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附和雷同하지 말라고 해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곧 닥칠 위기를 준비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개인 負債를 줄여야 해요.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지금 가장 중요한 투자는 金도, 달러도, 주식도, 부동산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입니다. 80세까지 일할 각오해야 해요’’
⊙ 삼성, 예상보다 더 큰 위기를 더 이른 시기에 直面
⊙ 고령화 사회에 富의 중심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산업으로 이동
⊙ 중국, 40년 내 미국 못 이겨… 중국 환상 버리고 미국 再浮上 준비하라
⊙ 3D 프린터 혁명, 인공지능 시대, 50~60대가 주도하는 자동차 혁명 시대 와
⊙ 삼성, 예상보다 더 큰 위기를 더 이른 시기에 直面
⊙ 고령화 사회에 富의 중심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산업으로 이동
⊙ 중국, 40년 내 미국 못 이겨… 중국 환상 버리고 미국 再浮上 준비하라
⊙ 3D 프린터 혁명, 인공지능 시대, 50~60대가 주도하는 자동차 혁명 시대 와
40대 초반의 젊은 미래학자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더군다나 그의 예측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학계, 재계에 소문이 나 있으니 말이다. 그의 대표적 예측 중 하나가 삼성 위기론이다. 그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삼성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최윤식(崔允植) 한국뉴욕주립대(인천 송도 소재·2013년 개교) 미래연구원장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휴스턴대학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비숍(Peter C. Bishop)에게서 사사(師事)했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미래학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문미래학자협의회(Association Professional Futurist)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래예측기법, 미래전략경영, 미래모니터링 등을 토대로 정부, 기업, 민간단체에 자문하고 있다.
통찰력 제시하는 미래학
지난 10월 3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그를 만나 미래학의 연구방법론, 유용성부터 물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는데 전공을 바꿔 미래학을 해야 할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미국 휴스턴대학에 미래학이 유명하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죠.”
—미래학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1960년대에 이미 들어왔죠. 당시에는 미래예측보다는 국가개발 쪽에 중점을 뒀어요. IT산업을 중시한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 앨빈 토플러 박사가 방한(訪韓)하면서 미래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김대중 정권 이후 주목받은 학문이군요.
“물론 그때도 미래학보다는 미래산업,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했어요. 미래예측에 주목한 것은 4~5년밖에 안 돼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고 미래예측을 우리 스스로 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죠.”
—미래학은 어떤 점에서 유용한 학문입니까.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주지요. 일반인들은 미래예측을 ‘예언’이라고 오해해요. 미래학은 예언이 아니라 예측의 영역입니다. 인간의 사고(思考) 기술을 통해 논리적으로 또는 확률적으로 일어날 변화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한 연구나 시나리오가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좋은 통찰력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대학에 미래학과가 정식으로 개설된 데가 아직 없어요.”
—미래를 예측하는 주된 도구는 뭐죠.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이 40~50가지나 돼요. 논리적 사고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측면이 강하지요.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자주 활용해요. 사회나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니까 그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도 중요하지요. 전문 지식이 있느냐 여부에 따라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져요. 경제에 대한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좋은 예측을 할 수는 없죠.”
—배경지식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예측을 잘한다는 얘기인가요.
“확률적으로 유리하죠.”
훌륭한 예측의 조건
—훌륭한 예측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예를 들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래정보가 훌륭한 예측입니다. 논리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예측이 좋은 예측이지요.”
—설령 그것이 나중에 실제로는 틀렸다 하더라도?
“그렇지요.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할 경우를 가정해 사람들이 무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봅시다. ‘차 안에서 잠을 잘 것이다’라는 예상부터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볼 것이다’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요. 좋은 예측이란 확률이 높은 미래를 가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확률적으로 높다는 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죠.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 국가나 기업, 개인에게 충격(임팩트)이 큰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좋은 예측이지요. 이런 걸 와일드 카드(wild card) 혹은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해요. ‘가능성은 작지만 충격이 큰 미래’를 예측하는 게 미래학에서는 아주 중요해요. 패러다임이 변환하는 시기에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국가 최고 지도자나 기업 나아가 개인들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학은 유비무환(有備無患)하는 학문입니다.”
—미래학에서 말하는 ‘미래’란 구체적으로 몇 년 뒤를 말하는 겁니까.
“10년 이내를 단기적 미래, 30년 이후를 장기적 미래로 봅니다. 중기적 미래는 10~30년 사이를 칭해요. 미래예측을 진짜로 잘한다는 것은 30년 이후를 내다보는 것이지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5년 단위의 미래를 중시합니다.
“3년, 5년 단위를 중요시하는 것은 그만큼 시대적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죠. 실제로 실용(實用)지식은 3년에 한 번씩 바뀝니다. 짧은 건 3년, 긴 건 5년 정도지요. 경제의 파도 주기도 3년에서 5년 정도입니다.”
—주로 경제나 경영의 미래를 많이 다루는데 국제정치나 군사안보는 연구 대상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미래학은 사회 변화를 예측하는 게 핵심입니다. 경제, 정치, 기술, 문화, 종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사회 변화로 나타나죠.”
삼성의 위기?
최윤식 원장은 2008년부터 미래학 서적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부의 전쟁 in Asia》 《2030 부의 미래지도》 등 경제적 부(富)가 시기, 국가별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에 《2030 대담한 미래》를 내면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일본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 《2030 대담한 미래2》를 냈습니다. 1권이 미래의 위기를 다뤘다면 2권은 기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렇지요. 《대담한 미래》는 시리즈로 낼 계획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3권을, 내후년에 4권을 냅니다. 3권은 2100년까지의 미래 시나리오를, 4권은 1~3권을 종합해 미래의 인간에 대해 다룹니다.”
—최 원장의 미래예측 중 한국 경제 특히 삼성의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5년 내에 몰락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삼성이 5년 내에 망한다는 게 아니라 창사(創社)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외 시장은 삼성에 3년에서 5년의 시간만 줄 겁니다. 이 기간에 삼성이 시장을 극복할 구체적인 대안(代案)을 내놓지 않으면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지요.”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경영지표를 보면 최 원장이 예측한 것보다 위기가 더 일찍 온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예상보다 더 큰 위기가 더 일찍 찾아왔어요.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내부 임원들도 알 건 다 압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요. 삼성그룹이 진짜 ‘멘붕’ 상황에 빠진 것은 그룹 내 고위 관계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위기가 너무 빨리 왔다는 데 있어요. 제가 작년에 내다본 3~5년이라는 시점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은 겁니다. 이제 삼성전자의 운명은 길게 4년, 짧게 2년 내에 결정될 겁니다. 그 사이에 삼성이 획기적인 것을 내놓지 못하면 정말이지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굳어지면 그다음에 금융권에서 폭탄이 날아올 거예요.”
—금융권에서 폭탄이 날아온다니요.
“삼성전자의 몰락은 주식 시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죠.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李在鎔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삼성그룹의 위기는 국내, 국제적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 사회의 내부적 문제를 살펴봅시다. 한마디로 성장 시스템의 한계라 할 수 있어요. 노령화 사회의 인구구조, 산업성장의 한계, 넛크래커 현상(Nutcracker Phenomenon·일종의 샌드위치 상황), 잠재성장률의 저하, 가계부채, 정치권의 성숙도 등에서 이미 빨간 불이 켜졌어요. 국제적으로 볼 때는 향후 5년간 금융위기가 지속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5년 후 아시아의 위기가 발생할 걸로 봐요.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사업의 한계와 중국이라는 강한 추격자에 직면해 있습니다. 삼성그룹 전체가 최고의 위기상황에 있는 거죠. 여기에 그룹 최고의 의사결정자인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몇 달 전 쓰러졌습니다.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작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입니다.”
—삼성의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후 삼성 쪽의 반응은 어땠나요.
“특별한 반응은 없었어요. 오히려 강의 요청을 해오더군요.”
—강연은 했나요.
“올 초에도 삼성전자에 가서 강의했어요. 많은 분이 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강의하는 자리에 이재용(李在鎔) 부회장이 왔습니까.
“2~3년 전 임원교육을 할 때는 계셨는데, 올해에는 없었어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의 겸손한 리더십이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미래학적 분석기법과 경제지표를 근거로 평가하자면, 시장은 그의 리더십에 대해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에게 아무리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해도, 불행하게도 그의 능력과 상관없이 현 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근거가 뭐죠.
“시장이 원하는 해법 때문입니다. 지금 국내외 시장은 삼성으로 하여금 ‘갤럭시 시리즈’를 더 잘 만들라는 게 아닙니다. 시장은 혁신을 바라고 있습니다. 혁신과 발전은 완전히 달라요. 발전은 기존의 제품을 더 잘 만드는 것입니다. 갤럭시 3, 4, 5로 갈수록 성능이 좋아진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혁신은 그야말로 새로운 것이죠. 기존의 것을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거죠.”
IBM이 컴퓨터 부문을 팔았던 걸 삼성전자가 본받아야
—삼성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간단해요. 스마트폰을 없애야 회사가 삽니다. 이게 혁신입니다. 스마트폰을 대신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파괴’ 혁신이 절실해요. 그것도 3년 안에 말입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피처폰이 사라지고 DMB 기계도 사라졌습니다. 이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유형이죠. 시장은 1등에 이런 걸 원해요. 그런 측면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조금 더 오래갈 겁니다. 애플은 iOS라는 자기만의 운영체제를 갖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을 계속 발전시켜 당분간 시장을 끌고 갈 수 있지요. 삼성은 자기만의 영역이 없어요.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해요. 삼성의 적은 애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에 있는 다른 기업들입니다.”
—삼성이 살려면 3년 안에 자기파괴 혁신을 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자기파괴, 경계파괴 혁신을 해야 합니다. 구글과 아마존처럼 말입니다.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삼성전자를 파는 게 가장 확실한 자기파괴 혁신입니다.”
—삼성전자를 매각해야 한다고요.
“네, 팔아야 삽니다.”
—지금 팔아야 합니까.
“네. 지금요. 가급적 빨리 팔아야 해요. 5년 후에는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을 겁니다. 휴대폰 제조회사 팬택처럼 말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팬택을 매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세일 전략을 펴야 해요. 가치가 있을 때 파는 거죠. 이걸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IBM입니다. IBM의 주력 사업은 컴퓨터 부문이었어요. 이걸 중국의 레노버에 팔았지요. 컴퓨터 부문을 매각할 무렵, 5년은 더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판 겁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요. 판 돈을 미래형 산업에 투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사례가 없지 않아요. 대표적인 기업이 두산이죠.”
—삼성전자를 지금 판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계산 안 해봤습니다.”
—혹시 삼성전자를 팔아야 한다는 얘기를 삼성 측에 한 적이 있습니까.
“아뇨.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 밝히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장수할 기회가 전혀 없진 않았어요. 한때 삼성전자는 자기만의 운영체제를 개발·보급한 적이 있습니다. ‘바다’라는 운영체제를 삼성 휴대폰에 장착해 팔았던 거죠. 독자적 운영체제를 갖는 게 시장 플랫폼을 장악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았던 겁니다. 그런데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선택하면서 ‘바다’를 포기했어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금이라도 자신만의 휴대폰 운영체제를 만들면 안 될까요.
“늦었어요. 삼성 휴대폰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깔면 구글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껴 다른 회사 제품을 선택할 겁니다. 중국산(産) 휴대폰을 살 게 뻔하죠. 가격 대비 성능도 중국산이 더 좋아요.”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 회사 사라
—휴대폰 다음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기기가 웨어러블(wearable)입니다. 웨어러블 컴퓨터,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불리는 이른바 착용 컴퓨터 기기인데요. 안경, 시계, 옷처럼 컴퓨터를 착용한다는 거죠. 삼성도 미래를 위해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발전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일부분일 뿐, 세계 시장을 장악할 플랫폼이 될 거라고는 보지 않아요. 새로운 플랫폼은 ‘공간’적 측면에서 봐야 해요. 그런 점에서 자동차를 주목해야 해요. 자동차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매일 탑니다. 2~4시간씩 타는 사람도 있지요. 주말에도 탑니다. 미래형 자동차는 차량 내 좌석에 앉는 순간 사람의 몸을 100% 스캔합니다. 건강상태도 체크할 수 있고, 전화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부상(浮上)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자동차는 중요한 디바이스(장치)가 됩니다. 자동차 디바이스를 잡아야 합니다.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차가 사무실이 될 겁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을 그만두고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삼성전자를 팔고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같은 기업을 사야 해요.”
—전기자동차 회사를요.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어요. 현재 테슬라의 시가(時價) 총액은 우리의 현대·기아차보다 많아요. 투자자들이 삼성보다 구글을 더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뭘까요. 구글은 로봇산업도 준비하고, 인공지능 회사도 사들이고, 우주산업에도 뛰어들었어요. 이들 영역이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데도 말입니다. 구글은 새로운 시장을 내다본 거죠. 그래서 투자자들이 구글을 더 신뢰합니다. 삼성도 이런 비전을 보여줘야 해요. 휴대폰 갤럭시 모델을 새롭게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만약 삼성이 최신 IT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유형의 움직이는 사무실용(用) 전기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면, 세계는 삼성을 새롭게 주목할 겁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런 차를 만드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현대·기아차에 가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뇌신경과학자, 생물학자, 의사들을 뽑아 새로운 개념의 차를 만드는 데 투입해야 한다. 자동차가 일상생활의 새로운 디바이스가 되면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바이오 헬스까지 모든 것이 차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미래형 자동차를 만들어야 살아남는다’고 했지요. 현재 현대·기아차는 연비가 더 좋아지고,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가벼운 차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미래형 자동차를 만들지 않으면 미래형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겁니다.”
—삼성전자처럼 현대·기아차도 위기에 빠질 수 있겠군요.
“위기는 벌써 왔어요. 삼성전자의 위기 징조가 주식 시장에서 나타난다면,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 시작될 겁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큰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삼성·현대, 내수 시장 위해 적극 投資해야
—지난 3월 서울을 방문한 디루이펑(狄瑞鵬) 칭화대(淸華大) 경제경영학부 부(副)학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현대자동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명품(名品) 자동차 회사들이 다 들어와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중국의 역습이 시작됐는데요.
“앞으로 중국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우리 기업을 칠 겁니다. 우리 기업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중국 내수 시장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잘못된 전략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한 전략이 아닙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큰 기업은 국내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해요. 내수 시장이 무너지면 해외 시장에서 얼마 못 가 무너집니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내수 시장에서 의자 뺏기 게임을 해야 할 가능성이 아주 커요. 의자는 두 개인데 앉아야 할 사람은 세 명인 그런 상황이 옵니다. 삼성 휴대폰이나 현대자동차의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서 더 비쌉니다. 우리 소비자들이 이를 알면서도 그들 제품을 사서 씁니다.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들고 내수 시장이 죽으면 결국 이들 기업도 오래 버티지 못해요. 대기업이 국내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존재론적 필요성이 있는 거죠. 공장도 짓고, 사람도 채용해야…, 내수 시장을 스스로 키워야 해요.”
—우리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네이버가 SNS에서 밀린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네이버도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미래산업에 투자해 승부수를 걸어야 합니다.”
—네이버가 구글하고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요.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일본에서 ‘라인’을 만들어 성공한 것처럼요. 지금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 투자해야죠. 위기에 몰려서 하면 안 돼요. 네이버는 우리나라 벤처문화를 바꿔주는 일도 해야 해요. 제값을 주고 좋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부터 해야죠. 기술을 훔친다거나 헐값에 벤처기업을 인수한다면 공멸(共滅)합니다.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도와줘야 해요.”
—인공지능 산업에 지금 투자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현재 인터넷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초기 수준입니다.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거예요. 지금 해볼 만합니다. 유저(사용자)가 인터넷에 직접 접속하는 시대는 과거 패러다임입니다. 인터넷이 유저에게 접속해 오는 시대가 오고 있어요. 여기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에 엄청 투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요.”
—인터넷이 다가온다는 의미는 인터넷이 사용자에게 미리미리 정보를 준다는 얘깁니까?
“그렇죠. 내가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이 알아서 제공하는 거죠. 내가 키워드를 던지면 이 친구(인터넷)가 알아서 관련 정보를 보여줘요. 개인비서 서비스라 할 수 있지요. 이 분야에 현재 최고의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IBM과 애플입니다. IBM은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도 ‘시리’를 제공하고 있지요. 구글도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을 영입했어요.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온다’고 예측한 분이지요.”
—인공지능 기술, 개인비서 플랫폼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아주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걸 잡으면 됩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은 惡手
최윤식 원장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10~15년 사이에 30대 그룹 중 절반이 사라지고, 2~3년 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부도(不渡) 도미노가 시작되며, 통신 3사 중 하나는 없어지고, 코스피는 1000선까지 폭락할 수 있으며, 부동산 시장은 최소 5~7년간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및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심화,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잘못된 정책, 심각한 사회적 갈등, 급격한 흡수통일의 위험성 등을 꼽았다. 최 원장은 “여러 요인 중에 저출산과 고령화, 넛크래커 현상에 빠진 한국 경제, 부동산 거품 붕괴가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외환보유액, 단기외채의 규모 등을 종합해 보면 상황이 좋지 않아요. 가능성은 낮지만 외환위기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요. 만약 문제가 된다면 심각한 상황인 가계부채가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봐요.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징후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계부채 증가를 멈추게 하고 가계부채의 원금을 줄이는 정책으로 가야 해요. 성장은 저하되겠지만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겁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등 박근혜 경제팀은 최근 경기부양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완화, 부동산 규제 완화, 신규투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악수(惡手)입니다. 정부는 제2금융권에 있던 부채가 제1금융권으로 넘어와 오히려 안정적이라 얘기합니다. 물론 대출자가 낮은 이자를 낸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나 단기적 처방에 불과해요.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번 정부 말이나 다음 정부 초에 큰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요.”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손해를 보더라도 개인 재산을 팔아야죠. 씀씀이를 줄이는 등 생활규모도 조정해야 해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 정부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가계부채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 있어요. 일반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겁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시점을 언제로 봅니까.
“내년 중에는 올릴 거예요.”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중국에 대한 메타포(Metaphor)를 바꾸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중국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됩니다. 경제나 국제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우선 중국 시장에 대한 환상을 지금부터 버려야 해요. 현재 중국은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어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40년이 지나도 미국을 추월할 수 없습니다. 소련이나 일본처럼 미국을 추월하려다 결국 못 해요. 중국의 경제 규모는 앞으로 커지겠지만, 부채(負債)를 대폭 축소해야 하고 부의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심각한 부패 척결에도 힘을 동시에 쏟아야 합니다.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죠. 이 때문에 미국을 이길 수 없어요.”
—미중(美中)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 봅니까.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과 여섯 가지 전쟁을 할 겁니다. 패권 전쟁, 무역 전쟁, 환율 전쟁, 원가 전쟁, 산업 전쟁, 인재 전쟁을 벌일 거예요.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은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계에 도달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려고 할 겁니다.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해요. 중국이 원하는 시장은 중간재 시장입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장이자 미래에 우리가 확보해야 할 시장, 그것이 바로 중국이 노리는 시장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반드시 우리를 공격하게 됩니다. 우리 시장을 빼앗아갈 것이 확실해요. 우리는 그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공부한 탓에 중국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건 아닙니까.
“객관적으로 본다고 생각해요. 중국은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경제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세계 경찰국가로서 국제정치적 파워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회복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요.
“2008년 이전의 미국과 이후의 미국은 다릅니다. 외국에, 특히 중국에 나가 있던 미국 제조업체가 본토로 돌아오고 있어요. 제조업이 부흥하고 있다는 얘기죠. 달러의 위력도 강해지고 있어요. 미국은 최근 들어 원유수출 금지도 풀었습니다. 셰일가스(Shale gas·암석층에 함유된 천연가스)가 나오면서 에너지 사정이 나아졌죠. 부강한 국가가 되는 데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원유와 같은 천연자원이 많거나,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거나, 경쟁력이 뛰어난 제조업체가 많거나 하면 강한 나라가 돼요. 미국은 이 세 가지를 다 갖고 있어요. 특히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도 갖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어요. 미국의 위력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해요. 떨어졌던 미국의 위상은 다시 올라갑니다. 세계 넘버원 국가로서 말이죠. 미국은 군사안보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요. 일본을 함께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도 할 수 있어요. 우리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이죠.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가야 해요.”
북한 4대 세습 不可, 빠르면 10년 내 統一
최윤식 원장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위기가 당분간 지속되고 이 와중에 미국의 국력은 되살아나 2020년경에 새로운 전환점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세컨드 골디락스(Goldilocks·경제적 호황)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미국이 경기를 회복하면 유럽도 1~2년 뒤에 회복세를 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도 위기에서 벗어나죠.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시기를 2020년 정도로 보는데 그 무렵 전 세계가 큰 틀에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2020~2035년 사이에 이른바 두 번째 골디락스 시대가 열리는 거죠. 이때 새로운 형태의 미래산업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우리는 이를 대비해야 해요.”
—세계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것은 다른 시나리오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내년에 나올 《2030 대담한 미래》 3권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해 있는 우리의 경우, 남북통일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죠.”
—통일은 언제쯤 될 것이라 예상합니까.
“빠르면 10년 내, 늦어도 30년 이내에 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4대 세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현재 북한 김정은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요.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내부 권력다툼이 벌어질 것이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뒤 통일될 것이라 생각해요. 통일이 되면 우리로서는 대박이지요. 그런데 단기적 혹은 중기적으로 충격과 혼란이 뒤따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박이 된다는 얘기지요. 독일도 20년 넘도록 통일 후유증을 앓고 있어요. 남북의 경우, 지금 통일되면 양측 모두 상당한 충격을 받게 돼요. 준비를 단단히 해도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일어나지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통일 대박론’의 핵심이 돼야 해요.”
—미래학적 관점에서 북한 정권의 몰락 가능성과 통일 시점을 예측할 수도 있겠군요.
“다양한 기법으로 얼마든지 분석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현재 중국,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상황 이른바 ‘넛크래커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탈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뭘까요.
“넛크래커 현상에서 탈출하지 못해 성장이 멈춘 나라는 적지 않아요. 필리핀,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지요. 아르헨티나는 세계 경제 규모 6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과거 석유파동, IMF 외환위기 등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어요. 넛크래커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 산업, 미래형 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해요. 넛크래커 상황을 탈출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삼성의 위기 극복방안과 비슷해요. 팔 건 팔아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경계파괴, 자기파괴 이런 것을 해야 해요. 듀폰과 노키아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듀폰은 알짜 석유회사인 ‘코노코’를 매각하고 농업·생명과학회사로 변신하고 있지요. 종자회사와 식품회사도 계속 인수하고 있어요. 미래에는 식량과 건강 문제가 인류의 큰 과제일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겁니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경우이죠. 몰락 직전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어요. 몰락 이후 핀란드 정부와 노키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키아에서 구조 조정된 직원들은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고 마침내 재기(再起)에 성공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기술혁신투자청, 벤처캐피털펀드 핀베라 등을 통해 창업을 적극 지원했지요. ‘앵그리버드’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모바일 게임의 대박 신화를 만들었지요. 노키아의 몰락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핀란드를 구한 셈입니다.”
3D 프린터, 산업에 미칠 영향 클 것
—향후 10~20년 사이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기존의 제조업은 제3의 신흥국이 맡을 겁니다. 이른바 G20 국가는 첨단기술로 최상의 상품을 만들 겁니다. 선진국, 신흥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이 각자 수준에 맞게 달라지겠죠.”
—미래형 산업으로는 어떤 것을 거론할 수 있습니까.
“경계를 파괴하는 산업,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파괴하는 산업(가상혁명) 그리하여 환상 사회를 이끄는 산업이 주를 이룰 겁니다. 구체적으로 디스플레이 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3D 인터넷이 나타날 것이며,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이 활성화되고,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사회가 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이 3D 프린터 혁명입니다. 개인이 물건을 직접 만드는 거죠. 공장의 개인화라 할 수 있어요.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겁니다. 5년 내에 각 가정에 가정용 3D 프린터가 한 대씩 보급됩니다. 보잉사는 이미 3D 프린터로 비행기 엔진 부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 하나는 미래형 산업은 공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죠. 손, 자동차, 집과 사무실, 몸 그리고 길(路)이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손을 둘러싼 휴대폰 전쟁이 1차 공간 전쟁이었다면 두 번째 전쟁은 자동차에서 벌어질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구글과 애플이 미래산업을 선도할까요.
“두 기업은 플랫폼 전쟁을 치열하게 벌일 겁니다. 구글은 2020~2025년경이면 기본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넘어 전염병이나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이미 구글은 2010년에 인체 곳곳을 샅샅이 뒤질 수 있는 보디 브라우저를 세상에 내놓았지요. 이런 서비스가 더욱 확장된다면 보다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요. 게놈 정보를 이용한 매칭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애플은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해 지금처럼 편리하면서도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겁니다. 음성, 지문, 표정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바이오 생체 인식 기능이 애플의 스마트 기기, 이들 기기와 일체화된 애플의 iOS에 탑재되고, 여기에 헬스케어 관련 3D 가상스토어와 시뮬레이션 서비스가 추가된 플랫폼을 구축하게 됩니다.”
—앞으로 부는 어떤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결국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의 중심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산업으로 이동합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지요. 사람들은 40대부터 건강을 생각하는데 50대에 접어들면 건강에 돈을 많이 쓰게 돼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빚까지 내야 할 상황이 옵니다. 중국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게 되면 이 분야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형성할 겁니다.”
80세까지 일할 각오해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미래를 위해 개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미래는 오늘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가 중요하지요. 저는 주변사람들에게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라고 해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곧 닥칠 위기를 준비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개인 부채를 줄여야 해요.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지금 가장 중요한 투자는 금(金)도 아니고 달러도 아니고 주식도 아니고 부동산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겁니다.”
—자신에게요?
“실력을 키워 경쟁력을 높인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80세까지 일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준비를 잘 하면 2020년부터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겁니다.”⊙
최윤식(崔允植) 한국뉴욕주립대(인천 송도 소재·2013년 개교) 미래연구원장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휴스턴대학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비숍(Peter C. Bishop)에게서 사사(師事)했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미래학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문미래학자협의회(Association Professional Futurist)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래예측기법, 미래전략경영, 미래모니터링 등을 토대로 정부, 기업, 민간단체에 자문하고 있다.
통찰력 제시하는 미래학
지난 10월 3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그를 만나 미래학의 연구방법론, 유용성부터 물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는데 전공을 바꿔 미래학을 해야 할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미국 휴스턴대학에 미래학이 유명하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죠.”
—미래학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1960년대에 이미 들어왔죠. 당시에는 미래예측보다는 국가개발 쪽에 중점을 뒀어요. IT산업을 중시한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 앨빈 토플러 박사가 방한(訪韓)하면서 미래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김대중 정권 이후 주목받은 학문이군요.
“물론 그때도 미래학보다는 미래산업,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했어요. 미래예측에 주목한 것은 4~5년밖에 안 돼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고 미래예측을 우리 스스로 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죠.”
—미래학은 어떤 점에서 유용한 학문입니까.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주지요. 일반인들은 미래예측을 ‘예언’이라고 오해해요. 미래학은 예언이 아니라 예측의 영역입니다. 인간의 사고(思考) 기술을 통해 논리적으로 또는 확률적으로 일어날 변화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한 연구나 시나리오가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좋은 통찰력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대학에 미래학과가 정식으로 개설된 데가 아직 없어요.”
—미래를 예측하는 주된 도구는 뭐죠.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이 40~50가지나 돼요. 논리적 사고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측면이 강하지요.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자주 활용해요. 사회나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니까 그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도 중요하지요. 전문 지식이 있느냐 여부에 따라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져요. 경제에 대한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좋은 예측을 할 수는 없죠.”
—배경지식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예측을 잘한다는 얘기인가요.
“확률적으로 유리하죠.”
훌륭한 예측의 조건
—훌륭한 예측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예를 들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래정보가 훌륭한 예측입니다. 논리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예측이 좋은 예측이지요.”
—설령 그것이 나중에 실제로는 틀렸다 하더라도?
“그렇지요.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할 경우를 가정해 사람들이 무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봅시다. ‘차 안에서 잠을 잘 것이다’라는 예상부터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볼 것이다’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요. 좋은 예측이란 확률이 높은 미래를 가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확률적으로 높다는 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죠.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 국가나 기업, 개인에게 충격(임팩트)이 큰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좋은 예측이지요. 이런 걸 와일드 카드(wild card) 혹은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해요. ‘가능성은 작지만 충격이 큰 미래’를 예측하는 게 미래학에서는 아주 중요해요. 패러다임이 변환하는 시기에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국가 최고 지도자나 기업 나아가 개인들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학은 유비무환(有備無患)하는 학문입니다.”
—미래학에서 말하는 ‘미래’란 구체적으로 몇 년 뒤를 말하는 겁니까.
“10년 이내를 단기적 미래, 30년 이후를 장기적 미래로 봅니다. 중기적 미래는 10~30년 사이를 칭해요. 미래예측을 진짜로 잘한다는 것은 30년 이후를 내다보는 것이지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5년 단위의 미래를 중시합니다.
“3년, 5년 단위를 중요시하는 것은 그만큼 시대적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죠. 실제로 실용(實用)지식은 3년에 한 번씩 바뀝니다. 짧은 건 3년, 긴 건 5년 정도지요. 경제의 파도 주기도 3년에서 5년 정도입니다.”
—주로 경제나 경영의 미래를 많이 다루는데 국제정치나 군사안보는 연구 대상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미래학은 사회 변화를 예측하는 게 핵심입니다. 경제, 정치, 기술, 문화, 종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사회 변화로 나타나죠.”
삼성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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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의 대표 저서. 그는 2030년 무렵 펼쳐질 미래산업의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예측했다. 한국의 위기와 기회도 담고 있다. |
—최근에 《2030 대담한 미래2》를 냈습니다. 1권이 미래의 위기를 다뤘다면 2권은 기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렇지요. 《대담한 미래》는 시리즈로 낼 계획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3권을, 내후년에 4권을 냅니다. 3권은 2100년까지의 미래 시나리오를, 4권은 1~3권을 종합해 미래의 인간에 대해 다룹니다.”
—최 원장의 미래예측 중 한국 경제 특히 삼성의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5년 내에 몰락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삼성이 5년 내에 망한다는 게 아니라 창사(創社)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외 시장은 삼성에 3년에서 5년의 시간만 줄 겁니다. 이 기간에 삼성이 시장을 극복할 구체적인 대안(代案)을 내놓지 않으면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지요.”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경영지표를 보면 최 원장이 예측한 것보다 위기가 더 일찍 온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예상보다 더 큰 위기가 더 일찍 찾아왔어요.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내부 임원들도 알 건 다 압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요. 삼성그룹이 진짜 ‘멘붕’ 상황에 빠진 것은 그룹 내 고위 관계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위기가 너무 빨리 왔다는 데 있어요. 제가 작년에 내다본 3~5년이라는 시점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은 겁니다. 이제 삼성전자의 운명은 길게 4년, 짧게 2년 내에 결정될 겁니다. 그 사이에 삼성이 획기적인 것을 내놓지 못하면 정말이지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굳어지면 그다음에 금융권에서 폭탄이 날아올 거예요.”
—금융권에서 폭탄이 날아온다니요.
“삼성전자의 몰락은 주식 시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죠.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李在鎔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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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겸손한 리더십이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최윤식 원장은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능력과 상관없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2013년 4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한 구글 창업자 겸 회장인 래리 페이지(왼쪽)와 함께한 이재용 부회장. |
“우선 우리 사회의 내부적 문제를 살펴봅시다. 한마디로 성장 시스템의 한계라 할 수 있어요. 노령화 사회의 인구구조, 산업성장의 한계, 넛크래커 현상(Nutcracker Phenomenon·일종의 샌드위치 상황), 잠재성장률의 저하, 가계부채, 정치권의 성숙도 등에서 이미 빨간 불이 켜졌어요. 국제적으로 볼 때는 향후 5년간 금융위기가 지속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5년 후 아시아의 위기가 발생할 걸로 봐요.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사업의 한계와 중국이라는 강한 추격자에 직면해 있습니다. 삼성그룹 전체가 최고의 위기상황에 있는 거죠. 여기에 그룹 최고의 의사결정자인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몇 달 전 쓰러졌습니다.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작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입니다.”
—삼성의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후 삼성 쪽의 반응은 어땠나요.
“특별한 반응은 없었어요. 오히려 강의 요청을 해오더군요.”
—강연은 했나요.
“올 초에도 삼성전자에 가서 강의했어요. 많은 분이 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강의하는 자리에 이재용(李在鎔) 부회장이 왔습니까.
“2~3년 전 임원교육을 할 때는 계셨는데, 올해에는 없었어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의 겸손한 리더십이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미래학적 분석기법과 경제지표를 근거로 평가하자면, 시장은 그의 리더십에 대해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에게 아무리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해도, 불행하게도 그의 능력과 상관없이 현 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근거가 뭐죠.
“시장이 원하는 해법 때문입니다. 지금 국내외 시장은 삼성으로 하여금 ‘갤럭시 시리즈’를 더 잘 만들라는 게 아닙니다. 시장은 혁신을 바라고 있습니다. 혁신과 발전은 완전히 달라요. 발전은 기존의 제품을 더 잘 만드는 것입니다. 갤럭시 3, 4, 5로 갈수록 성능이 좋아진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혁신은 그야말로 새로운 것이죠. 기존의 것을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거죠.”
IBM이 컴퓨터 부문을 팔았던 걸 삼성전자가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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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억 달러를 투자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최윤식 원장은 삼성, 현대 등 국내 기업이 내수 시장에 투자하지 않으면 원초적 경영 기반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간단해요. 스마트폰을 없애야 회사가 삽니다. 이게 혁신입니다. 스마트폰을 대신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파괴’ 혁신이 절실해요. 그것도 3년 안에 말입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피처폰이 사라지고 DMB 기계도 사라졌습니다. 이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유형이죠. 시장은 1등에 이런 걸 원해요. 그런 측면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조금 더 오래갈 겁니다. 애플은 iOS라는 자기만의 운영체제를 갖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을 계속 발전시켜 당분간 시장을 끌고 갈 수 있지요. 삼성은 자기만의 영역이 없어요.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해요. 삼성의 적은 애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에 있는 다른 기업들입니다.”
—삼성이 살려면 3년 안에 자기파괴 혁신을 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자기파괴, 경계파괴 혁신을 해야 합니다. 구글과 아마존처럼 말입니다.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삼성전자를 파는 게 가장 확실한 자기파괴 혁신입니다.”
—삼성전자를 매각해야 한다고요.
“네, 팔아야 삽니다.”
—지금 팔아야 합니까.
“네. 지금요. 가급적 빨리 팔아야 해요. 5년 후에는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을 겁니다. 휴대폰 제조회사 팬택처럼 말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팬택을 매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세일 전략을 펴야 해요. 가치가 있을 때 파는 거죠. 이걸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IBM입니다. IBM의 주력 사업은 컴퓨터 부문이었어요. 이걸 중국의 레노버에 팔았지요. 컴퓨터 부문을 매각할 무렵, 5년은 더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판 겁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요. 판 돈을 미래형 산업에 투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사례가 없지 않아요. 대표적인 기업이 두산이죠.”
—삼성전자를 지금 판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계산 안 해봤습니다.”
—혹시 삼성전자를 팔아야 한다는 얘기를 삼성 측에 한 적이 있습니까.
“아뇨.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 밝히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장수할 기회가 전혀 없진 않았어요. 한때 삼성전자는 자기만의 운영체제를 개발·보급한 적이 있습니다. ‘바다’라는 운영체제를 삼성 휴대폰에 장착해 팔았던 거죠. 독자적 운영체제를 갖는 게 시장 플랫폼을 장악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았던 겁니다. 그런데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선택하면서 ‘바다’를 포기했어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금이라도 자신만의 휴대폰 운영체제를 만들면 안 될까요.
“늦었어요. 삼성 휴대폰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깔면 구글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껴 다른 회사 제품을 선택할 겁니다. 중국산(産) 휴대폰을 살 게 뻔하죠. 가격 대비 성능도 중국산이 더 좋아요.”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 회사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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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자동차 GM 볼트의 배터리 시스템 구조. 미래형 자동차는 이동수단 기능을 포함해 일상생활의 새로운 디바이스(장치·기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발전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일부분일 뿐, 세계 시장을 장악할 플랫폼이 될 거라고는 보지 않아요. 새로운 플랫폼은 ‘공간’적 측면에서 봐야 해요. 그런 점에서 자동차를 주목해야 해요. 자동차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매일 탑니다. 2~4시간씩 타는 사람도 있지요. 주말에도 탑니다. 미래형 자동차는 차량 내 좌석에 앉는 순간 사람의 몸을 100% 스캔합니다. 건강상태도 체크할 수 있고, 전화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부상(浮上)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자동차는 중요한 디바이스(장치)가 됩니다. 자동차 디바이스를 잡아야 합니다.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차가 사무실이 될 겁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을 그만두고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삼성전자를 팔고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같은 기업을 사야 해요.”
—전기자동차 회사를요.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어요. 현재 테슬라의 시가(時價) 총액은 우리의 현대·기아차보다 많아요. 투자자들이 삼성보다 구글을 더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뭘까요. 구글은 로봇산업도 준비하고, 인공지능 회사도 사들이고, 우주산업에도 뛰어들었어요. 이들 영역이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데도 말입니다. 구글은 새로운 시장을 내다본 거죠. 그래서 투자자들이 구글을 더 신뢰합니다. 삼성도 이런 비전을 보여줘야 해요. 휴대폰 갤럭시 모델을 새롭게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만약 삼성이 최신 IT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유형의 움직이는 사무실용(用) 전기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면, 세계는 삼성을 새롭게 주목할 겁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런 차를 만드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현대·기아차에 가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뇌신경과학자, 생물학자, 의사들을 뽑아 새로운 개념의 차를 만드는 데 투입해야 한다. 자동차가 일상생활의 새로운 디바이스가 되면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바이오 헬스까지 모든 것이 차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미래형 자동차를 만들어야 살아남는다’고 했지요. 현재 현대·기아차는 연비가 더 좋아지고,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가벼운 차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미래형 자동차를 만들지 않으면 미래형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겁니다.”
—삼성전자처럼 현대·기아차도 위기에 빠질 수 있겠군요.
“위기는 벌써 왔어요. 삼성전자의 위기 징조가 주식 시장에서 나타난다면,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 시작될 겁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큰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삼성·현대, 내수 시장 위해 적극 投資해야
—지난 3월 서울을 방문한 디루이펑(狄瑞鵬) 칭화대(淸華大) 경제경영학부 부(副)학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현대자동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명품(名品) 자동차 회사들이 다 들어와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중국의 역습이 시작됐는데요.
“앞으로 중국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우리 기업을 칠 겁니다. 우리 기업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중국 내수 시장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잘못된 전략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한 전략이 아닙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큰 기업은 국내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해요. 내수 시장이 무너지면 해외 시장에서 얼마 못 가 무너집니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내수 시장에서 의자 뺏기 게임을 해야 할 가능성이 아주 커요. 의자는 두 개인데 앉아야 할 사람은 세 명인 그런 상황이 옵니다. 삼성 휴대폰이나 현대자동차의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서 더 비쌉니다. 우리 소비자들이 이를 알면서도 그들 제품을 사서 씁니다.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들고 내수 시장이 죽으면 결국 이들 기업도 오래 버티지 못해요. 대기업이 국내 시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존재론적 필요성이 있는 거죠. 공장도 짓고, 사람도 채용해야…, 내수 시장을 스스로 키워야 해요.”
—우리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네이버가 SNS에서 밀린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네이버도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미래산업에 투자해 승부수를 걸어야 합니다.”
—네이버가 구글하고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요.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일본에서 ‘라인’을 만들어 성공한 것처럼요. 지금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 투자해야죠. 위기에 몰려서 하면 안 돼요. 네이버는 우리나라 벤처문화를 바꿔주는 일도 해야 해요. 제값을 주고 좋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부터 해야죠. 기술을 훔친다거나 헐값에 벤처기업을 인수한다면 공멸(共滅)합니다.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도와줘야 해요.”
—인공지능 산업에 지금 투자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현재 인터넷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초기 수준입니다.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거예요. 지금 해볼 만합니다. 유저(사용자)가 인터넷에 직접 접속하는 시대는 과거 패러다임입니다. 인터넷이 유저에게 접속해 오는 시대가 오고 있어요. 여기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에 엄청 투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요.”
—인터넷이 다가온다는 의미는 인터넷이 사용자에게 미리미리 정보를 준다는 얘깁니까?
“그렇죠. 내가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이 알아서 제공하는 거죠. 내가 키워드를 던지면 이 친구(인터넷)가 알아서 관련 정보를 보여줘요. 개인비서 서비스라 할 수 있지요. 이 분야에 현재 최고의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IBM과 애플입니다. IBM은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도 ‘시리’를 제공하고 있지요. 구글도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을 영입했어요.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온다’고 예측한 분이지요.”
—인공지능 기술, 개인비서 플랫폼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아주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걸 잡으면 됩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은 惡手
최윤식 원장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10~15년 사이에 30대 그룹 중 절반이 사라지고, 2~3년 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부도(不渡) 도미노가 시작되며, 통신 3사 중 하나는 없어지고, 코스피는 1000선까지 폭락할 수 있으며, 부동산 시장은 최소 5~7년간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및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심화,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잘못된 정책, 심각한 사회적 갈등, 급격한 흡수통일의 위험성 등을 꼽았다. 최 원장은 “여러 요인 중에 저출산과 고령화, 넛크래커 현상에 빠진 한국 경제, 부동산 거품 붕괴가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외환보유액, 단기외채의 규모 등을 종합해 보면 상황이 좋지 않아요. 가능성은 낮지만 외환위기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요. 만약 문제가 된다면 심각한 상황인 가계부채가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봐요.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징후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계부채 증가를 멈추게 하고 가계부채의 원금을 줄이는 정책으로 가야 해요. 성장은 저하되겠지만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겁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등 박근혜 경제팀은 최근 경기부양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완화, 부동산 규제 완화, 신규투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악수(惡手)입니다. 정부는 제2금융권에 있던 부채가 제1금융권으로 넘어와 오히려 안정적이라 얘기합니다. 물론 대출자가 낮은 이자를 낸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나 단기적 처방에 불과해요.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번 정부 말이나 다음 정부 초에 큰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요.”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손해를 보더라도 개인 재산을 팔아야죠. 씀씀이를 줄이는 등 생활규모도 조정해야 해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 정부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가계부채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 있어요. 일반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겁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시점을 언제로 봅니까.
“내년 중에는 올릴 거예요.”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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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식 원장은 “중국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된다. 중국은 40년 내에 미국을 이길 수 없다. 반면 미국은 국제정치적, 세계경제적 차원에서 재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해경선(오른쪽 아래)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대치하고 있다. |
“중국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됩니다. 경제나 국제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우선 중국 시장에 대한 환상을 지금부터 버려야 해요. 현재 중국은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어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40년이 지나도 미국을 추월할 수 없습니다. 소련이나 일본처럼 미국을 추월하려다 결국 못 해요. 중국의 경제 규모는 앞으로 커지겠지만, 부채(負債)를 대폭 축소해야 하고 부의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심각한 부패 척결에도 힘을 동시에 쏟아야 합니다.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죠. 이 때문에 미국을 이길 수 없어요.”
—미중(美中)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 봅니까.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과 여섯 가지 전쟁을 할 겁니다. 패권 전쟁, 무역 전쟁, 환율 전쟁, 원가 전쟁, 산업 전쟁, 인재 전쟁을 벌일 거예요.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은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계에 도달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려고 할 겁니다.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해요. 중국이 원하는 시장은 중간재 시장입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장이자 미래에 우리가 확보해야 할 시장, 그것이 바로 중국이 노리는 시장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반드시 우리를 공격하게 됩니다. 우리 시장을 빼앗아갈 것이 확실해요. 우리는 그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공부한 탓에 중국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건 아닙니까.
“객관적으로 본다고 생각해요. 중국은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경제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세계 경찰국가로서 국제정치적 파워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회복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요.
“2008년 이전의 미국과 이후의 미국은 다릅니다. 외국에, 특히 중국에 나가 있던 미국 제조업체가 본토로 돌아오고 있어요. 제조업이 부흥하고 있다는 얘기죠. 달러의 위력도 강해지고 있어요. 미국은 최근 들어 원유수출 금지도 풀었습니다. 셰일가스(Shale gas·암석층에 함유된 천연가스)가 나오면서 에너지 사정이 나아졌죠. 부강한 국가가 되는 데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원유와 같은 천연자원이 많거나,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거나, 경쟁력이 뛰어난 제조업체가 많거나 하면 강한 나라가 돼요. 미국은 이 세 가지를 다 갖고 있어요. 특히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도 갖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어요. 미국의 위력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해요. 떨어졌던 미국의 위상은 다시 올라갑니다. 세계 넘버원 국가로서 말이죠. 미국은 군사안보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요. 일본을 함께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도 할 수 있어요. 우리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이죠.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가야 해요.”
| 미래산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다섯 가지 關門 제1관문 生存: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아라. ‘생존’의 관문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핵심 능력은 경제 통찰력이다. 앞으로 벌어질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 판의 이치, 구조, 흐름을 파악하고 정보의 비(非)대칭성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다. 중앙은행의 움직임,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의 전환기, 환율변화를 유심히 봐야 한다. 제2관문 先占: 신산업 거품 전쟁과 특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라. 2~3년 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흘러들어가면 그 돈은 투자 수익률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할 것이다. 가장 매력적인 투자 분야는 3D프린터, 웨어러블 컴퓨터, 바이오산업, 무인자동차, 소프트웨어 등 미래형 신산업이다. 그래서 신산업 특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 신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특허다. 생존하려면 특허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제3관문 先導: 경계 파괴 전쟁을 선도하라.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들을 물리적으로 결합하고,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미래형 산업의 대부분은 결합과 융합 경쟁의 산물이 될 것이다. 또 경제의 경계는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문화·학문·산업·언어의 경계가 파괴된다. 미래는 경계를 파괴하는 자와 그 밑에 굴복하는 자로 나뉠 것이다. 제4관문 主導: 공간 전쟁에서 판을 주도하라. 2030년까지 주목해야 할 미래 영역은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기술이다. 그중에서도 본격적인 산업 경계 파괴를 선도하는 것은 자동차가 될 것이다. 2020년부터 무인자동차의 상용화가 시작될 것이다. 사람이 핸들에서 손을 떼는 순간 자동차는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장치가 아니라 사람과 연결되는 전기전자 디바이스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제1차 공간 전쟁은 손이었다. 제2차 공간 전쟁의 터는 자동차, 집, 사무실이다. 미래의 집과 사무실은 컴퓨터화된다. 전기전자 디바이스가 된 자동차는 집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중심 공간이 될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와 연결되고, 사람의 몸과 연결될 것이다. 제5관문 看破: 미래 사람의 문제, 욕구, 결핍의 변화를 간파하라. 기술 개발과 관련해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기술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사회의 문제·욕구·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이다. 전자의 질문을 더 많이 던지는 기업은 기술 혁신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기업에 속한다. 후자의 질문을 더 많이 던지는 기업은 비즈니스 혁신 기업이다. 애플이 이런 기업이다. 비즈니스 혁신 기업은 시장에서 승리하는 기술에 관심을 둔다. 시장을 지배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미래를 지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면 부의 이동, 인구구조의 변화, 미래 사회의 변화로 인한 미래 사람의 문제·욕구·결핍의 변화를 간파해야 한다. |
북한 4대 세습 不可, 빠르면 10년 내 統一
최윤식 원장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위기가 당분간 지속되고 이 와중에 미국의 국력은 되살아나 2020년경에 새로운 전환점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세컨드 골디락스(Goldilocks·경제적 호황)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미국이 경기를 회복하면 유럽도 1~2년 뒤에 회복세를 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도 위기에서 벗어나죠.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시기를 2020년 정도로 보는데 그 무렵 전 세계가 큰 틀에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2020~2035년 사이에 이른바 두 번째 골디락스 시대가 열리는 거죠. 이때 새로운 형태의 미래산업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우리는 이를 대비해야 해요.”
—세계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것은 다른 시나리오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내년에 나올 《2030 대담한 미래》 3권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해 있는 우리의 경우, 남북통일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죠.”
—통일은 언제쯤 될 것이라 예상합니까.
“빠르면 10년 내, 늦어도 30년 이내에 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4대 세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현재 북한 김정은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요.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내부 권력다툼이 벌어질 것이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뒤 통일될 것이라 생각해요. 통일이 되면 우리로서는 대박이지요. 그런데 단기적 혹은 중기적으로 충격과 혼란이 뒤따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박이 된다는 얘기지요. 독일도 20년 넘도록 통일 후유증을 앓고 있어요. 남북의 경우, 지금 통일되면 양측 모두 상당한 충격을 받게 돼요. 준비를 단단히 해도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일어나지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통일 대박론’의 핵심이 돼야 해요.”
—미래학적 관점에서 북한 정권의 몰락 가능성과 통일 시점을 예측할 수도 있겠군요.
“다양한 기법으로 얼마든지 분석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현재 중국,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상황 이른바 ‘넛크래커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탈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뭘까요.
“넛크래커 현상에서 탈출하지 못해 성장이 멈춘 나라는 적지 않아요. 필리핀,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지요. 아르헨티나는 세계 경제 규모 6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과거 석유파동, IMF 외환위기 등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어요. 넛크래커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 산업, 미래형 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해요. 넛크래커 상황을 탈출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삼성의 위기 극복방안과 비슷해요. 팔 건 팔아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경계파괴, 자기파괴 이런 것을 해야 해요. 듀폰과 노키아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듀폰은 알짜 석유회사인 ‘코노코’를 매각하고 농업·생명과학회사로 변신하고 있지요. 종자회사와 식품회사도 계속 인수하고 있어요. 미래에는 식량과 건강 문제가 인류의 큰 과제일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겁니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경우이죠. 몰락 직전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어요. 몰락 이후 핀란드 정부와 노키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키아에서 구조 조정된 직원들은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고 마침내 재기(再起)에 성공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기술혁신투자청, 벤처캐피털펀드 핀베라 등을 통해 창업을 적극 지원했지요. ‘앵그리버드’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모바일 게임의 대박 신화를 만들었지요. 노키아의 몰락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핀란드를 구한 셈입니다.”
3D 프린터, 산업에 미칠 영향 클 것
—향후 10~20년 사이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기존의 제조업은 제3의 신흥국이 맡을 겁니다. 이른바 G20 국가는 첨단기술로 최상의 상품을 만들 겁니다. 선진국, 신흥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이 각자 수준에 맞게 달라지겠죠.”
—미래형 산업으로는 어떤 것을 거론할 수 있습니까.
“경계를 파괴하는 산업,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파괴하는 산업(가상혁명) 그리하여 환상 사회를 이끄는 산업이 주를 이룰 겁니다. 구체적으로 디스플레이 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3D 인터넷이 나타날 것이며,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이 활성화되고,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사회가 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이 3D 프린터 혁명입니다. 개인이 물건을 직접 만드는 거죠. 공장의 개인화라 할 수 있어요.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겁니다. 5년 내에 각 가정에 가정용 3D 프린터가 한 대씩 보급됩니다. 보잉사는 이미 3D 프린터로 비행기 엔진 부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 하나는 미래형 산업은 공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죠. 손, 자동차, 집과 사무실, 몸 그리고 길(路)이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손을 둘러싼 휴대폰 전쟁이 1차 공간 전쟁이었다면 두 번째 전쟁은 자동차에서 벌어질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구글과 애플이 미래산업을 선도할까요.
“두 기업은 플랫폼 전쟁을 치열하게 벌일 겁니다. 구글은 2020~2025년경이면 기본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넘어 전염병이나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이미 구글은 2010년에 인체 곳곳을 샅샅이 뒤질 수 있는 보디 브라우저를 세상에 내놓았지요. 이런 서비스가 더욱 확장된다면 보다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요. 게놈 정보를 이용한 매칭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애플은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해 지금처럼 편리하면서도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겁니다. 음성, 지문, 표정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바이오 생체 인식 기능이 애플의 스마트 기기, 이들 기기와 일체화된 애플의 iOS에 탑재되고, 여기에 헬스케어 관련 3D 가상스토어와 시뮬레이션 서비스가 추가된 플랫폼을 구축하게 됩니다.”
—앞으로 부는 어떤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결국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의 중심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산업으로 이동합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지요. 사람들은 40대부터 건강을 생각하는데 50대에 접어들면 건강에 돈을 많이 쓰게 돼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빚까지 내야 할 상황이 옵니다. 중국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게 되면 이 분야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형성할 겁니다.”
80세까지 일할 각오해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미래를 위해 개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미래는 오늘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가 중요하지요. 저는 주변사람들에게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라고 해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곧 닥칠 위기를 준비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개인 부채를 줄여야 해요.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지금 가장 중요한 투자는 금(金)도 아니고 달러도 아니고 주식도 아니고 부동산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겁니다.”
—자신에게요?
“실력을 키워 경쟁력을 높인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80세까지 일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준비를 잘 하면 2020년부터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