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행정구역 통합 전도사’ 黃喆坤 마산시장 : 월간조선

黃喆坤(황철곤·58) 마산시장은 ‘행정구역 통합의 전도사’ 소릴 듣는 地自體(지자체) 단체장이다. 창원군수 시절이던 1994년 창원군의 8개 읍·면을 마산시에 5개 읍·면, 창원시에 3개 읍·면으로 분리 통합했으며, 사천군수 시절에는 사천군과 삼천포시를 사천시로 통합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

이런 ‘통합 전도사’가 지난 2006년 마산시장 선거에서 마산·창원·진해 3개 시 통합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이를 적극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자체 통합 논의지역 재정 인센티브 推計(추계)와 便益(편익)’ 자료에 따르면 마산·창원·진해시를 통합하면 향후 10년 동안 7722억원의 통합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액수다.

3개 시가 통합되면 각종 복지수당 증가와 사용료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한 주민서비스 증가 효과가 4166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자치단체 통합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재정 인센티브는 2369억원, 각종 비용 절감 효과는 118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자율적으로 통합된 자치단체에 10년 동안 교부세 등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황 시장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행정도 분단된 상황에서 이제는 통합으로 해답을 찾을 때다. 과거의 통합이 1모작이었다면, 지금은 통합 2모작의 適期(적기)”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마산시장 선거에서 마산·창원·진해의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는.

“3개 시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20~3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지역 숙원 사업입니다. 그동안 각 지자체 간 이해관계로 논의만 분분하다가 무산됐죠. 지난 2006년 제가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다시 촉발됐고, 지난해 7월 통합을 공식 제안함으로써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현 지방행정체제는 100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할 수 없고, 앞서가는 도시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어요. 함안을 포함한 4개 시·군은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의 동질성을 갖고 있고, 상·하수도 공동 사용과 시내버스 공동 배차 등 동일 생활권입니다. 그러나 쓰레기 소각장 등 사회기반시설의 중복 투자로 행정 낭비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4개 市郡 통합되면 울산보다 인구 많아

황 시장은 “행정구역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을 이었다.

“지역·국가경쟁력 강화와 행정 효율성 제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행정구역 통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확신을 갖는 이유가 있다. 확실한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황 시장의 설명이다.

“4개 시·군의 통합은 역사적·정서적 동질성 회복뿐만 아니라 경제·문화·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로 연간 700억원의 행정 경비가 절감되고, 공공시설의 중복 투자를 예방할 수 있어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권역별 광역도시계획의 체계적인 수립이 가능하고, 마산·창원·진해 도시철도 건설과 로봇랜드 조성 등 대형사업 추진이 용이해져 도시 경쟁력과 브랜드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복지·교육·문화 투자 확대와 상하수도·대중교통·문화·복지시설의 공동 이용에 대한 세 부담 감소 등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겁니다.”

황 시장은 “4개 시·군이 통합되면 인구는 116만명으로 울산시(111만여 명)를 앞서고, 지역 내 총생산 규모는 23조원으로 대전시(16조8000여억 원)를 능가해 전국 7대 도시로 떠오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98년 3여(여수시·여천시·여천군) 지역이 여수시로 통합됐습니다. 3여 통합으로 여수시는 목포를 제치고 전남 제1의 도시로 부상했고, 통합의 힘은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로 이어졌습니다. 지자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이 융합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 겁니다.”

주민 입장에서 통합 추진해야

황철곤 시장이 마산항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통합의 단점도 있을 텐데요.

“일각에서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주민의 행정 접근성과 지방자치 기능이 저해되고, 주변지역 소외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문제는 시청 업무를 구청과 읍·면·동으로 이양하고, 인터넷 민원업무와 주민자치센터를 활성화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황 시장은 “통합은 지역주민의 의사와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마산시민 87%가 통합을 찬성하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자율 통합을 추진하지 못하면 2014년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강제통합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아무런 인센티브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통합의 걸림돌은 뭔가요.

“지역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통합 논의를 가로막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해관계를 떠나야 통합을 빨리 이룰 수 있습니다.”

―지자체장들이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통합은 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입장에서 함께 장점을 공유하고 상생하는 겁니다. 통합에서 민심이 천심이고, 民意(민의) 제일주의 원칙이 확고히 지켜져야 합니다. 단체장은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만 충실히 하면 됩니다.”

사실 마산은 경남도청이 창원으로 터를 잡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道(도) 단위 기관들이 도청 소재지인 창원으로 이전하고, IMF 후유증 등으로 성장 동력을 잃고 침체의 늪에 빠진 것. 황 시장의 설명이다.

“지난 2001년 보궐선거를 통해 민선 3대 시장에 취임해 마산시의 살림을 맡아온 지도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마산 시민들은 제게 침체된 마산 경제를 되살려 달라는 사명을 부여하셨습니다.”

시장실 한쪽 벽면에는 마산항 개발 조감도와 마산밸리 조감도가 걸려 있었다. 마산항은 지난 1899년 開港(개항)해 올해로 개항 110주년을 맞는 국제 무역항이다. 市(시)의 슬로건도 항만도시를 상징하듯 ‘꿈의 항만도시(Dream Bay)’다. 황 시장은 “침체에 빠진 마산을 되살려내기 위해 ‘마산 발전 신동력 6+6 프로젝트’를 내놓고, 목숨 걸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산 발전 신동력 6+6 프로젝트’란 무엇입니까.

“로봇랜드 조성, 마산항 개발, 마산밸리 조성 등 마산의 미래를 위한 핵심 사업입니다. 자유무역지역 확장사업은 2006년 12월 완공돼 현재 15개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입주해 5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마창대교도 지난해 7월 개통돼 도심 교통난 해소와 물류비용 절감, 관광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 모든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15년 무렵 마산은 첨단산업과 해양관광의 중심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명품도시가 될 겁니다.”

마산은 항구도시지만 부산이나 광양에 비해 쇠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 황 시장은 “마산의 항만기능 강화를 위해 현재 총 사업비 5600억원을 투입해 가포 율구만 일원에 2만~3만t급 컨테이너 선박 5척이 동시에 接岸(접안) 가능한 항만시설과 진입도로 건설, 항만 준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률 60%로 2011년 완공 예정이란다.

이밖에도 해양 신도시 건설, 진북산업단지, 우산동 지능형 홈 도시첨단산업단지, 구산해양관광단지 조성, 자유무역지역 산업구조 고도화사업, 난포·창포·자족형 복합행정타운·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돼 마산의 면모가 날로 일신되고 있다.

로봇랜드 유치 위해 지구 두 바퀴 반 거리 돌아

마산시와 KAIST·경남대가 로봇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늘 하는 얘기지만 꿈은 거창하나 현실은 비정한 법. 문제는 모든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1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염출하기가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황 시장의 입장이다.

“현재 國·道費(국·도비)와 市費(시비), 民資(민자) 유치를 통해 대부분의 사업들이 정상 추진 중에 있어 예산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지난 연말 마산시는 인천시와 함께 로봇 테마파크인 로봇랜드 최종사업자로 확정됐다. 2014년 완공이 목표인 로봇랜드는 로봇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로봇 놀이기구와 체험관·전시관·경기장·연구개발(R&D) 및 교육시설·기업지원시설 등이 들어선다.

마산시는 올해부터 총 7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구산면 일원 114만8000㎡에 로봇킹덤, 로봇에코파크, 로봇아일랜드 등 세계 최초의 로봇 테마파크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로봇랜드 유치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로봇 시장은 2020년 국내 시장 100조원, 세계 시장 1조4000억 달러 규모로 자동차나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산에 로봇랜드가 조성되면 4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4만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 효과, 연평균 500만명의 관광객이 마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로봇랜드는 중소기업 1000개를 유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체험을 통해 창의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로봇랜드 조성은 오랜 기간 침체됐던 마산 경제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 것입니다.”

황 시장은 “2007년 4월 로봇랜드 조성사업이 공고된 이후 지난 연말 최종 사업자로 확정되기까지 1년8개월 동안 로봇랜드 유치를 위해 청와대, 국회 등 유관기관을 방문한 횟수만 120여 회,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았다”고 말했다.

2년 새 175개 기업 유치

황철곤 사장이 마산시의 1000번째 유치 기업인 ㈜대진의 박정수 대표에게 인증패를 수여하고 있다.

황 시장은 “기업 유치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07년 8월 전국 최초로 기업유치기획단을 신설했다. 기획단은 모든 행정의 추진 방향을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업이 원하는 바를 찾아서 해결해 주고자 만든 부서라고 한다.

“전국 최초로 1500억원의 산업단지 개발기금을 조성하고 부지를 일괄 매입해 산업단지를 개발, 공장용지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어요. 그 결과 지난해에만 66개의 기업을 유치했습니다. 기업유치기획단 발족 당시 825개였던 기업체 수가 2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습니다. 마산을 떠났던 기업들이 다시 마산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업을 유치할 때 애로사항도 있을 텐데요.

“지난해 STX중공업 유치 과정에서 일부 지역 주민들로부터 심한 욕설과 계란 세례를 받았습니다. 저는 한 달 이상 STX중공업 공장 부지인 수정마을에 컨테이너 박스로 시장 이동 집무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업무를 보면서 주민들에게 마산의 현실과 기업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해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황 시장은 STX중공업을 마산에 유치함으로써 최대 3000~5000명의 고용 창출과 연간 최대 6000억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를 예상했다.

―STX중공업 유치와 관련해 이주 보상과 어업권 보상을 STX가 마산시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또 STX가 수정만 매립지에 조선기자재 공장을 설립하지 않고 땅 장사를 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지자체가 도로나 상·하수도 등 행정 편의는 지원해 줄 수 있지만 이주 보상과 어업권 보상은 당연히 입주 기업인 STX중공업이 해야 합니다. 곧 계획된 절차대로 보상이 원만히 이뤄질 겁니다. 또 조선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로 여러 루머가 나돌고 있지만 사실 무근입니다. 내년에는 STX중공업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市政(시정) 철학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행정은 시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시민을 섬기는 자세로 행해야 합니다. 섬김의 마음, 도전과 혁신 정신이 저의 시정 철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