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金成東의 인간탐험] 10년 연속 보험판매왕 기록한 芮英淑 삼성생명 전무 : 월간조선

지난 10년 동안 올린 매출액이 2017억7000만원, 매년 평균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동안 철저한 고객관리로 계약 유지율 99.4%를 기록했다.

어느 탄탄한 중소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한 여성이 10년 동안 보험판매를 통해 세운 기록이다. 芮英淑(예영숙) 삼성생명 명예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예 전무는 지난 1993년 6월 삼성생명에 보험설계사(FC)로 입사했다. 그녀는 3만여 명의 보험설계사가 일하고 있는 삼성생명에서 입사 6년 만인 지난 2000년, 처음으로 보험판매왕에 오른 후 10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생명은 그 공로를 인정, 보험판매왕 10연패 시상식이 열린 지난 4월 23일 그녀를 명예전무로 임명했다.

보험판매왕이 될 때마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첫 번째 보험판매왕에 오른 2000년에는 ‘움직이는 支店(지점)’이란 수식어가 붙었고, 그 다음해부터는 ‘鐵(철)의 여인’, ‘기적을 만들어 내는 여성’, ‘보험 지존’, ‘보험 神話(신화)’, ‘생명보험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기록 제조기’, ‘보험 匠人(장인)’, ‘보험 達人(달인)’이라는 수식어가 차례로 붙었다. 10연패를 달성한 올해에는 ‘10년의 금자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보험업계에서 세운 예 전무의 이런 화려한 기록들은 그녀의 활동범위를 보험 판매에만 머무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기업, 정부기관, 대학 등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예 전무는 청와대, 감사원, 국가정보원, 경찰청, 중앙공무원교육원 등 국가기관에서 특강을 했고, 삼성, 현대, 대우, SK, KT 등 대기업과 수많은 금융기관 그리고 대학 등에서 강연했다.

‘예영숙 장학회’를 만들어 각종 장학활동을 벌이는 한편 대구지역의 각종 단체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자연보호협의회 부회장,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 이사, 양궁협회 이사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詩人 활동 경력

예영숙 전무는 최근 <고객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한다>는 저서를 출간했다. 자신의 보험영업 16년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대구시 중구 덕산동 삼성생명빌딩에서 예 전무를 만났다. 필자를 만난 예 전무는 지역에 있는 행사장에 잠시 다녀온 후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잠시 인사만 하고 오면 된다고 했다. 예 전무의 사무실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대구지역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 자리였다.

예 전무의 에쿠스 승용차에 동승했다. 뒷좌석에는 옷 세 벌이 걸려 있었다. 만남의 성격에 따라 갈아입을 옷이라고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예 전무가 전화를 받았다.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된 전화 내용으로 봐서 상대방은 정치인인 듯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라며 예 전무는 전화를 끊었다.

―직업 특성상 정치권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겠습니다.

“유혹이 많지만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저와 정치 관련 이야기는 되도록 쓰지 않았으면 해요.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어요. 제 뜻과 제 말이 다르게 전달되는 것도 싫고요.”

―慶弔事(경조사) 관리도 고객 관리에 중요한 부분이죠?

“그럼요. 사람이 인지상정 아닙니까. 고객관리에 중요하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경조사에 참석하고 안 하고는 자기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제가 정치인 행사에 가고 있지만 제가 정치와 무슨 상관 있습니까. 가든 안 가든 상관없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려는 것이죠. 행사에 참석했을 때 제가 그곳에 왔다는 것을 누가 보고 안 보고는 두 번째 문제예요. 저를 그동안 도와주었던 분들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제 양심에 걸리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스스로 자존심에 져서 일을 못해요.”

약속대로 예 전무는 필자가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 동안 행사장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는 계속 이어지는 예 전무의 전화통화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다시 예 전무의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예 전무는 대학 졸업 후 한전문학상 詩(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는 등 시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결혼 후에는 글짓기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보험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남편이 가입한 보험증서에 있는 내용을 몰라서 설명을 듣기 위해 보험회사를 찾아갔던 것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오다가 그곳에서 보험교육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보고 “교육이나 한번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인연의 출발이 됐다는 것이다.

보험은 외로운 일

지난 4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 3만여 보험설계사 중 1위를 차지해 10년 연속 그랜드 챔피언에 오른 예영숙 전무.

―지금도 틈틈이 시는 씁니까.

“그럼요. 감각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요. 다른 일도 그렇지만 보험 일은 굉장히 외로운 일이에요. 저한테 여기저기서 사람들과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고 묻지만 이 일은 부단한 자기와의 싸움이랄까, 외로움을 통해서 얻어내는 철학으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험은 삶에 대한 고민 없이는 불가능한 가치 철학’이라는 말을 했거든요. 보험은 외로운 겁니다. 고민하고 외로워하면서 얻어낸 것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서 결과를 내는 거죠.”

―예 전무께서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어떤 겁니까.

“자기가 생각하는 걸 존중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가치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봉사하며 산다면 삶이 가치롭고 행복할 것 같아요. 저는 보험에 삶의 모든 중요한 것이 다 들어 있다고 봐서 그걸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거고요. 특별하게 성공한 사람의 가치만 소중한 게 아니라 누구나 가진 삶의 경험과 생각이 소중합니다. 자신이 가진 가치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 나가다 보면 이것이 어느 날 돈, 명예 등의 보답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영업을 하려면 자존심부터 내다 버리라’고들 합니다. 예 전무가 제시한 영업비결 가운데 ‘자존심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에게 내세우라’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자존심을 버리라는 말에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아야 거친 영업 현장에서 버틸 수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봐요. 하지만 내가 판매하는 상품을 고객이 거절하는 것은 나를, 내 인격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존심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거죠. 특히 보험의 경우는 설계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수 있죠. 진정한 자존심은 상대를 향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향해 내세울 때 가치가 있다고 봐요.”

세 권의 노트에 적힌 비밀

―보험 영업을 해 온 지난 16년 동안 현장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봤습니까.

“제가 입사 2년쯤 되었을 무렵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어요. 저는 그때 이미 ‘미래는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는 사람이 가장 주목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회사에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지금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각종 강연에 나가면 저는 ‘21세기는 현장이 경쟁력’이라고 말합니다. 그건 단순히 영업맨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죠.”

예영숙 전무가 보험판매왕으로 등극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그녀가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3권의 노트다. 다음은 3권의 노트와 관련해 예 전무가 들려준 이야기다.

예 전무가 보험사에 입사했을 초기에 일부 보험설계사 중에는 아침 회의를 마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삼삼오오 찻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면 함께 식사하고 오후에 개인 볼 일을 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이 마감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회사에 들어오거나 친척이나 동창을 찾아가 보험 가입을 권했다.

그러나 예 전무는 그때도 갈 곳이 많아 쉴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세 권의 노트 때문이었다. 첫 번째 노트에는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연락처, 신상, 관심사 등 추가정보를 메모한 잠재고객 리스트를 작성했다.

두 번째 노트에는 잠재고객으로 있다가 계약한 고객들의 명단을 적었다. 계약사항 등 고객관리에 필요한 정보들도 함께 적었다. 세 번째 노트는 활동 수첩으로 매일 해야 할 일을 생각나는 대로 적은 다음, 당장 해야 할 일과 다음에 해도 될 일을 구분해 적었다. 이 세 권의 노트만 펼치면 갈 곳이나 연락할 곳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할 일도 많았다는 것이다.

―세 권의 노트는 왜 작성하게 됐습니까.

“‘예영숙은 남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죠. 세 권의 노트만 가지면 시간관리와 고객관리에 물샐 틈이 없었어요. 세 권의 노트를 기본으로 일정을 소화하면서 고객과의 약속, 옷 차림새, 표정, 따뜻한 말과 긍정적이고 순화된 언어 사용 등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어요. 음주가무 자리에는 일절 참석 않고 업무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퇴근해서 엄마이자 아내로서 낮 동안 못한 정성을 가족에게 쏟았죠. 그랬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주변에서 ‘예영숙은 다르다’고 말하기 시작하더군요.”

―이번에 출간한 책 제목이 <고객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한다>인데, 항상 그런 생각을 품고 살면 인생살이가 너무 피곤하지 않습니까.

“일부러 생각하면 굉장히 피곤하겠죠.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어느 순간 습관이 돼 있는 겁니다. 상품을 구입한 고객은 그것을 손에 쥔 순간부터 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는지에 눈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또 다른 상품 정보에 끊임없이 노출됩니다. 경쟁력 있는 상품이 있으면 언제나 옮겨갈 준비가 돼 있는 것이죠.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아니라 ‘고객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인 거죠.”

인연 맺은 고객 2500여 명

예영숙 전무가 자신의 저서 <고객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한다> 저자 사인회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예 전무에게 ‘고객’은 어떤 사람입니까.

“앞으로 전개되는 시대는 고객이 최우선이고 고객만큼 더 중요한 것이 없어요. 고객을 영업이나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죠. 이제는 주변 모두가 고객이에요.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 객체가 모두 고객이죠. 국가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국민이 고객이고 정당에서 보면 유권자가 고객이고, 학교에서는 학생이, 언론사에서는 독자나 시청자가 고객입니다. 심지어 가족, 친척, 친구도 고객이죠.”

―고객 유지율이 99.4%인데 일반적으로 다른 보험설계사들의 유지율 평균은 얼마입니까.

“보통 70~80% 정도겠죠.”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고객이 몇 명입니까.

“2500여 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하루에 평균 몇 명을 만나고 전화는 몇 통 합니까.

“하루에 10명 정도는 만나고 전화는 한 100통 정도 하죠.”

―지금 들고 있는 휴대폰에 입력된 고객은 몇 명입니까.

“1000명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체력소모가 많은 일인데 체력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있습니까.

“저는 아침이나 점심이나 저녁이나 체력적으로 외견상 차이가 없어요. 주변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하죠. 가급적이면 위험한 곳이나 지하시설에는 안 가고, 음식은 친환경적인 음식을 먹어요.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있고 가공이 덜 된 것을 먹으면서 체력을 확보하죠. 비타민제나 홍삼, 청국장 등 식품들도 먹고요. 스스로 에너지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시는 것은 없고요?

“시간이 안 맞아서 규칙적인 운동은 못해요. 시간이 나면 경락마사지를 받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회단체 직함 영업에 도움 안돼

사회단체 직함은 보험영업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하는 예영숙 전무.

―보험 판매를 통해서 돈 벌기가 참 어려운 일인데 장학금이나 기부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제가 사회로부터 혜택받은 것을 돌려주자는 거죠.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제가 어떤 가치를 전달하면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것 등이 감사한 거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겠지만 저도 봉사를 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해요. 남에게 보이는 것 때문이 아닌 순수한 마음을 갖는 것이 부자이고, 그럴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언제부터 기부를 했습니까.

“본격적으로 기부를 한 것은 보험 일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였어요. 한 13년 정도 됐네요. 일을 하다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자신이 받은 혜택을 내놓지 않는 것이 제 스스로의 양심의 문제로 떠오르면서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기부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부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누군가가 직접적인 혜택으로 삶의 위로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껴요. 제가 한 기부가 좋은 일에 사용됐겠지만, 어디에 쓰였는지 안 보이면 기부를 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장학금을 학교로 내면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단체를 통해 내는 기부의 경우는 대상을 지정해서 하죠. 포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엽적으로 하죠. 직접적으로 내가 한 기부 중 얼마가 어떻게 쓰이는지, 누군가에게 어떤 혜택을 줘서 그 사람에게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알아봐서 그 사람의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변한 게 느껴지면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평통자문위원 등 사회단체들의 직책들을 많이 갖고 있는데 그런 직함들이 보험판매를 하는 데 도움이 됩니까.

“전혀 도움이 안돼요. 그래서 가능한 한 그런 직책을 많이 맡으면 안돼요. 제가 처음 보험왕 하고 7년 정도 지나면서 그런 직책들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주변에서 엄청 받기 시작했어요.”

―본인이 원한 게 아니라 주변에서 권한 겁니까.

“그럼요. 요청을 받아서 하게 됐어요. 봉사단체 회장도 맡고 다른 직책들도 맡으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곳에서 영업을 하거나 비즈니스에 관계된 일은 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있죠. 그래도 그런 일을 할 때 봉사한다는 느낌이 안 들면 안 하는 게 낫죠.”

―저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전혀. 전혀 도움 안돼요.”

각종 단체에서 초청 강연

―정부나 기업의 초청을 받아서 강연을 많이 하는데 청와대나 기업 등 각 기관별로 나오는 질문에 특색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어떤가요?

“청와대에서는 의외의 질문을 받았죠. 삼성이 리딩 컴퍼니의 역할을 하지만 오늘날 회사가 그렇게 크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도와준 것 아닌가, 그것에 대한 사회적인 고마움을 회사도 알아야 된다는 식의 큰 질문들을 제게 던졌죠.”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요.”

―훈계 같아서 기분이 약간 안 좋았겠네요.

“다른 사람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미 그런 것을 초월한 사람이니까요. 그런 말도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여서 자연스럽게 잘 넘어갔어요.”

―국정원은 어땠습니까.

“국정원은 여러 차례 했거든요. 그분들은 사람과 소통이 안된다는 점을 애로사항이라고 하더군요. 그것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해 주느냐,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이렇게 답했어요. ‘소통을 위한 소통을 요구하면 마음의 문을 닫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따뜻하게 인정하고, 내가 정보를 받아내기 위해 접근하는 느낌이 들면 문을 닫겠지만 내 신분을 알고도 사회적으로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고요.”

―감사원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감사원에서는 ‘보험에 대한 불신이 과장 때문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죠. 나중에는 제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깐 희망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강연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거예요. 저는 보험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보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는 일도 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李明博(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청와대에서 강연했습니까.

“청와대에서는 없었고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강연은 했죠.”

―기업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다니다 보면 그 기업의 조직문화가 확연하게 들어올 것 같은데 기업별로 어떻게 다릅니까.

“기업별로 특성을 말하기는 그렇고요. 강사로 섭외받은 후 특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그 기업의 조직문화가 한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죠. 그 기업이 팽팽 돌아가는 회사인지 아직도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회사인지 금방 구분이 되죠.”

하루 서너 차례 분위기에 맞춰 옷 바꿔 입어

연도상 수상 후 삼성생명 이수창 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예영숙 전무.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조직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기업은 섭외부터 특강 내용, 일정 체크 등이 아주 세심하게 이루어집니다. 사전에 일정 체크는 물론이고 특강 당일의 교통편 체크까지 세심하면서도 세련된 배려를 하죠. 그런데 사석에서 지나가는 말로 그 회사의 책임자가 특강 요청을 한 후 공식적으로는 일정 확인도 않고 있다가 특강 당일에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있었죠.”

―‘움직이는 지점’, ‘보험 지존’ 등의 수식어는 마음에 듭니까.

“항상 좋은 말씀으로 표현해 주니깐 저야 감사하죠.”

―차에 옷이 걸려 있던데 오늘은 몇 벌 갈아입었습니까.

“보통 하루에 3~4벌 갈아입어요. 상갓집 가느냐, 파티에 가느냐, 어디 가느냐에 따라 분위기에 맞게 옷을 입고 가야지 튀면 불편하잖아요. 고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에요. 저는 가능하면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해요. 그러면서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죠.”

―집에는 옷이 몇 벌 있습니까.

“옷이 많죠. 큰아이가 중학교 때 사춘기였는데 무슨 신발을 산다고 30만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안 줬더니 ‘신발장에는 엄마 신발밖에 없고 옷이 양 사방으로 걸려 있어 그 큰 방을 옷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그러면서 왜 자기한테는 인색하게 구느냐는 말이죠. 그만큼 많아요.”

―왜 옷과 신발을 그렇게 많이 장만합니까.

“저에게 옷은 사치가 아니라 사람과의 공감대 마련을 위한 도구예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죠. 비즈니스를 위해 그 정도의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옷만 많이 사놓고 입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 입고 소화를 해요. 옷을 버려본 적도 없어요. 10년 전부터 저에게 따라다니는 말이 ‘하루에 옷을 여러 벌 입는다’는 거였어요. 저는 입사 때부터 ‘옷차림도 전략’이라는 말을 했어요.”

입사 초창기 때 별명이 ‘무공해’

―사람의 인상이 세일즈에 영향을 끼칩니까.

“많이 끼쳐요. 저희도 면접을 많이 보는데 면접을 보게 되면 전체적인 외모의 균형을 보지,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전체적인 느낌, 신뢰가 가는 얼굴인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인지를 봅니다.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보험에서 성공하려면 인상이 좋아야 하나 보죠?”라고 묻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가 입사하기 전에는 인상 좋다는 말 많이 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그냥 어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봤죠.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 다 좋다고 해 줍니다. 생각해 보면 제 마음속에 따뜻함이 있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습관화돼서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면 내 마음이 항상 기쁨으로 가득 차게 돼 있어요.”

―인상이라는 것도 생각에 따라서 변하는 모양이죠.

“원래부터 인상이 안 좋으면 일하는 데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자기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찾으면 인상은 얼마든지 바뀝니다. 인상이 안 좋아서 손해 보는 사람이 실제로 있어요. 그래서 많은 돈을 들여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죠. 어떤 분은 자기는 얼굴 때문에 항상 점수가 깎인다고 해요. 쉽게 말해 여자가 예쁘면 우선 점수를 따고 들어가니까 얼마나 유리해요. 하지만 저는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라고 하죠. 품고 있는 생각에 따라 인상은 얼마든지 변하는 거니까요.”

―좀 더 좋은 인상을 갖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까.

“저는 그럴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저의 모든 사고가 좀 친환경적이에요. 주름이 생겨도 그것을 삶을 열심히 살았던 흔적으로 받아들이죠. 성형으로 미인이 될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상대방과 좋은 소통을 갖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진솔함이라고 봐요. 저는 갖고 있는 명품도 별로 없지만 ‘짝퉁’은 못 갖는 스타일이에요. 아닌 것을 맞는 것처럼 하는 것이 제일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인데, 많은 사람을 만나 왔으니까 지금은 거의 관상가 수준이 됐겠습니다.

“사람 보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그렇게 돼요. 저는 처음 입사했을 때 별명이 ‘무공해’였어요. 그만큼 세상 물정을 몰랐던 거죠. 보험 디자인은 종합 예술이에요. 보험을 하려면 언어 능력도 필요하고 재테크에서 문학,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해요. 그런 관리를 안 하면 그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죠.”

그녀는 “매일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준비를 하고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석 달 동안 한 고민에 대해 저는 듣는 순간 1분도 안 걸려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기운이 있다

2006년 1월 ‘올해의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 예 전무가 홍일점으로 수상했다.

―고객을 처음 만났는데 정말 그 사람과 대화하기 싫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때는 안 하죠. 저는 원래 보험판매왕이 되기 전부터 그랬어요.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권력의 유무나 돈이 적고 많고 등을 떠나 느낌이 안 좋은 분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돼요. 사람에게는 기운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나름 자기만의 기운이 있는데 그 기운이 전달되거든요.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면 상승작용이 되고 그것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항상 좋은 에너지를 공급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도 정면에 내세워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 힘을 제 나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직업별로 볼 때 가장 까다로운 고객은 어느 직군입니까.

“교수들이죠. 그분들은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져요.”

―그 다음은요?

“언론인들이에요.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이죠. 예전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고 방송 출연을 많이 했어요. 촬영을 위해 30대의 젊은 스태프들이 오는데 카메라, 조명, 작가 등 5~6명이 오면 그분들이 보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거예요. 이유 없이 싫어하죠. 그러다가 저를 따라다니면서 며칠 같이 있다 보면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요. 공통적이에요. 참 신기하죠. 그래서 보험 들고 간 사람도 많았어요.”

―교수들은 어떻게 설득합니까.

“예전에 많은 경험이 없을 때는 그 사람들을 짧은 시간 내에 꼭 설득해서 성공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을 보죠.”

―나이별로는 어느 연령층이 가장 까다롭습니까.

“젊을수록 까다롭죠. 20대가 제일 까다롭다고 봐야죠.”

―자신들과 보험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지금은 건강하니까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그러다가 30대는 결혼해서 家長(가장)이 되니까 보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40대는 건강이 안 좋아지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달라지고, 50대는 가입이 안돼서 못 하는 사람도 많죠.”

아무리 친해도 고객과는 말 놓지 않아

예영숙 전무는 13년 전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천사’다.

―술은 전혀 안 합니까.

“네. 못 먹는 줄 알고 아예 안 주니까 더 못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가정에 憂患(우환)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고객과 약속이 있으면 약속장소에 나갑니까.

“고객하고의 개인적인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하죠.”

―그럴 때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할 텐데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합니까.

“제게는 원칙이 있어요. 제 개인적인 일과 고객은 상관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죠. 고객에게 자신의 아픔을 말하면서 위로받기도 하는데 그것은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에요. 회사에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절친한 고객에게는 슬픈 일이 있으면 하소연하고 싶지 않나요.

“저는 아무리 친해도 고객과 말을 놓는다거나 연배가 같다고 해도 그렇게 안 해봤거든요. 그래야 고객과 끝까지 가는 거예요. 그게 서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술을 못해서 영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습니까.

“다른 사람들 중에는 비즈니스를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간혹 있죠. 그런데 보험 업무는 그런 게 아니에요. 진정한 보험업무는 보험을 이해시키는 거예요. 저는 제 고객이 된 사람들한테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해서 만족감을 높여주고 그분들로부터 새로운 고객을 추천받아요.”

―보험업계에 뛰어들었을 때 가족의 반대가 심했을 텐데요.

“그랬죠. 남편부터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잘 이해를 해 주고 있어요. 아들이 둘 있는데, 저는 그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는 반드시 저녁 7시 전에 들어갔어요. 우리나라는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기까지는 엄마의 책임으로 보잖아요. 제가 음주가무를 좋아하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노래 잘하는데 노래방 안 가고 싶겠어요? 그런데 가정과 여흥,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고 한 가지는 버려야겠더라고요. 저녁에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일을 보게 되면 아이들에게 소홀해질뿐더러 회사 업무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만약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더라면…

―현장 경험을 통해 새롭게 개발하고 싶은 보험상품은 없습니까.

“현재 나와 있는 통합 보험상품 이상의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더 이상의 보험상품 진화는 없다는 말인가요?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말이죠.”

―대구보다 서울에 고객이 더 많지 않습니까.

“네, 남편도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고 아들도 서울에 있고 해서 여러 가지 생각 중이에요. 처음에 제가 여기서(대구) 워낙 고생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그런지 탁 떨치지 못하는 게 있었어요. 이런 생각은 드네요. 제가 7~8년 전 서울 쪽으로 가는 것을 검토했었을 때 만약 서울로 갔다면 또 다른 역사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