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부 차관, 駐제네바·EU·유엔·영국 대사 역임한 경제·통상 전문가
⊙ 부인 나탈리아 페드리히는 주한대사배우자협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
⊙ 삼성전자, SK 에너지서비스, 포스코 E&C, 한국전력 등 도미니카에 진출
⊙ 도미니카공화국은 작년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 달러’ 국가에 진입
⊙ 2022년 850만 명의 외국 여행객들이 ‘작은 파라다이스’ 도미니카 방문… 내년 1000만 명 달성 목표
⊙ “경제학자로서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과정 공부”
柳鐘守
1962년생. 연세대 보건학 박사 / 美뉴욕플러싱 YMCA 이사장, 뉴욕가톨릭재단 부총장, 유엔재단 새천년개발사업 고문, 現 바레인왕국 국가보건의료최고위원회 고문, 남미개발은행(IDB) 남미국가 진단검사역량 강화사업 수석책임역, 서울의과학연구소(SCL) 국제사업 고문, 연세대 보건대학원 초빙교수
⊙ 부인 나탈리아 페드리히는 주한대사배우자협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
⊙ 삼성전자, SK 에너지서비스, 포스코 E&C, 한국전력 등 도미니카에 진출
⊙ 도미니카공화국은 작년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 달러’ 국가에 진입
⊙ 2022년 850만 명의 외국 여행객들이 ‘작은 파라다이스’ 도미니카 방문… 내년 1000만 명 달성 목표
⊙ “경제학자로서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과정 공부”
柳鐘守
1962년생. 연세대 보건학 박사 / 美뉴욕플러싱 YMCA 이사장, 뉴욕가톨릭재단 부총장, 유엔재단 새천년개발사업 고문, 現 바레인왕국 국가보건의료최고위원회 고문, 남미개발은행(IDB) 남미국가 진단검사역량 강화사업 수석책임역, 서울의과학연구소(SCL) 국제사업 고문, 연세대 보건대학원 초빙교수
- 사진=류종수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날, 경복궁이 가까운 아담한 기와집 한식당에서 쿠엘로 카밀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Dominican Republic) 대사를 만났다.
주말에 경기도 가평의 남이섬을 구경하러 갔다가 귀갓길 교통체증에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화사하게 미소 띤 얼굴로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중동 국가들을 종종걸음으로 오가면서 온화한 목소리로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떠올랐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두 사람이 비슷한데 외모는 쿠엘로 대사가 조금 낫지 않나 싶다.
경제학자에서 재정부 차관, 통상 전문 외교관…
쿠엘로 카밀로 대사는 한국에 부임한 외국의 특명 전권대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에서 대사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스물일곱 살에 도미니카공화국의 재정부 통상 분야 차관을 지냈고, WTO 대사, EU 대사, 유엔 대사, 영국 대사, 카타르 대사를 거친 후 2020년 12월에 서울로 부임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쿠바 옆에 위치한 섬나라다. 우리와는 1962년 수교했다. 같은 카리브해에 있는 도미니카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과는 다른 나라다.
도미니카공화국은 2022년 기준 인구 1100만 명, 1인당 GDP 1만120달러를 달성했다.
중미통합체제(SICA) 회원국(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벨리즈, 도미니카공화국) 중 처음으로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 달러’ 국가에 진입했다.
한국 부임 만 3년을 맞고 있는 그에게 농담처럼 ‘다음 대사직은 어느 나라에서 할 건가’ 물었다.
“제가 경제학자에서 재정부 차관이 되고, 또 통상 전문 외교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척 순탄했습니다. 어떤 비결이 있냐고 많이 물으세요.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만난 여러 멘토의 신뢰와 격려가 저를 계속 도전하게 했습니다. 정부가 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내시는 곳 어디에서나 국가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열심히 일할 각오입니다.”
대사의 부인 나탈리아 페드리히 여사는 현재 주한대사배우자협회의 회장이다. 한국에 부임한 대사들의 배우자 5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살고 있는 10대 후반의 남학생에게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대사는 개인의 삶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내 덕분이죠. 대사배우자협회가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보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에서 자라나는 18세 이하 아동이 약 3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육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어려운 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매달 한두 차례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보육원을 방문합니다. 아동들을 만나고 시설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양육시설과 그룹홈에서 거주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하여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우사처럼 활동하는 나탈리아 페드리히 협회장
대사 부인 나탈리아 페드리히 여사는 스페인 출신이다. 댄서처럼 단단한 체형에 파란 에메랄드 빛의 맑은 눈동자를 지닌, 금발의 활달한 커리어 우먼이다. EU 의회 사무처의 경영국장 및 유럽의회의 고위직 간부로 15년 이상 일했다. 유엔의 EU 대표부와 뉴욕에 위치한 유니세프 본부의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그녀는 벨기에 브뤼셀의 한 파티장에서 EU 대사를 역임 중인 쿠엘로 카밀로 대사를 처음 만났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뉴욕 외교가의 한 파티장에서 유엔 주재 대사가 된 그와 다시 조우했다. 그들은 메렝게와 바차타 리듬에 맞추어 잠들지 않는 뉴욕의 밤이 깊어 가도록 함께 춤을 추었다.
페드리히 여사는 다섯 살, 일곱 살 된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지만 집 밖을 나서면 돌진해오는 황소를 칼과 붉은 천 ‘무레타’로 요리하는 투우사처럼 활동을 한다. 지모를 겸비한 여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 한국에 부임한 외국 대사의 배우자가 한국 사회가 어두운 그늘이라고 느낄 수 있는 보육기관 아동 돕기에 나선 계기가 있으신지요.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사배우자협회는 대사 부인들이 멤버입니다.
한국 사회를 함께 이해하고 한국 문화와 전통을 배우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모임의 중요한 취지입니다. 음식을 만들고, 문화재들과 문화행사들을 참관하고, 고적지를 방문하고, 선진 의료기관들을 견학합니다. 한국을 배우고 경험하는 모임들을 매년 50회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페드리히 여사는 또 “한국 정부와 지방 행정기관들이 초청하는 국제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3년 가까이 살면서 한국을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양육기관에서 자라나는 아동들과 십대 청소년들을 챙기는 것은, 제가 엄마로서 지키려 애쓰는 가정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어느 사회든지 불우한 가정환경의 아동들은 존재합니다. 어른들이 어떻게 그들을 보호하고 챙기느냐가 그 사회의 선진성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가정의 보호로부터 방치된 아동들은 한국 사회의 깊은 그늘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내 입양에 큰 진전이 없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혈연주의가 강한 탓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가들은 입양에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전체 보육 아동 중 나이가 어린 20% 미만의 아동들만 입양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입양이 안 된 아이들은 18세까지 양육시설에서 성장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합니다. 3만 명이 넘는 아동들이 부모의 돌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잘못하면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 하고 격려하고, 잘하는 방법들을 가르쳐줍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지게 됩니다. 양육기관에서 18세까지 지내다가 혼자 자립해야 하는 아동들,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빅 브라더, 빅 시스터’
― 여사께서 한국을 떠나기 전에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아주 훌륭한 고등교육기관들이 지역마다 많습니다. 대학교마다 총동문회가 있고, 매년 활발하게 친목 행사들과 기금 모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ROTC 장교 출신 동기들도 상당히 활동적으로 모인다고 전해 듣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동문회들과 협업을 해, 양육기관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하려 합니다. 저는 남편의 대사직이 종료되면 아쉽지만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동문회와 함께 ‘빅 브라더, 빅 시스터’ 같은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을 만들면 제가 떠나더라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지키는 훌륭한 수호천사의 취지를 이어갈 것이라 생각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페드리히 여사가 말하는 ‘빅 브라더, 빅 시스터’ 같은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이 어떤 건지 궁금증이 생겼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이든 몇 번이든 만나 장래 진로 얘기도 나누고,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관심과 격려를 주는 시간을 가진다면, 정부와 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입양기관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무척 필요한 정신적·정서적인 자양분들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사회 문제는 개인과 조직의 협동적 실천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2023년 성탄절에 우리 아동들에게 산타 같은 ‘큰형님과 큰언니들’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기원해봅니다. 저도 동료들과 함께 대학 동문회 대표들을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겠습니다.”
쿠엘로 카밀로 대사도 아내의 말을 거들며 “살아오면서 어려웠던 시간들이 닥칠 때마다 믿고 격려하는 멘토들이 큰 힘이 되었다”면서 멘토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엔 대사 시절 반기문 총장과 일하기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카밀로 대사는 경제학자 출신의 외교관이다.
“저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중앙은행에서 1년을 근무하고, 미국 일리노이주 어바나 샴페인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스물네 살이었습니다. 미국 대학교들의 교수직 제안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취업 제안을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도 산토도밍고에 위치한 유엔 산하 기구에서 도미니카 정부와 민간 산업계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상 방안들을 제시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런 업무를 하며 가끔 정책 자문을 했던 정치인이 재정부 장관이 되며, 제게 재정부 장관 경제자문관직을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신설된 국제 통상 담당 재정부 차관에 임명됐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역무역 협정, 다자 및 양자 통상 관계 협상 및 조약 체결을 책임지는 일이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의 이익을 방어하는 협상을 위해 그때는 1년에 10번 이상 제네바 등지로 해외 출장을 다녔습니다.”
통상 교섭과 협상을 책임진 재정부 차관으로서 외국 정부, 국제기구들과 상대로 일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외교관 역할을 하게 됐다.
“재정부 차관직을 마치고, 세계무역기구(WTO) 업무들을 관장하는 제네바 주재 대사를 시작으로 다음에는 EU 대사로 브뤼셀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후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임명받았습니다. 그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와 ‘지속적 성장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기획하는 사업들에 참여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요즘 한국에서 반기문 총장이 여는 행사에는 꼭 참여합니다. 유엔 대사 이후 영국 주재 대사로 부임해 런던에서 7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후에 카타르 대사를 지내고, 대한민국에 부임해 왔습니다. 제가 지난 약 30년의 긴 기간 동안 일해온 가장 중심 된 분야는 경제와 통상이었습니다.”
미국 시장과의 근접성
― 경제와 국제 통상 전문가로서 대사님이 중요하게 여기는 국제 통상 협력의 주요 요소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무엇보다 관세 장벽 및 규제를 제거하고 무역 절차를 단순화시켜야 합니다. 시장을 상호 개방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즉 무역을 촉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기술 및 지식 공유를 통해 협력 국가들의 경제적 역량 향상과 일자리 창출과 산업계의 지속적인 혁신이 발생하게 해야 합니다. 통상은 상대 국가와 자국 내에서 인권존중, 노동기준 준수,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성장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전략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제 통상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에도 탈탄소화의 진전을 만드는 기술이전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토대가 만들어지도록 지향해야 합니다.”
― 세계은행과 IMF의 보고에 의하면 도미니카공화국이 13개 카리브해 국가 중에서 경제적인 성숙도와 성장도가 1위이고,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 총 46개 국가 중 5위에서 6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건실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이유들은 무엇인가요.
“도미니카공화국은 EU뿐만 아니라 북미, 중미 및 남미를 포함한 전 세계 9억3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양자 및 다자 간 무역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미국의 두 접경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하면 미국에 가장 인접한 국가입니다. 미국 시장과의 근접성 및 미-도미니카공화국 관계의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최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액 4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도미니카가 생산 및 수출기지로 매력적인 국가임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한전과 협력, 한국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수입”
도미니카공화국은 2022년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 달러’ 국가에 진입했다. 중진국 도약을 위한 핵심 성장 전략으로 중미-카리브 지역의 대표 관광국이 되고, 북-중남미 물류·교통 허브가 되고, 첨단 산업과 제조업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빨리! 빨리! 효과적으로 성취하는 한국적 방식’을 모국이 빨리 배우길 카밀로 대사는 갈망한다.
― 한국 기업들의 도미니카공화국 진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표적 사례들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지난 4월 도미니카공화국 라켈 페냐(Raquel Pena) 부통령이 첫 방한을 했을 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도미니카공화국 외교부 간 ‘한-도미니카공화국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고, 양국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가 한국 기업들과 함께 진행할 잠재적 협력 분야는 전자에서 운송, 물류, 생명공학, 의료, 기기, 특수섬유 및 패션, 저탄소 청정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분야입니다. 삼성전자, SK 에너지서비스, 포스코 E&C, 한국전력공사는 현재까지 도미니카에 진출해서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입니다. 또 국방을 위한 방위산업 분야도 도미니카가 한국과 해야 할 신(新)협력 분야입니다.”
― 한국전력은 어떤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한국전력은 2011년부터 세계은행의 지식과 경험 공유 프로그램(KSP)을 통해 송배전 손실률이 약 30% 수준인 도미니카의 전력 인프라 개선과 전력 공급 효율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전력 손실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 약 3.5% 수준입니다. 도미니카는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저장장치(ESS)도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전력과의 협력과 한국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수입이 중요합니다.”
“아이티 정세 불안이 가장 큰 안보위협”
― 아까 방위산업 분야를 한국과의 신협력 산업 중 하나라 언급했는데, 어떤 이유로 도미니카가 군사력을 증강해야 합니까.
“불행하게도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3분 1을 차지하고, 인구도 도미니카와 비슷하게 1100만 명을 가진 우리의 이웃 나라 아이티의 정세가 매우 불안합니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이후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가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전역에서 약 200개의 무장 갱단이 활동하며,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하고, 몸값을 받기 위해 수백 명의 시민들을 납치했습니다. 강도와 도둑들이 대낮에도 날뛰며 활동하는 무법천지입니다. 전염병과 식량 부족으로 많은 아이티 시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도미니카는 아이티와 38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 중 160km에 높이 3.9m 콘크리트 장벽을 세웠습니다. 밀입국과 마약 밀수, 치안 개선을 위해서입니다.”
― 아이티와 하나의 섬에서 국경을 맞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도미니카의 가장 큰 안보위협이군요.
“물론입니다. 아이티는 도미니카 수출 총액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통상 파트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아이티의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하고, 양국이 공동의 번영을 위하여 협력할 때까지 우리는 국가 안보와 경계 태세를 철저하게 갖춰야 합니다. 한국에서 국방과 안보를 위한 경험과 기술들을 배우고, 필요한 방산품들을 구매해야 합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카리브해의 파라다이스로 계속 번영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방위력을 가져야 합니다.”
‘작은 파라다이스’
― 도미니카공화국 국가 총생산액의 15%에서 20%가 관광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2022년에 850만 명의 외국 여행객이 캐리비안에 위치한 ‘작은 파라다이스’ 도미니카를 방문했습니다. 사상 최고의 기록입니다. 그중 130만 명은 미국, 캐나다와 유럽에서 출발한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산토도밍고항에 도착했습니다. 카리브 제도의 히스파니올라섬의 동반부에 위치한 도미니카공화국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절반쯤 됩니다. 인구 1100만 명의 도미니카에 2023년 9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 2024년 관광객 1000만 명 달성이 이뤄질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과 협력해 우리나라에 오는 비행기 티켓 비용을 최대한 저렴하게 만들고, 비행기 유류세 등 모든 세금을 최대한 감면했습니다. 모든 호텔에서 친환경 세제만 사용토록 했고, 1회용품 플라스틱 용기를 다 퇴출시켰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북으로는 대서양, 남으로는 카리브해와 맞닿아 있다. 약 1600km의 해안선을 자랑한다.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여행 코스도 다양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내륙에는 세 개의 유명한 산맥과 함께 지하동굴, 폭포 및 강이 전국에 걸쳐 있다.
3000m가 넘는 높이의 피코 두아르테는 카리브해에서 가장 높은 산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한라산보다 약 1000m 더 높다.
― 방문지를 추천해주신다면?
“카바레테 카이트 비치와 프라야 엔쿠엔트로 비치를 추천합니다. 해안선이 1288km나 되는 도미니카는 카이트 서핑(kite surfing)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많습니다. 패러글라이딩에서 사용하는 연을 서핑보드에 연결하여 공중에 띄워 바람을 이용하여 물 위를 미끄러지듯 타고 나갑니다. 물 위를 나는 시원함이 있는 스포츠로 많은 관광객이 카이트 서핑을 경험하러 도미니카 비치를 찾아옵니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곳이 카바레테 카이트 비치입니다. 바람이 적당히 불고, 물이 얕고, 조류가 강하지 않아서 보드에서 떨어져도 안전하기 때문에 초보자들과 중급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중급자나 숙련된 카이트 서퍼에게는 프라야 엔쿠엔트로 비치를 추천합니다. 탁 트인 해변의 풍경이 청량감을 줍니다. 천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해변이 수십 킬로미터나 이어지고, 오전 내내 좋은 바람이 있어서, 카이트 서핑의 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부임한 건 神의 축복”
― 카이트 서핑할 해안 말고 다른 지역도 좀 소개해주시죠.
“푼타 카나는 미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모든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맛집이 많습니다. 바닷가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와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보카치카를 추천합니다. 바다 깊이가 얕아서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생생하게 보이는 해안가 바다에, 수영장용 소파 벤치를 펴고 누워 차지 않은 잔잔한 파도 물결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바람을 즐기며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이런 사진을 보신다면 그곳은 분명히 도미니카공화국의 해변일 겁니다. 사오나섬과 바바로 비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입니다. 지역 어부들이 방금 낚은 생선을 즉석에서 조리해 와인 한잔과 함께하는 식사는 가성비가 높습니다.
한국분들이 뉴욕이나 중남미 출장을 가시는 기회가 많으신데, 가시는 길에 꼭 도미니카공화국의 해변을 방문하셔서 며칠이라도 청아한 바다와 신선한 공기를 즐기는 힐링의 기회를 가지기를 추천합니다. 뉴욕에서 비행기로 4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골프장도 많이 있습니다.”
쿠엘로 카밀로 대사는 통상 전문가답게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의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미니카공화국 진출을 다시 요청했다.
“저는 대한민국이 1950년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디지털 경제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AI 디지털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된 과정을 경제학자로서 공부했습니다. 한국에 머물면서 그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은 회복 탄력성이 강한 민족입니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우방국들과 더불어 발전시켜가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 부임해 온 걸 신(神)의 축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유력 후보
서울 외교가에 요즈음 이런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쿠엘로 카밀로 대사가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선두 주자로 유엔 사무총장직에 도전한다면, 그는 가장 강력한 조건을 갖춘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세계관과 경험과 품성은 그가 존경하는 세계적 외교관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에서 했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게 연마되고 길러진 것 같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고(故)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유니세프 사무총장 선발 심사 위원장으로 지원자인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 연상된다.
“공공 기관의 리더직을 맡는 사람들은 인간애의 철학을 평소에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봉사활동들을 꾸준히 해왔나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유엔 사무총장 선발심사위원회가 만들어진다면, 쿠엘로 카밀로 대사의 답변을 듣는 심사 위원장은 “제대로 실천한 인물이 지원했네!”라고 흐뭇한 생각을 할 것 같다.⊙
주말에 경기도 가평의 남이섬을 구경하러 갔다가 귀갓길 교통체증에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화사하게 미소 띤 얼굴로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중동 국가들을 종종걸음으로 오가면서 온화한 목소리로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떠올랐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두 사람이 비슷한데 외모는 쿠엘로 대사가 조금 낫지 않나 싶다.
경제학자에서 재정부 차관, 통상 전문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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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9일 권태신(왼쪽)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카밀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도미니카공화국은 2022년 기준 인구 1100만 명, 1인당 GDP 1만120달러를 달성했다.
중미통합체제(SICA) 회원국(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벨리즈, 도미니카공화국) 중 처음으로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 달러’ 국가에 진입했다.
한국 부임 만 3년을 맞고 있는 그에게 농담처럼 ‘다음 대사직은 어느 나라에서 할 건가’ 물었다.
“제가 경제학자에서 재정부 차관이 되고, 또 통상 전문 외교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척 순탄했습니다. 어떤 비결이 있냐고 많이 물으세요.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만난 여러 멘토의 신뢰와 격려가 저를 계속 도전하게 했습니다. 정부가 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내시는 곳 어디에서나 국가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열심히 일할 각오입니다.”
대사의 부인 나탈리아 페드리히 여사는 현재 주한대사배우자협회의 회장이다. 한국에 부임한 대사들의 배우자 5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살고 있는 10대 후반의 남학생에게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대사는 개인의 삶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내 덕분이죠. 대사배우자협회가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보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에서 자라나는 18세 이하 아동이 약 3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육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어려운 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매달 한두 차례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보육원을 방문합니다. 아동들을 만나고 시설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양육시설과 그룹홈에서 거주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하여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언어: 스페인어 수도: 산토도밍고 정치 체제: 공화제, 대통령제 면적: 1468만3931ha(세계 95위, 2021 국토교통부, FAO 기준) 인구: 1133만2972명(세계 84위, 2023 통계청) GDP: 1136억4186만 달러(세계 64위, The World Bank 기준) 종교: 가톨릭 95%, 기타 5% 수출: 101억 달러(2020년) 수입: 163억 달러(2020년) 수교: 대한민국 1962년 6월 6일, 북한 2007년 9월 24일 |
투우사처럼 활동하는 나탈리아 페드리히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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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시설의 아동을 돕고 있는 전문가들의 모임을 만든 나탈리아 페드리히 대사 부인(왼쪽에서 세 번째). |
페드리히 여사는 다섯 살, 일곱 살 된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지만 집 밖을 나서면 돌진해오는 황소를 칼과 붉은 천 ‘무레타’로 요리하는 투우사처럼 활동을 한다. 지모를 겸비한 여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 한국에 부임한 외국 대사의 배우자가 한국 사회가 어두운 그늘이라고 느낄 수 있는 보육기관 아동 돕기에 나선 계기가 있으신지요.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사배우자협회는 대사 부인들이 멤버입니다.
한국 사회를 함께 이해하고 한국 문화와 전통을 배우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모임의 중요한 취지입니다. 음식을 만들고, 문화재들과 문화행사들을 참관하고, 고적지를 방문하고, 선진 의료기관들을 견학합니다. 한국을 배우고 경험하는 모임들을 매년 50회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페드리히 여사는 또 “한국 정부와 지방 행정기관들이 초청하는 국제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3년 가까이 살면서 한국을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양육기관에서 자라나는 아동들과 십대 청소년들을 챙기는 것은, 제가 엄마로서 지키려 애쓰는 가정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어느 사회든지 불우한 가정환경의 아동들은 존재합니다. 어른들이 어떻게 그들을 보호하고 챙기느냐가 그 사회의 선진성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가정의 보호로부터 방치된 아동들은 한국 사회의 깊은 그늘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내 입양에 큰 진전이 없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혈연주의가 강한 탓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가들은 입양에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전체 보육 아동 중 나이가 어린 20% 미만의 아동들만 입양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입양이 안 된 아이들은 18세까지 양육시설에서 성장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합니다. 3만 명이 넘는 아동들이 부모의 돌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잘못하면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 하고 격려하고, 잘하는 방법들을 가르쳐줍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지게 됩니다. 양육기관에서 18세까지 지내다가 혼자 자립해야 하는 아동들,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빅 브라더, 빅 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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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엘로 카밀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와 나탈리아 페드리히 여사. |
“한국에는 아주 훌륭한 고등교육기관들이 지역마다 많습니다. 대학교마다 총동문회가 있고, 매년 활발하게 친목 행사들과 기금 모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ROTC 장교 출신 동기들도 상당히 활동적으로 모인다고 전해 듣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동문회들과 협업을 해, 양육기관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하려 합니다. 저는 남편의 대사직이 종료되면 아쉽지만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동문회와 함께 ‘빅 브라더, 빅 시스터’ 같은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을 만들면 제가 떠나더라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지키는 훌륭한 수호천사의 취지를 이어갈 것이라 생각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페드리히 여사가 말하는 ‘빅 브라더, 빅 시스터’ 같은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이 어떤 건지 궁금증이 생겼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이든 몇 번이든 만나 장래 진로 얘기도 나누고,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관심과 격려를 주는 시간을 가진다면, 정부와 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입양기관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무척 필요한 정신적·정서적인 자양분들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사회 문제는 개인과 조직의 협동적 실천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2023년 성탄절에 우리 아동들에게 산타 같은 ‘큰형님과 큰언니들’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기원해봅니다. 저도 동료들과 함께 대학 동문회 대표들을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겠습니다.”
쿠엘로 카밀로 대사도 아내의 말을 거들며 “살아오면서 어려웠던 시간들이 닥칠 때마다 믿고 격려하는 멘토들이 큰 힘이 되었다”면서 멘토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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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유엔 대사로 임명됐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신임장을 전달받고 있는 카밀로 대사. |
“저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중앙은행에서 1년을 근무하고, 미국 일리노이주 어바나 샴페인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스물네 살이었습니다. 미국 대학교들의 교수직 제안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취업 제안을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도 산토도밍고에 위치한 유엔 산하 기구에서 도미니카 정부와 민간 산업계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상 방안들을 제시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런 업무를 하며 가끔 정책 자문을 했던 정치인이 재정부 장관이 되며, 제게 재정부 장관 경제자문관직을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신설된 국제 통상 담당 재정부 차관에 임명됐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역무역 협정, 다자 및 양자 통상 관계 협상 및 조약 체결을 책임지는 일이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의 이익을 방어하는 협상을 위해 그때는 1년에 10번 이상 제네바 등지로 해외 출장을 다녔습니다.”
통상 교섭과 협상을 책임진 재정부 차관으로서 외국 정부, 국제기구들과 상대로 일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외교관 역할을 하게 됐다.
“재정부 차관직을 마치고, 세계무역기구(WTO) 업무들을 관장하는 제네바 주재 대사를 시작으로 다음에는 EU 대사로 브뤼셀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후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임명받았습니다. 그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와 ‘지속적 성장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기획하는 사업들에 참여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요즘 한국에서 반기문 총장이 여는 행사에는 꼭 참여합니다. 유엔 대사 이후 영국 주재 대사로 부임해 런던에서 7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후에 카타르 대사를 지내고, 대한민국에 부임해 왔습니다. 제가 지난 약 30년의 긴 기간 동안 일해온 가장 중심 된 분야는 경제와 통상이었습니다.”
미국 시장과의 근접성
― 경제와 국제 통상 전문가로서 대사님이 중요하게 여기는 국제 통상 협력의 주요 요소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무엇보다 관세 장벽 및 규제를 제거하고 무역 절차를 단순화시켜야 합니다. 시장을 상호 개방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즉 무역을 촉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기술 및 지식 공유를 통해 협력 국가들의 경제적 역량 향상과 일자리 창출과 산업계의 지속적인 혁신이 발생하게 해야 합니다. 통상은 상대 국가와 자국 내에서 인권존중, 노동기준 준수,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성장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전략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제 통상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에도 탈탄소화의 진전을 만드는 기술이전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토대가 만들어지도록 지향해야 합니다.”
― 세계은행과 IMF의 보고에 의하면 도미니카공화국이 13개 카리브해 국가 중에서 경제적인 성숙도와 성장도가 1위이고,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 총 46개 국가 중 5위에서 6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건실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이유들은 무엇인가요.
“도미니카공화국은 EU뿐만 아니라 북미, 중미 및 남미를 포함한 전 세계 9억3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양자 및 다자 간 무역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미국의 두 접경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하면 미국에 가장 인접한 국가입니다. 미국 시장과의 근접성 및 미-도미니카공화국 관계의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최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액 4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도미니카가 생산 및 수출기지로 매력적인 국가임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한전과 협력, 한국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수입”
도미니카공화국은 2022년 ‘인구 1000만, 1인당 GDP 1만 달러’ 국가에 진입했다. 중진국 도약을 위한 핵심 성장 전략으로 중미-카리브 지역의 대표 관광국이 되고, 북-중남미 물류·교통 허브가 되고, 첨단 산업과 제조업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빨리! 빨리! 효과적으로 성취하는 한국적 방식’을 모국이 빨리 배우길 카밀로 대사는 갈망한다.
― 한국 기업들의 도미니카공화국 진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표적 사례들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지난 4월 도미니카공화국 라켈 페냐(Raquel Pena) 부통령이 첫 방한을 했을 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도미니카공화국 외교부 간 ‘한-도미니카공화국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고, 양국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가 한국 기업들과 함께 진행할 잠재적 협력 분야는 전자에서 운송, 물류, 생명공학, 의료, 기기, 특수섬유 및 패션, 저탄소 청정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분야입니다. 삼성전자, SK 에너지서비스, 포스코 E&C, 한국전력공사는 현재까지 도미니카에 진출해서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입니다. 또 국방을 위한 방위산업 분야도 도미니카가 한국과 해야 할 신(新)협력 분야입니다.”
― 한국전력은 어떤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한국전력은 2011년부터 세계은행의 지식과 경험 공유 프로그램(KSP)을 통해 송배전 손실률이 약 30% 수준인 도미니카의 전력 인프라 개선과 전력 공급 효율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전력 손실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 약 3.5% 수준입니다. 도미니카는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저장장치(ESS)도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전력과의 협력과 한국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수입이 중요합니다.”
“아이티 정세 불안이 가장 큰 안보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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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로 대사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께 영국 대사 신임장을 전달하는 제정식 모습. |
“불행하게도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3분 1을 차지하고, 인구도 도미니카와 비슷하게 1100만 명을 가진 우리의 이웃 나라 아이티의 정세가 매우 불안합니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이후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가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전역에서 약 200개의 무장 갱단이 활동하며,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하고, 몸값을 받기 위해 수백 명의 시민들을 납치했습니다. 강도와 도둑들이 대낮에도 날뛰며 활동하는 무법천지입니다. 전염병과 식량 부족으로 많은 아이티 시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도미니카는 아이티와 38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 중 160km에 높이 3.9m 콘크리트 장벽을 세웠습니다. 밀입국과 마약 밀수, 치안 개선을 위해서입니다.”
― 아이티와 하나의 섬에서 국경을 맞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도미니카의 가장 큰 안보위협이군요.
“물론입니다. 아이티는 도미니카 수출 총액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통상 파트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아이티의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하고, 양국이 공동의 번영을 위하여 협력할 때까지 우리는 국가 안보와 경계 태세를 철저하게 갖춰야 합니다. 한국에서 국방과 안보를 위한 경험과 기술들을 배우고, 필요한 방산품들을 구매해야 합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카리브해의 파라다이스로 계속 번영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방위력을 가져야 합니다.”
‘작은 파라다이스’
― 도미니카공화국 국가 총생산액의 15%에서 20%가 관광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2022년에 850만 명의 외국 여행객이 캐리비안에 위치한 ‘작은 파라다이스’ 도미니카를 방문했습니다. 사상 최고의 기록입니다. 그중 130만 명은 미국, 캐나다와 유럽에서 출발한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산토도밍고항에 도착했습니다. 카리브 제도의 히스파니올라섬의 동반부에 위치한 도미니카공화국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절반쯤 됩니다. 인구 1100만 명의 도미니카에 2023년 9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 2024년 관광객 1000만 명 달성이 이뤄질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과 협력해 우리나라에 오는 비행기 티켓 비용을 최대한 저렴하게 만들고, 비행기 유류세 등 모든 세금을 최대한 감면했습니다. 모든 호텔에서 친환경 세제만 사용토록 했고, 1회용품 플라스틱 용기를 다 퇴출시켰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북으로는 대서양, 남으로는 카리브해와 맞닿아 있다. 약 1600km의 해안선을 자랑한다.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여행 코스도 다양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내륙에는 세 개의 유명한 산맥과 함께 지하동굴, 폭포 및 강이 전국에 걸쳐 있다.
3000m가 넘는 높이의 피코 두아르테는 카리브해에서 가장 높은 산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한라산보다 약 1000m 더 높다.
― 방문지를 추천해주신다면?
“카바레테 카이트 비치와 프라야 엔쿠엔트로 비치를 추천합니다. 해안선이 1288km나 되는 도미니카는 카이트 서핑(kite surfing)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많습니다. 패러글라이딩에서 사용하는 연을 서핑보드에 연결하여 공중에 띄워 바람을 이용하여 물 위를 미끄러지듯 타고 나갑니다. 물 위를 나는 시원함이 있는 스포츠로 많은 관광객이 카이트 서핑을 경험하러 도미니카 비치를 찾아옵니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곳이 카바레테 카이트 비치입니다. 바람이 적당히 불고, 물이 얕고, 조류가 강하지 않아서 보드에서 떨어져도 안전하기 때문에 초보자들과 중급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중급자나 숙련된 카이트 서퍼에게는 프라야 엔쿠엔트로 비치를 추천합니다. 탁 트인 해변의 풍경이 청량감을 줍니다. 천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해변이 수십 킬로미터나 이어지고, 오전 내내 좋은 바람이 있어서, 카이트 서핑의 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부임한 건 神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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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타 카나(Punta Cana)는 미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
“푼타 카나는 미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모든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맛집이 많습니다. 바닷가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와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보카치카를 추천합니다. 바다 깊이가 얕아서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생생하게 보이는 해안가 바다에, 수영장용 소파 벤치를 펴고 누워 차지 않은 잔잔한 파도 물결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바람을 즐기며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이런 사진을 보신다면 그곳은 분명히 도미니카공화국의 해변일 겁니다. 사오나섬과 바바로 비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입니다. 지역 어부들이 방금 낚은 생선을 즉석에서 조리해 와인 한잔과 함께하는 식사는 가성비가 높습니다.
한국분들이 뉴욕이나 중남미 출장을 가시는 기회가 많으신데, 가시는 길에 꼭 도미니카공화국의 해변을 방문하셔서 며칠이라도 청아한 바다와 신선한 공기를 즐기는 힐링의 기회를 가지기를 추천합니다. 뉴욕에서 비행기로 4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골프장도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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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치카(Boca Chica)는 파도가 잔잔하고 바람이 청량해 물놀이와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
“저는 대한민국이 1950년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디지털 경제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AI 디지털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된 과정을 경제학자로서 공부했습니다. 한국에 머물면서 그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은 회복 탄력성이 강한 민족입니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우방국들과 더불어 발전시켜가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 부임해 온 걸 신(神)의 축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유력 후보
서울 외교가에 요즈음 이런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쿠엘로 카밀로 대사가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선두 주자로 유엔 사무총장직에 도전한다면, 그는 가장 강력한 조건을 갖춘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세계관과 경험과 품성은 그가 존경하는 세계적 외교관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에서 했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게 연마되고 길러진 것 같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고(故)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유니세프 사무총장 선발 심사 위원장으로 지원자인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 연상된다.
“공공 기관의 리더직을 맡는 사람들은 인간애의 철학을 평소에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봉사활동들을 꾸준히 해왔나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유엔 사무총장 선발심사위원회가 만들어진다면, 쿠엘로 카밀로 대사의 답변을 듣는 심사 위원장은 “제대로 실천한 인물이 지원했네!”라고 흐뭇한 생각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