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국민의힘은 민주당 프레임에 매몰… 탄핵 분위기에 스스로 가속페달 밟고 있어”
⊙ “여당은 지나치게 신사적인 모범생, 巨野 횡포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 “정치 신인 한 대표는 탄핵 겪고 당 지켜온 중진들 얘기도 귀담아듣길”
⊙ “보수 정체성 지켜야… 現 당 지도부, 이승만 기념관 건립과 서해 피격 공무원 등 이슈에 관심 부족”
⊙ “여당은 지나치게 신사적인 모범생, 巨野 횡포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 “정치 신인 한 대표는 탄핵 겪고 당 지켜온 중진들 얘기도 귀담아듣길”
⊙ “보수 정체성 지켜야… 現 당 지도부, 이승만 기념관 건립과 서해 피격 공무원 등 이슈에 관심 부족”
- 사진=조준우
국민의힘에 바람 잘 날이 없다. 7월 한동훈 대표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신경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독대(獨對)는 취임 석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야 성사됐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는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대남 전 SGI 상임감사의 폭로와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면서 당내 혼란은 더 극심해졌다. 갈등을 봉합하고 당을 안정시킬 중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5선(選) 나경원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 사과, 특검법, 대통령 독대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이재명을 공격하고 거야(巨野)의 횡포와 맞서 싸워야 할 때”라고 했다. 10·16 재보궐선거를 나흘 앞둔 주말인 12일 서울 모처에서 나 의원을 만났다.
“친한-친윤계, 당내 극히 일부에 불과”
― 국정감사와 재보궐선거 지원으로 가장 바쁜 시점인데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있습니까.
“당 내부에서 스스로 발등 찍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 지금 내부 총질을 할 때가 아니에요.”
― 당이 친한계와 친윤계로 갈라져 대립하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현역 의원 중 친한계와 친윤계는 둘 다 숫자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고요, 대부분의 의원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관망 중입니다.”
― 왜 관망만 합니까. 어느 쪽이 더 문제라고 보나요.
“더 문제라기보다는 원인 제공을 더 많이 하는 쪽이 있지요.”
― 한 대표와 친한계 말인가요.
“재보궐선거 앞두고 언행이 지나쳐요. 스피커들의 강한 워딩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발언의 내용입니다. 재보궐선거 기간에 끊임없이 독대를 요구하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 기소를 얘기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요.”
―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맞서 싸워야 할 시점인데 말이지요.
“맞아요. 여당 대표와 측근들이 야당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정갈등은 야당이 원하는 프레임이잖아요. 우리가 프레임을 바꿔야 하고 이재명 1심 판결, 문재인 일가 문제 같은 이슈를 들고 나서야 하는데 한 대표와 친한계는 우리 당에 불리한 얘기만 하고 있는 겁니다.”
― 왜 그럴까요.
“대통령실과 차별화를 두고 그래야 재보선에서 이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누가 정무적인 조언을 하는지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친한계라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점에도 방송에서 김 여사 사과 얘길 하고 있잖아요. 당이 내부에서 싸운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는 게 선거에서 도움이 될 리가 있나요.”
“한 대표, 정무적 판단 아쉬워”
― 한 대표의 정무적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정치 신인인 한 대표는 누구의 말을 듣는 걸까요?
“그것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중진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어요. 원래 우리 당에 중진연석회의가 있었습니다. 정기적인 회의는 아니지만 현안과 이슈가 있을 때 3선 이상 의원들이 모여 의논을 해왔는데요. 한 대표가 취임한 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 중진들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그러니까요.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4~6선까지 한 의원들의 이야기를 좀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중진들이 대표와 만날 자리 자체가 없어요.”
― 친한계 의원들은 대부분 초·재선입니다.
“그것도 비례대표 중심이죠. 초선이나 비례대표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위해서는 중진들의 경험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당 중진들은 탄핵을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탄핵 이후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은 너무 순진해요. 이대로는 야당의 수에 걸려들 뿐입니다.”
― 김 여사 사과 여부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우리가 자꾸 그 언급을 하는 게 맞아요? 하도 우리 쪽에서 사과 사과 하니까 이제 사과를 해도 효과가 없을 지경 아닙니까.”
“탄핵 분위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는 세력도 있는 듯”
나 의원은 2019년 1년간 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대여투쟁에 앞장섰다. 당시 원외였던 황교안 대표가 장외투쟁을,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이 원내투쟁을 지휘했다.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사태’로 여야가 물리적 충돌을 하는 등 극한의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야당 원내사령탑이었던 나 의원은 민주당의 공격 타깃 1순위가 됐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4년 후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보수 정당 사상 여성 최다선(5선) 타이 기록을 달성했다.
― 4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는데요, 원내 분위기는 요즘 어떻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은 더 악랄해진 것 같습니다. 놀라울 정도예요.”
― 5년 전 야당 원내대표로 앞장서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싸웠죠. 회고록(《나경원의 증언》, 2020년)에서 ‘2019년 내내 밀리고 속고 실망하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썼습니다. 지금도 여소야대 상황이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야 대치도 계속되고 있고요.
“그때와는 달라요. 무엇보다 지금 우리 당은 너무 ‘신사적’입니다. 다선 의원들이 모이면 이런 얘길 하곤 하는데요, 정책 이슈에 집중하겠다며 너무 모범생처럼 행동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극악무도한 야당의 정치 공세에 지나치게 방어적·수비적으로 행동해요. 현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야당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중진 의원들의 생각입니다.”
― 야당에서는 계속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간을 보고’ 있습니다.
“탄핵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데 우리 당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면상으로만 동의하고 은근 탄핵 분위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는 세력도 있는 것 같아요.”
― 무슨 뜻입니까.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김건희 여사를 최순실화하려고 입만 열면 김 여사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당은 왜 똑같이 김 여사 얘기를 계속합니까. 여당 대표가 영부인 사과를 요구하고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요구하다니요. 야당이 파놓은 덫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 여당이 김 여사를 언급하는 행위 자체가 탄핵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거죠?
“그렇죠. 탄핵 분위기를 국민의힘이 스스로 가속화하는 겁니다. 김 여사와 관련해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그에 비해 과하게 몰아붙이는 건 민주당 장단에 맞춰주는 것밖에 안 돼요. 당 지도부와 친한계가 가속페달을 더 밟는 겁니다. 대체 지지율이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보고 싶은 건가요.”
“한 대표는 김 여사 이슈 끌어온 장본인”
― 친한계는 김건희 특검을 수용할 뜻을 보이기도 했죠, 최근 친한계 한 당직자는 김 여사를 기소해야 특검을 방어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기소 여부를 정치인이 언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특검받느니 기소당하는 게 낫다는 건 무슨 궤변입니까. 한 대표는 측근의 기소 주장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하며 사실상 힘을 실어줬죠. 법조인 출신이 맞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 여사 문제를 지금까지 끌어온 것도 한 대표 아닌가요.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법무부 장관 시절 장관은 수사지휘권이 없다며 결론을 내지 않았고 그 바람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수사와 기소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 솔직히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임기 중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죠.
“그렇죠. 잘못이 있으면 기소를 하든지 잘못이 없으면 불기소나 무혐의 결론을 내든지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이슈를 길게 끌어온 원인 제공자가 이제 와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니요. 검찰 기소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는 건가요? 이거야말로 여론재판에 인민재판 하라는 것 아닙니까.”
― 여당에서 그런 발언이 나오니 여론이 기소 쪽으로 향할 수도 있죠.
“한 대표 스스로 김 여사를 공격하는 야당의 프레임 안에 빠져 더 깊이 파고들어 간 겁니다. 법무장관 때 뭐 했냐는 얘기가 야당에서 계속 나와요.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자초한다’고 했잖아요.”
― 한 대표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특검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서 빠져나가려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사실상 검찰을 향해 기소하라고 압박하는 겁니다. 친한계 주장도 그래야 한 대표가 특검이라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데,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긴가요?”
“독대가 독약이 될 수도”
― 최근 명태균 게이트에 나 의원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사실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명씨가 관여한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피해자’의 입장이죠.
“정치인들도, 정치부 기자들도 이 사건의 핵심이 뭔지 다들 알 거예요. 본질적인 문제는 김 여사 공천 개입이 아니라 명씨가 사적인 라인을 이용해 국민의힘 당내 여론조사에 개입했다는 겁니다. 사실 명씨를 통해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이고 민주당이 짠 프레임일 뿐이고요. 명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가 언젠가부터 당내 경선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의외의 현상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나 의원은 명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2021년 전당대회 대표 경선과 같은 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해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각각 이준석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에게 패배했다. ‘명태균 게이트’가 터진 후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썼다.
〈(명이 개입했다는) 명의 주장대로라면 나는 명 때문에 번번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의아했던 두 번의 경선 과정이 끝나고 패자로서 깔끔하게 승복했다.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다.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길 기대한다.〉
― 여러 중진급 정치인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명태균 게이트 이후 대통령실은 잠잠하고 친한계는 ‘명씨와 관련 없는 정치인은 한동훈밖에 없다’며 공세적인 분위기입니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재보궐선거 이후 독대를 할 예정이라는데 갈등 관계를 풀 수 있을까요.
“독대가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갈라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 화합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까.
“한 대표가 재보선 전 단 며칠 만이라도 선거에만 집중하고 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가능성이 있겠지요. 당대표가 왜 대통령실과 국회에 직접 얘길 안 하고 밖으로 흘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대통령실 인적쇄신이 재보선 앞두고 할 얘긴가요.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상대방 공격보다 우리 내부 문제만 언급하고 있으니 언론에는 계속 당정갈등, 계파갈등, 국민의힘 위기, 리더십 위기 이런 얘기만 나오잖아요. 선거에 집중해 우리 당의 정책을 강조하고 11월 이재명 재판 결과 언급하고 해야 우리한테 유리할 텐데 그런 기사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김대남 이슈는 우리 스스로 키운 것”
― 앞서 얘기한 한 대표 정무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죠?
“정치를 모른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김대남 이슈 때는 놀랄 정도였어요. 김대남 이슈는 우리 스스로 키운 것 아닙니까. 윤 정부 낙하산 인사가 공격당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민주당은 훨씬 더 한 일도 많이 했고요.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까 일단 선거를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내부 갈등을 대놓고 밖으로 퍼뜨렸어요. 한 대표는 총선 전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얘기했지만 지금의 행보는 철저하게 선사후당(先私後黨)이라고 봅니다.”
―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주목받다 보니 그런 점도 있지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한 대표가) 우리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보수 정당 대표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요. 서해 공무원 피격 4주기에도 당 논평 하나가 안 나옵니다. 보수 정체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어요. 최근 한 대표에 대해 생각나는 단어는 독대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 이제 곧 2025년이 되고, 2026 지방선거와 2027 대선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지율 등을 이유로 국민의힘의 앞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데요.
“정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 정화하는 자정 기능이 작동해야 돼요. 시스템을 바꿀 필요도 있고요. 노선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바람직한 보수 정당의 모습을 바로 세우려는 당내 요구가 분출되면 어떻게든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보수 정당은 여러 차례 위기에 처했지만 매번 자정 기능이 작동하며 다시 살아났습니다.”⊙
5선(選) 나경원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 사과, 특검법, 대통령 독대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이재명을 공격하고 거야(巨野)의 횡포와 맞서 싸워야 할 때”라고 했다. 10·16 재보궐선거를 나흘 앞둔 주말인 12일 서울 모처에서 나 의원을 만났다.
“친한-친윤계, 당내 극히 일부에 불과”
― 국정감사와 재보궐선거 지원으로 가장 바쁜 시점인데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있습니까.
“당 내부에서 스스로 발등 찍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 지금 내부 총질을 할 때가 아니에요.”
― 당이 친한계와 친윤계로 갈라져 대립하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현역 의원 중 친한계와 친윤계는 둘 다 숫자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고요, 대부분의 의원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관망 중입니다.”
― 왜 관망만 합니까. 어느 쪽이 더 문제라고 보나요.
“더 문제라기보다는 원인 제공을 더 많이 하는 쪽이 있지요.”
― 한 대표와 친한계 말인가요.
“재보궐선거 앞두고 언행이 지나쳐요. 스피커들의 강한 워딩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발언의 내용입니다. 재보궐선거 기간에 끊임없이 독대를 요구하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 기소를 얘기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요.”
―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맞서 싸워야 할 시점인데 말이지요.
“맞아요. 여당 대표와 측근들이 야당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정갈등은 야당이 원하는 프레임이잖아요. 우리가 프레임을 바꿔야 하고 이재명 1심 판결, 문재인 일가 문제 같은 이슈를 들고 나서야 하는데 한 대표와 친한계는 우리 당에 불리한 얘기만 하고 있는 겁니다.”
― 왜 그럴까요.
“대통령실과 차별화를 두고 그래야 재보선에서 이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누가 정무적인 조언을 하는지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친한계라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점에도 방송에서 김 여사 사과 얘길 하고 있잖아요. 당이 내부에서 싸운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는 게 선거에서 도움이 될 리가 있나요.”
“한 대표, 정무적 판단 아쉬워”
― 한 대표의 정무적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정치 신인인 한 대표는 누구의 말을 듣는 걸까요?
“그것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중진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어요. 원래 우리 당에 중진연석회의가 있었습니다. 정기적인 회의는 아니지만 현안과 이슈가 있을 때 3선 이상 의원들이 모여 의논을 해왔는데요. 한 대표가 취임한 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 중진들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그러니까요.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4~6선까지 한 의원들의 이야기를 좀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중진들이 대표와 만날 자리 자체가 없어요.”
― 친한계 의원들은 대부분 초·재선입니다.
“그것도 비례대표 중심이죠. 초선이나 비례대표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위해서는 중진들의 경험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당 중진들은 탄핵을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탄핵 이후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은 너무 순진해요. 이대로는 야당의 수에 걸려들 뿐입니다.”
― 김 여사 사과 여부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우리가 자꾸 그 언급을 하는 게 맞아요? 하도 우리 쪽에서 사과 사과 하니까 이제 사과를 해도 효과가 없을 지경 아닙니까.”
“탄핵 분위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는 세력도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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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나경원 의원은 2019년 12월 3일 ‘필리버스터 보장’ ‘친문농단 게이트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싸웠다. 사진=조선DB |
― 4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는데요, 원내 분위기는 요즘 어떻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은 더 악랄해진 것 같습니다. 놀라울 정도예요.”
― 5년 전 야당 원내대표로 앞장서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싸웠죠. 회고록(《나경원의 증언》, 2020년)에서 ‘2019년 내내 밀리고 속고 실망하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썼습니다. 지금도 여소야대 상황이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야 대치도 계속되고 있고요.
“그때와는 달라요. 무엇보다 지금 우리 당은 너무 ‘신사적’입니다. 다선 의원들이 모이면 이런 얘길 하곤 하는데요, 정책 이슈에 집중하겠다며 너무 모범생처럼 행동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극악무도한 야당의 정치 공세에 지나치게 방어적·수비적으로 행동해요. 현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야당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중진 의원들의 생각입니다.”
― 야당에서는 계속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간을 보고’ 있습니다.
“탄핵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데 우리 당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면상으로만 동의하고 은근 탄핵 분위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는 세력도 있는 것 같아요.”
― 무슨 뜻입니까.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김건희 여사를 최순실화하려고 입만 열면 김 여사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당은 왜 똑같이 김 여사 얘기를 계속합니까. 여당 대표가 영부인 사과를 요구하고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요구하다니요. 야당이 파놓은 덫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 여당이 김 여사를 언급하는 행위 자체가 탄핵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거죠?
“그렇죠. 탄핵 분위기를 국민의힘이 스스로 가속화하는 겁니다. 김 여사와 관련해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그에 비해 과하게 몰아붙이는 건 민주당 장단에 맞춰주는 것밖에 안 돼요. 당 지도부와 친한계가 가속페달을 더 밟는 겁니다. 대체 지지율이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보고 싶은 건가요.”
“한 대표는 김 여사 이슈 끌어온 장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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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이 10월 12일 인천 강화군에서 강화군수 보궐선거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나경원의원실 |
“그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기소 여부를 정치인이 언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특검받느니 기소당하는 게 낫다는 건 무슨 궤변입니까. 한 대표는 측근의 기소 주장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하며 사실상 힘을 실어줬죠. 법조인 출신이 맞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 여사 문제를 지금까지 끌어온 것도 한 대표 아닌가요.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법무부 장관 시절 장관은 수사지휘권이 없다며 결론을 내지 않았고 그 바람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수사와 기소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 솔직히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임기 중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죠.
“그렇죠. 잘못이 있으면 기소를 하든지 잘못이 없으면 불기소나 무혐의 결론을 내든지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이슈를 길게 끌어온 원인 제공자가 이제 와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니요. 검찰 기소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는 건가요? 이거야말로 여론재판에 인민재판 하라는 것 아닙니까.”
― 여당에서 그런 발언이 나오니 여론이 기소 쪽으로 향할 수도 있죠.
“한 대표 스스로 김 여사를 공격하는 야당의 프레임 안에 빠져 더 깊이 파고들어 간 겁니다. 법무장관 때 뭐 했냐는 얘기가 야당에서 계속 나와요.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자초한다’고 했잖아요.”
― 한 대표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특검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서 빠져나가려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사실상 검찰을 향해 기소하라고 압박하는 겁니다. 친한계 주장도 그래야 한 대표가 특검이라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데, 법무장관을 지낸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긴가요?”
“독대가 독약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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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7·23 전당대회 다음 날인 24일 한동훈 신임 대표와 함께 낙선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를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사진=대통령실 |
“정치인들도, 정치부 기자들도 이 사건의 핵심이 뭔지 다들 알 거예요. 본질적인 문제는 김 여사 공천 개입이 아니라 명씨가 사적인 라인을 이용해 국민의힘 당내 여론조사에 개입했다는 겁니다. 사실 명씨를 통해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이고 민주당이 짠 프레임일 뿐이고요. 명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가 언젠가부터 당내 경선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의외의 현상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나 의원은 명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2021년 전당대회 대표 경선과 같은 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해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각각 이준석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에게 패배했다. ‘명태균 게이트’가 터진 후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썼다.
〈(명이 개입했다는) 명의 주장대로라면 나는 명 때문에 번번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의아했던 두 번의 경선 과정이 끝나고 패자로서 깔끔하게 승복했다.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다.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길 기대한다.〉
― 여러 중진급 정치인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명태균 게이트 이후 대통령실은 잠잠하고 친한계는 ‘명씨와 관련 없는 정치인은 한동훈밖에 없다’며 공세적인 분위기입니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재보궐선거 이후 독대를 할 예정이라는데 갈등 관계를 풀 수 있을까요.
“독대가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갈라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 화합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까.
“한 대표가 재보선 전 단 며칠 만이라도 선거에만 집중하고 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가능성이 있겠지요. 당대표가 왜 대통령실과 국회에 직접 얘길 안 하고 밖으로 흘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대통령실 인적쇄신이 재보선 앞두고 할 얘긴가요.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상대방 공격보다 우리 내부 문제만 언급하고 있으니 언론에는 계속 당정갈등, 계파갈등, 국민의힘 위기, 리더십 위기 이런 얘기만 나오잖아요. 선거에 집중해 우리 당의 정책을 강조하고 11월 이재명 재판 결과 언급하고 해야 우리한테 유리할 텐데 그런 기사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김대남 이슈는 우리 스스로 키운 것”
― 앞서 얘기한 한 대표 정무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죠?
“정치를 모른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김대남 이슈 때는 놀랄 정도였어요. 김대남 이슈는 우리 스스로 키운 것 아닙니까. 윤 정부 낙하산 인사가 공격당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민주당은 훨씬 더 한 일도 많이 했고요.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까 일단 선거를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내부 갈등을 대놓고 밖으로 퍼뜨렸어요. 한 대표는 총선 전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얘기했지만 지금의 행보는 철저하게 선사후당(先私後黨)이라고 봅니다.”
―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주목받다 보니 그런 점도 있지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한 대표가) 우리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보수 정당 대표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요. 서해 공무원 피격 4주기에도 당 논평 하나가 안 나옵니다. 보수 정체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어요. 최근 한 대표에 대해 생각나는 단어는 독대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 이제 곧 2025년이 되고, 2026 지방선거와 2027 대선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지율 등을 이유로 국민의힘의 앞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데요.
“정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 정화하는 자정 기능이 작동해야 돼요. 시스템을 바꿀 필요도 있고요. 노선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바람직한 보수 정당의 모습을 바로 세우려는 당내 요구가 분출되면 어떻게든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보수 정당은 여러 차례 위기에 처했지만 매번 자정 기능이 작동하며 다시 살아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