즐겨 쓰는 발라드 창법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샌디 데니(Sandy Denny)가 제2의 싱어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게스트 싱어가 레드 제플린 레코딩에 참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자 독특한 사건이었다.
 
  ‘더 배틀 오브 에버모어’의 알 듯 모를 듯한 마력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스테어웨이 투 헤븐’이 흐른다. 지미 페이지가 작곡했는데, 사운드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 곡의 이음새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느린 발라드로 시작해 중간중간에 몇 단계의 전개과정을 거쳐 극적인 크레센도(crescendo·점점 세게)로 마무리되는 전체적인 곡 구성이 특징이다. 페이지의 가장 눈부시고 과감한 편곡 아이디어는 곡 앞부분에 베이스와 드럼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켜 목가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노래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드럼 비트가 강해져 약간 빠른 템포의 4/4박자가 된다. 곡이 6분을 넘어서면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이 ‘밀당’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플랜트의 함성(6분47초쯤)이 절규하듯 쏟아진다. 거의 울부짖는 듯하다. 그러나 곡이 7분45초를 지나며 점점 느려져 마치 커다란 풍선의 바람이 빠지는 듯하다. 정통 클래식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형태의 극적 효과가 느껴진다.(참조 《레드제플린》, 을유문화사)
 
 
  제플린, 이후 4집 앨범 능가할 앨범 못 냈다는 평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 공연 모습. 왼쪽부터 존 폴 존스(베이스), 로보트 플랜트(보컬), 존 본햄(드럼), 지미 페이지(기타).
  사이드B의 첫 곡 ‘미스티 마운틴 홉(Misty Mountain Hop)’은 마치 공원을 산책하는 듯한 노래다. 플랜트는 시종 중얼거리거나 읊조린다.
 
  가사인즉, 한 무리의 히피들이 공원에 누워 마리화나를 피우다가 소지 혐의로 체포된다는 이야기. 당시 플랜트는 마리화나 찬성자였다고 한다. 반복되는 기타 사운드는 드럼 비트를 든든하게 받쳐 준다. 그러나 이 앨범이 국내 출시될 당시 금지곡으로 묶여 들을 수 없었다.
 
  ‘포 스틱스(Four Sticks)’를 건너뛰고 ‘고잉 투 캘리포니아(Going to California)’를 들어보자. 차분하고 아름다운 중간 템포의 어쿠스틱 곡이다. 절제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일품이다. 여기다 베이시스트 존 폴 존스(John Paul Jones)의 만돌린 연주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드럼과 베이스가 없다는 점이 특징.
 
  사이드B의 마지막 곡인 ‘웬 더 레비 브레이크(When The Levee Break)’는 처음부터 드럼 비트가 귓전을 쾅쾅 울린다. 본햄의 느리면서도 단호하게 연주하는 백 비트의 단순미가 백미다. 마치 제방(levee)에 몰아치는 악천후를 연상케 하는 잿빛 폭풍우를 형상화하는 듯하다.
 
  이 앨범이 발표되자 레드 제플린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고 감히 어느 밴드도 이들의 인기를 능가하지 못했다. 레드 제플린 역시 이후 9집까지 앨범을 냈지만 4집의 음악성을 능가하는 앨범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기자는 개인적으로 5집 〈하우지즈 오브 더 홀리(Houses of the Holy)〉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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