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해제 찬성한) 우리 당 18명 의원, 진짜 보수의 정신 함께 지켰다”
⊙ “이재명은 안 된다‘를’ 말하는 것과, 이재명은 안 된다‘만’ 말하는 것은 달라”
⊙ “이재명이 개헌에 소극적인 것은 5년간 자기 한 몸 지키기 위한 것”
⊙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었던 만큼, 저에게도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 “이재명은 안 된다‘를’ 말하는 것과, 이재명은 안 된다‘만’ 말하는 것은 달라”
⊙ “이재명이 개헌에 소극적인 것은 5년간 자기 한 몸 지키기 위한 것”
⊙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었던 만큼, 저에게도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 사진=조선DB
《월간조선》 4월호 마감을 앞둔 3월 17일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認容)하여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조기(早期) 대선(大選)이 실시될 것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는 이재명 대표로 사실상 결정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이른바 잠룡(潛龍)들이 사실상의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헌재가 기각(棄却)이나 각하(却下)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 진술에서 자신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더라도 임기 단축 개헌을 한 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음 대선은 당초 예정되었던 2027년보다는 훨씬 앞당겨질 공산이 큽니다. 대통령 탄핵은 불행한 상황이지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현 정국과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간조선》은 ‘대선 주자 연쇄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월간조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 책의 발간 시점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헌재 결정 이전에는 어렵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월간조선》이 이번에 싣지 못한 분들과 인터뷰를 계속 추진, 게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한동훈(韓東勳·51)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펴낸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190쪽에 쓴 말이다.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보수 진영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해제시키는 데 앞장서 온 과거 모습과 최근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맞물리면서 지금은 여권 선두 주자 자리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윤심(尹心) 이탈’은 한 전 대표에게 가볍지 않은 타격이다. 한국갤럽이 3월 11~13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4%),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0%)에 이어 세 번째(6%)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전화 인터뷰(CATI)해 실시됐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상세는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이에 대해 친한(親韓)계의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뒤로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신자 프레임’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한 보수층 일각의 반발심은 논리보단 감정의 문제라는 얘기다. 한 전 대표 스스로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저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정치인으로서 공사(公私)를 구분해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를 두고 여러 관측들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3월 9일 한동훈 전 대표에게 ‘계엄 전후의 소회’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 ‘정치적 구상’ 등을 물었다. 나흘 뒤, 답변이 왔다.
“상처 받은 분들께는 미안한 마음”
― “죽는 길인 줄 알면서도 가야 할 때”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지만, 정치인으로서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하겠습니까?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내 기반이라는 것이 뜻을 함께하는 국회의원들의 숫자를 말한다면, 현재도 여러 의원들과 함께하고 있고, 더 많은 분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면서 함께해 나갈 겁니다.
그와 별개로, 대통령 탄핵에 관한 제 결정으로 상처 받은 당원과 지지자들도 많이 계신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이 있었던 만큼, 저에게도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제 개인적인 득실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하면서 결단했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상처 받은 분들의 마음에는 깊이 공감하고, 마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그분들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 무엇보다도 ‘가장 위험한 사람’인 이재명 대표를 막아야겠다는 마음만큼은 저와 같으실 겁니다. 차이점을 찾아서 나누고 가르는 것이 아니라 공통점을 찾아서 통합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입니다. 그분들과 공통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원 18명, 국민 지키고 당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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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2월 4일 새벽 한동훈 전 대표(오른쪽)가 여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계엄 당일 밤,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저와 18명의 국회의원들이 신속히 국회로 달려가 계엄을 함께 막은 것은 우리 당이 ‘계엄에 동조한 정당’이 아니라 ‘계엄을 막은 정당’이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오늘(3월 13일)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내란 및 외환의 죄로 형이 확정되면 정부가 지체없이 헌법재판소에 소속 정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토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앞장서서 계엄을 막은 우리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습니다. 18명의 우리 당 의원들은 국민을 지키는 데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우리 당도 구했습니다. 진짜 국민의힘의 정신, 진짜 보수의 정신을 함께 지켰습니다.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물론 계엄해제요구 결의에 동참한 의원들이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결의에 함께하고 싶어도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으니 일률적으로 재단할 것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치인으로서 정당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생각의 차이는 서로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을 거쳐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계엄에 대해 생각이 다른 분들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생각이 달라지실 것이라 봅니다.”
― 계엄 이후 강경하게 이를 비판했다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자 태도를 바꾼 여권 인사들도 있습니다.
“어느 누구를 특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지율에 따라 자신의 과거까지 부인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정치인의 태도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탄핵 후유증을 우려해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했습니다. 당초(12월 7일)엔 임기를 포함해 정국 수습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대통령께서 12월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은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결국 탄핵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무렵 여러 광역단체장들도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 와서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일관성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겠죠.”
― 대통령 부부의 사법 리스크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이었다는 의구심도 일각에선 제기됩니다.
“계엄 선포를 왜 했는지에 대해 저도 그 당시 의문이 있었고, 지금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타이머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다만, 정확하게 해소되지 않은 의문에 대해 제가 추측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尹 정부 최대 업적은 한미일 협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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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한 두 사람의 뜻이 잘 맞았던 일들을 되짚어 보는 질문을 건넸다.
― 윤석열 정부에서 한 대표와 뜻이 잘 맞았던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윤 대통령께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복원한 것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 한미일 협조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번영의 토대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정확히 인식한 결과로 새로운 핵(核) 협의그룹을 설립하기로 한 ‘워싱턴 선언’,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캠프데이비드 정신’ ‘캠프데이비드 선언’ 등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은 보수 정권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었고, 당시 대통령께서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 늦지 않게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한 업적입니다. 민주당의 1차 탄핵소추안에 ‘소위 가치 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 운운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만 봐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은 옳았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당시 1차 탄핵소추안에는 이러한 내용 때문에라도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습니다.”
― 취임 초기 매일 했던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필요하다고 봅니까?
“나라일을 맡은 사람들은 늘 국민과 소통할 책무가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간에도 민주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듯이, 나라일을 맡은 사람들도 국민들께 설명 드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통의 과정이 항상 필요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은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 다만, 소통의 방법은 어떤 특정 형태를 우선순위에 두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尹, 노동 문제엔 원칙 지키고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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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2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사진=뉴시스 |
“누구나 정당한 권리 행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거나 행사하는 수단이 불법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그러나 막상 그러한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은 쉽지만 않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화물연대 사례가 대표적이죠. 화물연대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불법 파업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원칙을 끝까지 지키면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그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했고, 결국 불법 파업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정서’가 아닌 법으로 해결했다는 점은 훗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자력산업 분야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요?
“윤 대통령의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입니다. 탈원전 정책의 폐기와 원전 생태계의 복원은 원자력산업 자체나 전력 수급 안정화 차원을 넘어섭니다. 지금 우리는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AI산업은 엄청난 전력(電力)을 필요로 합니다.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에너지 정책부터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도 다시 원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죠.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정책 추진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부합합니다.
앞으로도 에너지 정책은 AI 시대에 대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줄이고 원자력산업은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RE100(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지구보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해야 할 때이고, 그래야 AX 시대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이런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고, 원자력산업에 대한 정책도 그런 에너지 정책의 일관된 기조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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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조선DB |
― ‘이재명은 안 된다’는 명분만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거군요.
“저는 87체제의 극복과 시대 교체, AX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한민국이 어떻게 다시 우상향(右上向)할지 등에 관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정책들은 이런 핵심적인 어젠다들에서 대한민국이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반대하는 것이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재명은 안 된다‘를’ 말하는 것과, 이재명은 안 된다‘만’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정치 하는 정치인이 상식적이라면 이재명 대표에 반대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재명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입니다. 방탄을 위해 입법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하면서, 그 입법권력만 가지고도 이 대표의 민주당은 29번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입법권력만 가지고도 이럴진대, 입법·행정권력에 법원·헌재까지 4가지 권력을 모두 손아귀에 쥐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상계엄’을 할 필요조차 없는 ‘일상계엄’의 시대가 될 겁니다. ‘이재명은 안 된다’를 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민주당에 속한 정치인이라도 당연히 말해야 할 일이죠.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은 안 된다‘만’ 말해서도 안 됩니다. 저 역시 반(反)이재명만 외치고 있지 않아요. 저는 개헌과 시대 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사명감을 가지고 선명하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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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
“저는 경제 문제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부터 가를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거위를 기르고, 거위를 키우기 위해 투자를 할지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에서 이재명 대표는 저와 생각이 정반대편에 있어요. 우선 이 대표는 개헌에 소극적이죠. 헌법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5년간 자기 한 몸 지키기 위한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K-엔비디아’를 어떻게 만들지 제대로 된 방안도 못 내놓으면서 30%를 나누자는 주장부터 합니다. 하나의 옳은 방안이 있고, 그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정반대의 틀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두고 ‘이재명은 안 된다’만 말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지구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분들만 그런 비판에 공감하실 겁니다.”
“공수처는 폐지가 답”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을 둘러싼 공권력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 ‘공권력과 공권력의 충돌’ 우려가 유례 없이 심각해진 요인은 뭐라고 봅니까?
“먼저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수사와 재판 과정으로 한정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초래한 혼란이 큽니다. 공수처는 본래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 수사 시스템에서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태생적으로 민주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무리하게 밀어붙여 만든 것이 공수처죠. 그래서 능력, 실력보다 야심이 큰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후속 입법도 대단히 부실했죠. 단적으로, 공수처가 만들어진 지 4년이 넘었지만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기간을 어떻게 나눠 써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도 없습니다. 공수처의 능력 부족과 폐단이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공수처는 폐지가 답입니다.
시야를 좀더 넓혀 보면 ‘공권력과 공권력의 충돌’은 수사와 재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본래 헌법은 헌법기관들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들 간 건강한 긴장 관계라면 그것은 헌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겠죠. 그러나 (국회의) 29번의 탄핵 발의나 (대통령의) 계엄령 같은 것은 헌법이 상정한 한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지난 두 달 간, 1987년 헌법을 만들 때 관여하신 분들을 만나 고견을 들은 바 있습니다. 1987년 헌법을 만들 때 대통령 직선제를 빠르게 도입하는 데에 집중한 결과, 문제가 있는 조항들을 미처 다 고치지 못하고 남겨 두게 되었다고 말씀하더군요. 군인 등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개정 과정이 이렇다 보니 사문화(死文化)되었거나 예외적일 때만 쓰는 권한에 관한 조항들은 정치인들의 절제에 맡겨 둔 것인데, 그 ‘절제’가 실종되면서 헌법이 상정한 한계를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탄핵소추만 해도 1987년 헌법을 만들 때까지는 단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어선 적이 없었죠.”
“87체제가 전제한 ‘정치인의 절제’ 실종”
― 87체제도 대통령과 국회 간 충돌 요인으로 작용한 것일까요.
“87체제가 수명을 다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절제의 실종’에는 우선 구조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예일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후안 린츠가 이런 문제를 일찍이 지적한 바 있어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입법부가 이원적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갈등하게 되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겁니다. 이 부분의 여백을 87체제는 정치인들의 절제에 맡겨 두었다고 할 수 있어요. 시대의 거목(巨木)들이 있던 시기에는 그런 절제가 어느 정도 작동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조국 사태 때부터 이런 절제가 무너지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났지만, 특히 자신의 범죄 혐의 방탄을 위해 입법권력을 사유화하는 이재명 대표가 다수당의 대표가 된 후로는 그야말로 극심해졌습니다.
결국, 체제의 문제와 사람의 문제가 모두 있는데, 여기서 ‘선수 교체’만 하고 넘어가면 앞으로 같은 일을 더 가혹하고 잔인한 형태로 또다시 반복하게 될 겁니다. 그 ‘선수’ 중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인 이재명 대표가 있다는 점에서도 ‘선수 교체’에 머무르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그래서 개헌을 통해 ‘선수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시대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및 형사재판 과정에서 여러 절차상 하자(瑕疵)가 지적돼 왔습니다.
“적법절차의 원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의 핵심입니다. 국민의 자유는 아무렇게나 제한할 수 없고, 반드시 법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 제한의 절차도 반드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이죠.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그 결과가 만인에게 같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절차의 보장만큼은 만인에게 같아야 합니다. 모든 사법 절차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이 평등하게 지켜질 때 사법 시스템이 신뢰받고, 법치주의가 지켜지고,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도 튼튼해집니다. 하지만 ‘절차가 법에서 벗어나도 결과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는 순간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벗어나고, 그러면 사법 시스템과 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립니다. 그런 점에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탄핵심판의 절차 진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겠죠.”
“對美관계 가장 시급”

한동훈 전 대표와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요즘 유동적이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3월 14일 기준, 한 전 대표의 저서는 2주 연속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 전 대표도 활발하게 대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검사, 법무부 장관과 달리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인이다. 12·3 비상계엄이 워낙 급작스레 일어난 사태였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늦어도 이때부터 정치인으로서 국정 철학을 어느 정도 그려 왔을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시급한 현안을 물었다.
― 12·3 비상계엄으로 국정이 멈췄는데,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현안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트럼프 시대 미국과의 관계 정립입니다. 단순히 ‘트럼프 관세’에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프라이어리티(priority·우선) 정책 기조에서 우리의 ‘카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등장한 ‘당신에게는 카드가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는 카드가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해군력이죠. 그런데 군함의 건조와 유지 보수를 미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걸 감당할 능력이 되는 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과 중국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군함을 중국에 맡길 순 없으니 한국에 군함 MRO(유지·보수·정비)를 맡기려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조선업만 보더라도 우리는 카드가 있습니다. 원자력산업도 비슷하죠.
미국의 아시아 프라이어리티 정책을 들여다봐도 역시 우리에게 카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실 겁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이 유럽을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유럽은 유럽이 지키고 미국은 아시아, 즉 대(對)중국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지정학적 위치와 군사력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에 카드가 있죠.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에겐 분명히 ‘카드’가 있습니다. 우리 리더십이 안정화될 때까지 미국도 일대일 교섭에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니, 우리에겐 아직 시간도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잘 준비하면 우리에게는 분명히 국익을 극대화할 기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