洋方名醫의 원포인트 레슨 〈1〉 갑상선암(癌) : 월간조선

갑상선암은 사망률이 매우 낮은 암이다. 더구나 건강검진으로 발견되는 암은 대부분 1cm 이하의 미세암으로서 그냥두어도 생명에는 하등 영향이 없다. 그럼에도 암은 곧 죽음을 뜻하므로 완벽한 치료를 해야 한다며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까지 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말았다. 1999년부터 국가암검진 사업이 시행되고 이듬해 전면적인 건강검진 사업이 시행됐다.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시작하였고, 특히 여자의 경우 유방암 초음파 검진 시 ‘서비스’로 갑상선도 함께 검사해 주는 관행이 갑상선암 급증에 일조했다. 2014년까지 갑상선암 발견율은 매년 23%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다. 급기야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급증원인 규명 논란이 한창 일고 있을 때, 미국 갑상선학회는 2014년 10월 새로운 권고안을 제정해 전문가들에게 배포하였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권고안은 1년의 검토기간을 거쳐 2015년 10월에 확정 발표되었다. 자신들이 6년 전 권고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권고안이었다. 변경된 내용을 보면 초음파검사를 했을 때 혹이 1cm 이하라면 그것이 암처럼 보이더라도 세침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1cm보다 작은 혹이라면 그것이 비록 암이라 하더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불필요한 검사로 환자에게 겁을 주거나 부담을 주지 말라는 뜻이다.

두 번째로는 혹시 세침검사로 암세포가 보이더라도 당장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고, 커지는지를 지켜봐도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즉 암이라 하더라도 빨리 자라지 않기 때문에 지켜보다가 자꾸 커질 때 수술해도 상관없다는 말이 되겠다. 실제로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10년간 3mm도 크지 않는다. 예를 들어 7mm의 유두암이 발견되었더라도 10년 후에 1cm 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때 수술하더라도 생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세 번째로 1cm 이하의 혹을 수술할 경우 갑상선을 적어도 한쪽은 남기라는 권고다. 이렇게 작은 암인 경우는 전절제술(갑상선 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로서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야 함)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권고다.

네 번째는 4cm 이하이며 위험성이 적은 경우의 유두암은 한쪽만 제거해도 된다는 것이다. 6년 전 이 학회의 권고안은 1cm만 넘으면 무조건 전절제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완화된 기준으로 돌변한 데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사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작은 암까지도 모두 제거하고 동위원소 치료까지 하게 함으로써 수많은 수술 후유증과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후유증 환자를 만들어 낸 데 대한 반성과 경고의 의미이며 이제는 환자를 과도한 치료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미국, 일부 ‘갑상선암’을 ‘단순혹’으로 판단

갑상선암 수술 건수가 10여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2014년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그래픽=조선일보 DB

갑상선암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라기보다 불필요한 치료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전절제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술 후 추가로 동위원소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절제술을 권하고 있다. 혹의 크기가 4cm 이상이거나 손으로 만져질 정도의 커다란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주변에 단단히 들러붙어 있어 수술로 다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이미 폐로 전이된 경우 등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미국 암네트워크나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권고해 오던 것으로 이제야 미국 갑상선학회도 이들의 의견에 동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이런 변화에 더하여 올 4월 14일에는 미국의 갑상선암 관련 위원회가 암 분야의 세계적인 논문집인 〈미국의학협회 종양학〉을 통해 그동안 암이라 진단했던 경우 가운데 20% 가까이를 암이 아닌 ‘단순 혹’으로 진단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즉 “갑상선암 가운데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아 생존율이 높았던 유두암의 한 종류인 ‘여포성 변형이 있는 유두암’을 ‘여포 모양의 비침습적인 갑상선 종양’으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의학계에서 암으로 부르던 병명을 암이 아닌 것으로 개정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는 이 위원회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의뢰를 받아 국제적으로 저명한 병리학자와 갑상선 분야 전문가 수십 명으로 구성한 것으로, 이 위원회에서 이런 결론을 낸 것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갑상선암 진단과 치료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게는 연간 1만명 정도의 환자가 더 이상 갑상선암 환자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암도 아닌 것 때문에 연간 1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고 동위원소 치료를 받고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먹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해를 끼치지 않으면 암 아니다

이제 갑상선암 진단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현미경으로 보아 암세포가 보이더라도 임상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으면 임상적인 암이라고 진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는 것만 암으로 진단하더라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갑상선암 수술을 시작하던 1980년대 말부터 10년간은 갑상선암 환자 치료시 전절제술을 기본으로 하였으나, 그 후부터는 작은 암은 일부분 절제를 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부터는 50%, 2009년도부터는 10% 이하에서만 전절제술을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갑상선 외과의사들은 2006년 미국갑상선학회의 권고안만을 맹신하여 대부분의 환자에서 전절제술을 선호하였으나, 이제 맹신하던 미국갑상선학회의 입장이 바뀌었으니 앞으로는 전절제 수술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가 된다.

미세암은 ‘가짜암’

아직도 학회에 영향력 있는 일부 의사들이 자신들의 기존 입장만 고수하며 “한국인은 체질이 미국인과 달라 미국학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하겠다. 그들은 아직도 1cm 이하는 검사도 하지 말라거나 지켜볼 수 있다는 등의 미국 학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자신의 체면보다 진정 환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의 외래 진료실에는 다른 병원을 거쳐 오는 환자가 많다. 이미 이전 병원에서 위험한 암이니 수술이 급하고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란 협박성 권유를 받은 환자들이다. 어떤 경우는 암이 의심되는 경우인데도 암이라고 확정지어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보았고, 위험한 부위가 아닌데도 위험하다고 과장했다. 피막에 붙어 있기만 한데도 피막 바깥으로 뚫고 나왔다고 과장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갑상선암은 실제로는 전혀 위험한 암이 아니므로 혹이 우리를 위험하게 할 정도로 커졌을 때에만 치료해도 충분하다. 갑상선암은 10대암이 아니다. 초음파 때문에 작은 혹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렇지 사망률로는 우리가 아는 암 중 최하위의 위험성을 가진 암이다. 더구나 초음파로 발견되는 미세암의 경우는 사망자가 거의 없는 암이다. ‘가짜암’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봇수술은 비용만 높은 불완전한 수술

검진항목에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제거하고, 위험하지 않은 경우는 지켜봄으로써 우리도 이런 집단환각에서 깨어날 수가 있다. 두려워서 찾아온 환자들에게 “정말 위험해질 때만 수술해도 충분하다. 그래도 두렵다면 암을 포함한 일부만 제거하고 주변의 림프절만 몇 개 제거하면 충분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 외의 요소, 즉 피막 침범, 기도나 식도에 가깝다거나, 나이가 젊다거나, 남자라거나 하는 요소들은 극히 사소한 조건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수술을 받더라도 갑상선 조직은 최대한 많이 남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암을 제거하는 게 수술의 목표지, 갑상선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갑상선을 남겨서 재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재발은 림프절 청소가 부실해서 림프절에서 재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림프절 전이는 수술만으로도 충분히 제거되므로 림프절 전이가 있어서 갑상선을 모두 떼내었다는 말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로서 전절제에 대한 변명이나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

수술방법 중 특별히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에 관한 것인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 않은 수술법이다. 비용이 10배 가까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수술시간도 몇 배나 길다.

집게 두 개로 지져 가며 하는 수술이라 갑상선암만 골라 가며 제거할 수가 없어 전체를 한 덩어리로 떼어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림프절 청소 범위도 필요에 따라 넓혀야 하는데, 제약이 많아 목 피부를 열고 하는 수술법에 비해 불완전한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로봇수술 의사는 비슷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말은 더 나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말에 불과하다. 수술 후 가슴과 목에 통증이 더 심하고 반회신경이나 부갑상선 손상률이 더 높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입이 기존 수술법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선호하는 방식일 뿐이다. 전통 수술법으로도 피부에 남는 흔적은 주름살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흉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경부 절개술로 일부분 절제술을 한 경우 수술은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사이에 끝난다. 수술 후 다다음 날이면 퇴원을 하게 되고 1주일 뒤 실밥을 제거하고 병리검사 소견을 들으며, 한 달 뒤 남아 있는 갑상선의 기능을 평가한다. 호르몬 복용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후 매년 한 번씩 초음파검사로 재발 여부를 5년간 확인한다.

천연 호르몬=어머니가 차려 주는 밥상

갑상선암 수술 후 관리법 중에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 요오드가 든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기간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 사진=조선일보

수술 후 생활의 질은 갑상선 조직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갑상선 조직에는 갑상선 호르몬뿐 아니라 칼씨토닌이나 세로토닌 등 다른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부소포세포(일명 C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을 모두 떼어낼 경우, 이런 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비록 수술로 인한 후유증인 손발 저림이나 목소리 변화가 없는 경우라도 불면증, 무력감, 우울증, 손발의 부종과 통증 등 심각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삶에 활기가 떨어지고 우울하고 무기력한 남은 생애를 보내게 된다.

이런 증상은 합성 갑상선 호르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또한 합성 호르몬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은 평생 고생을 하게 된다. 호르몬만 먹으면 되니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도 된다는 의사의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는 돼지나 양, 소의 갑상선 조직을 얼려 빻아 만든 천연 갑상선 호르몬이 도움이 된다.

이 조직에는 우리 갑상선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은 여러 가지 호르몬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합성 호르몬을 아무리 잘 복용해도 쉽게 피로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환자들은 천연 호르몬 복용을 고려해야 한다. 합성 호르몬이 맞벌이 아내가 차려 주는 아침식사라면 천연 호르몬은 생일날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밥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술 후 요오드가 함유된 음식인 김이나 미역, 다시마 등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은데 실제로는 먹어도 상관없다. 다만 동위원소 치료를 앞둔 갑상선 전절제 환자의 경우 한 달 정도는 요오드가 포함된 음식을 피해야 치료효과가 좋다.

갑상선 암 환자의 섭생도 일반 암환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며 고기나 기름진 것들을 피하고 과식을 피해야 한다. 착하게 살며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하루하루를 꾸려 나간다면 갑상선암은 축복이 될 수도 있겠다.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이 있다면 술과 담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