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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언더그라운드 DJ’ 이현종

나에게 종교는 작업, 예술은 담론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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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는 마에스트로가 아닌 디렉터”
⊙ “예술이 지향하는 방향은 관객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이현종(李炫宗·영어명 Daniel Schine Lee)
1987년생. 영국 첼시예술대학(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문학학사),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문학석사) 졸업 / 前 YG엔터테인먼트 패션&아트디렉터
이현종에게서 언더그라운드 DJ의 문화와 감성이 느껴진다.
지난 4월 ‘서울 스핀(Seoul Spin)’ 공연 당시의 모습이다.
  예술가의 관심사는 늘 실험적이다. 대중을 기꺼이 배반하려 꿈꾼다. 이미 예술 장르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무참히 꺾인 모던 시대를 넘어 포스터모던의 다양한 맥락 속에서 명멸(明滅)하고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동시대의·현대의) 예술이 갖는 시공(時空)의 개념은 그저 진부해졌다. 컨템포퍼리 예술은 탈(脫)운동(Post-movement)의 영역이다. 심오한 장르나 양식의 개념도 사라졌다. 조직적으로 집단화된 영역을 독립적인 개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티스트(Artist·예술가)는 더 이상 마에스트로(Maestro)가 아니다. 디렉터, 큐레이터, 컬렉터, 전술가, 언더그라운드 DJ, 관객 등 굴비 엮듯 이어진 네트워크의 한 지체(肢體)에 불과하다.
 
  영국의 명문 예술대학인 첼시예술대학(Chelsea College of Arts)을 나와 대학원 과정인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을 졸업한 이현종(李炫宗·32)씨는 새롭고 지적(知的)인 컨템포러리 예술에 뛰어들었다.
 
  그의 전공은 회화(Fine Art Painting). 스스로 순수예술 전공자라고 말하지만, 기자 눈에 그의 예술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한때 그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패션·아트디렉터(2009~2011)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공부를 마쳤다.
 
  이현종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는 특정하기 어렵다. 진지한 눈빛으로 느릿느릿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순수하게 보이다가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지나친 개성이 문화적 잡동사니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시각으로 느껴진다.
 
  그가 재즈·힙합·솔·하우스·테크노 음악을 소개하는 언더그라운드 DJ의 감성에 푹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의 단단한 예술관이 중산층의 고급스러운 지적 응답 같기도 하다. 이 작가의 말을 듣고 있자니 ‘힙합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나스(Nas)의 ‘스틸매틱(Stillmatic)’에 나오는 노랫말이 떠올랐다.
 
  ‘엄청 뜨거워서 보통 사람은 견디지도 못하지. 노예의 핏줄, 하지만 왕의 심장(It’s just hot until a nigga can’t take it no more. Blood of a slave, Heart of a King)…’
 
  혹은 ‘왕의 핏줄’ ‘노예의 심장’의 소유자일지도 모르겠다.
 
 
  시각적·청각적 감각과 그를 둘러싼 언어가 감각적 경험에서 벗어날 때…
 
작품 〈단어, 감각, 그리고 신호〉에서 한쪽 피험자는 헤드폰으로 소리만 듣고, 다른 피험자는 영상만 보게 했다. 그다음에 자신의 기억으로 소리와 영상을 조합하도록 했다.
  이현종은 1987년생이니 올해로 서른둘이다. 미혼. 젊다. 젊기에 조급해진다. 동시대 작가들과 다른 제작 방식과 눈에 띄는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어차피 치러야 할 ‘대결’이니까. 무작정 즐기는 일에 만족할 수 없지 않은가.
 
  작년에 만든 그의 작품 〈단어, 감각, 그리고 신호[메아리]〉(Words, Feelings and Whistle[Echo])를 주의 깊게 보았다. 그리고 설명을 들었다.
 
  “연출가로서 감각과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로, ‘파편적 작곡(fragmented compositions)’이란 용어를 창작했습니다. 시각적·청각적 감각과 그를 둘러싼 언어가 감각적 경험에서 벗어날(소외될) 때를 뜻하죠. 당연하게 인식·포착되는 것과 원활히 도달하지 않는 정보들의 불균형, 수많은 의사소통 체계에서 미끄러지고 실패하는 언어에 대해 고민하고자 합니다.”
 
  몇 번이고 그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씹을수록 개념이, 개념의 윤곽이 조금씩 보였다.
 
  “제가 고안한 멀티미디어 장치로,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영화 〈미치광이 피에로〉(1965)의 한 장면을 떼어 내어 영상과 소리를 분리시켰죠.
 
  한쪽 피험자(被驗者)는 헤드폰으로 소리만 듣고, 다른 피험자는 영상만 보게 했죠. 그다음에 자신의 기억으로 조합시키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떻게 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읽으며 텍스트를 이해하는지, 그 과정을 알기 위해 그런 실험을 했어요.
 
작품 〈단어, 감각, 그리고 신호〉에 사용됐던 멀티미디어 기기. 모니터TV, 턴테이블 박스, 키보드 스탠드, DVD 플레이어, 앰플리파이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쉽게 말해 한 피험자에게 영상 A를 보여주고 귀에는 영상과 전혀 다른 소리 B를 들려주는 겁니다. 또 다른 피험자에게는 거꾸로 소리 A를 들려주고 시각적으로 (청각과) 전혀 관계없는 영상B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우리에겐 올바른 정보를 찾고 스스로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때도 한 가지 자료만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주어진 자료에서 뭔가를 분리시킬 줄도, 뭔가를 더해 추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정보의 취합과 판단 능력에 대한 (사람의) 인식 문제를 들추고 싶었죠.”
 
  이 전시를 위해 그는 ‘우회(detour)’라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려 애썼다. ‘실제 행동이 존재하는지 의심하는 것(questioning where the action really is)’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단어, 느낌, 그리고 신호〉는 우리가 어떻게 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읽으며, 텍스트를 이해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구조물인 셈이다.
 
  “제가 이 장치를 고안할 당시엔 직설적으로 좌파와 관련된 영상을 틀어주고, 우파와 관련된 소리를 들려주려 했어요. 예컨대 힐러리 영상을 보여주고 트럼프 음성을 틀어주는 식이죠. 그러나 너무 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꼬아보려고 다른 영상을 택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처음 생각처럼 단순하고 직설적인 게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
 
 
  5개국으로 읽은 ‘사용자 약관’
 
  지난해 12월 런던에서 한 퍼포먼스도 기억에 남는다. 실험 제목은 ‘흠 에디션 15(HMN edition 15)’. ‘흠’은 일종의 콧소리일까. 소리 실험인데 퍼포먼스 초청자 중에는 우주의 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있고 BBC 성우, 음악인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 실험적 세션은 파인아트디렉터이자 교수인 앤 타일렌타이어(Anne Tallentire), 저명한 예술잡지 편집자 중 한 사람인 크리스 와실락(Chris Fite-Wassilak)이 진행했다.
 
  “저는 소리가 무엇이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싶었어요. 지리적으로 서로 다른 5개 지역 사람들을 모았죠. 저도 퍼포머(performer)로 참여했는데 한국어, 힌디어, 아랍어, 슬로바키아어, 취어(TWI·가나의 아샨티 부족어)를 말할 줄 아는 이들에게 영어로 된 ‘페이스북 사용자 약관’을 보여주면서 자국어로 약관을 번역하라고 했죠.
 
  실험형식도 5명 모두 관객 속에 앉았다가 한 사람씩 관객 밖으로 나와 큰 원형을 그리며 각자의 언어로 약관을 읽었어요. 관객 대부분이 영국인인데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페이스북’ ‘인터넷’ 같은 명사들이었죠. 이런 단어조차 5개국 언어로 낯설게 들렸을 거예요.
 
  마지막에는 동시에 페이스북 약관을 영어로 말하도록 해 퍼포머가 표현한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이 깨닫게 했죠. 저는 이 실험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보통 페이스북 약관을 사람들이 안 읽고 지나가버리잖아요.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말이죠. 약관은 아무리 자국어로 쓰여도 외래어처럼 낯설어요. 중요한 정보를 외면하는 인터넷 문화를 꼬집고 싶었죠.”
 
  그의 작품은 많은 면에서 성찰적인 측면이 눈에 띈다. 관습적인 현상이나 이미지, 혹은 무의식적인 정보 인지(認知) 패턴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관객 지향적이다. 소통을 중시한다.
 
  ―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들은 누구인가요.
 
  “20세기 독일 태생의 미국 화가인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같은 분들입니다. 예술(교육)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회(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이를 ‘사회적 조각(social sculpture)’이라 불렀죠.
 
  요셉 보이스의 아이디어를 퍼포먼스로 실험한 폴란드 출신의 크지슈토프 보디치코(Krzysztof Wodiczko),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이미지와 그에 따른 위험, 오해와 관련한 일련의 미디어 작업과 에세이를 쓴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현대예술의 진화를 대중문화 및 서브컬처의 현상들(예를 들어 언더그라운드 DJ 문화)과 비교하며 책을 쓰고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온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 컨템포러리 사운드나 영상과 관련한 뉴미디어 아티스트 하룬 미르자(Haroon Mirza) 등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기자가 들어본 예술가는 아무도 없었다. 주류 예술에만 익숙했던 탓일까.
 
  이현종은 힙합하는 뮤지션처럼 머리를 짧게 깎았다.
 
  ― 머리는 항상 짧게 깎나요.
 
  “편해서요. 제가 뭐… 힙합 좋아하고 그래서….”
 
  서른두 살 청년은 수줍어했다.
 
  ― 주로 어떤 음악을 듣나요.
 
  “다양하게 다 들어요. 시기별로 좋아하는 게 달랐다고 할까요. 록도 초기 R&B 성향이 강한 록,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하던 랩 메탈도 들었고요.”
 
  ― 랩 메탈?
 
  “힙합이랑 록이랑 섞은…. 힙합도 많이 들었고요. 최근 5년간 들은 음악은 재즈 기반의 솔, 펑크, 디스코, 하우스, 테크노 등이죠. 하우스, 테크노도 사실 재즈에서 나왔어요. 재즈라는 개념으로 파생된 음악들이 대개 실험적인 게 많아요. 백인은 보컬과 기타가 중심이지만, 흑인은 드럼이나 베이스의 그루브(groove·‘리듬과 어우러진다’는 의미)를 강조하죠. 재즈의 배경이 되는 베이스와 드럼으로 만든 실험적 사운드가 하우스, 테크노죠. 가장 현대적인 음악입니다.
 
  이런 음악은 흑인이나 라틴, 게이 커뮤니티 같은 데서 유행했고, 미국 흑인 커뮤니티조차 비주류로 취급받았어요.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주목을 받아서 일반 대중은 하우스, 테크노가 유럽 음악으로 알지만, 원로 DJ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대개 미국 흑인이나 라틴 커뮤니티 쪽 사람들이죠.”
 
 
  재즈, 솔, 하우스, 테크노, 리믹스까지…
 
컨템포퍼리 예술가 이현종.
  이 작가는 최근 DJ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평소엔 (예술)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이태원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하우스 음악 위주로 DJ 활동을 한다”고 귀띔했다.
 
  ― 언더그라운드 DJ와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게 어떤 관련이 있나요.
 
  “사운드 퍼포먼스도 궁극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죠. DJ 역시 예술가처럼 주어진 시간 동안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죠. 단순 취미나 음악적 취향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제 감각적인 부분을 살릴 수 있는 활동이라 생각해요. 재즈 기반의 하우스랑 테크노가 탄생한 배경도 기발하고 재미있는 인류의 발명품, 아닐까요? 그런 음악도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그는 몇몇 언더그라운드 DJ와 의기투합해,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서울 스핀(Seoul Spin)’이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큰 틀의 주제를 정해놓고 초청된 DJ가 음반을 소개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행사였다.
 
  “서울 스핀은 우리가 듣는 음악의 뿌리에 대해 고민하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어요. 옛날엔 음반 카탈로그에 적힌 깨알 같은 글까지 다 읽었잖아요. 요즘엔 정보가 넘쳐나니 오히려 소홀하게 다뤄요. 그래서 서울 스핀을 고안했어요. 어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설명할 사람을 선택한 다음 바에서 음악을 들려주면서 설명까지 하는 식이죠.
 
  1회 때는 서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의 대학원 동기인 ‘이브라임’이 한국에 왔을 때 부탁했죠. 우리가 듣는 클럽음악의 기반, 재즈의 기반이 서아프리카 음악이에요. 그곳에서 미국과 카리브해 쪽으로 넘어간 이들이 (재즈를) 만들었죠. 감비아, 세네갈 음악을 소개하면서 뿌리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DJ 코난’은 레게와 힙합의 기원과 ‘리믹스’ 개념에 대해 이야기했죠. 모든 사람은 창작이란 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이라 여겼지만 리믹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깼어요. 기존 소스를 재조합해도 충분히 유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어요.
 
  ‘DJ 자말’은 한국에서 표현된 솔과 펑크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1970~80년대를 거쳐 미국에서 넘어온 흑인음악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우리 가락으로 어떻게 소화하고 해석했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죠.
 
  저는 재즈에서 파생된 하우스 음악과 1970년대 실험적인 재즈 사운드에서 나오는 여러 시도에 대하여 얘기했죠. 수십명의 관객이 오갔지만 절반 이상이 본인의 레코드를 손수 들고와 자연스레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가 됐어요. 핑크 플로이드에서 힙합에 자주 샘플링되던 재즈 트랙까지 공유했어요.
 
  다양하고 평소 익숙지 않았던, 혹은 관심이 떠나간 사운드까지 경청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다들 유익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 2회 때는 어떤 음악을 소개했나요.
 
  “2회 주제는 ‘베이스 라인’이었어요. 베이스 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흔히 힙합이나 랩을 잘한다고 할 때 박자에 맞춰 랩을 하는 게 아니에요. 박자의 엇박을 때리는 게 랩을 잘하는 거예요. 엇박을 탈 줄 아는 게 래퍼의 실력이죠. 엇박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그루브’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런 리듬이 재즈에서 나온 것이죠. 그루브한 음악은 박자를 가지고 놉니다. 드럼은 8비트를 치지만, 멜로디 라인은 16비트로 쪼개어 연주합니다. 멜로디 라인이 정박이 아닌 엇박으로 아슬아슬하게 박자를 맞추죠.
 
  그런데 백인 음악은 기타·피아노로 멜로디를 만들어요. 베이스 소리가 거의 안 들리죠. 드럼도 백인들은 정박으로 들어갑니다. 백인 음악을 트는 클럽에선 사람들이 왼쪽 오른쪽, 원투 스텝으로 몸을 흔듭니다. 그러나 흑인 클럽에 가보면 손은 오른쪽, 어깨는 앞뒤로 흔드는데 엉덩이와 하체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요. 몸으로 표현되는 각도도 45도에서 275도까지 다양하죠.”
 
  서울 스핀 2차 공연 때 베이스 라인을 주제로 각 DJ들이 소개한 음악은 이렇다.
 
  케니 딕슨 주니어(Kenny Dixon Jr)의 ‘January’(1996), 체인지(Change)의 ‘Paradise’(1981), 피트 록 & CL 스무드(Pete Rock & CL Smooth)의 ‘The Creator’(2008), 재즈노바(Jazzanova)의 ‘Atabaque’(2010), 로니 조던(Ronny Jordan)의 ‘On The Record’(2001) 등이다.
 
 
  “神은 존재하겠지만 그 神은 모두에게 다르지 않을까요?”
 
지난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을지로의 한 갤러리에서 진행한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 팸플릿이다.
  ― 언더그라운드 DJ 활동이 순수예술의 영역인가요.
 
  “네. 과거엔 회화, 조각 같은 장르가 순수예술이라고 했지만 현대는 경계가 없어요. 작가는 그런 경계를 허무는 존재죠.”
 
  ― 왜 허물어야 하나요.
 
  “원래 예술이라는 게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발상에서 나옵니다. 발상의 전환에서 예술이 돼야 하는 게 옳은 것 같아요.”
 
  ― 기존 장르 안에서 하면 안 되나요? 꼭 경계를 없애야 합니까.
 
  “틀에 박히면, 종교 회화처럼 됩니다.”
 
  ― 종교 페인팅은 예술이 아닌가요.
 
  “아뇨, 그것만의 매력이 있겠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운동)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역사에서 종교를 보면 반항심을 갖게 하는 요소들이 수두룩해요. 유럽여행을 가도 종교 회화를 보는 것에 흥미가 없어요.”
 
이현종 작가가 즐겨 듣는 LP들과 턴테이블, 책들. 지난 6월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손때가 묻은 다양한 물건들을 전시했다.
  ― 유럽 성당에 가면 저절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나요.
 
  “아뇨, 저는 빨리 나오고 싶어요. 현대예술 작업하러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죠.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사람 구경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 본인의 종교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나요.
 
  “신은 존재하겠지만 그 신은 모두에게 다르지 않을까요? 자신이 믿기 따름이죠. 남들이 무엇을 믿건 상관없지만, 자신이 믿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저는 대개 반감이 생깁니다. 저에게 (예술)작업이 종교죠.
 
  제가 생각하는 예술적 가치가 흔들리지 않게, 그 초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죠. 매일 노력하고 매일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려 합니다. 제겐 이런 행위가 종교적 행위입니다.
 
  매일 운동장을 뛰는 축구선수는 몸을 단련시키는 생활습관이 종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님이든 누구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어요. 물론 신만의 규율이 있다면 그것도 존중받아야 하겠죠.”
 
지난 6월 ‘데일리 프로젝트’ 당시 전시된 이현종 작가의 물건들. 그가 고안한 멀티미디어 장치, 턴테이블, 운동복, 유화도 보인다.
  작가 이현종은 지난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서울 을지로의 한 갤러리에서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었다. 말이 전시회지 공들여 만든 ‘작품’은 없었다. 그저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작가가 입던 옷과 낡은 신발, 턴테이블, 즐겨 듣던 LP, 심지어 단상을 적어놓은 다이어리까지 있는 그대로 전시했다.
 
  “제 작업실과 생활공간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옮겼어요. 홍보를 많이 안 했는데 수백명이 물어물어 찾아왔어요. 이분들을 맞이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매일 8시간 동안 붙박이로 앉아 있었죠. 보통 전시장에 가면 작가와 소통할 기회가 없잖아요.
 
  작가의 소장품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전시라는 문맥 속에 있지만, 마치 누군가의 집에서 본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장품, 사진, 책과 사연 등, 인생의 가치관과 취향을 엿볼 수 있으니 흥미롭지 않나요? 저는 전시공간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아날로그적 대안으로 제시했죠. 현대예술에서 작품이란 무엇이고 작가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죠.”
 
 
  미래의 작가는…
 
이현종 작가가 그린 그림과 찢어진 청바지.
  ― 찾아오는 관객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요.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가 모아온 자료들을 공개했죠. 제겐 ‘사람’이 가장 좋은 예술적 소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료들이 무궁무진하죠.
 
  제가 생각하기에, 미래의 작가는 프로듀서 개념으로 바뀔 것입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아티스트는 프로듀서가 되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식이죠. 제가 기획한 ‘서울 스핀’도 그런 차원입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주변에 많아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어떤 아이디어를 기획한 다음에 뭔가를 보여주고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나요? 관객 또한 그런 전시를 오래 기억할 겁니다. 아티스트가 마에스트로처럼 보이는 작업은 구시대적이죠. 관객과 거리감을 두고, 관객의 접근을 배제하는, 어떤 신적인 모습이어선 곤란해요.”
 
  ― 자신의 예술관을 설명해주세요.
 
  “예술이 시각적인 언어로만 존재하는 시기는 지났어요. 예술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야 합니다. 예술이 지향하는 방향은 관객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관객을 능동적으로 끌어들이는 게 작가와 갤러리의 역할입니다.”
 
 
  “결국 고기는 혼자 잡아야 해요”
 
  ― 꿈이 뭔가요.
 
  “꿈은 ‘작업’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교육)이라는 틀을 바꾸고 싶어요. 지금의 학교교육은 ‘넌 그림 못 그려’ 하는 패배자를 만드는 교육이에요. 0.1% 일류 미술대 가려는 학생을 위한 공부죠. 예술은 정답이 없어요. 누가 누구보다 사과를 잘 그리는지 따지는 방향성이 창의성을 갉아먹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가 기억나요. 말썽꾸러기 친구가 사생대회에서 백지에다 한글로 ‘피카소’라고 써냈어요. 선생님이 친구를 불러 야단쳤죠. 제가 미술이론을 배워보니, 그 친구의 행위가 진짜 현대예술이었어요. 자신의 생각을 ‘피카소’라는 상징적인 인물로 풀어갔던 것이죠. 아이에게 ‘왜 그렇게 했니. 메시지가 뭐냐. 그렇게 해서 어떤 파장을 낳고 싶었느냐’고 묻고 대화하는게 예술이지요. 정답을 정해놓고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게 예술이 아닙니다. 예술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담론 형성 과정에 주목하는 사람이죠. 예술은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묻고 질문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예술인 것이죠.
 
  (영국의) 왕립예술학교는 제게 기술적인 것을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대신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고 질문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 고기 잡는 법을 배웠군요.
 
  “결국 고기는 혼자 잡아야 해요.”
 
  ― 그렇지만 연령대에 맞는 가치 있는 지식은 학습을 통해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예술교육에 있어 담론의 방향이 맞다고 봐요. 솔직히 인류 역사가 증명하잖아요? 가깝게는 실리콘밸리가 증명했죠. 창의적 IT를 개발한 아이디어는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 아니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당장엔 돈이 안 될 테지만 시장(市場)은 혁신가의 생각을 좇아 길을 만들 겁니다. 예술가들의 작업은 결국 사회·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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