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공간 구조를 바꾸는 大사업”
⊙ “경기도는 자기 특성이 강해 하나로 묶기 힘들어”
⊙ “자식 공부시키는 걸 왜 공권력이 벌 주나. 교육자치권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 “대통령이 여론 눈치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겠는가”
⊙ “5년 단임제 지지. 중임제 하면 4~5년 내내 촛불시위할 것”
⊙ “택시운전하며 가족의 소중함 깨달아”
金文洙
⊙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민중당 노동위원장, 신한국당 대표 특보, 15·16·17代 국회의원(경기 부천·소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역임.
⊙ 저서: <아직도 나는 넥타이가 어색하다> <나는 자유를 꿈꾼다, 규제감옥 경기도에서>.
⊙ “경기도는 자기 특성이 강해 하나로 묶기 힘들어”
⊙ “자식 공부시키는 걸 왜 공권력이 벌 주나. 교육자치권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 “대통령이 여론 눈치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겠는가”
⊙ “5년 단임제 지지. 중임제 하면 4~5년 내내 촛불시위할 것”
⊙ “택시운전하며 가족의 소중함 깨달아”
金文洙
⊙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민중당 노동위원장, 신한국당 대표 특보, 15·16·17代 국회의원(경기 부천·소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역임.
⊙ 저서: <아직도 나는 넥타이가 어색하다> <나는 자유를 꿈꾼다, 규제감옥 경기도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얼마나 됩니까? 李明博(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요?”
金文洙(김문수) 경기도지사는 道政(도정) 여론조사 결과보다 현 정권에 대한 民心(민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필자가 “지난달과 비교할 때 큰 차이는 없다”고 하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그렇지 않을 텐데”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지난달에 비해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그게…. 잘 모르겠어요. 한나라당 지지도가 앞으로 올라갈까요? 저는 지금의 지지도를 유지할지도 의문입니다. 위험해요. 특히 대통령의 지지도가 좋지 않아요.”
―30%대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수치상 큰 변화가 없습니다.
“현장에 다녀 보면 몸으로 느껴요. 경제가 어렵다 보니 현 정부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특히 20~30대 젊은 사람들의 지지도가 문제입니다.”
月刊朝鮮이 실시한 김문수 지사의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김 지사는 응답자의 73.4%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하지만 소속 정당을 떠나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는 건 국민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걸 반영하겠죠.”
통합요금제로 2800억원 이상 교통비 절감 혜택
―국회의원과 도지사 중 어떤 자리가 힘듭니까.
“국회의원은 國政(국정)을 논하지만, 도지사는 지역사업을 하는 사람이죠. 경기도는 서울보다 면적이 17배 더 넓어요. DMZ도 있고, 바다도 있어요. 도지사를 하니 여러 가지가 어려워요. 경기도 정서가 서울의 주변부라는 의식이 강해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아요. 자기 정체성도 부족해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일할 때 시민으로부터 받았던 일관된 지지와 인지도를 여기서 얻기는 힘들어요.”
―3년간 도지사로 일하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민들이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아주 만족하는 것 같아요. 교통비가 일단 많이 줄었죠. 135만명의 도민에게 연간 2800억원 이상의 요금 절감 혜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수혜자가 많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올해 하반기에는 인천 버스까지 수도권 통합요금제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교통난을 해소하고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도 적극 추진 중입니다.”
GTX는 총 3개 노선(고양-수서·청량리-송도·의정부-금정)에 길이 180여 ㎞ 규모의 급행철도를 만드는 사업이다. 경기도가 주축이 돼 국토해양부, 서울시, 인천시 등이 TF팀을 구성해 사업성을 분석하고 있다. 총 사업비 규모는 12조~14조원이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GTX를 구상해 왔어요. 이건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공간 구조를 바꾸는 大(대)사업입니다. 수도권 전체에 일대 교통혁명이 일 겁니다. 수도권 인구의 생활패턴까지 달라져요. 지금의 전철보다 세 배 이상 빠른 교통수단이 생기는 겁니다. 지하철 환경 또한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요. 해외 사례를 분석하기 위해 모스크바까지 다녀왔어요.”
―道內(도내) 현장에 자주 갑니까.
“민심과 현장을 보기 위해 택시운전을 하게 됐어요. 그동안 수원·의정부·성남·고양·용인·안산·안양·남양주 등을 다녔어요. 경기도는 경기남도와 경기북도로 나눠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이질적인 요소가 많아요. 택시를 몰면서 그런 걸 직접 체험하고 있어요. 교통체계는 물론 도시의 특성과 사람이 다 달라요. 현장을 보면서 ‘이런 행정을 해야겠다. 저런 행정은 해서는 안되겠다’는 걸 깨닫죠.”
김문수 지사는 “현재 중앙정부의 정책 중 겉도는 행정이 많다. 대표적 경우가 홀·짝수제이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많아 홀짝제가 가능하지만 경기도는 대중교통이 미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서울 중심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만드니 이 모양이지요. 아무리 고쳐 달라고 해도 안 고쳐줘요. 지방자치를 안 하겠다는 거죠. 교육·경찰·복지 정책 대부분이 그래요.”
규제 많이 풀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김 지사가 추진한 정책 중 ‘일자리 창출’이 가장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지 중 최고의 복지가 바로 일자리입니다. 동사무소에 가면 누가 일자리가 필요한지, 누가 기초생활 수급자인지 다 알아요. 이들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줘야 하는데 이게 따로 놀아요. 제가 맡고 있는 일이 8500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교육이나 일자리 정책이 중앙과 지방이 별개로 진행돼 안타까워요. 실권은 중앙이 갖고 있죠.”
―도지사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기도의 고용동향에 의하면, 도내 실업자 수는 23만여 명이고 실업률은 4%입니다. 5월을 기점으로 전월대비 0.3%포인트(1만여 명) 감소했어요. 他(타) 시도의 실업률과 비교해 보면 낮은 수치죠. 이렇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도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어려워요. 경기도에는 이른바 3D업종이 아주 많아요.”
김 지사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사람 중심 勞使政(노사정) 대타협’을 선언했다.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는 기업의 고용인력 유지를 위해 355억원을 지원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은 기업이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어요.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는 궁극적으로 기업입니다. 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했고, 기업의 대출금리도 낮췄어요. 또 G-창업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취임 직후부터 규제 철폐와 기업환경 개선에 역점을 둬 왔는데 성과가 나옵니까.
“역대 도지사 중에서 규제를 가장 많이 풀었다는 평가가 있더군요. 규제완화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죠. 이명박 대통령도 규제를 많이 풀었어요.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그동안 경기도가 주장해 온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이 일정 부분 자유롭게 됐어요.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아직도 남아 있어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아예 없어져야 해요.”
―현 정부 들어 그린벨트·농업진흥구역·상수원 보호구역 규제가 많이 완화된 걸로 압니다.
“많이 풀렸죠. 전국의 그린벨트 중 31%가 경기도에 있는데 과천·의왕·하남시 등은 90% 이상이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36년 만에 이를 대폭 완화했어요. 단일 상수원으로는 세계 최대인 팔당지역도 상당 부분 해제됐죠. 그럼에도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해요. 공장은 물론 탈북자 지원시설인 하나원도 연수시설을 늘리지 못하고 있어요. 국가시설도 증축이 안되니 민간 부문은 오죽하겠습니까.”
수도권 규제법은 실제로는 경기도 규제법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지방 눈치 보기죠. 지방 표 떨어지니까요. 하향평준화 논리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수도권을 묶어야 지방이 잘산다’는 논리죠. 서울과 경기도 때문에 지방이 못산다는 겁니다. 도쿄나 뉴욕처럼 세계적 도시가 되기 위해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투자를 얼마나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해요. 저는 중앙정부에 규제를 풀어 달라고 했지 지방을 돕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방의 敵(적)처럼 인식돼 안타까워요.”
―청와대가 지방의 눈치를 본다는 겁니까.
“지역구를 생각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요. 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시행령으로 규제를 더 많이 완화할 수 있지요.”
―孫鶴圭(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경기도지사 시절 규제완화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大選(대선) 출마를 앞두고 ‘국토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대선에 출마하는 분은 전국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절실해요. 농사 지을 땅이 남아 도는데 농지규제를 계속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수도권 규제란 결국 경기도 규제를 말하는 겁니다. 서울은 규제의 의미가 별로 없어요. 경기도에는 공립大(대)도 없고 교육대도 없어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을 지원하는 ‘님비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경기도에 혐오시설이 많아요. 서울에서 나오는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경기도에 많아요. 화장장도 경기도에 있고요. 그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동안 정책적 지원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道(도) 차원에서 지원해 주자는 겁니다.”
―혐오시설 입주를 놓고 지역 간 충돌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지역 간에는 협상이 가능해요.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이익이 상충될 때는 정말 어려워요. 국토부를 예로 들어 볼까요. 산업단지, 공장 총량제, 주택 문제를 놓고 경기도와 국토부 간 견해가 많이 달라요. 서울이나 인천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도시계획 권한이 경기도에는 없어요.”
부처마다 칸막이 쳐져 있어
김문수 지사는 인터뷰 도중 양복 안주머니에서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한 수첩을 꺼내 들며 “조만간 16개 시도지사협의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성명서의 요지는 간단해요. 지방이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겁니다. 주택택지개발 권한, 사업자 지정권, 택지계획 승인권, 도시개발구역 지정권 등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줄 것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그런 권한이 없습니까.
“달라고 애원을 해야 일부 권한을 줍니다. 국토부가 지금 경기도 안산 인근에 국민주택을 짓고 있는데 신혼부부에게 먼저 분양권을 준다고 해요. 제가 3D업종에 종사하는 장기 근속자에게 임대주택을 배정해 달라고 했더니 1000가구 중 10가구만 주더군요. 힘든 일을 하며 자식을 키우는 저소득 공장근로자가 우선 아닌가요.”
―중앙정부와 마찰이 많았겠군요.
“정부가 과천의 그린벨트 지역에 대단지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해요. 저는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국토부는 무조건 집만 지으려고 할 뿐 다른 걸 생각하지 않아요. 전국에 과천처럼 친환경 도시는 없어요. 친환경 첨단산업이나 연구단지를 만드는 게 훨씬 낫죠. 분당과 일산을 보세요.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요. 지역을 개발할 때 주택을 공급하는 국토부와 산업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교육부 등이 유기적으로 협의해야 해요. 부처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어 소통이 안되고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잖아요.
“대통령께 몇 차례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대통령은 서울시와 같은 생각을 해요. 재건축을 생각하시는데, 주택공급 방식은 차라리 신도시 건설이 좋아요.”
―얼마 전 李達坤(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났더니 ‘지금의 행정시스템으로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중앙에 계시는 공무원 분들은 정말 엘리트입니다. 그런데 현장을 안 보는 게 문제예요. 심하게 말하면 독선에 빠져 있어요. 자기들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몸을 낮춰야 하는데 손가락만 부리고 있지요. 私(사)교육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만 봐도 그래요.”
―얼마 전 현 정부의 과외단속 방침에 대해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청와대나 교육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기분이 안 좋겠죠.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말했던 내용입니다. 정책 입안 단계부터 ‘이건 아니다’라고 했지요. 그런데 계속 저러잖아요. 그래서 헛발질한다고 했지요. 유학을 제일 많이 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교육당국이 정말 반성해야 해요. 부모들이 험한 일을 다 해가며 애들 공부시키는데 그걸 단속해서 벌금을 부과하고 망신을 주면 누가 우리나라에 살고 싶어 하겠습니까.”
촛불시위도 단속 못하면서 사교육을 어떻게 단속하나?
―불법 과외단속을 안 할 수도 없잖아요.
“촛불시위도 제대로 단속 못하면서 사교육을 어떻게 단속합니까. 자기 자식을 가르치겠다는데 왜 공권력이 나서서 벌을 줍니까. 저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돼요.”
―김 지사가 생각하는 사교육 방지책,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뭡니까.
“어제 남한산성 내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다녀왔어요.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학교를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죠. 지금은 타지역에서 유학까지 온다고 해요. 현재 재학생이 150여 명인데 그 전에는 19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학교가 없어질 처지가 되자 주민들이 폐교 반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학교 살리기에 나섰죠. 그 결과 서울은 물론 외국에서 오는 학생도 있다고 해요. 덩달아 동네 집값도 올랐다더군요.”
―학생이 늘어난 이유는 뭡니까.
“자율의 성과죠. 주민들이 경기도 교육청과 협의해 자치교육을 했어요. 학교 선생님을 직접 뽑고 학습내용과 학생선발 방식을 스스로 정했다고 해요. 공교육을 살리는 방법은 교육 자치권을 지방에 나눠주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입학시험과 과외단속에 신경을 쓰는데 아무런 보람이 없을 겁니다. 욕만 얻어먹게 될 겁니다.”
김문수 지사는 “정부의 교육정책 중 가장 잘못된 것이 공교육의 획일화”라고 했다. 그는 朴正熙(박정희) 정권 당시 지방의 명문학교를 없애고 평준화 교육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공교육은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고 있어요. 학교 교육이 부실하니 학원에 가는 거죠. 학원을 단속하니까 과외가 생기는 거고요. 그런 와중에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죠. 학교나 사교육에 문제가 있으니 유학생이 늘 수밖에요.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필요해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해야 해요. 국민을 섬기는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권력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해요.”
―최근 정치권에서 ‘김문수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치적 욕심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합니까? 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입니다. 제가 하는 말은 대부분 경기 도정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대통령을 향해 강한 발언을 하는 것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잘해 주셔야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이 잘살 수 있기 때문이죠.”
‘행복도시’가 아니라 ‘불행도시’
―이명박 대통령과 사이가 나쁘진 않습니까.
“별문제 없어요. 다만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운하는 대선 때 표를 모으기 위해 내세운 게 아닙니다. 대운하는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시절부터 얘기했던 겁니다. 10년 넘게 대운하를 구상해 온 거죠. 숙성된 정책입니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운하를 갖고 있어요. 그걸 왜 그만둡니까. 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경인운하도 반대하고 있어요.”
―김 지사라면 대운하를 어떻게 할 겁니까.
“요즘 대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대통령이 저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해요. 반대 여론이 있다고 해서 그만둔다면 국가적 과업을 어떻게 완수할 수 있겠습니까. 여론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대화하며 국민이 깨치지 못하는 점을 설득해야죠. 소통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김문수 지사는 “대운하는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4대강을 중심으로 운하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대통령께 5단계로 추진하라고 건의했습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여론이 달라질 겁니다. 유람선이 떠 다니고 수상스키를 하는 사람이 늘면 분위기가 반전될 거예요. 단계적으로 추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 중 최대 공약입니다. 물론 청와대 안에서는 한나라당도 안 밀어 주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가 있나 봐요.”
―이명박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시절에 제일 앞장서서 수도이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반대하신 분 아닙니까. 저도 같은 생각이라 뒤를 따랐는데…. 그건 행복도시가 아니라 불행도시입니다. 계획대로라면 행정기관을 이전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전이 아니라 ‘분산’에 있어요. 모두 다 이전하면 별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1청사는 서울 광화문에 있고, 2청사는 과천에, 3청사는 대전에, 4청사는 행복도시에 있게 됩니다. 청와대는 북악산에, 국회는 여의도에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뿐입니까. 공공기관도 전국에 분산 배치합니다.”
“역시 기업인 출신이라 다르다” 감탄
김문수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수도 이전에 반대하며 나눈 대화의 일부분을 전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께서 제게 ‘회사를 운영할 때 부서 배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1층에 영업부를 둘지 입구에 영업부를 줄지, 영업부와 같은 층에 어떤 부서를 둘지 무척 고민했다. 직원의 동선을 분석해 효율적으로 자리를 정하는데 하물며 원스톱 서비스인 행정서비스를 4~5개씩 나누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역시 기업인 출신이라 다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분을 존경했고 지지를 철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대선 당시 BBK 사건이 터질 때도 일관되게 지지했죠. 국민이 이명박 시장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합리성과 효율성, 소신과 추진력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은 웬만하면 안 해 버리니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청와대와 자유선진당과의 교감설이 나오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명박-이회창’ 연대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두 번 할 수 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표를 의식해 정치하는 분이 아닙니다.”
―金炯旿(김형오)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저는 지금의 권력구조를 지지합니다. 임기 5년이 문제라면 4년 단임제가 좋아요. 많은 분이 중임제를 말씀하는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우리 국민 정서상 중임제나 내각제는 안 맞아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습니까? 유례 없는 표 차이로 당선됐잖아요. 그런데 취임 두 달 만에 광우병을 빙자한 불법 촛불시위가 있었습니다. 시위대들은 청와대 앞으로 진격해서 ‘명박이 물러가라’고 했어요. 5년이 아니라 두 달 만에 그런 짓을 한 겁니다. 중임제를 하면 재선하지 못하도록 4년, 5년 내내 촛불시위가 있을 겁니다. 아니 횃불시위로 전국을 뒤덮을 겁니다. 내각제도 성공 못합니다.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자기 손으로 뽑는 데 익숙해져 있어 양보하지 않아요. 직선제에서 내각제로 바꿔 성공한 사례가 없어요.”
김문수 지사와의 인터뷰는 도정 현안을 넘어 어느덧 국내 정치 현안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김 지사는 비정규직법, 미디어법으로 국회 개회조차 안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도 문제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규정하며 국회를 열지 않는 민주당은 도대체 뭡니까. 차라리 국회의원직을 내놓든지. 국회를 안 여는 사람이 독재자 아닌가요. 민주당은 미디어법이 惡法(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말도 안돼요. 경기도에 30여 개 지방신문이 있어요.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됩니다. 신문은 선택의 여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방송은 세 가지만 봐야 해요. 시청료도 내야 하고요. 방송채널 세 개만 대변하고 다양한 채널을 만드는 걸 惡(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독재자입니다. 丁世均(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똑같이 말했어요. 채널을 다양하게 하는 게 민주주의냐 세 개만 지키는 게 민주주의냐고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얘기한 적은 없습니까.
“이해는 하지만 현장에서 목소리를 못 내요. 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한 언론사 고위인사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저를 무식한 사람으로 봐요. 그래서 자료도 보고 책도 읽어 봤어요. 그런데 제가 무식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 논리가 맞아요. 미디어법도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처리되어야지요.
비정규직법도 마찬가지예요. 배가 고프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먹잖아요. 전부 더운밥만 먹으려고 하면 누가 찬밥을 먹겠습니까. 현실을 봅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대학생들에게 젊어서 어려운 일을 해 보라고 해요. 좋은 인턴제도가 많잖아요.”
―얼마 전 북한 사이버 테러부대 소행으로 보이는 해킹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차원의 인터넷 정보보안 대책이 있습니까.
“경기도는 전자보안 전문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特區(특구)를 계획하고 있어요. 관련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죠. 해킹은 치고 들어오면 막기 힘들어요. 얼마나 신속히 복구하느냐가 중요해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해킹은 치명타를 날릴 수 있습니다. 경기도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행정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내가 북침론자?”
―얼마 전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격퇴하고 통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좌파단체가 항의하지 않았습니까.
“저를 ‘북침론자’라고 하더군요. 북한이 도발하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정부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죠. 저는 사회주의 운동을 할 때도 북한을 동경하지 않았습니다. 독재체제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향후 통일방식은 자유민주주의 통일방식이어야 해요. 친북세력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세력입니다. 그런 퇴보세력이 현실을 제대로 알도록 노력해야 해요. 퇴보세력이 늘어난 건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역사 의식이 부족해요. 경기도 직원들은 역사공부를 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도 없어요.”
―탈북자에 관심이 많더군요.
“탈북자 두 명을 공무원으로 채용했어요. 앞으로 더 늘릴 겁니다. 이 사람들은 북한 전문가예요.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명백해져요. 대북정책은 어떻게 해야 되고, 통일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요. 우리나라에 자칭 진보세력이자 북한 전문가라며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제발 탈북자 얘기 좀 들어보세요.”
―경기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對北(대북)사업은 무엇입니까.
“개성에 양묘장을 만들었어요. 해마다 묘목 150만 그루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인데 지난해 6ha 규모로 만들었죠. 북한에는 나무가 없어요. 묘목을 일부 지원할 생각입니다. 휴전선 북쪽에서 번식하는 말라리아를 없애기 위해 공동 방역작업도 해요. 덕분에 최근에 경기 북부 지역에 말라리아 환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졌어요.”
―경기도는 북한과 가장 넓게 접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이남에서 북한 마을을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차라리 가깝지나 말았더라면 그리움과 아픔이 덜했겠지요.”
―대북·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이 우리 땅이고 주민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탈북자들에게 국적 취득과정 없이 곧바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주고, 먹을 것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도 마찬가지예요.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해야죠. 탈북자에 대한 지원도 체계적으로 해야 해요. 그들은 향후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일꾼들입니다. 하지만 안보 차원에서는 달라요. 북은 우리의 主敵(주적)입니다.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자신의 군사력을 키워야 합니다.”
백문이 不如一行
김문수 지사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 그가 출마할지 안 할지를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전국 인지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합니까.
“아직 임기 1년이 남았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 한 분이 사석에서 김 지사에게 ‘朴槿惠(박근혜) 대표가 다음 대선에 나가고 김 지사는 그 다음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처음 듣습니다. 그런 적 없어요.”
―국가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부족하지요.”
―어떤 부분이 부족합니까.
“저는 인지도도 낮아요. 더구나 과거 경기도지사를 하셨던 분들이 대권의 꿈을 가졌다가 모두 실패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대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내요. 정치인이라면 대권 꿈이 왜 없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본인의 꿈이 아니라 국민과 역사의 부름이 더 중요하지요.”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 정치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박 대표는 저와 출신이 달라요. 그분의 리더십은 일종의 ‘로열 리더십’입니다. 말씀도 아주 절제하시고 행보도 매우 조심스럽죠. 대한민국 유일의 고품격 로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어요. 국민들은 품격 있는 그의 리더십을 좋아해요. 저 같은 사람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지요. 저는 택시기사 노릇이나 하며 공사판에 다니는 리더십인데 쉽게 말하면 ‘머슴 리더십’이라 할 수 있겠네요.”
―택시운전은 언제까지 할 겁니까.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능한 한 많이 할 생각입니다.”
―표를 노린 ‘정치 쇼’가 아닌가요.
“뭐가 쇼인지 모르겠군요. 사납금을 벌기 위해 12시간씩 돌고 나면 몸이 완전히 망가져요. 그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계속할 겁니다. 백문이 不如一行(불여일행)이죠. 많은 공직자들이 직접 해 보기를 권합니다. 택시를 몰면서 느낀 건데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요.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도 결국 가족 때문이 아닌가요.”
―택시 승객이 김 지사를 알아봅니까.
“알아보는 사람은 10%도 안돼요. 손님이 차에 오르면 ‘어서 오세요’라고만 해요. 이름을 밝히지 않아요. 저를 알리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죠. 택시를 몰 때는 ‘택시기사 김문수’일 뿐입니다.” ⊙
金文洙(김문수) 경기도지사는 道政(도정) 여론조사 결과보다 현 정권에 대한 民心(민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필자가 “지난달과 비교할 때 큰 차이는 없다”고 하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그렇지 않을 텐데”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지난달에 비해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그게…. 잘 모르겠어요. 한나라당 지지도가 앞으로 올라갈까요? 저는 지금의 지지도를 유지할지도 의문입니다. 위험해요. 특히 대통령의 지지도가 좋지 않아요.”
―30%대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수치상 큰 변화가 없습니다.
“현장에 다녀 보면 몸으로 느껴요. 경제가 어렵다 보니 현 정부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특히 20~30대 젊은 사람들의 지지도가 문제입니다.”
月刊朝鮮이 실시한 김문수 지사의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김 지사는 응답자의 73.4%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하지만 소속 정당을 떠나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는 건 국민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걸 반영하겠죠.”
통합요금제로 2800억원 이상 교통비 절감 혜택
―국회의원과 도지사 중 어떤 자리가 힘듭니까.
“국회의원은 國政(국정)을 논하지만, 도지사는 지역사업을 하는 사람이죠. 경기도는 서울보다 면적이 17배 더 넓어요. DMZ도 있고, 바다도 있어요. 도지사를 하니 여러 가지가 어려워요. 경기도 정서가 서울의 주변부라는 의식이 강해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아요. 자기 정체성도 부족해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일할 때 시민으로부터 받았던 일관된 지지와 인지도를 여기서 얻기는 힘들어요.”
―3년간 도지사로 일하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민들이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아주 만족하는 것 같아요. 교통비가 일단 많이 줄었죠. 135만명의 도민에게 연간 2800억원 이상의 요금 절감 혜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수혜자가 많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올해 하반기에는 인천 버스까지 수도권 통합요금제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교통난을 해소하고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도 적극 추진 중입니다.”
GTX는 총 3개 노선(고양-수서·청량리-송도·의정부-금정)에 길이 180여 ㎞ 규모의 급행철도를 만드는 사업이다. 경기도가 주축이 돼 국토해양부, 서울시, 인천시 등이 TF팀을 구성해 사업성을 분석하고 있다. 총 사업비 규모는 12조~14조원이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GTX를 구상해 왔어요. 이건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공간 구조를 바꾸는 大(대)사업입니다. 수도권 전체에 일대 교통혁명이 일 겁니다. 수도권 인구의 생활패턴까지 달라져요. 지금의 전철보다 세 배 이상 빠른 교통수단이 생기는 겁니다. 지하철 환경 또한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요. 해외 사례를 분석하기 위해 모스크바까지 다녀왔어요.”
―道內(도내) 현장에 자주 갑니까.
“민심과 현장을 보기 위해 택시운전을 하게 됐어요. 그동안 수원·의정부·성남·고양·용인·안산·안양·남양주 등을 다녔어요. 경기도는 경기남도와 경기북도로 나눠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이질적인 요소가 많아요. 택시를 몰면서 그런 걸 직접 체험하고 있어요. 교통체계는 물론 도시의 특성과 사람이 다 달라요. 현장을 보면서 ‘이런 행정을 해야겠다. 저런 행정은 해서는 안되겠다’는 걸 깨닫죠.”
김문수 지사는 “현재 중앙정부의 정책 중 겉도는 행정이 많다. 대표적 경우가 홀·짝수제이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많아 홀짝제가 가능하지만 경기도는 대중교통이 미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서울 중심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만드니 이 모양이지요. 아무리 고쳐 달라고 해도 안 고쳐줘요. 지방자치를 안 하겠다는 거죠. 교육·경찰·복지 정책 대부분이 그래요.”
규제 많이 풀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김 지사가 추진한 정책 중 ‘일자리 창출’이 가장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지 중 최고의 복지가 바로 일자리입니다. 동사무소에 가면 누가 일자리가 필요한지, 누가 기초생활 수급자인지 다 알아요. 이들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줘야 하는데 이게 따로 놀아요. 제가 맡고 있는 일이 8500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교육이나 일자리 정책이 중앙과 지방이 별개로 진행돼 안타까워요. 실권은 중앙이 갖고 있죠.”
―도지사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기도의 고용동향에 의하면, 도내 실업자 수는 23만여 명이고 실업률은 4%입니다. 5월을 기점으로 전월대비 0.3%포인트(1만여 명) 감소했어요. 他(타) 시도의 실업률과 비교해 보면 낮은 수치죠. 이렇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도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어려워요. 경기도에는 이른바 3D업종이 아주 많아요.”
김 지사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사람 중심 勞使政(노사정) 대타협’을 선언했다.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는 기업의 고용인력 유지를 위해 355억원을 지원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은 기업이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어요.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는 궁극적으로 기업입니다. 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했고, 기업의 대출금리도 낮췄어요. 또 G-창업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취임 직후부터 규제 철폐와 기업환경 개선에 역점을 둬 왔는데 성과가 나옵니까.
“역대 도지사 중에서 규제를 가장 많이 풀었다는 평가가 있더군요. 규제완화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죠. 이명박 대통령도 규제를 많이 풀었어요.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그동안 경기도가 주장해 온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이 일정 부분 자유롭게 됐어요.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아직도 남아 있어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아예 없어져야 해요.”
―현 정부 들어 그린벨트·농업진흥구역·상수원 보호구역 규제가 많이 완화된 걸로 압니다.
“많이 풀렸죠. 전국의 그린벨트 중 31%가 경기도에 있는데 과천·의왕·하남시 등은 90% 이상이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36년 만에 이를 대폭 완화했어요. 단일 상수원으로는 세계 최대인 팔당지역도 상당 부분 해제됐죠. 그럼에도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해요. 공장은 물론 탈북자 지원시설인 하나원도 연수시설을 늘리지 못하고 있어요. 국가시설도 증축이 안되니 민간 부문은 오죽하겠습니까.”
수도권 규제법은 실제로는 경기도 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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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13일 오전 11시 북한 개성시 개풍동 개풍양묘장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와 북측 관계자들이 묘목종자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
“지방 눈치 보기죠. 지방 표 떨어지니까요. 하향평준화 논리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수도권을 묶어야 지방이 잘산다’는 논리죠. 서울과 경기도 때문에 지방이 못산다는 겁니다. 도쿄나 뉴욕처럼 세계적 도시가 되기 위해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투자를 얼마나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해요. 저는 중앙정부에 규제를 풀어 달라고 했지 지방을 돕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방의 敵(적)처럼 인식돼 안타까워요.”
―청와대가 지방의 눈치를 본다는 겁니까.
“지역구를 생각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요. 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시행령으로 규제를 더 많이 완화할 수 있지요.”
―孫鶴圭(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경기도지사 시절 규제완화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大選(대선) 출마를 앞두고 ‘국토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대선에 출마하는 분은 전국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절실해요. 농사 지을 땅이 남아 도는데 농지규제를 계속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수도권 규제란 결국 경기도 규제를 말하는 겁니다. 서울은 규제의 의미가 별로 없어요. 경기도에는 공립大(대)도 없고 교육대도 없어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을 지원하는 ‘님비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경기도에 혐오시설이 많아요. 서울에서 나오는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경기도에 많아요. 화장장도 경기도에 있고요. 그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동안 정책적 지원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道(도) 차원에서 지원해 주자는 겁니다.”
―혐오시설 입주를 놓고 지역 간 충돌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지역 간에는 협상이 가능해요.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이익이 상충될 때는 정말 어려워요. 국토부를 예로 들어 볼까요. 산업단지, 공장 총량제, 주택 문제를 놓고 경기도와 국토부 간 견해가 많이 달라요. 서울이나 인천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도시계획 권한이 경기도에는 없어요.”
부처마다 칸막이 쳐져 있어
김문수 지사는 인터뷰 도중 양복 안주머니에서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한 수첩을 꺼내 들며 “조만간 16개 시도지사협의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성명서의 요지는 간단해요. 지방이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겁니다. 주택택지개발 권한, 사업자 지정권, 택지계획 승인권, 도시개발구역 지정권 등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줄 것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그런 권한이 없습니까.
“달라고 애원을 해야 일부 권한을 줍니다. 국토부가 지금 경기도 안산 인근에 국민주택을 짓고 있는데 신혼부부에게 먼저 분양권을 준다고 해요. 제가 3D업종에 종사하는 장기 근속자에게 임대주택을 배정해 달라고 했더니 1000가구 중 10가구만 주더군요. 힘든 일을 하며 자식을 키우는 저소득 공장근로자가 우선 아닌가요.”
―중앙정부와 마찰이 많았겠군요.
“정부가 과천의 그린벨트 지역에 대단지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해요. 저는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국토부는 무조건 집만 지으려고 할 뿐 다른 걸 생각하지 않아요. 전국에 과천처럼 친환경 도시는 없어요. 친환경 첨단산업이나 연구단지를 만드는 게 훨씬 낫죠. 분당과 일산을 보세요.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요. 지역을 개발할 때 주택을 공급하는 국토부와 산업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교육부 등이 유기적으로 협의해야 해요. 부처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어 소통이 안되고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잖아요.
“대통령께 몇 차례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대통령은 서울시와 같은 생각을 해요. 재건축을 생각하시는데, 주택공급 방식은 차라리 신도시 건설이 좋아요.”
―얼마 전 李達坤(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났더니 ‘지금의 행정시스템으로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중앙에 계시는 공무원 분들은 정말 엘리트입니다. 그런데 현장을 안 보는 게 문제예요. 심하게 말하면 독선에 빠져 있어요. 자기들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몸을 낮춰야 하는데 손가락만 부리고 있지요. 私(사)교육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만 봐도 그래요.”
―얼마 전 현 정부의 과외단속 방침에 대해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청와대나 교육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기분이 안 좋겠죠.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말했던 내용입니다. 정책 입안 단계부터 ‘이건 아니다’라고 했지요. 그런데 계속 저러잖아요. 그래서 헛발질한다고 했지요. 유학을 제일 많이 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교육당국이 정말 반성해야 해요. 부모들이 험한 일을 다 해가며 애들 공부시키는데 그걸 단속해서 벌금을 부과하고 망신을 주면 누가 우리나라에 살고 싶어 하겠습니까.”
촛불시위도 단속 못하면서 사교육을 어떻게 단속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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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연휴 마지막 날인 2009년 1월 27일 택시운전 자격증을 얻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내 일대에서 1일 택시기사 체험에 나서고 있다. |
“촛불시위도 제대로 단속 못하면서 사교육을 어떻게 단속합니까. 자기 자식을 가르치겠다는데 왜 공권력이 나서서 벌을 줍니까. 저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돼요.”
―김 지사가 생각하는 사교육 방지책,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뭡니까.
“어제 남한산성 내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다녀왔어요.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학교를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죠. 지금은 타지역에서 유학까지 온다고 해요. 현재 재학생이 150여 명인데 그 전에는 19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학교가 없어질 처지가 되자 주민들이 폐교 반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학교 살리기에 나섰죠. 그 결과 서울은 물론 외국에서 오는 학생도 있다고 해요. 덩달아 동네 집값도 올랐다더군요.”
―학생이 늘어난 이유는 뭡니까.
“자율의 성과죠. 주민들이 경기도 교육청과 협의해 자치교육을 했어요. 학교 선생님을 직접 뽑고 학습내용과 학생선발 방식을 스스로 정했다고 해요. 공교육을 살리는 방법은 교육 자치권을 지방에 나눠주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입학시험과 과외단속에 신경을 쓰는데 아무런 보람이 없을 겁니다. 욕만 얻어먹게 될 겁니다.”
김문수 지사는 “정부의 교육정책 중 가장 잘못된 것이 공교육의 획일화”라고 했다. 그는 朴正熙(박정희) 정권 당시 지방의 명문학교를 없애고 평준화 교육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공교육은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고 있어요. 학교 교육이 부실하니 학원에 가는 거죠. 학원을 단속하니까 과외가 생기는 거고요. 그런 와중에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죠. 학교나 사교육에 문제가 있으니 유학생이 늘 수밖에요.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필요해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해야 해요. 국민을 섬기는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권력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해요.”
―최근 정치권에서 ‘김문수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치적 욕심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합니까? 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입니다. 제가 하는 말은 대부분 경기 도정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대통령을 향해 강한 발언을 하는 것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잘해 주셔야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이 잘살 수 있기 때문이죠.”
‘행복도시’가 아니라 ‘불행도시’
―이명박 대통령과 사이가 나쁘진 않습니까.
“별문제 없어요. 다만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운하는 대선 때 표를 모으기 위해 내세운 게 아닙니다. 대운하는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시절부터 얘기했던 겁니다. 10년 넘게 대운하를 구상해 온 거죠. 숙성된 정책입니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운하를 갖고 있어요. 그걸 왜 그만둡니까. 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경인운하도 반대하고 있어요.”
―김 지사라면 대운하를 어떻게 할 겁니까.
“요즘 대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대통령이 저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해요. 반대 여론이 있다고 해서 그만둔다면 국가적 과업을 어떻게 완수할 수 있겠습니까. 여론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대화하며 국민이 깨치지 못하는 점을 설득해야죠. 소통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김문수 지사는 “대운하는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4대강을 중심으로 운하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대통령께 5단계로 추진하라고 건의했습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여론이 달라질 겁니다. 유람선이 떠 다니고 수상스키를 하는 사람이 늘면 분위기가 반전될 거예요. 단계적으로 추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 중 최대 공약입니다. 물론 청와대 안에서는 한나라당도 안 밀어 주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가 있나 봐요.”
―이명박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시절에 제일 앞장서서 수도이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반대하신 분 아닙니까. 저도 같은 생각이라 뒤를 따랐는데…. 그건 행복도시가 아니라 불행도시입니다. 계획대로라면 행정기관을 이전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전이 아니라 ‘분산’에 있어요. 모두 다 이전하면 별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1청사는 서울 광화문에 있고, 2청사는 과천에, 3청사는 대전에, 4청사는 행복도시에 있게 됩니다. 청와대는 북악산에, 국회는 여의도에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뿐입니까. 공공기관도 전국에 분산 배치합니다.”
“역시 기업인 출신이라 다르다” 감탄
김문수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수도 이전에 반대하며 나눈 대화의 일부분을 전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께서 제게 ‘회사를 운영할 때 부서 배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1층에 영업부를 둘지 입구에 영업부를 줄지, 영업부와 같은 층에 어떤 부서를 둘지 무척 고민했다. 직원의 동선을 분석해 효율적으로 자리를 정하는데 하물며 원스톱 서비스인 행정서비스를 4~5개씩 나누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역시 기업인 출신이라 다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분을 존경했고 지지를 철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대선 당시 BBK 사건이 터질 때도 일관되게 지지했죠. 국민이 이명박 시장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합리성과 효율성, 소신과 추진력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은 웬만하면 안 해 버리니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청와대와 자유선진당과의 교감설이 나오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명박-이회창’ 연대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두 번 할 수 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표를 의식해 정치하는 분이 아닙니다.”
―金炯旿(김형오)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저는 지금의 권력구조를 지지합니다. 임기 5년이 문제라면 4년 단임제가 좋아요. 많은 분이 중임제를 말씀하는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우리 국민 정서상 중임제나 내각제는 안 맞아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습니까? 유례 없는 표 차이로 당선됐잖아요. 그런데 취임 두 달 만에 광우병을 빙자한 불법 촛불시위가 있었습니다. 시위대들은 청와대 앞으로 진격해서 ‘명박이 물러가라’고 했어요. 5년이 아니라 두 달 만에 그런 짓을 한 겁니다. 중임제를 하면 재선하지 못하도록 4년, 5년 내내 촛불시위가 있을 겁니다. 아니 횃불시위로 전국을 뒤덮을 겁니다. 내각제도 성공 못합니다.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자기 손으로 뽑는 데 익숙해져 있어 양보하지 않아요. 직선제에서 내각제로 바꿔 성공한 사례가 없어요.”
김문수 지사와의 인터뷰는 도정 현안을 넘어 어느덧 국내 정치 현안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김 지사는 비정규직법, 미디어법으로 국회 개회조차 안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도 문제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규정하며 국회를 열지 않는 민주당은 도대체 뭡니까. 차라리 국회의원직을 내놓든지. 국회를 안 여는 사람이 독재자 아닌가요. 민주당은 미디어법이 惡法(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말도 안돼요. 경기도에 30여 개 지방신문이 있어요.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됩니다. 신문은 선택의 여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방송은 세 가지만 봐야 해요. 시청료도 내야 하고요. 방송채널 세 개만 대변하고 다양한 채널을 만드는 걸 惡(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독재자입니다. 丁世均(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똑같이 말했어요. 채널을 다양하게 하는 게 민주주의냐 세 개만 지키는 게 민주주의냐고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얘기한 적은 없습니까.
“이해는 하지만 현장에서 목소리를 못 내요. 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한 언론사 고위인사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저를 무식한 사람으로 봐요. 그래서 자료도 보고 책도 읽어 봤어요. 그런데 제가 무식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 논리가 맞아요. 미디어법도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처리되어야지요.
비정규직법도 마찬가지예요. 배가 고프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먹잖아요. 전부 더운밥만 먹으려고 하면 누가 찬밥을 먹겠습니까. 현실을 봅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대학생들에게 젊어서 어려운 일을 해 보라고 해요. 좋은 인턴제도가 많잖아요.”
―얼마 전 북한 사이버 테러부대 소행으로 보이는 해킹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차원의 인터넷 정보보안 대책이 있습니까.
“경기도는 전자보안 전문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特區(특구)를 계획하고 있어요. 관련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죠. 해킹은 치고 들어오면 막기 힘들어요. 얼마나 신속히 복구하느냐가 중요해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해킹은 치명타를 날릴 수 있습니다. 경기도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행정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내가 북침론자?”
―얼마 전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격퇴하고 통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좌파단체가 항의하지 않았습니까.“저를 ‘북침론자’라고 하더군요. 북한이 도발하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정부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죠. 저는 사회주의 운동을 할 때도 북한을 동경하지 않았습니다. 독재체제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향후 통일방식은 자유민주주의 통일방식이어야 해요. 친북세력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세력입니다. 그런 퇴보세력이 현실을 제대로 알도록 노력해야 해요. 퇴보세력이 늘어난 건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역사 의식이 부족해요. 경기도 직원들은 역사공부를 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도 없어요.”
―탈북자에 관심이 많더군요.
“탈북자 두 명을 공무원으로 채용했어요. 앞으로 더 늘릴 겁니다. 이 사람들은 북한 전문가예요.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명백해져요. 대북정책은 어떻게 해야 되고, 통일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요. 우리나라에 자칭 진보세력이자 북한 전문가라며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제발 탈북자 얘기 좀 들어보세요.”
―경기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對北(대북)사업은 무엇입니까.
“개성에 양묘장을 만들었어요. 해마다 묘목 150만 그루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인데 지난해 6ha 규모로 만들었죠. 북한에는 나무가 없어요. 묘목을 일부 지원할 생각입니다. 휴전선 북쪽에서 번식하는 말라리아를 없애기 위해 공동 방역작업도 해요. 덕분에 최근에 경기 북부 지역에 말라리아 환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졌어요.”
―경기도는 북한과 가장 넓게 접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이남에서 북한 마을을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차라리 가깝지나 말았더라면 그리움과 아픔이 덜했겠지요.”
―대북·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이 우리 땅이고 주민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탈북자들에게 국적 취득과정 없이 곧바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주고, 먹을 것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도 마찬가지예요.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해야죠. 탈북자에 대한 지원도 체계적으로 해야 해요. 그들은 향후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일꾼들입니다. 하지만 안보 차원에서는 달라요. 북은 우리의 主敵(주적)입니다.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자신의 군사력을 키워야 합니다.”
백문이 不如一行
김문수 지사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 그가 출마할지 안 할지를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전국 인지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합니까.
“아직 임기 1년이 남았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 한 분이 사석에서 김 지사에게 ‘朴槿惠(박근혜) 대표가 다음 대선에 나가고 김 지사는 그 다음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처음 듣습니다. 그런 적 없어요.”
―국가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부족하지요.”
―어떤 부분이 부족합니까.
“저는 인지도도 낮아요. 더구나 과거 경기도지사를 하셨던 분들이 대권의 꿈을 가졌다가 모두 실패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대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내요. 정치인이라면 대권 꿈이 왜 없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본인의 꿈이 아니라 국민과 역사의 부름이 더 중요하지요.”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 정치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박 대표는 저와 출신이 달라요. 그분의 리더십은 일종의 ‘로열 리더십’입니다. 말씀도 아주 절제하시고 행보도 매우 조심스럽죠. 대한민국 유일의 고품격 로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어요. 국민들은 품격 있는 그의 리더십을 좋아해요. 저 같은 사람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지요. 저는 택시기사 노릇이나 하며 공사판에 다니는 리더십인데 쉽게 말하면 ‘머슴 리더십’이라 할 수 있겠네요.”
―택시운전은 언제까지 할 겁니까.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능한 한 많이 할 생각입니다.”
―표를 노린 ‘정치 쇼’가 아닌가요.
“뭐가 쇼인지 모르겠군요. 사납금을 벌기 위해 12시간씩 돌고 나면 몸이 완전히 망가져요. 그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계속할 겁니다. 백문이 不如一行(불여일행)이죠. 많은 공직자들이 직접 해 보기를 권합니다. 택시를 몰면서 느낀 건데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요.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도 결국 가족 때문이 아닌가요.”
―택시 승객이 김 지사를 알아봅니까.
“알아보는 사람은 10%도 안돼요. 손님이 차에 오르면 ‘어서 오세요’라고만 해요. 이름을 밝히지 않아요. 저를 알리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죠. 택시를 몰 때는 ‘택시기사 김문수’일 뿐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