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합당이 정치 후퇴 가져왔다.
합당 없었다면 타협의 정치 성숙했을 것.
숫자만으로 정치를 할 수는 없다”
합당 없었다면 타협의 정치 성숙했을 것.
숫자만으로 정치를 할 수는 없다”
‘최고의 여당 대변인’.
朴熺太(박희태·70)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4년3개월간 집권 민정당과 민자당의 대변인을 지냈다(1988년12월~1993년2월). 대변인 직을 떠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에게서 ‘名(명) 대변인’이라는 수식어가 떠나지 않는다.
대변인은 흔히 泥田鬪狗(이전투구), 뻘 밭의 개 싸움으로 불리는 政爭(정쟁)의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말로 만든 匕首(비수)와 암수를 날리고, ‘舌誅(설주)’로 상대 정당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을 한다.
박 대표가 민자당 대변인이던 시절 필자는 조선일보 정치부의 여당 출입기자로 그를 가까이서 관찰했다. 검사 출신인 그의 造語(조어) 능력은 탁월했다. 국민의 상식에 호소하는 쉬운 언어로, 민심의 흐름을 간명하게 압축했다.
정치판에서 목소리가 높은 것은 언제나 야당이다. 하지만 金大中(김대중)의 평민당 대변인들은 寸鐵殺人(촌철살인)하는 박희태에 매일 맞서 싸우느라, 언론과 여론의 평가를 받느라 진땀을 흘렸다.
전설이 된 造語 능력
“地上戰(지상전)은 걸프로 옮겨갔으니, 평민당은 이제 紙上戰(지상전)을 중단하라.”
“평민당은 수서 규탄대회가 아니라 수서 고백대회를 열라.”(수서비리 사건에 金大中 총재가 연루된 점을 지적)
“평민당의 보라매공원 집회는 보람이 없었다.”
“신민당의 여의도 집회는 여의치 않았다.”
“‘정치 9단’이 9급 눈에 보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3당 합당 후 김대중씨가 ‘盧泰愚 대통령이 金泳三씨에게 절대 대권후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언급하자)
진흙 밭에서 싸우다 나온 박희태 대변인의 몸에는 진흙이 묻어있지 않았다. 그는 ‘정치판의 말싸움에서 살벌함을 빼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는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 수준 낮은 비아냥을 하지 않았다. 그의 敵(적)들 역시 박희태 개인을 향해서는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
10월 13일 오후 한나라당 당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거야?”라며 반갑게 손을 잡았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가 매달리고 있어서 당 대표실은 한산했다. 그가 院外(원외)라 넉넉하게 인터뷰 시간을 잡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박 대표는 까다로운 질문에는 일견 超然(초연)해 보이고, 어찌 보면 썰렁한 유머로 대응했다.
―지난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선출됐고, 의원 173명의 거대 여당을 이끌어 온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감회가 어떻습니까.
“백일잔치는 어린애들이 하는 것 아닌가(웃음). 100일 대표 하고 무슨 감흥이 있겠어요. 1년이 지나면 몰라도.”
―지난 10월 9일 10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셨죠.
“자유선진당은 긍정적인데 민주당에서 응답이 없어요. ‘G 7’, ‘G 20’ 국가의 정상들이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데 與野(여야) 대표들이 모이는 게 그렇게 힘든 일입니까. 이건 민주당의 직무유기입니다. 저는 지난 번 청와대에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韓·中·日(한중일) 금융 정상회담을 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를 했습니다.”
3당 합당은 잘못
―당대표 취임인사 차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1990년의 3당 합당은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입니까.
“3당 합당은 정치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됐습니다. 타협의 정치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걸 저는 특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與小野大(여소야대)였지만 민정당이 사안별로 3개 야당 중 한 당과만 정책공조를 해도 국정을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쟁점법안들을 그런 식으로 다 통과시켰어요. 그런 마당에 왜 3당 합당을 했느냐, 그런 얘기를 지적한 것입니다.”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3당 합당을 통해 내각제로 가겠다’는 큰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3당 합당을 할 때 신민주공화당의 金鍾泌(김종필)씨가 내각제를 요구했다고 해요. 통일민주당의 金泳三씨는 내각제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았던 걸로 압니다. 3당이 합당하기 전에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분이 한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내각제로 간다’는 분명한 합의 없이 합당부터 한 거예요. 합당이 이뤄지고 나서 朴俊炳(박준병) 사무총장이 내각제 개헌 각서를 만들어서 세 사람의 서명을 각각 받았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직후 곧바로 내각제 합의각서가 공개됐습니다. 김영삼씨가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하면서 黨務(당무)를 거부하고 마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내각제를 하기로 당사자끼리 각서를 썼으면, 내각제 개헌에 착수하는 게 다음 수순 아닙니까. 내각제 합의각서가 공개됐다고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한 것은 김영삼씨의 억지 아닐까요.
“김영삼씨는 ‘국민이 원하면 내각제를 하자고 했지, 내가 언제 무조건 내각제를 하기로 했느냐, 지금 국민이 내각제를 원하지 않는데 왜 각서를 공개해서 정치적으로 나를 궁지에 모느냐’ 이런 입장이었죠. 돌이켜보면 3당 합당을 왜 해야 하는지, 무얼 하기 위한 건지 어디에서도 공감대가 없었습니다. 구름 위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추진된 거죠.”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게 당시 盧泰愚 대통령이 내건 합당의 명분이었죠.
“3당 합당 이후 안정적 정국 운영이 더 안 됐습니다. 합당에서 배제된 평민당의 김대중씨가 여당이 하는 일마다 반대하고 극렬하게 투쟁하니, 여당은 날치기 외에 할 게 없었습니다. 3당 합당을 안 하고 야당과 정책공조를 했으면, 타협의 문화가 자리를 잡았을 거예요. 민자당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218석을 갖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어요. ‘숫자만 가지고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합당 추진했던 사람들은 정치 아마추어들”
―박 대표가 2006년 4월에 펴낸 회고록 <대변인>을 보면, 집권여당 대변인이 3당 합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까마득하게 몰랐고, 권력의 언저리를 맴돌았다는 사실에 강한 회의를 표시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당 대변인이 3당 합당이 추진되는 낌새를 전혀 못 챘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朴浚圭(박준규) 대표가 1989년 연말 언론 인터뷰에서 ‘민정당이 간판을 내리고 통합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상당히 구체적으로 운을 뗐습니다. 당에 난리가 났죠. 당 중진회의에서 추궁을 당하자, 박준규 대표는 ‘말이 앞서 나갔다. 실수했다’면서, 대변인인 내게 ‘가장 강력한 부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민정당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군요.
“노태우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창인 虛舟(허주·故 金潤煥 의원)가 합당 논의에서 소외됐습니다. 3당 합당 발표가 있던 날(1990년 1월 22일) 저녁에 눈이 내렸어요. 중요 당직자가 초저녁에 소집됐는데, 다들 얼굴에 충격이 역력했어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합당이 되면 모든 당직을 계파 간에 나누고, 계파 대결을 해야 한다’ ‘김영삼 세력에게 민정당이 흡수되고 말 거다’는 걱정과 탄식만 하다가 헤어졌어요.”
―민자당 내 민정계 의원의 수가 압도적이었는데, 합당 이야기를 듣자마자 ‘김영삼에게 흡수될 것’이라고 우려를 했습니까.
“우리는 전투에서 단련된 사람이 없으니까요. 전투를 통해 성장한 김영삼계를 당할 수 있겠느냐, 그런 얘기들이었습니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됐고.”
―노태우 대통령 주변에서 3당 합당을 추진한 사람들이 정치인 김영삼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고 봐야겠죠.
“‘대중적 인기가 있는 김영삼씨를 끌어들여 민정계가 다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완전히 거꾸로 됐지요. 합당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정치적인 아마추어였어요.”
―집권여당의 대표인데 지금은 ‘내가 권력의 언저리가 아니라 한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드십니까.
“권력의 한복판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권력이 돌아가는 사정은 좀 알고 있습니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을 2주에 한번씩 만나 나라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당의 의견을 전하고 있으니까요.”
“솜으로 싼 방망이로 때렸다”
―집권당의 입장을 代辯(대변)하는 게 어렵습니까, 대표인 자신의 생각을 直辯(직변)하는 게 어렵습니까.
“집권당 대변이 어려웠어요. 민자당이 ‘한 지붕 세 가족’ 정당 아니었습니까. 계파별로 의견이 제각각이었어요. 특히 예민한 정치 현안은 대변인 발표의 뉘앙스에서 이해가 갈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조금만 표현을 잘못해도 ‘한 계파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날아들었으니까요.”
―박 대표께서는 여당 대변인으로 4년3개월 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그 정당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몸에 구정물을 덜 묻힌 비결이 있습니까.
“상대방을 공격할 때 솜으로 싼 방망이로 공격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솜방망이로 맞으면 처음에는 아픈 게 덜해요. 하지만 자꾸 맞으면 그냥 방망이로 맞을 때나 마찬가지의 타격이 됩니다. 정치인들이 긴 여운이 있는 말을 가끔 유머를 섞어가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면, 상대가 화를 덜 내고 금방 반격하지 않습니다. 그런 공간이 생기면 정치판이 좀 더 부드러워지겠죠.”
―저희도 글을 쓰고 살지만 정확한 언어를 찾아내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하루하루 정국의 흐름을 논평할 언어를 어떻게 찾았습니까.
“대변인은 하루 이틀 생각해서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기자들이 물으면 그 자리에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평소 몇 가지 현안을 머릿속에 띄워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죠. 기자가 물으면 즉답을 하지만, 상당한 사고를 거친 후에 나온 것이지, 즉흥적으로 말을 한 건 아닙니다.
지금도 금융 위기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출퇴근 길이나 혼자 있을 때 늘 생각을 합니다. 좀더 고급스럽고 비유적인 표현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죠. 언어를 조탁하는데 천재가 있겠습니까. 노력의 산물이죠.”
―검사 시절 복잡한 사건 사고들을 처리한 게 대변인을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까.
“그렇죠. 검사는 수만 페이지의 수사기록을 압축해서 2~3장의 공소장이나 불기소장으로 정리해야 하니 엄청난 압축력이 요구됩니다. 내가 서울지검 검사로 일할 때 쓴 불기소장이 평검사들 교육자료로 쓰인 적이 있습니다. 다른 검사들은 ‘누가 쓴 걸까’ 궁금해했고, 저만 그게 제가 쓴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만난 金泳三 金鍾泌 朴泰俊
―당 대변인으로서 朴泰俊(박태준)·김영삼·김종필씨를 당 대표로 모셨습니다. 세 사람 모두 나름대로의 神話(신화)를 갖고 있는 정치인들인데 보필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습니까.
“세 분 모두 대한민국의 ‘네이션 빌딩’ 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긴 巨人(거인)이고, 인간적으로 봐도 大人(대인)입니다. 가끔씩 칭찬을 하지, 남을 질책하거나 간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민자당 시절 세 분이 서로 논의해서 결론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 3역이 보고하면 그냥 듣고만 계실 뿐 ‘코멘트’를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이 ‘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따져 물으면 난감했죠.
朴浚圭(박준규) 대표에게서는 정치의 흐름을 읽는 시각을, 김영삼 대표에게서는 따뜻한 포용력을, 박태준 대표에게서는 경제 마인드를 배웠습니다. 김종필 대표는 정치적 풍상을 많이 겪어서인지 인생을 달관한 듯한 풍모가 있습니다. 그분들 밑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대변인으로서 김영삼 정권의 탄생을 도왔고, 김영삼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았습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논리보다는 感(감)으로 정치를 하는 분입니다. 탁월한 정치감각, 그 감각에 기초한 정치적 결단은 발군입니다. 누구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게 그분이 정치적 성취를 이룬 바탕이죠. 거기에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그저 만나서 소박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저분을 내가 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똑똑하고 완벽한 정치지도자를 만나면 ‘내가 이 사람한테 가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백의 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민정계의 많은 사람들이 김영삼씨에게 기울었죠.”
웰빙 정당에서 전투 정당으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박태준·李鍾贊(이종찬)·李漢東(이한동) 등 ‘민정계 7인 모임’이 ‘反(반) 김영삼 전선’을 펼치고 저항을 했습니다. 박태준씨를 포함한 일부는 大選(대선)을 앞두고 민자당 탈당을 결행했습니다. 민정계의 마지막 저항이 왜 실패했다고 보십니까.
“국민적 지지를 받는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야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지만, 국민의 대중적 지지나 독자적인 정치적 기반을 가진 사람이 없었어요. 민정계 정치인들은 대통령과 권력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독자적인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야당을 하면서 ‘웰빙 정당’ ‘不妊(불임) 정당’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민정계 체질’이 이어져온 때문 아닐까요.
“한나라당 초기에는 그런 체질이 내려왔지만, 후반기에는 한나라당의 野性(야성)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돈과 공천권을 줄 사람이 없고, 정치적으로 길러줄 사람이 없으니 독자적으로 살겠다고 노력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결국 그게 정권을 되찾아오는 원동력이 됐죠.”
―한나라당은 173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입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광우병 사태를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좌파 세력의 거짓 선동에 맞서지 못했습니다.
“광우병 파동은 정권 교체기에 발생한 일종의 태풍입니다. 통상적인 정치적 반대 운동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규모가 컸고, 저항이 격렬했기 때문에 대비가 어려웠습니다. 한나라당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지만, 워낙 강풍이 몰아쳤기 때문에 그런 모습밖에 보이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좌파 진영이 똘똘 뭉쳐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 선전·선동했습니다. ‘태풍이 몰려와 몸을 숙이고 있었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막 들어서서 진영이 채 갖춰지지 않은 때였습니다. 국회 교체기였고 한나라당 지도부 교체기였습니다. 또 사안이 국민들의 먹거리와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좌파들의 선동이 국민들에게 먹혀 들었습니다.”
―서울 도심이 불법시위대에게 점거당하고 100일 이상 광화문이 무법천지가 되는 상황을 방치한 건 정부·여당의 잘못 아닙니까.
“촛불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워낙 많고 기세가 높아 잘못 막다가는 더 큰 사태로 번질 수 있었고요. 초반에 강경대응 기조로 갔으면, 저쪽의 계산대로 끌려갔지 않았겠습니까. 초반에 정부 대응이 서툴렀던 점이 사건을 장기화시킨 한 요인이었습니다.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이 ‘되돌이킬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지 않았습니까. 방송과 공공기관, 시민단체에 노무현 대통령이 박아 놓은 대못이 너무 많습니다.”
“10년 左편향의 대못들을 뽑겠다”
―‘대못’을 뽑을 준비는 제대로 돼 있습니까.
“법과 제도를 고치고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너무 조직을 동요시켜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左(좌)편향 교과서 수정, 일부 방송과 포털의 편향성 바로잡기,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습니다. 교육제도, 전교조의 교육현장 장악, 稅制(세제), 국방·안보 문제 등 검토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진행된 지난 10년간의 좌편향 정책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행인 건 노무현 대통령이 대못을 여러 개 박은 ‘기자실 통폐합’은 우리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원상 복구되지 않았습니까? 이게 정권교체의 효과겠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들이 자신들의 낡은 사고로 우리 사회를 이념적 대결상태로 몰고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죠.
“反(반)시장, 反(반)자본주의를 핵으로 하는 좌파적 실험이 성공한 나라가 있습니까. 20세기 역사가 좌파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편향된 좌파적 사고는 나라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좌편향적 사고를 가졌다고 누가 강제로 고칠 순 없는 일이고, 스스로 교정해야 할 때가 오겠죠. 우리나라에는 철 지난 좌파뿐 아니라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을 추종하는 주사파까지 발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걸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李明博(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경선 승리를 이끌고 난 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의 상임고문으로 대선에 참여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가 왜 탈락했는지는 추측만 분분하다. 5選(선)으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려던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이끌어달라’는 제의가 왔고, 박 대표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공천에서 탈락하고 당 대표를 맡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을 텐데요.
“공천에서 탈락하고 나서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의 공천 후유증이 워낙 컸고, 당이 분열돼 표류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 선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다행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잖아요.
총선이 끝나고 다시 ‘이제 무얼 하면서 지내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언론과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당 대표 경선으로 끌고 가더라고요. 그냥 그 물결에 휩쓸려 버렸어요. 그런 걸 운명이라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이명박·李相得 형제와의 인연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당 공천도 못 받는 사람이 어떻게 당 대표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분한 마음은 없습니까.
“이해해야지요. 원래 선거에 나온 사람은 별별 소리 다하게 돼 있습니다. 지난 총선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건 한나라당 사람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박희태가 공천을 못 받았으니 대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겠습니까.”
―院外(원외)로 당 대표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내가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우리 당 의원총회에 늘 참석하고,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아직 ‘내가 국회를 떠났다’는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우리 당 의원들이 내가 院外(원외)란 걸 의식해서인지 더 잘 하려고 애를 써요.”
―원내 사령탑인 洪準杓(홍준표)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문제 등에서 박 대표와 삐걱거린다는 보도가 종종 보입니다.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내가 부산지검장을 할 때 홍준표 의원이 부하 검사로 함께 근무했어요. 내가 법조계와 정치권의 대선배입니다. 홍 의원은 그 정도의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내 얘기를 잘 듣습니다. 내가 홍준표 의원을 좋아하고, 큰 정치인으로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최근 대표 특보단을 구성했는데 무슨 계기가 있습니까. 혹자는 ‘院外(원외)였던 李洪九(이홍구) 前(전) 신한국당 대표를 차기 주자로 끌어올리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게 대표 특보단’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특보단장은 李完九(이완구) 現(현) 충남지사였습니다.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특보단을 꾸렸습니다. 18대 국회에 초선 의원들이 많이 들어왔으니까, 그분들 생각을 직접 들으면서 시대의 흐름에 나를 맞추자, 그런 생각이죠. 이홍구 대표 때 이외에도 특보단이 있었지 않나 싶어요.”
“내가 洪準杓 원내대표 좋아해”
―이명박 대통령과 2주에 한번 정례회동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 사이에 신뢰는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해 우리당 대선 경선 전에 이명박 후보가 만나자고 해요. 이 후보가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 다행히 내가 다른 후보에 비해 경제 분야에서는 一日之長(일일지장: 하루 먼저 세상에 태어났다는 뜻. 조금 낫다는 말-편집자 주)이 있다. 도와달라’고 해요. 그래서 이명박 경선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어요. 경선 때 밤낮 없이 서로 의논하고 중요사안을 결정하면서 신뢰가 쌓였습니다. 그 전에는 같은 당 의원으로 일한 정도의 교유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못 내린다. 청와대 집무실 앞에 결재 받으려는 줄이 점점 길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리기 전에 여러 의견을 듣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이 대통령이 우유부단해서라기보다 완벽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숙고의 과정으로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李相得(이상득) 의원과 절친한 사이죠.
“민정당에서 정치를 함께 시작해 5선을 같이 했습니다. 20년 세월을 여의도에서 함께했으니까 친하다면 아주 친한 사이죠. 18대 국회에 민정당 출신으로 이상득 의원 혼자 남았어요. 그 전에는 나도 있고 姜在涉(강재섭) 전 대표도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鄭斗彦(정두언) 의원이 청와대의 박영준 비서관을 겨냥해 ‘권력 私有化(사유화) 논쟁’을 벌였습니다. 박영준 비서관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오래 했습니다. ‘정두언 의원이 이상득 의원을 직접 공격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인사 내막을 알아야 내가 이렇다 저렇다 코멘트를 할 텐데…. 나는 인사 하는 옆에 안 가봐서, 뭐라 말할 게 없네요. 나는 인사 부탁을 한 적이 없고, 인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사는 이상득 의원을 통해야 한다는, 이른바 ‘萬事亨通(만사형통)’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얘기가 정부 초반에 좀 나왔지만 요즈음 잠잠하잖아요. 무슨 실체가 드러난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상득 의원은 그런 일에 관여할 성격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을 안 할 겁니다.”
“경상수지 흑자관리가 제일 중요”
―여당 대표로서 이것만은 꼭 하고 가야겠다는 일이 있습니까.
"경제 살리기죠. 경제가 살아난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게 제 목표고 일하는 보람입니다."
―정부 경제팀이 환율 방어와 금융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국민에게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에는 미국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너무 강합니다. 경제위기와 관련해 가장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사안은 국제수지 개선입니다. 우리가 1997년에 외환위기를 초래한 데는 부실한 외환관리가 한 원인이지만, 국제수지 악화가 주 요인이었습니다. 적자를 내고 있는 경상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는 게 지금 제일 중요한 숙제입니다.
다행히 정부에서 ‘10월에 무역수지는 70억 달러, 경상수지는 35억 달러의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성장이 둔화되면 희망이 없습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일자리 이상의 복지가 있겠습니까.”
韓美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이 안보의 기본 틀
―노무현 정부가 실행했던 엄격한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지금은 은행을 부동산 거품붕괴에서 지켜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년 단임정부가 임기 안에 목표한 경제적 성과를 다 내겠다는 것은 과욕 아닐까요.
“경제정책에 絶對善(절대선)은 없습니다. 어느 정책이나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함께 안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타당성을 상실하는 경제정책이 나오고요. 경제처럼 어려운 게 없습니다. 예측이 잘 안 맞고 돌발상황이 많고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 안된 상황에서 해제는 불가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북한 핵 제거는 점점 요원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 핵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을 안보의 기본 틀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핵무기 없이 어떻게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있습니까.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로 억제할 수 없습니다. 핵 군비에 있어서 남북간 균형이 이뤄져야 합니다. 핵은 엄청난 공포를 주는 무기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진 한 우리도 핵무기를 통해 북한이 공포감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공포의 균형’이 이뤄져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의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할 상황입니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빨리 개혁과 개방으로 나오도록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 개혁과 개방을 촉구해야 하고요. 북한을 지원하고 돕는 일 역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지금의 중국처럼만 된다면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대비해야죠. 언젠가는 그 날이 올 겁니다.”
―북한 군부가 우리 민간단체의 북한 지역 삐라 살포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정부가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에서는 “노무현 정부도 막지 않는 일을 왜 이명박 정부가 막느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상호 비방금지, 삐라살포 금지는 남북간에 몇 차례 합의가 됐던 사안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휴전선에서의 대북방송, 삐라 살포를 중단했던 것으로 압니다. 민간단체가 삐라를 살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합의된 게 없습니다. 앞으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서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改憲에 반대한다”
―박 대표께서는 민간단체가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장은 어떻게 규제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봅니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道(도)를 폐지하고 현재의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해 60~70개의 자치단체로 만들자는 논의입니다. 金文洙(김문수) 경기지사, 李會昌(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더 크게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회창 총재는 한발 더 나가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연방제로 가자’는 입장입니다.
“지방행정조직 개편은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도 반론이 엄청나게 있고, 찬성하는 측도 각론으로 가면 생각이 각각입니다. 벌집 쑤신 듯 일어날 논쟁과 갈등을 잠재우면서 단일안을 만들 수 있을지, 지난한 작업이 될 겁니다. 우리 당에선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행정구역이란 게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이어서 손대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金炯旿(김형오) 국회의장이 거듭 “18대 국회 전반기 내에 改憲(개헌)을 하겠다. 국회 안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지금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분위기 아닙니까. 과거 여러 차례의 개헌은 절실한 과제가 있었는데 지금의 개헌 논의는 절실한 국민적 요구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습니다.”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은 논의해볼 만하지 않나요.
“중임제 역시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대통령 중임제를 하다 실패한 나라입니다. 정·부통령제도 실시해봤지만 실패사례입니다.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가 ‘대통령제에 책임요소를 가미하자’는 겁니다. 설령 중임제 개헌을 하더라도 전반부 4년은 재선을 하기 위해 책임지는 게 가능하지만 후반 4년은 단임제와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에 개헌 관련 특위가 구성되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할 생각입니까.
“국회에 특위가 구성돼도 이론적 논의 차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개헌 문제를 일반법 개정 다루듯 할 순 없지요. 현 단계에서 저는 개헌에 분명히 반대합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슬그머니 빠졌습니다.
“워낙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변하면 또 달라지겠지요.”
“외부에 공천 맡기는 것 再考하겠다”
―5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서 한국정치가 이뤄낸 성취,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을 꼽아주시죠.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기반을 굳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 안 쓰는 정치는 정착단계입니다. 내가 처음 출마할 때는 유권자에게 돈과 선물을 주는 게 당연시됐습니다. 다만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타협의 정치는 아직 성숙이 안돼 있습니다. 앞으로 의 숙제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을 연마하고 성숙시키는 일입니다.”
―국민들의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신은 여전합니다. 총선이 있을 때마다 초선의원들이 전체 의석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게 그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 점은 참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이 엄청난 정치적 비용을 들여 정치인을 애써 키워놓고, 경륜을 펴보기 전에 낙마시키는 것은 자산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내각제이긴 하지만 일본만 해도 10선이 넘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자기 당 선거 출마자를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기고 있습니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피해보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죠.
“公黨(공당)이 후보 하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사람들에게 자기 당 공직 후보자 선택을 맡기고서야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하겠습니까.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吳世勳(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金台鎬(김태호) 경남지사 등이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들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을 갖고, 2010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도전할 경우 공천을 해주실 겁니까.
“제가 이 시점에서 공천을 준다. 안 준다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단체장들이 임기 중에 출마하면 행정공백이 심각합니다. 지난 총선 공천 때 ‘중도 사퇴한 자치단체장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는다’는 내부 심사기준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겠습니다.”⊙
朴熺太(박희태·70)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4년3개월간 집권 민정당과 민자당의 대변인을 지냈다(1988년12월~1993년2월). 대변인 직을 떠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에게서 ‘名(명) 대변인’이라는 수식어가 떠나지 않는다.
대변인은 흔히 泥田鬪狗(이전투구), 뻘 밭의 개 싸움으로 불리는 政爭(정쟁)의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말로 만든 匕首(비수)와 암수를 날리고, ‘舌誅(설주)’로 상대 정당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을 한다.
박 대표가 민자당 대변인이던 시절 필자는 조선일보 정치부의 여당 출입기자로 그를 가까이서 관찰했다. 검사 출신인 그의 造語(조어) 능력은 탁월했다. 국민의 상식에 호소하는 쉬운 언어로, 민심의 흐름을 간명하게 압축했다.
정치판에서 목소리가 높은 것은 언제나 야당이다. 하지만 金大中(김대중)의 평민당 대변인들은 寸鐵殺人(촌철살인)하는 박희태에 매일 맞서 싸우느라, 언론과 여론의 평가를 받느라 진땀을 흘렸다.
전설이 된 造語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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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태 대표가 지난 9월 15일 안경률 사무총장, 차명진 대변인으로부터 정치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
“평민당은 수서 규탄대회가 아니라 수서 고백대회를 열라.”(수서비리 사건에 金大中 총재가 연루된 점을 지적)
“평민당의 보라매공원 집회는 보람이 없었다.”
“신민당의 여의도 집회는 여의치 않았다.”
“‘정치 9단’이 9급 눈에 보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3당 합당 후 김대중씨가 ‘盧泰愚 대통령이 金泳三씨에게 절대 대권후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언급하자)
진흙 밭에서 싸우다 나온 박희태 대변인의 몸에는 진흙이 묻어있지 않았다. 그는 ‘정치판의 말싸움에서 살벌함을 빼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는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 수준 낮은 비아냥을 하지 않았다. 그의 敵(적)들 역시 박희태 개인을 향해서는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
10월 13일 오후 한나라당 당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거야?”라며 반갑게 손을 잡았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가 매달리고 있어서 당 대표실은 한산했다. 그가 院外(원외)라 넉넉하게 인터뷰 시간을 잡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박 대표는 까다로운 질문에는 일견 超然(초연)해 보이고, 어찌 보면 썰렁한 유머로 대응했다.
―지난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선출됐고, 의원 173명의 거대 여당을 이끌어 온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감회가 어떻습니까.
“백일잔치는 어린애들이 하는 것 아닌가(웃음). 100일 대표 하고 무슨 감흥이 있겠어요. 1년이 지나면 몰라도.”
―지난 10월 9일 10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셨죠.
“자유선진당은 긍정적인데 민주당에서 응답이 없어요. ‘G 7’, ‘G 20’ 국가의 정상들이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데 與野(여야) 대표들이 모이는 게 그렇게 힘든 일입니까. 이건 민주당의 직무유기입니다. 저는 지난 번 청와대에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韓·中·日(한중일) 금융 정상회담을 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를 했습니다.”
3당 합당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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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1월 22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민주당 총재와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3당 합당을 발표하는 노태우 대통령. |
“3당 합당은 정치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됐습니다. 타협의 정치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걸 저는 특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與小野大(여소야대)였지만 민정당이 사안별로 3개 야당 중 한 당과만 정책공조를 해도 국정을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쟁점법안들을 그런 식으로 다 통과시켰어요. 그런 마당에 왜 3당 합당을 했느냐, 그런 얘기를 지적한 것입니다.”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3당 합당을 통해 내각제로 가겠다’는 큰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3당 합당을 할 때 신민주공화당의 金鍾泌(김종필)씨가 내각제를 요구했다고 해요. 통일민주당의 金泳三씨는 내각제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았던 걸로 압니다. 3당이 합당하기 전에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분이 한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내각제로 간다’는 분명한 합의 없이 합당부터 한 거예요. 합당이 이뤄지고 나서 朴俊炳(박준병) 사무총장이 내각제 개헌 각서를 만들어서 세 사람의 서명을 각각 받았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직후 곧바로 내각제 합의각서가 공개됐습니다. 김영삼씨가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하면서 黨務(당무)를 거부하고 마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내각제를 하기로 당사자끼리 각서를 썼으면, 내각제 개헌에 착수하는 게 다음 수순 아닙니까. 내각제 합의각서가 공개됐다고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한 것은 김영삼씨의 억지 아닐까요.
“김영삼씨는 ‘국민이 원하면 내각제를 하자고 했지, 내가 언제 무조건 내각제를 하기로 했느냐, 지금 국민이 내각제를 원하지 않는데 왜 각서를 공개해서 정치적으로 나를 궁지에 모느냐’ 이런 입장이었죠. 돌이켜보면 3당 합당을 왜 해야 하는지, 무얼 하기 위한 건지 어디에서도 공감대가 없었습니다. 구름 위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추진된 거죠.”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게 당시 盧泰愚 대통령이 내건 합당의 명분이었죠.
“3당 합당 이후 안정적 정국 운영이 더 안 됐습니다. 합당에서 배제된 평민당의 김대중씨가 여당이 하는 일마다 반대하고 극렬하게 투쟁하니, 여당은 날치기 외에 할 게 없었습니다. 3당 합당을 안 하고 야당과 정책공조를 했으면, 타협의 문화가 자리를 잡았을 거예요. 민자당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218석을 갖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어요. ‘숫자만 가지고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합당 추진했던 사람들은 정치 아마추어들”
―박 대표가 2006년 4월에 펴낸 회고록 <대변인>을 보면, 집권여당 대변인이 3당 합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까마득하게 몰랐고, 권력의 언저리를 맴돌았다는 사실에 강한 회의를 표시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당 대변인이 3당 합당이 추진되는 낌새를 전혀 못 챘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朴浚圭(박준규) 대표가 1989년 연말 언론 인터뷰에서 ‘민정당이 간판을 내리고 통합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상당히 구체적으로 운을 뗐습니다. 당에 난리가 났죠. 당 중진회의에서 추궁을 당하자, 박준규 대표는 ‘말이 앞서 나갔다. 실수했다’면서, 대변인인 내게 ‘가장 강력한 부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민정당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군요.
“노태우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창인 虛舟(허주·故 金潤煥 의원)가 합당 논의에서 소외됐습니다. 3당 합당 발표가 있던 날(1990년 1월 22일) 저녁에 눈이 내렸어요. 중요 당직자가 초저녁에 소집됐는데, 다들 얼굴에 충격이 역력했어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합당이 되면 모든 당직을 계파 간에 나누고, 계파 대결을 해야 한다’ ‘김영삼 세력에게 민정당이 흡수되고 말 거다’는 걱정과 탄식만 하다가 헤어졌어요.”
―민자당 내 민정계 의원의 수가 압도적이었는데, 합당 이야기를 듣자마자 ‘김영삼에게 흡수될 것’이라고 우려를 했습니까.
“우리는 전투에서 단련된 사람이 없으니까요. 전투를 통해 성장한 김영삼계를 당할 수 있겠느냐, 그런 얘기들이었습니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됐고.”
―노태우 대통령 주변에서 3당 합당을 추진한 사람들이 정치인 김영삼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고 봐야겠죠.
“‘대중적 인기가 있는 김영삼씨를 끌어들여 민정계가 다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완전히 거꾸로 됐지요. 합당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정치적인 아마추어였어요.”
―집권여당의 대표인데 지금은 ‘내가 권력의 언저리가 아니라 한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드십니까.
“권력의 한복판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권력이 돌아가는 사정은 좀 알고 있습니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을 2주에 한번씩 만나 나라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당의 의견을 전하고 있으니까요.”
“솜으로 싼 방망이로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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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박희태 대표최고위원. |
“집권당 대변이 어려웠어요. 민자당이 ‘한 지붕 세 가족’ 정당 아니었습니까. 계파별로 의견이 제각각이었어요. 특히 예민한 정치 현안은 대변인 발표의 뉘앙스에서 이해가 갈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조금만 표현을 잘못해도 ‘한 계파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날아들었으니까요.”
―박 대표께서는 여당 대변인으로 4년3개월 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그 정당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몸에 구정물을 덜 묻힌 비결이 있습니까.
“상대방을 공격할 때 솜으로 싼 방망이로 공격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솜방망이로 맞으면 처음에는 아픈 게 덜해요. 하지만 자꾸 맞으면 그냥 방망이로 맞을 때나 마찬가지의 타격이 됩니다. 정치인들이 긴 여운이 있는 말을 가끔 유머를 섞어가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면, 상대가 화를 덜 내고 금방 반격하지 않습니다. 그런 공간이 생기면 정치판이 좀 더 부드러워지겠죠.”
―저희도 글을 쓰고 살지만 정확한 언어를 찾아내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하루하루 정국의 흐름을 논평할 언어를 어떻게 찾았습니까.
“대변인은 하루 이틀 생각해서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기자들이 물으면 그 자리에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평소 몇 가지 현안을 머릿속에 띄워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죠. 기자가 물으면 즉답을 하지만, 상당한 사고를 거친 후에 나온 것이지, 즉흥적으로 말을 한 건 아닙니다.
지금도 금융 위기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출퇴근 길이나 혼자 있을 때 늘 생각을 합니다. 좀더 고급스럽고 비유적인 표현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죠. 언어를 조탁하는데 천재가 있겠습니까. 노력의 산물이죠.”
―검사 시절 복잡한 사건 사고들을 처리한 게 대변인을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까.
“그렇죠. 검사는 수만 페이지의 수사기록을 압축해서 2~3장의 공소장이나 불기소장으로 정리해야 하니 엄청난 압축력이 요구됩니다. 내가 서울지검 검사로 일할 때 쓴 불기소장이 평검사들 교육자료로 쓰인 적이 있습니다. 다른 검사들은 ‘누가 쓴 걸까’ 궁금해했고, 저만 그게 제가 쓴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만난 金泳三 金鍾泌 朴泰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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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박희태 대표. 두 사람은 민정계 의원으로 20여년 의정활동을 함께했다. |
“세 분 모두 대한민국의 ‘네이션 빌딩’ 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긴 巨人(거인)이고, 인간적으로 봐도 大人(대인)입니다. 가끔씩 칭찬을 하지, 남을 질책하거나 간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민자당 시절 세 분이 서로 논의해서 결론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 3역이 보고하면 그냥 듣고만 계실 뿐 ‘코멘트’를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이 ‘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따져 물으면 난감했죠.
朴浚圭(박준규) 대표에게서는 정치의 흐름을 읽는 시각을, 김영삼 대표에게서는 따뜻한 포용력을, 박태준 대표에게서는 경제 마인드를 배웠습니다. 김종필 대표는 정치적 풍상을 많이 겪어서인지 인생을 달관한 듯한 풍모가 있습니다. 그분들 밑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대변인으로서 김영삼 정권의 탄생을 도왔고, 김영삼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았습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논리보다는 感(감)으로 정치를 하는 분입니다. 탁월한 정치감각, 그 감각에 기초한 정치적 결단은 발군입니다. 누구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게 그분이 정치적 성취를 이룬 바탕이죠. 거기에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그저 만나서 소박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저분을 내가 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똑똑하고 완벽한 정치지도자를 만나면 ‘내가 이 사람한테 가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백의 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민정계의 많은 사람들이 김영삼씨에게 기울었죠.”
웰빙 정당에서 전투 정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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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는 박 대표. 박 대표는 당 대표에 선출된 후 정례적으로 이 대통령을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
“국민적 지지를 받는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야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지만, 국민의 대중적 지지나 독자적인 정치적 기반을 가진 사람이 없었어요. 민정계 정치인들은 대통령과 권력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독자적인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야당을 하면서 ‘웰빙 정당’ ‘不妊(불임) 정당’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민정계 체질’이 이어져온 때문 아닐까요.
“한나라당 초기에는 그런 체질이 내려왔지만, 후반기에는 한나라당의 野性(야성)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돈과 공천권을 줄 사람이 없고, 정치적으로 길러줄 사람이 없으니 독자적으로 살겠다고 노력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결국 그게 정권을 되찾아오는 원동력이 됐죠.”
―한나라당은 173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입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광우병 사태를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좌파 세력의 거짓 선동에 맞서지 못했습니다.
“광우병 파동은 정권 교체기에 발생한 일종의 태풍입니다. 통상적인 정치적 반대 운동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규모가 컸고, 저항이 격렬했기 때문에 대비가 어려웠습니다. 한나라당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지만, 워낙 강풍이 몰아쳤기 때문에 그런 모습밖에 보이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좌파 진영이 똘똘 뭉쳐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 선전·선동했습니다. ‘태풍이 몰려와 몸을 숙이고 있었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막 들어서서 진영이 채 갖춰지지 않은 때였습니다. 국회 교체기였고 한나라당 지도부 교체기였습니다. 또 사안이 국민들의 먹거리와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좌파들의 선동이 국민들에게 먹혀 들었습니다.”
―서울 도심이 불법시위대에게 점거당하고 100일 이상 광화문이 무법천지가 되는 상황을 방치한 건 정부·여당의 잘못 아닙니까.
“촛불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워낙 많고 기세가 높아 잘못 막다가는 더 큰 사태로 번질 수 있었고요. 초반에 강경대응 기조로 갔으면, 저쪽의 계산대로 끌려갔지 않았겠습니까. 초반에 정부 대응이 서툴렀던 점이 사건을 장기화시킨 한 요인이었습니다.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이 ‘되돌이킬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지 않았습니까. 방송과 공공기관, 시민단체에 노무현 대통령이 박아 놓은 대못이 너무 많습니다.”
“10년 左편향의 대못들을 뽑겠다”
―‘대못’을 뽑을 준비는 제대로 돼 있습니까.
“법과 제도를 고치고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너무 조직을 동요시켜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左(좌)편향 교과서 수정, 일부 방송과 포털의 편향성 바로잡기,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습니다. 교육제도, 전교조의 교육현장 장악, 稅制(세제), 국방·안보 문제 등 검토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진행된 지난 10년간의 좌편향 정책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행인 건 노무현 대통령이 대못을 여러 개 박은 ‘기자실 통폐합’은 우리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원상 복구되지 않았습니까? 이게 정권교체의 효과겠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들이 자신들의 낡은 사고로 우리 사회를 이념적 대결상태로 몰고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죠.
“反(반)시장, 反(반)자본주의를 핵으로 하는 좌파적 실험이 성공한 나라가 있습니까. 20세기 역사가 좌파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편향된 좌파적 사고는 나라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좌편향적 사고를 가졌다고 누가 강제로 고칠 순 없는 일이고, 스스로 교정해야 할 때가 오겠죠. 우리나라에는 철 지난 좌파뿐 아니라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을 추종하는 주사파까지 발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걸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李明博(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경선 승리를 이끌고 난 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의 상임고문으로 대선에 참여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가 왜 탈락했는지는 추측만 분분하다. 5選(선)으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려던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이끌어달라’는 제의가 왔고, 박 대표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공천에서 탈락하고 당 대표를 맡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을 텐데요.
“공천에서 탈락하고 나서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의 공천 후유증이 워낙 컸고, 당이 분열돼 표류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 선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다행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잖아요.
총선이 끝나고 다시 ‘이제 무얼 하면서 지내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언론과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당 대표 경선으로 끌고 가더라고요. 그냥 그 물결에 휩쓸려 버렸어요. 그런 걸 운명이라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이명박·李相得 형제와의 인연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당 공천도 못 받는 사람이 어떻게 당 대표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분한 마음은 없습니까.
“이해해야지요. 원래 선거에 나온 사람은 별별 소리 다하게 돼 있습니다. 지난 총선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건 한나라당 사람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박희태가 공천을 못 받았으니 대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겠습니까.”
―院外(원외)로 당 대표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내가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우리 당 의원총회에 늘 참석하고,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아직 ‘내가 국회를 떠났다’는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우리 당 의원들이 내가 院外(원외)란 걸 의식해서인지 더 잘 하려고 애를 써요.”
―원내 사령탑인 洪準杓(홍준표)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문제 등에서 박 대표와 삐걱거린다는 보도가 종종 보입니다.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내가 부산지검장을 할 때 홍준표 의원이 부하 검사로 함께 근무했어요. 내가 법조계와 정치권의 대선배입니다. 홍 의원은 그 정도의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내 얘기를 잘 듣습니다. 내가 홍준표 의원을 좋아하고, 큰 정치인으로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최근 대표 특보단을 구성했는데 무슨 계기가 있습니까. 혹자는 ‘院外(원외)였던 李洪九(이홍구) 前(전) 신한국당 대표를 차기 주자로 끌어올리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게 대표 특보단’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특보단장은 李完九(이완구) 現(현) 충남지사였습니다.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특보단을 꾸렸습니다. 18대 국회에 초선 의원들이 많이 들어왔으니까, 그분들 생각을 직접 들으면서 시대의 흐름에 나를 맞추자, 그런 생각이죠. 이홍구 대표 때 이외에도 특보단이 있었지 않나 싶어요.”
“내가 洪準杓 원내대표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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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박희태 대표. |
“지난해 우리당 대선 경선 전에 이명박 후보가 만나자고 해요. 이 후보가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 다행히 내가 다른 후보에 비해 경제 분야에서는 一日之長(일일지장: 하루 먼저 세상에 태어났다는 뜻. 조금 낫다는 말-편집자 주)이 있다. 도와달라’고 해요. 그래서 이명박 경선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어요. 경선 때 밤낮 없이 서로 의논하고 중요사안을 결정하면서 신뢰가 쌓였습니다. 그 전에는 같은 당 의원으로 일한 정도의 교유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못 내린다. 청와대 집무실 앞에 결재 받으려는 줄이 점점 길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리기 전에 여러 의견을 듣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이 대통령이 우유부단해서라기보다 완벽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숙고의 과정으로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李相得(이상득) 의원과 절친한 사이죠.
“민정당에서 정치를 함께 시작해 5선을 같이 했습니다. 20년 세월을 여의도에서 함께했으니까 친하다면 아주 친한 사이죠. 18대 국회에 민정당 출신으로 이상득 의원 혼자 남았어요. 그 전에는 나도 있고 姜在涉(강재섭) 전 대표도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鄭斗彦(정두언) 의원이 청와대의 박영준 비서관을 겨냥해 ‘권력 私有化(사유화) 논쟁’을 벌였습니다. 박영준 비서관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오래 했습니다. ‘정두언 의원이 이상득 의원을 직접 공격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인사 내막을 알아야 내가 이렇다 저렇다 코멘트를 할 텐데…. 나는 인사 하는 옆에 안 가봐서, 뭐라 말할 게 없네요. 나는 인사 부탁을 한 적이 없고, 인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사는 이상득 의원을 통해야 한다는, 이른바 ‘萬事亨通(만사형통)’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얘기가 정부 초반에 좀 나왔지만 요즈음 잠잠하잖아요. 무슨 실체가 드러난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상득 의원은 그런 일에 관여할 성격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을 안 할 겁니다.”
“경상수지 흑자관리가 제일 중요”
―여당 대표로서 이것만은 꼭 하고 가야겠다는 일이 있습니까.
"경제 살리기죠. 경제가 살아난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게 제 목표고 일하는 보람입니다."
―정부 경제팀이 환율 방어와 금융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국민에게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에는 미국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너무 강합니다. 경제위기와 관련해 가장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사안은 국제수지 개선입니다. 우리가 1997년에 외환위기를 초래한 데는 부실한 외환관리가 한 원인이지만, 국제수지 악화가 주 요인이었습니다. 적자를 내고 있는 경상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는 게 지금 제일 중요한 숙제입니다.
다행히 정부에서 ‘10월에 무역수지는 70억 달러, 경상수지는 35억 달러의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성장이 둔화되면 희망이 없습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일자리 이상의 복지가 있겠습니까.”
韓美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이 안보의 기본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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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자당 대변인 시절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박희태 대표. |
“경제정책에 絶對善(절대선)은 없습니다. 어느 정책이나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함께 안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타당성을 상실하는 경제정책이 나오고요. 경제처럼 어려운 게 없습니다. 예측이 잘 안 맞고 돌발상황이 많고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 안된 상황에서 해제는 불가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북한 핵 제거는 점점 요원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 핵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을 안보의 기본 틀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핵무기 없이 어떻게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있습니까.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로 억제할 수 없습니다. 핵 군비에 있어서 남북간 균형이 이뤄져야 합니다. 핵은 엄청난 공포를 주는 무기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진 한 우리도 핵무기를 통해 북한이 공포감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공포의 균형’이 이뤄져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의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할 상황입니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빨리 개혁과 개방으로 나오도록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 개혁과 개방을 촉구해야 하고요. 북한을 지원하고 돕는 일 역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지금의 중국처럼만 된다면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대비해야죠. 언젠가는 그 날이 올 겁니다.”
―북한 군부가 우리 민간단체의 북한 지역 삐라 살포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정부가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에서는 “노무현 정부도 막지 않는 일을 왜 이명박 정부가 막느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상호 비방금지, 삐라살포 금지는 남북간에 몇 차례 합의가 됐던 사안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휴전선에서의 대북방송, 삐라 살포를 중단했던 것으로 압니다. 민간단체가 삐라를 살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합의된 게 없습니다. 앞으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서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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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3월 한보청문회 TV생중계 합의문 서명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여-야 총무들. 자민련 이정무(왼쪽끝) 총무를 따라가는 신한국당 박희태 총무를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가 웃으며 떠밀고 있다. |
“改憲에 반대한다”
―박 대표께서는 민간단체가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장은 어떻게 규제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봅니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道(도)를 폐지하고 현재의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해 60~70개의 자치단체로 만들자는 논의입니다. 金文洙(김문수) 경기지사, 李會昌(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더 크게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회창 총재는 한발 더 나가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연방제로 가자’는 입장입니다.
“지방행정조직 개편은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도 반론이 엄청나게 있고, 찬성하는 측도 각론으로 가면 생각이 각각입니다. 벌집 쑤신 듯 일어날 논쟁과 갈등을 잠재우면서 단일안을 만들 수 있을지, 지난한 작업이 될 겁니다. 우리 당에선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행정구역이란 게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이어서 손대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金炯旿(김형오) 국회의장이 거듭 “18대 국회 전반기 내에 改憲(개헌)을 하겠다. 국회 안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지금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분위기 아닙니까. 과거 여러 차례의 개헌은 절실한 과제가 있었는데 지금의 개헌 논의는 절실한 국민적 요구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습니다.”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은 논의해볼 만하지 않나요.
“중임제 역시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대통령 중임제를 하다 실패한 나라입니다. 정·부통령제도 실시해봤지만 실패사례입니다.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가 ‘대통령제에 책임요소를 가미하자’는 겁니다. 설령 중임제 개헌을 하더라도 전반부 4년은 재선을 하기 위해 책임지는 게 가능하지만 후반 4년은 단임제와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에 개헌 관련 특위가 구성되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할 생각입니까.
“국회에 특위가 구성돼도 이론적 논의 차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개헌 문제를 일반법 개정 다루듯 할 순 없지요. 현 단계에서 저는 개헌에 분명히 반대합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슬그머니 빠졌습니다.
“워낙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변하면 또 달라지겠지요.”
“외부에 공천 맡기는 것 再考하겠다”
―5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서 한국정치가 이뤄낸 성취,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을 꼽아주시죠.“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기반을 굳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 안 쓰는 정치는 정착단계입니다. 내가 처음 출마할 때는 유권자에게 돈과 선물을 주는 게 당연시됐습니다. 다만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타협의 정치는 아직 성숙이 안돼 있습니다. 앞으로 의 숙제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을 연마하고 성숙시키는 일입니다.”
―국민들의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신은 여전합니다. 총선이 있을 때마다 초선의원들이 전체 의석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게 그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 점은 참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이 엄청난 정치적 비용을 들여 정치인을 애써 키워놓고, 경륜을 펴보기 전에 낙마시키는 것은 자산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내각제이긴 하지만 일본만 해도 10선이 넘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자기 당 선거 출마자를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기고 있습니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피해보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죠.
“公黨(공당)이 후보 하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사람들에게 자기 당 공직 후보자 선택을 맡기고서야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하겠습니까.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吳世勳(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金台鎬(김태호) 경남지사 등이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들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을 갖고, 2010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도전할 경우 공천을 해주실 겁니까.
“제가 이 시점에서 공천을 준다. 안 준다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단체장들이 임기 중에 출마하면 행정공백이 심각합니다. 지난 총선 공천 때 ‘중도 사퇴한 자치단체장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는다’는 내부 심사기준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