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인공지능, 어디까지 발전할까 : 월간조선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對局)은 ‘세기의 대결’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머리싸움은 체스와 퀴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사람과 컴퓨터의 첫 대결은 체스를 통해 벌어졌다. 첫 번째 체스 대결은 1997년 게리 카스파로프와 딥 블루(Deep Blue) 사이에 펼쳐졌다. 러시아 출신의 카스파로프는 1985년 스물두 살에 최연소 세계챔피언에 올라 1500년 체스 역사상 최고 선수로 평가받은 인물이었다. 미국 IBM이 개발한 딥 블루는 초당 2억 가지의 수를 읽는 체스 전문 수퍼컴퓨터였다. 전적은 6전 1승 3무 2패로 카스파로프의 패배. 사람과 기계의 첫 머리싸움에서 딥 블루가 승리함에 따라 세계가 처음으로 놀랐다.

전문가 시스템의 連勝

사람과 컴퓨터의 첫 대결은 체스를 통해 벌어졌다. 첫 번째 체스 대결은 1997년 게리 카스파로프와 딥 블루(Deep Blue) 사이에 펼쳐졌다. 미국 IBM이 개발한 딥 블루는 초당 2억 가지의 수를 읽는 체스 전문 수퍼컴퓨터다. 전적은 6전 1승 3무 2패로 카스파로프가 졌다.

사람과 컴퓨터의 두 번째 체스 대결은 2002년 블라디미르 크람니크와 딥 프리츠의 승부. 역시 러시아 출신인 크람니크는 25세인 2000년에 당시 15년간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카스파로프에게서 타이틀을 빼앗은 신인이었다. 독일 회사가 개발한 딥 프리츠는 초당 400만 개의 수를 읽는 노트북 컴퓨터용 체스 프로그램에 불과했으나 크람니크는 스승의 패배를 설욕하지 못했다. 전적은 8전 2승 4무 2패로 무승부.

세 번째 체스 대결은 2003년 초 개최된 카스파로프와 딥 주니어의 경기. 이스라엘서 개발된 딥 주니어는 딥 블루보다 100배가량 수를 읽는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카스파로프는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전적은 1승 4무 1패로 역시 무승부. 네 번째 체스 대결은 2003년 11월 카스파로프와 X3D프리츠의 머리싸움이었다. 전적은 4전 1승 2무 1패로 또 무승부. 다섯 번째 대결은 2005년 12월 스페인에서 열린 복식 대항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컴퓨터 선수 세 개와 세 명의 인간 체스 대가(大家)들이 맞붙었다. 전적은 12전 5승 6무 1패로 컴퓨터의 일방적 승리였다.

사람과 컴퓨터의 두 번째 ‘결투’는 퀴즈 대결이었다. 2011년 2월 미국의 TV 퀴즈쇼에서 실력이 쟁쟁한 퀴즈왕들과 왓슨(Watson)이 맞섰다. IBM이 개발한 왓슨은 초당 50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책 100만권 분량에 해당)를 처리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였다. 퀴즈는 역사·예술·시사·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됐다. 왓슨은 사람 목소리로 질문을 듣고 정답은 기계음으로 내야 했다. 3회 진행된 퀴즈쇼에서 왓슨이 퀴즈왕들을 물리치고 완승해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수백만 명의 TV 시청자들이 기계에 패배하는 인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딥 블루와 왓슨의 승리는 인공지능, 특히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의 수준을 과시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

인공지능은 사람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스스로 의미를 찾는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 또 시각(vision) 및 음성인식 등의 지각능력과 자연언어(natural language)를 이해하는 능력,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능력 등을 컴퓨터로 실현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기계에 사람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보유한 인공두뇌를 만들어 주는 컴퓨터 과학이다.

인공지능은 1956년 여름 새로운 학문으로 처음 출발했다. 미국의 다트머스대학이 인공지능의 출생지이다. 당시 그 대학의 수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존 매카시(1927~2011)는 인간처럼 지능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마빈 민스키(1927~2016), 허버트 사이먼(1916~2001), 앨런 뉴엘(1927~1992)과 모임을 가졌다. 네 명의 젊은이들은 훗날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해 뛰어난 족적을 남겼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맨 처음 사용한 매카시 교수는 1958년 인공지능을 프로그램하는 언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리스프(LISP) 언어를 발명해 기호 프로그래밍(symbol programming) 시대를 열었다. 당시 하버드대학의 학생이던 민스키는 나중에 매사추세츠공대(工大)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공지능의 초창기에 기틀을 잡은 탁월한 이론가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이먼은 1947년에 이미 《관리행동(Administrative Behavior)》이라는 저서를 출간해 경영조직 내부에서의 관리와 의사결정에 관한 이론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이 저서는 출간 즉시 경영학의 고전으로 인정받았는데, 사이먼이 197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때 공적의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다.

1956년 당시에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숫자 계산을 빨리 하는 기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사이먼은 컴퓨터를 숫자이건 아니건 모든 종류의 기호를 조작할 수 있는 기계로 간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연산장치로 보고 있던 그 당시, 사이먼의 직관(直觀)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사이먼은 뉴엘과 만나자마자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사람의 마음을 정보처리 체계로 본 뉴엘의 생각과 사람의 마음을 기호조작 체계로 본 사이먼의 생각은 서로 사용하는 어휘가 달랐지만 의미는 똑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56년에 공동으로 최초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논리학 이론가(Logic Theorist)’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명칭이 말해 주듯 기호논리학의 정리(theorem)를 증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두 사람은 논리학 이론가를 보다 발전시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1958년부터 10여 년 연구를 진행한 끝에 ‘일반문제 해결자(GPS·General Problem Solver)’를 내놓았다.

GPS는 인간의 문제해결 과정을 모형화한 프로그램이었다. 두 사람은 GP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모두 기호를 조작하는 물리적 기호체계(physical symbol system)를 사용한다고 봤다. 인간이 문제를 해결할 때 마음의 작용과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처리할 때 수행하는 기호조작이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변천史

기호체계 가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인간의 마음은 정보를 처리하는 체계이다. ②정보처리는 계산(computation), 곧 기호를 조작하는 과정이다. ③컴퓨터의 프로그램은 기호를 조작하는 체계이다. ④따라서 인간의 마음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형화할 수 있다.

이처럼 기호체계 가설은, 컴퓨터 하드웨어는 사람의 뇌,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마음에 해당되는 것으로 본다. 뉴엘과 사이먼이 체계화한 기호체계 가설은 인공지능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채택됐다.

1960년대 중반까지 10년 가까운 인공지능 여명기에 일반문제 해결(GPS)법을 통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광범위한 종류의 문제해결을 모의실험(simulation)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간의 지능을 가진 기계개발의 가능성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에 초창기의 도취감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지능을 프로그램으로 생성시키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벅찬 일임을 확인했다. 거의 모든 사람에 의해 일상적으로 수행되는 시각이나 음성인식과 같은 지각 능력,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자연언어 이해 능력은 당시 인공지능 기술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더욱이 사람들이 매일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상식추론(common-sense reasoning)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1960년대 후반은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실의와 좌절에 빠진 암흑기였다. 따라서 1970년대에는 1960년대의 접근방법을 반성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1970년대 말,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프로그램의 문제해결 능력이 프로그램에 사용된 추론 방략(strategy)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의 양에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이 보다 지능적이기 위해서는 특정한 문제영역(problem domain)에 관한 특정의 지식을 가급적이면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운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값진 교훈이었다. 이러한 개념상의 방향전환에 힘입어 인공지능은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맞았다. 그로부터 지식을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표상(representation)하는 기법 연구가 인공지능의 최대 과제가 됐다. 정보의 특정 실체(entity) 또는 유형(type)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는 형식체계(formal system)를 ‘표상’이라고 한다.

지식의 표상에 대한 연구의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로 표출된 것은 전문가 시스템의 개발이다. 전문가 시스템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소관 분야의 문제해결에 사용하고 있는 경험적 법칙(rule of thumb)을 모아 놓은 지식베이스(knowledge base)와, 이것을 사용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인 추론기관(inference engine)으로 구성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이다. 전문가 시스템의 성공적인 개발과 응용에 따라 인공지능은 1980년대 초반부터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아무나 알 수 없는 것(전문지식)은 소프트웨어로 흉내내기 쉬운 반면에 누구나 알고 있는 것(상식)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왜냐하면 전문지식은 단기간 훈련으로 습득이 가능하지만, 상식은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획득한 엄청난 규모의 지식과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그 대안으로 신경망(neural network) 이론이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

딥 러닝 소프트웨어의 위력

인공지능은 신경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경망은 ‘뇌의 기능 모델에 근거한 인지정보 처리 구조’라고 정의한다. 신경망은 기본적으로 정보처리 요소(processing element)와 연접경로(interconnect)로 구성된다. 이를테면 정보처리 요소(PE)는 뇌의 신경세포(뉴런), 연접경로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를 흉내(시뮬레이션)낸 것이다.

1943년에 미국의 신경생리학자인 워런 매컬러프(1898~1969)는 월터 피츠(1923~1969)와 함께 신경망 연구의 효시가 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뉴런이 학습과 같은 정신작용을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설명하면서, 수많은 뉴런으로 구성되는 신경망이 기호논리학의 모든 기본적인 조작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신경망 모델은 비록 사람의 뇌에서 뉴런의 실제적인 활동을 복제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사람의 뇌를 논리학의 원리에 따라 동작하는 것으로 모형화했기에 선구적인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경망 연구는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도널드 헤브(1904~1985)에 의해 한걸음 더 발전된다. 1949년에 펴낸 저서 《행동의 체제(The Organization of Behavior)》에서 처음으로 신경망의 학습규칙을 제안했다. 이른바 ‘헤브의 법칙(Hebbian Law)’이다. 이 법칙의 요점은 두 개 뉴런의 시냅스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신경망의 학습능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신경망의 학습규칙은 그 뿌리를 헤브의 법칙에 두고 있다.

1940년대의 학문적 연구결과는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경망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연결된다. 1957년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인 프랭크 로젠브러트(1928~1971)가 마침내 신경망을 최초로 실현한 퍼셉트론(Perceptron)을 내놓았다. 퍼셉트론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 패턴을 학습해 인식하는 기능을 가진 신경망이다. 영문자와 같은 간단한 이미지를 비슷한 것들끼리 스스로 분류해 인식하는 능력을 보여줌에 따라 퍼셉트론은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 퍼셉트론의 성능에 매료된 극단적인 예찬론자들은 여러 개의 퍼셉트론을 함께 전선으로 묶으면 금방이라도 사람의 뇌를 닮은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처럼 흥분하기까지 했다.

연결주의 vs. 계산주의

그러나 신경망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청천벽력이 떨어진다. 연구 인력과 자금을 빼앗긴 인공지능 이론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1969년 마빈 민스키는 《퍼셉트론》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고 퍼셉트론의 한계를 낱낱이 비판했다. 민스키는 로젠브러트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 사이였다. 《퍼셉트론》의 영향력 때문에 신경망의 열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로젠브러트는 1971년 7월 43번째 생일날 혼자 보트를 타다가 자살(自殺)일지도 모르는 사고로 익사했다.

신경망 연구는 1980년대 초까지 암흑시대로 들어가지만 미국의 생물물리학자인 존 흡필드 등 극소수의 학자들은 끈질기게 신경망 연구의 명맥을 이어 갔다. 마침내 1982년에 흡필드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계기가 되어 신경망 이론이 극적으로 부활했다.

신경망을 인공지능과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전자는 상향식 또는 연결주의(connectionism), 후자는 하향식 또는 계산주의(computationalism)라 부른다. 신경망은 수많은 뉴런이 연결되어 정보가 병렬적으로 처리된다는 측면에서 연결주의, 인공지능은 기호처리 방식에 의해 정보가 직렬적으로 계산된다는 의미에서 계산주의라 한다. 1960년대 이후 줄곧 주도권을 장악한 계산주의가 딥 블루나 왓슨 같은 전문가 시스템의 성공으로 활로를 찾았다면, 21세기 초반부터 학습능력의 측면에서 연결주의가 획기적인 성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컴퓨터과학자인 제프리 힌턴이 심층학습, 곧 ‘딥러닝(deep learning)’의 걸작품으로 여겨지는 심층신경망(DNN·Deep Neural Network)을 개발했다. 딥러닝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분야의 하나이다. 기계학습이란 컴퓨터가 주어진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분석해 의미를 찾아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뜻한다.

2012년 6월 스탠퍼드대학의 앤드루 응은 구글과 함께 추진한 딥러닝 프로젝트인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고양이를 식별하도록 학습시키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프로세서 1만6000개와 10억 개 이상의 신경망을 사용해 유튜브에 있는 1000만개 이상 동영상 중에서 고양이 사진을 골라낸 것이다. 2014년 페이스북은 97.25%의 정확도로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딥러닝 기술인 딥페이스(DeepFace)를 선보였다.

2015년 5월 출시된 딥러닝 소프트웨어인 구글포토(Google Photos)는 스마트폰 속에 있는 수천 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이다. 스마트폰에 구글포토 앱을 깔고, 사진을 모두 저장한 다음에 검색창에 가령 ‘내 손자 선재’라고 입력하면 선재 사진이 나타난다. 구글포토는 수백억 장의 사진을 학습해 사진 속 사물의 특징을 익히기 때문에 수억 장의 사진을 몇 초 만에 판독해 내는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2014년 4억 달러에 인수한 영국 벤처기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2015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과 벌인 대국에서 5승 무패(無敗)로 승리했다. 구글은 딥러닝 소프트웨어인 알파고에 프로바둑 기사의 대국 기보(棋譜) 3000만 건을 입력한 뒤 알파고 스스로 대국하는 경험을 쌓게 했다.

튜링, 인공지능의 아버지

사람처럼 영리하고 움직일 줄 아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지능지수처럼 기계의 지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영국의 앨런 튜링(1912~1954)이다. 그가 만든 모방게임은 기계가 사람 수준의 지능을 가졌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일종의 시험으로, 튜링 테스트로 불렸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분야는 로봇공학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집약된 로봇은 무인(無人)지상차량(자율주행·AGV·autonomous ground vehicle)이다. 1985년부터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개발하는 무인지상차량은 전쟁터에서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굴러다니면서 스스로 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장애물을 피해 나가면서 목표물을 공격하는 로봇자동차이다. 2008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낸 《2025년 세계적 추세(Global Trends 2025)》에 따르면, 2014년 무인지상차량, 곧 로봇병사가 전투상황에서 사람에게 사격을 가하고, 2025년 완전자율로봇이 마침내 전쟁터를 누비게 된다.

사람처럼 영리하고 움직일 줄 아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지능지수처럼 기계의 지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영국의 앨런 튜링(1912~1954)이다. 1936년 24세에 컴퓨터 개념을 최초로 정립한 이론을 창안한 튜링은 1950년 10월 권위 있는 철학 학술지인 《마인드(Mind)》에 역사적인 논문 〈계산하는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을 발표했다. 그는 모방게임(imitation game)이라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모방게임은 기계가 사람 수준의 지능을 가졌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일종의 시험으로, 훗날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 명명됐다. 요컨대, 튜링은 그의 논문 첫머리에서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해 “튜링 테스트에 합격한 기계는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내놓다.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 이론가들의 전폭적인 동의와 지지를 받았으며, 튜링 테스트에 합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의 지능을 본뜰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목표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튜링을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갑지 않을 미래

컴퓨터 이론가인 미국의 레이 커즈와일은 1999년 펴낸 저서 《정신적 기계의 시대(The Age of Spiritual Machines)》에서 30년이 경과한 2029년에 마침내 컴퓨터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서 기계는 할 수 없고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커즈와일은 2005년에 펴낸 저서 《특이점이 다가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도 2030년 전후에 지능(知能) 면에서 기계와 인간의 구별이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를테면 2030년 전후에 특이점을 지난다는 것이다.

특이점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히 다른 점(singular point)’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1993년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소설 작가인 버너 빈지는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인간을 초월하는 기계가 출현하는 시점을 ‘특이점’이라 명명했다. 빈지는 생명공학, 신경공학, 정보기술의 발달로 2030년 이전에 특이점을 지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이점은 인류사회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영국의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이구동성으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4년 10월 머스크는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고, 이어서 호킹은 “인공지능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며, 2015년 1월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 기술은 훗날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초지능(superintelligence)에 대한 우려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 예견했다.

머스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철학 교수인 닉 보스트롬의 저서 《초지능》을 읽고 그런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트롬은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현격하게 능가하는 존재’를 초지능이라고 정의하고, 기계가 초지능이 되려면 인공일반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의 특정 기능(예를 들어 바둑이나 체스 등을 두는 능력)을 기계로 실현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인간 지능의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기계로 수행하는 기술, 곧 인공일반지능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2006년 인공지능이 학문으로 발족한 지 50년이 되는 해에 개최된 회의(AI@50)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를 대상으로 2056년, 곧 인공지능 발족 100주년이 되는 해까지 인공일반지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참석자의 18%는 2056년까지, 41%는 2056년이 좀 지난 뒤에 인공일반지능을 가진 기계가 실현된다고 응답했다. 결국 59%는 인공일반지능의 실현 가능성에 손을 들었고, 41%는 기계가 사람처럼 지능을 가질 수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스트롬은 《초지능》에서 기계뿐만 아니라 사람도 초지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을 초지능 존재로 만드는 기술로 유전공학과 신경공학을 꼽았다. 유전공학으로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능을 개량하는 유전자를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공학의 발달로 뇌 안에 가령 기억능력을 보강하는 장치를 이식할 수 있어 초지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과학기술을 사용해 사람의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고 한다. 21세기 후반 초지능 기계와 초지능 인간이 뒤섞이는 트랜스휴먼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로봇을 上司로 섬기는 사람들

21세기 후반, 그러니까 2050년대 이후부터 우리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기계와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사람과 초지능 로봇이 맺게 될 사회적 관계는 대충 세 가지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첫째, 로봇이 오늘날처럼 인간의 충직한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주종관계를 상정할 수 있다. 둘째, 로봇이 사람보다 영리해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끝으로 호모 사피엔스(지혜를 가진 인류)와 로보 사피엔스(지혜를 가진 로봇)가 공생 관계를 형성해 서로 돕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인간의 피조물인 로봇이 미래에도 오늘날 산업 현장의 로봇처럼 사람 대신 온갖 힘든 일들을 도맡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과학자는 인간이 로봇의 창조주이므로 아예 천성이 착하게끔 로봇을 설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우호적 인공지능(friendly AI)이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엘리제 유드코프스키는 2001년 우호이론(friendliness theory)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로봇공학(social robotics)이 출현했다. 사회로봇공학은 로봇에게 인간사회에 융합될 수 있는 사회적 지능을 부여해 인간사회의 일원으로서 사람에게 우호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직장에서 로봇을 상사로 섬겨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미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가트너가 발표한 보고서 〈2016년 10대 전략 기술〉에 따르면 2018년 300만명의 노동자가 로봇상사(roboboss)의 통제를 받을 전망이다. 로봇상사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부하의 실적을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거나 상여금을 산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지시를 받던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단계를 지나 마침내 사람을 부하로 부리는 세상이 오고야 마는 것 같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의 경영학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은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기계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2013년 9월 기술 발전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계량화했는데, 직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기술로 ‘기계학습’과 ‘이동로봇공학’을 꼽았다. 이 두 가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반복적인 단순업무뿐만 아니라 고도의 인지기능이 요구되는 직업도 기계로 대체할 것이라 한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화되기 쉬운 직업은 절반에 가까운 47%나 되고, 컴퓨터의 영향을 중간 정도 받을 직업은 20%, 컴퓨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쉽게 대체될 것 같지 않은 직업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21세기에 살아남을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취약한 부분, 예컨대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 기능이 요구되는 직업일 수밖에 없다. 환경미화원이나 경찰관처럼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직업이 패턴인식 능력이 특별히 많이 필요해서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나서 사람이 기계에 밀려날 것이라는 공포감은 오래 전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됐다. 1818년 영국의 여류작가 메리 셸리(1797~1851)가 발표한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와 그가 만든 괴물이 모두 파멸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소설은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을 거부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닮은 기계에 대한 공포심을 드러낸다. 1921년 체코의 작가인 카렐 차페크(1890~1938)가 발표한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 역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마찬가지로 로봇을 먼저 파괴하지 않으면 결국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마음의 아이들, 인류의 정신적 자산을 물려받는 로봇

인공지능 이론의 선구자인 마빈 민스키는 1994년 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0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 그렇다. 그들은 우리 마음의 아이들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사람과 로봇이 맺을 수 있는 세 번째 관계는 서로 돕고 사는 공생이다. 미국의 로봇공학자인 한스 모라벡은 1988년 펴낸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서 사람의 마음을 기계 속으로 옮겨 사람이 말 그대로 로봇으로 바뀌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뇌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장치로 옮기는 과정을 ‘마음 업로딩(mind uploading)’이라고 한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업로딩된 사람의 마음은 로봇 안에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마음이 사멸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라벡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정신적 자산, 이를테면 지식·문화·가치관을 모두 물려받게 되는 로봇을 ‘마음의 아이들’이라고 명명하고 2050년 이후 마음의 아이들이 지구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류의 미래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혈육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물려받은 기계, 곧 마음의 아이들에 의해 발전되고 계승될 것이라는 모라벡의 주장은 실로 충격적이다. 사람보다 훨씬 영리한 초지능 로봇, 곧 로보 사피엔스가 사람 대신 지구의 주인 노릇을 시작하면 구태여 사람 취급을 받으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람은 없어도 되지만 로봇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인공지능 이론의 선구자인 마빈 민스키는 1994년 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0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 그렇다. 그들은 우리 마음의 아이들일 것이다”라고 모라벡의 주장에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의견을 개진했다.

2050년 이후에 사람의 지적 능력을 능가하는 초지능 로봇은 충실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인가. 아니면 창조주인 인류를 끝내 노예로 삼거나 파멸시킬 것인가. 그도 아니면 인류와 영생불멸의 존재로 공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 예측 가능한 유일한 사실은, 사람보다 영리한 초지능 기계가 출현할 날이 멀지 않았고, 그 미래사회의 모습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뿐이다.⊙

상단주메뉴

심층분석

인공지능, 어디까지 발전할까

사람들, 로봇을 上司로 모신다

1건

사이트 이용안내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