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이 어린이집 합쳐서 5번 옮겨… 워킹맘 당사자로 책임감 막중
⊙ 잇단 ‘최연소’ 경력 외에 여당 텃밭 낙선, 만삭 선거운동, 늦은 출산 등 역경도
⊙ “양성평등 말만 말고 쓸만한 여성 있으면 데려와 봐라”라는 말에 상처도
金姬廷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 대학원 박사 수료.
⊙ 17·19대 국회의원.
⊙ 대통령실 대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역임.
⊙ 잇단 ‘최연소’ 경력 외에 여당 텃밭 낙선, 만삭 선거운동, 늦은 출산 등 역경도
⊙ “양성평등 말만 말고 쓸만한 여성 있으면 데려와 봐라”라는 말에 상처도
金姬廷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 대학원 박사 수료.
⊙ 17·19대 국회의원.
⊙ 대통령실 대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역임.
지난 7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한 김희정 장관은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17대, 33세), 최연소 공공기관장(한국인터넷진흥원, 38세),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대변인, 39세)을 거쳐 대통령직선제 실시 이후 최연소 장관 등 역대 ‘최연소’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는 인물이다. 애초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그가 이번 정권에서 장관직을 맡게 되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에게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제안하며 가장 강조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었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를 없애고 여성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정책기조를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이 그에게 “실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당신이 가장 적임자”라고 했다는 것이다. 현재 44세로 6세 딸과 3세 아들을 둔 워킹맘인 김희정 장관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2015 예산안 증가율, 부처 중 최대
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의에서 날카로운 질의를 퍼붓던 정치인 시절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성희롱 예방이니 셧다운(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이니 여성 권익신장 같은 일만 한다고 오해하는 남성이 많은데 사실 성숙한 가족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른 부처와 협력하는 것이 주 업무”라며 “다른 부처에 협조 부탁할 일이 워낙 많다 보니 말투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고들 한다”며 웃었다.
—장관이라는 새로운 자리에 도전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여성가족부 2015년 예산안이 12일 국회 상임위(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가결됐는데 전년 대비 예산증가율이 전 부처 중 가장 높아요. 여성가족부가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예산이 늘어난 이유가 있습니까.
“내년부터 시행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가장 커요. 중·고등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수가 무려 28만명이에요. 이들은 교육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예산에 291억원이 들어갑니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여러 유·무형의 국가지원을 받고 있으니,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 줘야 해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관련 업무를 다양하게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야심 차게 내놓은 것이 ‘수학능력시험 이후 특별 프로그램’입니다. 수능을 마친 청소년은 할 것, 볼 것이 별로 없어 음주와 일탈행동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요. 여성가족부가 수능 직후부터 2월 말까지 릴레이 명사 특강, 역사탐방, 공연, 자원봉사 등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청소년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나승연 전 평창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 장미란 선수 등 청소년이 선망하는 명사를 초청해 다양한 특강도 준비한 상태입니다.”
—주로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학자나 여성 분야 전문가들이 맡아왔습니다. 김 장관은 이른바 여성 전문가는 아닌데.
“그런 지적도 있는데 제가 국회의원이 된 2004년부터 재선에 이르도록 한 해도 빠짐없이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일해 왔어요. 여가위는 다른 상임위와 함께 겸직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여가위 간사도 지냈고 2012년 국회가 구성한 아동여성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새누리당 간사를 맡았습니다. 여성청소년 관련 법안 발의도 여러 건 했습니다.”
장관이면서 국무위원인 자리
—대통령이 40대 초반의 여성에게 장관직을 제의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특별히 개인적인 관계도 없어 보입니다.
“여성가족부 업무가 단순히 우리 부처 업무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성(性)인지 및 양성평등과 관련해 타 부처를 대상으로 평가나 교육하는 업무도 많고, 법무부나 안행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해야 하는 일도 많아요. 또 이 자리는 한 부처의 장관일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이기도 합니다. 국무위원들과 함께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대통령이 생각하신 여성가족부 장관에 맞는 인물상은 ‘기 안 죽고 열심히 뛰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정치인 출신이 오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이 김 장관과 여성가족부에 특별히 당부한 점은 무엇입니까.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를 정착시켜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현재의 여성 이슈는 예전과 달리 여성 인권이나 지위와 관련한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의 능력과 경력을 얼마나 존중하고 활용하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한다는 건 여성 혼자서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정부와 기업 등 사회 전체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뛸 장관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국무위원 중 여성이 한 명뿐이라 여성 대통령 시대에 걸맞지 않은 숫자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 정부의 여성 장관 현황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 6명, 노무현 대통령 5명, 이명박 대통령 6명이었는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2년 동안 이미 3명을 임명한 바 있어요(윤진숙, 조윤선, 김희정). 적다고 할 수 없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여성 차관급의 수를 보면 여성이 약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여성 차관은 각 3명, 10명, 10명이었어요. 그런데 2년이 지난 현 정부의 여성 차관은 이미 10명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여성의 경력 유지와 재취업에 집중
—취임사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일 관련 양성평등이라 하면 직장 진입 시 남녀를 평등하게 채용하는 것에 생각이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입사시험에서는 여성이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여성은 많지 않잖아요? 또 고위직에 여성 배려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위치까지 온 여성이 많지 않아요. 여성의 생애를 봤을 때 일은 ‘4R’의 단계로 나눠집니다. 직장 진입(recruit), 경력 유지(retain), 재취업(restart), 대표성(representation)이라고 보면 되죠.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직장은 1단계는 상당히 성과를 이뤄왔다고 봐요. 하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직장에서 경력을 유지하거나 만약 그만뒀을 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한데 이 고리가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 취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력 유지나 경력 단절 후 재취업을 지원하는 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친화기업인증제도’입니다. 직장 어린이집 운영,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활성화 등 직원과 그 가족의 삶의 질과 장기적 미래까지 고민하는 기업들을 여성가족부가 심사해 인증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 522개 회사가 가족친화인증을 받았습니다. ”
—가족친화적인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은행금리 우대,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출입국 심사 시 이용편의 제공, 조달청 물품구매 시 가점 부여 등 수십 가지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요.”
—그게 여성가족부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할 일이 많은 거죠. 안전행정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수많은 부처와 협력하고 부탁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사실 여성가족부 내에서 하는 일보다 다른 부처에 요청하는 업무가 더 많을 정도예요. 다른 부처에서 어떤 일을 어느 부서에서 하고 있는지 밤을 새워 공부했죠.”
적응할 만하면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
김 장관은 6세, 3세 두 아이의 엄마다. 남편은 대기업 해외파트에 근무해 해외출장이 잦고 친정은 부산, 시댁은 독일이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김 장관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계속 바쁜 자리에 있었는데 아이들을 지금까지 어떻게 키웠습니까.
“출산 후 아이돌봄서비스와 양가 어머니 신세를 좀 졌어요. 그런데 양가 모두 멀리 계셔서 늘 봐줄 수는 없고 어쩌다 오시는데 연세도 많으시고 해서 지속적으로 부탁드릴 수가 없었죠.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어요. 제가 국회-공공기관-청와대-정부로 계속 직장을 옮겼는데 각 기관 모두 좋은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직장 어린이집이라는 곳이 제가 입사한다고 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저의 이동과 어린이집 입소 시점이 맞아떨어진 적이 없어요. 늘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 했죠. 청와대 대변인직을 제안받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청와대 어린이집에 대기신청한 거예요. 대변인직이 확정되고 나서 바로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서 ‘곧 청와대에 근무할 예정인데 아이 대기 신청합니다’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는 새벽에 회의를 하는 등 대통령이 ‘얼리 버드(early bird)’로 유명했는데 아이 볼 시간이 없지 않았나요.
“청와대 어린이집은 아침 7시에 문을 열어요. 항상 7시 전에 가서 막 출근한 보육교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7시 회의에 달려가곤 했죠. 비서관급 중 저 말고는 그렇게 어린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없으니 뭐라고 하소연할 곳도 없었어요. 청와대 대변인은 24시간 업무를 해야 하는 자리라 그때가 가장 아이들을 보기 어려웠던 시간이었죠.”
—직장을 옮기며 어린이집도 옮겼겠군요.
“직장인이면 다 알겠지만 A라는 곳에서 B로 이직을 하면 A어린이집은 나와야 하고 B어린이집은 대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 중간에 다른 곳에 보낼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환경이 자주 바뀌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니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어요.”
—지금은 국회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고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도 국회 어린이집 대기신청이었습니다. 국회에 어린이집이 세 곳 있는데 지금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각각 다른 곳에 다녀요. 남매를 같이 맡기고 싶어도 대기 순서가 있다 보니 같이 다닐 수가 없더라고요. 큰아이는 어린이집이 세 번째로 옮긴 곳이고 작은아이는 두 번째로 옮긴 곳입니다. 적응할 만하면 어린이집을 옮겨야 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죠.”
보육의 공백을 메워야
—그런데 어린이집으로 보육이 다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 저희 집도 얼마 전부터 아이들 등하원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요. 아이들이 제 출퇴근 시각에 맞춰 다니기 어려우니까요. 여성가족부가 주목하는 것도 그 부분이에요.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처럼 기관에서 아이들을 맡아주는 시간 외에 맞벌이 부부에겐 ‘보육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우리 부처가 시행하던 아이돌보미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고 돌봄수당을 올리는 등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돌보미가 집으로 가서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인데, 작년까지는 종일제 아이돌보미를 아이가 12개월이 될 때까지밖에 쓸 수 없었어요. 그러니 엄마들은 12개월이 지나면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아이돌보미를 이용하지 않고 양가 부모님이나 영아어린이집, 입주도우미 등 다른 방법을 찾곤 했죠. 그런데 올해부터는 24개월까지 쓸 수 있어요. 2년간 아이돌보미를 쓰고 어린이집으로 연계할 수 있고, 시간제는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가능합니다.”
—아이돌보미서비스를 신청해도 대기가 길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돌보미를 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부족한 지역도 있어요. 그런데 내년부터는 돌보미의 시간당 수당을 10% 인상하고 4대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한편 퇴직급여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돌보미가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돌봄선생님에게 일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아동과 청소년의 ‘공백’ 관련 정책이 많습니다.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맡는 시간 외에 생기는 ‘보육 공백’을 최대한 메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보미서비스 외에도 전국 80개소에 달하는 공동육아나눔터가 그런 정책이고요. 청소년의 경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내년 291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수련관, 청소년활동안전센터, 방과후아카데미 등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장관이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지난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설이 돌았습니다.
“지금은 보궐선거 후 나경원 의원이 3선으로 오셨지만 전당대회 때는 재선 이상 여성 의원이 김을동 최고위원과 저밖에 없으니 계속 얘기가 나오더군요. 정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최고위원은 아직 제가 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장관이 안 됐으면 재선의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겠죠.”
여성 인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오래 있을 수 있는 직장이 없어서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죠.(웃음) 정기적금도 들지 못해요.”
—여당에 경력 있는 여성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역구 출신 여성 의원도 많지 않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지금 충분한 수준이 아니에요. 제가 어떤 분야나 자리에 여성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 중엔 ‘여성 여성 말만 할 게 아니라 그만한 일 할 여성 좀 데려와 봐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래서 저희 부처에선 ‘미래 여성 인재 10만 양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10만 양성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 유능한 여성 인재를 활용하자는 거죠. 여성가족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자질과 능력 있는 여성인재DB(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는데, 이 DB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여성인재아카데미를 열고 공공기관 중간관리자, 지역여성리더 등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은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과 고위직 진출의 의지를 갖게 해줘 경력 단절을 사전예방하는 효과도 있어요. 2017년까지 10만명의 유능한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확대계획도 수립해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비율을 현재 13.9%에서 2017년 18.6%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정당이 첫 직장이었고 계속 정치를 해왔는데 행정부처에서 일해 보니 어떤지.
“제가 잘 쓰는 비유가 있어요. 정책은 편지와 같은 거라고요. 예를 들면 정치인은 편지가 상대방에게 도착했는지, 그 편지 내용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내가 편지를 보냈다’가 끝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편지를 쓰고 보내는 게 가장 큰일인 거죠. 잘 도착했는지, 잘 읽어 봤는지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요. 이런 공무원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싶어요.”
정치인과 공무원의 다른 점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데 지역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사실 제가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된 기반은 모두 지역주민들입니다. 부산 연제 주민들이 2004년 총선에서 33세 여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지 않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없었겠죠.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뜨거운 감정이 울컥 올라와요. 믿고 지지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첫 당선의 감동은 잊을 수 없어요. 재선 때는 둘째를 가져 만삭의 몸으로 선거운동을 했는데 다들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던지 그 눈빛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타 부처 장관들에게 부탁을 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중요한 업무라고 했다. 예전의 날카로운 국회의원 김희정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러나 뒷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그는 천성이 정치인이었다. “사실 다른 장관님들께 협조 구할 때 한 가지 팁이 있어요. 저 안 도와주면 국회로 돌아가서 (그 부처) 담당 상임위로 가서 괴롭힐 거라고 협박(?)을 해요. 그러면 다들 ‘아 정말 못 당하겠네’라며 협조에 나서요.”
이처럼 나이 든 장관들을 향해 깜찍한 협박에 나선다니, 각종 최연소 기록을 경신하는 톡톡 튀는 정치인 김희정다웠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둘째는 생각 없느냐”며 “내가 두세 살만 젊었어도 셋째를 계획했을 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20대 사무처 당직자 시절 매사에 의욕 넘치던 모습 그대로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에게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제안하며 가장 강조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었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를 없애고 여성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정책기조를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이 그에게 “실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당신이 가장 적임자”라고 했다는 것이다. 현재 44세로 6세 딸과 3세 아들을 둔 워킹맘인 김희정 장관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2015 예산안 증가율, 부처 중 최대
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의에서 날카로운 질의를 퍼붓던 정치인 시절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성희롱 예방이니 셧다운(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이니 여성 권익신장 같은 일만 한다고 오해하는 남성이 많은데 사실 성숙한 가족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른 부처와 협력하는 것이 주 업무”라며 “다른 부처에 협조 부탁할 일이 워낙 많다 보니 말투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고들 한다”며 웃었다.
—장관이라는 새로운 자리에 도전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여성가족부 2015년 예산안이 12일 국회 상임위(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가결됐는데 전년 대비 예산증가율이 전 부처 중 가장 높아요. 여성가족부가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예산이 늘어난 이유가 있습니까.
“내년부터 시행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가장 커요. 중·고등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수가 무려 28만명이에요. 이들은 교육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예산에 291억원이 들어갑니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여러 유·무형의 국가지원을 받고 있으니,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 줘야 해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관련 업무를 다양하게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야심 차게 내놓은 것이 ‘수학능력시험 이후 특별 프로그램’입니다. 수능을 마친 청소년은 할 것, 볼 것이 별로 없어 음주와 일탈행동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요. 여성가족부가 수능 직후부터 2월 말까지 릴레이 명사 특강, 역사탐방, 공연, 자원봉사 등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청소년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나승연 전 평창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 장미란 선수 등 청소년이 선망하는 명사를 초청해 다양한 특강도 준비한 상태입니다.”
—주로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학자나 여성 분야 전문가들이 맡아왔습니다. 김 장관은 이른바 여성 전문가는 아닌데.
“그런 지적도 있는데 제가 국회의원이 된 2004년부터 재선에 이르도록 한 해도 빠짐없이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일해 왔어요. 여가위는 다른 상임위와 함께 겸직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여가위 간사도 지냈고 2012년 국회가 구성한 아동여성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새누리당 간사를 맡았습니다. 여성청소년 관련 법안 발의도 여러 건 했습니다.”
장관이면서 국무위원인 자리
—대통령이 40대 초반의 여성에게 장관직을 제의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특별히 개인적인 관계도 없어 보입니다.
“여성가족부 업무가 단순히 우리 부처 업무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성(性)인지 및 양성평등과 관련해 타 부처를 대상으로 평가나 교육하는 업무도 많고, 법무부나 안행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해야 하는 일도 많아요. 또 이 자리는 한 부처의 장관일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이기도 합니다. 국무위원들과 함께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대통령이 생각하신 여성가족부 장관에 맞는 인물상은 ‘기 안 죽고 열심히 뛰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정치인 출신이 오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이 김 장관과 여성가족부에 특별히 당부한 점은 무엇입니까.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를 정착시켜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현재의 여성 이슈는 예전과 달리 여성 인권이나 지위와 관련한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의 능력과 경력을 얼마나 존중하고 활용하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한다는 건 여성 혼자서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정부와 기업 등 사회 전체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뛸 장관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국무위원 중 여성이 한 명뿐이라 여성 대통령 시대에 걸맞지 않은 숫자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 정부의 여성 장관 현황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 6명, 노무현 대통령 5명, 이명박 대통령 6명이었는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2년 동안 이미 3명을 임명한 바 있어요(윤진숙, 조윤선, 김희정). 적다고 할 수 없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여성 차관급의 수를 보면 여성이 약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여성 차관은 각 3명, 10명, 10명이었어요. 그런데 2년이 지난 현 정부의 여성 차관은 이미 10명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여성의 경력 유지와 재취업에 집중
—취임사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일 관련 양성평등이라 하면 직장 진입 시 남녀를 평등하게 채용하는 것에 생각이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입사시험에서는 여성이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여성은 많지 않잖아요? 또 고위직에 여성 배려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위치까지 온 여성이 많지 않아요. 여성의 생애를 봤을 때 일은 ‘4R’의 단계로 나눠집니다. 직장 진입(recruit), 경력 유지(retain), 재취업(restart), 대표성(representation)이라고 보면 되죠.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직장은 1단계는 상당히 성과를 이뤄왔다고 봐요. 하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직장에서 경력을 유지하거나 만약 그만뒀을 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한데 이 고리가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 취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력 유지나 경력 단절 후 재취업을 지원하는 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친화기업인증제도’입니다. 직장 어린이집 운영,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활성화 등 직원과 그 가족의 삶의 질과 장기적 미래까지 고민하는 기업들을 여성가족부가 심사해 인증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 522개 회사가 가족친화인증을 받았습니다. ”
—가족친화적인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은행금리 우대,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출입국 심사 시 이용편의 제공, 조달청 물품구매 시 가점 부여 등 수십 가지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요.”
—그게 여성가족부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할 일이 많은 거죠. 안전행정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수많은 부처와 협력하고 부탁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사실 여성가족부 내에서 하는 일보다 다른 부처에 요청하는 업무가 더 많을 정도예요. 다른 부처에서 어떤 일을 어느 부서에서 하고 있는지 밤을 새워 공부했죠.”
적응할 만하면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
김 장관은 6세, 3세 두 아이의 엄마다. 남편은 대기업 해외파트에 근무해 해외출장이 잦고 친정은 부산, 시댁은 독일이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김 장관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계속 바쁜 자리에 있었는데 아이들을 지금까지 어떻게 키웠습니까.
“출산 후 아이돌봄서비스와 양가 어머니 신세를 좀 졌어요. 그런데 양가 모두 멀리 계셔서 늘 봐줄 수는 없고 어쩌다 오시는데 연세도 많으시고 해서 지속적으로 부탁드릴 수가 없었죠.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어요. 제가 국회-공공기관-청와대-정부로 계속 직장을 옮겼는데 각 기관 모두 좋은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직장 어린이집이라는 곳이 제가 입사한다고 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저의 이동과 어린이집 입소 시점이 맞아떨어진 적이 없어요. 늘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 했죠. 청와대 대변인직을 제안받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청와대 어린이집에 대기신청한 거예요. 대변인직이 확정되고 나서 바로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서 ‘곧 청와대에 근무할 예정인데 아이 대기 신청합니다’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는 새벽에 회의를 하는 등 대통령이 ‘얼리 버드(early bird)’로 유명했는데 아이 볼 시간이 없지 않았나요.
“청와대 어린이집은 아침 7시에 문을 열어요. 항상 7시 전에 가서 막 출근한 보육교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7시 회의에 달려가곤 했죠. 비서관급 중 저 말고는 그렇게 어린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없으니 뭐라고 하소연할 곳도 없었어요. 청와대 대변인은 24시간 업무를 해야 하는 자리라 그때가 가장 아이들을 보기 어려웠던 시간이었죠.”
—직장을 옮기며 어린이집도 옮겼겠군요.
“직장인이면 다 알겠지만 A라는 곳에서 B로 이직을 하면 A어린이집은 나와야 하고 B어린이집은 대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 중간에 다른 곳에 보낼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환경이 자주 바뀌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니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어요.”
—지금은 국회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고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도 국회 어린이집 대기신청이었습니다. 국회에 어린이집이 세 곳 있는데 지금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각각 다른 곳에 다녀요. 남매를 같이 맡기고 싶어도 대기 순서가 있다 보니 같이 다닐 수가 없더라고요. 큰아이는 어린이집이 세 번째로 옮긴 곳이고 작은아이는 두 번째로 옮긴 곳입니다. 적응할 만하면 어린이집을 옮겨야 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죠.”
보육의 공백을 메워야
—그런데 어린이집으로 보육이 다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 저희 집도 얼마 전부터 아이들 등하원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요. 아이들이 제 출퇴근 시각에 맞춰 다니기 어려우니까요. 여성가족부가 주목하는 것도 그 부분이에요.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처럼 기관에서 아이들을 맡아주는 시간 외에 맞벌이 부부에겐 ‘보육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우리 부처가 시행하던 아이돌보미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고 돌봄수당을 올리는 등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돌보미가 집으로 가서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인데, 작년까지는 종일제 아이돌보미를 아이가 12개월이 될 때까지밖에 쓸 수 없었어요. 그러니 엄마들은 12개월이 지나면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아이돌보미를 이용하지 않고 양가 부모님이나 영아어린이집, 입주도우미 등 다른 방법을 찾곤 했죠. 그런데 올해부터는 24개월까지 쓸 수 있어요. 2년간 아이돌보미를 쓰고 어린이집으로 연계할 수 있고, 시간제는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가능합니다.”
—아이돌보미서비스를 신청해도 대기가 길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돌보미를 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부족한 지역도 있어요. 그런데 내년부터는 돌보미의 시간당 수당을 10% 인상하고 4대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한편 퇴직급여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돌보미가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돌봄선생님에게 일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아동과 청소년의 ‘공백’ 관련 정책이 많습니다.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맡는 시간 외에 생기는 ‘보육 공백’을 최대한 메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보미서비스 외에도 전국 80개소에 달하는 공동육아나눔터가 그런 정책이고요. 청소년의 경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내년 291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수련관, 청소년활동안전센터, 방과후아카데미 등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장관이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지난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설이 돌았습니다.
“지금은 보궐선거 후 나경원 의원이 3선으로 오셨지만 전당대회 때는 재선 이상 여성 의원이 김을동 최고위원과 저밖에 없으니 계속 얘기가 나오더군요. 정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최고위원은 아직 제가 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장관이 안 됐으면 재선의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겠죠.”
여성 인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오래 있을 수 있는 직장이 없어서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죠.(웃음) 정기적금도 들지 못해요.”
—여당에 경력 있는 여성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역구 출신 여성 의원도 많지 않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지금 충분한 수준이 아니에요. 제가 어떤 분야나 자리에 여성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 중엔 ‘여성 여성 말만 할 게 아니라 그만한 일 할 여성 좀 데려와 봐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래서 저희 부처에선 ‘미래 여성 인재 10만 양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10만 양성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 유능한 여성 인재를 활용하자는 거죠. 여성가족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자질과 능력 있는 여성인재DB(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는데, 이 DB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여성인재아카데미를 열고 공공기관 중간관리자, 지역여성리더 등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은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과 고위직 진출의 의지를 갖게 해줘 경력 단절을 사전예방하는 효과도 있어요. 2017년까지 10만명의 유능한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확대계획도 수립해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비율을 현재 13.9%에서 2017년 18.6%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정당이 첫 직장이었고 계속 정치를 해왔는데 행정부처에서 일해 보니 어떤지.
“제가 잘 쓰는 비유가 있어요. 정책은 편지와 같은 거라고요. 예를 들면 정치인은 편지가 상대방에게 도착했는지, 그 편지 내용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내가 편지를 보냈다’가 끝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편지를 쓰고 보내는 게 가장 큰일인 거죠. 잘 도착했는지, 잘 읽어 봤는지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요. 이런 공무원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싶어요.”
정치인과 공무원의 다른 점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데 지역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사실 제가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된 기반은 모두 지역주민들입니다. 부산 연제 주민들이 2004년 총선에서 33세 여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지 않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없었겠죠.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뜨거운 감정이 울컥 올라와요. 믿고 지지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첫 당선의 감동은 잊을 수 없어요. 재선 때는 둘째를 가져 만삭의 몸으로 선거운동을 했는데 다들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던지 그 눈빛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타 부처 장관들에게 부탁을 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중요한 업무라고 했다. 예전의 날카로운 국회의원 김희정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러나 뒷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그는 천성이 정치인이었다. “사실 다른 장관님들께 협조 구할 때 한 가지 팁이 있어요. 저 안 도와주면 국회로 돌아가서 (그 부처) 담당 상임위로 가서 괴롭힐 거라고 협박(?)을 해요. 그러면 다들 ‘아 정말 못 당하겠네’라며 협조에 나서요.”
이처럼 나이 든 장관들을 향해 깜찍한 협박에 나선다니, 각종 최연소 기록을 경신하는 톡톡 튀는 정치인 김희정다웠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둘째는 생각 없느냐”며 “내가 두세 살만 젊었어도 셋째를 계획했을 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20대 사무처 당직자 시절 매사에 의욕 넘치던 모습 그대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