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갑부가 1919년 내건 ‘오르테 프라이즈’의 상금이 도전정신의 원동력
⊙ 세계 최초로 태평양 횡단한 미국 비행기 ‘미스 비돌’…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에
????자신감 줘
⊙ 고성능 항공기 개발과 스타 조종사 배출에 기여한 프랑스 타이어 제조사社의 미셸린 상(賞)
⊙ 인력 비행에 고액 내건 크레머 상과 상업우주여행 앞당긴 X프라이즈
조진수
1956년생. 서울대 항공공학 학사 및 석사, 미국 퍼듀대 항공공학 박사 /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공군 F-X 평가단 및 항공사업지원 자문위원, 국토부 항공안전기술원 이사 역임.
현 공군 정책발전 자문위원, 방위사업청 KF-X 전문위원, 합참 시험평가 전문위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산학위원장, 국방 NCW 포럼·한국국방안보포럼·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 세계 최초로 태평양 횡단한 미국 비행기 ‘미스 비돌’…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에
????자신감 줘
⊙ 고성능 항공기 개발과 스타 조종사 배출에 기여한 프랑스 타이어 제조사社의 미셸린 상(賞)
⊙ 인력 비행에 고액 내건 크레머 상과 상업우주여행 앞당긴 X프라이즈
조진수
1956년생. 서울대 항공공학 학사 및 석사, 미국 퍼듀대 항공공학 박사 /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공군 F-X 평가단 및 항공사업지원 자문위원, 국토부 항공안전기술원 이사 역임.
현 공군 정책발전 자문위원, 방위사업청 KF-X 전문위원, 합참 시험평가 전문위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산학위원장, 국방 NCW 포럼·한국국방안보포럼·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X프라이즈 수상작 ‘SpaceShip One(왼쪽)’, 대서양 횡단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단발엔진 단엽기 ‘세인트 루이스 정신(Spirit of St. Louis·오른쪽)’, 세계 최초로 음속 돌파에 성공한 벨(Bell)사(社)의 X-1(Glamorous Glennisㆍ뒤쪽).
‘세계 3대(大) 에어쇼(Airshow)’는 프랑스의 파리에어쇼, 영국의 판보로에어쇼, 싱가포르에어쇼를 말한다. 1909년에 시작된 파리에어쇼는 1953년부터 파리 ‘르 브루제(Le Brouget)’공항에서 격년제로 홀수 해에 열린다. 르 브루제공항은 파리 교외의 북동쪽 방향으로 샤를 드골 국제공항 가는 길에 있다. 현재는 경비행기와 비즈니스 제트기와 같은 개인용 비행기(General Aviation) 공항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프랑스의 최대 항공우주박물관이 있다.
1927년 5월 8일 새벽 5시17분 르 브루제공항에서 4000L의 연료를 채운 단발엔진의 프랑스제(製) PL.8 복엽기인 ‘흰새(L'Oiseau Blanc·루와조 블랑)’가 이륙했다. ‘흰새’의 조종석에는 1차 대전 당시 프랑스 에이스 파일럿이었던 샤를 낭주세(Charles Nungesser·주 조종사)와 프랑수아 콜리(Francois Coli·항법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륙 당시 그들은 약 40시간 대서양 상공을 논스톱 비행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앞 허드슨강 하구에 착륙하는 상상을 하며 힘차게 조종간을 당겼다. 프랑스 국민의 ‘흰새’의 성공에 대한 확신은 극에 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음 날 그들의 착륙을 보기 위해 모여든 미국의 수많은 사람과 기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라 프레스(La Presse)》 신문의 ‘흰새가 무사히 목적지에 착륙했다’는 오보(誤報)에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항의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상금 타려고 대서양 횡단에 목숨 걸었던 린드버그
정확히 12일 후인 5월 20일 금요일 아침 7시52분. 아이러니컬하게도 ‘흰새’의 주 조종사였던 낭주세와 영어 이름이 같은 미국의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가 홀로 조종하는 ‘세인트 루이스의 정신(Spirit of St. Louis)’이라는 이름의 단발엔진 단엽기가 뉴욕 롱아일랜드의 루스벨트공항을 이륙했다.
1700L의 연료를 실은 비행기는 33시간32분 동안 5815km를 날아 다음 날 5월 21일 토요일 밤 10시22분에 ‘흰새’가 이륙했던 파리의 르 브루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당시 항공산업 선진국이었던 프랑스는 국가적 자존심을 구긴 셈이었다.
찰스 린드버그는 비행 중 날개와 동체에 생긴 얼음과 싸워야 했고 구름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린드버그는 별의 위치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무착륙 대서양 횡단비행 기록을 수립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당시 25세의 찰스 린드버그를 무명(無名)의 미 육군 항공대 소속 우편배달기 조종사에서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 린드버그는 1만8000달러에 달하는 항공기 구입자금까지 직접 댔다. 그는 진정한 모험가였다.
프랑스의 샤를 낭주세와 미국의 찰스 린드버그는 왜 목숨과 모든 자산(資産)을 걸며 ‘무착륙 대서양 횡단’에 도전했을까? 자국(自國) 항공기술의 우위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을까? 각각 35세와 25세의 젊은 나이에 애국심도 발동했겠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프랑스 태생의 뉴욕 호텔 갑부 레이먼드 오르테(Raymond Orteig)가 1919년 내건 ‘오르테 상(Orteig Prize)’의 상금(2만5000달러·현재 가치 약 50만 달러)이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계의 항공기 발달사를 보면 달성목표를 정확히 명시한 상(賞)이 항속거리, 속도, 제작 및 조종기술 향상을 가져왔다. 미국은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수많은 ‘상’을 내걸었다. 1926년과 1927년 2년 사이 대니얼 구겐하임(Daniel Guggenheim)은 250만 달러(지금 돈으로 약 5000만 달러)에 달하는 현찰을 항공관련 재단설립 자금 및 상금으로 내놓았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사도 1931년 진주만 공격 가능성을 예견이라도 하듯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2만5000달러를 내걸었다. 당시 일본제국항공협회와 미국 시애틀의 사업가들도 ‘최초의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거금을 걸었다.
태평양 횡단 상금은 진주만 공격 위한 착수금?
미국의 클라이드 팡본(Clyde Pangborn)과 휴 헤른돈(Hugh Herndon)은 단발엔진 단엽기인 ‘미스 비돌(Miss Veedol)’로 세계일주 신기록을 세우려고 일본에 착륙했지만 스파이 혐의로 억류됐다. 그들은 풀려난 직후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아사히신문사가 주는 거액의 상금을 타기 위해 ‘미스 비돌’을 개조했다.
연료를 더 싣기 위해 이륙 직후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분리할 수 있도록 뜯어고친 것이다. 개조된 ‘미스 비돌’은 일본 아오모리현(縣)의 미사와시(市) 사비시로 해변에서 1931년 10월 4일 이륙해 41시간의 비행 끝에 미국 워싱턴주(州) 이스트 웨나치(East Wenatchee)에 동체 착륙했다.
세계 최초의 무착륙 태평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두 주인공은 아사히신문사의 상금은 받았으나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제국항공협회의 상금 10만 달러는 받지 못했다. ‘반드시 시애틀에서 이륙 후 일본 착륙’을 조건으로 내건 미국 시애틀 사업가들이 내놓은 상금 2만8000달러도 받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미스 비돌의 태평양 횡단 성공은 일본으로 하여금 진주만 공격에 적잖은 자신감을 줬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은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열기구와 비행선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비행기를 선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항공기술의 발달이 절실한 때였다. 1차 대전을 치르면서 항공 관련 기술이 일보 전진했다.
미국 호텔 갑부가 만든 ‘오르테 상’은 대서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고 항공기술 개발에 투자토록 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거액의 상금을 타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9개팀이 도전했다. 당시 기술 투자금액은 대략 40만 달러로 추산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사 상도 장거리 무착륙 비행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특히 193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을 이륙해 3일간의 비행 끝에 미국 뉴저지 해군 항공기지에 착륙하기 전 폭발한 독일의 대형 비행선 ‘힌덴부르크(Hindenburg)’의 사고(事故)는 비행선 시대를 마감하고 비행기 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겼다.
타이어 제조사가 내건 항공 기록 도전상
프랑스의 항공우주 기술은 현재도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용기 시장만 봐도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에어버스가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 타이어 제조사인 미셸린(Michelin)이 오래 전(1908년)에 비행기의 항속거리를 매년 늘려 가는 항공기록 경신대회를 후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액의 상금과 트로피(Michelin Cup)를 수여한다. 우주항공 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1908년 12월 31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미국 라이트 형제의 형인 윌버(Wilbur)는 당시 무착륙 124.7km의 세계 기록을 달성해 미셸린컵을 수상했다. 이후 에마누엘 헬렌(Emmanuel Helen)은 1911년에는 1253km의 무착륙 비행기록으로, 가장 멀리 비행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기로 규정을 바꾼 1913년에는 8일간 총 1만6097km 비행에 성공해 다시 상을 받았다.
미셸린컵 수상 규정은 1914년에 자동차 경주처럼 주어진 거리를 얼마나 멀리, 빨리 날아가느냐 하는 속도경기로 다시 바뀌었다. 이 상은 1935년까지 고성능 항공기 탄생 및 스타 조종사들의 배출에 기여했다. 미셸린컵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前後)해 28년간 프랑스는 물론 세계의 항공기술과 운영기술 발달을 앞당겼다.
크레머 상(賞)과 인력(人力)비행
1959년 영국 사업가인 헨리 크레머(Henry Kremer)는 ‘인력비행’에 상금을 내걸었다. ‘인력비행기대회’라 하면 조종사의 체력에 좌우되는 체육대회 같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헨리 크레머가 내건 조건은 과학적이었다. 최소 3m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약 800m 떨어진 두 지점을 돌아 ‘8’자 형상의 비행을 인력(人力)으로 날아야 했다.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공기역학, 구조역학, 재료역학 및 항공역학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해야만 가능했다.
‘제1회 크레머 상(상금 5만 영국 파운드)’은 1977년 ‘고사머 콘도르(Gossamer Condor)’를 설계한 미국의 폴 맥크리디(Paul MacCready) 박사와 이를 조종한 브라이언 앨런(Bryan Allen)에게 돌아갔다. 이에 힘입어 맥크리디 박사와 브라이언은 새로운 비행체 ‘고사머 알바트로스(Gossamer Albatross)’를 설계, 2대를 제작·비행해 ‘제2회 크레머 상(상금 10만 파운드)’을 받았다. 브라이언은 1979년 6월 12일 영국 폴케스폰(Folkestone)을 이륙해 2시간49분 동안 논스톱으로 인력비행해 35.7km 떨어진 프랑스의 케이프 그리니즈(Cape Grisnez)에 무사히 착륙했다.
크레머 상은 최근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라이트 형제 이래 가장 획기적인 아이디어라 불리며 초고가(超高價)인 인공위성의 수많은 기능을 대체할 장기(長期) 체공형 태양력 무인 비행기 ‘헬리오스(Helios)’는 제1·2회 크레머 상을 수상한 맥크리디 박사가 설립한 에어로바이론먼트(AeroVironment)사의 비행체다. 에어로바이론먼트는 현재 미국 펜타곤에 레이븐(Raven), 와스프(Wasp), 푸마(Puma)와 같은 소형(小型) 군사용 드론을 가장 많이 납품하고 있으며, 미국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 공동으로 장기 체공형 무인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상업 우주여행과 수많은 ‘별’들을 탄생시킨 XPrize
미국의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 박사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5년 ‘X프라이즈재단(X Prize Foundation·이하 X재단)’을 설립했다. X재단은 경쟁을 통해 항공우주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과학기술 발달을 이루려는 비영리단체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테슬라 최고경영자),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영화감독 및 제작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구글 공동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허핑턴 포스트 공동창업자이자 편집장), 라탄 타타(Ratan Tata·인도 타타그룹 최고경영자)와 같은 전 세계 최고 유명인들이 재단 이사진에 합류해 있다.
‘인류가 사용할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모토로 하는 X프라이즈(XPrize)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돋보이는 상은 인류의 상업 우주여행 탄생을 위해 1000만 달러(약 120억여 원)를 내건 안사리(Ansari) X프라이즈다. 이 상을 타기 위해 자체 제작한 3인승 우주선으로 2주 동안에 2번 100km 이상 상공에 도달해야 했다. 100km로 정한 것은 통상 우주의 시작을 고도 100km로 보기 때문이고, 2주 동안에 2번이라고 정한 것은 재(再)사용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상을 받은 이는 우주선 설계사인 버트 루탄(Burt Rutan)이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자 CEO였던 폴 앨런(Paul Allen)의 자금을 지원받아 그 유명한 ‘스페이스십 원(SpaceShip One)’을 설계·제작했다. 2004년 9월 29일 1차 우주비행(우주조종사 마이크 멜빌·Mike Melvill), 그리고 1주일 후인 10월 4일 2차 우주비행(우주조종사 브라이언 빈니·Brian Binnie)에 모두 성공해 거액의 상금을 차지했다. 당시 안사리 X프라이즈를 받기 위해 7개국 26개팀이 경쟁했는데, 그들이 사용한 자금을 모두 합하면 상금의 열 배인 1억 달러에 달한다.
X재단은 안사리 X프라이즈 이후 ‘Progressive Insurance Automotive XPrize(휘발유 1갤런으로 100마일 주행)’ ‘Wendy Schmidt Oil Cleanup XChallenge(바닷물에 섞인 오일 제거 솔루션)’ ‘Northrop Grumman Lunar Lander XChallenge(달표면 이착륙용 정밀시스템 제작)’ 등 인류에 도움이 될 다양한 분야에 거액의 ‘상금’을 걸었고 여러 수퍼스타 수상자들을 탄생시켰다. 2007년 제정된 ‘구글 루너 X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로봇을 이용한 달 탐사)’ 외에 많은 X프라이즈가 도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는 2014년 ‘X프라이즈재단 인디아(XPrize Foundation India)’를 설립했다.
기술경쟁은 논문이나 특허의 개수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어떤 기술이든 개발 목표에 가장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요건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 동력비행 성공, 대서양 및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성공, 세계 최초 음속돌파 성공을 달성했다. 1997년 7월 4일에는 미국의 무인(無人)탐사선 패스파인더(Path Finder)호가 7개월간 1억9100만km를 날아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면서 화성에 안착했다. 2011년 8월 5일 발사된 주노(Juno)는 약 28억km를 항해한 끝에 올해 7월 5일(한국시각)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목성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미국이 세계를 쥐고 흔드는 항공우주 기술력을 갖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의 흔적들
프랑스의 낭주세와 콜리가 조종한 ‘흰새’는 1927년 미스터리처럼 사라졌지만 그들에 대한 추모 열기는 대단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흰새’가 사라진 후 이 비행기를 봤다거나 잔해물을 찾았다고 하는 제보와 소문들이 무성했으며 개인적으로 혹은 프랑스 정부에 의한 공식적인 조사도 여러 번 이뤄졌다. ‘흰새’ 우편엽서는 물론 ‘흰새’ 스토리가 TV나 영화 소재(素材)로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소설가 클리브 쿠슬러(Clive Cussler)가 설립한 누마(NUMA)재단은 ‘흰새’의 잔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과 캐나다 경계지역을 실제 수색하기도 했다. 영화 〈사하라(Sahara·2005년 개봉)〉의 도입부에는 “NUMA가 ‘흰새’의 잔해를 찾았다!”는 가상(假像)의 프랑스 신문기사가 스쳐 지나간다.
‘흰새’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프랑스의 에트레타(Etretat) 언덕에는 낭주세와 콜리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파리 시내에는 이들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 192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는 ‘흰새’의 대서양 횡단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Nungesser Lake’ ‘Coli Lake’와 같은 지명(地名)도 만들었다. 같은 해 프랑스 브루제공항에 세워진 린드버그, 낭주세, 콜리 기념비에는 ‘도전한 자들과 성공한 한 사람을 위하여(A ceux qui tenterent et clui qui accomplit)’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세계 최초 태평양 무착륙 횡단비행에 성공했던 ‘미스 비돌’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The American Nurse’로 개명(改名)됐으나 1932년 항공의학연구를 위해 뉴욕에서 로마로 가기 위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중 프랑스의 ‘흰새’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서양 동쪽을 지나던 여객선에서 목격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시(市)에 ‘미스 비돌 기념비’가 있고 미사와 항공우주박물관에 가면 이 비행기의 복제품도 볼 수 있다. 항공우주에 대한 일본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찰스 린드버그를 태우고 최초의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Ryan NYP(New York-Paris)’ 단엽기의 원형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1956년 〈세인트 루이스의 정신(The Spirit of St. Louis)〉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기는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국제공항에 전시되어 있으며 램버트 세인트 루이스 국제공항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에서도 복제기를 볼 수 있다.
크레머 상을 안겨줬던 맥크리디 박사의 ‘고사머 알바트로스’ 2대 중 1대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비행기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버트 루탄을 세계적인 우주엔지니어로, ‘스페일드 콤퍼지츠(Scaled Composites)’를 세계적인 우주벤처회사로 탄생시킨 ‘스페이스십 원’의 원형은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세인트 루이스의 정신’과 세계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벨(Bell)사(社)의 X-1(Glamorous Glennis)과 함께 전시돼 있다. ‘스페이스십 원’의 복제품도 여러 대 제작돼 미국 실험용항공기협회(Experimental Aircraft Association) 등에 전시돼 있는데 다섯 번째 복제품은 구글 본사에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관련 상(賞)은?
우리나라에도 각종 대회가 있긴 하다. 1979년 시작된 공군참모총장배 ‘스페이스 챌린지(Space Challenge)’를 비롯해 전국 대학생 로켓발사 경진대회(1992년), 로봇항공기 경연대회(2002년), 육군참모총장배 모형헬기 경연대회(2003년), 항공우주엑스포 전국 모형항공기대회(2005년), 전국 청소년 모형항공기대회(2006년), 인간동력항공기 경진대회(2012년) 그리고 작년부터 열린 코리아 드론레이싱대회 등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과학축전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외국의 항공우주상 근처에도 못 간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이 있지만 ‘X프라이즈 재단’과는 성격과 역할이 전혀 다르다.
우리도 항공우주 관련 기술수준과 능력을 정확히 분석해 국가적 기술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제대로 된 ‘상’으로 기술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의 상이 필요하지만 개인 독지가나 유명 기업·단체가 후원하는 거액의 ‘상’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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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 무착륙 횡단에 도전했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 프랑스(製) 단발엔진 복엽기 루와조 블랑(L'Oiseau Blancㆍ흰새라는 의미). 1차 대전 당시 프랑스 에이스 파일럿이었던 샤를 낭주세(Charles Nungesserㆍ왼쪽)와 프랑수아 콜리(Francois Coli)가 ‘흰새’ 조종간을 잡았다. |
이륙 당시 그들은 약 40시간 대서양 상공을 논스톱 비행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앞 허드슨강 하구에 착륙하는 상상을 하며 힘차게 조종간을 당겼다. 프랑스 국민의 ‘흰새’의 성공에 대한 확신은 극에 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음 날 그들의 착륙을 보기 위해 모여든 미국의 수많은 사람과 기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라 프레스(La Presse)》 신문의 ‘흰새가 무사히 목적지에 착륙했다’는 오보(誤報)에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항의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상금 타려고 대서양 횡단에 목숨 걸었던 린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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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년 세계 최초 무착륙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와 그가 탔던 단발엔진 단엽기 ‘세인트 루이스의 정신(Spirit of St. Louis)’. |
1700L의 연료를 실은 비행기는 33시간32분 동안 5815km를 날아 다음 날 5월 21일 토요일 밤 10시22분에 ‘흰새’가 이륙했던 파리의 르 브루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당시 항공산업 선진국이었던 프랑스는 국가적 자존심을 구긴 셈이었다.
찰스 린드버그는 비행 중 날개와 동체에 생긴 얼음과 싸워야 했고 구름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린드버그는 별의 위치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무착륙 대서양 횡단비행 기록을 수립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당시 25세의 찰스 린드버그를 무명(無名)의 미 육군 항공대 소속 우편배달기 조종사에서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 린드버그는 1만8000달러에 달하는 항공기 구입자금까지 직접 댔다. 그는 진정한 모험가였다.
프랑스의 샤를 낭주세와 미국의 찰스 린드버그는 왜 목숨과 모든 자산(資産)을 걸며 ‘무착륙 대서양 횡단’에 도전했을까? 자국(自國) 항공기술의 우위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을까? 각각 35세와 25세의 젊은 나이에 애국심도 발동했겠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프랑스 태생의 뉴욕 호텔 갑부 레이먼드 오르테(Raymond Orteig)가 1919년 내건 ‘오르테 상(Orteig Prize)’의 상금(2만5000달러·현재 가치 약 50만 달러)이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계의 항공기 발달사를 보면 달성목표를 정확히 명시한 상(賞)이 항속거리, 속도, 제작 및 조종기술 향상을 가져왔다. 미국은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수많은 ‘상’을 내걸었다. 1926년과 1927년 2년 사이 대니얼 구겐하임(Daniel Guggenheim)은 250만 달러(지금 돈으로 약 5000만 달러)에 달하는 현찰을 항공관련 재단설립 자금 및 상금으로 내놓았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사도 1931년 진주만 공격 가능성을 예견이라도 하듯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2만5000달러를 내걸었다. 당시 일본제국항공협회와 미국 시애틀의 사업가들도 ‘최초의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거금을 걸었다.
태평양 횡단 상금은 진주만 공격 위한 착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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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년 10월 4일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시 사비시로 해변을 이륙, 41시간의 비행 끝에 미국 워싱턴주(州) 이스트 웨나치에 동체 착륙한 미스 비돌(Miss Veedol)의 복제기. |
연료를 더 싣기 위해 이륙 직후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분리할 수 있도록 뜯어고친 것이다. 개조된 ‘미스 비돌’은 일본 아오모리현(縣)의 미사와시(市) 사비시로 해변에서 1931년 10월 4일 이륙해 41시간의 비행 끝에 미국 워싱턴주(州) 이스트 웨나치(East Wenatchee)에 동체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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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태생의 뉴욕 호텔 갑부 레이먼드 오르테(Raymond Orteig)가 1919년 내건 ‘오르테 프라이즈’의 상금은 2만5000달러. 현재 가치로 50만 달러에 해당한다. 거액의 상금은 도전의식의 원동력이 됐다. |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은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열기구와 비행선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비행기를 선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항공기술의 발달이 절실한 때였다. 1차 대전을 치르면서 항공 관련 기술이 일보 전진했다.
미국 호텔 갑부가 만든 ‘오르테 상’은 대서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고 항공기술 개발에 투자토록 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거액의 상금을 타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9개팀이 도전했다. 당시 기술 투자금액은 대략 40만 달러로 추산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사 상도 장거리 무착륙 비행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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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을 이륙해 3일간의 비행 끝에 미국 뉴저지 해군항공기지에 착륙하기 전 폭발한 독일의 대형 비행선 힌덴부르크(Hindenburg). 이 사고(事故)는 비행선 시대를 마감하고 비행기 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
타이어 제조사가 내건 항공 기록 도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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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타이어 제조사 미셸린이 1908년부터 시상해 온 미셸린상(賞)의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미셸린컵. 이 상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28년간 프랑스는 물론 세계의 항공기술과 운영기술 발달을 가져왔다. |
1908년 12월 31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미국 라이트 형제의 형인 윌버(Wilbur)는 당시 무착륙 124.7km의 세계 기록을 달성해 미셸린컵을 수상했다. 이후 에마누엘 헬렌(Emmanuel Helen)은 1911년에는 1253km의 무착륙 비행기록으로, 가장 멀리 비행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기로 규정을 바꾼 1913년에는 8일간 총 1만6097km 비행에 성공해 다시 상을 받았다.
미셸린컵 수상 규정은 1914년에 자동차 경주처럼 주어진 거리를 얼마나 멀리, 빨리 날아가느냐 하는 속도경기로 다시 바뀌었다. 이 상은 1935년까지 고성능 항공기 탄생 및 스타 조종사들의 배출에 기여했다. 미셸린컵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前後)해 28년간 프랑스는 물론 세계의 항공기술과 운영기술 발달을 앞당겼다.
크레머 상(賞)과 인력(人力)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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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맥크리디 박사가 설계ㆍ제작한 인력 비행기 고사머 콘도르(Gossamer Condor). 크레머상(賞)의 첫 번째 수상작이다. |
‘제1회 크레머 상(상금 5만 영국 파운드)’은 1977년 ‘고사머 콘도르(Gossamer Condor)’를 설계한 미국의 폴 맥크리디(Paul MacCready) 박사와 이를 조종한 브라이언 앨런(Bryan Allen)에게 돌아갔다. 이에 힘입어 맥크리디 박사와 브라이언은 새로운 비행체 ‘고사머 알바트로스(Gossamer Albatross)’를 설계, 2대를 제작·비행해 ‘제2회 크레머 상(상금 10만 파운드)’을 받았다. 브라이언은 1979년 6월 12일 영국 폴케스폰(Folkestone)을 이륙해 2시간49분 동안 논스톱으로 인력비행해 35.7km 떨어진 프랑스의 케이프 그리니즈(Cape Grisnez)에 무사히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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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長期) 체공형 태양력 무인비행기 헬리오스. 맥크리디 박사가 설립한 에어로바이론먼트사(社)가 만들었다. |
상업 우주여행과 수많은 ‘별’들을 탄생시킨 X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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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우주여행의 탄생을 위해 1000만 달러 상금이 걸린 안사리(Ansari) X프라이즈의 수상자인 우주선 설계사 버트 루탄(Burt Rutan)과 그가 만든 ‘스페이스십 원(SpaceShip One)’. |
‘인류가 사용할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모토로 하는 X프라이즈(XPrize)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돋보이는 상은 인류의 상업 우주여행 탄생을 위해 1000만 달러(약 120억여 원)를 내건 안사리(Ansari) X프라이즈다. 이 상을 타기 위해 자체 제작한 3인승 우주선으로 2주 동안에 2번 100km 이상 상공에 도달해야 했다. 100km로 정한 것은 통상 우주의 시작을 고도 100km로 보기 때문이고, 2주 동안에 2번이라고 정한 것은 재(再)사용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상을 받은 이는 우주선 설계사인 버트 루탄(Burt Rutan)이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자 CEO였던 폴 앨런(Paul Allen)의 자금을 지원받아 그 유명한 ‘스페이스십 원(SpaceShip One)’을 설계·제작했다. 2004년 9월 29일 1차 우주비행(우주조종사 마이크 멜빌·Mike Melvill), 그리고 1주일 후인 10월 4일 2차 우주비행(우주조종사 브라이언 빈니·Brian Binnie)에 모두 성공해 거액의 상금을 차지했다. 당시 안사리 X프라이즈를 받기 위해 7개국 26개팀이 경쟁했는데, 그들이 사용한 자금을 모두 합하면 상금의 열 배인 1억 달러에 달한다.
X재단은 안사리 X프라이즈 이후 ‘Progressive Insurance Automotive XPrize(휘발유 1갤런으로 100마일 주행)’ ‘Wendy Schmidt Oil Cleanup XChallenge(바닷물에 섞인 오일 제거 솔루션)’ ‘Northrop Grumman Lunar Lander XChallenge(달표면 이착륙용 정밀시스템 제작)’ 등 인류에 도움이 될 다양한 분야에 거액의 ‘상금’을 걸었고 여러 수퍼스타 수상자들을 탄생시켰다. 2007년 제정된 ‘구글 루너 X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로봇을 이용한 달 탐사)’ 외에 많은 X프라이즈가 도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는 2014년 ‘X프라이즈재단 인디아(XPrize Foundation India)’를 설립했다.
기술경쟁은 논문이나 특허의 개수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어떤 기술이든 개발 목표에 가장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요건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 동력비행 성공, 대서양 및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성공, 세계 최초 음속돌파 성공을 달성했다. 1997년 7월 4일에는 미국의 무인(無人)탐사선 패스파인더(Path Finder)호가 7개월간 1억9100만km를 날아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면서 화성에 안착했다. 2011년 8월 5일 발사된 주노(Juno)는 약 28억km를 항해한 끝에 올해 7월 5일(한국시각)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목성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미국이 세계를 쥐고 흔드는 항공우주 기술력을 갖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의 흔적들
프랑스의 낭주세와 콜리가 조종한 ‘흰새’는 1927년 미스터리처럼 사라졌지만 그들에 대한 추모 열기는 대단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흰새’가 사라진 후 이 비행기를 봤다거나 잔해물을 찾았다고 하는 제보와 소문들이 무성했으며 개인적으로 혹은 프랑스 정부에 의한 공식적인 조사도 여러 번 이뤄졌다. ‘흰새’ 우편엽서는 물론 ‘흰새’ 스토리가 TV나 영화 소재(素材)로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소설가 클리브 쿠슬러(Clive Cussler)가 설립한 누마(NUMA)재단은 ‘흰새’의 잔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과 캐나다 경계지역을 실제 수색하기도 했다. 영화 〈사하라(Sahara·2005년 개봉)〉의 도입부에는 “NUMA가 ‘흰새’의 잔해를 찾았다!”는 가상(假像)의 프랑스 신문기사가 스쳐 지나간다.
‘흰새’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프랑스의 에트레타(Etretat) 언덕에는 낭주세와 콜리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파리 시내에는 이들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 192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는 ‘흰새’의 대서양 횡단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Nungesser Lake’ ‘Coli Lake’와 같은 지명(地名)도 만들었다. 같은 해 프랑스 브루제공항에 세워진 린드버그, 낭주세, 콜리 기념비에는 ‘도전한 자들과 성공한 한 사람을 위하여(A ceux qui tenterent et clui qui accomplit)’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세계 최초 태평양 무착륙 횡단비행에 성공했던 ‘미스 비돌’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The American Nurse’로 개명(改名)됐으나 1932년 항공의학연구를 위해 뉴욕에서 로마로 가기 위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중 프랑스의 ‘흰새’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서양 동쪽을 지나던 여객선에서 목격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시(市)에 ‘미스 비돌 기념비’가 있고 미사와 항공우주박물관에 가면 이 비행기의 복제품도 볼 수 있다. 항공우주에 대한 일본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찰스 린드버그를 태우고 최초의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Ryan NYP(New York-Paris)’ 단엽기의 원형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1956년 〈세인트 루이스의 정신(The Spirit of St. Louis)〉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기는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국제공항에 전시되어 있으며 램버트 세인트 루이스 국제공항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에서도 복제기를 볼 수 있다.
크레머 상을 안겨줬던 맥크리디 박사의 ‘고사머 알바트로스’ 2대 중 1대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비행기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버트 루탄을 세계적인 우주엔지니어로, ‘스페일드 콤퍼지츠(Scaled Composites)’를 세계적인 우주벤처회사로 탄생시킨 ‘스페이스십 원’의 원형은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세인트 루이스의 정신’과 세계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벨(Bell)사(社)의 X-1(Glamorous Glennis)과 함께 전시돼 있다. ‘스페이스십 원’의 복제품도 여러 대 제작돼 미국 실험용항공기협회(Experimental Aircraft Association) 등에 전시돼 있는데 다섯 번째 복제품은 구글 본사에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관련 상(賞)은?
우리나라에도 각종 대회가 있긴 하다. 1979년 시작된 공군참모총장배 ‘스페이스 챌린지(Space Challenge)’를 비롯해 전국 대학생 로켓발사 경진대회(1992년), 로봇항공기 경연대회(2002년), 육군참모총장배 모형헬기 경연대회(2003년), 항공우주엑스포 전국 모형항공기대회(2005년), 전국 청소년 모형항공기대회(2006년), 인간동력항공기 경진대회(2012년) 그리고 작년부터 열린 코리아 드론레이싱대회 등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과학축전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외국의 항공우주상 근처에도 못 간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이 있지만 ‘X프라이즈 재단’과는 성격과 역할이 전혀 다르다.
우리도 항공우주 관련 기술수준과 능력을 정확히 분석해 국가적 기술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제대로 된 ‘상’으로 기술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의 상이 필요하지만 개인 독지가나 유명 기업·단체가 후원하는 거액의 ‘상’도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