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훈분석단, 당연히 보내야”
⊙ “미국이 한미동맹 파기 목적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는 점 명심해야”
⊙ 사단장 시절 혹한기훈련 중 임진강 도하훈련 지시하며 본인도 직접 入水
⊙ “가장 좋아하는 군인은 이순신, 매일 《난중일기》 읽었다”
⊙ “아버지가 육군 상사… 군인 꿈 아니었지만 집안 위해 육사 생도 됐다”
尹義哲
1964년생, 육군사관학교(43기) 졸업,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제28보병사단장,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제7기동군단장, 육군교육사령관, 제55대 합동참모차장 역임. 現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 “미국이 한미동맹 파기 목적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는 점 명심해야”
⊙ 사단장 시절 혹한기훈련 중 임진강 도하훈련 지시하며 본인도 직접 入水
⊙ “가장 좋아하는 군인은 이순신, 매일 《난중일기》 읽었다”
⊙ “아버지가 육군 상사… 군인 꿈 아니었지만 집안 위해 육사 생도 됐다”
尹義哲
1964년생, 육군사관학교(43기) 졸업,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제28보병사단장,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제7기동군단장, 육군교육사령관, 제55대 합동참모차장 역임. 現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최근 북한은 지난 9월 13일 우라늄 고농축 시설 첫 공개, 10월 8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1만 2000여 명 파병, 10월 13일에는 ‘화성-19형’ ICBM을 발사하며 ‘최종 완결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대한민국 안보를 더욱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급변하는 안보위기 상황임에도 정치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사회적 갈등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군(軍)은 유사시 즉각적인 전투수행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군 지휘관 시절 ‘헬(hell) 장군(지옥에서 온 장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병(强兵) 육성을 위해 노력했던 윤의철(尹義哲·60)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대전대 군사학과 교수)을 만나 그의 답을 들어봤다.
“北 파병은 북러동맹이 확고한 군사동맹이라는 증거”
―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派兵)은 북러동맹이 이제 확고한 군사동맹이라는 증거입니다. 또 북한이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얻게 되는 군사적 이점은 무수히 많습니다. 당장 러시아산 무기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군수공업과 경제개발에 활용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이번 참전(參戰)으로 북한은 실전(實戰) 경험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를 전투기술 확보, 군사교리 발전 등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북한이 특별히 11군단(폭풍군단)을 파병한 이유가 있을까요?
“북한이 보유한 군단 중 가장 전투 준비가 잘되어 있는 군단인 겁니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11군단보다 더 잘 싸우는 부대는 북한에 없다는 방증이겠죠. 실제로 11군단은 특수전부대입니다. 분대·소대 단위로 유사시 은밀하게 후방으로 우회하여 타격하거나 주요 요인을 암살하는 역할입니다.”
― 벌써 북한군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북한군이 전면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지금 북한군 사상자는 단순 일부입니다. 결코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 한반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요?
“이제 러시아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을 파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습니다. 중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부분입니다. 또 기존의 북중동맹을 고려할 때 북한이 지금까지는 중국에만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게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동시 선택지가 생긴 겁니다.”
―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훈(戰訓)분석단’을 보내는 것을 어떻게 봅니까?
“당연히 보내야 하고, 또 이미 보냈어야 합니다. 어떤 나라도 타(他) 국가에서 전쟁 발생 시 전훈분석단을 보내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승패 이유를 분석하고 자국에 맞는 군사 발전을 추구해야지요. 전훈분석단은 전투 발전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육군 교육사령부에도 ‘전쟁교훈분석단’이 있습니다.”
“군사활동은 정치의 하위도구”
― 우리 군은 당장 오늘이라도 싸울 수 있습니까?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능력은 상당히 잘 구축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면전(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천안함 피격(2010), 연평도 포격전(2010),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2015) 등에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당시 군은 즉각 대응과 반격 의사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전략적 사항을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대응한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군의 군사활동은 정치의 하위도구로서 행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충분한 대응이 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레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는 군이 왜 그러한 수준에서 대응하는가 하고 불만도 생기는 겁니다. 물론 군도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군이 적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 장성급 지휘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의 군사 역량은 충분한지요?
“군사 역량은 충분합니다. 장성급 지휘관은 군사작전 시 결심을 하는 역할입니다. 그렇기에 장성급 지휘관은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결심 능력을 배양하고 있습니다. 결심은 크게 ‘숙고된 결심(determination·참모들과 연계한 판단)’과 ‘직관적 결심(coup d’oeil)’으로 분류되는데, 연합작전 연습과 전투참모단 훈련 등을 통해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고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 우리 군 장교단을 두고 ‘군복 입은 샐러리맨’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군인은 계급이 높아질수록 국가와 국민을 향한 충성심이 높습니다. 저도 위관급부터 장성급 장교까지 경험했지만 제가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도 국가와 국민을 향한 충성심입니다. 군은 항상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차 언급하지만 정치적·사회적 여론에 의해 군의 방향성이 좌지우지되는 순간이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군이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요. 물론 다 필요한 시행착오라고 봅니다. 하지만 군인이 ‘샐러리맨’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량의 미사일·로켓·무인기 섞어 쏠 땐 방어 부담”
― 현재 한국형 3축(軸) 체계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막아낼 수 있습니까?
“우리 군은 북의 위협을 압도할 수 있는 충분한 종합대응 역량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3축 체계[Kill Chain(선제타격)·KMPR(대량응징보복)·KAMD(한국형 미사일방어)]는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만든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미국과 함께 우리 군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통합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를 CNI(핵·재래식 통합) 작전이라고 합니다. 우리 군은 한국형 3축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도 실질적인 북핵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겁니다.”
― 3축 체계 중 한국형 미사일방어가 가장 취약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KAMD는 시스템적으로 우수합니다. 다만 취약한 점은, 북한이 대량의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를 섞어서 일부 지역에 집중 타격했을 때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문제가 아닌 수적(數的)인 문제가 되겠죠.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수백 발의 로켓·미사일·드론을 한꺼번에 동원해 이스라엘의 방공(防空)체계를 뚫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방공작전은 소모전입니다. 물론 우리 군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더욱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킬체인, 즉 선제(先制)타격의 부담감은 없습니까?
“킬체인은 미군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을 타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고, 사전 징후를 매 순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선제타격은 결코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적의 전면전 징후가 명백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지요. 북한의 핵미사일이 우리 국민에게 발사되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 전쟁 발발 시 감수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지요?
“전략적 감수입니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국가와 국민이 함께 하는 겁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나라도 피해가 큽니다. 민간의 피해도 분명 있을 거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 유지되고, 승리하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전쟁에서 질 일은 결코 없습니다.”
“美 방위비 분담 요구, ‘더 강한 협력’ 기회로”
―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재출범하면 방위비 분담 문제는 현실이 됩니다. 현재로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분담할지는 모릅니다. 다만, 우리나라도 상향된 비용만큼 미국에 더 강력한 협력을 요구해야 합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파기할 목적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미국은 중국 견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북한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러를 견제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도 없을 겁니다. 단순 금액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불리할 수 있어도 한국의 핵 잠재능력 발전, 한국 내 미군 장비 유지·정비·보수 역할 강화, 한미연합훈련 확대, 한미 공동 방위산업 협력 등 결과적으로 한미동맹과 안보 태세를 더욱 견고하게 확립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트럼프 집권 후 북핵을 인정하거나 동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트럼프는 북핵을 인정할 수 없을 겁니다. 현재 핵 보유국은 공식적으로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입니다. 만약 트럼프가 북핵을 인정한다면 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너집니다.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모든 국가가 핵 개발의 명분을 얻는 겁니다. 핵 동결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 동결에 만족할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 동결 협상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일부 주장은 어떻게 봅니까?
“북핵을 공방(攻防) 수단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원래 무기란 공방이 없습니다. 북한 핵무력법(핵무력정책에 대하여)을 보면 ‘(북한이) 공격받을 때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핵무기를 ‘언제’ 쏘겠다가 아니라 ‘조건 없이 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겁니다.”
실제 북한의 핵무기 사용 기준을 규정한 〈핵무력정책에 대하여〉(2022년 9월 8일 채택)에 따르면 지휘통제의 경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유일적지휘에 복종한다’고 돼 있다. 핵무기 사용 원칙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용 조건은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윤 장군의 해석이 타당한 것이다.
사단장 시절 장병들과 8km씩 구보
윤의철 장군은 지휘관으로서 장병들에게 항상 높은 수준의 체력을 요구해 왔다. 특히 28사단장(2016년 4월~2018년 1월)과 7군단장(2018년 12월~2019년 11월) 시절에는 ‘헬 장군’이라 불릴 만큼 ‘특급전사(체력과 사격, 개인 주특기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된 장병)’ 달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군 장병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고, ‘윤의철 중장을 7군단장에서 보직해임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그로부터 약 11개월 만에 윤 장군은 육군교육사령관(2019년 11월~2020년 12월)으로 보직이동됐다. 당시 논란에 대해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 장병들에게 높은 체력 수준을 강조해 온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군인으로서 항상 ‘전투준비 태세 확립’ ‘청년들의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의무복무란 ‘젊음을 조국과 함께하는 것’ 아닙니까. 초급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춘을 군에서 보내는 겁니다. 그렇기에 군은 청년들을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강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있는 미래인재로 성장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군도 전투준비 태세를 확립할 수 있겠지요.”
― 체력이 성장과 어떤 관계입니까?
“체력은 자기가 성장하고 있음을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신호입니다. 체력이 강해지면 정신력이 생깁니다. 그래야 군인으로서 훈련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군복무가 단순히 ‘군대를 다녀왔다’가 아닌, 군에서 육체적·정신적 성장을 성취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군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쳐 강건(剛健)해진 청년들을 사회로 다시 돌려보내면 우리 사회는 매우 큰 국가적 자산을 갖는 거죠.”
윤 장군은 단순 체력만 강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특급전사’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장병의 입장에서 특급전사가 힘든 과정임을 이해한다면서도 “군인으로서 우리 군이 제시한 ‘특급’에 단계적으로 다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강한 체력과 전투능력을 구비해야 생(生)과 사(死)가 오가는 전장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투력 증진이 보상의 기준 돼야”
28사단장 시절 윤 장군은 가능하면 장병들과 함께 체력단련을 하며 8km씩 뛰었다고 했다. 7군단장 시절에도 휘하의 위관급 장교들과 함께 러닝, 산악구보(驅步) 등을 꾸준히 했다. 50대 나이에 위관급 기준의 체력을 유지하고자 체력단련을 하다 5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고 했다. ‘군단장이 특급전사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특급전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 비(非)특급전사에게 휴가·외출 등을 제한했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 지시는 한 적 없습니다. 과장된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병사들의 휴가는 기본권입니다. 법에 규정되는 정규휴가는 당연히 보장해야 합니다. 다만, 포상휴가는 육군규정 상 ‘작전 유공’ ‘유의미한 훈련 성과’ ‘부대 발전 유공’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휘관으로서, 그동안 부대 발전 유공 포상이 남용됐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꾸준한 종교활동 참여 등을 유공이라며 포상휴가를 줄 수는 없는 겁니다.”
윤 장군은 “군인이라면 전투력 증진이 보상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육군의 군가합창대회, 육군창업경진대회 우승 등이 군 전투력 향상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포상휴가 부여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지휘관으로서 판단한 포상휴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작전 기여’와 ‘훈련 성과’였다.
― 특급전사가 되지 못하면 보상받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지 않았습니까?
“특급전사가 되지 못한 병사들에게도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포상하고자 했습니다. 급수가 올라갈 때마다 포상휴가를 1일씩 부여해서, 특급전사까지 달성하지 못해도 최대 5~6일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급전사 달성 시에는 9박 10일의 포상휴가를 부여했고요.”
― 선천적 지병(持病)이 있는 병사 등 모두에게 특급전사를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요?
“당연하지요, 강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 군의 일원이기에 본인들이 가능한 만큼은 꾸준히 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군에 와서 오히려 체력이 위축되거나 퇴보하면 안 되잖습니까. 저는 무조건적인 특급전사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특급전사가 가능한 장병이라면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督勵)한 겁니다.”
“배려한다는 이유로 축소하는 훈련은 안 된다”
― 7군단장 시절 ‘체력단련간 환자는 명찰 패용’ 논란도 있었는데요.
“명찰 패용은 제가 직접 지시했습니다. 환자 등 체력단련 제한자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서, 자칫하면 불성실한 자세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병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명찰을 패용하게 한 건데, 참모들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해서 바로 중지했고 예하 부대에도 지침을 즉각 하달했습니다. 하지만 지침 하달 후 따로 확인을 하지 않아서 일부 부대에서 계속 시행한 것으로 압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혹한기훈련 간 맨몸구보’ 지시는 어떤 취지였습니까?
“혹한기훈련은 한기(寒氣)를 이겨내는 훈련입니다. 맨몸구보는 혹한기훈련을 위한 적응 단계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겁니다. 적응 단계 없이 바로 혹한기훈련에 들어가면 당연히 장병들이 추위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혹한기훈련 시 맨몸구보 지시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함경남도 장진군·함주군 일대에서 유엔군과 중국인민지원군 간에 벌어진 전투)에서 수많은 병력들이 얼어 죽지 않았습니까. 군인은 기상(氣象)과도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윤 장군은 28사단장 시절 혹한기훈련 중 임진강 도하훈련을 지시하며 본인도 직접 입수(入水)했다고 했다.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말로만 하는 지휘는 실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 시대에 맞는 훈련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아니라, ‘변함없는 훈련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그 기준을 낮추면 안 됩니다. 장병들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생략하고 축소하는 훈련은 반대입니다. 전투를 누가 합니까? 군인이 합니다. 그들이 약하면 전투를 못 하고 전쟁에서 패배합니다. 당장 훈련이 힘들고 고되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사고 났다고 안 하면 결국 전투력 손실이 옵니다. 군인을 힘들게 하는 게 훈련의 목적인가요? 아니지 않습니까. 훈련의 본질은 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겁니다.”
“군인으로서 실전 경험 없는 것 아쉬워”
― 변함없는 훈련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군의 책임은 없습니까?
“시스템이 원활하게 정착하지 않은 데는 정치·사회적 이유가 더 크다고 봅니다. 지휘관들이 눈치를 보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수십 년간 되풀이되다 보니 어떻게 훈련하고 지휘해야 하는지도 망각했다는 겁니다. 지금 군은 ‘싸워 이길 수 있는 기준’이 아닌 ‘그 이하 기준’으로 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휘관으로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기준으로 부대를 지휘하고자 노력했고, 그에 대해 후회해 본 적 없습니다.”
윤 장군은 “군 생활에서 훈련을 지휘할 때 항상 소신을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포병대대장과 여단장 시절에도 규정대로 훈련해 왔고, 장군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 ‘가혹훈련’ 논란으로 군단장 보직 기간이 짧았던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일이 보직 기간에 영향을 준 것은 맞습니다. 군단장은 통상 1년 6개월~2년인데 저는 1년만 했거든요. 언론 노출이 잦다 보니 군 차원에서 배려해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 당시 교육사령관 인사명령은 좌천(左遷)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포병 병과 출신이고 최종 계급은 육군중장(3성장군)입니다. 포병 병과에서는 중장도 정말 되기 어려운 계급입니다. 제가 더 이상 아쉬울 부분이 있겠습니까? 저는 육군대장(4성장군)이 되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 군 생활에서 아쉬웠거나 후회되는 점은 없습니까?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군인으로서 실전 경험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실전 경험의 유무는 전투 수행 능력 발휘에 정말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미군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군도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은 충분하지만 전면전과 같은 전쟁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두 번째는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낍니다. 직업 특성상 이사가 잦다 보니 아들들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군 조직이 간부를 실망시키지 말아야”
― 장병 월급 역전 현상으로 인한 지휘권 악화 해결 방안은 있습니까?
“너무 지엽적인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지휘권 확립은 금전적 문제가 아닌 정치·사회적 문제가 더 큽니다. 현재 군을 향한 간섭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정상적인 부대 운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병력 관리는 각 부대별 지휘관들에게 있지 않습니까. 정당한 책임과 권한 하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 군의 전투준비 태세를 위해(危害)하는 정치적 목적의 요구는 우리 군도 과감히 거부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도 군 본연의 역할을 흐려서는 안 됩니다.”
― 군 간부 지원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우리 군이 잘못한 겁니다. 처음 군 간부로 임관할 때 각자가 추구했던 직업군인의 모습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군이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겁니다. ‘직업군인의 매력’은 ‘책임과 권한’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당장 초급간부들은 단순히 병사들을 보살피는 듯한 역할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훈련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합니다. 결국 직업군인으로서 성장하지 못하니 비전을 잃고, 군에 실망하고, 전역을 희망하는 겁니다. 그러니 급여, 복지 등 부수적인 문제들도 더 크게 느껴지겠죠.”
― 군 간부 이탈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과도한 행정 업무도 문제라고 봅니다. 훈련하는 시간보다 컴퓨터에 시달리는 시간이 더 긴 겁니다. 제가 대대장(중령) 때도 전자문서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상급부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전령(傳令) 차량이 와서 한두 개가량의 문서를 하달했습니다. 또 대대에서 상급부대로 문서를 보내는 데 1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면 남는 시간에는 훈련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 전자문서로 통보가 됩니다. 아무리 탁월한 간부라도 안 지치는 게 이상한 겁니다. 심지어 군 간부는 줄고 있는데 업무량은 더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봅니까?
“우리 국민 모두입니다.”
“군 전체 병력 중 50~60%까지는 간부로 구성해야”
윤 장군은 “군 또한 병력 부족, 간부 지원율 하락, 군 시스템 문제 등 현 실태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사회적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AI, 첨단기술 등으로 병력을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했다. 인적 자원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군 의무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기준점을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병력 감소는 예정된 미래입니다. 단순 의무복무 연장이 병력 확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간부를 늘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군 전체 병력 중 50~60%까지는 간부로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 지속적인 병력 감소에도 전투력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양질의 군 간부 확보가 가장 시급합니다.”
―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성 중에서도 군에 기여하고 싶은 인원이 분명 있습니다. 군에서 여군 간부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성 징병제와 관련한 군 내 자체적인 연구와 준비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시점에서 여성 징병을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 전역(轉役) 후 정계 입문 제안은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알다시피 ‘특급전사 강조’ ‘가혹 훈련 논란’ 등으로 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자문에 응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 군 출신 정치인들이 군을 욕되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군인들이 전역 후 정치에 입문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방·안보 문제에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성 정치인들을 이끄는 데 힘써야 합니다. 국가의 안위가 걸려 있는 국방·안보에 어떻게 여야가 있겠습니까? 군 출신들은 자신이 정치인이기 이전에 군인이었다는 점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군인은 이순신”
― 왜 군인이 됐습니까?
“집에 형제자매가 많았습니다. 저는 2남 2녀의 둘째였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군인이 꿈이 아니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와 사립대학에 동시 합격했는데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사관생도가 됐죠.”
윤의철 장군의 아버지는 육군 상사였다. 그가 자연스레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관학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관생도가 된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육사 1학년 1학기 때는 성적이 떨어져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 정신을 차리고, 본인이 선택한 길인 만큼 참 군인이 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국가를 위해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 매일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도 했다.
― 장군님에게 군인은 한마디로 어떤 의미입니까?
“숭고함이지요.”
― 가장 존경하는 군인은?
“이순신(李舜臣) 장군입니다. 《난중일기》도 항상 지휘관실에 두고 읽었습니다.
―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잘 알고 있지만 그의 업적 속 숨겨진 노력은 잘 모릅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투에서 승리하고자 노력한 기록들이 와닿았습니다.”
윤 장군은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임무를 수행했을 때 오관오포[五官五浦·전라좌수영이 담당한 5개의 군현(郡縣)과 다섯 진포(鎭浦)]를 전수조사하며 병기(兵器)와 병적기록부를 최신화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잘 싸우기 위해 기초부터 꼼꼼히 챙겼음을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 역시 높은 수준의 전투 역량을 강조한 지휘관이었을 것”이라며 감명받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 교수로서 목표가 있습니까?
“훌륭한 군 후배들을 양성하는 겁니다. 제 경험을 잘 전수해서 군이 꼭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습니다.”⊙
“北 파병은 북러동맹이 확고한 군사동맹이라는 증거”
―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派兵)은 북러동맹이 이제 확고한 군사동맹이라는 증거입니다. 또 북한이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얻게 되는 군사적 이점은 무수히 많습니다. 당장 러시아산 무기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군수공업과 경제개발에 활용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이번 참전(參戰)으로 북한은 실전(實戰) 경험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를 전투기술 확보, 군사교리 발전 등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북한이 특별히 11군단(폭풍군단)을 파병한 이유가 있을까요?
“북한이 보유한 군단 중 가장 전투 준비가 잘되어 있는 군단인 겁니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11군단보다 더 잘 싸우는 부대는 북한에 없다는 방증이겠죠. 실제로 11군단은 특수전부대입니다. 분대·소대 단위로 유사시 은밀하게 후방으로 우회하여 타격하거나 주요 요인을 암살하는 역할입니다.”
― 벌써 북한군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북한군이 전면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지금 북한군 사상자는 단순 일부입니다. 결코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 한반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요?
“이제 러시아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을 파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습니다. 중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부분입니다. 또 기존의 북중동맹을 고려할 때 북한이 지금까지는 중국에만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게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동시 선택지가 생긴 겁니다.”
―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훈(戰訓)분석단’을 보내는 것을 어떻게 봅니까?
“당연히 보내야 하고, 또 이미 보냈어야 합니다. 어떤 나라도 타(他) 국가에서 전쟁 발생 시 전훈분석단을 보내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승패 이유를 분석하고 자국에 맞는 군사 발전을 추구해야지요. 전훈분석단은 전투 발전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육군 교육사령부에도 ‘전쟁교훈분석단’이 있습니다.”
“군사활동은 정치의 하위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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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도발을 자행하자 우리 군이 대응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능력은 상당히 잘 구축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면전(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천안함 피격(2010), 연평도 포격전(2010),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2015) 등에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당시 군은 즉각 대응과 반격 의사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전략적 사항을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대응한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군의 군사활동은 정치의 하위도구로서 행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충분한 대응이 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레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는 군이 왜 그러한 수준에서 대응하는가 하고 불만도 생기는 겁니다. 물론 군도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군이 적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 장성급 지휘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의 군사 역량은 충분한지요?
“군사 역량은 충분합니다. 장성급 지휘관은 군사작전 시 결심을 하는 역할입니다. 그렇기에 장성급 지휘관은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결심 능력을 배양하고 있습니다. 결심은 크게 ‘숙고된 결심(determination·참모들과 연계한 판단)’과 ‘직관적 결심(coup d’oeil)’으로 분류되는데, 연합작전 연습과 전투참모단 훈련 등을 통해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고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 우리 군 장교단을 두고 ‘군복 입은 샐러리맨’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군인은 계급이 높아질수록 국가와 국민을 향한 충성심이 높습니다. 저도 위관급부터 장성급 장교까지 경험했지만 제가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도 국가와 국민을 향한 충성심입니다. 군은 항상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차 언급하지만 정치적·사회적 여론에 의해 군의 방향성이 좌지우지되는 순간이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군이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요. 물론 다 필요한 시행착오라고 봅니다. 하지만 군인이 ‘샐러리맨’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량의 미사일·로켓·무인기 섞어 쏠 땐 방어 부담”
― 현재 한국형 3축(軸) 체계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막아낼 수 있습니까?
“우리 군은 북의 위협을 압도할 수 있는 충분한 종합대응 역량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3축 체계[Kill Chain(선제타격)·KMPR(대량응징보복)·KAMD(한국형 미사일방어)]는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만든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미국과 함께 우리 군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통합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를 CNI(핵·재래식 통합) 작전이라고 합니다. 우리 군은 한국형 3축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도 실질적인 북핵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겁니다.”
― 3축 체계 중 한국형 미사일방어가 가장 취약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KAMD는 시스템적으로 우수합니다. 다만 취약한 점은, 북한이 대량의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를 섞어서 일부 지역에 집중 타격했을 때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문제가 아닌 수적(數的)인 문제가 되겠죠.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수백 발의 로켓·미사일·드론을 한꺼번에 동원해 이스라엘의 방공(防空)체계를 뚫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방공작전은 소모전입니다. 물론 우리 군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더욱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킬체인, 즉 선제(先制)타격의 부담감은 없습니까?
“킬체인은 미군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을 타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고, 사전 징후를 매 순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선제타격은 결코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적의 전면전 징후가 명백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지요. 북한의 핵미사일이 우리 국민에게 발사되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 전쟁 발발 시 감수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지요?
“전략적 감수입니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국가와 국민이 함께 하는 겁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나라도 피해가 큽니다. 민간의 피해도 분명 있을 거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 유지되고, 승리하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전쟁에서 질 일은 결코 없습니다.”
“美 방위비 분담 요구, ‘더 강한 협력’ 기회로”
―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재출범하면 방위비 분담 문제는 현실이 됩니다. 현재로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분담할지는 모릅니다. 다만, 우리나라도 상향된 비용만큼 미국에 더 강력한 협력을 요구해야 합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파기할 목적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미국은 중국 견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북한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러를 견제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도 없을 겁니다. 단순 금액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불리할 수 있어도 한국의 핵 잠재능력 발전, 한국 내 미군 장비 유지·정비·보수 역할 강화, 한미연합훈련 확대, 한미 공동 방위산업 협력 등 결과적으로 한미동맹과 안보 태세를 더욱 견고하게 확립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트럼프 집권 후 북핵을 인정하거나 동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트럼프는 북핵을 인정할 수 없을 겁니다. 현재 핵 보유국은 공식적으로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입니다. 만약 트럼프가 북핵을 인정한다면 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너집니다.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모든 국가가 핵 개발의 명분을 얻는 겁니다. 핵 동결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 동결에 만족할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 동결 협상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일부 주장은 어떻게 봅니까?
“북핵을 공방(攻防) 수단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원래 무기란 공방이 없습니다. 북한 핵무력법(핵무력정책에 대하여)을 보면 ‘(북한이) 공격받을 때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핵무기를 ‘언제’ 쏘겠다가 아니라 ‘조건 없이 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겁니다.”
실제 북한의 핵무기 사용 기준을 규정한 〈핵무력정책에 대하여〉(2022년 9월 8일 채택)에 따르면 지휘통제의 경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유일적지휘에 복종한다’고 돼 있다. 핵무기 사용 원칙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용 조건은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윤 장군의 해석이 타당한 것이다.
사단장 시절 장병들과 8km씩 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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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8월 16일, 충남 태안 안면도 해수욕장에서 특전대원들이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 장병들에게 높은 체력 수준을 강조해 온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군인으로서 항상 ‘전투준비 태세 확립’ ‘청년들의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의무복무란 ‘젊음을 조국과 함께하는 것’ 아닙니까. 초급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춘을 군에서 보내는 겁니다. 그렇기에 군은 청년들을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강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있는 미래인재로 성장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군도 전투준비 태세를 확립할 수 있겠지요.”
― 체력이 성장과 어떤 관계입니까?
“체력은 자기가 성장하고 있음을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신호입니다. 체력이 강해지면 정신력이 생깁니다. 그래야 군인으로서 훈련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군복무가 단순히 ‘군대를 다녀왔다’가 아닌, 군에서 육체적·정신적 성장을 성취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군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쳐 강건(剛健)해진 청년들을 사회로 다시 돌려보내면 우리 사회는 매우 큰 국가적 자산을 갖는 거죠.”
윤 장군은 단순 체력만 강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특급전사’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장병의 입장에서 특급전사가 힘든 과정임을 이해한다면서도 “군인으로서 우리 군이 제시한 ‘특급’에 단계적으로 다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강한 체력과 전투능력을 구비해야 생(生)과 사(死)가 오가는 전장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투력 증진이 보상의 기준 돼야”
28사단장 시절 윤 장군은 가능하면 장병들과 함께 체력단련을 하며 8km씩 뛰었다고 했다. 7군단장 시절에도 휘하의 위관급 장교들과 함께 러닝, 산악구보(驅步) 등을 꾸준히 했다. 50대 나이에 위관급 기준의 체력을 유지하고자 체력단련을 하다 5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고 했다. ‘군단장이 특급전사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특급전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 비(非)특급전사에게 휴가·외출 등을 제한했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 지시는 한 적 없습니다. 과장된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병사들의 휴가는 기본권입니다. 법에 규정되는 정규휴가는 당연히 보장해야 합니다. 다만, 포상휴가는 육군규정 상 ‘작전 유공’ ‘유의미한 훈련 성과’ ‘부대 발전 유공’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휘관으로서, 그동안 부대 발전 유공 포상이 남용됐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꾸준한 종교활동 참여 등을 유공이라며 포상휴가를 줄 수는 없는 겁니다.”
윤 장군은 “군인이라면 전투력 증진이 보상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육군의 군가합창대회, 육군창업경진대회 우승 등이 군 전투력 향상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포상휴가 부여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지휘관으로서 판단한 포상휴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작전 기여’와 ‘훈련 성과’였다.
― 특급전사가 되지 못하면 보상받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지 않았습니까?
“특급전사가 되지 못한 병사들에게도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포상하고자 했습니다. 급수가 올라갈 때마다 포상휴가를 1일씩 부여해서, 특급전사까지 달성하지 못해도 최대 5~6일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급전사 달성 시에는 9박 10일의 포상휴가를 부여했고요.”
― 선천적 지병(持病)이 있는 병사 등 모두에게 특급전사를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요?
“당연하지요, 강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 군의 일원이기에 본인들이 가능한 만큼은 꾸준히 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군에 와서 오히려 체력이 위축되거나 퇴보하면 안 되잖습니까. 저는 무조건적인 특급전사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특급전사가 가능한 장병이라면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督勵)한 겁니다.”
“배려한다는 이유로 축소하는 훈련은 안 된다”
― 7군단장 시절 ‘체력단련간 환자는 명찰 패용’ 논란도 있었는데요.
“명찰 패용은 제가 직접 지시했습니다. 환자 등 체력단련 제한자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서, 자칫하면 불성실한 자세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병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명찰을 패용하게 한 건데, 참모들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해서 바로 중지했고 예하 부대에도 지침을 즉각 하달했습니다. 하지만 지침 하달 후 따로 확인을 하지 않아서 일부 부대에서 계속 시행한 것으로 압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혹한기훈련 간 맨몸구보’ 지시는 어떤 취지였습니까?
“혹한기훈련은 한기(寒氣)를 이겨내는 훈련입니다. 맨몸구보는 혹한기훈련을 위한 적응 단계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겁니다. 적응 단계 없이 바로 혹한기훈련에 들어가면 당연히 장병들이 추위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혹한기훈련 시 맨몸구보 지시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함경남도 장진군·함주군 일대에서 유엔군과 중국인민지원군 간에 벌어진 전투)에서 수많은 병력들이 얼어 죽지 않았습니까. 군인은 기상(氣象)과도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윤 장군은 28사단장 시절 혹한기훈련 중 임진강 도하훈련을 지시하며 본인도 직접 입수(入水)했다고 했다.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말로만 하는 지휘는 실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 시대에 맞는 훈련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아니라, ‘변함없는 훈련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그 기준을 낮추면 안 됩니다. 장병들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생략하고 축소하는 훈련은 반대입니다. 전투를 누가 합니까? 군인이 합니다. 그들이 약하면 전투를 못 하고 전쟁에서 패배합니다. 당장 훈련이 힘들고 고되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사고 났다고 안 하면 결국 전투력 손실이 옵니다. 군인을 힘들게 하는 게 훈련의 목적인가요? 아니지 않습니까. 훈련의 본질은 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겁니다.”
“군인으로서 실전 경험 없는 것 아쉬워”
― 변함없는 훈련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군의 책임은 없습니까?
“시스템이 원활하게 정착하지 않은 데는 정치·사회적 이유가 더 크다고 봅니다. 지휘관들이 눈치를 보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수십 년간 되풀이되다 보니 어떻게 훈련하고 지휘해야 하는지도 망각했다는 겁니다. 지금 군은 ‘싸워 이길 수 있는 기준’이 아닌 ‘그 이하 기준’으로 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휘관으로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기준으로 부대를 지휘하고자 노력했고, 그에 대해 후회해 본 적 없습니다.”
윤 장군은 “군 생활에서 훈련을 지휘할 때 항상 소신을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포병대대장과 여단장 시절에도 규정대로 훈련해 왔고, 장군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 ‘가혹훈련’ 논란으로 군단장 보직 기간이 짧았던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일이 보직 기간에 영향을 준 것은 맞습니다. 군단장은 통상 1년 6개월~2년인데 저는 1년만 했거든요. 언론 노출이 잦다 보니 군 차원에서 배려해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 당시 교육사령관 인사명령은 좌천(左遷)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포병 병과 출신이고 최종 계급은 육군중장(3성장군)입니다. 포병 병과에서는 중장도 정말 되기 어려운 계급입니다. 제가 더 이상 아쉬울 부분이 있겠습니까? 저는 육군대장(4성장군)이 되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 군 생활에서 아쉬웠거나 후회되는 점은 없습니까?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군인으로서 실전 경험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실전 경험의 유무는 전투 수행 능력 발휘에 정말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미군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군도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은 충분하지만 전면전과 같은 전쟁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두 번째는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낍니다. 직업 특성상 이사가 잦다 보니 아들들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군 조직이 간부를 실망시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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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윤의철 7군단장이 훈련 현장 지도를 위해 헬기에서 토의를 하는 모습. 사진=윤의철 장군 |
“너무 지엽적인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지휘권 확립은 금전적 문제가 아닌 정치·사회적 문제가 더 큽니다. 현재 군을 향한 간섭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정상적인 부대 운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병력 관리는 각 부대별 지휘관들에게 있지 않습니까. 정당한 책임과 권한 하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 군의 전투준비 태세를 위해(危害)하는 정치적 목적의 요구는 우리 군도 과감히 거부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도 군 본연의 역할을 흐려서는 안 됩니다.”
― 군 간부 지원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우리 군이 잘못한 겁니다. 처음 군 간부로 임관할 때 각자가 추구했던 직업군인의 모습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군이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겁니다. ‘직업군인의 매력’은 ‘책임과 권한’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당장 초급간부들은 단순히 병사들을 보살피는 듯한 역할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훈련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합니다. 결국 직업군인으로서 성장하지 못하니 비전을 잃고, 군에 실망하고, 전역을 희망하는 겁니다. 그러니 급여, 복지 등 부수적인 문제들도 더 크게 느껴지겠죠.”
― 군 간부 이탈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과도한 행정 업무도 문제라고 봅니다. 훈련하는 시간보다 컴퓨터에 시달리는 시간이 더 긴 겁니다. 제가 대대장(중령) 때도 전자문서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상급부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전령(傳令) 차량이 와서 한두 개가량의 문서를 하달했습니다. 또 대대에서 상급부대로 문서를 보내는 데 1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면 남는 시간에는 훈련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 전자문서로 통보가 됩니다. 아무리 탁월한 간부라도 안 지치는 게 이상한 겁니다. 심지어 군 간부는 줄고 있는데 업무량은 더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봅니까?
“우리 국민 모두입니다.”
“군 전체 병력 중 50~60%까지는 간부로 구성해야”
윤 장군은 “군 또한 병력 부족, 간부 지원율 하락, 군 시스템 문제 등 현 실태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사회적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AI, 첨단기술 등으로 병력을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했다. 인적 자원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군 의무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기준점을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병력 감소는 예정된 미래입니다. 단순 의무복무 연장이 병력 확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간부를 늘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군 전체 병력 중 50~60%까지는 간부로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 지속적인 병력 감소에도 전투력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양질의 군 간부 확보가 가장 시급합니다.”
― 여성 징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성 중에서도 군에 기여하고 싶은 인원이 분명 있습니다. 군에서 여군 간부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성 징병제와 관련한 군 내 자체적인 연구와 준비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시점에서 여성 징병을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 전역(轉役) 후 정계 입문 제안은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알다시피 ‘특급전사 강조’ ‘가혹 훈련 논란’ 등으로 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자문에 응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 군 출신 정치인들이 군을 욕되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군인들이 전역 후 정치에 입문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방·안보 문제에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성 정치인들을 이끄는 데 힘써야 합니다. 국가의 안위가 걸려 있는 국방·안보에 어떻게 여야가 있겠습니까? 군 출신들은 자신이 정치인이기 이전에 군인이었다는 점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군인은 이순신”
― 왜 군인이 됐습니까?
“집에 형제자매가 많았습니다. 저는 2남 2녀의 둘째였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군인이 꿈이 아니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와 사립대학에 동시 합격했는데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사관생도가 됐죠.”
윤의철 장군의 아버지는 육군 상사였다. 그가 자연스레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관학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관생도가 된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육사 1학년 1학기 때는 성적이 떨어져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 정신을 차리고, 본인이 선택한 길인 만큼 참 군인이 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국가를 위해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 매일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도 했다.
― 장군님에게 군인은 한마디로 어떤 의미입니까?
“숭고함이지요.”
― 가장 존경하는 군인은?
“이순신(李舜臣) 장군입니다. 《난중일기》도 항상 지휘관실에 두고 읽었습니다.
―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잘 알고 있지만 그의 업적 속 숨겨진 노력은 잘 모릅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투에서 승리하고자 노력한 기록들이 와닿았습니다.”
윤 장군은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임무를 수행했을 때 오관오포[五官五浦·전라좌수영이 담당한 5개의 군현(郡縣)과 다섯 진포(鎭浦)]를 전수조사하며 병기(兵器)와 병적기록부를 최신화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잘 싸우기 위해 기초부터 꼼꼼히 챙겼음을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 역시 높은 수준의 전투 역량을 강조한 지휘관이었을 것”이라며 감명받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 교수로서 목표가 있습니까?
“훌륭한 군 후배들을 양성하는 겁니다. 제 경험을 잘 전수해서 군이 꼭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