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특수부대 출신 李德男 : 월간조선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언론과 정보 당국, 전·현직 정보부대 예비역 장성들은 현재 북한 정찰총국을 이번 사건의 유력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북한의 정찰총국이 천안함 폭침(爆沈)의 배후로 오르내리면서 정찰총국장인 김영철 상장(66·우리의 중장)이 사건을 총지휘했을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김영철은 대남공작 전문가이자 작년 11월 대청해전 직후에는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무자비한 보복을 하겠다”고 언급한 인물이다.

하지만 북한 정찰부대 출신 탈북자인 이덕남(李德男·43)씨는 “김영철보다는 4군단장인 김격식 대장(4성)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김격식은 지난 4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자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버마 아웅산 테러의 총책임자였다”고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덕남씨는 “2009년 4월 북한 총참모장(대장)을 지낸 김격식이 하위 보직인 4군단장(상장)에 임명됐는데,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김정일의 최측근인 그가 이번 테러를 총지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인민군 상사인 이덕남씨는 인민군 4군단 70정찰대대 작전조 출신으로 1990년 9월 해상훈련 도중 고속 간첩침투선을 끌고 백령도 쪽으로 귀순했다. 그는 “탈북을 시도해 우리 측으로 넘어오는 데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비록 오래전에 탈북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 정찰국의 조직이나, 훈련방식, 부대 성격이 변한 것이 거의 없고, 북한의 최전방인 서해 5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침투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북한 정찰국 훈련과 부대 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남씨는 탈북 후 정찰국을 포함한 북한 특수부대에 관한 정보를 우리 정보 당국에 많이 제공했으며, 현재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북한 특수부대 현황도 상당부분 그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는 “남한에 와 보니 대남과 해외 공작을 담당한 노동당 35호실 출신이나 작전부 소속 탈북자는 많이 있었으나, 정찰국 출신은 나 외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며 “그 후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때 이광수를 정찰국 출신으로는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이덕남씨는 “나는 정찰대 중에서도 최정예 요원인 작전조 출신이었기 때문에 다른 군단 정찰대와 훈련을 많이 받았고 그 과정에서 비교적 정찰대 조직에 관해서 많이 듣고 목격할 수 있었다”며 “정찰국이 주도한 종합전술 훈련에서 2등을 해서 전사영예훈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덕남씨는 “정찰국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부대가 맞다”면서 한편으로는 “4군단장인 김격식이 사건을 지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은 대남 공작부서인 정찰총국이 저질렀지만, 지휘 계통이 다른 4군단장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언뜻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처럼 들린다. 이씨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우선 북한의 정찰총국이란 부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격식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는 이유

북한 4군단장 김격식(대장).

북한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 산하에 있는 정찰총국은 작년까지 ‘정찰국’으로 불리던 대남공작 전담부대다. 그러다가 작년 2월 대남·해외공작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당 산하의 35호실(해외담당)과 작전부(간첩침투)를 정찰국과 통합하면서 정찰총국으로 확대개편했다.

이덕남씨는 “새로 생겼다는 ‘정찰총국’이라는 이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기존의 인민무력부 산하의 정찰국과 동일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찰국과 합쳤다는 노동부 산하의 35호실이나 작전과도 어차피 대남 공작업무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분산된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통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부서가 확대개편되었기 때문에 한 등급 올려서 ‘총국’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하는 일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덕남씨가 북한에 있을 때 정찰국은 4개의 직속 정찰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24대대, 69대대, 71대대, 72대대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24대대는 평양에 주둔하고 있으며 북한의 주요 국내외 행사에서 시범을 도맡아 하는 부대라고 한다. 69대대는 대대인원 전체가 장교로 구성되었으며, 일본이나 오키나와 등 해외침투 전담 부대다. 이 부대가 바로 ‘자살특공대’라고 불리는 부대다. 각 정찰대는 500~6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정찰국 직속정찰대대 외에 전방에 배치된 4개 군단에도 정찰대대가 있다. 이덕남씨가 바로 이 군단 배속 정찰대대 출신이다. 이씨는 “군단 정찰대대의 행정적인 업무는 군단에서 하지만, 모든 훈련은 정찰국에서 직접 지도 관리한다”고 말했다.

“제가 속했던 4군단 70정찰대대가 실제 백령도와 서해 5도 앞바다에서 침투 훈련을 하는 부대입니다. 이들이 백령도와 서해 5도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우리 군에 대한 정보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4군단 소속의 70정찰대대가 이번 천안함 사건을 직접 저질렀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씨는 “4군단 소속의 70정찰대대가 서해를 제일 잘 알아서 이번 일을 직접 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4군단장인 김격식이라는 인물 때문”이라고 말했다. 4군단은 북한의 가장 서쪽 최전선을 담당하는 부대다. 개성시 개풍군을 지나는 예성강 서쪽부터 장산곶 너머에 있는 과일군 앞바다까지를 관할 구역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백령도, 대청도 지역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부대인 것이다.

김격식은 부임하자마자 서해 NLL(북방한계선)에 해안포 사격을 하는 등 긴장을 높여 왔다. 이덕남씨가 김격식을 배후 인물로 지목하는 것은 그가 무엇보다 김정일에게 허물없이 보고를 할 수 있는 최측근이며,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총참모장을 하던 사람이 왜 지위가 낮은 4군단장으로 왔겠습니까? 북한군 사정을 잘 아는 우리 탈북자들은 김격식이 4군단장으로 왔을 때 반드시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총참모장을 하다가 4군단장으로 왔다고 그것을 ‘강등’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전방 군단장은 그야말로 북한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습니다.

문제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하필 김격식이라는 인물이 최접경 지역인 4군단장으로 왔느냐 하는 것입니다. 김격식은 김정일이 신뢰하는 최측근입니다. 그는 김정일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김정일에게 마음 놓고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김격식이 아마 김정일에게 직접 ‘반드시 한 건 터뜨리겠다’고 다짐하고 4군단장으로 왔을 겁니다.”

“굳이 다른 부대에 일을 맡길 이유 없어”

북한 정찰총국장 김영철(상장).

―그것이 4군단 소속의 70정찰대대가 일을 저질렀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요.

“제가 천안함 사건 직후 어느 언론에 ‘서해 해상저격여단 1대대(경보교도 지도국 산하)’의 소행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부대가 서해에서 함대 타격 훈련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여러 정황을 살펴보니까 군단장이 훈련된 요원과 장비를 동원할 수 있는데, 자기 관할 구역에서 다른 부대에 일을 맡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씨는 4군단 70정찰대대의 소행으로 보는 근거를 몇 가지 들었다.

“먼저 70정찰대대의 훈련강도가 가장 셉니다. 이는 각 군단 정찰대에서도 아주 소문이 난 사실입니다. 또한 어뢰 발사 같은 기술은 짧은 시간에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실제 침투는 오랫동안 훈련을 해 온 사람이 아니면 작전 수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정찰대대의 작전조는 1년 내내 훈련만 합니다. 물속에서 목표물을 정하여 접근하고, 방향을 잡고, 거친 바다에 견디는 훈련은 다른 특수부대에서는 금방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격식이 일을 주도했다면서 정찰총국이 배후라는 것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군단 소속의 정찰대대의 모든 훈련과 임무는 정찰국에서 직접 지도합니다. 군단장이 직접 정찰대대에 침투명령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정찰국장의 사인이 있어야 하죠. 현재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은 김격식의 부하였습니다. 군대의 선배이자 김정일과 친한 김격식으로서는 ‘협조 좀 하라’는 전화 한 통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김영철의 사인은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로 김격식이 김정일에게 직접 지시 혹은 보고를 받아서 일을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죠. 북한 군이 우리 식대로 계급과 편제에 따라서만 움직인다고 보면 안 됩니다.”

천안함 사건 후인 지난 4월 25일 김정일이 조선인민군 제586군부대(정찰총국) 지휘부를 시찰하고 있다. 김정일 왼쪽이 김영철 정찰총국장, 오른쪽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다.

이덕남씨는 “현재 언론에서 정찰총국과 총참모부가 같은 서열로 인민무력부 산하에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찰국이 보유한 병력은 기껏해야 1개 사단 규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권한과 힘이 군단장보다 약합니다. 또한 정찰국의 본 업무가 남한에 침투해 있는 고정간첩에게 받은 정보를 총참모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입니다. 군대의 각종 작전이 여기의 합참 격인 총참모부로 보고가 안 되면 어디로 보고가 됩니까? 외부에서 보기에 편제가 어떻게 짜여 있든 간에 인민무력부 아래 총참모부가 있고, 총참모부가 전군을 직접 지휘합니다. 여기에 정찰국이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안 그러면 유사시 전쟁이 되겠습니까?”

―북에 있을 때 실제로 어떤 식의 훈련을 받았습니까.

“우리 정찰대대 작전조들은 자동차 운전에서 지형학, 특공무술 등 온갖 훈련을 받지만, 잠수와 침투 훈련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있을 때 정찰대대 작전조는 3명이 한 조로 구성되어 6개 조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처럼 소규모 단위로 훈련받는 데 비해 저격여단이나 해군 특수부대 같은 경우는 소대나 중대 단위로 훈련을 받거든요. 그러니 천안함 같은 은밀한 침투가 필요한 곳에서는 작전능력이 우리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다른 부대 요원들은 제대하지만 우리 정찰대대는 제대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전투력을 최고로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이덕남씨는 “4군단장 김격식의 입장에서도 자기 구역에서 수행하는 작전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자기 직속 부대원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에서 실제로 잠수와 침투 훈련을 하는 특수부대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장산곶 앞바다는 물살이 센데 이곳에서 잠수를 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면 남한 서해 어디에서든 작전이 가능합니다. 작전 명령은 최소한 6개월 전에 떨어지는데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장산곶과 서해에서 평소 잠수 훈련을 많이 한 70정찰대대의 최정예 잠수 요원을 선발했을 겁니다.

침투 훈련을 하는 부대원의 평생소원이 남한 침투입니다.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훈련을 합니다. 침투에 성공하면 공화국 영웅으로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찰국 요원 외에 다른 해군 특수부대 요원을 선발할 이유가 없고, 4군단장 입장에서는 자기 직속인 70정찰대대에 기회를 주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테러 하겠다는 의지를 첨단 장비로 막을 수는 없어”

이씨는 “특히 정찰국은 대남 침투장비인 반잠수정이나 잠수정을 가지고 있고 ,평소 남한 군함의 움직임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 정도는 손쉽게 일으킬 수 있다”며 “하지만 공격 방법에 대해서 한 가지로 한정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잠수정, 잠수함, 인간 어뢰 가운데 어느 방법이든 모두 가능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 어느 것이든 사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로 최신 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런 무기를 사용하다 작전에 실패하면 무기가 적에게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잠수함을 사용했다면 이미 우리에게 노출된 구식 유고급 정도일 겁니다.”

이씨는 “인간 어뢰 공격은 성공률은 높겠지만 바닷물이 차가워서 침투요원이 오래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힘든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수함으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서 인간 어뢰를 사용하는 복합적인 방법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무슨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침투 공격을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테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을 좀 더 확고히 해야 희생된 장병에 대한 복수의 기회도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평화가 온 것으로 착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가 결국 돈으로 산 것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김정일의 악마성이 변하지 않았는데 햇볕정책이 우리의 안보의식만 변화시킨 것입니다. 비록 친북 세력이 국민의 비판의식을 없애고, 김정일을 친구로 생각하게 하였지만 천안함 사태로 정신을 차리는 계기도 됐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