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列傳] 뮤지컬의 디바 최정원 : 월간조선

대중 앞에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을 숙명처럼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연극배우들이다. 그들의 생산품 ‘연극공연’은, 기계를 이용한 대량복제와 대규모 유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품이다. 수공업적인 생산방식으로부터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할 만한 뚜렷한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투입과 산출의 균형이 현저히 무너진, 적자(赤子)이기 일쑤인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가지고 삶을 꾸려 가야 한다는 것.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연극인들의 인생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이야기가 될는지. 자기 내부의 숙명과 끊임없이 싸우고, 자기 외부의 사회환경과 일일이 맞서야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Farewell My Concubine)>(1993·감독 첸카이거·陳凱歌)의 주인공이나 <몬트리올 예수(Jesus Of Montreal)>(1989·감독 데니 아르캉·Denys Arcand)의 다니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1989·감독 피터 위어·Peter Weir)의 닐-영화 속에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숲속의 요정 역으로 출연하는 고교생 배우-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의 연극배우들은 거의 모두 비극적으로 죽어 간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연극배우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생활방식과의 간극은 한없이 넓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간극을 우리는 ‘몽상’, ‘환상’ 혹은 ‘꿈’이라고 바꾸어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이란, 합리와 논리로만 시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합리와 논리의 잣대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에 자기의 생애를 걸고, 다른 사람들의 ‘꿈’까지 긁어모아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연극배우들인 것은 아닐까. 광대(廣大)들은, 그래서 소중한 사람들이다.

뮤지컬은 연극계 최전선의 군대

지난 몇 년간, 연극계 안팎의 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제작에 관심을 표했다. 대기업 등 연극계 밖에서의 자본투자도 이루어졌다. 공연예술계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뮤지컬만큼은 상대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결론은 자명하다. 뮤지컬은 투자에 대한 기대이익이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뮤지컬을 ‘상업적인 장르’라고 부르며 다소 격이 낮은 예술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뮤지컬은 극단적으로 상업적인 장르이다. 그래서 무엇이 어떻다는 말인가. 100여 년 전과 비교하자면, 연극의 사회적 영향력은 이미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21세기 초엽을 기준으로 하자면, 연극은 다른 장르의 예술, 예컨대 영화예술만한 대중적 파급력을 가지지 못한다. 오락게임이나 가상체험 같은 새로운 경쟁상대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길이 가장 효율적인 역사적 대응전략일 것인가. 연극이 미래에도 당당한 예술장르로 존속하고, 인류문화에 현역 예술로서 창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어떤 것일까. 화석(化石)은 흔적일 뿐 생물체가 아니다.

뮤지컬은,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의 사활(死活)을 걸고 대중의 관심이라는 강물의 물길을 돌려 놓기 위해 최전선에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군대와도 같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연극 내부의 다른 장르들도 더불어 힘을 얻고 미래를 향해 당당하게 전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姜憲)의 발언은 연극의 미래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70년대는 통기타의 시대였다. 음악계 내부의 작은 흐름이 시대 자체를 상징하게 된 건 세계 문화를 통틀어도 그렇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통기타는 청년이 주축이 된 문화가 전면에 나섰다는 신호탄이었으며 한국이라는 사회가 생존이라는 문제를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예고편이었다. 통기타 가수들의 콘서트는 지금도 훌륭한 문화상품이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통기타 음악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생각한다. 왜? 통기타 가수의 최저 나이 제한선이 무려 40대 후반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연희자(演戱者)와 수용자가 다함께 늙어 간다는 것. 이들의 생물학적 수명과 더불어 통기타라는 장르 자체가 사라질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노래 잘했던 아버지, 춤 잘 추었던 어머니

그렇다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최선의 흡인책은 무엇인가. 미래에의 전망이다. 거기에 일생을 걸면 생계를 해결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엄청난 지점까지 도약할 수도 있다는 전망 말이다. 연극은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생물인 인간이 꿈만 먹고 열정에만 의지해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뮤지컬은 중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수입을 올리고, 건전한 의미에서 사회적 파장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연극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정원(崔丁元)을 만나러 갔다. 40대 중반을 넘었어도, 폭발적인 가창력과 춤사위로 여전히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한국 뮤지컬의 디바, 여신(女神)으로 불리는 배우.

—먼저 호적조사를 좀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었는지요.

“아버님 성함은 최태민(崔泰珉), 어머님 성함은 손정자(孫正子)입니다. 두 분 다 1941년 생이에요. 어머니는 가정주부고 아버지는 예지상가라고, 세운상가의 예전 이름이죠, 그곳에서 작은 금은방을 하셨습니다.”

—두 분 다 서울 분인가요.

“아뇨. 어머니는 서울이지만 아버지는 실향민(失鄕民)입니다. 함경도에서 피란 나오셨어요. 두 분이 만난 곳이 탁구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신장 182cm에 체격도 좋고 노래도 잘 부르시죠. 배호 선생님과 음색(音色)이 흡사합니다. 재능도 있고, 가수나 배우를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최정원의 재능은 친탁인 게로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타고났다는 느낌이 들 만큼 어머니도 춤을 잘 추거든요. 또 하나, 제가 가지고 있는 배우 생활의 최대 자산은 낙천적인 성격인데, 이건 어머니 성격을 복제했습니다. 손이 컸어요. 빈대떡을 부쳐도 동네 분들이 다 드실 만큼 재료를 사다가 신나게 만드는 거죠. 저보고는 동네 어르신들 모셔 오라고 심부름 보내고. 그러니까 배우 최정원 안에는 친탁도 있고 외탁도 있는 거죠.”

성대모사로 시작한 배우인생

초등학교 시절의 최정원. 어머니(오른쪽)는 최정원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연기학원에 등록시켜 주었다.

안암동 고대 뒷산이 최정원의 고향이다. 지금도 친정 식구들은 같은 장소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부모님과 위로 오빠 하나까지, 여섯 식구가 좁은 집에 다닥다닥 복작이며 살았다.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다. 별다른 장난감이 없을 정도였다. 최정원이 기억하는 ‘생애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장난감’은 ‘엄마 화장대 앞의 작은 거울’이다.

“거울을 보면서 동물 흉내도 내고, 이미자·패티김 등 당대 일류가수 모창에 배우들 성대모사를 하면서 혼자 놀았습니다. 어느 날 ‘에미야, 물 좀 가져오너라’라고 할아버지 목소리를 모사했는데 어머니가 진짜로 물을 가지고 오셨어요. 할아버지가 부르신 줄 알고. 그 사건이 저를 배우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다음부턴 어머니라는 제 생애 최고의 관객을 놓고 연기(?)를 할 수 있었거든요. ‘엄마, 이건 옆집 아저씨야, 이건 가게 아저씨야’ 하면서 동작과 표정, 말투, 목소리를 흉내내고 엄마는 그걸 보며 웃고 박수치고….

거의 매일 그러고 놀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새로운 등장인물이 필요하니 밖에 나가서 흉내낼 만한 분을 골라 열심히 관찰도 하고 그랬다니까요.”

어린 딸의 하는 짓(?)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느꼈는지 어머니가 큰 결심을 했다. 수십 년 비상금을 털어 최정원에게 연기학원 수강증을 끊어 줬다.

“충무로에 있는 동아연기학원이었습니다.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2년 정도 다녔습니다. 학교 끝나고 주 2회 학원 가서 두세 시간 동안 기본연기, 발성법 등을 배웠죠. 처음엔 엄마 손 붙잡고 갔고, 나중엔 혼자 버스 타고 다녔습니다. 혼자서만 놀다가 상대역도 생기고, 유관순 언니도 되었다가 공주 역할도 해 보고 체계적으로 놀게 되니 황홀했어요. 정말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소녀의 즉흥연기

최정원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동극 <에밀레종>의 어린 공주역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침내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소는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별관, <에밀레 종>이라는 아동극이었다.

“어린 공주 역이었어요. 여기서도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제물로 바쳐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미쳐 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퇴장을 하다가 커튼에 걸려 넘어진 겁니다. 몸은 무대 쪽으로 튕겨져 나왔고 커튼에 감긴 발을 빼려고 움직이면 자꾸 발목이 감겨 들고…. 한편으로는 발을 빼내려고 애를 쓰면서 그 와중에 즉흥대사를 계속하며 연기를 한 거죠. 마치 공연의 일부인 양…. 원래 대사 분량은 1분 남짓이었는데 무려 5분이 지나서야 발을 빼낼 수 있었어요.

나중에 칭찬 많이 받았죠. ‘넋 나간 어린애’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어찌 그리 천역덕스럽게 넘어갔냐고. KBS에서 ‘광복절 날 어린이 특집’으로 이 공연을 방송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쉽게도 자료를 찾을 수 없습니다.”

필자가 자료를 찾아보니 기록이 나왔다. 1980년 5월 26일 《동아일보》 문화면 기사다.

〈한국청소년 극단 대일이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정인섭(鄭寅燮) 원작 서빈 연출로 <에밀레종>을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공연한다. 출연은 정홍욱, 김경희, 육미숙, 박도혁 등.〉

이때의 경험을 잊지 못해서일까, 즉흥연기에 관한 한 최정원은 아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후원사 사원(社員)들이 단체관람을 오면 ‘몸도 피곤한데 ○○커피 한 잔 먹고 해 볼까’라고 서비스 대사를 날리고, 상대 배우가 당황하면 ‘아이고, 귀신들이 왔다 갔나, 오늘 왜 이런 거야?’라며 호흡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 주는 식이다.

안암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덕여중에 진학한 뒤에는 비교적 조용하게 살았다. 웅변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응원단장, 지휘자로 활약했지만, 배우의 길을 가기에는 아버지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에밀레 종>을 보고 방송 관계자가 제안을 했죠. TV에 나가자고. 아버지가 ‘연기는 어디까지나 취미다’라며 선을 그었어요. 이렇게 저렇게 들어가야 하는 기본경비도 저한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고…. ‘학교스타’에 만족하며 살던 시절입니다. 수업이 지루할 때 친구들이 ‘정원이 노래 시켜요!’ 하면 선생님들이 ‘그래, 한 곡 듣자’ 하고 저는 ‘두 곡 하면 안 되나요?’라며 뻔뻔하게 나서곤 했습니다.”

<싱잉 인 더 레인>의 감동

영파여고 2학년 때, TV에서 본 주말의 명화 한 편이 봉인(封印)을 해제하는 계기가 됐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고, 왜 진 켈리가 나오는 뮤지컬 영화 <싱잉 인 더 레인>(1954) 있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교보문고에 가서 뮤지컬 관련 책들을 사다가 줄 쳐 가면서 읽기 시작했지요.”

일단 갈 길을 정하자 거칠 것이 없었다. 고3이던 1988년, 롯데월드 예술단을 뽑는다는 공고가 났다. 최연소 여자배우로 당당히 합격했다. 당시 함께 뽑힌 동기생이 뮤지컬배우 남경주다.

“지금 영화관 자리에 롯데월드 예술극장이라는 공연장이 있었지요. 개막 작품으로 <신비한 거울 속으로>라는 뮤지컬을 올렸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강사들을 데려다 단원들에게 1년 반 정도 트레이닝을 시켰어요. 저는 이 작품에는 참가하지 못했고 롯데월드 내 가든 스테이지 무대에서 공연을 하다 1989년 민중극단의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오디션을 보고 ‘아가씨 6’으로 데뷔했습니다.”

—대학을 갈 생각은 없었습니까.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건 스스로 그만큼의 불안감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뜻인데….

“전혀요. 전 하루라도 빨리 공연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점수’를 따라가는 인생에서 벗어나 보자는 당돌한 생각도 없지 않았고…. 그렇다고 ‘배움’ 자체를 무시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수입의 60%를 자기계발에 재(再)투자했습니다. 성악도 배우고 발레도 배우고…. 대졸자들의 ‘학습’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남경주 선배가 대학 때 노트도 빌려주고, 배운 것을 전수해 줘서 큰 도움을 받았지요. 정규과정을 이수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우회도로를 따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저한테는 너무나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남경주-최정원 콤비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대극장 공연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사건이다.

갈비뼈 부상에도 공연 마쳐

최정원(오른쪽)은 1989년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1980년대만 해도, 우민화(愚民化) 정책의 선봉대라며 영화(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를 3S라 부르며 폄하하던 시절이다. 상업적인 것은 모두 ‘순수하지 않다’며 여지없이 매도당했다. 뮤지컬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 아예 그런 식의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당장 오늘 공연을 제대로 잘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아가씨와 건달들>만 해도 남녀 가리지 않고 모든 배역의 대사와 노래를 다 외웠습니다. 다른 배역의 입장에서 제 역할을 바라보면 액션, 리액션이 풍부해지고 전체적인 흐름에서 안 보이던 것들을 계속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상대의 대사와 감정을 다 알고 연기하는 것과 그러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전 제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어요.”

‘남다른 태도와 실력’을 가진 여배우는 금방 여러 사람의 눈에 들었다. <가스펠> <그리스> <토요일 밤의 열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맘마미아> 같은 수입 뮤지컬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창작 뮤지컬에 주연으로 뽑혔다.

아버지의 반대는 《스포츠조선》이 주최한 1995년 한국뮤지컬 대상 여우(女優)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찬성으로 돌아섰다. <토요일 밤의 열기>를 공연할 땐 갈비뼈에 금이 가 보행이 어려운 상태에서 폐막까지 마지막 며칠을 대역(代役) 없이 버텼다.

“남경주 선배가 제 허리를 꽉 잡고 들어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공중에서 연기를 하다가 삐끗했거든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데…. 누워 있다가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펄펄 날았어요. 더 신나게 춤추고 노래 부르고…. 제가 생각해도 신기했어요. 꾀병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습니다.”

“오디션이 즐겁다”

—뮤지컬에 왜 그렇게 빠져드는 겁니까.

“냉정한 세계니까요. 외국 작품은 외국인 스태프들 앞에서 오디션을 합니다. 기존의 명성이나 커리어는 다 소용없고,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합니다. 흥행을 고려해야 하니까 인정이 통할 여지가 없죠. 최고의 상업극은 최고의 프로페셔널리즘과 통한다고 봅니다. 오디션을 준비하고 통과하고 공연 준비하고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순간이 저는 지금도 마냥 좋아요. 커튼콜을 할 때 쏟아지는 관객의 박수는 저를 늘 설레게 만들죠. 진정한 소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니까요.”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합니까.

“제가 맡고 싶은 역할을 연구하고, 모든 노래를 수백 번 부릅니다. 최고의 감각을 찾을 때까지 성격 해석을 하고 발성법도 감정선도 매번 다르게 바꿔 가면서요. 오디션 당일은 메이크업도, 의상도 등장인물에 맞추죠. 전 오디션이 재미있어요.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제가 노래하는 동안에는 오직 저 하나한테만 집중을 하는 거니까요. 준비가 완벽하면 떨리지 않습니다.”

—늘 합격하는 건 아니죠. 혹시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있나요.

“그럼요. 이 세계에 100%란 없습니다. 저는 장장 10개월을 준비한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요. <미스 사이공>의 엘렌 역, 그러니까 남자 주인공이 나중에 결혼하는 부인 역할인데 정말 열심히 완벽하게 준비했거든요. ‘왜 떨어졌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문제점을 알아야 극복과 개선이 가능하니까요.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습니다. 1주일 뒤에 극단 신시에서 <맘마미아> 여주인공 오디션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거든요.”

<맘마미아>는 1980년대를 풍미한 스웨덴의 팝그룹 아바의 노래를 바탕으로, 결혼식을 앞둔 딸이 ‘생물학적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남자를 그리스의 집으로 초대하며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도나는 딸의 엄마로, 해변가에서 자그마한 호텔을 경영하며 혼자 살아가는 전직 가수다.

“처음엔 런던 웨스트앤드에서 대 히트를 했죠.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흥행 1위였고. 그래서 언젠가는 이 작품이 반드시 한국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리미리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디션을 마치자마자 오리지널 연출팀이 저한테 ‘바로 우리가 원했던 도나’라고 칭찬을 해 주더군요. <미스 사이공>을 했더라면 <맘마미아> 출연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거지요.”

<맘마미아>는 정보통신혁명의 소산

최정원은 2007년 이후 뮤지컬 <맘마미아>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미리 대비를 했다’는 말이 중요하다. 최정원이 세계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꿰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팝그룹 아바의 노래들은 뮤지컬과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 <맘마미아>는 1999년 4월 런던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의 뼈대를 그대로 차용한 영화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73년 데뷔한 이래 세계를 풍미한 스웨덴의 4인조 팝그룹 아바의 노래를 활용한 작품이다.

<맘마미아> 성공의 첫 번째 키워드는 하나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활용한다는 원 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이다. 정보통신혁명에 힘입어 성공한 작품의 경우 특정 작품의 제목 자체가 브랜드 구실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글로벌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발아(發芽)하기 시작한 미디어 인터넷 혁명은 세계 뮤지컬 제작환경을 본질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사실상 공중파의 독과점 시장이던 방송시장이 위성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인터넷방송 등으로 분화함에 따라, 실제 공연을 관객에게 공개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이외에, 뮤지컬을 가공하여 여러 가지 2차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과 대중인지도만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공중파 이외의 매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방송시장에서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연 자체를 넘어선 다양한 상품의 제작과 이의 안정적 판로가 열렸다는 것은 뮤지컬 제작여건이 획기적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보유통의 속도가 놀라울만치 빨라졌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다시 말해서, 성공한 작품의 경우 특정 작품의 제목 자체가 브랜드 구실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이른바 글로벌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정보들을 종합하면, 뮤지컬의 제작여건이 지난 시대에 비하여 일면 유리해진 것처럼 보인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뮤지컬이든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일단 인기를 얻은 이야기를 다른 장르로 가공해 판매하는 시도가 지구촌 곳곳에서 끊이질 않는다. <맘마미아>는 뮤지컬의 성공이 영화의 성공을 담보하고, 역으로 영화의 성공이 뮤지컬의 흥행을 견인하는‐예컨대 <라이온 킹>이나 <미녀와 야수>‐최근의 흐름을 또렷하게 반영한다.

<맘마미아> 성공의 두 번째 키워드는 ‘재활용을 통한 제작비 절감’이다. 영화나 뮤지컬 제작자의 관점에서 보면 2000년대에 시장의 확대에 비례하여 스타급 배우들과 일류 스태프들의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영화와 뮤지컬 시장은 세계의 모든 나라가 무한 경쟁하는 완전경쟁시장의 틀을 갖추게 됐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부어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뮤지컬의 양대시장인 런던 웨스트앤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제작, 발표된 신작 뮤지컬들이 거의 다 호화판 대형무대를 지향했던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국내 최초 水中分娩으로 출산

최정원은 2008년 스웨덴 콘서트를 잊지 못한다. <맘마미아>가 전 세계 220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 가자 <맘마미아>에서 나오는 로열티가 그룹 아바의 최대 수입원이 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위해 아바 멤버들은 ‘각 배역별 세계 톱3’를 뽑아 갈라콘서트를 개최한다.

“제가 세계 3대 도나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조건은 한국 무대에서 했던 그대로,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 달라는 것이었죠. 무대 뒤편에 세계 지도가 있었어요.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도시에 불이 들어오고, 각 배역별로 뽑힌 배우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줍니다. 오케스트라 100명이 연주하는 무대에서 정말 원 없이 노래하고 왔습니다. 국위(國威)선양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에 말할 수 없이 뿌듯했지요.”

—최정원 하면 수중분만이 또 유명합니다. 부군은 어떻게 만났는지요.

“제 팬이었습니다. 방송국 PD면서 뮤지컬 마니아여서 해외출장 갈 때마다 혼자서 공연을 보러 다녔다는…. 방송에서 뮤지컬 갈라콘서트 출연섭외를 한 것이 첫 만남입니다. 몇 년간 저를 지켜보다 프러포즈를 했어요. 친정 아버지가 좀 무뚝뚝하신 편인데 이분은 자상하고 다감하고, 남편 감으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제 공연을 보면 ‘저 배우가 진짜 내 아내가 맞아’라는 느낌이 든답니다. 매번 진짜로 감동해서 제 동료들한테 성원을 보내 주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최고의 관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 옆에 있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수중분만 얘기도 해 주시죠.

“이것도 방송과 관련이 있습니다. ‘KBS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에서 브로드웨이 스텝스라는 뮤지컬 안무센터에 가서 2주 만에 수료증 받아 오는 미션이 있었거든요. 이게 웬 떡이냐 싶었죠. 제 돈 내고 등록하려고 해도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잖아요. 정신없이 신나게 과정 따라가고 수료증 받았습니다.

같이 수업 듣던 친구 중에 <캣츠>에 출연 중인 배우가 있었는데 6개월 된 아이를 연습장에 데리고 오더라고요. 어떻게 그 몸매 유지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수중분만을 해서 그렇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수중분만이 대세라는 겁니다.

나중에 제가 아이를 가졌을 때 SBS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왕절개를 워낙 많이 하니까 자연분만을 하는 유명인을 섭외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수중분만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오케이(OK)해서 임신 7개월 때부터 프로그램에 나갔습니다. 국내 최초의 수중분만이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낳은 딸이 지금은 중학생이다. 아이를 낳고 최정원은 두 가지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주변의 성원으로 혼돈을 극복한다.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變身’”

최정원은 출산 후 <키스 미, 케이트>에서 미혼모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공연장에 와서는 아이 생각하고, 집에 와서는 공연장 생각하고, 뭔가 앞뒤가 뒤바뀌었는데 영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몇 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딸아이 유치원 행사 때 제 방황을 종결해 줬죠.

딸아이가 다른 애들이 다가오니까 ‘우리 엄마는 누구 엄마가 아니고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야’라고 소개를 하는 겁니다. 좀 거창하게 말해서 배우로서의 제 정체성(正體性)이 재정립된 순간이랄까요? 그 다음부터는 집에서는 아이 생각만, 극장에 가서는 공연 생각만 합니다. 뒤섞였던 우주가 제자리를 찾은 거죠.

아이 낳고 출연했던 <키스 미, 케이트>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수중분만했다는 걸 관객들이 다 아시는데, 10대 마약중독자 미혼모(未婚母)의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여 줄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웃고 박수치고 격정적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아, 관객들은 내 노래를, 연기를 정말로 사랑해 주시는구나, 무대 위에서만 집중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구나’, 감격했습니다. 저를 ‘뮤지컬의 디바’ 혹은 ‘여신(女神)’이라고 불러 주는 분들이 더러 계신데, 제가 자랑스러워하는 별명은 ‘변신(變身)’입니다.”

해 보고 싶은 역할은 없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다 해 보겠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엄정한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다.

“매일 30분간 수영을 하고 준비운동을 좀 길게 합니다. 극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배우가 되자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음주는 거의 안하고 흡연은 절대 안합니다. 음식도 몸에 좋다는 것만 섭취하죠. 생각도 늘 밝고 긍정적으로 하려고 애를 씁니다. 기부도 틈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여배우들은 술·담배도 좀 하고 이혼도 하고 연애도 많이 하고, 좀 사연이 많아야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그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야 무대 위에서 파란곡절로 점철된 삶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공연 중에 감기에 걸린다거나 발을 삔다거나 하는 일도 배우로서 자기관리에 실패하는 겁니다.”

“윤복희를 가장 존경”

—존경하는 배우는 누구입니까.

“윤복희(尹福姬) 선생님. 고등학교 때 윤복희 선생님이 주연한 <빠담빠담빠담> 공연을 보고 소름 돋았어요. 노래를 영혼을 담아 속삭이며 말하듯이 하는 분이다, 한 소절을 노래해도 어떻게 저렇게 부르실까, 나도 나중에 저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불어(佛語)로 ‘두근두근’에 해당하는 제목의 이 공연은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프 피아프의 이야기를 다룬 국내산 뮤지컬이다. 최정원이 보았다는 1986년 재공연은 피아프의 애인인 전 세계 미들급 챔피언 마르셀 세르당 역으로 전 세계 페더급 챔피언 김지원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공연이다.

“2009년에 <피아프>라는 영국제 뮤지컬에 피아프 역을 맡으면서 윤복희 선생님에게 제 마음의 빚을 갚는 심정이었습니다. 최근엔 친정 어머니의 ‘연기’를 떠올립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스파게티가 귀한 음식이었는데 TV에 나온 걸 보고 제가 입맛을 다시면 라면을 케첩으로 비벼서 ‘스파게티 나왔다’시고 식빵 노랗게 구워서 가위로 잘라 ‘닭다리구이 먹자’시며 즐겁게 사셨거든요. 그 행복함과 낙천적인 분위기를 제 관객들에게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최정원에게 연기란, 뮤지컬이란 무엇입니까.

“제 인생의 선물이죠. 또 다른 세상을 살 수 있게 해 주니까요. 뮤지컬은 제 인생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베스트 프렌드죠. 어떤 순간에도 늘 저와 함께하니까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진정으로 하고 싶다면 도전하라! 다른 사람의 연기를, 노래를 많이 보고 많이 따라하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네요. 저는 지금도 매 작품을 끝내고 나면 저만의 특별한 시간을 갖습니다. 공연시간이 두 시간 반이었다면 그 시간만큼 일정을 비워 놓고 소파에 누워 처음부터 하나하나 복기(復碁)를 합니다. 머릿속에서 가장 좋았던 날의 공연 순간들을 이어 붙이죠. 모방은 창조의 원천입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엄청나게 읽어야 한다는데, 저는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0번째 <시카고> 출연

뮤지컬 <시카고>에서 최정원(가운데)은 주인공 록시와 벨마 역을 교대로 맡아 연기했다.

최정원의 일정표는 오늘도 빈틈이 없다. 일단 영화 <사랑이 이긴다>를 가을에 개봉한다. 유럽에서 오래 유학한 민병훈 감독의 야심작이다. 늘 뮤지컬만 해 왔지만, 영화팬들과도 공감하고 싶어 욕심을 냈다.

무엇보다도, 연말까지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시카고>를 공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이 초연(初演)이었고 2014년 공연이 열 번째 시즌이다. 최정원은 초연 이래 단 한 번도 출연자 목록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지 않아 ‘의리파’로 불린다.

“14년 공연하는 동안 <시카고> 안에서 제 배역이 바뀌었죠. 이번에는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는 역할입니다. <시카고>는 저에게 고향 마을, 안암동 뒷산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공연을 거듭하며 함께 나이를 먹었고 음악은 익숙하고, 모든 등장인물의 성격과 대사를 다 알고 있으니 동네 골목길만큼 저를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익숙한 건 아닙니다. 역할과 상대 배우가 바뀌면 그만큼 새롭죠. 고향의 일부가 재개발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제가 부르는 노래의 박자나 디테일을 상황에 맞춰 살짝 바꿉니다. 생생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최선을 다할 테니 꼭 보러 와 주세요.”

최정원을 인터뷰하면서 그녀는 ‘행복 바이러스’의 만성 감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슬픈 공연이라도 그녀의 연기와 노래를 거치면 ‘맛’이 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행복한 울음’, ‘즐거운 통곡’, ‘서러워서 즐거운’ 같은 형용모순(形容矛盾)도 최정원에게는 얼마든지 합당하고 온전할 듯싶었다.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는 주인공도 기괴하지 않고 오히려 산뜻하게 표현할 것 같았다. 마음 한편에서 ‘신선한 느낌을 충전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그녀의 뮤지컬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솟아올랐다. 행복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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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디바 최정원

“최고의 상업극은 최고의 프로페셔널리즘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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