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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현장

글로벌 피스 컨벤션 파라과이 2014

南美의 허브 꿈꾸는 파라과이를 가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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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F, 2008년부터 파라과이개발연구소(IDPPS) 설립해 파라과이 국가변혁 助言
⊙ GPF 활동가 말레네 오캄포스, 알토파라과이州 지사 당선, “주민들에게 자립하는 방법부터
    가르쳐서 빈곤을 완화하겠다”
⊙ 회의 참석한 中南美 전직 대통령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病”
⊙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늘리는 게 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
‘글로벌 피스 컨벤션 파라과이 2014’ 개막식에서 문현진 GPF 의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 및 전직 라틴아메리카 정상, 귀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4년 11월 18일 새벽 다섯 시, 파라과이 아순시온 국제공항. 공항의 모습은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단지 이른 새벽이라서가 아니었다. 공항 자체가 작았다. 일본의 지방공항보다도 작다는 느낌이었다. 출입국 심사대도 단출했다. 두 개의 부스 안에서 네 명의 직원이 일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사복 차림으로. 공항 한 편에서는 역시 사복 차림의 경비원이 남미(南美)의 특산 마테차를 마시며 입국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12시간 전 환승(換乘)을 위해 경유했던, 청색 제복 차림의 국토안보부 관세·국경보호국 직원들과 무장 군인들이 맞이하던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의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공항을 나서자 남국(南國)의 태양이 나를 맞이했다. 한여름이었다. 파라과이는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2배 40만6752km2에 달하지만 인구는 654만명, 1인당 국민소득은 4536달러에 불과한 나라다. 낮과 밤은 물론 계절까지 정반대인 이 나라에 26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은 GPF(Global Peace Foundation·세계의장 문현진)가 11월 19~21일 개최하는 ‘글로벌 피스 컨벤션(Global Peace Convention·GPC) 파라과이 2014’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40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시민운동가, 전직 정치인, 청년학생 등이 참석한 이번 GPC의 주제는 ‘국가변혁(國家變革)을 위한 로드맵-도덕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통한 자유, 번영, 그리고 통합’이었다. 국가변혁! 세월호 참사 이후 한동안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국가개조(國家改造)’를 외치던 것이 생각났다. 왜 올해 GPC는 국가변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 이야기를 하필이면 남미의 가난한 나라 파라과이에서 하는 것일까?
 
 
  “파라과이에 反기업 정서는 없다”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11월 18일 개막식 연설에서 문현진 의장은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는 파라과이를 “남미의 심장”이라고 칭하면서, 지난 수년간 파라과이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문 의장은 “변화된 파라과이는 지역의 재(再)탄생을 위한 자궁(子宮)과 같은 나라가 될 것이며, 중남미(中南美) 전역에 그 모델을 전파(傳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년간 파라과이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그러한 변화에는 GPF와 GPF가 파라과이 발전을 위해 설립한 싱크탱크인 IDPPS(파라과이개발연구소·Instituto de Desarrollo del Pensamiento Patria Sonda)가 큰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했다.
 
  솔직히 문 의장의 연설을 들을 때만 해도 그의 주장은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을 통해 문 의장이 말하는 ‘파라과이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명은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이었다.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전직 라틴아메리카 대통령들과의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카르테스 대통령에게 라틴아메리카에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와 포퓰리즘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반기업 정서와 포퓰리즘? 그런 것은 다른 나라 대통령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파라과이는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남미국가들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부(富)의 원천(源泉)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반기업 정서는 파라과이에는 없습니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파라과이는 법인세 인하 등 친(親)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늘리는 게 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빈국(貧國)에서 선진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의 사례는 우리의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지난 6월 한국 기업인 일성건설이 파라과이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입찰을 통해 국도(國道)공사를 따냈는데, 앞으로도 파라과이에 적극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GPF 활동가 출신 말레네 주지사
 
말레네 오캄포스 알토파라과이주 지사.
  기업가 출신인 카르테스 대통령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말레네 오캄포스 알토파라과이주(州)지사도 마찬가지였다.
 
  파라과이 북서부에 위치한 알토파라과이주는 파라과이에서 두 번째로 넓지만(8만2355km2), 가장 가난하고, 인구도 가장 적은 지역(2만3654명)이다. 보건소 직원 출신으로 알토파라과이주 푸에르토 카사도에서 시민운동가로 일해 온 말레네 지사는 2008년부터 GPF 사회 문제 담당 이사로 다양한 지역공동체 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지방정부의 협조를 얻어 유기농 농장, 양어장, 제빵 사업 등을 지역주민들 스스로 지속가능한 공동사업으로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했다. 문현진 의장은 “주민들이 이 과정에서 일자리와 수입을 얻은 것은 물론,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을 기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말레네 지사는 이 과정에서 추진력과 청렴성을 인정받아 2013년 8월 주지사에 당선됐다.
 
  2014년 1월 이 지역에 홍수가 나서 6개월 동안 지역주민들이 외부와 고립됐을 때, GPF는 선박을 이용해 20여 차례에 걸쳐 식량, 모포, 약, 유아용 우유 등 2만6000톤의 원조를 제공했다. 말레네 지사는 이 원조물자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해 다시 이름을 떨쳤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그를 “나의 말레네”라고 부를 정도로 아끼고 있다고 한다. GPC 개막행사에서 사회자가 그의 이름을 언급하자,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난 몰아내려면 외국인 투자 필요”
 
  말레네 지사는 “주지사로 취임한 후, 주정부 예산으로 작물 씨앗과 용구들을 구입해 빈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유기농(有機農) 농사를 짓도록 한 후, 생산물을 주정부에서 구입하는 사업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2단계로 1만6000마리의 병아리와 양계(養鷄)장비를 400가구(家口)에 나누어주는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말레네 지사는 “주정부도, 중앙정부도 재정이 부족해, 예산을 잘게 나누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분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가난을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주민들에게 자립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빈곤을 완화시키기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말레네 지사는 “알토파라과이주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극빈층(極貧層)-대부분 인디오(아메리카 원주민)-이 자립(自立)하도록 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산업과 인프라가 필요하며, 산업과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 석유회사의 자(子)회사를 국유화한 일이 있음을 지적하자, 그는 “알토파라과이주에 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보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네 지사는 “아직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도 없고, 통신시설도 열악한 미개척지(未開拓地)지만, 알토파라과이주는 저렴한 땅과 풍부한 수자원을 갖고 있다”면서 “알토파라과이는 브라질, 볼리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프라만 갖추어지면 3개국을 연결하는 허브(hub)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기하지 않고 부패와 싸워나갈 것”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서 브라질로 국경을 넘어가려는 차량들.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국경무역으로 번성하는 도시다.
  “현재 중앙정부와 로마플라타~카르멜로 페랄타(브라질과의 접경에 있는 파라과이 도시) 아스팔트 도로를 놓는 문제를 논의 중입니다. 파라과이와 브라질 양국 대통령은 두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카르멜로 페랄타와 브라질 도시 푸에르토 무르치뇨 간에 물류(物流)가 급증할 것입니다. 볼리비아와도 도로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카르멜로 페랄타는 시우다드 델 에스테(파라과이-브라질-아르헨티나 접경지역에 있는 파라과이 도시) 못지않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계획일 뿐, 아직 아무것도 갖추어진 것은 없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말레네 지사는 “시작단계인 지금이야말로 알토파라과이에 투자할 적기(適期)”라면서 “부디 알토파라과이에 대해 잘 써주셔서 한국 기업들이 알토파라과이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표정이 무척이나 간절해 보였다.
 
  “인기가 무척 높던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직에 도전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지만, 우선은 이 가난한 주(州)에서 일을 잘 하려고 합니다. 저는 아주 보잘것없는 여자입니다.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민위원회, 여성·노인·청소년 단체 등 밑바닥에서부터 일해 온 저를 믿고 주지사로 뽑아주었습니다.
 
  저는 정말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지금 그들은 굶주림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그들의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토파라과이는 주민들의 삶의 질에는 무관심한, 부패한 마피아류의 정치집단이 지배해 왔습니다. 나는 알토파라과이의 아이들이 미래에 더 나은 알토파라과이, 부패하지 않은 더욱 좋은 주정부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말레네 지사는 주지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한 자신이 지사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GPF가 설립한 싱크탱크 IDPPS 소속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파라과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인 《ABC》의 소유주인 수콜리요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이야기를 했다. “수콜리요 씨는 ‘주지사님, 몸조심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저 자신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이 제게 전화를 준 것은 저를 압박하는 부패한 정치가와 관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투명성, 정직, 노동, 주민 삶의 질(質) 향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부패한 관행을 이어나가려는 정치가들, 탁상행정만 하려는 관료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저를 무시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자니까 조금 압력을 가하면 울다가 포기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부패와 싸워나갈 것입니다.”
 
  한국인 스페인어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얘기였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정이 배어 있었다. GPF가 꽤 괜찮은 정치인을 발굴해 냈다는 생각과 함께, 말레네 지사야말로 ‘도덕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통한 자유, 번영, 그리고 통합’이라는 이번 행사의 부제(副題)에 딱 맞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포퓰리즘 비판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전직 라틴아메리카 정상들이 참여하는 라틴아메리카 대통령 미션(LAPM·Latin America Presidential Mission)이었다. LAPM은 2012년 미국 애틀랜타 카터센터에서 열린 GPC에 참석했던 전직 중남미 대통령들이 만들었다. 현재 26명의 전직 대통령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GPC에 참석한 후안 카를로스 와스모시 전 파라과이 대통령(1993~98년 재임)이 말했듯이 LAPM은 전직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후임자들과 공유함으로써 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LAPM에서 이번 행사에 참석한 18명의 전직 대통령은 11월 18일 오후에 열린 행사에서 중남미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 경제발전, 교육, 청소년, 여성, 도덕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모두가 ‘지당한 얘기’들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들이 재임 중 제대로 일을 했으면 오늘날 중남미가 이 모양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 중 몇 명에게 중남미 국가들의 고질병인 포퓰리즘에 대해 물어보았다. 라우라 친치야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2010~14년 재임)은 “포퓰리즘은 남미의 가장 큰 악(惡) 중 하나”라고 말했다. 루이스 알베르토 라카예 전 우루과이 대통령(1990~95년 재임)은 “포퓰리즘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병(病)”이라고 비판했다. 카를로스 메사 전 볼리비아 대통령(2003~05년 재임)은 “포퓰리즘은 국가주의와 반(反)제국주의, 소득분배를 통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 부(富)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아주 특이한 조합(組合)”이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2002~03년 재임)을 비롯해 인터뷰에 응한 전직 대통령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포퓰리즘 내지 좌파사조(左派思潮)가 퇴조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칠레·우루과이 등에서 좌파정권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이 나라들에서도 외국인 투자와 기업활동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알데 전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 두 나라만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두 나라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들이 집권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였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서
 
  11월 21일 말레네 지사가 언급했던 브라질과의 국경도시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다녀왔다. 아순시온에서 시우다드 델 에스테까지는 다섯 시간 거리.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평원(平原)이 계속됐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가 간간이 보였다. 부러웠다. 하지만 다른 중남미국가들처럼 파라과이에서도 소수(少數)의 벌족(閥族)이 이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도로는 2차선 혹은 4차선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도나 지방도로 수준. 멜라네 지사는 알토파라과이주에는 이런 포장도로도 없다고 말했다. 김윤희 KOTRA 아순시온 무역관장은 “파라과이는 19세기 말 철도를 건설했지만 50년 전에 폐쇄됐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기술연구원과 서영엔지니어링이 철도재건 및 관련 인재양성을 위해 철도학교를 개설했는데 170명의 수강신청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었다. ‘파라과이가 진정한 허브국가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수도 아순시온보다 더 활기가 넘쳐 흘렀다.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접경도시로 물류의 중심인 덕분이리라.
 
  브라질과의 국경에는 적색, 흰색, 파란색 가로 줄무늬의 파라과이 국기(國旗)가 휘날리고 있었다. 파라과이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1811년, 남미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였다. 중남미 독립 과정을 다룬 존 찰스 채스턴의 《아메리카노》에 의하면, 파라과이 독립운동의 지도자였던 호세 가스파르 로드리게스 데 프란시아는 아순시온에서 몇 안 되는 박사 학위 소지자 중 한 명으로 프랑스대혁명에 공명(共鳴)하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파라과이 국기의 색깔이 프랑스의 삼색기(三色旗)와 같은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혁명의 이상(理想)은 파라과이, 아니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아직도 요원한 꿈처럼 여겨진다. 그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문현진 GPF의장 인터뷰
 
  NGO의 힘으로 파라과이를 변화시킨다!
 
문현진 글로벌 피스 파운데이션(GPF) 세계 의장.
  2014년 11월 20일 아순시온의 부르봉호텔에서 문현진 GPF 세계의장을 인터뷰했다.
 
  —문 의장이 강조하는 ‘국가변혁(National Transformation)’은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국가개조’나 ‘국가혁신’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내가 생각하는 ‘국가변혁’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특정 정권이 주장하는 ‘국가개조’나 ‘혁신’과는 다릅니다. 국가변혁이 지속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유, 인권,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인 원칙과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합니다.”
 
  —문 의장은 《코리안드림》에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문제점으로 스페인-포르투갈의 식민통치에서 유래하는 봉건적 유산(遺産)을 꼽았습니다.
 
  “스페인-포르투갈의 통치 이래 남미 지역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등한시하고 소수(少數)가 특권(特權)을 향유하는 체제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대부분의 남미인, 심지어는 엘리트들조차도 그런 유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체제를 받아들여 왔습니다. 엘리트층들은 특권을 향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주장해 왔습니다. 중남미에서 여러 형태의 포퓰리즘과 독재, 전체주의가 자라게 된 것도 이러한 모순 때문입니다.”
 
  —그런 수백 년 된 유산을 일개 NGO인 GPF의 힘으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NGO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다른 나라 정부가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이 어떻게 나가야 할지를 가르쳐주려 한다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NGO는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파라과이에서 많은 ‘관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2008년 파라과이의 특권층 자녀들 20여 명과 함께 차코(파라과이의 북서부) 지역에서 소몰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5일간 200마리의 소를 몰고 150km를 이동했죠. 그들은 가난한 현지 주민들에게 자신이 가진 음식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주민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단절이 심한 라틴아메리카에서 이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파라과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나라가 번영하는 나라, 다른 나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그들의 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부모들은 나중에 내게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를 구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빈곤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토지개혁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했습니까? 마르크스주의는 부(富)의 창조가 아니라, 부의 파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상입니다. 상황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파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큰 소비자 시장을 만들어야 하고, 더 큰 소비자 시장을 갖기 위해서는 건강한 중산층(中産層)이 필요합니다.”
 
  —지금 GPF가 파라과이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변혁 작업은 카르테스 정권이 끝나면 계속하기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이 나라도 대통령이 5년 단임제더군요.
 
  “그래서 내가 싱크탱크인 IDPPS를 만든 것입니다. IDPPS는 파라과이의 여야(與野), 보수와 진보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파라과이가 남미의 허브국가가 되고, 번영을 누리게 되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누가 됐든 경제적 번영은 그들의 정치적 자본이 될 것입니다.”
 
  —파라과이는 이렇다 할 부존(賦存)자원이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인구도 적습니다. 왜 파라과이에 꽂힌 겁니까.
 
  “파라과이라는 나라만 놓고 보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파라과이를 라틴아메리카 시장으로 가는 관문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파라과이는 남미의 중앙에 있는 나라입니다. 2억 인구의 브라질, 8000만 인구의 아르헨티나가 모두 파라과이의 시장입니다. 파라과이는 이타이푸댐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남아돌아서 이웃 나라로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전기료가 가장 싼 나라입니다. 인건비, 토지비용도 저렴합니다.
 
  아르헨티나를 떠난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바로 파라과이입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주변 어느 나라도 파라과이만큼 친기업적이지 않습니다. 법인세율이 남미에서 가장 낮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파라과이는 인프라가 너무 취약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한국에는 기회입니다. 한국에서는 건설업체들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습니다. 아직 인프라가 취약한 파라과이에는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할 일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말 파라과이의 미래를 낙관합니까.
 
  “2008년 내가 처음 파라과이에 왔을 때, 이 나라는 미(美) 국무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할 정도로 위험한 나라였습니다. 당시 나는 내 소유의 땅을 국유화(國有化)하려는 대통령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지금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가장 친기업적인 나라입니다. 정 의심스러우면 5년 뒤에 다시 와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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