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색채와 앨범

악셀 크라우제의 〈마법사의 제자〉와 비틀스의 앨범 《페퍼 상사 밴드》

위협과 상냥함이 일상의 이미지로 변장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필름 느와르〉展, 어른들이 망친 불모의 세상에 대한 위로
⊙ 비틀스의 8번째 앨범 《페퍼 상사 밴드》 발매 50주년 … ‘20세기 가장 실험적 앨범’이란 평
독일 화가 악셀 크라우제의 〈마법사의 제자〉. 사진제공=갤러리 LVS
  필름 느와르(Film Noir)는 1940~50년대 미국 할리우드를 휩쓴 영화 흐름이다. 미국의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불안하고 공포스런 현실을 할리우드식 ‘과장’으로 덮어 둔다고 할까. 연애 코미디, 갱스터 무비, 뮤지컬 등이 이 시대에 대거 쏟아졌다. 어쩌면 스크린을 통해 암울한 현실을 감쪽같이 속이는 허구를 보여주는 양식(樣式)에 가깝다. 관객들은 할리우드식 ‘꿈’ 속에서 잠시나마 비극적 현실을 잊는다. 그러나 이런 거짓 온정주의는 겉모습만 화려할 뿐 현실과 분리된 눈속임일 뿐이다.
 
화가 악셀 크라우제.
  독일 화가 악셀 크라우제(Axel Krause·60)가 서울 신사동 ‘갤러리LVS’에서 〈필름 느와르〉전을 지난 7월 6일부터 열고 있다. 그의 화폭은 매우 독특하다. 비현실적 ‘필름 느와르’의 이미지를 오마주해, 색채와 형태를 그로테스크하게 뒤틀어 내면의 진실을 표현하려 한다. 겉으론 색채가 동화처럼 밝고 따스해 보이지만 그림 주제는 무겁고 시니컬하기까지 하다. 거기다 메시지를 부풀리는 초현실주의적 감각까지 덧씌웠다. 위협과 상냥함이 동시에 일상의 이미지로 변장하거나 몽환적 풍경으로 표현된다.
 
  〈마법사의 제자(Der Zauber-lehrling)〉는 필름이 끊겨 버린 듯 정지된 풍경 속 인물과 사물이 날카롭게 대립해 있다. ‘마법 견습생’으로 보이는 남자는 창밖으로 열기구 모양의 비행선을 응시한다. 마치 비행선을 이 남자가 조작하는 듯하다. 서양 장기판 모양의 마법 실험실 바닥이 혼란스럽다. 어쩌면 비행선이 경로를 이탈, 창문을 뚫고 들어올지 모른다.
 
  제조업 공장에서나 봄직한 붉은색과 검은색을 칠한 3개의 사출기(射出機)가 보인다. 그중 한 개의 관이 물기둥처럼 서 있다. 그런데 물기둥 속에 물고기(물고기 크기나 생김새로 볼 때 민물고기가 아니다)가 보인다. 물고기가 살 곳은 자연의 바다나 강이다. 마법 실험실이 부엌이 아닌 다음에야 물고기를 불러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마법은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비가 많이 오는 날(Regentag)〉은 좀 더 극단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차된 흰색 승용차의 앞부분만 보이고 멀리 한 남자가 우산을 들고 선착장 끝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선착장에는 정박한 배가 없다. 긴 레인 코트를 입은 남자는 배도 없는 선착장에 무슨 일로 가는 것일까. 멀리 보이는 해안의 얕은 산들이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듯 물의 높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림의 색채가 온통 잿빛이다.
 
 
  색채와 형태를 뒤틀어 내면의 진실 포착
 
악셀 크라우제의 그림 〈방문〉.
  〈방문(Visite)〉은 초현실주의 작품이다. 한 소년이 병원을 방문하는데, 환자는 다름 아닌 물고기(돌고래?)다. 간호사들이 둘러서서 뭔가를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물고기는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어디든 살 수 없으니까.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법 외에 물고기를 구할 길은 없어 보인다.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답답하게도 인간(간호사들)은 외면한다.
 
  소년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모형 비행기인지, 침대에 엎딘 물고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소년 앞의 커다란 모형 비행선은 침대가 아닌 수술대 위에 올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비행기 내부의 풍경과 병실 창밖 풍경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불모의 황량한 풍경이다. 소년의 방문은 어른들이 망친 불모의 세상에 대한 위로일까.
 
  독일 화가 악셀 크라우제는 독일 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린다. 독일 표현주의는 그림의 형태나 색깔을 강조하고, 과장하는 예술을 의미한다. 그림 속 메시지를 담으려 그런 방식을 택한다. 사실적 묘사나 관찰을 중시하는 과학 만능을 거부하고, 니체나 쇼펜하우어 같은 독일 철학자들이 하려 했던 사물의 진실한 내면을 포착하려 한다. 한마디로 그림의 형태는 사실적인데 메시지는 지나치게 관념적이다.
 
 
  발매 50주년 맞은 ‘페퍼 상사 밴드’
 
1967년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를 출시할 때의 비틀스.
  1960년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비틀스는 로큰롤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였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는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를 통틀어 20세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비틀스의 음악은 스키플(재즈), 비트, 그리고 1950년대 로큰롤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팝 발라드와 인디언 음악, 사이키델릭과 하드록은 물론 혁신적인 방식으로 클래식 요소까지 통합한 음악장르를 실험했다. 대표 앨범으로 《러버 소울(Rubber Soul》(1965), 《리볼버(Revolver)》(1966), 《서전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Sgt. Pepper ’s Lonely Hearts Club Band)》(1967), 《비틀스(Beatles)》(화이트 앨범, 1968), 《아비 로드(Abbey Road)》(1969)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는 올해로 발매 50주년이 된다. 세계 각국에서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요란하게 진행 중이다.
 
  이 앨범이 각광받는 이유는 1967년 이전까지 선보여 온 비틀스와는 전혀 다른 실험적인 앨범이라는 점 때문이다. 명쾌하고 선이 굵은 로큰롤과 성격이 다르다. 세련된 음악 프로덕션과 작곡, 대중음악과 고급예술 간 격차를 메운 시각 디자인 등에서 ‘동시대 반(反)문화와 베이비 붐 세대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음반 전체를 가상의 밴드인 ‘페퍼 상사 밴드’가 만든 것처럼, 페퍼 상사가 연주해 녹음한 것처럼 꾸몄다. 비틀스의 또 다른 자아에게 자유와 음악적 실험을 부여한 셈인데 착상이 기발하다.
 
비틀스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 발매 50주년 기념 한정판.
  우선 앨범 커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비틀스 멤버 뒤쪽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유명 인사를 총 출동시켰다. 밥 딜런, 처칠, 오스카 와일드, 마를린 먼로,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카를 마르크스, 에드거 앨런 포, 심지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얼굴도 나온다.
 
  영국 음반차트에서 무려 27주,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5주 동안 1위를 지키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2009년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지가 뽑은 ‘역대 최고의 앨범 500선(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에서 놀랍게도 1위를 했다.
 
  그래서 20세기 가장 실험적인 앨범이라는 평이 나오지만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은 ‘팝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작품’이란 찬사를 보냈지만 《뉴스위크》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로 나열된 그저 그런 작품’이라 혹평했다.
 
  듣는 이의 기호에 따라 음악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Within You Without You〉가 특히 그렇다. 들뜬 히피 문화적 색깔이 지나치게 반영됐다고 할까. 앨범 곳곳에 반영된 요란한 사이키델릭 음향이 듣기 거북하다는 평도 한몫한다.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루 리드는 “들을 때마다 구역질이 밀려오는 앨범”이라고 깠다.
 
  MBC DJ 배철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2010년 간)에서 이 앨범을 이렇게 평가한다.
 
  멤버들은 모두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음반을 만들었으며 앨범에 드러나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메시지와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다름 아닌 약물의 효과였다.(p.59)
 
  특히 두 번째 타이틀곡이자 링고스타가 부른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에서 ‘내 친구들’은 환각제란 소문이 파다했다. 가사에서 ‘Get high’라는 표현도 환각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물론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긴 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71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정기구독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