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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500만 부 작가’ 이지성이 말하는 ‘출판계에서 우파로 산다는 것’

“십자가를 딱! 짊어졌더니 다들 뒤에서 ‘안녕, 잘 가’”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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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왜 이렇게 됐느냐’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되긴요? 당신 때문이죠. 콩 심은 데 콩 나는 법인데, 아무것도 안 심었으니 황무지가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만날 이승만 타령만 하지, 아무도 그의 삶을 살려 하지 않아요. 그 정신을 계승하지도 않으면서, 우파에서 말하는 ‘이승만’은 도대체 누구죠?”

⊙ 책 500만 부 판 인기 작가… ‘우파 커밍아웃’ 후 ‘공공의 적’으로 살아
⊙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같이 외면한다면 그건 가짜 지식인”
⊙ 북한 인권 책 냈더니… 美 하버드서 폭발적 인기, 한국에선 ‘싸늘’
⊙ “출판계, 작가 스타로 만든 다음 사상 구축해나가는 ‘문화 통치’ 해와”
⊙ “자기 직업부터 가져야지, 유튜브 하는 게 우파운동이 아니다”
⊙ “지금 길을 잃은 건 우파지, 좌파가 아니에요”
⊙ “탈북민은 ‘미리 온 인류 평화’”… 신변 위협에도 이 일 하는 이유
사진=차이정원
  북한에서 탈북 경로를 거쳐 한국까지 오는 거리. 신간 《1만 킬로미터》의 뜻이다. 목숨 걸고 도망친 이들이 걷는 길, 그 굽이진 여정에 ‘김정은식 평화’는 없다. 납치·체포·살해의 위협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탈북민만이 있을 뿐이다.
 
  이지성(본명 高志成·49) 작가가 북한 인권 책을 냈다. 기존 인권 서적과는 많이 다르다.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1만 킬로미터의 길목에서 직접 겪은 일을 담은 수기(手記)다. 4000여 명의 탈북민을 구출한 ‘수퍼맨 목사’와 함께 장장 5년간 중국·태국·라오스 등지의 현장을 누볐다. 그 과정에서 아기를 등에 업은 채 3m 철책을 맨손으로 넘은 엄마와 한쪽 발목이 없어 들것에 실려 산을 넘은 중년 여성 등 780명의 탈북민을 구했다. 이 작가는 “이들이 보여준 것은 탈출이 아닌 자유를 향한 용기”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데…”
 
탈북민 구출 활동을 담은 이지성 작가의 신간 《1만 킬로미터》 사진=차이정원
  반응은 미국에서 먼저 왔다. 하버드대 출신인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FSI)’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Casey Lartigue Jr) 대표는 “지금 하버드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이 책을 읽는다”고 했다. 이 작가는 지난 5월 초 FSI의 주선으로 하버드대에 다녀왔다.
 
  ― 하버드생들이 진짜 이 책을 읽고 있던가요.
 
  “아직까지 영문판이 가(假)번역본인데도 여러 재학생과 교수, 졸업생들이 읽었다고 하더군요.”
 
  ― 소감이 뭐랍니까.
 
  “너무 감동받았다, 놀라운 이야기다, 특히 목숨 걸고 탈북민을 구출하는 것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대요. 저는 외려 그 반응에 충격을 받았죠.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데, 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환대를 받았으니까요.”
 
  이날 앤드루 클락(Andrew Clark) 하버드대 교수는 ‘정식 영문판이 나오면 하버드대 도서관에 넣겠다’고 약속했고, 캐서린 문(Katharine Moon) 웰즐리대 교수는 ‘케네디 스쿨에 이 작가가 특강할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며 작가와 만난 직후 케네디 스쿨에 보낸 제안 메일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크림슨(하버드대 학보) 150주년 기념식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약 500명의 하버드 출신 인사들이 모였는데, 《워싱턴포스트》 전 발행인, CNN 전 부사장, CNN 앵커 등은 이 작가에게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느냐. 영문판이 나오면 책 소개를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재학생 13명은 6월 6일 아예 한국을 찾기로 했다. 이 작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강연도 할 예정이다.
 
 
  5년간 780명 구출
 
하버드 크림슨 150주년 기념식에서 CNN 부사장을 역임한 마크 위태커(중간),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 FSI 대표와. 사진=이지성
  그가 본격적으로 탈북민 구출 활동에 나선 건 지난 2018년 ‘수퍼맨 목사’를 만나면서다. 이 작가는 예전부터 소외계층 봉사활동을 해왔다.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인문학 수업, 저개발 국가 학교 짓기 프로젝트, 북한 아동 후원 등이다. 이 과정에서 한 탈북 청년을 알게 됐고, 그 청년의 소개로 수퍼맨 목사를 만났다.
 
  이후 둘은 5년간 약 780명의 구출 활동을 함께 했다. 이 작가는 현장 활동은 물론, 탈북민 구출과 탈북 로드 정비 비용, 그리고 탈북민의 현실을 알리고 동참 후원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수퍼맨 목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 셈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을 떠나 중국과 라오스, 태국 등을 거쳐서 한국에 도착한다. 이 길 어딘가에는 늘 탈북민이 서 있다. 수퍼맨 목사와 이 작가는 매일같이 이런 연락을 받는다.
 

  ‘북한 보위부, 중국 공안에 1급 비상이 걸리게 한 현역 군인 신분의 무장 탈북민이 자신이 감시하던 여죄수를 데리고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향하고 있다. 지금 탈북민 중 한쪽 발목이 없는 50대 후반 여성이 있다. 앞으로 국경지대 산들을 넘어야 하는데, 들것에 실어야 이동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탈북 루트는 목사님이 대부분 개척한 것이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루트가 너무 알려져 위험해지면 호랑이가 나오는 산길, 독사가 우글거리는 밀림을 다니면서 또 다른 경로를 개척하죠.”
 
 
  私費까지 들여 ‘수퍼맨 목사’ 후원
 
  이 작가의 후원 조직 이후 수퍼맨 목사는 새로운 루트도 마음껏 개척했고, 더 많은 탈북민이 탈출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수퍼맨 목사 또한 “이지성 작가 덕분에 탈북민 구출 구조가 바뀌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작가는 부동산까지 팔았다.
 
  ― 그런데 왜 정부가 아닌 민간이 후원에 의지하고, 사비를 들여 이 일을 하는 겁니까.
 
  “북한인권법에 북한 난민을 구출하고 돕는 내용은 없는 걸로 압니다. 우리나라가 그래서 서독(西獨)이 못 되는 건지도 몰라요. 일본보다 북한인권법이 10년 늦게 제정된 것도 부끄러운 일이죠. 일본 정부 공식 납북자는 14명인 데 반해 우리 국군포로는 7만8000명이고, 현재 생존자는 150명, 후손까지 합하면 몇천 명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 사역을 명분으로 부도덕한 북한 선교 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는데,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수퍼맨 목사를 처음에 어떻게 신뢰하게 됐습니까.
 
  “북한 인권·선교계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사람들은 돈, 여자 문제에서 깨끗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목사님을 철저하게 검증해봤습니다. 제 선에서 가능한 한 탈탈 털어봤어요.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더군요. 다만 사소한 루머는 있었습니다. ‘사실 4000명이 아니라 1000명을 구했다.’ 일부 목사가 퍼뜨린 얘긴데,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게, 이 목사들은 수퍼맨이 어떤 브로커 조직을 이용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4000명 구출 사실의 증인으로는 저뿐만 아니라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와 탈북민 최초로 백악관에 초청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등이 있습니다.”
 
 
 
반신불수가 되도록 고문당한 북한 해커

 
  이지성 작가는 “수퍼맨 목사는 미국 내 북한인권법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과거 목사님과 함께 활동하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던 분이 있는데, 그분이 그때 수용소 내부를 최초로 촬영해서 수퍼맨 목사에게 건넨 일이 있습니다. 이를 목사님이 도희윤 대표에게 전했고, 도 대표가 《아사히신문》에 보내 크게 보도된 일이 있습니다. 그 보도가 북한 인권 운동을 세계적으로 촉발했고, 결국 미국 내 북한인권법 통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죠.”
 
  수퍼맨 목사는 ‘특별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구출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핵개발 관련 고위직, 인민군 고급 장교, 국가안전보위부·인민보안부 고위 관료, 국군포로도 있다.
 
  ― 이들을 직접 설득해서 탈북을 권하는 작업도 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본인의 의사 결정 후 목사님에게 연락이 가는 거예요. 웬만한 탈북 경로를 모두 목사님이 개척해놨기 때문에, 어떻게든 목사님과 연결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정보기관 등도 관여하게 되는 거고요. 지난해에도 39호실 소속 고위 관계자를 북한에서 일주일 만에 태국까지 데려왔습니다. 이 외 북한 내 상위 서열의 젊은 해커도 들어온 일이 있습니다. 이 해커는 중간에 비전문적인 다른 탈북 조직으로 갈아타면서 행적이 노출돼 중국 공안에게 잡혔어요. 반신불수가 되도록 고문을 당했더라고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文 정부 때 외교부 협조 안 해”
 
  죽음을 무릅쓴 탈출에는 죽음을 무릅쓴 구출이 뒤따른다. 수퍼맨 목사는 탈북민 구출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8번 체포되고, 감옥도 3번 다녀왔다. 총에 맞은 적도 있다. 북에서 파견한 2인 암살조도 따라붙은 상태라고 한다. 도희윤 대표 또한 《1만 킬로미터》에 “북한 정권이 실제로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수퍼맨 목사”라고 썼다.
 
  “워낙 신변이 위험하기 때문에 정보기관에서도 목사님을 보호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 때는 정보기관 관계자가 와서 ‘당신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이 해제됐다’고 통보했다더군요.”
 
  ― 지난 정권 때는 탈북민 구조 활동에도 제약이 있었겠군요.
 
  “문재인 정부 당시 정말 힘들게 복수의 탈북민을 어느 동남아국가 남부 지역까지 이동시킨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그 나라 공안에게 잡힌 뒤 인근 국가 야산에 버려졌다가, 그 인근 국가 공안에게 잡힌 뒤 또 그 동남아국가로 보내지고, 이 동남아국가 공안에게 다시 잡히는 등 난리가 난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냐면, 그 당시에는 외교부와 협조가 되지 않아서예요. 저희가 힘이 부족할 때는 그 지역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서 대사관 차량과 같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대사관 차량은 검문을 하지 않고, 탈북민들도 좌석에 누워 있기 때문에 무사통과가 돼요. 그렇게 대사관으로 데려다 놓고 한국으로 보내면 되는 건데, 문재인 정부 때는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거죠.”
 
  ― 그 탈북민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결국 수퍼맨 목사님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이를 얘기했고, 휴먼라이트워치에서 백악관과 독일 정부에 전달, 백악관과 독일 정부가 해당 동남아국가 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데려올 수 있었어요. 이런 게 문재인 정부 때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일이에요. 중국으로 강제추방돼 북송 위기에 처하고, 저희 팀원들은 체포당하고요.
 
  그런 문재인 정권의 당시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83%였다는 건 충격적이죠. 북한 인권을 외면한다는 이유로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 단체 47곳으로부터 ‘우려’와 ‘경멸’이 담긴 서한을 받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로부터 르완다, 민주콩고, 일본보다 더 많은 비판을 받은 것으로 세계적인 악명을 떨친 정권인데 말이죠.”
 
  이 작가 또한 북한의 주시 대상이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ESRC) 센터장이 “지난 몇 달간 수퍼맨 목사와 이 작가가 북한 최상위 해커에게 해킹당하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처음 전화가 왔을 땐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2019년 12월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북한 해커 교육을 받은 뒤, 미국으로 당장 떠나라고 했어요. 한국, 동남아 모두 위험하다고요. 그 얘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정신병자’ 취급을 하더군요.”
 
 
 
“계속된 구설로 정신병자 취급 받고…”

 
  ― 북한으로부터 실제로 생명의 위협 같은 걸 느낀 적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수퍼맨 목사야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암살 위험이 있죠. 저처럼 이름 알려진 사람 죽여서 좋을 것 없잖아요. 주시만 하되, 다른 전략을 쓰는 듯합니다. 도희윤 대표가 ‘작가님에게 이미 북의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하더군요. 듣자 하니 북한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매도하는 게 전략이라더군요. 돌아보면 일리가 있어요. 계속된 구설로 저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있고, 5년째 말하는 북한 인권 메시지는 다 사라졌죠. 뭐, 살려둔 것만 해도 어딥니까.”
 
  목숨 걸고 한 구출 활동과 그 결과물. 한국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 책은 잘 팔립니까.
 
  “처참한 수준입니다. 10만 부부터 본전인데, 1만 권 정도 팔렸어요. 거의 망한 거죠. 세금 떼면 인세(印稅)가 한 1200만~1300만원 되겠네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정치색이 뚜렷한 책이니, 우파 시민들이 사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더군요.”
 
  그는 지금까지 40여 권의 책을 냈다. 대부분 반응이 좋았다. 총 누적 판매 부수는 약 500만 부다. 인터파크가 2001년부터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 작가의 책이 국내 작가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1위는 공지영). 대표작은 《꿈꾸는 다락방》(2007년, 270만 부), 《리딩으로 리드하라》(2011년, 70만 부), 《에이트》(2019년, 30만 부)다. 《미래의 부》(2021년) 또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 《조국의 시간》은 한 달 만에 30만 부 이상이 팔렸는데요.
 
  “조국, 유시민은 전적으로 좌파 시민들이 키워준 거죠. 좌파 출판계는 작가를 스타로 만든 다음, 사상을 구축해나가는 ‘문화 통치’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런데 우파는 문화에 아예 무지(無知)하죠.”
 
  ― 국내 학교 도서관에는 이 책이 들어갑니까.
 
  “전교조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 한국 초·중·고등학교보다 하버드대 도서관에 먼저 배치될 수도 있겠군요.
 
  “그런 셈이죠.”
 
  ― 출판계에서 보수 우파로 산다는 건 어떤 겁니까.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혼자 서 있는 거죠. 혼자인 건 괜찮습니다. 한데 출판계는 ‘교과서’를 만드는 곳입니다. 그런 출판계에 번듯한 이승만 학습 만화 한 권이 없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마오쩌둥, 김일성은 있고, 대한민국 5000년 역사상 최대 위인이라 생각되는 이승만은 없어요. 이게 균형이 맞다 생각합니까?”
 
 
  “우파에서 말하는 ‘이승만’은 도대체 누구죠?”
 
이지성 작가가 제작 중인 이승만 학습 만화 중 일부. 사진=이지성
  그래서 직접 이승만 학습 만화를 만드는 중이다. 총 5권짜리인데 1권을 마무리한 상태다. 이르면 올여름 1권을 출간한다.
 
  “우파들은 이런 식입니다. ‘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전부 빨갱이 책밖에 없더라.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했다. 문재인 때문이다.’ 아니, 문재인 탓만 할 게 아니라 우파도 책을 만들면 되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하질 않아요. 간혹 나서는 사람이 생기면, 아무도 관심을 주질 않습니다. 그래놓고 ‘나라가 왜 이렇게 됐느냐’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되긴요? 당신 때문이죠. 콩 심은 데 콩 나는 법인데, 아무것도 안 심었으니 황무지가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만날 이승만 타령만 하지, 아무도 그의 삶을 살려 하지 않아요. 그 정신을 계승하지도 않으면서, 우파에서 말하는 ‘이승만’은 도대체 누구죠?
 
  제 주변에 여러 교수, 목사, 작가들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지식인’이죠. 처음 이런 가치를 공유했더니 다들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쳐주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아, 드디어 우리나라에 사상(思想)의 전환기가 도래했구나’ ‘지금 내가 나서면 숱한 지식인들이 내 뒤를 따를 것이고, 범(汎)국가적 사상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386 운동권은 퇴물이 되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로 거듭나겠구나. 희망이 보인다. 그 거대한 전환기의 중심에 내가 있구나’ 하면서 십자가를 딱! 짊어졌더니 다들 뒤에서 ‘안녕. 잘 가’ 하더군요.”
 
 
  “문화로 국가의 本을 세워야겠다”
 
  ― 차차 변화가 일지 않겠습니까. 이번 정부에서는 이승만 기념관도 세운다고 하고요.
 
  “기념관 건립 좋죠. 환영합니다. 그러나 ‘교육부터 선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기념관을 세우면 좌파나 중도(中道) 국민들이 가겠습니까. 이승만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잘못 배웠는데요. 국민들이 제대로 배워야 후원금이 모이고, 그 자금으로 기념관도 세우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거죠.”
 
  ― 기울어진 운동장을 함께 바로잡을 청년 작가를 모집해보면 어떻습니까.
 
  “자칭 우파 작가 지망생 15명 정도를 지원한 적이 있어요. 대출까지 받아가면서요. 나중에 보니 대부분 ‘생계형 우파’더군요. 능력이 없어 출판계에서 버림받고 갈 데 없으니 틈새시장을 노린 것을 보고 이후부턴 안 만납니다. 고마움을 모르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이들이었죠. 요즘도 가끔 ‘애국심만’ 내세우는 청년이 저를 찾아오곤 합니다. ‘먼저 취직부터 해라. 가능하면 큰 기업에 들어가라. 거기서 조직에 기여하는 게 애국이다. 자기 직업부터 가져야지, 유튜브 하는 게 우파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해줍니다.”
 
  원래는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였다. 달라진 건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다. 처음으로 ‘내 나라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는 “당장 적화(赤化)가 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문화로 국가의 본(本)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한 배경이다. 북한 인권 책과 이승만 만화책은 시작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때 면밀히 공부해봤습니다. 한국이 왜 이렇게 됐나. 자유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 뭘까. 그중 하나가 미국 한인들일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간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몰랐고, 알더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싸워야 합니까.
 
  “한국 안에서 해결할 게 아니라 미국 내 한인 사회와 미국 의회를 전쟁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만난 모(某) 교수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권을 연구해온 분이죠. 그 교수가 ‘미국에서 한국의 인권 문제는 곧 위안부 인권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하더군요. 위안부 문제가 미국 사회에서 한국 인권의 주류(主流)로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이는 좌파들이 30년 동안 미국 한인 사회, 의회를 통해 작업한 결과입니다.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이 작가를 보니 30년 전 한국의 좌파 인권 운동가들을 보는 것 같다’고요. 과거 한국에서 정신대 문제가 외면받자, 좌파들은 이미 30년 전 해외에서 먼저 붐을 일으켜 한국으로 역수출(逆輸出)할 전략을 세운 겁니다.”
 
 
  미국 내 종북좌파들
 
  ― 실제로 미국 내 종북 세력들은 ‘통일운동’을 기치로 굉장히 공고히 뭉쳐 있죠.
 
  “30년 전 민주화운동 하던 사람들이 떼로 미국으로 가서 ‘우리 민족끼리, 다 같은 민족이다, 평화통일해야 한다’면서 동포 사회도 구축하고, 하버드에 가서 영어로 위안부 논문도 쓴 겁니다.
 
  미국 한인 인권 단체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미국 한인의 70~80%가 좌파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브래드 셔먼, 버니 샌더스 같은 민주당 의원들을 지원하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협정,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인물들이죠.
 
  브래드 셔먼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는 ‘한반도평화법안(H.R. 3446·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을 발의한 인물로 이에 서명하는 의원들이 증가하는 추세예요. 지난해에는 공화당 의원도 1명 있었습니다. 매해 늘어나 앞으로 10년 뒤라도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대통령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에서 미군은 나가야 할 수도 있는 거죠.”
 
  해당 법안은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브래드 셔먼은 2022년 1월 13일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은 주한미군 철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미국 내 일부 보수 단체들은 “한반도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된다”고 우려 중이다.
 
  셔먼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과 이곳의 최광철 대표를 언급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 대표에게 꾸준히 후원금을 받는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았다.
 
 
  “만날 문재인·이재명 욕만 하는 우파”
 
  “국내 좌파 전선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에 모두 깔려 있습니다. 프랑스 상원에서도 한반도 종전선언, 평화협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죠. 좌파는 김일성의 길을 너무 충실히 가고 있어요. 온몸을 바쳐서 희생하고 헌신하면서 30년째 너무 많은 것을 일궜어요. 지금 길을 잃은 건 우파지, 좌파가 아니에요. 좌파가 보기에 유튜브에서 만날 문재인, 이재명 욕만 하는 우파가 얼마나 우습겠어요. 이제는 우리 모두가, 우리 아이들도 마실 수 있는 깊은 샘물을 파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 계획이 있습니까.
 
  “우선 북한 인권 내용을 담은 영문 소책자를 만들어 미국 의회에 배포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구축한 하버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래드 셔먼 등 의원들에게 똑똑히 전할 겁니다. ‘김정은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걸 알라’고요. 종전선언 반대를 주장하는 하원의원들과 공조할 방법도 모색할 계획이고요.
 
  북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북한 인권밖에 없습니다. 소련도 동독도 인권 때문에 해체가 됐죠. 미중 패권전쟁에서도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문제를 들고 나서야 합니다. 미국 사회에 북한 인권 메시지가 전파되기 시작하면, 과연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 한반도 평화통일을 외칠 수 있을까요.”
 
 
  “유대인과의 네트워크 형성 중요”
 
이스라엘 히브리대 니심 총장과 학생들. 지난 10월 방문해 이 작가와 만나 북한 인권을 주제로 대화했다. 이 작가 바로 옆이 니심 총장. 사진=이지성
  그는 “동시에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유대인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이미 실행에 옮긴 일이다. 5월 중순 이스라엘 히브리대, 하이파대, 텔아비브대 세 군데서 초청을 받아 강연한다. 주제는 한국 근현대사와 북한 인권이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식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가짜라는 것을 알리고 북한 인권에 기초한 진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히브리대 니심 오트마즈긴(Nissim Otmazgin) 학장과 8명의 학생이 한국을 찾아 이 작가를 만나기도 했다. 작가는 이때 ‘북한 문제는 유대인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유대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니심 총장에게 ‘북한이 핵을 한국에 쏘겠느냐. 안 쏜다. 김정은은 남한 점령을 원하는데, 왜 황무지로 만들겠느냐. 쏠려면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쏠 거다. 하마스 땅굴의 기술전수자가 바로 북한이며, 이스라엘 민족의 생명을 위협할 만한 아랍의 모든 게 북한에서 온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도 미국과 유대인의 힘을 잘 알고, 이들을 잘 움직여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켜냈잖아요. 마침 좋은 기회이기도 한 게, 에이팩(AIPAC,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이라는 유대인 단체가 2019년 최초로 북한 인권을 단체의 핵심 사안 중의 하나로 삼았습니다. 유대인들도 안 거죠. 더 이상 한반도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 작가는 이어 “한국 사회에서도 유대인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단순한 첫 번째 방법은 서울 시내 유대인 전용 호텔을 짓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 유대인과 만나며 ‘왜 한국에는 유대인 호텔이 없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는 80년 전통의, 대만 타이베이에는 20년 된 유대인 전용 호텔이 있습니다. 유대인이 방문하면, 이곳에서 극진히 섬깁니다. 일본, 대만 내 기독교 인구는 한국과 비교해 새발의 피인데도, 결국 본인들에게 유리한 일이란 걸 알기 때문이죠. 한국을 찾는 유대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히브리대 측에서는 학생들을 꾸준히 한국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호텔이 있으면 이들을 대상으로 마음껏 강연도 할 수 있어요. 이 학생들은 모두 수재(秀才)들입니다. 졸업 후 대부분 하버드, 스탠퍼드의 대학원에 간 뒤, 미국 굴지의 기업과 정계로 진출해 미국 주류 사회를 움직이는 인물들이 됩니다. 이 학생들을 한국 우파에 도움 되는 존재로 키워야 하는데, 지금은 한국에 와도, 커피숍을 빌려서 강연할 수밖에 없어요.”
 
 
  ‘우파 커밍아웃’ 이후
 
  이 작가는 전북 전주에서 초·중·고와 대학(전주교대 및 전북대 법대)을 다녔다. 강의를 듣는 날보다 도서관에서 책 보는 날이 더 많았다. 졸업 후엔 어찌어찌 교사가 됐다. 7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퇴근 후 돌아간 곳은 달동네 옥탑방이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엔 수억원의 빚이 있었다. 팍팍한 삶이었다.
 
  책이 안식처였다. 3년간 2000권을 읽었고 150권을 필사했다. 아이들에게도 고전(古典)을 읽혔다. 주(週) 4일간 30분씩. ‘그냥 문제집을 풀게 하라’는 학부모의 반발도 있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꼴찌반이 1년 만에 1등반이 됐다.
 
  2015년 차유람 전 국가대표 당구선수와 결혼했다. 이후 오랫동안 파주 출판도시에서 거주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설립한 출판사인 ‘돌베개’ 출신들이 만든 도시다. ‘우파 커밍아웃’ 이후 한동안 ‘공공(公共)의 적(敵)’으로 살았다.
 
  그러다 집 주소 노출 등 신변보호가 되지 않아 최근에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주민들이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사 소음이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는 이를 기각했다. ‘소음의 증거가 부족하다’면서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각 사실’은 빼놓고 ‘갈등 유발자’에 방점을 찍어 기사를 썼다. 유튜브 방송 ‘더탐사’는 한술 더 떠 집까지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렸다. 한바탕 소동으로 집 주소가 또 노출돼 수도권 모처로 다시 거처를 옮겨야 했다. ‘더탐사’에는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8월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강연을 맡은 그는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젊음과 여성의 이미지가 부족하다. 배현진씨, 나경원씨, 김건희 여사 다 아름다운 분이지만, 부족한 것 같고 당신(차유람 선수)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 날 것 같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이후 나경원 전 의원과 배현진 의원은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 재단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사과 글을 올리긴 했지만, 뭐랄까. 씁쓸한 면이 있어요. 그날 대부분을 할애한 북한 인권 메시지 등의 내용은 다 묻혀버렸거든요. 물론 여성 의원들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다만 ‘이지성 작가의 북한 인권 메시지는 강렬했지만, 말미에 그 발언은 아쉽다’고 했다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탈북민은 ‘미리 온 인류 평화’”
 
  ― 부인인 차유람 전 대표가 지난 6·1 선거 때 국민의힘 문화체육특보로 임명됐죠. 언급한 일련의 비전을 부부간 공유하고 있습니까.
 
  “처음엔 그랬는데요, 아내가 저와 엮여서 너무 많은 피해를 본 이후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내의 활동은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일입니다. 정말 순수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 가족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이런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요? 가족이 있어야 나라도 있는 거 아닙니까.
 
  “저는 나라가 먼저 살아야 가족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족이 더 소중하고 우선이죠. 그러나 나의 글을, 혹은 강연을 평생 내 가족을 배 불리는 데만 쓰면 그게 과연 진짜 작가일까, 진짜 지식인일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같이 외면한다면 그건 가짜 지식인이잖아요.”
 
  이 작가의 책을 보면, 수퍼맨 목사마저 그에게 ‘작가님은 도대체 왜 이 일을 계속하는 겁니까’ 하고 묻는 구절이 나온다. 그 이유를 장장 6페이지에 걸쳐 써놨는데,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상략) 북한 인권 운동가들은 탈북인들을 가리켜 ‘미리 온 한반도 통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탈북인들은 ‘미리 온 인류 평화’다. 필히 핵전쟁으로 이어질 제3차 대전을 막고, 온 인류에게 ‘북한 핵으로부터의 자유’를 선물하고 전 세계에 자유와 인권의 물결이 넘쳐흐르게 할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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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수    (2023-07-26) 찬성 : 2   반대 : 2
이지성 작가님 응원합니다
  negev    (2023-07-26) 찬성 : 2   반대 : 2
많은 우파가 합심하여 나라에 바른 가치관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를 세운 사람이 못 이룬 북한 통일 이지성 작가님과 우리가 이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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