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 함께 청명회淸明會 멤버
⊙ 박근혜 대통령, 이원종에 정권 첫 총리 제안… 청문회 통과 여부 불투명해 고사
⊙ 강남 아파트 개발하던 80년대 초 서울시 주택국장이던 이 실장, 자택은 대치동 미도아파트
⊙ 이병기 전 실장, 대통령에게 혼나고 ‘왕수석(현기환-안종범-우병우)’ 3인방에 휘둘리다 물러나
⊙ 이원종-정진석-김용태 등 여권 수뇌부 충청 일색 ‘반기문 대선 후보’ 초석?
⊙ 이원종-반기문 모두 충청모임 ‘청명회’ 멤버… 반기문 특보 윤여철도 청와대行
⊙ 박근혜 대통령, 이원종에 정권 첫 총리 제안… 청문회 통과 여부 불투명해 고사
⊙ 강남 아파트 개발하던 80년대 초 서울시 주택국장이던 이 실장, 자택은 대치동 미도아파트
⊙ 이병기 전 실장, 대통령에게 혼나고 ‘왕수석(현기환-안종범-우병우)’ 3인방에 휘둘리다 물러나
⊙ 이원종-정진석-김용태 등 여권 수뇌부 충청 일색 ‘반기문 대선 후보’ 초석?
⊙ 이원종-반기문 모두 충청모임 ‘청명회’ 멤버… 반기문 특보 윤여철도 청와대行
청와대는 5월 15일 비서실장에 이원종(74) 전 충북지사를 임명하고 정책기획수석에 안종범 경제수석, 경제수석에 강석훈 19대 의원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충남 공주)와 홍문표 사무총장(충남 홍성)이 비상대책위원회 수뇌부로 새누리당을 이끌고 5월 15일 임명된 김용태(대전) 혁신위원장이 당 혁신을 주도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원종 실장(충북 제천)의 등장으로 여권 수뇌부가 모두 충청도 출신으로 채워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충북 음성)이 5월 말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강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어 여권 전체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시선이 대세다. 여권 수뇌부에 충청 출신이 많아져 전국 표심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는 충청권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한편 반 총장과 여권의 교감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인사들의 반응은 “글쎄”다. 충청 출신 한 고위공직자는 “반 총장을 데려오는 데 당 (비대위) 대표가 충청 출신인 상황에서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굳이 충청 출신을 데려와 세간의 시선을 끌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충청 출신 출향 인사의 모임인 충청포럼의 한 회원은 “물론 충청 출신 최고위공직자 후보에는 늘 이원종, 심대평이 거론되지만, 이번 인사는 전형적인 관리형 행정가인 이 실장을 ‘튀지 말고 조용히 일하라’고 청와대가 데려간 것이라 본다”며 “이원종 지사는 옛날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어 총리 인선 때마다 계속 언급된다고 충청권 인사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도 “박 대통령이 정권 첫 총리로 이원종 전 지사를 낙점했지만 서울시 근무 당시 사건이 많아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겠다는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가장 가까이 둘 수 있는 직책이 비서실장이다. 박 대통령과 이원종 실장의 인연은 무엇일까. 이 실장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1970년대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근무해 새마을운동 관련 업무 경력이 있다는 것도 박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어떤 인연’이란 박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 생가 복원과 관련이 있다. 이원종 실장은 육영수 여사 생가 복원의 1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고려보다 개인적 인연?
육 여사 생가 복원에 앞장
이원종 지사는 1998~2002년, 2002~2006년 2차례에 걸쳐 30·31대 민선 충북도지사로 재직했다. 육영수 여사 생가는 충북 옥천 교동리에 있는 1800년대 99칸 전통한옥으로 소유주인 육 여사의 부친 육종관씨가 사망(1965년)한 이후 여러 명에게 나누어 상속되는 바람에 방치돼 있다가 1999년 철거됐다. 1990년대 육씨 문중과 육영재단을 중심으로 생가 복원 논의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됐고 2000년 초 복원위원회가 구성됐다. 이 한옥 터는 2002년 4월 26일 충청북도 기념물 제123호(문화재)로 지정됐다.
도 기념물 지정은 도지사의 권한이다. 복원위원회는 표면상 민간인 단체였지만 40억원에 이르는 비용은 국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충북도와 옥천시(당시는 옥천군)가 맡았다. 2005년 2월 28일 열린 기공식에는 박지만씨가 참석했다.
당시 옥천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원종 충북지사, 보은·옥천·영동 지역 국회의원인 이용희 의원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에 국비를 사용하는 데 대한 반대의견이 거세지자 이 지사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이원종 지사의 수족’으로 불렸던 한범덕 정무부지사가 참석해 첫 삽을 떴다.
충북도와 옥천시는 2007년까지 복원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2006년 1월 토지 상속권자 일부가 무상기증을 거부하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복원 작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은 2개월 후 기각됐고 공사가 재개됐다. 이 역시 이원종 지사 시절이다.
또 복원 시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걸친 현 야당 집권시기로 옥천군수(유봉열) 역시 당시 집권당(열린우리당)이었는데, 이원종 지사가 옥천군수와 손잡고 육영수 생가를 복원하는 데 앞장선 것은 후손들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원종 지사는 당시 열린우리당과 협치를 주장해 소속 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고, 결국 임기를 마치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충청 출신 한 고위공직자는 “육영수 생가 복원 당시 후손들 사이에 재산권을 놓고 대립과 사건이 많은 데다 국비유출 논란도 있어 야당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러 약간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였다”며 “기공식과 완공식 등 행사에는 박지만씨와 박근령씨가 참석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생가 복원을 기뻐했지만 구설수에 휘말릴까 현장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공사 예상액이 9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충북과 옥천으로서는 엄청나게 큰 액수”라며 “박 대통령은 폐허가 된 외가를 문화재로 만들어 복원해 준 사람들에게 크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육영수 생가는 연간 20만~30만명이 찾는 옥천의 관광명물이 됐다.
강남 아파트 개발 당시 서울시 주택국장
정보기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첫 총리로 이원종 실장을 낙점했다. 행정경험이 풍부한 관리형 행정가이며 충청권 출신이어서 첫 인사로는 무난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 통과가 문제였다. 이원종 실장은 27대 서울시장 시절(1993년 3월~1994년 10월)이던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일어나 서울시장직에서 경질됐고, 책임자로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판단으로 수사가 축소됐다”며 거센 공격을 받았다.
부동산 문제도 청문회 통과의 과제였다. 그는 1983년 대치동에 분양받은 미도아파트에 입주해 쭉 살고 있다. 일명 ‘우선미(우성·선경·미도)’라 불리는 대치동의 오래된 부촌이다. 부인 김행자씨도 한때 대치동에서 가게를 운영한 바 있다. 그는 행정고시 합격 후 1967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했고 특히 1981~1982년에는 서울시 주택국장으로 근무했다. 압구정, 대치 등 강남 아파트 개발이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다.
이원종 실장이 특혜를 받았다거나 비리를 저지른 근거는 없지만 야당에서 청문회를 통해 파헤치기 시작하면 심각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대치동 거주’ ‘강남 아파트 특혜’ 등으로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하면 민심이 편들어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대통령 주변인들이 이에 대한 보고를 올렸고, ‘이원종 총리 카드’는 소멸했다.
이원종 실장을 임기 후반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평소 이 실장을 가까이 두고 싶었던 마음과 관리형 비서실장의 필요성, 비서실장으로 고령층, 이른바 ‘신386(30년대생, 약 80세, 60년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물)’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성향이 모두 맞물린 것이다.
의문은 왜 굳이 지금 비서실장을 교체했느냐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정기간 2년을 제외한 대통령 재임 16년 동안 비서실장을 단 3명만 기용했다. 이후락 실장이 6년, 김정렴 실장이 9년, 마지막 김계원 실장은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부친의 정치적 성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박 대통령이 왜 그랬을까.
이병기는 왜 지금 바뀌었나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4년 6월 국정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했다. 16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이 전 실장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제2 특별보좌관(1994년 12월~1996년12월)과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차관급·1996년 12월~1998년 3월)을 역임했다.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 유출 ▲세월호 참사 ▲초유의 민정수석 항명(抗命) 사태(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참석 지시에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항명하고 사의를 표함)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의 책임을 지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2015년 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에 국정원장이던 이병기 전 실장을 임명했다. 국정원장직에 오른 지 7개월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정보기관의 현직 책임자가 비서실장으로 직행(直行)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박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마다 믿고 쓸 만큼 이 전 실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이 전 실장은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당시 측근들에게 “어쩔 수 없이 (국정원장을 그만두고) 간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전 실장에 거는 기대는 컸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국제 감각도 갖췄고 노태우 정부 청와대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권력과 청와대 문화를 비교적 잘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이지만 박 대통령과의 호흡은 좋지 않았다.
정치권 핵심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 전 실장은, 여야 인사들과의 관계가 원만한 사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한테 전해달라고 하면서 전화하는 정치인도 많지요. 한번은 여권의 고위 인사가 청와대가 사실상 요청한 직권상정과 관련, ‘대통령한테 드릴 말씀이 있다’며 이 전 실장에게 대통령과의 전화연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대통령께서 ‘왜 그런 분 전화까지 받으시느냐’고 나무랐다는 겁니다. 당시 이 전 실장이 굉장히 난감해 했다고 하더군요.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이 전 실장이 가까운 다선 국회의원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2015년 12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 경제 활성화 관련 2개 법안, 테러방지법안 등의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을 사실상 요청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조건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실장은 조직 장악에도 어려움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대기업 정보 파트 관계자의 말이다.
“이 전 실장이 ‘왕수석 3명’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이들은 이 전 실장을 통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보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왕따’를 시킨 모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전 실장은 계속해서 사의 표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이야기한 왕수석 3명은 현기환 정무·안종범 경제·우병우 민정수석이다. 세 수석의 공통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것이다. 모든 정권에서 수석 비서관은 대통령의 측근을 임명해 왔지만, 이들은 측근 중에서도 측근으로 꼽힌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전국금융노련 부위원장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 때 노동 분야 전문위원에도 발탁됐지만 일주일 만에 그만뒀다. 현 수석은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2006년 새누리당 부대변인에 임명됐고, 2007년 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18대 국회의원(부산 사하갑) 때도 친박(親朴)계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박 대통령의 뜻’을 밀어붙이는 데 정평이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수석은 의원 시절 사석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내 정치 인생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한 적도 있다.
안종범 수석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괄했던 핵심 경제 브레인(Brain·두뇌)이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때인 2005년부터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별명이 ‘머슴’ ‘돌쇠’인 그는 지난 대선 때 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기초연금을 포함한 핵심 공약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안 수석의 경제 철학은 박 대통령의 경제 철학과 한 치의 차이도 없다”(여권 고위 관계자)는 얘기가 나온다. 대선 직후엔 인수위 고용복지 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대구 출신으로 계성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유승민·강석훈 의원도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린다. 최 의원과 특히 가깝다. 2012년 총선 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그는 2014년 6월 12일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우병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김영한 전 수석의 항명·사퇴(辭退)로 공석이 되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이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과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맡았지만, 2013년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하자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기흥컨트리클럽 대주주인 고(故) 이상달 전 정강중기 대표의 둘째 사위다. 경북 봉화 출생으로 경북 영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만 20세에 최연소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이후 우 수석은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다가 일이 터졌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수사를 기획했고 무슨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우 수석은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파문 때 청와대 특별감찰을 지휘하는 등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다. 이 일로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게 됐다고 한다.
현기환이 유임된 이유
이 전 실장을 거치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직보한 왕수석 3명 중에는 현 수석이 포함돼 있다. 정치권에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있을 경우 현 수석이 1순위로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긴 하지만, 몇 번의 실수를 거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는 “선거법 직권상정은 국회의원의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현 수석의 발언 때문이었다. 현 수석은 2015년 12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노동 관련 법안들을 의장이 직권(職權)으로 상정해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장은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을 시 국회법상 ‘국가 비상사태’기 때문에 직권상정할 수 있지만 경제·민생 법안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의 답변에 현 수석은 “밥그릇” 발언을 하며 비판을 했다. 현 수석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성급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과 여당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라고는 해도 청와대 수석이 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건은 2016년 1월 18일에 일어났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계가 주도하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해 서명했다. 현 수석은 서명을 말렸다고 한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연관이 있었던 탓이다. 박 회장은 천만 서명운동 추진본부 공동 본부장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20대 희망퇴직’ 논란에 휘말려 있었다. 박 대통령이 박 회장과 연결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현 수석에게 한마디 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치) 하시는 거 아니에요.”
‘신입사원 희망퇴직’이 사회적 이슈로 확산하자 박 회장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입사 1~2년 차는 전원 제외한다”며 직접 진화했다.
세 번째는 2016년 2월 2일 박 대통령의 생일 때 있었던 일이다. 이날 청와대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축하 난(蘭)을 거부했다가 뒤늦게 받아 논란이 일었다. 처음 난을 거절한 것은 현 수석의 독단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 난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더민주에) 전했다”며 “박 대통령이 나중에 이를 보고받고 크게 정무수석을 질책하고 난은 받기로 했다”고 했다.
현 수석은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채널A가 2016년 3월 10일 현 수석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이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한 것이다.
채널A는 현 수석과 이 전 의원이 9일 오전 10시부터 10시30분 사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서 극비리에 만났다고 했다.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두 당사자는 모두 부인했다. 이런 일들 때문이었을까. 현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20대 총선 패배 직후 “책임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만두는 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수습하는 것이 진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반려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차기 지도부를 뽑는 경선 때까지 현 수석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기문과 이원종의 연관성
이원종 신임 실장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충청인들의 모임인 ‘청명회(淸明會)’ 멤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차기 여권의 대선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그와 친분이 있는 이 실장을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실장이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신임 실장은 2016년 5월 15일 반 총장과의 친분에 대해 “두텁다고는 하지만 같은 고향인 정도”라며 “반 총장을 본 지 오래됐다”며 “(반 총장이 청와대에서) 수석 하실 때 부부 모임으로 청와대 초청을 받아서 식사하는데 옆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청명회는 반 총장이 애정을 보이는 모임이다. 유엔의 수장에 오른 뒤 한국적인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초·중·고·대학 동창회 등, 관련 모임에 불참해 온 반 총장은 2012년 8월 14일 ‘청명회’가 마련한 연임축하 모임에는 참석했다. 청명회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이 방한할 때 바쁜 일정 관계로 다른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명회 모임만큼은 웬만해서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청명회는 1980년대 정종택 전 환경부 장관 주도로 만들어진 친목·봉사 모임이다. 이 실장, 반 사무총장 외에 박재갑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 김호일 전 의원, 임병준 전 감사원 서기관, 김만기 전 청주 부시장을 비롯해 전·현직 충북도지사와 충북 출신 단체장이 회원으로 있다. 앞서 청와대는 반 총장 의전을 맡았던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했다. 윤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게 되자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반기문 총장과의 연관성을 주목한 바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충북 음성)이 5월 말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강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어 여권 전체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시선이 대세다. 여권 수뇌부에 충청 출신이 많아져 전국 표심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는 충청권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한편 반 총장과 여권의 교감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인사들의 반응은 “글쎄”다. 충청 출신 한 고위공직자는 “반 총장을 데려오는 데 당 (비대위) 대표가 충청 출신인 상황에서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굳이 충청 출신을 데려와 세간의 시선을 끌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충청 출신 출향 인사의 모임인 충청포럼의 한 회원은 “물론 충청 출신 최고위공직자 후보에는 늘 이원종, 심대평이 거론되지만, 이번 인사는 전형적인 관리형 행정가인 이 실장을 ‘튀지 말고 조용히 일하라’고 청와대가 데려간 것이라 본다”며 “이원종 지사는 옛날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어 총리 인선 때마다 계속 언급된다고 충청권 인사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도 “박 대통령이 정권 첫 총리로 이원종 전 지사를 낙점했지만 서울시 근무 당시 사건이 많아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겠다는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가장 가까이 둘 수 있는 직책이 비서실장이다. 박 대통령과 이원종 실장의 인연은 무엇일까. 이 실장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1970년대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근무해 새마을운동 관련 업무 경력이 있다는 것도 박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어떤 인연’이란 박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 생가 복원과 관련이 있다. 이원종 실장은 육영수 여사 생가 복원의 1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고려보다 개인적 인연?
육 여사 생가 복원에 앞장
 |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청와대에서 지역발전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이원종 위원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환담하며 제1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
도 기념물 지정은 도지사의 권한이다. 복원위원회는 표면상 민간인 단체였지만 40억원에 이르는 비용은 국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충북도와 옥천시(당시는 옥천군)가 맡았다. 2005년 2월 28일 열린 기공식에는 박지만씨가 참석했다.
당시 옥천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원종 충북지사, 보은·옥천·영동 지역 국회의원인 이용희 의원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에 국비를 사용하는 데 대한 반대의견이 거세지자 이 지사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이원종 지사의 수족’으로 불렸던 한범덕 정무부지사가 참석해 첫 삽을 떴다.
충북도와 옥천시는 2007년까지 복원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2006년 1월 토지 상속권자 일부가 무상기증을 거부하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복원 작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은 2개월 후 기각됐고 공사가 재개됐다. 이 역시 이원종 지사 시절이다.
또 복원 시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걸친 현 야당 집권시기로 옥천군수(유봉열) 역시 당시 집권당(열린우리당)이었는데, 이원종 지사가 옥천군수와 손잡고 육영수 생가를 복원하는 데 앞장선 것은 후손들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원종 지사는 당시 열린우리당과 협치를 주장해 소속 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고, 결국 임기를 마치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충청 출신 한 고위공직자는 “육영수 생가 복원 당시 후손들 사이에 재산권을 놓고 대립과 사건이 많은 데다 국비유출 논란도 있어 야당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러 약간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였다”며 “기공식과 완공식 등 행사에는 박지만씨와 박근령씨가 참석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생가 복원을 기뻐했지만 구설수에 휘말릴까 현장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공사 예상액이 9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충북과 옥천으로서는 엄청나게 큰 액수”라며 “박 대통령은 폐허가 된 외가를 문화재로 만들어 복원해 준 사람들에게 크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육영수 생가는 연간 20만~30만명이 찾는 옥천의 관광명물이 됐다.
강남 아파트 개발 당시 서울시 주택국장
정보기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첫 총리로 이원종 실장을 낙점했다. 행정경험이 풍부한 관리형 행정가이며 충청권 출신이어서 첫 인사로는 무난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 통과가 문제였다. 이원종 실장은 27대 서울시장 시절(1993년 3월~1994년 10월)이던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일어나 서울시장직에서 경질됐고, 책임자로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판단으로 수사가 축소됐다”며 거센 공격을 받았다.
부동산 문제도 청문회 통과의 과제였다. 그는 1983년 대치동에 분양받은 미도아파트에 입주해 쭉 살고 있다. 일명 ‘우선미(우성·선경·미도)’라 불리는 대치동의 오래된 부촌이다. 부인 김행자씨도 한때 대치동에서 가게를 운영한 바 있다. 그는 행정고시 합격 후 1967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했고 특히 1981~1982년에는 서울시 주택국장으로 근무했다. 압구정, 대치 등 강남 아파트 개발이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다.
이원종 실장이 특혜를 받았다거나 비리를 저지른 근거는 없지만 야당에서 청문회를 통해 파헤치기 시작하면 심각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대치동 거주’ ‘강남 아파트 특혜’ 등으로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하면 민심이 편들어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대통령 주변인들이 이에 대한 보고를 올렸고, ‘이원종 총리 카드’는 소멸했다.
이원종 실장을 임기 후반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평소 이 실장을 가까이 두고 싶었던 마음과 관리형 비서실장의 필요성, 비서실장으로 고령층, 이른바 ‘신386(30년대생, 약 80세, 60년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물)’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성향이 모두 맞물린 것이다.
의문은 왜 굳이 지금 비서실장을 교체했느냐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정기간 2년을 제외한 대통령 재임 16년 동안 비서실장을 단 3명만 기용했다. 이후락 실장이 6년, 김정렴 실장이 9년, 마지막 김계원 실장은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부친의 정치적 성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박 대통령이 왜 그랬을까.
이병기는 왜 지금 바뀌었나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4년 6월 국정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했다. 16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이 전 실장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제2 특별보좌관(1994년 12월~1996년12월)과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차관급·1996년 12월~1998년 3월)을 역임했다.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 유출 ▲세월호 참사 ▲초유의 민정수석 항명(抗命) 사태(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참석 지시에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항명하고 사의를 표함)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의 책임을 지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2015년 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에 국정원장이던 이병기 전 실장을 임명했다. 국정원장직에 오른 지 7개월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정보기관의 현직 책임자가 비서실장으로 직행(直行)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박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마다 믿고 쓸 만큼 이 전 실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이 전 실장은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당시 측근들에게 “어쩔 수 없이 (국정원장을 그만두고) 간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전 실장에 거는 기대는 컸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국제 감각도 갖췄고 노태우 정부 청와대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권력과 청와대 문화를 비교적 잘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이지만 박 대통령과의 호흡은 좋지 않았다.
정치권 핵심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 전 실장은, 여야 인사들과의 관계가 원만한 사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한테 전해달라고 하면서 전화하는 정치인도 많지요. 한번은 여권의 고위 인사가 청와대가 사실상 요청한 직권상정과 관련, ‘대통령한테 드릴 말씀이 있다’며 이 전 실장에게 대통령과의 전화연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대통령께서 ‘왜 그런 분 전화까지 받으시느냐’고 나무랐다는 겁니다. 당시 이 전 실장이 굉장히 난감해 했다고 하더군요.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이 전 실장이 가까운 다선 국회의원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2015년 12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 경제 활성화 관련 2개 법안, 테러방지법안 등의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을 사실상 요청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조건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실장은 조직 장악에도 어려움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대기업 정보 파트 관계자의 말이다.
“이 전 실장이 ‘왕수석 3명’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이들은 이 전 실장을 통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보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왕따’를 시킨 모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전 실장은 계속해서 사의 표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이야기한 왕수석 3명은 현기환 정무·안종범 경제·우병우 민정수석이다. 세 수석의 공통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것이다. 모든 정권에서 수석 비서관은 대통령의 측근을 임명해 왔지만, 이들은 측근 중에서도 측근으로 꼽힌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전국금융노련 부위원장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 때 노동 분야 전문위원에도 발탁됐지만 일주일 만에 그만뒀다. 현 수석은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2006년 새누리당 부대변인에 임명됐고, 2007년 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18대 국회의원(부산 사하갑) 때도 친박(親朴)계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박 대통령의 뜻’을 밀어붙이는 데 정평이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수석은 의원 시절 사석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내 정치 인생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한 적도 있다.
안종범 수석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괄했던 핵심 경제 브레인(Brain·두뇌)이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때인 2005년부터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별명이 ‘머슴’ ‘돌쇠’인 그는 지난 대선 때 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기초연금을 포함한 핵심 공약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안 수석의 경제 철학은 박 대통령의 경제 철학과 한 치의 차이도 없다”(여권 고위 관계자)는 얘기가 나온다. 대선 직후엔 인수위 고용복지 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대구 출신으로 계성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유승민·강석훈 의원도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린다. 최 의원과 특히 가깝다. 2012년 총선 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그는 2014년 6월 12일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우병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김영한 전 수석의 항명·사퇴(辭退)로 공석이 되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이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과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맡았지만, 2013년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하자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기흥컨트리클럽 대주주인 고(故) 이상달 전 정강중기 대표의 둘째 사위다. 경북 봉화 출생으로 경북 영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만 20세에 최연소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이후 우 수석은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다가 일이 터졌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수사를 기획했고 무슨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우 수석은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파문 때 청와대 특별감찰을 지휘하는 등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다. 이 일로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게 됐다고 한다.
현기환이 유임된 이유
 |
|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은 육영수 여사 생가 복원의 1등공신이다. 2011년 2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옥천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첫 번째는 “선거법 직권상정은 국회의원의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현 수석의 발언 때문이었다. 현 수석은 2015년 12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노동 관련 법안들을 의장이 직권(職權)으로 상정해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장은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을 시 국회법상 ‘국가 비상사태’기 때문에 직권상정할 수 있지만 경제·민생 법안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의 답변에 현 수석은 “밥그릇” 발언을 하며 비판을 했다. 현 수석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성급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과 여당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라고는 해도 청와대 수석이 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건은 2016년 1월 18일에 일어났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계가 주도하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해 서명했다. 현 수석은 서명을 말렸다고 한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연관이 있었던 탓이다. 박 회장은 천만 서명운동 추진본부 공동 본부장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20대 희망퇴직’ 논란에 휘말려 있었다. 박 대통령이 박 회장과 연결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현 수석에게 한마디 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치) 하시는 거 아니에요.”
‘신입사원 희망퇴직’이 사회적 이슈로 확산하자 박 회장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입사 1~2년 차는 전원 제외한다”며 직접 진화했다.
세 번째는 2016년 2월 2일 박 대통령의 생일 때 있었던 일이다. 이날 청와대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축하 난(蘭)을 거부했다가 뒤늦게 받아 논란이 일었다. 처음 난을 거절한 것은 현 수석의 독단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 난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더민주에) 전했다”며 “박 대통령이 나중에 이를 보고받고 크게 정무수석을 질책하고 난은 받기로 했다”고 했다.
현 수석은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채널A가 2016년 3월 10일 현 수석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이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한 것이다.
채널A는 현 수석과 이 전 의원이 9일 오전 10시부터 10시30분 사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서 극비리에 만났다고 했다.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두 당사자는 모두 부인했다. 이런 일들 때문이었을까. 현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20대 총선 패배 직후 “책임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만두는 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수습하는 것이 진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반려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차기 지도부를 뽑는 경선 때까지 현 수석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기문과 이원종의 연관성
이원종 신임 실장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충청인들의 모임인 ‘청명회(淸明會)’ 멤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차기 여권의 대선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그와 친분이 있는 이 실장을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실장이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신임 실장은 2016년 5월 15일 반 총장과의 친분에 대해 “두텁다고는 하지만 같은 고향인 정도”라며 “반 총장을 본 지 오래됐다”며 “(반 총장이 청와대에서) 수석 하실 때 부부 모임으로 청와대 초청을 받아서 식사하는데 옆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청명회는 반 총장이 애정을 보이는 모임이다. 유엔의 수장에 오른 뒤 한국적인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초·중·고·대학 동창회 등, 관련 모임에 불참해 온 반 총장은 2012년 8월 14일 ‘청명회’가 마련한 연임축하 모임에는 참석했다. 청명회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이 방한할 때 바쁜 일정 관계로 다른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명회 모임만큼은 웬만해서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청명회는 1980년대 정종택 전 환경부 장관 주도로 만들어진 친목·봉사 모임이다. 이 실장, 반 사무총장 외에 박재갑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 김호일 전 의원, 임병준 전 감사원 서기관, 김만기 전 청주 부시장을 비롯해 전·현직 충북도지사와 충북 출신 단체장이 회원으로 있다. 앞서 청와대는 반 총장 의전을 맡았던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했다. 윤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게 되자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반기문 총장과의 연관성을 주목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