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대륙과 일본열도가 범퍼 역할, 强震 가능성 낮아
⊙ 지각조사·耐震설계 필요하지만, 과민반응 필요 없어
池憲哲
⊙ 52세. 서울대 공과대학, 서울대 자원공학 석사. 텍사스 A&M대 지구물리학 박사.
⊙ ARCO Oil&Gas연구소 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부지구조분과위원 역임.
⊙ 現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소방방재청 자문위원.
⊙ 지각조사·耐震설계 필요하지만, 과민반응 필요 없어
池憲哲
⊙ 52세. 서울대 공과대학, 서울대 자원공학 석사. 텍사스 A&M대 지구물리학 박사.
⊙ ARCO Oil&Gas연구소 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부지구조분과위원 역임.
⊙ 現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소방방재청 자문위원.

- 쓰나미가 덮친 일본 미야기(宮城)현 동북부 미나미산리쿠의 처참한 전경. 이번 일본 대지진은 인간의 예측 및 대처능력을 넘어서는 재해였다.
만약 ‘안전’을 ‘지진 가능성’이나 ‘규모’에 국한해 생각한다면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지진활동은 판(板)의 경계(境界)에서나 활발하게 일어나지, 판의 내부(內部)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타이완 같은 경우가 판의 경계에 위치한 대표적인 나라들이고, 일 년에 지진이 한두 번밖에 발생하지 않는 시베리아는 판의 내륙에 위치한 케이스다.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판의 내륙 쪽에 위치하고 있다. 지진이 드물고, 발생하더라도 범위가 ‘구(區)’나 ‘군(郡)’ 단위로 국지적(局地的)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규모 2 이상의 지진은 연 40회 내외 정도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 3~4 이상의 지진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1978년 계측 이래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한 지진은 1980년 북한 의주(義州)에서 발생한 5.3 규모의 지진이다. 남한에서는 1978년과 2004년에 각각 홍성(洪城)과 울진(蔚珍)에서 발생한 규모 5, 5.2의 지진이다. 홍성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건물에 금이 가고 벽체가 떨어져 나가면서 약간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있었다. 울진 지진은 해상에서 발생해 피해가 전혀 없었다.
물론, 판의 내륙에서도 강진(强震)의 가능성은 있다. 오래전 판의 경계였던 부분이 이제는 붙어서 단층(斷層)이라는 ‘흉터’로 판 내륙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판과 판의 힘겨루기가 단층에까지 부담을 주게 되면, 판의 내륙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진도 7 정도의 규모로, 도시 전체를 휩쓸고, 20만~30만명의 사상자를 냈던 중국 허베이성(河北省)의 ‘탕산(唐山)대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한반도는 운 좋게도 지각(地殼)의 양 옆에 ‘범퍼’를 끼고 있어 내륙형 강진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범퍼란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를 말한다. 큰 지진이 일어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가 땅에 축적돼야 한다. 판과 판이 서로 밀면서 생기는 힘을 땅이 참다가 못 견디고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것이 지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지형에서 그 힘을 모으고 분출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중국의 단층이나 일본 열도에서 응력(應力·stress)을 해소해 버린다. 양쪽 범퍼가 계속 맞으면서 쌓이는 ‘내상(內傷)’으로 인한 간헐적 지진이 우리나라에 있을 뿐이다.
한반도, 쓰나미 가능성 희박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발생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6.5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5라면 일본에서 발생한 이번 대지진의 여진(餘震)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 말한다면, 일본에서는 ‘생활’ 수준의 지진 규모다. 물론 6.5의 지진이 만만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최대라고 말할 정도면, 주변국가에 비해 한반도 지진의 위험성은 굉장히 적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 <해운대>를 보고 쓰나미(津波·지진해일)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쓰나미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서해와 남해는 수심(水深)이 너무 낮다. <해운대>에서는 주인공이 수조(水槽)에 담긴 물을 손으로 쳐 쓰나미 모형을 만든다. 그러나 서해와 남해는 수조보다는 ‘접시물’에 가깝다.
밤낮 때려도 그만한 파도가 치지 않는다. 다만 동해, 즉 일본의 서해에서 이 지역 최대 예상치인 규모 8.0의 지진이 났을 경우에는 삼척(三陟)과 울진 등에 5~6m 높이의 파도가 밀려올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지진 위험지역을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다. 진앙(震央)이 집중되는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략적으로 추가령단층대(원산-서울), 옥천단층대(강릉-옥천) 등이 위험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추가령단층은 서울을 지나가는 단층대다.
추가령단층대는 중국에서 가장 불안한 단층 중 하나인 ‘탄류단층대’(탕산대지진 지역)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다. 1978년 진도 5 규모의 홍성 지진이 이 단층대의 끝자락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몇몇 학자는 탄류단층과 마찬가지로 추가령단층(서울)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옥천단층 역시 영월 지진 등 지진활동이 있다.
지진은 ‘눈 감고 맞는 주먹’
모든 지진 예측은 일반적으로 과거에 있었던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일본대지진 역시 수십km의 분할된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해 규모는 8 이하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지진은 단층들이 복합적으로 수백km에 이어 동시에 지진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지진해일이 싣고 온 물의 양이 많아졌고 구조물에 치명적인 저주파(低周波)가 강화됐다. 기록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지진 예측과 대비를 완전히 무시하는 자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일본은 준비가 잘돼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넘어선 지진이 일어났고,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도 통념을 벗어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 이번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 유라시아판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진 예측은 크게 3가지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크게다. ‘어디서’와 ‘얼마나 크게’는 그나마 통계와 지질구조로 대략적으로 예측을 한다. 하지만 ‘언제’ 지진이 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진학이 가장 발달한 일본에서도 ‘30년 안에 발생할 확률이 몇%’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오죽하면 이번 대지진 지역에만 600여 개의 지진관측소가 있는 데도 지진을 예측하지 못했겠는가. 지금의 수준으로는 미리 아는 게 아니라 발생하고 나서 빨리 알려주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 정도가 최선이다. 지진은 태풍처럼 예측 가능하고 ‘보고 맞는 주먹’이 아니라 ‘눈 감고 맞는 주먹’이기 때문에 더 아프기도 하다. 다소 허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진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재해인 것이다.
한반도의 지각조사 시급
지진 대비의 가장 기본은 건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지진 규모에 맞춰 내진(耐震)설계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진의 강도(强度)와 빈도(頻度)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과도한 내진설계를 하는 것도 낭비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구조물이 깨지고 상하는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다만 건물이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인명피해를 불러오는 건물붕괴만은 방지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한반도 지각조사도 시급하다. ‘지진 안전지대’에서 살아온 우리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우리가 밟고 사는 지각에 대해 전혀 모른다. 지각조사는 인구조사와 같다. 조사 자체로는 돈이 되지 않지만,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회사의 전략을 세우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지진연구와 관측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각조사가 꼭 필요하다. 또 지진대비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연구기관과 일선 재난대비 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고, 지진 재해 대책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주 반복되는 일이 아닌 지진에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때, 1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진설계,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체계적 조직과 연구는 필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