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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공한 ‘교육 실험의 주역’ 이대영 교장의 현안 진단

“대책 없는 反日 감정 표출 ‘약자의 슬픈 외침’에 불과”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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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島로 주소지 옮기고, 위안부 소녀상 세운 교육자가 보는 韓日 갈등
⊙ “자사고 폐지, 왜 선전포고하듯이 여론전부터 펼치는지 안타까워”
⊙ “文 정부의 ‘고교 학점제’ 꼭 필요… ‘고교 무상교육’은 예산 잘 살펴야”
⊙ “다양한 교육을 위해 단위 학교의 판단 중시되는 ‘학교자치제’ 정착돼야”
⊙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한 덩어리 돼 일군 이대영 교장의 ‘교육 실험’

李大寧
1959년생. 공주사범대 생물교육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이학박사 / 중랑중·성동고·구정고·금옥여고·수도여고 교사, EBS 강사,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 장학관,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권한대행 / 現 무학여고 교장
  이대영(李大寧·60) 무학여고 교장은 일반 인문계 고교도 특목고에 버금가는 입시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한 교육가다.
 
  서초고등학교 교장(2013년 3월~2017년 2월) 재임 시절, 인근 서울고, 반포고, 양재고, 개포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非)선호 학교’로 꼽힌 서초고를 ‘대학입시 우수 학교’ 반열에 올려놨다.
 
  일례로 서초고는 2014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에 수시 전형을 통해 11명을 입학시켰다. 이웃에 있는 반포고, 양재고, 개포고 등을 앞섰다. 서울고가 12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켜 서초고보다 숫자로는 한 명 더 많지만 서울고가 16학급이고 서초고가 12학급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진학률은 더 높은 셈이다.
 
 
  교육 전문가가 바라보는 최근의 현안
 
2012년 1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설 이화·금란중에서 이주호 당시 교과부 장관과 이대영 서울시 부교육감(앞줄 왼쪽)이 이 학교 선생님,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모범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조선DB
  특이하게도 그는 역사 비(非)전공자임에도 나라사랑 교육을 강조한다. 2013년 초 자신의 본적지를 부인과 함께 독도로 옮겼다. 교사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본적지를 독도로 옮길 것을 권하고 다닌다. 서초교 교정에는 국내 학교로선 처음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고,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행정 고위 공무원으로서 자기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당시 서울시 교육감인 곽노현씨가 구속되자 부교육감이던 이대영씨는 교육감 권한대행 자리에 올랐다. 이때 특정 정치단체가 주도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문제를 제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서울시의회에 재의(再議) 의사를 전했다. “교육청이 만든 조례가 아닌 외부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라는 게 당시 그의 ‘거부의 변(辯)’이었다. 이 일로 ‘무서운 돌파력을 갖춘, 교육감을 뛰어넘는 권한대행’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일선 교육 현장과 교육행정 고위직을 두루 거친 이대영 교장은 최근 우리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자사고(자립형사립고등학교) 논쟁, 한일(韓日) 갈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를 만나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각종 현안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시각은 물론, 우리 교육이 풀어야 할 난제(難題)가 무엇인지 폭넓게 들어봤다.
 
 
  입시 목매는 학부모도 ‘역사교육’에 호응
 
2013년 9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이대영 교장과 학생, 학부모들이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위안부 피해자를 초청해 강연도 갖고 독도(獨島)로 주소지도 옮겼는데, 이유가 뭡니까.
 
  “자라나는 2세들에게 영토권과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죠. 그렇게 마음먹은 게 독도로 본적을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서초고 교장으로 부임하기 직전인 2013년 초 일입니다. 제 아내도 함께 옮겼어요. 고위 공직자 중에는 제가 처음이에요. 비슷한 맥락에서 학생들의 참여로 교내에 위안부 소녀상을 건립해 영토권과 주권(主權)을 잃은 민족이 얼마나 처절한 지경까지 갈 수 있는지 깨닫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직접 모셔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 걸로 기억해요.”
 
  ― ‘위안부 소녀상’ 건립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겁니까.
 
  “한일(韓日) 간의 대척점에 있는 문제가 위안부와 독도 영유권 문제라서 아이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 제고와 역사적인 사실을 분명히 하고자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게 됐어요. 우선 학교에서 기본 안(案)을 디자인했어요. 그다음 서울 교육계에 있는 조각 등 미술 분야를 전공한 선생님들을 모시고 디자인에 대한 협의와 소녀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교내에 세우는 조형물이므로 위안부 도록(圖錄)에서 비교적 평온한 인상의 여인을 찾아 모델로 삼았죠. 제작 과정에 희망 학생들을 참여토록 했고요. 제작 현장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도록 한 겁니다. 건립 후 소녀상을 관리하는 학생 자율 동아리가 만들어지더라고요.”
 
  ― 이러한 ‘나라사랑 교육’이 갖는 의미는 뭡니까.
 
  “나라가 환란(患亂)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 한 몸 던질 수 있을까’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 스며드는 ‘나라사랑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이루어지는 역사수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직접 탐방하고 체험하는 역사교육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올바른 역사인식이 곧 나라사랑이자 인류사랑입니다.”
 
  ― 입시에 목을 매고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러한 역사교육을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학생들의 모든 활동은 공짜가 없어요. 반드시 그에 대한 격려와 보상(補償)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름의 다양한 스펙을 쌓을 수도 있고 면접에서도 유리한 것을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학생들의 활동이 기록되고 적정 인원에 대한 학교장의 표창도 주어지죠. 나중엔 횟수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이 신선한 아이디어까지 내더라고요.”
 
 
  “학생들 日에 분개하겠지만, 성숙한 시각 보여”
 
  ― 몇 년 전부터 역사교육에 정치논리가 개입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괴이하고 부끄러운 일이죠. 늘 그렇듯이 아이들은 문제가 없어요. 항상 어른들이 문제죠. 저는 40여 년 교직생활 하면서 확고한 생각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입니다. 역사교육 논란의 책임을 논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는 정파(政派)싸움으로 역사를 이용하는 것은 죄악(罪惡)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있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실이 전달되고 그에 대한 판단은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해요. 역사는 팩트이지 다양성이 아니라고 봅니다. 사관(史觀)을 강요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돼요. 굴욕의 역사도 우리의 역사라는 각오로 우리 2세들이 정확한 팩트를 알고 성장했으면 합니다.”
 
  ― 일선 학교에 배포하려던 ‘친일인명사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역사학도가 아니라 이해가 깊지는 않지만, 내용의 진위(眞僞)를 떠나 논란이 되는 서적을 교육청이 나서서 예산을 꼼수로 집행하는 게 거북했습니다. 교육청이 일괄 구입해 배포하는 부담을 학교로 떠넘긴 게 좋지 않게 보인 거죠. 자신들이 의지를 갖고 하는 일을 학교에 구입예산을 주고 사라고 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어떤 인사들이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알 필요가 있어 구해 보긴 했어요. 하지만 학교교육 활동을 왜곡하려는 의도에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어 예산집행을 거부했습니다. 교육은 교육감 개인의 철학이나 특정 정파에 의해서 획일화하거나 마구잡이로 흔들면 안 됩니다.”
 
  ― 과거 일본의 강제 징용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일본의 태도에 매우 실망입니다. 문명국가의 일원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드러내는 것에 소름이 끼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대(對)일본 규탄 구호나 외치게 하는 등의 대응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정공법으로 협상을 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런 어려운 상황이 정리되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은 불안하니까요. 대책 없는 감정의 표출은 ‘약자의 슬픈 외침’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특히 정치권이 국가적 위기상황임을 같이 인식하고 정파를 떠나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일본 물건을 팔아주지 말자’는 식의 대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 일선 고교생들은 이번 한일 갈등을 어떤 관점으로 봅니까.
 
  “아이들에게 반일(反日) 감정을 앞세워 선동하면 분개하고 일어설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학생들은 어른들이 알고 있는 그 이상을 알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자신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성숙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거죠. 우리 학교 ‘나라사랑’ 관련 자율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나라사랑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요.”
 
 
  “공교육 평등화 위해 자사고 없앤다는 주장, 동의 어려워”
 
이대영 교장은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진=이대영 제공
  ― 최근 이슈가 된 ‘자사고’ 문제에 대해 묻겠습니다. 이 정부가 왜 자사고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고 봅니까.
 
  “현 정부의 철학상, 자사고라는 고교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이유는 알 수가 없죠.”
 
  ― ‘수월성(秀越性) 교육 측면에서 자사고는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교육의 평등화를 위해 서열화를 조장하는 자사고는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섭니다. 뭐가 더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까.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또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의 질이 높아진다고도 보지도 않고요. 다만 교과수업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자사고에 많이 지원해 교과성적이 일반고 아이들보다 전체적으로 높은 정도라고 봅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지속적인 투자 등을 통해 열과 성을 다하는 학교도 있지만, 여건상 미흡한 학교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공교육의 평등화를 위해 자사고를 없앤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왜 동의하기 어려운 겁니까.
 
  “기존에 있던 학교가 스스로 형태를 바꾸지 않는데 인위적으로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죠. 현재도 재정 등 여러 이유로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들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자사고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도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자사고에 진학하는 게 일반고 진학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자사고가)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요. 왜 선전포고하듯이 교육감들이 나서 여론전부터 펼치는지 안타깝습니다. 어느 정권이었든 정부에서 용인한 학교 형태이고 수요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면, 반발과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죠.”
 
  ― 평소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온 모 교육감의 아들이 영국 명문대에 진학했는가 하면, 비슷한 입장을 가진 모 교육감의 자제도 외고(外高)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쎄요. 그분들이 교육감 되기 전, 지금과 같은 현실 인식이 없을 때 자제들을 특목고에 보냈거나 명문대에 보낸 행위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文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학점제’는 필요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대영 교장. 사진=이대영 제공
  ― 자사고의 대표 케이스로 거론되는 전주 ‘상산고’ 모델은 공교육의 성공 케이스입니까. 일각에선 ‘의대(醫大)사관학교’라며 그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성적 우수한 아이들이 학교 여건을 보고 전국에서 모여들다 보니 그런 대학 진학 결과가 나온 겁니다. 공교육의 성공 케이스인지 아닌지는 논의할 바가 못 된다고 봅니다. 종단(縱斷)연구(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의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 등의 자료가 없으니까요. 공교육의 성공 케이스라면 그 아이들이 입학하기 전과 그 학교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는지, 그걸 따져봐야죠. 단지 선호대학을 많이 간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 또한 교육에 있어 문외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학점제’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2022년 시행될 계획이던 이 정책은 3년 뒤로 미뤄졌습니다.
 
  “꼭 필요하고 가야 할 방향입니다. 다만 연수 등을 다녀보면서 느끼는 점은 현실적으로 미비한 점이 너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리라 믿습니다.”
 
  ―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 역시 우리 교육 현실에 맞다고 봅니까.
 
  “국가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데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학 교육도 유럽의 몇 나라처럼 무상으로 실시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국가가 쓰는 어떤 형태의 예산이든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하죠. 줄어들고 있는 우리 후세들이 장차 소득을 창출해서 부담해야 할 부분임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고요. 우리 국가 역량만큼 하면 좋겠습니다.”
 
  ― 획일화된 수학능력시험 제도에서 벗어나 ‘대입 본고사 부활’ ‘기여입학제 도입’ 등 대학에 선발 자율권을 주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요.
 
  “한마디로 할 수만 있다면 대학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유수한 대학의 교수마저도 자기 학교에 수학문제 하나 더 잘 풀 수 있는 아이들 데려오려고 애를 쓰는 현실이 안타깝죠.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먼저라고 봅니다. 또 절대 대학입시를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학부모와 아이들은 곧바로 ‘불안 마케팅’의 희생양이 되기 때문이죠.”
 
 
  교원단체 조합원 급감하는 이유
 
  ― 몇 년 전부터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전교조뿐 아니고 교총(敎總・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다른 교원단체의 회원 수도 줄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현재의 선생님들 의식과 괴리된 단체의 운영방식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의 선생님들은 자기 중심적인 판단의 준거(準據)를 가지고 있어 지극히 개인적이에요. 좋게 표현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서 본인에게 이익이 되면 동참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무관심하죠. 그들이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지 않는 한, 신규 가입자는 계속 줄어들 겁니다. 특히 교원단체가 교육 외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집단행동을 하는 데 대한 반감도 조합원 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 서초교 교장 재임 중 낸 괄목할 만한 성과가 눈에 띕니다. 입시에서 인근 학교에 비해 좋은 성과를 냈던데, 비결이 뭐였나요.
 
  “입시결과는 아이들이 거두는 노력의 결과로 봅니다. 다만 학교는 올바른 방향과 효율적인 안내자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초고에서는 바로 그 부분을 제대로 했고,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다양한 인사와 프로그램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진로진학정보역량강화사업’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학교에 대한 신뢰 제고와 사교육에 불필요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하고 유도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맞춤형 1:1 진로진학 지도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내고, 입시 컨설팅을 통해 최고의 전문가에게 무료로 상담을 받도록 했습니다. 특히 학부모가 함께함으로써 아이와 부모가 진로와 진학할 대학 등에 대한 수준 등을 공유하게 해주었던 거죠. 무엇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컨설팅해줘 효율적인 입시 준비가 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학생부 기재요령, 자기소개서 쓰기 및 지도, 그리고 면접요령까지 지도해주었습니다.
 
  특히 갓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을 활용한 면접요령과 학과 선택 시 유의점 관련 컨설팅의 효과는 매우 컸습니다. 입시를 막 치르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험은 사교육 시장이나 현장 교사들의 지혜를 뛰어넘는다는 판단을 한 거죠.
 
  일례로 서울대 사회학과에 진학한 한 학생은 선배의 조언을 듣고 특정 교수의 논문을 숙지하고 갔는데, 면접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 적이 있어요. 요즘 같으면 ‘문제 유출이 됐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었겠죠. 선배들을 활용한 컨설팅 효과는 아이들의 진학결과로 입증됐습니다.”
 
  ― 그때 실시한 ‘저글링 교육’이란 건 뭡니까.
 
  “저글링은 때와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에요. 특히 저글링은 청소년뿐 아니고 노년층까지 두뇌의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저글링 교육을 통해서 즐거움과 학습에 대한 집중력을 증진시키고자 전교생을 대상으로 저글링 교육을 실시했어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함은 물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을 때 인근 노인정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할 정도였어요. 아이들이 저글링 봉사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의 효과도 톡톡히 봤어요.”
 
  ― ‘행복교실’도 조금 특이하던데 어떻게 나온 발상인가요.
 
  “교육 현장의 최소 단위, 즉 셀(cell)은 ‘학급’입니다. 학급 내에서 학생들 간, 학생과 선생님 간에 갈등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행복교실의 개념입니다. 갈등이 없어지면 서로를 위하고 도와주는 일만 존재하므로 학교폭력도 자연히 있을 수 없겠죠. 이게 바로 행복교육이고 행복교실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됐지만, 정신과 교수로 뇌(腦) 연구에 전념했던 박형배 박사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시범실시가 가능했고, 유의미한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교생의 두뇌 타입을 분석해 사고유형을 파악한 다음, 자신과 친구들의 사고유형을 알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거죠. 직업 적성도 어떤 두뇌 타입인지에 따라 특정한 일을 잘할 수도 있고, 저항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적성도 신경 생리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교육은 솔직해야 합니다”
 
이대영 교장은 해외 봉사활동에도 열성을 보인다. 지난 7월 말에는 라오스로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사진=이대영 제공
  ― 현 무학여고에서도 서초고에서 추진했던 교육정책을 그대로 추진 중입니까. 여고는 좀 더 정교한 교육 방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서초고에서 효과가 검증된 진로진학 지도 방법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무학여고에서도 대학에 갓 입학한 선배들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고요. 그 결과 무학여고에서도 과거보다 좋은 입시결과가 나오고 있죠.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과별 학습법에 대한 컨설팅을 1, 2학년 대상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교수학습 방법 혁신을 위한 학습동아리를 결성하여 ‘거꾸로 학습법’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 등에 대한 연수를 실시해 실제 수업에 적용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는 학부모, 선생님, 학생 모두가 공부하는 셈입니다.”
 
  ― 일반고가 특목고 등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습니까.
 
  “일반고와 특목고를 경쟁 대상으로 보는 건 전혀 다른 집단을 비교하는 거라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일반고는 일반고만의 특성을 살려 일반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최적의 환경과 학습을 시켜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봐요. 특목고에 가지 않고 일반고를 선호해 좋은 학교에 진학한 아이들도 사실 많거든요. 특정 외고의 경우, 선생님들의 수준이 타 학교에 비해 크게 차이가 없음에도 학교의 유명세만 타고 입학한 성적 우수 학생들을 가지고 자찬(自讚)하더라고요. 이를 두고 ‘다 된 밥 뜸만 들이는 격’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어요.”
 
  ― ‘영재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영재교육’의 핵심은 뭡니까.
 
  “잠재돼 있는 영재성을 발견하고, 그 영재성을 신장시키는 게 영재교육의 중요한 점 중 하나죠. 단지 수학, 과학 등 성적 우수자를 뽑아서 경쟁시키는 걸 영재교육으로 오인해서는 곤란합니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영재교육이 자리 잡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에요. 인문영재, 예술영재, 체육영재 등 다양한 영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영재를 발굴해서 기르는 데 국가의 역량을 투입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 영재가 있다면 ‘학습 부진아’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학습 부진아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선 어떤 방식을 채택했나요.
 
  “교육은 솔직해야 합니다. 교육 약자의 부족한 점을 인지시키고 그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란 걸 실시했습니다. 2001년 처음으로 학교에 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업무 담당 장학사였거든요. 매우 중요한 교육복지가 바로 기초학력 책임지도라고 봅니다. 스스로 계산하고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문명사회를 사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복지인 셈이죠. 우리 학교에서는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소명감이 넘치는 선생님께 부탁해 교육청 예산의 두 배를 투자해 한 학기로 끝나게 되어 있는 사업을 1년 동안 지속하고 있어요. 이것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초중등교육법 제28조와 동법 시행령 제54조에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및 시책으로 명시되어 있어요. 하지만 예산이나 제도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美 ‘아동 낙오 방지법’ 도입하면 교육의 과학적 접근 가능”
 
  ― 미국의 ‘아동 낙오 방지법’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교육 현장에 이 법을 접목시킨다면 어떤 순기능을 낼 수 있습니까.
 
  “미국 교육정책의 큰 전환점이 2001년 부시 정권이 내놓은 ‘아동 낙오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이었습니다. 여기서 111번이나 사용된 상징적인 말이 바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였습니다. 개인의 단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위를 갖고 행사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에서 나온 말이 교육정책을 너무나 쉽게 뒤흔들어 놓는 것을 봐왔고, 또 보고 있지 않습니까. 이 법을 우리 교육정책에 도입하면 어떤 교육이 성공하는 아이를 길러내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습니다. 교육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일에 속도감이 붙게 돼 좀 더 충실한 교육 기반이 마련될 수 있죠.”
 
  ― ‘교육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습니까.
 
  “교과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선호 학교로 가고, 그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소위 지도층으로 성장하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교육의 양극화가 ‘사회의 양극화’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입니다. 교육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유·초·중등 교육이 대학입시에 걸려 있는 체제를 혁파(革罷)해야 합니다. 아울러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운영함으로써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교과뿐 아니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모두가 ‘일등’이라고 느끼는 교육을 하면 좋겠습니다. 교과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인성도 좋은 것은 아니기에 그들만이 특혜를 누리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죠. 무엇을 하든, 자신의 능력과 삶에 중요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는 교육이 되면 교육의 양극화는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교육은 돌봄이다》란 책에서 말한 ‘현장 중심의 교육’이 뭘 의미하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단위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역과 학교 구성원, 예산 등 많은 부분에서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므로, 학교마다 다양한 색깔의 학교 운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자치제’가 정착돼야 합니다. 학교마다 다양한 색깔의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교육청이나 행정기관이 아닌 단위 학교 차원의 가치 판단이 중시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수많은 학교의 교육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획일적으로 몰고 간다는 인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현장 방문 통해 현장 다 안다고 생각하면 誤算
 
  ― ‘현장 중심의 교육’이 교육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면 앞서 이야기한 교육의 양극화는 단어 자체가 바뀌게 될 겁니다. 교육감이나 장관 등이 현장에 답이 있다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것을 통해 현장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단지 ‘보이는 걸 본 것’뿐이죠. 수학여행 하나만 해도 여행 가서 직접 아이들과 잠도 자보지 않고 안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 과정에서 정책의 왜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돌봄(care)’은 한 인격(학생)을 성적뿐 아니라 인성(人性)과 체력까지 골고루 계발시킨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런데 지금의 공교육 현장에서 그걸 온전히 추진하는 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다고 봅니다. 교육활동에 임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교과 성적만을 중시 여기는 분위기를 지양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특히 수시 전형이 학교 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봅니다. 다만 이해관계에 따라 정시냐 수시냐를 두고 갈등도 있지만 적정선은 정부가 조정하면 될 일입니다. 학교 교육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이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봉사활동, 자율 동아리 활동, 체육 특기 계발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인성교육 또한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봅니다. 어떤 활동에 참여해도 시간을 버리는 게 아니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열심히 참여하게 됩니다.”
 
  ― 혹시 다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글쎄요. 저는 그간의 선거에서 출마 유혹을 많이 받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개인의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단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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