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方 명의의 원포인트 레슨 〈4〉 가을철 건강관리 요령과 체질 : 월간조선

봄에는 생(生·태어남)하고 여름에는 장(長·자람)하고 가을에는 수(收·거둠)하고 겨울에는 장(藏·저장)하는 것이 자연순환의 이치다. 우리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삶이 다양해진다. 기상관측 이래 1994년 이후 가장 무더웠던 올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건강관리 요령을 알아보고 사상체질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섭생요령 등을 간략히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가을철 건강관리 요령

추수(秋收·가을걷이), 이때 수(收)라는 글자는 거두고 정리한다는 뜻과 함께 수렴하고 움츠리는 기운을 의미한다. 건강의 측면에서 가을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 식물도 겨울을 준비하며 단풍이 물들고 각자의 종족번식을 위하여 열매를 맺듯 인체도 일조량의 부족 및 저온과 건조함의 시작으로 인하여 여러 질병에 노출되기 쉬워지며 여름내 더위와 싸우느라 지친 상태에서 더욱 약해지기 쉽다.

가을철이 되면 수족냉증이 나타나는 여성이 많다. 보온에 신경 써야 하며 보습도 게을리하면 피부질환이나 기관지염 및 저온 건조에 의한 병이 빈발하게 된다. 대상포진, 구안와사 등이 대표적이다. 주기적으로 입술이 찢어지거나 정전기를 잘 타거나 혹은 수족이 차가워지면서 심하면 피부가 갈라지고 트는 경우가 많다.

계절을 탄다고 가벼이 여길 때 몸이 약한 사람들은 단순 감기가 폐렴이 되기도 하고 비염이 축농증이 되기도 하고 냉증이 실질적인 방광염이나 자궁 부속기 염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따뜻한 안방 아랫목만 찾아다니는 허약한 사람이 된다. 몸에 훈기를 주는 보약도 좋고 온욕 및 보습 그리고 적당한 야외 운동을 통하여 체열을 유지하면 좋다. 만약 염증성 질환에 노출된다면 전문의와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여름에 비해 땀의 배출 감소 및 활동량의 감소로 인하여 비만이 오기도 쉽고 소위 중풍이라고 하는 순환기 질환이 잘 발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 몸의 말초혈행이 느려지면서 평소 고혈압이나 심장병 혹은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던 사람은 더 위험하다.

소음인에게는 마늘, 생강, 양파, 피망 등이 좋다.

속열이라고 하는 불 같은 화기가 내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말초혈행이 나빠지면 모든 압력이 뇌로 몰려들어 뇌혈관이 터지거나 심장 혈관이 막힌다. 항상 병의원을 이용하며 예방에 전념하고 흡연이나 음주, 지나친 성생활 등을 자제해야 한다. 식생활도 저염식에 담백한 콩나물국이나 배춧국 등이 권장되며 소식(小食)해야 한다. 가을의 제철음식인 전어, 흰 햅쌀밥, 송이버섯, 낙지, 대하를 맘껏 즐겨야 하지만 무리한 욕심은 생명을 재촉한다.

성장기 어린이들도 맘이 바빠지며 특히 수험생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스트레스성 질환이 나타나고 과민해지게 된다. 비염,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소화불량, 피부건조증 등이 심해져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즉, 기존에 가지고 있는 모든 과민 증상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이 나타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소위 과민성 증상이라고 하는 알러지 증상들은 가을철 같은 환절기에 더욱 악화된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시기이므로 우울해지고 활력이 줄어 우울증의 계절로 변한다. 그래서 갱년기를 겪고 있는 여성도 가을 나기가 만만하지 않다. 여름철보다 식은땀이나 상열감은 많이 줄어들지만 말초혈행부전으로 인하여 손발이 시리고 저리며 관절 등이 부드럽지 못하여 담도 잘 결리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뻑적지근하다. 여성호르몬에 의존하기보다는 고른 영양 섭취와 제철 과일 그리고 운동을 통하여 당차게 이겨 나가는 것이 좋다.

남성도 가을을 유난히 탄다고 호소한다. 결실과 수렴의 계절에 느끼는 위축감으로 인하여 보상심리를 자극받게 되고 체력을 무리하게 소모하게 된다. 유산소운동, 명상 및 산책 등이 권장된다. 예로부터 가을에 보약을 권장하게 된 이유인 것이다. 제철의 과일 또한 항병력을 키워 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훌륭한 가을 보약이다. 과일은 자연이 담아 준 비타민이며 햇빛과 같은 것이다.

체질에 관하여

소양인에게는 바나나, 오이, 송어, 딸기 등이 좋다.

한의학에서 항상 화두로 권하는 것이 체질에 따른 섭생이다. 특히 사상체질의학은 성정의학(감정의학)이라 불리며 사람의 정서와 본성을 바탕으로 출발한 개념으로 현대적인 의미로 보면 심리학이나 윤리학적인 측면을 포함하며 동시에 감정의학으로서 다양한 차원의 조명이 가능한 이론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체질 판단의 기준은 심성, 외형, 병증인데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은 심성이다. 성정이나 성격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번엔 심성에 관한 부분과 체질인별 식이섭생에 대해 주로 조명에 본다.

사상체질인은 크게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 넷으로 구분한다. 음인(陰人·태음인 소음인)과 양인(陽人·태양인 소양인)은 상대적이라서 소음인과 태음인은 음인이라는 공통점과 동시에 양(陽)적인 측면은 어수룩하고 성숙되지 못하여 유치하다는 동시적인 상대성을 의미한다. 양적인 측면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양적인 측면을 부드럽게 조정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소음인은 여성적이고 내향적인 것에 장점이 있는 반면 남성적이고 외향적인 것에는 유치하게 대응한다. 밖에서는 조용하기만 하던 소음인이 집에 와서는 고집스러운 가부장으로서 군림하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로 밖에서는 엄한 선생님이지만 집에서는 순한 양과 같은 사람도 있다. 참으로 알기 어려운 측면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 비유된다. 다만 미숙하고 유치하고 감정적으로 동요가 심한, 그리고 뭔가 모르게 자연스럽지 않은 측면이 찾아져야 한다.

소양인인 경우 외향적이고 사회의 변화에 잘 대처하며 뒤끝이 없는 사람이지만 집안일에서는 뭔가 유치하고 어수룩한 면을 동시에 갖게 된다. 만약 소양인 아내라면 가정생활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가정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신념이 강한 편이며 또한 그러한 점 때문에 가정불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태음인은 가정 중심적이고 감각 있는 전통적인 아빠의 모습, 엄마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된다.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가족과의 깊은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므로 사회생활에서도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조직을 가족적으로 이끌려다가 반민주적이고 여성차별주의자로 오인돼 오해를 사기도 한다.

태음인에게는 매실, 호박, 밤, 고구마 등이 좋다.

직장 내 성희롱도 태음인 남자라면 주의해야 할 것이다. 손아래 여직원을 친 여동생 대하듯 하면 소음인 여성들은 매우 당혹해한다.

소음인은 자신 없는 사회생활이나 낯선 환경에의 적응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하나의 공부이다. 하지만 너무 과장된 외향화와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적당함을 찾기 쉽지 않아 다른 이로부터 찬성과 반대의 평가를 동시에 받게 된다. “저 사람은 나서는 것이 안 어울려.” “ 저분은 원래 조용하셨는데 ….” 그러나 소음인 스스로는 상당히 만족하게 되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 내기도 한다. 수많은 직장 남성들의 성인병은 어찌 보면 자기 체질과 성향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생활의 강요와 반복적인 노출에 의해 잠재적이고 무의식적인 고통의 누적 결과인 것이다.

태음인은 ‘그사람 참 좋다’라든지 ‘좀 둔한 거 아니야?’라는 서로 의미가 달라 보이는 말을 잘 듣게 된다. 태음인은 스스로의 변화 이전에 주위 환경 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체험과 고뇌가 있어야 적응을 하게 된다. 그만큼 논리적인 가치관보다는 인간적이고 체험적인 가치관이 있고 왕성한 흡인력에 의해 나오는 포용력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 태음인은 따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을 대할 때는 그런 부분을 감추려고 지독히 따져 묻는 경우도 있다. 따지는 데는 소음인 소양인이 재주가 많은데, 소음인은 가치 중심이나 의미 중심으로 잘 따지고 소양인은 현재 기준에서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잘 따지며 객관적 수치를 좋아한다. 태음인은 따지기보다는 믿고 쓰겠다고 완전히 뒤집어씌우는 경우가 많다.

소양인은 ‘저분은 신사야’ ‘깔끔하시군요’ 등 그 시대의 풍미에 따라가는 센스가 있다. 반면 ‘끝까지 안하고 어디 가는 거야?’ ‘벌써 바꿨어?’ 등등 변화에는 강하나 지속적인 의지의 견지에는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종종 드러낸다. 큰일을 벌여 놓고 다시 변화를 준비하는 21세기형 사람들이다.

소음인은 굴, 새우, 꽁치, 치즈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이 글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나는 모두 다에 해당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소양인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적인 적응 능력에 있어서는 소양인이 탁월하므로 소음인 태음인의 모든 속성을 소양인은 스스로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태양인은 외향적이고 남성적이고 직관적이고 독단적이며 결단력이 있다고 한다. 태음인과는 장단점에 있어서 대극을 이루는데, 간혹 다른 체질인들 중에 외향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태양인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음양의 속성을 다 가지고 있으나. 다만 어느 부분이 유치하고 어수룩하고 경직되게 성장했는지를 찾아내기가 관건인 것이다.

실제로는 각각 체질인들의 특성이 혼잡되어 관찰된다. 그러므로 상대적인 음양관계의 이해가 중요하다. 소음인이 눈빛이 반짝거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소양인인지 소음인인지를 구분하려면 그 소음인이 의식적인 긴장감 속에서 단련된 상태인가 알아내야 한다. 군사훈련을 마친 병사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반짝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판단기준으로 적용함에 신중해야 한다.

상대적인 판단에 가장 큰 장애는 신경증을 가진 사람과 질병에 의해 건강상태가 왜곡된 사람이다.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며 섣부른 체질판단은 전혀 섭생에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체질판단의 의미는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뭔가 개선하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단계와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계를 구분 짓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체질에 따른 식이섭생 요령

소양인은 장어, 고추, 오렌지, 감자 등은 피할수록 좋다.

식이섭생의 대전제는 고른 균형식과 담백한 식단이며 그 기본 위에서 체질에 따른 식이섭생 요령이 의미를 갖게 된다.

소음인은 찹쌀 쌀 마늘 부추 생강 시금치 양배추 양파 카레 피망 고추 도미 농어 닭고기 양고기 등과 따뜻하게 조리한 음식을 위주로 평소 육식 위주의 식단을 즐기던 사람이 병에 걸렸다면 상당 기간 채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며 체질식을 응용할 필요가 있으며 평소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한 사람이 병이 났다면 적당한 육식을 더하되 체질에 맞게 더하면 좋다.

소양인은 가지 녹두 바나나 상추 오이 청어 송어 돼지고기 엿기름 배추 딸기 등이 좋으며 태음인은 대두 콩나물 땅콩 매실 살구 무 호박 밤 호두 현미 소고기 고구마 대구 등이 좋다.

태음인은 소음인이나 소양인의 음식을 함부로 지속적으로 고집하면 다양한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다. 닭고기 돼지고기가 중풍에 영향을 준다는 속설은 태음인을 두고 나온 말이며 소량 섭취는 문제가 안 된다.

태음인은 게, 돼지고기, 감, 포도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소음인은 밀가루 보리 돼지고기 우유 바나나 오리 가재 게 굴 새우 가지 참기름 꽁치 치즈 엿기름 등은 적은 양은 괜찮으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인스턴트 등의 인공조미료 함유 음식은 독약과 같다.

소양인은 닭고기 장어 고추 후추 오렌지 강낭콩 감자 마늘 파 등은 피할수록 좋다. 소양인과 소음인의 섭생 개념은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음인은 문어 게 새우 돼지고기 닭고기 굴 고추 후추 생맥주 장어 청어 감 포도 등으로 소음인 소양인의 음식 중에서 그 성미가 강한 것 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음식은 과유불급이라 적당량은 체질과 무관하다.

한 예로 소양인 당뇨환자라면 꽁보리밥에 오이무침 흰배춧국 기름뺀 돼지고기 상추 녹두전 가지무침 바나나 딸기 등의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며 소음인은 찹쌀밥에 파전 닭죽 구운마늘 도미탕수 장어구이 귤 생강차 등이, 태음인은 잣죽 소고기국 된장국 두부 콩나물 현미밥 무나물 등이 권장된다.

가을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기분이나 감정에 쏠려 함부로 관리한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쉬운 계절이 바로 이 스산한 가을이다. 감정 조율이 바로 건강 조율이다. 각자의 장단점을 이해한다면 더욱 조화로운 화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감정의학(성정의학)이 사상체질의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