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당국은 워게임 모의분석(M&S)으로 北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대비를 발전시키고 있다”
김구섭
⊙ 1947년 경남 김해 출생.
⊙ 김해농고, 공군사관학교(19기) 졸업. 서울대 정치학 박사.
⊙ 미국 켄터키大 정치학과 방문교수, 미국 터프스大 프레처스쿨 방문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부장, 국가비상기획위원회위원 역임.
⊙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17대 대통령직인수委 외교안보통일분과 자문위원.
⊙ 저서: <북한의 실체분석을 통한 新대북 정책론> <북한의 권력구조와 권력 엘리트>
<정치권력과 민주주의> 외 다수.
김구섭
⊙ 1947년 경남 김해 출생.
⊙ 김해농고, 공군사관학교(19기) 졸업. 서울대 정치학 박사.
⊙ 미국 켄터키大 정치학과 방문교수, 미국 터프스大 프레처스쿨 방문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부장, 국가비상기획위원회위원 역임.
⊙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17대 대통령직인수委 외교안보통일분과 자문위원.
⊙ 저서: <북한의 실체분석을 통한 新대북 정책론> <북한의 권력구조와 권력 엘리트>
<정치권력과 민주주의> 외 다수.
국방정책의 전문적인 연구와 자문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KIDA는 박사급 인력 160여 명이 포진한 국내 최고의 국방 관련 두뇌집단이자 한국군의 정책 싱크탱크다.
1979년 1월 국방관리연구소로 간판을 내걸고 69명의 연구원으로 출범, 1986년 12월 한국국방연구원법 제정으로 이듬해 3월 KIDA로 정식 출범했다.
金金口燮(김구섭·62) KIDA 원장은 북한 미사일 이야기부터 꺼냈다. 1971년 空士(공사) 19기로 임관한 그는 모교의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1991년 KIDA 정책기획연구부장으로 KIDA와 인연을 맺은 북한 문제 전문가다.
김 원장은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관련, “단기적으로 긴장이 유지되겠지만, 북한의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는 대화국면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가 검토 등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교적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고, 억지를 부리는 패턴에서 교훈을 찾을 것으로 봅니다. 대화를 하되, 북한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대화’가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과감한 보상도 고려할 수 있고요.”
미사일 협정, 물밑대화로 개정 타진해야
―일본은 언론에서 號外(호외)를 발행하고 안보리 대응을 주도하는 등 북한 미사일 발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핵무기 공격을 받았고, 북한과 지리적 인접성 등을 고려할 때 일본국민과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이런 불안감을 이용해 재무장 정책으로 나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만일 북한이 대포동 2호에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십니까?
“유사시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한국을 지원하는데 지금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연합전력에도 상당한 손실을 줄 것입니다.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 우리가 절대 열세 입장에 놓이게 되죠. 한국안보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고, 북한의 체제유지 자신감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입니다.”
―2001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韓美(한미) 미사일 협정’에 의해 우리는 군용 탄도미사일의 경우 사정거리 300㎞, 탄두중량 500㎏까지 생산·배치·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에 우리도 비슷한 사거리의 미사일 개발·획득·보유로 맞서는 것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발사기와 발사기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유사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군사적 대응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사일 협정 개정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보다는 미국과 물밑에서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워게임 M&S(modeling and simulation·모의분석)는 존재합니까.
“당연히 한국과 미국은 워게임을 하고 있고, 북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대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한시적으로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작권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은 장거리로켓 이외에 전체적인 안보여건을 고려해서 검토해야 할 사안입니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먼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이후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핵 不容(불용)을 대전제로 한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운반체인 대륙간 탄도탄미사일은 완성단계까지 왔습니다. 金大中(김대중) 정부는 통일정책은 없고, 대북정책만 존재했습니다. 앞으로 남북 합의에 의한 통일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남북관계와 맞물려 한미동맹, 그리고 동북아 주변관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데요.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중심축으로 절대 흔들리면 안됩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젖줄 역할을 하며 항시 북한 붕괴를 우려하며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절대로 우리 페이스로 끌려 오지 않습니다. 실용적인 입장에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으로 통일을 지지할 수 있는 국가로 韓中(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남북한 전력비교 지침서
―KIDA가 과거 진행한 연구과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 어떤 것을 꼽으실 수 있습니까.
“2003년에 단 6개월 만에 ‘남북한 상비군사력 비교’를 해낸 것을 꼽고 싶습니다. 국방장관을 통해 극비리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 내용이 중앙 일간지 사설에 거론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요. 남북한 전력비교를 할 때 수량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총량적 비교, 전투효과 지수비교, 워게임을 통해 비교해야 진면목이 나타납니다. 예컨대 북한의 주력기인 미그-23과 한국의 F-16의 전투효과 지수는 諸元(제원)을 전술·전략적으로 분석하고, 조종사들에게 ‘공중전을 벌여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느냐’까지 물어야 정확한 실상이 도출됩니다. 북한의 戰車(전차) 전력도 그런 식으로 비교했어요. 2003년 상비군사력 비교에 이어 2005년 전쟁수행능력을 연구할 때는 북한의 도로사정까지 대입해 군수능력을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이 자료는 현재 우리 군에서 ‘남북한 전력비교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어요.”
김 원장은 “2003년 제로베이스 예산연구(ZBB)를 통해 한국군의 적정 소요예산을 파악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曺永吉(조영길) 장관은 말단 부대부터 상급부대까지 부대운영비 등의 자료를 수집해 정확한 국방예산을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국방예산을 외부에 설득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보안이라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군의 적정 소요예산이 그때 정확하게 파악됐습니다.”
국방 시뮬레이션의 중요성
―국방안보와 관련, 현재 진행중인 주요 연구과제나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미래전은 대량살상·소모전 중심의 재래식 전쟁에서 최첨단 네트워크 중심전(NCW)으로 바뀔 것입니다. 2012년 전작권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네트워크 중심전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군 안팎의 관심이 높습니다.
각 군의 전력발전 기획에서부터 무기체계 선정, 군의 지휘통제체제에 대한 모의분석, 육·해·공 합동작전에 이르기까지 미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KIDA 업무의 핵심 중 하나는 국방 모의분석(M&S·시뮬레이션)업무다. 현대전에서 국방 M&S의 중요성은 걸프전을 통해 알려졌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라크 방공망이 예상 외로 강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미군은 F-15E 전폭기 대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F-117 스텔스기를 투입했다. 그로 인해 전투기 손실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M&S를 이용하면 군사훈련 비용이나 무기체계 개발비도 절감된다. 유럽지역에서 실시되는 ‘레포저’ 훈련의 경우, 야외 기동훈련시 5390만 달러가 소요되나 모의분석을 겸한 야외훈련을 실시하면 1950만 달러만으로 똑같은 효과를 거두는 훈련을 치를 수 있다고 한다. 2년에 걸쳐 4000만 달러의 설계 비용이 예상됐던 M1A2 에이브라함 전차 설계는 M&S를 통해 64만 달러를 들여 3개월 만에 성공시켰다고 한다.
1970년 KIDA는 ‘아이다헥스(IDAHEX)’란 국방시뮬레이션 운용을 시작했다. 1980~1990년대 들어 국방시뮬레이션 운용 수요가 늘자, KIDA는 모형을 부분적으로 개선해 군단급 이상의 각 부대 지휘관들이 참가하는 지휘소연습(CPX)에 적용했고, 2000년대 들어 독자 모형을 개발했다.
한국도 K9 자주포, K2(흑표) 전차 등 국산 신무기 개발에 따라 미군의 무기체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기존의 미국형 시뮬레이션 체계에서 벗어나 독자적 시뮬레이션 개발의 필요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KIDA가 개발한 M&S 모델은 전군에 보급돼 있다. 합참은 ‘태극 모형’(2004년 개발), 육군은 ‘창조21 모형’, 공군은 ‘창공 모형’, 해군은 ‘청해 모형’, 해병대는 ‘천자봉 모형’을 보유하고 있고, 한미연합사는 한국군 주도로 주한미군과 공유할 수 있는 연동체계를 개발 중이다.
文亨坤(문형곤) KIDA 책임연구위원은 “미군은 10년에 걸쳐 분석모형 개발에 2000억원, 훈련모형 개발에 8000억원을 들여 개발한데 비해, 한국형 훈련모형은 50억원을 들여 3년 만에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지적소유권 보호를 내세워 시뮬레이션 모형기술 해외유출을 통제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KIDA는 한미 자료교환 기본협정(DEA)에 근거해 주한미군사고문단(JUSMAG-K)을 통해 최신 시뮬레이션 관련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의 軍병력 관리프로그램도 개발
KIDA는 金準植(김준식) 국방운영연구센터장 지휘하에 적정한 국방 소요인력을 산정하는 ‘국방인력계획모형 구축사업’(디맵스·DMAPSS)과 ‘국방조직진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 군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관리하기 위한 획기적인 시도라고 한다. 김 원장의 설명.
“‘디맵스’를 활용하면, 20년 후 한국군의 계급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국방개혁 2020’에 따라 2020년 50만으로 병력이 줄게 될 것에 대비해, 그때 필요한 간부 숫자와 요구되는 계급별 진급률을 맞추기 위해 현재의 병력관리를 해 나가도록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김 원장은 “軍需(군수)분야는 영국과 독일이 운영 중인 民軍(민군) 협력을 통한 국방경영 효율화(Private Public Partnership)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2000년부터 독일군은 수송부대를 민간업자에게 넘겨 군수관리를 하고 있고, 영국은 병영시설 현대화 사업(BTL)을 민간업자에게 위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 군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쟁 개념이 과거 대량살상, 대량파괴, 장기전을 특징으로 한 재래식 전쟁에서 네트워크 중심전(NCW), 효과기반작전(EBO) 형태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쟁, 아프간 전쟁에서 보았듯 최단시간 안에 적의 핵심 거점·지휘체계를 피해와 희생,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적의 핵심 전략목표를 효과적으로 가격해서 마비시키는 겁니다. 이런 작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현재의 병력집약형 군에서 장비·기술집약형 군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는 “국방개혁 2020을 위해서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총 621조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연간 30조~40조원씩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라 재원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FX사업, 유로화 강세 예측해 F-15K로 선정
―내부 전문가 출신으로서 현재의 KIDA 연구수준을 평가하신다면.
“얼마 전 일본 방위연구소 심보 마사토시(新保雅俊) 소장에게 KIDA의 국방운용, M&S, 병력획득 모형 등을 설명했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심보 마사토시 소장이 미 국방연구원(IDA) 래리 웰치 원장을 만나 ‘KIDA의 연구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답니다.”
김 원장은 KIDA의 대표적인 스타 연구원들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KIDA는 박사급 인력만 160명이 넘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학이나 청와대, 국방부, 그리고 정계로 빠져나간 분들을 빼고, 70여 명 정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입니다.
북한 미사일·핵 문제가 발생하면 金泰宇(김태우) 박사가 언론에 등장하지만, 저널리즘적 이슈들을 전달하는 KIDA의 몇몇 유명 연구원들은 KIDA의 전문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KIDA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전문가층이 두텁습니다.
핵 기술 관련으로는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은 咸刑必(함형필) 박사가 있습니다. 陸士(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입니다. 얼마 전 南成旭(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 대포동 2호 관련 미사일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유도무기 국내 1인자인 金炳鏞(김병용) 박사를 소개한 적이 있어요.”
그 밖의 스타 연구원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안보전략연구센터장 白承周(백승주) 박사는 NGO포럼을 통해 민군 간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沈敬旭(심경욱) 책임연구위원은 알제리·그루지야·이라크 등 분쟁지역을 찾아 군을 통해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파하며 防産(방산) 신시장 개척 임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崔聖彬(최성빈) 박사가 이끄는 국방획득연구센터는 무기체계 획득과 국방 정보화 정책 등을 담당합니다. 비용 대 효과분석, 사전분석연구 등을 통해 매년 8조원 이상의 무기획득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2년 차기전투기사업(FX) 기종선정 최종단계에서 프랑스의 라팔과 미국의 F-15K가 경합할 때, 군사적 평가와 더불어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를 미리 예측해 기종선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만약 당시 라팔로 결정했다면 유로화 강세로 인해 엄청난 國庫(국고)가 낭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고위층 동향 정보까지 연구
―올 1월 조직을 개편했다고 들었습니다.
“KIDA가 수행하는 연구과제들이 정책에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KIDA가 국방정책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국방부를 잘 서포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밀 정보들이 필요한 연구과제들은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자료들은 국방부나 합참, 그리고 각 군이 제공해 줍니다. 예컨대 통일연구원에서 연구를 위해 통일부에 기밀 자료를 요청하면 거절할지 모르지만, KIDA가 요청하면 줍니다. 심지어 북한관련 특수자료까지 제공합니다. 金正日(김정일) 등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의 동향정보까지 파악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신 KIDA 직원들에게는 직무상 엄청난 보안이 요구됩니다.”
김구섭 원장은 “KIDA는 5월부터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정책고객서비스(PCRM)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미국 의회 보좌진에게 한국의 국방 및 안보현안을 이메일로 알려 충분한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창립 30주년을 맞은 KIDA는 환갑이 된 부모(국방부)를 정책적으로 잘 서포트하는 ‘효자’가 되겠다”고 했다.⊙
사진 : 이태훈
1979년 1월 국방관리연구소로 간판을 내걸고 69명의 연구원으로 출범, 1986년 12월 한국국방연구원법 제정으로 이듬해 3월 KIDA로 정식 출범했다.
金金口燮(김구섭·62) KIDA 원장은 북한 미사일 이야기부터 꺼냈다. 1971년 空士(공사) 19기로 임관한 그는 모교의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1991년 KIDA 정책기획연구부장으로 KIDA와 인연을 맺은 북한 문제 전문가다.
김 원장은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관련, “단기적으로 긴장이 유지되겠지만, 북한의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는 대화국면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가 검토 등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교적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고, 억지를 부리는 패턴에서 교훈을 찾을 것으로 봅니다. 대화를 하되, 북한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대화’가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과감한 보상도 고려할 수 있고요.”
미사일 협정, 물밑대화로 개정 타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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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국방연구원은 1997년 1월 국방관리연구소로 출범했다. 사진은 국방관리연구소 출범식 장면. |
“태평양전쟁 당시 핵무기 공격을 받았고, 북한과 지리적 인접성 등을 고려할 때 일본국민과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이런 불안감을 이용해 재무장 정책으로 나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만일 북한이 대포동 2호에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십니까?
“유사시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한국을 지원하는데 지금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연합전력에도 상당한 손실을 줄 것입니다.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 우리가 절대 열세 입장에 놓이게 되죠. 한국안보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고, 북한의 체제유지 자신감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입니다.”
―2001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韓美(한미) 미사일 협정’에 의해 우리는 군용 탄도미사일의 경우 사정거리 300㎞, 탄두중량 500㎏까지 생산·배치·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에 우리도 비슷한 사거리의 미사일 개발·획득·보유로 맞서는 것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발사기와 발사기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유사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군사적 대응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사일 협정 개정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보다는 미국과 물밑에서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워게임 M&S(modeling and simulation·모의분석)는 존재합니까.
“당연히 한국과 미국은 워게임을 하고 있고, 북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대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한시적으로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작권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은 장거리로켓 이외에 전체적인 안보여건을 고려해서 검토해야 할 사안입니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먼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이후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핵 不容(불용)을 대전제로 한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운반체인 대륙간 탄도탄미사일은 완성단계까지 왔습니다. 金大中(김대중) 정부는 통일정책은 없고, 대북정책만 존재했습니다. 앞으로 남북 합의에 의한 통일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남북관계와 맞물려 한미동맹, 그리고 동북아 주변관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데요.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중심축으로 절대 흔들리면 안됩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젖줄 역할을 하며 항시 북한 붕괴를 우려하며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절대로 우리 페이스로 끌려 오지 않습니다. 실용적인 입장에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으로 통일을 지지할 수 있는 국가로 韓中(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남북한 전력비교 지침서
―KIDA가 과거 진행한 연구과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 어떤 것을 꼽으실 수 있습니까.
“2003년에 단 6개월 만에 ‘남북한 상비군사력 비교’를 해낸 것을 꼽고 싶습니다. 국방장관을 통해 극비리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 내용이 중앙 일간지 사설에 거론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요. 남북한 전력비교를 할 때 수량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총량적 비교, 전투효과 지수비교, 워게임을 통해 비교해야 진면목이 나타납니다. 예컨대 북한의 주력기인 미그-23과 한국의 F-16의 전투효과 지수는 諸元(제원)을 전술·전략적으로 분석하고, 조종사들에게 ‘공중전을 벌여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느냐’까지 물어야 정확한 실상이 도출됩니다. 북한의 戰車(전차) 전력도 그런 식으로 비교했어요. 2003년 상비군사력 비교에 이어 2005년 전쟁수행능력을 연구할 때는 북한의 도로사정까지 대입해 군수능력을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이 자료는 현재 우리 군에서 ‘남북한 전력비교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어요.”
김 원장은 “2003년 제로베이스 예산연구(ZBB)를 통해 한국군의 적정 소요예산을 파악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曺永吉(조영길) 장관은 말단 부대부터 상급부대까지 부대운영비 등의 자료를 수집해 정확한 국방예산을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국방예산을 외부에 설득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보안이라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군의 적정 소요예산이 그때 정확하게 파악됐습니다.”
국방 시뮬레이션의 중요성
―국방안보와 관련, 현재 진행중인 주요 연구과제나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미래전은 대량살상·소모전 중심의 재래식 전쟁에서 최첨단 네트워크 중심전(NCW)으로 바뀔 것입니다. 2012년 전작권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네트워크 중심전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군 안팎의 관심이 높습니다.
각 군의 전력발전 기획에서부터 무기체계 선정, 군의 지휘통제체제에 대한 모의분석, 육·해·공 합동작전에 이르기까지 미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KIDA 업무의 핵심 중 하나는 국방 모의분석(M&S·시뮬레이션)업무다. 현대전에서 국방 M&S의 중요성은 걸프전을 통해 알려졌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라크 방공망이 예상 외로 강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미군은 F-15E 전폭기 대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F-117 스텔스기를 투입했다. 그로 인해 전투기 손실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M&S를 이용하면 군사훈련 비용이나 무기체계 개발비도 절감된다. 유럽지역에서 실시되는 ‘레포저’ 훈련의 경우, 야외 기동훈련시 5390만 달러가 소요되나 모의분석을 겸한 야외훈련을 실시하면 1950만 달러만으로 똑같은 효과를 거두는 훈련을 치를 수 있다고 한다. 2년에 걸쳐 4000만 달러의 설계 비용이 예상됐던 M1A2 에이브라함 전차 설계는 M&S를 통해 64만 달러를 들여 3개월 만에 성공시켰다고 한다.
1970년 KIDA는 ‘아이다헥스(IDAHEX)’란 국방시뮬레이션 운용을 시작했다. 1980~1990년대 들어 국방시뮬레이션 운용 수요가 늘자, KIDA는 모형을 부분적으로 개선해 군단급 이상의 각 부대 지휘관들이 참가하는 지휘소연습(CPX)에 적용했고, 2000년대 들어 독자 모형을 개발했다.
한국도 K9 자주포, K2(흑표) 전차 등 국산 신무기 개발에 따라 미군의 무기체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기존의 미국형 시뮬레이션 체계에서 벗어나 독자적 시뮬레이션 개발의 필요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KIDA가 개발한 M&S 모델은 전군에 보급돼 있다. 합참은 ‘태극 모형’(2004년 개발), 육군은 ‘창조21 모형’, 공군은 ‘창공 모형’, 해군은 ‘청해 모형’, 해병대는 ‘천자봉 모형’을 보유하고 있고, 한미연합사는 한국군 주도로 주한미군과 공유할 수 있는 연동체계를 개발 중이다.
文亨坤(문형곤) KIDA 책임연구위원은 “미군은 10년에 걸쳐 분석모형 개발에 2000억원, 훈련모형 개발에 8000억원을 들여 개발한데 비해, 한국형 훈련모형은 50억원을 들여 3년 만에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지적소유권 보호를 내세워 시뮬레이션 모형기술 해외유출을 통제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KIDA는 한미 자료교환 기본협정(DEA)에 근거해 주한미군사고문단(JUSMAG-K)을 통해 최신 시뮬레이션 관련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의 軍병력 관리프로그램도 개발
KIDA는 金準植(김준식) 국방운영연구센터장 지휘하에 적정한 국방 소요인력을 산정하는 ‘국방인력계획모형 구축사업’(디맵스·DMAPSS)과 ‘국방조직진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 군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관리하기 위한 획기적인 시도라고 한다. 김 원장의 설명.
“‘디맵스’를 활용하면, 20년 후 한국군의 계급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국방개혁 2020’에 따라 2020년 50만으로 병력이 줄게 될 것에 대비해, 그때 필요한 간부 숫자와 요구되는 계급별 진급률을 맞추기 위해 현재의 병력관리를 해 나가도록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김 원장은 “軍需(군수)분야는 영국과 독일이 운영 중인 民軍(민군) 협력을 통한 국방경영 효율화(Private Public Partnership)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2000년부터 독일군은 수송부대를 민간업자에게 넘겨 군수관리를 하고 있고, 영국은 병영시설 현대화 사업(BTL)을 민간업자에게 위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 군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쟁 개념이 과거 대량살상, 대량파괴, 장기전을 특징으로 한 재래식 전쟁에서 네트워크 중심전(NCW), 효과기반작전(EBO) 형태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쟁, 아프간 전쟁에서 보았듯 최단시간 안에 적의 핵심 거점·지휘체계를 피해와 희생,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적의 핵심 전략목표를 효과적으로 가격해서 마비시키는 겁니다. 이런 작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현재의 병력집약형 군에서 장비·기술집약형 군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는 “국방개혁 2020을 위해서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총 621조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연간 30조~40조원씩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라 재원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FX사업, 유로화 강세 예측해 F-15K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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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국방연구원. |
“얼마 전 일본 방위연구소 심보 마사토시(新保雅俊) 소장에게 KIDA의 국방운용, M&S, 병력획득 모형 등을 설명했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심보 마사토시 소장이 미 국방연구원(IDA) 래리 웰치 원장을 만나 ‘KIDA의 연구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답니다.”
김 원장은 KIDA의 대표적인 스타 연구원들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KIDA는 박사급 인력만 160명이 넘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학이나 청와대, 국방부, 그리고 정계로 빠져나간 분들을 빼고, 70여 명 정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입니다.
북한 미사일·핵 문제가 발생하면 金泰宇(김태우) 박사가 언론에 등장하지만, 저널리즘적 이슈들을 전달하는 KIDA의 몇몇 유명 연구원들은 KIDA의 전문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KIDA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전문가층이 두텁습니다.
핵 기술 관련으로는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은 咸刑必(함형필) 박사가 있습니다. 陸士(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입니다. 얼마 전 南成旭(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 대포동 2호 관련 미사일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유도무기 국내 1인자인 金炳鏞(김병용) 박사를 소개한 적이 있어요.”
그 밖의 스타 연구원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안보전략연구센터장 白承周(백승주) 박사는 NGO포럼을 통해 민군 간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沈敬旭(심경욱) 책임연구위원은 알제리·그루지야·이라크 등 분쟁지역을 찾아 군을 통해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파하며 防産(방산) 신시장 개척 임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崔聖彬(최성빈) 박사가 이끄는 국방획득연구센터는 무기체계 획득과 국방 정보화 정책 등을 담당합니다. 비용 대 효과분석, 사전분석연구 등을 통해 매년 8조원 이상의 무기획득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2년 차기전투기사업(FX) 기종선정 최종단계에서 프랑스의 라팔과 미국의 F-15K가 경합할 때, 군사적 평가와 더불어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를 미리 예측해 기종선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만약 당시 라팔로 결정했다면 유로화 강세로 인해 엄청난 國庫(국고)가 낭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고위층 동향 정보까지 연구
―올 1월 조직을 개편했다고 들었습니다.
“KIDA가 수행하는 연구과제들이 정책에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KIDA가 국방정책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국방부를 잘 서포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밀 정보들이 필요한 연구과제들은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자료들은 국방부나 합참, 그리고 각 군이 제공해 줍니다. 예컨대 통일연구원에서 연구를 위해 통일부에 기밀 자료를 요청하면 거절할지 모르지만, KIDA가 요청하면 줍니다. 심지어 북한관련 특수자료까지 제공합니다. 金正日(김정일) 등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의 동향정보까지 파악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신 KIDA 직원들에게는 직무상 엄청난 보안이 요구됩니다.”
김구섭 원장은 “KIDA는 5월부터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정책고객서비스(PCRM)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미국 의회 보좌진에게 한국의 국방 및 안보현안을 이메일로 알려 충분한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창립 30주년을 맞은 KIDA는 환갑이 된 부모(국방부)를 정책적으로 잘 서포트하는 ‘효자’가 되겠다”고 했다.⊙
사진 : 이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