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창조적 미래지향적 한국인상을 대변하는 21세기의 아이콘
張源宰
⊙ 45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비교연극학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분과위원 역임. 축구칼럼니스트.
⊙ 저서: 《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 《속을 알면 더 재미있는 축구이야기》 《오태석연극》.
張源宰
⊙ 45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비교연극학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분과위원 역임. 축구칼럼니스트.
⊙ 저서: 《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 《속을 알면 더 재미있는 축구이야기》 《오태석연극》.
- 박지성의 온몸을 날려 초원에 미끄러지며 상대의 공격을 끊은 태클은 장쾌한 기술이다.
위대한 공연, 불멸의 질주, 인내와 희생의 금자탑. 박지성이 이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2010-2011 시즌 맨유의 우승. 영웅이 탄생했다. 눈물이 난다.
첼시는 무력했다. 단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이 상대팀 전체를 소진시킬 수도 있다는 분명한 증명. 첼시 경기복의 푸른빛이 파리하게 숨죽여 보일 만큼 박지성은 달리고 또 달렸다. 많이 뛴다고 능사가 아니다. 엄청나게 움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기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90분 내내, 있어야 할 곳에는 늘 박지성이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가 닿기 어려운 곳에도 박지성은 나타났다. 축지법을 쓰는 것 같았다. 라인을 벗어나는 공. 공격수는 물론, 심지어는 상대 수비진까지도 동작을 멈춘 시공간에도 그는 홀로 움직였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드로인과 코너킥을 얻어내며 우리편 점유율을 늘리고 자산을 증식했다.
더불어, 또 하나의 필살기 근접 태클. 온 몸을 날려 초원에 미끄러지며 상대의 공격을 끊는 태클은 장쾌한 기술이다. 하지만 태클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도 체력소모가 크다. 아울러 상대의 긴 드리블 혹은 소유권이 불분명한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기술이 들어간 결과는 그래서 대개가 라인 밖으로 공을 차낸 것이거나 파울 둘 중 하나다. 요컨대, 태클이 들어가면 경기가 일단 중단된다는 뜻이다.
‘다이내믹 코리안’
1966년 영국 월드컵 우승팀 주장 보비 무어는 이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 달리는 선수가 아니라 멈춘 공을 보고 들어가는 표적형 태클. 보비 무어에 이르러 태클은 선을 끊는 테크닉에서 점을 찍어내는 기술로 진화했다.
그런데 박지성이 태클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상대 선수에게 몸을 밀착하는 지점까지 바짝 다가간 뒤 함께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추며 귀신처럼 공을 뺏어내는 절정의 신기. 이 공전절후(空前絶後)의 신기술 앞에 첼시의 일레븐은 무력했다. 그것은 예비동작 없이 이뤄지는 경공술(輕功術) 태클이었다. 낌새와 징후가 없으니 상대 선수들은 대비를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공을 상대의 발에서 떼어놓은 뒤, 당황하는 상대를 뒤로 하고 박지성은 유유한 패스와 드리블로 경기를 이어 갔다. 공이 상대 발 앞에 붙어 있는데도 들어가는 태클. 단 1m만 공을 튕겨내어, 경기를 끊지 않고도 소유권을 넘겨받는 효과 만점의 발명품. 이것은 시간과 공간을 새로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쾌거다.
1965년 리스튼과의 리턴 매치에서 1라운드 1분 만에 단 한 방으로 상대를 쓰러뜨렸던 알리의 팬텀펀치. 뛰어가는 스텝에 맞춰 리듬을 허물지 않고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슛으로 이어 가던 호마리우의 벼락슈팅. 수비진이 밀집한 빽빽한 밀림에서 허벅지 뒷근육과 발목만을 이용하여 백스윙 없이 슛을 날리는 메시. 슬로비디오를 보기 전까지는 도대체 어떤 기술이 들어간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절정의 기량 리스트에 박지성을 추가한다. 빈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지치게 만든다. 수비가 물러서면 벼락같은 슛을 날린다.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도 눈은 늘 동료들을 주시한다. 헌신하는 인간, 어시스트 제조기, 닳지 않는 건전지, 다이내믹 코리안. 박지성은 이제 긍정적 창조적 미래지향적 한국인상을 대변하는 21세기의 아이콘이다.
박지성의 ‘아시안 드림컵’
바로 그 박지성은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6월 15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 드림컵(Asian Dream Cup)’.
JS 재단 박지성 ‘이사장’은 자신의 인맥으로 국내외 유명 축구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거의 모든 한국 선수와 일본 선수에 연예계 정상의 한류(韓流)스타까지를 망라한 이 팀의 이름은 ‘박지성의 친구들’.
상대는 베트남 현지 팀인 나비뱅크 SG였다.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원사례였다. 고위공직자, 대학생, 청소년 할 것 없이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교민들에게 줄을 대려 한다는 뉴스가 경기 일주일 전부터 지면을 장식했다. 그것은 거대하면서도 낯익은 축제였다. 1970년대 유럽 프로팀 방한(訪韓)경기를 대하는 한국 축구팬들의 태도가 그와 같았다.
그때 그 시절 축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문제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에는 축구 실력, 국제 축구계에서의 인지도, 나라의 경제력 등등이 한참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축구 선진국 국가대표팀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경기력이 떨어지는 나라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 대안(代案)은 유럽이나 남미 프로팀들의 초청경기를 마련하는 것인데, 비용 문제가 커다란 걸림돌이다. 그래도 수요가 워낙 높으니 공급을 마냥 미룰 수는 없었다.
타협책은 저렴한 가격에 초청경기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하여 유럽 클럽들이 시즌 종료 후 휴식 반 아르바이트 반의 심정으로 들러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어린 선수들에게 이름값 있는 노장(老將) 선수 서넛을 섞은 경우도 오케이, 때로는 일본 원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러 달라며 사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여
박지성은 베트남 사람들의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며 베트남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베풀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경제적 이득이나 반대급부를 원하지 않았다. “나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준 것으로 족하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싶었다”는 말을 거듭했을 뿐이다. 피차간에 품격을 지킨 화려한 잔치. 베트남 사람들의 대(對) 대한민국 호감도는 이 행사를 기점으로 급상승했다고 한다.
해방 직후, 백범 김구(白凡 金九)는 ‘만나고 싶었던 사람 1호’인 손기정(孫基禎) 선수를 만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치하한 뒤 ‘족패천하(足覇天下)’라고 쓴 친필휘호를 선사했다. 두 발로 세상의 정상에 섰다는 뜻의 이 네 글자는 이제 박지성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는지. 어떤 정치인이나 외교관도 하지 못한 일, 하기 어려운 일을 혼자 힘으로 성사시켰다는 것. 그래서 박지성이다. 족패천하!⊙
첼시는 무력했다. 단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이 상대팀 전체를 소진시킬 수도 있다는 분명한 증명. 첼시 경기복의 푸른빛이 파리하게 숨죽여 보일 만큼 박지성은 달리고 또 달렸다. 많이 뛴다고 능사가 아니다. 엄청나게 움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기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90분 내내, 있어야 할 곳에는 늘 박지성이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가 닿기 어려운 곳에도 박지성은 나타났다. 축지법을 쓰는 것 같았다. 라인을 벗어나는 공. 공격수는 물론, 심지어는 상대 수비진까지도 동작을 멈춘 시공간에도 그는 홀로 움직였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드로인과 코너킥을 얻어내며 우리편 점유율을 늘리고 자산을 증식했다.
더불어, 또 하나의 필살기 근접 태클. 온 몸을 날려 초원에 미끄러지며 상대의 공격을 끊는 태클은 장쾌한 기술이다. 하지만 태클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도 체력소모가 크다. 아울러 상대의 긴 드리블 혹은 소유권이 불분명한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기술이 들어간 결과는 그래서 대개가 라인 밖으로 공을 차낸 것이거나 파울 둘 중 하나다. 요컨대, 태클이 들어가면 경기가 일단 중단된다는 뜻이다.
‘다이내믹 코리안’
1966년 영국 월드컵 우승팀 주장 보비 무어는 이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 달리는 선수가 아니라 멈춘 공을 보고 들어가는 표적형 태클. 보비 무어에 이르러 태클은 선을 끊는 테크닉에서 점을 찍어내는 기술로 진화했다.
그런데 박지성이 태클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상대 선수에게 몸을 밀착하는 지점까지 바짝 다가간 뒤 함께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추며 귀신처럼 공을 뺏어내는 절정의 신기. 이 공전절후(空前絶後)의 신기술 앞에 첼시의 일레븐은 무력했다. 그것은 예비동작 없이 이뤄지는 경공술(輕功術) 태클이었다. 낌새와 징후가 없으니 상대 선수들은 대비를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공을 상대의 발에서 떼어놓은 뒤, 당황하는 상대를 뒤로 하고 박지성은 유유한 패스와 드리블로 경기를 이어 갔다. 공이 상대 발 앞에 붙어 있는데도 들어가는 태클. 단 1m만 공을 튕겨내어, 경기를 끊지 않고도 소유권을 넘겨받는 효과 만점의 발명품. 이것은 시간과 공간을 새로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쾌거다.
1965년 리스튼과의 리턴 매치에서 1라운드 1분 만에 단 한 방으로 상대를 쓰러뜨렸던 알리의 팬텀펀치. 뛰어가는 스텝에 맞춰 리듬을 허물지 않고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슛으로 이어 가던 호마리우의 벼락슈팅. 수비진이 밀집한 빽빽한 밀림에서 허벅지 뒷근육과 발목만을 이용하여 백스윙 없이 슛을 날리는 메시. 슬로비디오를 보기 전까지는 도대체 어떤 기술이 들어간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절정의 기량 리스트에 박지성을 추가한다. 빈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지치게 만든다. 수비가 물러서면 벼락같은 슛을 날린다.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도 눈은 늘 동료들을 주시한다. 헌신하는 인간, 어시스트 제조기, 닳지 않는 건전지, 다이내믹 코리안. 박지성은 이제 긍정적 창조적 미래지향적 한국인상을 대변하는 21세기의 아이콘이다.
박지성의 ‘아시안 드림컵’
바로 그 박지성은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6월 15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 드림컵(Asian Dream Cup)’.
JS 재단 박지성 ‘이사장’은 자신의 인맥으로 국내외 유명 축구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거의 모든 한국 선수와 일본 선수에 연예계 정상의 한류(韓流)스타까지를 망라한 이 팀의 이름은 ‘박지성의 친구들’.
상대는 베트남 현지 팀인 나비뱅크 SG였다.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원사례였다. 고위공직자, 대학생, 청소년 할 것 없이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교민들에게 줄을 대려 한다는 뉴스가 경기 일주일 전부터 지면을 장식했다. 그것은 거대하면서도 낯익은 축제였다. 1970년대 유럽 프로팀 방한(訪韓)경기를 대하는 한국 축구팬들의 태도가 그와 같았다.
그때 그 시절 축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문제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에는 축구 실력, 국제 축구계에서의 인지도, 나라의 경제력 등등이 한참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축구 선진국 국가대표팀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경기력이 떨어지는 나라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 대안(代案)은 유럽이나 남미 프로팀들의 초청경기를 마련하는 것인데, 비용 문제가 커다란 걸림돌이다. 그래도 수요가 워낙 높으니 공급을 마냥 미룰 수는 없었다.
타협책은 저렴한 가격에 초청경기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하여 유럽 클럽들이 시즌 종료 후 휴식 반 아르바이트 반의 심정으로 들러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어린 선수들에게 이름값 있는 노장(老將) 선수 서넛을 섞은 경우도 오케이, 때로는 일본 원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러 달라며 사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여
박지성은 베트남 사람들의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며 베트남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베풀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경제적 이득이나 반대급부를 원하지 않았다. “나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준 것으로 족하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싶었다”는 말을 거듭했을 뿐이다. 피차간에 품격을 지킨 화려한 잔치. 베트남 사람들의 대(對) 대한민국 호감도는 이 행사를 기점으로 급상승했다고 한다.
해방 직후, 백범 김구(白凡 金九)는 ‘만나고 싶었던 사람 1호’인 손기정(孫基禎) 선수를 만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치하한 뒤 ‘족패천하(足覇天下)’라고 쓴 친필휘호를 선사했다. 두 발로 세상의 정상에 섰다는 뜻의 이 네 글자는 이제 박지성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는지. 어떤 정치인이나 외교관도 하지 못한 일, 하기 어려운 일을 혼자 힘으로 성사시켰다는 것. 그래서 박지성이다. 족패천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