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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한때 군주제 폐지 운동도 했던 영국 여성 세 번째 총리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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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국 총리실
  “함께 폭풍우를 헤치고 경제를 재건하자.” 리즈 트러스(47) 신임 영(英) 총리의 취임 일성(一聲)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월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 앞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대처와 메이를 이은 세 번째 여성 총리, 엘리자베스 여왕이 임명한 15번째 총리이자 찰스 3세 시대 첫 번째 총리. 군주제 폐지 운동을 했던 총리이기도 하다.
 
  트러스 총리는 진보 성향의 부모 아래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 머튼칼리지 재학 시절엔 중도 좌파 성향이었다. 옥스퍼드대 자유민주당 모임의 회장이었다. 졸업 후 석유 기업(Shell)과 통신 기업(Cable & wireless)에서 근무했다. 1996년 보수당에 입당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전향한 운동권’인 셈이다.
 

  에너지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중국 문제 등 당장 다음 달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국제적 위기와 산적한 과제 앞에서 영국 보수당이 트러스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첫째, 10년 넘게 내각에서 경험을 쌓으며 입증한 트러스의 국정 운영 능력이다. 그는 환경, 법무, 국제통상, 여성평등부에서 장관을, 교육부와 재무부에서 차관을 지냈다. 2019년 한-영 FTA 체결 당시 국제통상장관이었다. 작년부터는 외무장관을 맡아 브렉시트 이후 과제를 처리해왔다.
 
  둘째, 선명한 사상이다. 그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강력히 지지한다.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해왔다. 6일 연설에선 “러시아를 반드시 패배시켜야 한다”고도 선언했다. 여담이지만 딸 이름도 자유(Liberty)로 지었다.
 
  셋째, 위기를 돌파하는 강단(剛斷)이다. 그는 정치 멘토였던 마크 필드 의원과 한동안 혼외(婚外) 관계를 유지했다는 게 밝혀져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미안하다”면서도 “내가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상대는 내 남편”이라고 답했다. 사건의 본질을 언론과 대중에 정확히 짚어주는 야무진 답변이다. 다른 인터뷰에선 “나는 종교를 믿지만 때론 종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도 한 부족한 사람”이라며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러스 총리가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다. 첫째, 젊은 정치인을 키워낸 영국 정당의 힘이다. 보수당은 정치 신인에게 중진 멘토를 붙여준다. 가능성이 입증되자 내각의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국정 운영 경험을 쌓게 했다. 지도자로 키워냈단 얘기다. 한국이었다면 ‘특혜’니, ‘회전문 인사’니 말이 많았을 터다. 물론 보수당이 장기 집권해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둘째, 영국 총리를 배출한 옥스퍼드 PPE의 저력이다. 트러스는 옥스퍼드 PPE가 배출한 네 번째 총리다. PPE(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는 정치, 경제, 철학을 융합적으로 탐구하는 전공이다. 1920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개발됐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혼란해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개설했다. 옥스퍼드에서 개발된 후 영국 주요 대학들도 도입했다.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 보수당의 에드워드 히스, 데이비드 캐머런이 옥스퍼드 PPE 출신이다. 이번에 트러스와 당수 자리를 놓고 경쟁한 리시 수낙(42) 전 재무장관 역시 옥스퍼드 PPE 출신이다. PPE 동문의 대결이었던 셈이다. PPE 출신들은 영국의 정치, 언론, 시민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대학 순위에 연연하는 한국의 소위 ‘명문대’들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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