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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이란 사태

솔레이마니의 죽음과 이란

솔레이마니와 하메네이의 트럼프 조롱이 禍 불렀을 수도

글 :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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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레이마니, 2008년 페트레이어스 미국 중부사령관에게 “내가 이란의 이라크·레바논·가자·아프가니스탄 외교업무 총책임자”라고 공언
⊙ 美 국무부, “2003~2011년 이라크에서 戰死한 미군 608명 중 17%가 솔레이마니 때문에 사망”
⊙ 이란과 미국은 확전 자제했지만, 親이란 이라크 민중동원대 등의 테러 가능성 남아 있어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대학 이슬람학 석사 및 박사(수료), 이란 테헤란대학 이슬람학 박사 / 現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연구회전문위원, 종교평화국제사업단 영문 계간지 《Religion & Peace》 편집장 / 저서 《법으로 보는 이슬람과 중동》 《IS를 말한다》 등 공저 다수
지난 1월 7일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피살된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고향 케르만에서 열렸다. 사진=AP/뉴시스
  지난 1월 2일 예정보다 3시간 늦은 오후 10시30분 시리아 최초의 민간항공인 샴항공(Cham Wings Airlines) 6Q501기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를 출발하였다. 1월 3일 새벽 0시36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Qods)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그는 일행과 함께 미리 영접 나온 이라크 민중동원대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일행과 반갑게 만나 차량 두 대에 나눠 탔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이 차량들을 기다리고 있던 미군 드론 MQ-9 리퍼(Reaper)에서 미사일 4기가 발사되었다. 첫 발이 명중하여 목표물이 파괴되면서 탑승자 10명 전원이 즉사하였다.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한 지 불과 11분 만인 0시47분에 작전이 끝났다. 2008년 미국 중부사령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David Petraeus)가 ‘사악(evil)하다’고 평가한 솔레이마니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염원대로 전장에서 제거되는 순간이었다.
 
 
  ‘혁명을 지키는 부대’ 혁명수비대
 
이란 혁명수비대는 글자 그대로 이란 이슬람공화정 체제를 지키는 군대이다. 사진=뉴시스/AP
  이란의 군(軍)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다. 정규군은 이란의 국토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고, 혁명수비대는 국토 수호와 함께 이름 그대로 이슬람혁명을 지키는 사명을 띠고 있다. 정규군은 약 35만명, 혁명수비대는 약 12만5000명 규모다. 혁명수비대는 정규군과 마찬가지로 육·해·공군으로 구성되었다.
 
  전시(戰時)에 양군은 함께 작전을 펼치지만, 평소에는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테면 정규군 해군은 카스피해(海)와 이란 남쪽 바다를 큰 군함으로 지키고, 혁명수비대 해군은 페르시아만을 경량 쾌속함으로 수호한다. 정규군 공군은 더 너른 영공을 많은 전투기로 지키지만, 미사일은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이 관리한다.
 
  이렇게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로 군 체제가 이원화(二元化)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군의 모호한 태도가 원인이다. 공군 일부가 호메이니에게 충성을 맹세하였지만, 군이 혁명에 열정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글자 그대로 ‘혁명을 지킬 수 있는 부대’를 만든 것이다.
 
  혁명수비대는 산하 2개의 독특한 부대를 운용한다. 무급(無給) 자원자로 구성된 ‘바시즈(Basij)’와 정예부대 ‘쿠드스’군이다.
 
  바시즈는 흔히 언론에서 ‘민병대(民兵隊)’로 부르는 부대로, 평소에는 이슬람 문화 수호를 위한 사회 질서 확립 활동을 한다. 교육기관부터 공장, 모스크, 회사 등 사회기관 곳곳에서 이슬람 문화의 수호 활동을 하다가 국가 위기 시에는 기꺼이 전투에 참가하는 민방위대라고 할 수 있다.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 경찰과 함께 진압에 나서기도 한다. 2009년 대선 부정선거 규탄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것도 바로 바시즈다.
 
  바시즈 규모는 400만명에서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혁명 성공 후 호메이니가 “혁명을 지킬 2000만명의 대중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시즈가 그런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시즈는 의지가 충만한 인물들이 지원한 부대로 쉽게 얕잡아보기 어렵다. 2012년 시리아 전선(戰線)이 지지부진하자 솔레이마니가 시리아군은 쓸모가 없다면서, 바시즈 여단 하나만 있으면 시리아 전역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말이 통하는 악마’
 
  미국의 눈엣가시 솔레이마니가 1998년부터 지휘한 쿠드스군은 바시즈와 전혀 다른 성격의 정예부대다. 부대원은 5000~2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드스란 ‘예루살렘’이라는 뜻이다. 시온주의자 이스라엘을 무찌르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목적으로 한 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드스군은 해외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전투·정보·외교 업무를 수행한다. 쉽게 말하면 국정원과 특수부대를 하나로 만든 부대다. 솔레이마니는 2008년 페트레이어스 미국 중부사령관에게 자신이 이란의 이라크·레바논·가자·아프가니스탄 외교 업무를 총책임지고 있다면서 당시 주(駐)이라크 이란대사와 그 후임자 모두 쿠드스 대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이란의 시아벨트 지역을 굳건하게 구축한 것도 바로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쿠드스군이다.
 
  미국은 불편한 존재 솔레이마니와 어쩔 수 없이 편의상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저지, 그리고 2014년 발흥한 다이시(IS의 아랍어명) 퇴치 작전에서 협력을 펼쳤다. 어쩌면 ‘말이 통하는 악마’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달리 보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다이시 격퇴에 함께하던 중 당시 CIA국장이던 폼페이오(현 국무장관)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통해 솔레이마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솔레이마니는 “편지를 받지도 열어서 읽어보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이 편지를 보낸 사람들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였다. 당시 이란 언론은 그의 강한 면모를 칭송하였다.
 
  그해 연말에 마이크 폼페이오는 미국에서 주목을 끌지 못한 이 사건을 공개하였다. 자신은 솔레이마니의 태도에 상처를 입진 않았다고 하면서, “그들(솔레이마니와 이란)의 통제하에 있는 병력이 미국 국익이 걸린 곳을 공격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편지의 골자”라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폼페이오는 이때 이미 솔레이마니에게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솔레이마니가 왜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이스라엘과 솔레이마니
 
  솔레이마니 제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18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쿠웨이트 일간지 《알자리다(al-Jarida)》는 이스라엘의 솔레이마니 제거 계획을 막아온 미국이 2018년 1월 제거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도 이스라엘이 긴요한 정보를 제공하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사실 중동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어떠한 식으로라도 솔레이마니 제거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솔레이마니 폭살(爆殺) 이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만일의 보복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을 공격하려는 음모를 꾸몄고, 상황이 급박해서 제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하다. 솔레이마니 살해와 관련된 정보설명회에 참가한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한 급박한 위험의 징후나 징조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표현이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솔레이마니 제거는 급박한 위험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지역안보의 불안 요인이기 때문에 제거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난해 4월 국무부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이라크에서 죽은 미군이 608명인데, 이 중 17%가 솔레이마니 때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솔레이마니가 양성한 이라크 시아 민병대가 미군을 공격한 결과라는 말이다. 쿠드스군 통제하에 증강된 시아 민병대가 오늘날 이라크 정규군으로 편제된 민중동원대인데, 이 부대의 부사령관 알무한디스 역시 솔레이마니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솔레이마니를 없애려는 시도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이란의 발표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부친 묘소 인근의 집을 구매하여 솔레이마니가 성묘하러 올 때 폭파해 죽이려고 했다고 한다.
 
  솔레이마니 역시 자신의 목숨을 적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 1월 10일 금요예배에서 테헤란 예배 인도자는 “생전에 솔레이마니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자를 몇 년 동안 찾아 나섰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하였다.
 
 
  사우디-이란 평화案 갖고 왔다 피살
 
  그만큼 이번 미군의 공격은 허를 찌른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밝힌 것처럼, 솔레이마니는 이라크가 중재(仲裁)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와 화해안(案)을 조율하기 위해 이란 정부의 메시지를 들고 오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평화안을 가지고 온 외교관 자격의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죽였다”면서 이를 ‘정치적 암살’로 규정하였다. 그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며 의회에서 미군 철수안을 제시하면서 폭로한 내용을 정리하면 솔레이마니 제거 전후 상황은 다음과 같다.
 
  2019년 12월 27일 이라크의 민중동원대 산하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가 키르쿠크 K1 미 공군기지에 카투사 로켓 30기를 발사하여, 이라크 출신 미국인 1명이 사망하고 미군 4명, 이라크군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미군은 12월 29일 보복공격에 나서 시리아와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무기고와 지휘부를 공습해 사망 25명, 부상 55명이라는 전과(戰果)를 올렸다. 사망자 수로만 보면 무려 25배의 보복을 한 것이다.
 
  그러자 12월 31일에 민간인 차림의 헤즈볼라 대원과 지지자들이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포위하면서 난입을 시도하였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압둘마흐디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서 이란과 중재를 요청하였다. 총리는 이후 대사관 점거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말하였다.
 
  사실 압둘마흐디 총리는 이 사건이 있기 이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중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라크 내에서 지난해 9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 강경진압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새로운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과도내각을 이끌고 있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다시 화해안을 가동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받은 제안을 이란 측에 보냈고, 그에 대한 답을 솔레이마니가 지난 1월 3일 새벽 바그다드로 가져와 자신과 오전 8시30분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고 했다.
 
 
  ‘순교와 총알의 후보’
 
솔레이마니는 물욕과 권력욕을 보이지 않아 이란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사진=뉴시스/AP
  이라크 총리에게 중재를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거듭된 권유에 따라 솔레이마니 제거를 결심한 것 같다. 솔레이마니가 미국을 공격하는 계획을 세워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솔레이마니 제거를 목표로 한 암살이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K1기지 공격, 대사관 습격 문제의 해결책의 하나로 여느 때와 같이 솔레이마니 살해 방안을 내놓았는데, 대통령이 이를 선택하자 화들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전 행정부에서도 그런 안(案)이 있었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이를 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솔레이마니 암살안을 채택하자 놀란 국방부는 부랴부랴 솔레이마니의 행적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동선(動線)을 확보한 후 제거에 나섰다.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국방부는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에 왜 왔는지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는 뜻이다. 압둘마흐디 총리가 솔레이마니 살해를 두고 ‘정치적 암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가 왜 이라크에 오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냉혹하게 제거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솔레이마니가 평화안을 가지고 온 외교 인사라고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2008년에 밝힌 대로 솔레이마니는 단순히 군사령관만이 아니라 이란의 시아벨트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외교정책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솔레이마니를 두고 혹자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다음가는 2인자’라는 평을 서슴없이 하지만, 사실 그는 ‘권력의 2인자’라기보다는 ‘최고지도자의 아들’이라고 평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그는 권력욕이 없는 천생 군인이었다. 해외에서만 움직이고 국내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에 국민들로부터 인기도 좋았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이 매달 실시하는 이란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6년 1월 이래 응답자의 4분의 3이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지난해 8월 조사에서는 82%가 호감을, 59%가 대단한 호감을 표하였다. 대통령 선거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거절하며 솔레이마니는 자신을 ‘순교(殉敎)와 총알의 후보’라고 하면서 전장(戰場)에서 목숨을 바치는 군인의 삶을 이야기하였다. 그러한 그를 두고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는 ‘살아 있는 순교자’라고 극찬하였다. 최고지도자가 장례식에서 공개적으로 슬픔의 눈물을 흘린 이유를 알 만하다.
 
 
  솔레이마니와 하메네이, 트럼프 조롱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는 지난 1월 6일 열린 솔레이마니 추도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사진=뉴시스/AP
  사실 솔레이마니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최근 직접적으로 트럼프를 조롱한 적이 있다.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이란의 서부 도시 하메단에서 솔레이마니는 트럼프에게 ‘신변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조 말로 위협하였다.
 
  “도박가 트럼프 씨, 내가 당신에게 말하건대, 당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근처에 우리가 있소. 상상할 수 없는 곳 당신 편에 우리가 있소. 우리 이란은 어려운 일을 겪어왔소. 당신은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끝낼 것이오. 당신 전임자들에게 물어보시오.
 
  그러니 그만 협박하시오. 우리는 당신에게 맞설 준비가 되어 있소. 미군에게 안전했던 홍해가 더 이상은 안전하지 않소. 쿠드스군과 내가 당신의 상대요.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항상 당신을 생각하오.”
 
  새해 벽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트럼프 조롱이 화근이 되어 솔레이마니가 제거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평도 있다. 지난 1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시설을 공격하여 사상자나 손해가 발생하면 이란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는 경고가 아니라 협박이다” 하면서 신년 인사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하메네이는 바로 반박 트윗을 날렸다.
 
  “그자가 이란이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일에 책임이 있고 이란이 응답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첫째,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둘째, 당신은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만일 논리적이라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 때문에 여러 나라가 당신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알리라.”
 
 
  美, 이란에 제재 해제 제안
 
  솔레이마니의 죽음은, 1979년 친미(親美) 왕정을 무너뜨리고 반미(反美) 이슬람공화정을 세운 후 이란이 주변 국가의 안보에 위해(危害)를 가하면서 중동 전역을 정치적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고 보는, 아랍왕정국과 이스라엘에는 속 시원한 일이다. 또 시리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터키 역시 솔레이마니의 부재(不在)는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한마디로 솔레이마니 죽음의 애도와 환호로 중동이 갈라져 있다.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하는 역내(域內) 국가들에는 솔레이마니 제거는 복음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폭살에 가장 놀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일 것이다. 전후(前後) 사정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달리 제거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살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긴장을 완화시키고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 칼리드를 미국과 영국으로 급파하였다. 또 자국(自國)이 이번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언론에 분명히 하였다. 자칫 잘못하면 계획에 가담하였다는 오해를 받고 보복 공격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강력한 보복(엔테가메 사흐트)’을 천명한 이란은 예상과 달리 빠르게 움직였다.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성지인 카지미야, 카르발라, 나자프를 거쳐 이란 마슈하드, 테헤란, 곰에서 추모제를 지낸 후 1월 7일 고향 케르만에 솔레이마니를 묻었다.
 
  1월 8일 이란 시각으로 새벽 1시20분, 바그다드 시각으로 0시50분 이란은 이라크 내 알아사드와 아르빌 미군 기지 두 곳에 미사일을 날렸다. 주권침해 문제를 미연에 방자하고자 공격 한 시간 전에 이미 이라크 총리에게 공격을 알렸다. 미국에도 주(駐)이란 스위스대사관을 통해 보복포격을 공지하였기에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살해가 어떠한 반응을 불러올지 몰라 제거 직후 이란 측에 “보복하지 않으면 제재를 해제해주겠다” “긴장을 조장하지 마라. 보복하려면 상응한 정도로만 하라” “보복하지 마라”는 등 여러 메시지를 다양한 통로로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방증이다.
 
  이란 역시 국민들에게 약속한 이상 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자칫 잘못하여 미군 사망자라도 생기면 전면전(全面戰)으로 확산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보복 공격을 한 것이다. 양측 모두 전면전이든 국지전(局地戰)이든 간에 전쟁은 원하지 않았다.
 
  공격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바그다드 북부 알타지 기지 대신 알아사드 기지를 선택하였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시설(미군 기지)을, 당한 만큼 상응하는 보복을 직접 하라는 최고지도자의 지침이 나오자 이를 지체 없이 실행하되, 불필요한 확전(擴戰)은 피하려고 애쓴 것이다.
 
 
  시리아는 ‘이란의 레드라인’
 
  솔레이마니가 없는 이란이 향후 어떻게 중동 역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그가 없어도 쿠드스군이 체계적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문제 없으리라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솔레이마니가 오랜 기간 개인적인 능력으로 친이란 세력을 형성하고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하리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란에 급선무는 무엇보다도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솔레이마니는 생전에 시리아를 ‘이란의 레드라인’이라고 불렀다. “시리아는 이란에 천국이고 미국에는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리아가 이란에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하였다.
 
  만일 이란이 시리아를 놓치면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지원이 불가능하다. 헤즈볼라는 전적으로 이란의 지원으로 존재하는 반(反)이스라엘 무장세력이다. 시리아를 놓치면 테헤란까지 위험하다는 것이 이란의 시각이다. 그래서 이란은 2011년 이래 어떻게 해서든지 시리아 정부를 살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고, 러시아까지 끌어들이면서 결국 지켜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이스라엘에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국경의 북쪽에 도사리고 있는 헤즈볼라와 함께 국경의 동쪽 시리아에 이란이 포진, 적대 세력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18개월간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시리아 내 이란 기지를 공습하였다.
 
  이라크는 2011년 미군 철수 이후 이란의 독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것이 아니기에 이란과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며 이라크를 떠나라고 요구하였다.
 
  솔레이마니 살해 후 이라크와 이란에서 상승한 반미 감정 때문에 미국이 향후 이라크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 “솔레이마니의 생전 소원이 미군 철수였는데,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죽어서 이룰 가능성이 생겼다”면서 급작스런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로 불 붙은 반미 감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군,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
 
  그러나 미국은 철수할 의사가 없다. 철수를 요구하면 미국 내 이라크 자산을 동결하겠다는 엄포까지 놓는 이유는 미국 국익에 이라크 철수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터키는 2016년 쿠데타 때 미국이 쿠데타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미군의 인지를릭 공군기지 사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이 이라크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아르빌 기지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라크 내 수니와 쿠르드 역시 미군 철수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 이라크 국회가 구속력이 전혀 없는 미군 철수안을 통과시킬 때 수니와 쿠르드 의원은 참가하지 않은 채 시아파 의원들만 출석하였다. 철수를 강력히 주장한 압둘마흐디 총리 역시 시아파다.
 
  이라크 내, 더 나아가 중동 전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최대의 복수로 여기는 이란의 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혁명 지도자 호메이니는 이라크 카르발라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사담 후세인이 막고 있어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현실적인 말이다. 테헤란에서 카르발라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가려면 미국을 우선 이라크에서 밀어내야 하는데, 미국이 더욱 단단히 자리를 굳힐 기세다.
 
  솔레이마니 살해 직후 극도로 상승하던 긴장감이 이란의 보복 공격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재보복 발언 없는 대국민 연설 이후 상당히 가라앉았다. 이란을 적대시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도 더 이상 불안한 정황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군사적 대치 강도는 누그러질 것 같다.
 
  이란은 미국의 재보복 시 두바이와 하이파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친이란 세력들, 즉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민중동원대, 예멘의 후시 반군이 이란을 도와 곳곳에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과,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모두 익히 알고 있다. 중동 전역이 불바다가 될 상황을 그 누구도 사실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드론 공격으로 부사령관을 잃은 이라크 민중동원대가 공언한 ‘엄청난 보복’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대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재보복이 이어지고, 이란과 이란의 영향력이 미치는 세력을 하나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라크 내 쿠드스군을 타격하거나 이란을 국지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라크는 이란과 미국이 각축전을 지속하는 불행한 전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의 비행기, 이란의 두뇌, 캐나다의 아픔’
 
이란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항공기 격추사건으로 솔레이마니 피살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이란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었다. 사진=AP/뉴시스
  솔레이마니 폭살로 이란에서는 한때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되어온 반정부 시위 열기가 사라지고 반미 기운에 완전히 묻혀버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1월 8일 이란의 보복 미사일 폭격이 시작된 지 불과 5시간 만에 무리하게 이륙한 우크라이나 민항기(PS752)를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순항 미사일로 오인(誤認)해 격추,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였다. 캐나다인 사망자 63명 중에는 상당수가 이란에서 캐나다로 이민 간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란인 사망자 82명 중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공학도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비행기(plane), 이란의 두뇌(brain), 캐나다의 고통(pain)’이라고 요약한 슬픈 촌평도 나왔다.
 
  이란 항공 당국은 처음에는 기체 이상으로 추락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격추’라고 의문을 제기하였고, 격추인 듯 보이는 동영상이 나오면서 결국 사건 발생 3일 만에 혁명수비대 항공우주사령관이 직접 오인 격추라고 시인하였다. 그는 차라리 자신도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용서를 구하였다.
 
  그러나 자국군이 쏜 미사일에 맞아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추모하던 이란 대학생들은 용서할 마음이 없는 듯 시위에 나섰다. 솔레이마니에 대한 애도와 반미 감정이 무능하고 거짓말하는 혁명수비대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돌변하였다. 장군에서 순교자가 된 솔레이마니가 ‘반미 전선의 영웅’으로 이란인 가슴에서 생동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그가 평생을 바친 혁명수비대가 오히려 정부를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이란의 새해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격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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