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지하교회, 지하교인 존재 가능성 희박”
⊙ 해외 거주 탈북자 중 절반가량, ‘나는 북한사람’이라고 생각해
⊙ “북한에 종교 들어가면 정권 붕괴는 시간문제”
嚴明姬
⊙ 53세. 한세대학교 신학과, 同대학원 졸업.
⊙ 1998년 탈북, 2002년 한국 정착.
⊙ 새평양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역임.
⊙ 現 미국 댈러스중앙연합감리교회 부목사.
⊙ 해외 거주 탈북자 중 절반가량, ‘나는 북한사람’이라고 생각해
⊙ “북한에 종교 들어가면 정권 붕괴는 시간문제”
嚴明姬
⊙ 53세. 한세대학교 신학과, 同대학원 졸업.
⊙ 1998년 탈북, 2002년 한국 정착.
⊙ 새평양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역임.
⊙ 現 미국 댈러스중앙연합감리교회 부목사.
‘제3국’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명준’. 최인훈(崔仁勳)의 소설 《광장(廣場)》의 주인공 이명준은 포로수용소의 다음 행선지로 북한도, 남한도 아닌 제3국을 택한다. 만약 그가 무사히 제3국에 닿았다면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가끔 궁금했다.
2000년대에도 이명준의 선택은 지구 어딘가에서 재현되고 있다. 남한과 북한 대신 미국행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을 돕는 목사가 있다. 엄명희(嚴明姬) 목사다. 한국에 잠시 나온 엄 목사를 지난 5월 7일 서울에서 만났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만 허락되면 북한정권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엄명희 목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곧이어 담담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김일성이라는 유일신 위에 세워진 북한정권은 결코 다른 신을 들이지 않겠지요.”
엄명희 목사는 탈북 여성 출신 최초의 목사다. 김일성을 버리고 다른 ‘신(神)’을 섬긴 계기로 도저히 북한에선 살 수 없어 1998년 탈북했다. 중국과 태국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 후, 신학대를 졸업하고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엄 목사는 서울에 ‘새평양순복음교회’라는 탈북자교회를 설립해 목회활동을 하다가, 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한인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면서 새 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이다.
미국에는 현재 약 450여 명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다. 이 중 150여 명은 탈북 후 태국 등을 거쳐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의 체류 비자는 ‘난민 비자’다. 이들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을 택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인터뷰 내내 엄 목사의 휴대전화는 쉴새없이 울렸다. 미국에서, 중국에서, 한국에서 여러 사람이 엄 목사를 찾아댔다.
“한국에 정착한 후 매일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엄 목사가 말했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탈북해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애써 적응한 곳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다웠다. 그에게서 북한의 종교활동 현황과 미국에 사는 탈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北에서 수학과 생물 가르치던 교사
탈북 당시의 상황을 묻자 엄 목사는 ‘잠깐 몸을 피해 있는다고 나온 게 다시 못 볼 이별이 됐다’고 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교사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생물을 가르쳤지요. 학생들을 충성스러운 공화국의 일꾼으로 키우는 게 진정한 애국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입니다. 당에 충성하라고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표창도 받을 정도였어요. 지금 그 아이들이 제 눈앞에 있으면 사죄하고 싶습니다. 북한도 1960~70년대까지는 사는 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게에 가면 눈깔사탕이니 벽돌과자니 군것질거리들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1980년대가 되면서 가게에 상품이 안 나오더니 1990년대가 되자 배급마저 끊기더군요.
저도 먹고살기 위해 중국을 오가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골동품도 내다 팔고… 하루에 1천 달러를 번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도 골동품을 지고 국경을 넘는데 오솔길에서 누가 잡는 겁니다. 중국 공안이나 북한 국경수비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독교를 전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게 계기가 돼 결국은 하느님을 믿게 됐습니다. 그게 발각이 돼 중국으로 몸을 피해야 했지요.”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더군다나 제가 진화론을 가르치던 선생이었잖아요. 당시 저는 저에게 전도하려 했던 조선족 청년이 제 돈벌이를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욕심에 억지로 성경 얘기를 듣곤 했지요. 좀처럼 믿어지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 문득 노래가 하나 생각나더군요. ‘하늘이 내리신 우리 수령님~’이란 가사였습니다. 수령님을 내린 하늘이 따로 있다면, 그 하늘이 하느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믿게 됐지요.”
—북한에 지하교회가 몇 개가 있고, 신도가 몇 명이라는 보도가 종종 나오는데 북한에 정말 지하교회가 있습니까.
“존재하기 힘들다고 봐야지요.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에서 지하예배가 가능할 것 같나요?
북한에 지하교인이 30만명이니 20만명이니 하는 보도가 나오곤 합니다. 만약 신도가 20만명이라면 북한 인구의 1%가 기독교인이라는 계산이 나오지요. 그러면 탈북자 3만여 명 중에 적어도 300명은 기독교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탈북자 중에 기독교인이 있습니까? 1%가 아니라 0.001%도 없습니다. 500개의 가정교회가 있다, 20만명의 지하교인이 있다 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인 거지요.
한국의 여러 교회가 열심히 북한 선교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들이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북한 선교가 어렵다는 얘기예요. 지금 북한의 지하교회라고 하면 사람은 북한사람이라도 장소는 중국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배를 허락하는 건 북한체제를 포기하는 것”
엄 목사는 북한에 교회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정확한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아프가니스탄 같은 중동 지역에 접근했다가 어마어마한 실패를 보지 않았느냐”며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에 북한주민들이 모여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나요.
“국경 역에 각 교회들이 운영하는 처소들이 있어요. 중국에서 숨어다니며 돈을 벌어 북한에 보내는 북한주민들이 전도 대상이지요. 저와 저의 남편도 3년째 국경의 한 도시에서 처소를 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독교를 믿은 북한주민 중 한국으로 넘어온 이도 있어요. 그들에게 들어봐도 북한에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만 허락됐으면 북한이 벌써 무너졌어요. 그게 허락이 안 돼서 지금도 저런 상태인 거죠.”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면 북한이 무너진다는 말입니까.
“예배 자체가 벌써 집회의 성격이 있지 않습니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건 북한체제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아요.
북한 노동당 규약에 이런 말이 있어요.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한다’, ‘조선노동당은 당안에 사상과 영도의 유일성을 보장한다.’ 김일성이 곧 신이라는 말이에요. 북한정권이 김일성 아닌 다른 신을 받아들일 때는 김일성이라는 유일신, 그 신을 토대로 세워진 정권이 붕괴되는 겁니다.”
“미국인으로 북한 들어가고 싶다”
탈북 당시 딸아이 2명을 북에 놓고 나왔던 엄 목사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후 아이들을 구출했다. 엄 목사는 딸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최초의 탈북 여성 출신 목사가 되어, 최초의 탈북자 교회를 세우는 등 소위 ‘잘나가는’ 목회자였던 그가 미국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엄 목사에게 미국으로 간 이유를 묻자 “미국 시민권을 받아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엄 목사는 미국으로 간 후 전역을 돌아다니며 안보 강연을 했다. 강연과 각종 포럼 등 북한 관련 활동과 함께 본업인 한인교회 목사 활동을 병행하던 중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미국에 현재 정확히 몇 명의 탈북자가 살고 있는지 나와 있는 통계는 없다. 탈북자 단체가 450명에서 500여 명이라고 추산할 뿐이다. 지난 1월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난민 자격으로 미국 망명을 허가받은 탈북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49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탈북자는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간 경우다.
탈북 난민들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할까. 소설 《광장》에서 제3국행을 택한 이명준은 ‘광신(狂信)이 무섭다면 무이상(無理想)은 슬펐다’고 말했다.
탈북 난민들이 미국행을 선택하는 과정은 명준의 독백처럼 형이상학적이지 않다. 미국행의 중간 루트는 주로 태국 감옥이다. 태국 감옥에서 탈북자들은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한다. 엄 목사의 말이다.
“감옥에서 UN난민고등판무관과 인터뷰를 합니다. 이때 어느 나라로 가고 싶은지 택하는 거죠. 망명이 허가되고 그 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1년에서 1년4개월가량 소요됩니다. 탈북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같은 감옥에 있다가 먼저 감옥을 나간 탈북자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나간 이가 ‘나는 미국 텍사스주를 배정받았다’고 연락하면 남은 이는 ‘거기는 살기 어떻니?’ 물어보는 식이에요. 캐나다로 떠난 사람, 한국으로 간 사람, 미국으로 간 사람, 여러 사람과 연락하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계속 계산을 합니다.”
—북한에서는 미국을 ‘미제’니 ‘침략국’이니 하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주민들이 미국을 증오하도록 교육하는데, 미국행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있네요.
“탈북자들도 미국이 잘산다는 걸 다 압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공상적으로 미국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어요. 난민으로 인정받고 미국에 온다 해도, 6개월간 정착과 관련한 지원을 받는 것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지원책이 없거든요. 6개월 후에는 건강보험이나, 구직활동 등 모두 본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많겠군요.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들이 결국 기댈 곳이 어디겠어요. 교포 사회겠지요. 이 사람들은 미국 문화와 언어에 적응해야 하고, 한국 문화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심지어 한국어에도 적응해야 해요. 탈북 난민들과 한국 교포들은 과장을 좀 보태면 서로 말도 잘 못 알아들어요. 중간에서 아, 이 말은 이런 뜻이다, 저 말은 저런 의미다, 통역을 해줘야 할 지경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괴롭겠어요. 지금까지 3명이 자살했어요.”
지난해 KBS의 한 프로그램이 해외에 나가 있는 탈북자들 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나라에 소속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1.3%가 ‘북한’이라고 답했다. 현재 살고 있는 나라를 택한 사람은 15.2%였다. 한국을 택한 사람은 6.5%. 엄 목사도 ‘정체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엄 목사의 설명이다.
“난민들 대부분은 북한에서 거의 바로 미국으로 넘어오다시피 한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알지,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힘들지, 그러다 보니 자신이 북한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삽니다. 원래 큰 댐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기 시작하는 법입니다. 이들의 존재가 미미해 보일지 몰라도 이들에게 한국인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북한정권 붕괴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댈러스에 탈북자 쉼터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에요.”
미국에 종북세력 키워나가는 북한
엄 목사는 올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 ‘쉴만한 물가’를 ‘미국의 작은 하나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탈북자들의 한국 방문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이 임시 정부를 만들어 독립운동을 했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탈북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로 키우고 싶습니다.”
미국 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함께 미국 곳곳에서 통일안보강연을 하기도 한 엄 목사에게 혹시 북한에서 포섭 시도 혹은 협박을 한 적은 없을까 궁금했다. 엄 목사의 답이다.
“포섭 시도는 장기간 은근히 진행됩니다. 저의 경우도 그렇더라고요. 지인을 통해 제가 북한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북한에서 어떤 제의를 해오면 뭐라고 답할지 오랜 기간 떠보는 식으로요. 제 남편한테는 노골적으로 북한에서 나온 사람이 만나자고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태도가 단호하니 더 이상 어떻게 하진 않더라고요. 사실 북한보다 더 큰 문제는 종북세력입니다. 이들이 더 문제예요.”
—미국 내 종북세력 문제가 심각한가요.
“지금 일본 조총련의 세가 많이 약해지지 않았습니까? 북한에서는 북미 교포 쪽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종북세력은 제가 안보 강연을 다닐 때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기도 했어요. 이런 식입니다. 한 교포 인사에게 민주평통 고문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자, ‘탈북자가 강연을 다니는 한 맡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이 어떤 식으로 교포들에게 공을 들입니까.
“북한은 아주 체계적으로 이들에게 접근합니다. 교포 1세들 중에는 정착에 성공해 큰돈을 번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포섭해서 북한에 데려가 투자를 하게 만듭니다. 1.5세, 2세는 ‘살아 있는 홍보대사’로 활용합니다. 1.5세나 2세는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도 잘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한 다음, 돌아가서 북한정권을 홍보하게 하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 북한을 홍보하게 하나요.
“이런 식입니다. 한인교회 청년회 아이들이 북한에 갑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찬양을 하고 기도를 해도 제지하지 않아요. 그러면 이 아이들은 돌아와서 말하는 거죠.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더라, 우리를 정말 환대해 주고, 거리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더라. 이 아이들이 말하는 북한은 우리가 아는 북한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놀러가면 참 아름답잖아요. 그런데 거기에서 평생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죠. 어쩌다 한번 방문하면서,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순박하다는 등의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미국 내 종북세력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엄 목사는 한국 내 북한 관련 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엄 목사의 말이다.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한국정부나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러면 민간단체는 북한의 일반 주민을 상대로 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현실은 어떻습니까. 개인도, 단체도, 교회도, 국가도 모두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일하려고 합니다. 북한정권과 대화창구를 트려고 하고, 인도적 지원도 북한정권을 통해 하려고 합니다.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흔히 1997년, 1998년의 300만 아사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그런데 1999년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죽은 사람은 300만명보다 더 많습니다. 북한을 저 상태로 유지하게 계속 두면 둘수록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겁니다.”
인터뷰 말미 엄 목사는 이런 말을 했다.
“기도 중에 하나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로 간 것처럼 너는 미국으로 갈 것이고,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것처럼 북한 평양에서 죽을 것이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엄 목사의 뒷모습을 보며, 그처럼 북한주민들이 ‘김일성교’를 버리는 날이 순식간에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000년대에도 이명준의 선택은 지구 어딘가에서 재현되고 있다. 남한과 북한 대신 미국행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을 돕는 목사가 있다. 엄명희(嚴明姬) 목사다. 한국에 잠시 나온 엄 목사를 지난 5월 7일 서울에서 만났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만 허락되면 북한정권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엄명희 목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곧이어 담담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김일성이라는 유일신 위에 세워진 북한정권은 결코 다른 신을 들이지 않겠지요.”
엄명희 목사는 탈북 여성 출신 최초의 목사다. 김일성을 버리고 다른 ‘신(神)’을 섬긴 계기로 도저히 북한에선 살 수 없어 1998년 탈북했다. 중국과 태국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 후, 신학대를 졸업하고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엄 목사는 서울에 ‘새평양순복음교회’라는 탈북자교회를 설립해 목회활동을 하다가, 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한인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면서 새 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이다.
미국에는 현재 약 450여 명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다. 이 중 150여 명은 탈북 후 태국 등을 거쳐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의 체류 비자는 ‘난민 비자’다. 이들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을 택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인터뷰 내내 엄 목사의 휴대전화는 쉴새없이 울렸다. 미국에서, 중국에서, 한국에서 여러 사람이 엄 목사를 찾아댔다.
“한국에 정착한 후 매일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엄 목사가 말했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탈북해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애써 적응한 곳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다웠다. 그에게서 북한의 종교활동 현황과 미국에 사는 탈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北에서 수학과 생물 가르치던 교사
탈북 당시의 상황을 묻자 엄 목사는 ‘잠깐 몸을 피해 있는다고 나온 게 다시 못 볼 이별이 됐다’고 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교사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생물을 가르쳤지요. 학생들을 충성스러운 공화국의 일꾼으로 키우는 게 진정한 애국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입니다. 당에 충성하라고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표창도 받을 정도였어요. 지금 그 아이들이 제 눈앞에 있으면 사죄하고 싶습니다. 북한도 1960~70년대까지는 사는 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게에 가면 눈깔사탕이니 벽돌과자니 군것질거리들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1980년대가 되면서 가게에 상품이 안 나오더니 1990년대가 되자 배급마저 끊기더군요.
저도 먹고살기 위해 중국을 오가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골동품도 내다 팔고… 하루에 1천 달러를 번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도 골동품을 지고 국경을 넘는데 오솔길에서 누가 잡는 겁니다. 중국 공안이나 북한 국경수비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독교를 전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게 계기가 돼 결국은 하느님을 믿게 됐습니다. 그게 발각이 돼 중국으로 몸을 피해야 했지요.”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더군다나 제가 진화론을 가르치던 선생이었잖아요. 당시 저는 저에게 전도하려 했던 조선족 청년이 제 돈벌이를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욕심에 억지로 성경 얘기를 듣곤 했지요. 좀처럼 믿어지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 문득 노래가 하나 생각나더군요. ‘하늘이 내리신 우리 수령님~’이란 가사였습니다. 수령님을 내린 하늘이 따로 있다면, 그 하늘이 하느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믿게 됐지요.”
—북한에 지하교회가 몇 개가 있고, 신도가 몇 명이라는 보도가 종종 나오는데 북한에 정말 지하교회가 있습니까.
“존재하기 힘들다고 봐야지요.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에서 지하예배가 가능할 것 같나요?
북한에 지하교인이 30만명이니 20만명이니 하는 보도가 나오곤 합니다. 만약 신도가 20만명이라면 북한 인구의 1%가 기독교인이라는 계산이 나오지요. 그러면 탈북자 3만여 명 중에 적어도 300명은 기독교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탈북자 중에 기독교인이 있습니까? 1%가 아니라 0.001%도 없습니다. 500개의 가정교회가 있다, 20만명의 지하교인이 있다 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인 거지요.
한국의 여러 교회가 열심히 북한 선교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들이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북한 선교가 어렵다는 얘기예요. 지금 북한의 지하교회라고 하면 사람은 북한사람이라도 장소는 중국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배를 허락하는 건 북한체제를 포기하는 것”
엄 목사는 북한에 교회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정확한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아프가니스탄 같은 중동 지역에 접근했다가 어마어마한 실패를 보지 않았느냐”며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에 북한주민들이 모여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나요.
“국경 역에 각 교회들이 운영하는 처소들이 있어요. 중국에서 숨어다니며 돈을 벌어 북한에 보내는 북한주민들이 전도 대상이지요. 저와 저의 남편도 3년째 국경의 한 도시에서 처소를 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독교를 믿은 북한주민 중 한국으로 넘어온 이도 있어요. 그들에게 들어봐도 북한에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만 허락됐으면 북한이 벌써 무너졌어요. 그게 허락이 안 돼서 지금도 저런 상태인 거죠.”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면 북한이 무너진다는 말입니까.
“예배 자체가 벌써 집회의 성격이 있지 않습니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건 북한체제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아요.
북한 노동당 규약에 이런 말이 있어요.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한다’, ‘조선노동당은 당안에 사상과 영도의 유일성을 보장한다.’ 김일성이 곧 신이라는 말이에요. 북한정권이 김일성 아닌 다른 신을 받아들일 때는 김일성이라는 유일신, 그 신을 토대로 세워진 정권이 붕괴되는 겁니다.”
“미국인으로 북한 들어가고 싶다”
탈북 당시 딸아이 2명을 북에 놓고 나왔던 엄 목사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후 아이들을 구출했다. 엄 목사는 딸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최초의 탈북 여성 출신 목사가 되어, 최초의 탈북자 교회를 세우는 등 소위 ‘잘나가는’ 목회자였던 그가 미국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엄 목사에게 미국으로 간 이유를 묻자 “미국 시민권을 받아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엄 목사는 미국으로 간 후 전역을 돌아다니며 안보 강연을 했다. 강연과 각종 포럼 등 북한 관련 활동과 함께 본업인 한인교회 목사 활동을 병행하던 중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미국에 현재 정확히 몇 명의 탈북자가 살고 있는지 나와 있는 통계는 없다. 탈북자 단체가 450명에서 500여 명이라고 추산할 뿐이다. 지난 1월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난민 자격으로 미국 망명을 허가받은 탈북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49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탈북자는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간 경우다.
탈북 난민들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할까. 소설 《광장》에서 제3국행을 택한 이명준은 ‘광신(狂信)이 무섭다면 무이상(無理想)은 슬펐다’고 말했다.
탈북 난민들이 미국행을 선택하는 과정은 명준의 독백처럼 형이상학적이지 않다. 미국행의 중간 루트는 주로 태국 감옥이다. 태국 감옥에서 탈북자들은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한다. 엄 목사의 말이다.
“감옥에서 UN난민고등판무관과 인터뷰를 합니다. 이때 어느 나라로 가고 싶은지 택하는 거죠. 망명이 허가되고 그 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1년에서 1년4개월가량 소요됩니다. 탈북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같은 감옥에 있다가 먼저 감옥을 나간 탈북자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나간 이가 ‘나는 미국 텍사스주를 배정받았다’고 연락하면 남은 이는 ‘거기는 살기 어떻니?’ 물어보는 식이에요. 캐나다로 떠난 사람, 한국으로 간 사람, 미국으로 간 사람, 여러 사람과 연락하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계속 계산을 합니다.”
—북한에서는 미국을 ‘미제’니 ‘침략국’이니 하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주민들이 미국을 증오하도록 교육하는데, 미국행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있네요.
“탈북자들도 미국이 잘산다는 걸 다 압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공상적으로 미국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어요. 난민으로 인정받고 미국에 온다 해도, 6개월간 정착과 관련한 지원을 받는 것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지원책이 없거든요. 6개월 후에는 건강보험이나, 구직활동 등 모두 본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많겠군요.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들이 결국 기댈 곳이 어디겠어요. 교포 사회겠지요. 이 사람들은 미국 문화와 언어에 적응해야 하고, 한국 문화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심지어 한국어에도 적응해야 해요. 탈북 난민들과 한국 교포들은 과장을 좀 보태면 서로 말도 잘 못 알아들어요. 중간에서 아, 이 말은 이런 뜻이다, 저 말은 저런 의미다, 통역을 해줘야 할 지경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괴롭겠어요. 지금까지 3명이 자살했어요.”
지난해 KBS의 한 프로그램이 해외에 나가 있는 탈북자들 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나라에 소속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1.3%가 ‘북한’이라고 답했다. 현재 살고 있는 나라를 택한 사람은 15.2%였다. 한국을 택한 사람은 6.5%. 엄 목사도 ‘정체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엄 목사의 설명이다.
“난민들 대부분은 북한에서 거의 바로 미국으로 넘어오다시피 한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알지,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힘들지, 그러다 보니 자신이 북한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삽니다. 원래 큰 댐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기 시작하는 법입니다. 이들의 존재가 미미해 보일지 몰라도 이들에게 한국인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북한정권 붕괴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댈러스에 탈북자 쉼터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에요.”
미국에 종북세력 키워나가는 북한
엄 목사는 올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 ‘쉴만한 물가’를 ‘미국의 작은 하나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탈북자들의 한국 방문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이 임시 정부를 만들어 독립운동을 했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탈북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로 키우고 싶습니다.”
미국 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함께 미국 곳곳에서 통일안보강연을 하기도 한 엄 목사에게 혹시 북한에서 포섭 시도 혹은 협박을 한 적은 없을까 궁금했다. 엄 목사의 답이다.
“포섭 시도는 장기간 은근히 진행됩니다. 저의 경우도 그렇더라고요. 지인을 통해 제가 북한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북한에서 어떤 제의를 해오면 뭐라고 답할지 오랜 기간 떠보는 식으로요. 제 남편한테는 노골적으로 북한에서 나온 사람이 만나자고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태도가 단호하니 더 이상 어떻게 하진 않더라고요. 사실 북한보다 더 큰 문제는 종북세력입니다. 이들이 더 문제예요.”
—미국 내 종북세력 문제가 심각한가요.
“지금 일본 조총련의 세가 많이 약해지지 않았습니까? 북한에서는 북미 교포 쪽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종북세력은 제가 안보 강연을 다닐 때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기도 했어요. 이런 식입니다. 한 교포 인사에게 민주평통 고문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자, ‘탈북자가 강연을 다니는 한 맡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이 어떤 식으로 교포들에게 공을 들입니까.
“북한은 아주 체계적으로 이들에게 접근합니다. 교포 1세들 중에는 정착에 성공해 큰돈을 번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포섭해서 북한에 데려가 투자를 하게 만듭니다. 1.5세, 2세는 ‘살아 있는 홍보대사’로 활용합니다. 1.5세나 2세는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도 잘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한 다음, 돌아가서 북한정권을 홍보하게 하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 북한을 홍보하게 하나요.
“이런 식입니다. 한인교회 청년회 아이들이 북한에 갑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찬양을 하고 기도를 해도 제지하지 않아요. 그러면 이 아이들은 돌아와서 말하는 거죠.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더라, 우리를 정말 환대해 주고, 거리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더라. 이 아이들이 말하는 북한은 우리가 아는 북한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놀러가면 참 아름답잖아요. 그런데 거기에서 평생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죠. 어쩌다 한번 방문하면서,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순박하다는 등의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미국 내 종북세력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엄 목사는 한국 내 북한 관련 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엄 목사의 말이다.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한국정부나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러면 민간단체는 북한의 일반 주민을 상대로 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현실은 어떻습니까. 개인도, 단체도, 교회도, 국가도 모두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일하려고 합니다. 북한정권과 대화창구를 트려고 하고, 인도적 지원도 북한정권을 통해 하려고 합니다.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흔히 1997년, 1998년의 300만 아사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그런데 1999년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죽은 사람은 300만명보다 더 많습니다. 북한을 저 상태로 유지하게 계속 두면 둘수록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겁니다.”
인터뷰 말미 엄 목사는 이런 말을 했다.
“기도 중에 하나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로 간 것처럼 너는 미국으로 갈 것이고,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것처럼 북한 평양에서 죽을 것이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엄 목사의 뒷모습을 보며, 그처럼 북한주민들이 ‘김일성교’를 버리는 날이 순식간에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재미교포 1.5세와 2세를 중심으로 종북세력이 그 세를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 내 인사들에 따르면 미국 종북세력들의 중심 거점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시카고 등 네 곳이다. 특히 뉴욕에서 그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지난 2011년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뉴욕의 한인들에게 ‘노둣돌’이라는 단체를 조심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노둣돌은 1998년 송두율 교수의 뉴욕 방문을 계기로 1999년 결성된 단체다. 노둣돌은 한반도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뉴욕의 UN건물 앞에서 ‘북한 핵실험의 원인은 미국이 제공했다’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에는 프랑스, 영국 등 11개국의 UN대표부에 천안함 사태 재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한인 교포나 유학생들에게 대학학비를 지원한다거나, 무료 한국방문 연수, 한글학교 등을 제시하며 접근한다고 한다. 이들은 DEEP(DPRK Education and Exposure Program)와 KEEP(Korea Education and Exposure Program)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각각 북한, 남한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매해 여름, 10명 내외의 참가자를 모집해 북한을 2주간 여행하는 식이다. KEEP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할 시에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 등 각종 집회에 단체로 참여한다고 한다. 이들이 모임을 가질 때 서로를 북한식으로 ‘동무’라고 호칭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포 중에는 젊은 시절 종북단체에 발을 담갔다가 후에 미국 기관이나 대기업 취업이 좌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09년에는 뉴욕시 시의원선거에 출마하려던 한인 후보가 노둣돌 활동 전력이 드러나 현지 교포들의 반대 끝에 예비 선거에서 낙선한 사례도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