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광받던 영화평론가 겸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 “문화·예술인들의 근로 권리 보장 필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가 핵심”
⊙ “이재명 대표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 외압에도 강력한 리더십 있다”
⊙ “윤 대통령은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 이 대표는 아이언맨 같은 캐릭터”
姜由楨
1975년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 석·박사 / 前 고려대 연구교수,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現 22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문화·예술인들의 근로 권리 보장 필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가 핵심”
⊙ “이재명 대표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 외압에도 강력한 리더십 있다”
⊙ “윤 대통령은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 이 대표는 아이언맨 같은 캐릭터”
姜由楨
1975년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 석·박사 / 前 고려대 연구교수,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現 22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사진=조준우
“정치권에 공적 언어의 품격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강유정 의원(비례대표)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익숙한 얼굴이다. 강 의원은 EBS 〈시네마천국〉, KBS 〈박은영 강유정의 무비부비〉 등 방송 프로그램과 평론, 언론 기고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평론가다. 문화계에서는 ‘3관왕’으로 유명했다. 2005년 평론 분야 신춘문예 3관왕(조선·중앙·경향)이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 3층에 위치한 강유정 의원의 방은 보통 의원들의 방과는 달랐다. 많은 의원이 의원실의 벽면을 일정표, 지역구 지도 또는 현안 관련 표, 사진 등으로 채운 것에 반해 강 의원의 방은 4면이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과 글을 사랑하는 평론가의 면면이 느껴졌다. 정치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그는 국회의원이 된 이유에 대해 ‘문화·예술로 잇는 공감의 정치’를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강 의원은 원내대변인으로 ‘품격 있는 공적 언어’를 정치권에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문화·예술계 직접 대변할 사람 필요”
문화·예술계에서 상당한 입지에 오른 그가 왜 굳이 정치에 입문했는지 궁금했다.
― 정치인이 된 직접적 계기가 있습니까. 정치권에 연결고리가 있었는지요.
“아는 정치인은 전혀 없었고요, 민주당이 문화·예술 분야에 적합한 사람을 찾던 중 제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까운 사이인 영화감독님이 연락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영입 제안이라 놀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승낙하게 됐지요.”
강유정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한 1호 법안은 ‘표준계약서 확산 지원 5법(공연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이다.
― 첫 발의 법안이 문화·체육인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표준계약서 관련 내용인데요, 영화계 등 처우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20여 년 전만 해도 표준계약은 대중화되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인들이 미래에 대한 보장은 생각도 못 했고 단순 노동에 대해서도 보호받지 못했던 사례가 너무 많았습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계의 처우는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제가 발의한 첫 법안의 내용도, 표준계약서 미 작성 시 처벌하겠다가 아닌, 법을 준수하고 상생하자는 취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동의는 이미 얻었고, 여야의 합의도 이뤄졌습니다.”
― 영화계 외의 다른 문화·예술계 처우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죠?
“물론입니다. 특히 방송업계 작가 등 근로자들의 처우는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표준계약서를 쓰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위한 보장 법입니다.”
“체육계에 전근대적 관행 남아 있어”
― 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 때 정권에 비판적 혹은 견해를 달리 한 문화·예술인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리스트) 관련 법안도 발의했죠.
“맞습니다. 아직 소위원회를 열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기존의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통해 해결된다는 입장과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아직 법이 미비하다고 느낍니다.”
강유정 의원은 과거 권력형 성폭력 등 성 비위 사건이 일어나면서 해당 부분에 대한 법적 보호는 많이 향상됐지만 문화·예술 공모전 등 공정함이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무관하게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발의한 법률 중 ‘정치적 지위 보장’은 모호함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보장입니까.
“표현의 자유 자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체위 회의록에서도 ‘좌파영화’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적어도 영화를 보지도 않고 낙인을 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 제작 지원의 단계에서도 정치 성향을 따질 것이 아니라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체육계와 관련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선수의 경우 프로도 있지만 아마추어, 실업팀 구성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근대적인 관행도 과도하게 남아 있어요.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선수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강 의원은 안세영 배드민턴 선수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배드민턴 협회의 경우 많이 달라지겠지만, 타 협회의 경우 여전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확인하고 선수를 억압하는 불합리한 조항이 있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일련의 과정은 민간 영역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회 예산 운영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 감시가 중요하겠지만, 그 외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체육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유정 의원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게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 구매(게임 내 무작위 선택 형태의 소비)와 관련해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적정 처벌 수위를 고려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팬덤(fandom·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어요. 특히 게임 내 유저(user·이용자)들의 관계는 연예계 속 팬덤 구조와 관계가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롤드컵(인기 게임인 LoL대회)에서 암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유명 연예인 행사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얼마 전 뉴진스 사태(유명 아이돌 뉴진스와 관련한 저작권 공방 사건)도 스토리텔링 개발자들의 권리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갈등으로 드러난 것인데, 게임 산업에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 최근 내란의 죄 관련 법안(국가안보위협죄)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의원님의 배경으로 보아 뜻밖이다 싶었습니다.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에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로 확대하고, 우리 국민에게 허위·조작·왜곡 정보를 고의로 퍼뜨려 내정 간섭 및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는 방안이죠.
“문화저작권과 관련해 최대 경쟁 국가는 중국입니다. 아이디어를 빼가고 자산을 탈취하는 ‘산업 스파이’죠. 그런데 이른바 적국인 북한만 간첩죄로 봐서는 지금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 의원의 법안은 과거 타 의원들이 발의했던 개정안과 달리 적국 및 외국·외국인 단체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벌이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에 대비하기 위한 조항이 추가로 담겼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적국 또는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부터 금품 등 대가를 받고 정보를 왜곡·조작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자도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인지전’은 특정 국가의 지휘부나 국민 등에게 조작된 정보를 확산시켜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거나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일종의 ‘비살상 전투’라고 할 수 있다. 학술 동아리, 음식점 등으로 가장한 오프라인 형태는 물론 언론사로 가장한 조작 사이트, 일반에 친숙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인지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안보 분야 한 전문가의 설명이다.
“거부권 정국 해결해야”
강유정 의원은 정치 신인인 초선 의원이지만 원내 제1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다수당의 ‘스피커’로 어려움도 적지 않을 터다. 인터뷰를 한 날은 9월 2일, 22대 국회 개원식 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국회 개원식은 국가 운영에 있어 상징적인 행사잖아요. 대통령 불참은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첫 불참 사례입니다. 여야의 갈등은 있어도 당대표끼리 만날 정도라면 오히려 대통령께서 선도적으로 통 큰 행보를 보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9월 1일 진행된 여야 대표회담도 어렵게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회담이었습니다. 과거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만남은 있었지만 이렇게 당대표끼리의 만남이 오래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결과에 상관없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상징적 행위’라고 봅니다.”
강 의원은 현재의 여야 대치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이 거부권 정국에 갇혀 있다”라고 했다. 1988년 6공화국 출범 이래로 가장 많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고 있고,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간호법 관련 안건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했었다는 점에서 거부권 정국이 단순 정치권의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거부권 정국으로 채 해병 특검법과 25만원 민생지원금 법안, 의료대란 해결 등 현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표의 리더십 평가
강유정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언어의 전문가’다. 그에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 야당 원내대변인으로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봅니까.
“채 해병 특검과 관련한 태도가 아쉽습니다. 우리(민주당)가 요구하는 특검은 과거 한 대표가 약속한 겁니다. 한 대표가 당대표 후보였던 시절 전당대회에서 제삼자 특검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고 한 게 6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배경 아닌가요? 저는 결국 변화를 요구하는 야권의 192표와 또 다른 8표를 보태 특검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 역시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일종의 전시 효과임을 지적했다. 지지자들을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심기 경호’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인 만큼 ‘원내 여당’으로 불린다. 그러나 야당으로서의 어려움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강 의원은 “효율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했다.
― 다수당이긴 하지만 야당 의원으로서 애로사항도 있지요?
“여당 국회의원이었다면 확실히 정책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강 의원은 영발기금(영화발전기금)을 예시로 설명을 더했다. 대통령의 ‘그림자 과세(課稅)’를 없애겠다는 의지로 해당 부담금이 폐지됐는데, 실제 영화 발전을 위해 400~450원 정도 되는 금액을 부담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고,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국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250억원의 기금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라지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정치인은 공적 언어의 품격 가져야”
― 말과 글을 전공했고, 정치인이 된 후 ‘공적 언어의 품격’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정치인들의 품격은 어떻습니까.
“예전엔 ‘동물국회’라는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법의 울타리 속에서 아무리 대치가 길어져도 폭력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막말이나 삿대질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우하향 직선과 같은 표현이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적 언어의 품격이 생긴 증거 아닐까요.”
강 의원은 현재 정치권의 막말 프레임이 꼬투리 잡기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나의 발언과 언행에서 흠을 잡기 위해 기다리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수, 평론가로 일하면서 ‘언어의 차별화’를 중요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입문하고부터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고려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소통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평론가로 일해온 강유정 의원은 현직 정치인들에 대해 색다른 표현을 내놓았다. 진영을 떠나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그의 표현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 모 유튜브 방송에서 한동훈 당대표를 ‘백설공주 계모’로 비유했는데, 정치적 행보가 아닌, 외적인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당대표도 사람인데 상처 입지 않을까요. 품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발언이지 않습니까.
“당대표라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제가 일종의 비유를 했는데, 이재명 대표도 똑같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에 나왔듯,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아한 비평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정치인인데 그런 것에 상처받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윤석열, 이재명을 영화 캐릭터에 비유한다면
― 이재명 대표는 비유하자면 영화 속 어떤 캐릭터인가요.
“아이언맨(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히어로 캐릭터) 같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등 인간적 면모가 큽니다. 부상으로 심장에 기계를 다는 등 약한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할 일을 해내는 캐릭터죠. 이재명 대표도 정치·사법적 공격을 받고 있고 실제 지난 2월에는 피습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잃지 않고 끝까지 당대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면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긍정적인 비유인데요, 사실 이 대표의 민주당은 사당화(私黨化)됐다는 비판도 있고,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있습니다. 소위 극성 지지자들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이 대표 역시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서 이런 지적에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저는 오히려 극성 지지자들을 만나서 인터뷰 등 실제로 접촉해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단순히 드라마에 나온 용어를 가져다 ‘나는 개딸이다’라고 지지자들이 표현했지만 지금은 민주당 지지층에 대한 의도적 비하와 오해가 쌓인 멸칭으로 언론에서 오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사법리스크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처럼 불체포특권으로 인한 보호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부실한 수사의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유정 의원은 이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가 22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지난 8월 18일 당대표 재당선 이후 본격적 정치 행보를 가동하고 있는 만큼 비판이 아닌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재명 대표는 ‘일밖에 모른다’라고 했다. 본인이 어떤 상황에 만나더라도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 속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가요.
“제가 윤석열 대통령을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라는 반(反)주인공 캐릭터로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타노스가 쓰는 무기가 ‘인피니티 건틀렛’이라는 장갑인데요, 거기에 박힌 보석처럼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사회적 논란이 있는 인물들을 모았다는 맥락에서 비유를 하고 싶습니다.”
강유정 의원은 25만원 민생지원금, 노란봉투법 등 이재명 대표가 추진 중인 법안들이 다소 포퓰리즘적이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만약 민주당이 현 여당이라면 관련 비판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행정력이 없기에 민생지원금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입니다. 비슷한 예로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이미 실효성이 여러 번 검증되어 있는 만큼, 추석 전이라도 지역 경제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25만원 민생지원금 정책을 실시해도 이 대표는 ‘본인 아이디어를 뺏었다’기보다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 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 요즘 MZ 세대들이 하는 밸런스 게임(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는 게임)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안부연락, 또는 한동훈 대표와 셀카 찍기 중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두 가지 다 가능합니다. 오히려 역으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저와 그렇게 해주면 좋겠네요.”
‘질의를 잘하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가장 뿌듯

― 평생 문화·예술인, 교수, 평론가로 살다 정치인으로 큰 변신을 했는데요, 국회의원 강유정은 기존의 강유정과 어떻게 다릅니까.
“대학교수, 영화평론가 시절에는 본인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많았다면 국회의원은 많이 듣는 직업이라고 느낍니다. 실제로 자신의 직군이 처한 직업적 어려움을 경청하는 자리가 많았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 초선 의원으로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어떤 정치인으로 국민들께 각인되길 바랍니까.
“만족스러운 시점이 있었는데요, 상임위 실시간 중계 댓글에서 ‘질의를 잘하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가장 뿌듯했습니다. 질의란 상대에 대한 파악을 잘하고 있어야 하고, 상임위 같은 경우 생중계되기에 국민들의 즉각적인 평가로 연결이 됩니다. 저 역시 ‘국회에 잘 착륙했다는 생존보고’와 같은 느낌이었어요.”
강유정 의원은 직업과 무관하게 변하지 않을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서는 ‘연민’을 강조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민주당 의원으로서 왜 국회에 있는지 망각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 의원이 되기 위해 사표를 냈나요, 아니면 휴직을 했나요.
“사표를 냈어요. 지금은 국회의원 직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훗날 후학을 위해 교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월간조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월간조선》은 한국의 맥(脈)이죠. 긴 세월 간 공과를 막론하고 한국 언론사와 함께해 온 역할을 존중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강유정 의원(비례대표)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익숙한 얼굴이다. 강 의원은 EBS 〈시네마천국〉, KBS 〈박은영 강유정의 무비부비〉 등 방송 프로그램과 평론, 언론 기고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평론가다. 문화계에서는 ‘3관왕’으로 유명했다. 2005년 평론 분야 신춘문예 3관왕(조선·중앙·경향)이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 3층에 위치한 강유정 의원의 방은 보통 의원들의 방과는 달랐다. 많은 의원이 의원실의 벽면을 일정표, 지역구 지도 또는 현안 관련 표, 사진 등으로 채운 것에 반해 강 의원의 방은 4면이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과 글을 사랑하는 평론가의 면면이 느껴졌다. 정치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그는 국회의원이 된 이유에 대해 ‘문화·예술로 잇는 공감의 정치’를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강 의원은 원내대변인으로 ‘품격 있는 공적 언어’를 정치권에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문화·예술계 직접 대변할 사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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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회 소통관에서 전북 지역 지진 피해 관련 브리핑 중인 강유정 원내대변인. 사진=강유정 의원실 |
― 정치인이 된 직접적 계기가 있습니까. 정치권에 연결고리가 있었는지요.
“아는 정치인은 전혀 없었고요, 민주당이 문화·예술 분야에 적합한 사람을 찾던 중 제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까운 사이인 영화감독님이 연락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영입 제안이라 놀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승낙하게 됐지요.”
강유정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한 1호 법안은 ‘표준계약서 확산 지원 5법(공연법,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이다.
― 첫 발의 법안이 문화·체육인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표준계약서 관련 내용인데요, 영화계 등 처우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20여 년 전만 해도 표준계약은 대중화되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인들이 미래에 대한 보장은 생각도 못 했고 단순 노동에 대해서도 보호받지 못했던 사례가 너무 많았습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계의 처우는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제가 발의한 첫 법안의 내용도, 표준계약서 미 작성 시 처벌하겠다가 아닌, 법을 준수하고 상생하자는 취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동의는 이미 얻었고, 여야의 합의도 이뤄졌습니다.”
― 영화계 외의 다른 문화·예술계 처우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죠?
“물론입니다. 특히 방송업계 작가 등 근로자들의 처우는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표준계약서를 쓰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위한 보장 법입니다.”
“체육계에 전근대적 관행 남아 있어”
― 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 때 정권에 비판적 혹은 견해를 달리 한 문화·예술인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리스트) 관련 법안도 발의했죠.
“맞습니다. 아직 소위원회를 열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기존의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통해 해결된다는 입장과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아직 법이 미비하다고 느낍니다.”
강유정 의원은 과거 권력형 성폭력 등 성 비위 사건이 일어나면서 해당 부분에 대한 법적 보호는 많이 향상됐지만 문화·예술 공모전 등 공정함이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무관하게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발의한 법률 중 ‘정치적 지위 보장’은 모호함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보장입니까.
“표현의 자유 자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체위 회의록에서도 ‘좌파영화’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적어도 영화를 보지도 않고 낙인을 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 제작 지원의 단계에서도 정치 성향을 따질 것이 아니라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체육계와 관련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선수의 경우 프로도 있지만 아마추어, 실업팀 구성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근대적인 관행도 과도하게 남아 있어요.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선수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강 의원은 안세영 배드민턴 선수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배드민턴 협회의 경우 많이 달라지겠지만, 타 협회의 경우 여전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확인하고 선수를 억압하는 불합리한 조항이 있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일련의 과정은 민간 영역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회 예산 운영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 감시가 중요하겠지만, 그 외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체육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유정 의원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게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 구매(게임 내 무작위 선택 형태의 소비)와 관련해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적정 처벌 수위를 고려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팬덤(fandom·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어요. 특히 게임 내 유저(user·이용자)들의 관계는 연예계 속 팬덤 구조와 관계가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롤드컵(인기 게임인 LoL대회)에서 암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유명 연예인 행사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얼마 전 뉴진스 사태(유명 아이돌 뉴진스와 관련한 저작권 공방 사건)도 스토리텔링 개발자들의 권리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갈등으로 드러난 것인데, 게임 산업에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 최근 내란의 죄 관련 법안(국가안보위협죄)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의원님의 배경으로 보아 뜻밖이다 싶었습니다.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에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로 확대하고, 우리 국민에게 허위·조작·왜곡 정보를 고의로 퍼뜨려 내정 간섭 및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는 방안이죠.
“문화저작권과 관련해 최대 경쟁 국가는 중국입니다. 아이디어를 빼가고 자산을 탈취하는 ‘산업 스파이’죠. 그런데 이른바 적국인 북한만 간첩죄로 봐서는 지금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 의원의 법안은 과거 타 의원들이 발의했던 개정안과 달리 적국 및 외국·외국인 단체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벌이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에 대비하기 위한 조항이 추가로 담겼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적국 또는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부터 금품 등 대가를 받고 정보를 왜곡·조작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자도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인지전’은 특정 국가의 지휘부나 국민 등에게 조작된 정보를 확산시켜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거나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일종의 ‘비살상 전투’라고 할 수 있다. 학술 동아리, 음식점 등으로 가장한 오프라인 형태는 물론 언론사로 가장한 조작 사이트, 일반에 친숙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인지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안보 분야 한 전문가의 설명이다.
“거부권 정국 해결해야”
강유정 의원은 정치 신인인 초선 의원이지만 원내 제1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다수당의 ‘스피커’로 어려움도 적지 않을 터다. 인터뷰를 한 날은 9월 2일, 22대 국회 개원식 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국회 개원식은 국가 운영에 있어 상징적인 행사잖아요. 대통령 불참은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첫 불참 사례입니다. 여야의 갈등은 있어도 당대표끼리 만날 정도라면 오히려 대통령께서 선도적으로 통 큰 행보를 보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9월 1일 진행된 여야 대표회담도 어렵게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회담이었습니다. 과거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만남은 있었지만 이렇게 당대표끼리의 만남이 오래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결과에 상관없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상징적 행위’라고 봅니다.”
강 의원은 현재의 여야 대치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이 거부권 정국에 갇혀 있다”라고 했다. 1988년 6공화국 출범 이래로 가장 많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고 있고,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간호법 관련 안건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했었다는 점에서 거부권 정국이 단순 정치권의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거부권 정국으로 채 해병 특검법과 25만원 민생지원금 법안, 의료대란 해결 등 현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표의 리더십 평가
강유정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언어의 전문가’다. 그에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 야당 원내대변인으로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봅니까.
“채 해병 특검과 관련한 태도가 아쉽습니다. 우리(민주당)가 요구하는 특검은 과거 한 대표가 약속한 겁니다. 한 대표가 당대표 후보였던 시절 전당대회에서 제삼자 특검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고 한 게 6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배경 아닌가요? 저는 결국 변화를 요구하는 야권의 192표와 또 다른 8표를 보태 특검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 역시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일종의 전시 효과임을 지적했다. 지지자들을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심기 경호’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인 만큼 ‘원내 여당’으로 불린다. 그러나 야당으로서의 어려움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강 의원은 “효율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했다.
― 다수당이긴 하지만 야당 의원으로서 애로사항도 있지요?
“여당 국회의원이었다면 확실히 정책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강 의원은 영발기금(영화발전기금)을 예시로 설명을 더했다. 대통령의 ‘그림자 과세(課稅)’를 없애겠다는 의지로 해당 부담금이 폐지됐는데, 실제 영화 발전을 위해 400~450원 정도 되는 금액을 부담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고,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국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250억원의 기금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라지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정치인은 공적 언어의 품격 가져야”
― 말과 글을 전공했고, 정치인이 된 후 ‘공적 언어의 품격’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정치인들의 품격은 어떻습니까.
“예전엔 ‘동물국회’라는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법의 울타리 속에서 아무리 대치가 길어져도 폭력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막말이나 삿대질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우하향 직선과 같은 표현이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적 언어의 품격이 생긴 증거 아닐까요.”
강 의원은 현재 정치권의 막말 프레임이 꼬투리 잡기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나의 발언과 언행에서 흠을 잡기 위해 기다리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수, 평론가로 일하면서 ‘언어의 차별화’를 중요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입문하고부터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고려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소통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평론가로 일해온 강유정 의원은 현직 정치인들에 대해 색다른 표현을 내놓았다. 진영을 떠나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그의 표현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 모 유튜브 방송에서 한동훈 당대표를 ‘백설공주 계모’로 비유했는데, 정치적 행보가 아닌, 외적인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당대표도 사람인데 상처 입지 않을까요. 품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발언이지 않습니까.
“당대표라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제가 일종의 비유를 했는데, 이재명 대표도 똑같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에 나왔듯,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아한 비평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정치인인데 그런 것에 상처받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윤석열, 이재명을 영화 캐릭터에 비유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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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타노스와 아이언맨으로 각각 비교했다. |
“아이언맨(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히어로 캐릭터) 같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등 인간적 면모가 큽니다. 부상으로 심장에 기계를 다는 등 약한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할 일을 해내는 캐릭터죠. 이재명 대표도 정치·사법적 공격을 받고 있고 실제 지난 2월에는 피습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잃지 않고 끝까지 당대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면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긍정적인 비유인데요, 사실 이 대표의 민주당은 사당화(私黨化)됐다는 비판도 있고,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있습니다. 소위 극성 지지자들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이 대표 역시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서 이런 지적에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저는 오히려 극성 지지자들을 만나서 인터뷰 등 실제로 접촉해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단순히 드라마에 나온 용어를 가져다 ‘나는 개딸이다’라고 지지자들이 표현했지만 지금은 민주당 지지층에 대한 의도적 비하와 오해가 쌓인 멸칭으로 언론에서 오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사법리스크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처럼 불체포특권으로 인한 보호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부실한 수사의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유정 의원은 이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가 22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지난 8월 18일 당대표 재당선 이후 본격적 정치 행보를 가동하고 있는 만큼 비판이 아닌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재명 대표는 ‘일밖에 모른다’라고 했다. 본인이 어떤 상황에 만나더라도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 속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가요.
“제가 윤석열 대통령을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라는 반(反)주인공 캐릭터로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타노스가 쓰는 무기가 ‘인피니티 건틀렛’이라는 장갑인데요, 거기에 박힌 보석처럼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사회적 논란이 있는 인물들을 모았다는 맥락에서 비유를 하고 싶습니다.”
강유정 의원은 25만원 민생지원금, 노란봉투법 등 이재명 대표가 추진 중인 법안들이 다소 포퓰리즘적이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만약 민주당이 현 여당이라면 관련 비판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행정력이 없기에 민생지원금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입니다. 비슷한 예로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이미 실효성이 여러 번 검증되어 있는 만큼, 추석 전이라도 지역 경제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25만원 민생지원금 정책을 실시해도 이 대표는 ‘본인 아이디어를 뺏었다’기보다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 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 요즘 MZ 세대들이 하는 밸런스 게임(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는 게임)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안부연락, 또는 한동훈 대표와 셀카 찍기 중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두 가지 다 가능합니다. 오히려 역으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저와 그렇게 해주면 좋겠네요.”
‘질의를 잘하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가장 뿌듯

― 평생 문화·예술인, 교수, 평론가로 살다 정치인으로 큰 변신을 했는데요, 국회의원 강유정은 기존의 강유정과 어떻게 다릅니까.
“대학교수, 영화평론가 시절에는 본인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많았다면 국회의원은 많이 듣는 직업이라고 느낍니다. 실제로 자신의 직군이 처한 직업적 어려움을 경청하는 자리가 많았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 초선 의원으로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어떤 정치인으로 국민들께 각인되길 바랍니까.
“만족스러운 시점이 있었는데요, 상임위 실시간 중계 댓글에서 ‘질의를 잘하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가장 뿌듯했습니다. 질의란 상대에 대한 파악을 잘하고 있어야 하고, 상임위 같은 경우 생중계되기에 국민들의 즉각적인 평가로 연결이 됩니다. 저 역시 ‘국회에 잘 착륙했다는 생존보고’와 같은 느낌이었어요.”
강유정 의원은 직업과 무관하게 변하지 않을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서는 ‘연민’을 강조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민주당 의원으로서 왜 국회에 있는지 망각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 의원이 되기 위해 사표를 냈나요, 아니면 휴직을 했나요.
“사표를 냈어요. 지금은 국회의원 직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훗날 후학을 위해 교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월간조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월간조선》은 한국의 맥(脈)이죠. 긴 세월 간 공과를 막론하고 한국 언론사와 함께해 온 역할을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