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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成允模 특허청장에게서 듣다

“돈 되는 특허 만들어야 일자리 늘어난다”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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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청, 중앙부처 중 유일한 책임운영기관… 국내서 연간 4000억 이상, 해외서 160억원 이상 수입 올려
⊙ 한국은 특허 선진국… 특허출원 수 연간 21만 건으로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 GDP 대비 특허출원과 인구 대비 특허출원은 각각 세계 1위
⊙ 삼성·애플간 국제특허소송 교훈 두 가지… 첫째 지식재산권은 기업의 창이자 방패, 둘째 특허는 量보다 質이 더욱 중요
⊙ 우리의 장점인 ‘스피드’에 일본의 강점인 ‘축적의 힘’ 결합하면 대한민국 크게 復興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70~8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달리고 있다. 물론 경제 분야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첫날인 5월 10일,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단행했다. 이어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을 만들었다. 무인항공기(드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론하며 ‘경제 성장·안정화’에 노력해 왔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취임 2년차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 지속 여부는 경제 분야 성과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미래 기술 육성’의 접점에는 특허청이 자리 잡고 있다. 현 정부 첫 특허청장에 산업정책 전문 관료를 발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7월, 25대(代) 특허청 수장(首將)으로 취임한 성윤모(成允模) 청장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산업부 정통 공무원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한 특허’ ‘중소·벤처 기업 보호’ ‘신기술 지원’ 등을 강조하며 일자리 창출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식재산센터 내(內)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특허 정책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들어봤다.
 
 
  “인공지능이 만든 발명품·저작물도 지재권 보호 대상”
 
  — 올해 특허청 업무계획을 보니 지식재산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더군요.
 
  “언뜻 보면 특허청이 일자리 창출과 상관없어 보입니다만 그렇지 않아요. 지식재산 기반 사업이 활성화되면 질 좋은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나요. 이를 위해 특허청은 특허, 상표, 디자인 조사사업 등 지식재산 분야의 정부 사업을 민간에 과감히 개방할 작정입니다. 창업기업·스타트업을 위한 지식재산 금융도 2022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됩니다.”
 
  — 드론, 인공지능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혁신기술에 대한 특허청 차원의 지원 대책은 뭔가요.
 
  “아무래도 특허심사와 관련된 것이겠죠. 현재 특허심사에서 최종 등록까지 평균 16.4개월이 걸려요. 미국의 22.3개월, 유럽의 26.9개월에 비하면 빠른 수준이지만 일본보다는 느리죠.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혁신은 신속성이 특징인데 빠른 지식재산권(지재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따라서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등 7대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6개월 내에 우선심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심사인력도 조속히 확충해야겠지요.”
 
  —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의 등장으로 기존의 지식재산 관련 법규나 제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지식재산미래전략위원회를 만들어 지식재산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요. 기존의 지식재산 제도는 ‘인간’의 발명이나 창작만을 보호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개발한 발명품이나 저작물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탄핵 정국 때 경제 부정 요인 최소화, 정부 기능 정상화에 집중”
 
  성윤모 청장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월, 국무총리실 경제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가 탄핵정국을 맞았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를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특허청장으로 승진했다. 관운(官運)이 좋은 건지 실력이 뛰어난 건지 물었더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과장, 국장, 실장, 청장으로 승진할 때 운 좋게 해외 근무 또는 외부기관, 타(他) 부처 근무가 결과적으로 좋게 작용했습니다. 모든 게 국민과 국가 그리고 공직의 선후배님들 덕분이죠.”
 
  — 총리실 경제조정실은 정부 경제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조직입니다. ‘탄핵’이라는 비상시국에 국정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경제는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물’ 아니겠습니까. 당시 정부로서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정부 역할을 정상화시킨다는 원칙으로 대처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창업활성화, 해외시장 개척, 규제개혁, 과학기술혁신 등 4대 과제에 역점을 두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요.”
 
  — 특허청장 부임 후 중점적으로 다뤄 온 것은 뭔가요.
 
  “특허 정책의 패러다임에 일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했죠. 지식재산(IP)의 창출·보호·활용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물론 IP정책은 특허청만의 업무가 아닌 범정부적 과제이기도 해요.”
 
  — 특허청의 주요 업무가 지식재산을 창출하고 보호하는 것인데 ‘지식재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지식재산이라는 용어가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지식재산 속에 살고 있죠. 우리가 매일 듣고 보는 음악이나 영화가 대표적인 지식재산이죠. 또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수많은 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의 결합체입니다. 스마트폰에는 12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여기에는 20만~30여만 개의 특허가 설정돼 있어요. 휴대폰 화면과 카메라는 기술 특허로 보호받고 있고, 휴대폰 케이스는 실용신안으로, ‘삼성’과 ‘LG’와 같은 브랜드는 상표권으로 둘러싸여 있지요. 우리는 지식재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특허 강국이자 선진국”
 
지난 2월 28일 두바이에서 열린 UAE 특허정보시스템 개통식에 참석한 성윤모 청장이 모하메드 아흐메드 빈 압둘 아지즈 알 쉬히 UAE 경제부 차관(왼쪽 세 번째)과 특허행정 및 정보화 분야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가장 상위 개념인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은 크게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나눌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산업재산권은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을 포함하고 있고, 저작권은 문학작품·논문·음악·연극·무용·미술·건축물·사진·영상·지도 등에 적용된다. 신지식재산권은 식물신품종·반도체 배치설계·데이터베이스·영업비밀·전통지식·유전자원 등에 발효된다.
 
  — 세계 특허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는 세계 지식재산 분야에서 강국이자 선진국입니다. 특허출원 수가 연간 21만 건으로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예요. GDP 대비 특허출원과 인구 대비 특허출원은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이뿐 아니에요. 특허와 상표, 디자인 분야에서는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중국과 함께 전 세계를 대표하는 지식재산 강국으로 평가돼 IP5(지식재산권 선진 5개국), TM5(상표권 선진 5개국), ID5(디자인 선진 5개국)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죠.”
 
  — 관련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특허출원 건수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지식재산권 수지(收支) 측면에서는 작년의 경우 20억 달러가량 적자를 기록했더군요.
 
  “양(量)보다 질(質)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특허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거예요. 특허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죠.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강하고 돈이 되는 질 좋은 특허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히 특허 건수를 늘리기보다는 원천·표준 특허처럼 외국 기업에 강력 대항할 수 있고, 돈이 되는 특허를 창출하는 게 더 중요해요.”
 
  성윤모 청장의 설명에 따르면, 특허청은 R&D(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출원·심사 등 특허권 창출 전(全) 단계로 품질관리를 확대해 수준 높은 지식재산권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특허청에 대한 기관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돈을 버는 특허청’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의 말이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내용입니다만 특허청은 특허 등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중앙부처 중 유일한 책임운영 기관입니다. 특허·상표·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고 보호하는 과정에서 연간 4000억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지요. 특허심사관 1명당 연간 3억원 정도의 돈을 버는 셈입니다. 해외에서도 돈을 벌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미국 등에 출원한 국제심사(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심사)를 우리가 맡고 있는데 매년 1만2000여 건을 심사하면서 160억원 이상의 외화를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특허청은 지식재산권 관련 행정서비스를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014년부터 UAE 특허출원 심사를 대행해 왔는데 올해 3월까지 수수료 명목으로 총 312만 달러를 받아 왔다. 2016년에는 UAE에 우리의 특허행정 전산시스템을 450만 달러를 받고 전수해 줬다고 한다. 2년간의 시범운영이 성공적으로 끝난 지난 2월, 두바이에서 UAE 경제부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특허정보시스템 개통식도 열었다.
 
  성 청장은 “향후 특허심사와 정보화 분야를 넘어 지식재산권 컨설팅과 교육 분야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UAE와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재산권 행정서비스 수출 확대는 일자리 창출과 우리 기업의 이윤 증대는 물론 한국의 지식재산권 역량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특허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국 특허청과의 교류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브루나이 현지에서 제1회 한-ASEAN 특허청장 회담을 개최, ‘한-ASEAN 지식재산권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성 청장은 “지재권 분야의 신남방정책(新南方政策)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라며 “ASEAN은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파트너이자 K-브랜드의 인기가 갈수록 확산되는 곳으로 우리 기업의 지재권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펼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애플 국제 특허소송에서 얻은 두 가지 교훈
 
2017년 12월 6일 신라호텔(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제17차 한·중·일 특허청장 회담’이 열렸다. 성윤모 청장을 비롯해 션창위(申長雨) 중국 특허청장, 무나카타 나오코(宗像直子) 일본 특허청장은 이날 각국 특허청 협력 운영 개선방안을 채택했다.
  — 중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늘며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을 보호할 대책은.
 
  “선진국과는 기술특허 경쟁이, 개발도상국과는 상표권 무단선점과 위조상품 유통 등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의한 무단 선점 사례는 최근 3년간 총 1820건, 피해 기업이 975개사에 달해요. 우리 기업 제품을 무단으로 모방하는 외국 업체는 세계적으로 4500여 곳으로 추산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특허청은 해외지식재산센터를 늘려 특허분쟁 대응, 지식재산권 출원 비용 지원, 침해조사·행정단속 지원, 법률 상담 등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요. 특히 중국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에 관련 정보를 즉각 제공하고 있고, 알리바바·징동닷컴 등 중국 측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력해 위조상품 판매 게시물을 삭제토록 유도하고 있어요.”
 
  — 세계적 관심사였던 삼성·애플간 국제 특허소송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뭔가요.
 
  “삼성·애플 소송은 지식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예요. 1차 소송에서 약 9억9000만 달러에 달하던 손해배상금이 현재 5억4800만 달러로 낮아지긴 했지만 한 번의 소송에서 1조원 이상의 배상금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허·디자인 등 산업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식재산권이 해외 시장 진출이나 자기 시장에서의 방어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였죠. 다시 말해 지식재산은 기업의 창이자 방패입니다. 두 번째 교훈으로는 특허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죠. 1차 소송에서 애플은 자사 보유 특허 중 7개의 침해를 주장했고, 삼성 역시 자사 특허 5개 침해를 주장했지만 1심 판결에서 애플은 7개 중 5개를 침해 사례로 인정받았고, 삼성은 5개 모두 인정받지 못했어요. 2차 소송에서 삼성은 애플에 1억1960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지만, 애플은 삼성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이 약 16만 달러에 불과했어요. 이런 차이는 특허의 질에서 비롯됐어요. 특허권 수에서 삼성은 월등히 앞섰지만 핵심 기술 관련 특허권 수는 애플에 비해 크게 뒤졌어요.”
 
  — 국내 문제로 화제(話題)를 돌려보면, 현재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지속되는 건가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겁니다. 중소기업은 자본력이 미흡하고, 전문 인력도 부족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대응력이 매우 낮은 것도 원인이기도 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능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혁신이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을 장려하고 특허를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성 청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공정경제를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둔 지식재산 보호정책들을 추진 중에 있다”며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악의적으로 특허나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을 침해한 경우에는 실제 손해 이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타인의 아이디어를 탈취해 무임승차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사업제안, 거래상담, 입찰, 공모전과 같은 거래관계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제공 목적에 반(反)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
 
성윤모 청장은 누구?
 
  “큰 귀에 작은 입을 갖춘 德將型 관료”
 
  대전 출신으로 충청도 사투리를 ‘부드럽게’ 구사하는 산업부 정통 관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화폐수요에 있어 금융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후 화폐수요 결정에서 소비가 소득보다 더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박사논문을 썼다. 행정고시(32회)에 합격한 후 1989년 상공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성 청장은 역대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때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파견됐고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와 지식경제부 중견기업정책관을 맡았다. 제네바대표부 근무 당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협상(DDA)에서 무역원활화 수석대표직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기획관과 대변인을 거친 후 2016년 산업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무총리실 1급 자리인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총리실에 근무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3개월 만에 차관급인 특허청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성 청장에 대해 “산업정책에 정통한 관료로 신속하고 깔끔한 업무와 원만한 대인관계·소통으로 특허청 발전을 이끌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특허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호프데이’를 열고 있다. 조직 내 칭찬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난 네게 반했어’라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동료 선후배 공무원들에게서 “큰 귀에 작은 입을 갖춘 덕장형(德將型) 관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에 바탕을 둔 강력한 지식재산 확보가 핵심”
 
  성윤모 청장은 《산업기술정책의 이해》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두렵다》 《유럽을 알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등 산업정책 관련 전문서적을 다수(多數) 냈다. 대기업 중심 정책을 뛰어넘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 특별법) 제정,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 대책 마련, 중소기업 공영홈쇼핑 제도 실시 등이 그의 대표적 업무 성과물이다.
 
  — 국내 산업계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입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 아니라 삼성 같은 세계적 기업이 여러 개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먼저 정부의 역할은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덜어 주고 보태 주는 정책을 통해서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상생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해요.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수직 관계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낙수효과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어요. 대기업은 과거 1·2차 벤더들과의 수직 관계에서 기술과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수평 관계로 전환해 상생을 추구할 때가 왔음을 알아야 해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정책은 국내시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생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 우리의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최강 히든챔피언, 즉 ‘강소기업’ ‘강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요.
 
  “세계 어디서나 먹히는 ‘경쟁력’에 달려 있어요. 핵심역량이라 함은 결국 기술이고, 강력한 지식재산을 확보하는 게 관건입니다.”
 
  — 일본 경제산업성에 파견된 적이 있는데 일본경제의 경쟁력은 뭐라고 봅니까.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모든 것을 기록하고 깊게 분석해 꾸준히 실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산업화를 시작한 후 150년 동안 제조업 분야에서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신중히 방향을 결정하고 꾸준히 추진해 왔기 때문에 아날로그 시대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축적의 힘이 일본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속도(speed)에 강점이 있지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스피드 있게 적응하고 새롭게 따라가 성공을 거뒀습니다. 지금 다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기술과 기술의 연결 등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는데 우리나라의 장점인 스피드에 일본이 가지고 있는 축적의 힘을 결합할 수 있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산업발전 주춧돌 놓는데 일조한 공무원 되고파”
 
  — 중국의 ‘사드 보복’에서 보듯 중국의 ‘위력’이 작지 않습니다. 중국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세계경제를 주도해 온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부상(浮上)을 외부적으로 최대한 잘 활용해 온 데 따른 것이라 봅니다. 현재 우리에게 닥친 과제는 중국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중국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유럽에 근무할 때 느낀 건데 스위스의 생존방식을 보면 우리나라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어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스위스는 이들 나라를 잘 활용해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성 청장은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으로 3년간(2009~2012년) 근무하며 세계 각국 경제정책을 들여다보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사회를 체험했다. 그는 언젠가 공직을 떠날 때면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데 일조한 공무원, 개인보다 시스템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 공무원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특허제도史
 
  특허는 산업혁명의 원동력… 정인호의 ‘말총모자’가 국내 특허 1호
 
  특허제도는 세계경제의 발전을 주도해 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 근대 특허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영국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이어 특허 중시 정책을 적극 추진한 미국은 전기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과 컴퓨터와 정보화 기술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 경제 패권을 차지했다. 미국의 초대 특허청장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 링컨·레이건 대통령은 강력한 친(親)특허정책(Pro-Patent)으로 2·3차 산업혁명을 이끈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제도는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 때 실학자였던 지석영 선생의 상소문에서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지석영은 산업발전을 위해 특허권과 저작권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유능한 젊은이들을 선발해 과학기술 교육을 받게 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들거나 발명한 자에게는 전매특허권을 부여하며, 서적 저술가에게 출판권을 줘 과학기술을 진흥시켜야 한다는 구체적 실행방안까지 제시했다. 당시 상소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고종은 의정부로 하여금 시행하도록 명을 내렸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실질적 특허제도는 1908년 일제가 조선특허령 칙령을 공포·시행하면서 시작됐다. 칙령에 의해 통감부 내 특허국이 설치됐고 이에 정인호의 ‘말총모자’ 관련 특허가 국내 특허 1호를 기록했다. 광복 후 미군정 시절 특허원이 창설돼 미국의 특허제도가 국내에 들어왔다. 1946년 특허원은 상무부 소속 특허국으로 개칭됐고 이후 1948년 정부조직법이 제정되면서 특허행정은 상공부 특허국이 맡았다.
 
  1970년대 산업재산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1977년 상공부 외국(外局)이던 특허국이 특허청으로 확대·승격됐다. 특허청은 1998년 대전청사로 이주하며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 이듬해 세계 최초로 인터넷 기반의 전자출원 시스템인 ‘특허넷’을 개통했다.
 
  2006년 이후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책임운영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개청 당시 5억원 수준이던 예산은 올해 6000여억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근무 인력은 16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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