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틱 레시피>에서 음식점 주인 역할, “실제로는 음식 잘 못해, 한국 음식 먹어본 적 있어”
⊙ “영화란 세상을 반영할 뿐, 먼저 세상을 변화시키면 영화는 그 변화를 반영하게 돼”
朴興津
⊙ 70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 “영화란 세상을 반영할 뿐, 먼저 세상을 변화시키면 영화는 그 변화를 반영하게 돼”
朴興津
⊙ 70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 헬렌 미렌의 신작 <로맨틱 레시피(The Hundred-Foot Journey)>.
영화는 프랑스 남부 한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헬렌 미렌(69)은 자기 식당 코앞에 인도식당을 차린 인도인 이민 가족과 경쟁하는 말로리 역을 맡았다. 말로리는 본심은 착하지만, 다소 까다롭다.
미렌과 인도의 베테랑 배우 옴 푸리가 나오는 영화는 그림처럼 곱고 달콤하나 극적 깊이는 모자란다. 연기파인 미렌과 푸리의 연기와 콤비는 보기 좋으나 모든 것을 지나치게 당의정(糖衣錠)식으로 처리해 자극성이 모자란다.
우아한 백색 돌체 앤 가바나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미렌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는데 단아하게 앉아 아름다운 알토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섞어 가면서 질문에 즐겁게 대답했다. 사람이 품위가 있으면서도 매우 겸손해 이웃집 착한 아주머니를 만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여왕〉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타 영국여왕으로부터 ‘데임’ 칭호를 받은 미렌은 군주제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미렌이 미국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 여왕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스케줄을 이유로 수락하지 않았다.
—영화에 진수성찬이 자주 나와, 보면서 배가 고팠는데 촬영 때도 그랬습니까.
“그럼요. 보기 전이 아니라 본 다음에 식사를 해야 하는 영화입니다.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영화를 본 다음에 가서들 드세요.”
—영화에서 당신의 식당은 식당의 질을 판정하는 미슐랭 등급의 별 하나를 받았는데 최고등급인 별 세 개짜리 식당에 가본 적이 있나요.
“프랑스에서 가봤지요. 그 등급은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와 화장실, 카펫의 청결도 그리고 식기와 유리잔, 식사용 칼과 포크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 받습니다. 아주 어렵지요. 그런데 나는 사실 그런 식당엘 가면 다소 불편해요. 웅장하고 아름답긴 하나 긴장이 됩니다. 그런 식당은 정장을 하고 참석하는 생일파티나 특별한 경우 등에나 어울립니다.”
—영화를 감독한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과 일한 경험에 대해 말해 주세요.
“그는 세트 분위기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마법사 같은 사람으로 이런 영화에는 그런 것이 꼭 필요하지요. 무겁고 공장 같은 분위기의 세트를 적절히 가볍고 즐거운 곳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멋있는 감독입니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나요.
“툴루즈 북쪽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마을에서 찍었습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거리의 시장은 실제 시장입니다. 식당의 음식도 정말 맛있더군요. 영화를 찍는다기보다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문화의 혼합을 얘기하고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음식들은 다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미국인들이 즐기는 피자나 베이글 등은 다 다른 나라에서 온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음식은 다양한 이민의 혼합이라고 하겠습니다. 음식이란 지구를 돌면서 행해지는 인간성의 움직임의 표지석과도 같은 것으로 우리 영화도 그 점을 보여주고 있지요.”
“유색 인종에 대한 긍정적 묘사 계속돼야”
—인도 음식은 좋아합니까.
“남편(〈사관과 신사〉 〈레이〉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과 나는 해외에 있다가 영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인도식당엘 갑니다. 외국에 있을 때 제일 생각나는 것이 인도 음식이지요. 인도 음식이 내겐 영국 음식이 됐어요.”
—요리를 할 줄 아나요. 당신과 음식의 관계는 어떤지요.
“잘 못해요. 수프가 고작이지요. 나는 러시아계 후손이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음식을 좋아하고 양배추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합니다. 나보단 남편이 음식 솜씨가 낫지요.”
—손님 접대용이라면 무슨 음식을 마련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손으로 집어먹는 음식을 마련할 것입니다. 프라이한 닭고기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리고 난 조반은 만들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처음에는 인도사람들을 라이벌로 여기다 후에 그들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데 그런 변신의 과정에 대해 말해주세요.
“사실 말로리는 상냥한 여자인데 자존심과 집념 때문에 다소 고약하게 굴었다고 봅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특징이지요. 야망과 자기 명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도인들을 라이벌로 여겼던 것이지요.”
—당신은 세계를 돌면서 온갖 음식을 맛보았을 텐데 한국 음식은 먹어본 적이 있나요.
“LA의 코리아타운에서 먹어봤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많았지요. 내 의붓아들이 다니던 학교에 한국인 급우들이 많아서 사실 한국 음식은 내 아들이 소개를 한 셈입니다. 아들은 한국에 친구를 만나러 가서 산낙지도 먹었는데 그것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졌지요. 그런데 아들은 어렸을 때 도무지 음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 우리 속을 썩였습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그가 산낙지 먹은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지요.”
—옛날과 달리 최근 들어 유색 인종들이 이 영화에서처럼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런 경향이 계속되길 바라요. 경향이라기보다 우리의 세계관의 변화라고 해야겠지요. 이런 변화가 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사실 우린 아직 그곳에 진실로 이르진 못했다고 봅니다. 영화 <간디>가 있기 전만 해도 보통 미국사람들은 인도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간디> 이후 이런 생각을 고쳐놓은 것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지요. 다문화와 함께 지구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또 평등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아직도 좀 더 가야 될 것 같아요.”
—당신은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아는데 언어를 사랑합니까.
“나는 언어를 사랑합니다. 나는 늘 외국에 가면 최소한 그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워 쓰지요.”
“난 자신에 대해 솔직하려 할 뿐”
—당신의 인생철학은 무엇입니까.
“저도 남들처럼 낙망하고 자신의 효용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또 어리석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전 특별히 신을 믿진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커다란 영적 이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난 철저한 실용주의자입니다. 난 그저 자신에 대해 솔직하려고 할 뿐입니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에 대해 말해주세요.
“감귤을 키우는데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도전하는 정신으로 그것을 가꾸지요. 반면 석류는 가꾸기가 좋아요.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정열이요 감정적인 일입니다. 결코 평화로운 일이 아니지요. 아주 야만적이요 좌절이 심한 작업입니다. 석류론 주스를 만들어 마십니다. 언젠가 그 주스를 팔려고 생각해요.”
—다음 영화 〈황금 옷의 여인〉에서 화가 클림트의 여인으로 나오는데 미술이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그것은 인간 노력의 경이 중 하나입니다. 나는 미술을 좋아해 화랑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직접 그리기도 하지요. 그것은 나의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음악보다 그림을 더 좋아합니다.”
—프랑스 여인 역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지요.
“난 프랑스광이어서 역을 제의받고 아주 좋아했지요. 난 프랑스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자기들이 낫다고 으스대는 것까지 좋아합니다. 그래서 난 언제나 남모르게 프랑스 배우가 되길 원했답니다. 난 프랑스 영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프랑스 영화는 미국이나 영국 영화보다 민감하고 흥미 있으며 인물묘사도 깊지요.
난 사실 내 역을 프랑스어로 하길 원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살 때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이 영화를 찍을 때도 내 대사를 프랑스어로 하기 위해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자막 읽기를 싫어하지요. 특히 이 영화처럼 재미 위주의 디즈니영화는 더 해요. 하여튼 나는 영어영화에도 가능하면 프랑스어를 조금이나마 집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 대해 싫어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에는 남을 비판 평가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건 별로 안 좋아요.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못해 서툴게라도 해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로 ‘당신 프랑스어 별로 잘 못하네’라고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럴 경우 반응이 다릅니다. 그들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어를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이탈리아어로 ‘오 당신 이탈리아어 하네’하고 반기지요.”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
—당신이 오래전에 TV시리즈 <프라임 서스펙트>에 나왔을 때만 해도 여자가 주연인 드라마는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작품이 많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지요.
“그래요. 참 놀라운 발전입니다. 요즘은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더 많더군요. 당시 제작진은 자신이 없어 내게 1회만 찍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자고 했었습니다. 이런 것이 변한 것은 우리의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여자경찰서장, 국무장관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여성의 위치가 부상하면서 드라마의 세계도 세상의 변화를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TV드라마 중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요.
“<킬링>입니다. 아주 훌륭해요. 그리고 영국 작품으로 <브로드 처치>를 즐겨 봤습니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 섬게가 나오는데 무슨 상징이기라도 하는지요.
“나는 섬게를 좋아합니다. 밖엔 가시가 돋쳤으나 안은 맛있다는 점에서 무언가를 상징한다고 생각하는가 본데 그것은 그저 이국적인 음식을 표현하기 위해 썼을 뿐입니다. 제가 하나 가르쳐줄 게 있는데 섬게 가시에 찔려 박혔을 때는 올리브기름을 바르면 잘 빠집니다.”
—당신은 미술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미술을 좋아하는지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입니다. 현대와 클래식이 혼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는 클래식 화가들도 좋아합니다. 풍경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옛 덴마크 화가들의 그림이 아주 아름답지요. 브뤼헐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빈에서 〈황금 옷의 여인〉을 찍을 때 미술관에 가서 그의 <눈 속의 사냥꾼>을 보고 아찔한 경탄에 빠졌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현재 영화를 찍고 있어 로스앤젤레스에서 4~5일간 머문 뒤, 두 주간 쉬고 현대의 드론전쟁에 관한 영화를 찍기 위해 남아프리카에 갑니다.”⊙
미렌과 인도의 베테랑 배우 옴 푸리가 나오는 영화는 그림처럼 곱고 달콤하나 극적 깊이는 모자란다. 연기파인 미렌과 푸리의 연기와 콤비는 보기 좋으나 모든 것을 지나치게 당의정(糖衣錠)식으로 처리해 자극성이 모자란다.
우아한 백색 돌체 앤 가바나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미렌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는데 단아하게 앉아 아름다운 알토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섞어 가면서 질문에 즐겁게 대답했다. 사람이 품위가 있으면서도 매우 겸손해 이웃집 착한 아주머니를 만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여왕〉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타 영국여왕으로부터 ‘데임’ 칭호를 받은 미렌은 군주제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미렌이 미국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 여왕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스케줄을 이유로 수락하지 않았다.
—영화에 진수성찬이 자주 나와, 보면서 배가 고팠는데 촬영 때도 그랬습니까.
“그럼요. 보기 전이 아니라 본 다음에 식사를 해야 하는 영화입니다.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영화를 본 다음에 가서들 드세요.”
—영화에서 당신의 식당은 식당의 질을 판정하는 미슐랭 등급의 별 하나를 받았는데 최고등급인 별 세 개짜리 식당에 가본 적이 있나요.
“프랑스에서 가봤지요. 그 등급은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와 화장실, 카펫의 청결도 그리고 식기와 유리잔, 식사용 칼과 포크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 받습니다. 아주 어렵지요. 그런데 나는 사실 그런 식당엘 가면 다소 불편해요. 웅장하고 아름답긴 하나 긴장이 됩니다. 그런 식당은 정장을 하고 참석하는 생일파티나 특별한 경우 등에나 어울립니다.”
—영화를 감독한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과 일한 경험에 대해 말해 주세요.
“그는 세트 분위기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마법사 같은 사람으로 이런 영화에는 그런 것이 꼭 필요하지요. 무겁고 공장 같은 분위기의 세트를 적절히 가볍고 즐거운 곳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멋있는 감독입니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나요.
“툴루즈 북쪽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마을에서 찍었습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거리의 시장은 실제 시장입니다. 식당의 음식도 정말 맛있더군요. 영화를 찍는다기보다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문화의 혼합을 얘기하고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음식들은 다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미국인들이 즐기는 피자나 베이글 등은 다 다른 나라에서 온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음식은 다양한 이민의 혼합이라고 하겠습니다. 음식이란 지구를 돌면서 행해지는 인간성의 움직임의 표지석과도 같은 것으로 우리 영화도 그 점을 보여주고 있지요.”
“유색 인종에 대한 긍정적 묘사 계속돼야”
—인도 음식은 좋아합니까.
“남편(〈사관과 신사〉 〈레이〉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과 나는 해외에 있다가 영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인도식당엘 갑니다. 외국에 있을 때 제일 생각나는 것이 인도 음식이지요. 인도 음식이 내겐 영국 음식이 됐어요.”
—요리를 할 줄 아나요. 당신과 음식의 관계는 어떤지요.
“잘 못해요. 수프가 고작이지요. 나는 러시아계 후손이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음식을 좋아하고 양배추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합니다. 나보단 남편이 음식 솜씨가 낫지요.”
—손님 접대용이라면 무슨 음식을 마련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손으로 집어먹는 음식을 마련할 것입니다. 프라이한 닭고기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리고 난 조반은 만들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처음에는 인도사람들을 라이벌로 여기다 후에 그들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데 그런 변신의 과정에 대해 말해주세요.
“사실 말로리는 상냥한 여자인데 자존심과 집념 때문에 다소 고약하게 굴었다고 봅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특징이지요. 야망과 자기 명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도인들을 라이벌로 여겼던 것이지요.”
—당신은 세계를 돌면서 온갖 음식을 맛보았을 텐데 한국 음식은 먹어본 적이 있나요.
“LA의 코리아타운에서 먹어봤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많았지요. 내 의붓아들이 다니던 학교에 한국인 급우들이 많아서 사실 한국 음식은 내 아들이 소개를 한 셈입니다. 아들은 한국에 친구를 만나러 가서 산낙지도 먹었는데 그것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졌지요. 그런데 아들은 어렸을 때 도무지 음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 우리 속을 썩였습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그가 산낙지 먹은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지요.”
—옛날과 달리 최근 들어 유색 인종들이 이 영화에서처럼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런 경향이 계속되길 바라요. 경향이라기보다 우리의 세계관의 변화라고 해야겠지요. 이런 변화가 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사실 우린 아직 그곳에 진실로 이르진 못했다고 봅니다. 영화 <간디>가 있기 전만 해도 보통 미국사람들은 인도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간디> 이후 이런 생각을 고쳐놓은 것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지요. 다문화와 함께 지구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또 평등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아직도 좀 더 가야 될 것 같아요.”
—당신은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아는데 언어를 사랑합니까.
“나는 언어를 사랑합니다. 나는 늘 외국에 가면 최소한 그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워 쓰지요.”
“난 자신에 대해 솔직하려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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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와 헬렌 미렌. |
“저도 남들처럼 낙망하고 자신의 효용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또 어리석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전 특별히 신을 믿진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커다란 영적 이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난 철저한 실용주의자입니다. 난 그저 자신에 대해 솔직하려고 할 뿐입니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에 대해 말해주세요.
“감귤을 키우는데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도전하는 정신으로 그것을 가꾸지요. 반면 석류는 가꾸기가 좋아요.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정열이요 감정적인 일입니다. 결코 평화로운 일이 아니지요. 아주 야만적이요 좌절이 심한 작업입니다. 석류론 주스를 만들어 마십니다. 언젠가 그 주스를 팔려고 생각해요.”
—다음 영화 〈황금 옷의 여인〉에서 화가 클림트의 여인으로 나오는데 미술이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그것은 인간 노력의 경이 중 하나입니다. 나는 미술을 좋아해 화랑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직접 그리기도 하지요. 그것은 나의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음악보다 그림을 더 좋아합니다.”
—프랑스 여인 역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지요.
“난 프랑스광이어서 역을 제의받고 아주 좋아했지요. 난 프랑스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자기들이 낫다고 으스대는 것까지 좋아합니다. 그래서 난 언제나 남모르게 프랑스 배우가 되길 원했답니다. 난 프랑스 영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프랑스 영화는 미국이나 영국 영화보다 민감하고 흥미 있으며 인물묘사도 깊지요.
난 사실 내 역을 프랑스어로 하길 원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살 때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이 영화를 찍을 때도 내 대사를 프랑스어로 하기 위해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자막 읽기를 싫어하지요. 특히 이 영화처럼 재미 위주의 디즈니영화는 더 해요. 하여튼 나는 영어영화에도 가능하면 프랑스어를 조금이나마 집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 대해 싫어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에는 남을 비판 평가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건 별로 안 좋아요.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못해 서툴게라도 해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로 ‘당신 프랑스어 별로 잘 못하네’라고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럴 경우 반응이 다릅니다. 그들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어를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이탈리아어로 ‘오 당신 이탈리아어 하네’하고 반기지요.”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
—당신이 오래전에 TV시리즈 <프라임 서스펙트>에 나왔을 때만 해도 여자가 주연인 드라마는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작품이 많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지요.
“그래요. 참 놀라운 발전입니다. 요즘은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더 많더군요. 당시 제작진은 자신이 없어 내게 1회만 찍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자고 했었습니다. 이런 것이 변한 것은 우리의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여자경찰서장, 국무장관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여성의 위치가 부상하면서 드라마의 세계도 세상의 변화를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TV드라마 중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요.
“<킬링>입니다. 아주 훌륭해요. 그리고 영국 작품으로 <브로드 처치>를 즐겨 봤습니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 섬게가 나오는데 무슨 상징이기라도 하는지요.
“나는 섬게를 좋아합니다. 밖엔 가시가 돋쳤으나 안은 맛있다는 점에서 무언가를 상징한다고 생각하는가 본데 그것은 그저 이국적인 음식을 표현하기 위해 썼을 뿐입니다. 제가 하나 가르쳐줄 게 있는데 섬게 가시에 찔려 박혔을 때는 올리브기름을 바르면 잘 빠집니다.”
—당신은 미술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미술을 좋아하는지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입니다. 현대와 클래식이 혼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는 클래식 화가들도 좋아합니다. 풍경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옛 덴마크 화가들의 그림이 아주 아름답지요. 브뤼헐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빈에서 〈황금 옷의 여인〉을 찍을 때 미술관에 가서 그의 <눈 속의 사냥꾼>을 보고 아찔한 경탄에 빠졌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현재 영화를 찍고 있어 로스앤젤레스에서 4~5일간 머문 뒤, 두 주간 쉬고 현대의 드론전쟁에 관한 영화를 찍기 위해 남아프리카에 갑니다.”⊙
ingvarbedrot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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