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관생도 719명, 19박 20일간 망망대해에서 먹고 자고 실습하며 군함 체험
⊙ “합동순항훈련은 합동성을 배우고 해군을 이해하며 각군 사관생도들이 친해지는 시간”(김학민 합동순항훈련전단장)
⊙ 해군 진해기지 출발해 유엔사 후방기지인 日 요코스카, 미국령 괌, 이어도 거쳐 4300마일(7740km) 항해
⊙ 괌 햄버거집 들른 사관생도, ‘땡큐 포 유어 서비스’ 군인 할인받아
⊙ 합동순항훈련전단, 한 달 만에 훈련 준비 끝내고 마라도함·천자봉함·대청함에 1300명 나눠 승함… 사관생도 대상 합동순항훈련은 한국이 유일
⊙ 마라도함 승조원들, 사관생도 실습 위해 성심성의껏 응대
⊙ 日 방위상,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군함 승함… 미 7함대 사령관, 한미동맹 중요성 강연
⊙ “뱃멀미를 극복하는 수단은 두 가지, 침대와 시간”(김정철 마라도함장)
⊙ 마라도함 PX, 전군에서 가장 오래 영업하는 PX!
⊙ 훈련 중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괌에서 출항하면서 갑판병들이 50초간 “하나 둘”을 반복해 외치며 홋줄 회수하는 모습
⊙ “마라도함 밥이 全軍에서 가장 맛있다”(사관생도들)
⊙ “합동순항훈련에 참가한 사관생도들은 서로 친해질 의무가 있다”(사관학교 훈육관)
⊙ 한국 사관학교로 수탁교육 온 수탁생도 17명도 합동순항훈련 함께 참가
⊙ “합동순항훈련은 합동성을 배우고 해군을 이해하며 각군 사관생도들이 친해지는 시간”(김학민 합동순항훈련전단장)
⊙ 해군 진해기지 출발해 유엔사 후방기지인 日 요코스카, 미국령 괌, 이어도 거쳐 4300마일(7740km) 항해
⊙ 괌 햄버거집 들른 사관생도, ‘땡큐 포 유어 서비스’ 군인 할인받아
⊙ 합동순항훈련전단, 한 달 만에 훈련 준비 끝내고 마라도함·천자봉함·대청함에 1300명 나눠 승함… 사관생도 대상 합동순항훈련은 한국이 유일
⊙ 마라도함 승조원들, 사관생도 실습 위해 성심성의껏 응대
⊙ 日 방위상,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군함 승함… 미 7함대 사령관, 한미동맹 중요성 강연
⊙ “뱃멀미를 극복하는 수단은 두 가지, 침대와 시간”(김정철 마라도함장)
⊙ 마라도함 PX, 전군에서 가장 오래 영업하는 PX!
⊙ 훈련 중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괌에서 출항하면서 갑판병들이 50초간 “하나 둘”을 반복해 외치며 홋줄 회수하는 모습
⊙ “마라도함 밥이 全軍에서 가장 맛있다”(사관생도들)
⊙ “합동순항훈련에 참가한 사관생도들은 서로 친해질 의무가 있다”(사관학교 훈육관)
⊙ 한국 사관학교로 수탁교육 온 수탁생도 17명도 합동순항훈련 함께 참가
-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에 참가한 1300명이 (앞부터) 해군이 보유한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군수지원함 대청함, 상륙함 천자봉함에 승선한 뒤 해군사관학교에서 출항했다. 사진=해군사관학교 정훈실 강병천 상사(이하 해사 정훈실)
![]() |
합동순항훈련 출항 신고를 하는 사관생도들. 사진=해사 정훈실 |
마라도함이 귀향길에 우리나라 최남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통과했다. 이곳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해당한다. 해양력을 갖춘 나라만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래 국방을 책임질 육군·해군·공군·국군간호사관학교 2학년 생도 719명이 19박 20일 동안 군함에서 숙식하고 실습·훈련을 하며 4300마일(7740km)을 항해했다. 한미동맹, 동북아 안보 환경을 체험하고 전투·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합동성을 배웠다.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안보 실상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해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체감했다.
사관생도와 승조원을 포함해 1300명으로 편성된 ‘2024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전단’(전단장 김학민 해군 준장)은 2024년 11월 4일 해군사관학교(해사)가 있는 해군 진해기지(경남 창원시)를 출항해 일본 요코스카(橫須賀)항과 미국령 괌, 이어도를 거쳐 23일 돌아왔다.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이 기함 역할
이번 합동순항훈련전단에는 ▲마라도함(1만4500톤급, LPH-6112) ▲천자봉함(4900톤급, LST-687) ▲대청함(4200톤급, AOE-58)이 참가했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배인 마라도함(함장 김정철 해군 대령)이 기함(旗艦·지휘관이 탄 배) 역할을 했다.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은 전장 199.4m, 전폭 31.4m, 높이 50.3m이다. 해병대 상륙군을 최다 700명 태우고 고속상륙정(LSF·공기부양정) 2척, 상륙돌격장갑차 7대, 전차 6대, 5톤 트럭 10대 등을 탑재한다. 항공기는 최다 5기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다. 유사시 상륙·해상 기동부대가 작전하도록 돕고 평시에는 해외 파병 물자·장비 수송을 지원한다. 재해·재난에도 투입돼 재외국민 철수를 돕는다.
11월 4일 오전 마라도함 격납고(차량갑판)에서 이수열 해군사관학교장(해군 소장) 주관으로 합동순항훈련전단 출항 환송식이 열렸다. 출항 기적이 울리자 사관생도들은 갑판 우현(右舷)에서 육지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는 바다로, 세계로 항해에 나섰다.
TF인 훈련전단, 한 달 여간 밤새워 준비
![]() |
합동순항훈련전단 김학민 전단장(가운데)이 마라도함에 승선한 브렌트 디 보어(해군 소장) 마리아나 지역 통합사령관을 맞이하고 있다. |
우리 군은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사관생도를 학년별로 소집해 각군을 이해하고 친교하는 자리를 갖는다. 1학년은 육군사관학교(육사), 2학년은 해사, 3학년은 공군사관학교(공사)에 모인다. 합동성은 각군(육·해·공군)이 상호 협력해 통합된 전투력을 발휘하는 군사작전 수행 원칙을 말한다.
사관생도 대부분은 이번이 첫 순항이었다. 배는 파도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과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시각과 귀 평형기관에 혼동을 유발해 뱃멀미를 부른다. 주로 롤링이 심할 때 멀미를 한다.
일본으로 가는 길엔 황천(荒天·비바람이 심한 날씨)을 만났다. 여기에 너울도 겹쳐 뱃멀미를 호소하는 생도가 많았다. 특히 대청함에 탄 이들이 고생했다. 배가 작을수록 요동도 크기 때문이다.
뱃멀미하는 생도들은 귀밑에 동그란 패치를 붙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귀항할 때까지 이 멀미약에 의지했다. 하지만 이 패치는 뱃멀미를 극복하는 데 도움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대외교역 98%가 해상운송… 해양력이 국력”
김정철 마라도함장은 “뱃멀미를 극복하는 수단은 두 가지, 침대와 시간”이라고 했다. 침대에 누운 채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레 적응한다는 의미였다. 상선(商船)만 타본 기자는 뱃멀미를 하지 않으리라 자신했지만 출항 2시간 만에 생각이 짧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약 대신 침대에 누워 울렁거리는 머리를 베개에 눕혀 놓으니 한나절 지나 괜찮아졌다.
항해 속도는 12~17노트(약 22~31km/h). 헬기가 이착륙하는 비행갑판에서 김학민 전단장이 생도들에게 해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외 교역량(물동량) 중 98% 이상은 해상 운송으로 이뤄진다는 내용부터, 해양력이 부족하면 국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말했다.
![]() |
마라도함 갑판사관 이찬희 소령(가운데)이 항공관제소에서 항공기가 마라도함에 이·착함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밖에 치누크 헬기가 보인다. 사진=해사 정훈실 |
순항훈련 4일 차인 11월 7일, 마라도함이 요코스카항에 도착했다. 순항훈련전단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국방부장관 해당)과 사이토 아키라 일본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 해당)이 입항 환영 행사에 참석해 마라도함에도 올랐다. 일본 방위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해군 함정에 승함했다. 순항훈련전단이 기항(寄港)하면 의전 관례상 방문하는 전단장과 계급이 같거나 한 단계 높은 장성이 맞이한다.
요코스카는 유사시 韓 돕는 유엔사 후방기지
미 7함대 사령관 프레드 카처 해군 중장도 마라도함에 올라 사관생도들에게 한미동맹을 주제로 강연했다. 카처 사령관은 “우리는 여러 위협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여러분과 젊은 미 해군 리더들이 이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요코스카항은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중 핵심 거점이자 미 7함대 모항(母港)이다. 미 7함대는 인도·파키스탄 국경선부터 쿠릴열도선에 이르는 서태평양 구역을 담당한다. 평시 한반도 전쟁 억제에 기여하고 유사시에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군사 지원에 앞장선다.
생도들은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견학과 함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프레블함도 견학했다. 이 배는 60KW급 레이저 무기인 헬리오스(HELIOS)를 장착했다. 레이저로 최장 7km 떨어진 소형 물체를 공격할 수 있다.
일본 정박 2일 차(11월 8일, 순항 5일 차) 저녁에는 함상 리셉션이 열렸다. 예상 참가 인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9일 오후 순항훈련전단은 요코스카항을 떠나 괌으로 향했다. 사관생도들은 태평양을 항해하면서도 실습과 훈련을 이어갔다. 여러 사관학교 생도가 한 조가 돼 안보와 관련한 주제 연구와 발표도 준비했다.
![]() |
항해 중 격납고에서 열린 장기자랑. (오른쪽) 육사 박승민(육군 소령) 훈육관이 사회를 봤다. 사진=해사 정훈실 |
11월 11일은 해군 창설일
11월 11일은 한국 해군 모체인 ‘해방병단(海防兵團)’이 창설된 날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송현녹지공원에선 해군 창설 7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기념사에서 “창군 원로와 선배 전우들은 ‘우리 바다는 우리가 지키겠다’는 숭고한 사명감을 가지고 해방병단을 창설했고, 지난 70여 년간 우리의 바다를 피로 지켜냈다”며 “국민에게 신뢰를, 적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해군·해병대를 만들라는 소명을 이루기 위해 창군 정신을 계승하고 필승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고 했다. 마라도함 모니터에선 해군 창군 정신이 담긴 참모총장 지휘서신이 합동순항훈련 기간 내내 표시됐다.
기념식에 앞서 종로구 세운스퀘어 앞에서는 창군 당시 썼던 해군 모집 벽보를 재현해 부착하는 행사가 열렸다. 해방병단 창설을 앞둔 1945년 8월 21일 창군 원로들은 ‘조국의 바다를 지켜나갈 충무공의 후예를 모집함’이라는 공고(公告)를 붙이고 대원을 모았다.
이날 재현 행사에선 해군사관학교 3기인 박찬극 예비역 제독이 참석했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도 참가한 박 제독은 1967년 대령 시절 미 해군 무관을 지냈다. 무관 시절 미 상원이 부결한 한국 해군 구축함 도입 사업을 되돌리기 위해 힘썼다. 덕분에 한국 해군은 서울함(DD-912)·부산함(DD-913)을 도입할 수 있었다. 박 제독은 2024년 12월 12일 향년 98세로 영면했다.
2025년은 해군 창설 80주년, 충무공 이순신 탄생 480주년
왜 11월 11일일까. 초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손원일 제독은 ‘해군은 신사(紳士) 중의 신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비 사(士)자를 파자(破字)하면 십일(十一)이 되기에 1945년 11월 11일로 날을 정했다. 창설식도 오전 11시에 열렸다. 이 역사적인 장소는 서울 종로경찰서 왼편, 인사동 북쪽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데 ‘해방병단 결단식 터’라는 표지석이 있다. 2025년은 해군 창설 80주년, 충무공 이순신 탄생 480주년이다.
항해 10일 만에 괌 도착
![]() |
마라도함 승조원이 함정을 고정시키기 위해 육지로 홋줄을 던지고 있다. |

훈련전단은 항해 10일 차인 11월 14일 오전 괌 북서쪽에 있는 아프라항에 도착했다. 오전 9시. 마라도함을 부두에 접안시키고자 예선(曳船) 3척이 마라도함 좌현을 밀어붙였다. 마라도함 갑판 요원들은 우현으로 집결했다. 우현 함수(艦首) 4곳에서 홋줄[계류삭(繫留索)]을 각각 두 줄씩 힘차게 육지로 던졌다. 정박을 돕는 작업자들이 이 홋줄을 집어들어 고정물에 묶자 배에선 “하나 둘 얏, 하나 둘 얏”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판병들은 구령을 넣으며 홋줄을 팽팽하게 끌어당겨 마라도함을 단단히 고정했다. 홋줄은 장력이 강해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
괌 한인회가 아프라항에 입항한 합동순항훈련전단을 환영하고 있다. |
![]() |
마라도함 환영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마라도함 비행갑판을 찾았다. |
마라도함이 육중한 현문(舷門)을 지면(地面)으로 내리기 시작할 때쯤 뒤이어 천자봉함이 입항했다. 현문 너머 격납고에선 사관생도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었다. 함내에선 철제 구조에 가로막혀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괌으로 오는 나흘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으니, 소식이 궁금했을 테다. 초겨울 옷을 입고 한국을 떠났지만, 괌에 도착하니 복장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부지런한 생도들과 승조원들은 일찌감치 상륙 준비를 마치고는 셔틀버스를 타고 해군기지 밖으로 나갔다.
전단 구성원 모두는 호텔이 아닌 정박한 배에서 숙박했다. 해군은 배가 집이자 생활 공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조별로 점호를 받고는 상륙해 체험 활동을 마친 후 오후 8~10시면 배로 돌아와 저녁 점호를 받았다.
해병대 상륙 돕는 천자봉함
![]() |
천자봉함 부장 조인성 해군 소령이 천자봉함을 소개하고 있다. |
천자봉함은 유사시 해병대 상륙작전을 지원한다. 상륙군 300명을 수용하고 고속상륙주정(LCM) 최다 3척, 상륙돌격장갑차 8대 등을 탑재한다. 헬기는 2대가 이·착함할 수 있다. 65톤급 함상 크레인이 설치돼 상륙 주정(舟艇)을 들어올린다. 이는 해군 함정 중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리는 장비다. 마라도함에 설치된 크레인이 20톤급이다.
천자봉함이 괌에 입항한 시각. 조인성 부장(부함장·해군 소령)이 당직사관을 맡고 있었다. 당직사관은 함장을 대리해 배를 지휘한다. 조 부함장은 천자봉함이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연합해상훈련인 ‘2024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 거둔 성과를 소개했다. 당시 천자봉함은 LIG가 개발한 국산 유도로켓 ‘비궁’을 무인수상정(미국 텍스트론사 개발)에 탑재해 실시한 실사격 훈련을 지원했다. 발사된 비궁 6발이 표적물에 명중했다. 비궁 실사격을 앞두고는 미국 첫 여성 해군참모총장인 리사 프란체티(Lisa M. Frenchetti) 제독이 천자봉함을 찾아 우리 해군 장병을 격려하고 비궁 실사격 현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프란체티 총장은 앞서 2013년부터 2년간 주한 미 해군 사령관(CNFK)을 지냈다.
천자봉함은 대청함과 함께 요코스카에서 괌으로 가는 길에 함포로 해상 실사격 훈련을 했다. 조 부함장은 “사관생도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조인성 부함장은 사관실에 적힌 ‘수륙구격 서가진섬(水陸俱擊 庶可盡殲)’이라는 문구를 소개했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로 “수군(水軍)과 육군이 함께 진격해야만 적을 섬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군과 해병대 간 합동작전을 강조하는 의미다. 조 부함장은 “천자봉함은 표어가 ‘해병대와 함께 바다에서 적지(敵地)로’인데, 해병대원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해상군수지원함 대청함
천자봉함 함미(艦尾) 부근에 이제 막 정박을 마친 대청함에 올랐다. 생도 약 70명과 승조원 1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함상과 육지를 연결하는 도교(渡橋)를 지나자 기름내가 풍겨왔다. 한편에선 승조원과 사관생도들이 옷을 갈아입고는 한창 상륙하고 있었다. 대청함은 기동군수지원함이다. 바다에서 다른 배에 유류 등을 공급한다.
![]() |
대청함 작전관 김학선 해군 대위가 대청함 유류지원장비를 배경으로 서 있다. |
김 작전관은 “대청함에 승함한 생도들은 소수 인원이 장비를 직접 만져가며 실습할 수 있어 해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유류 지원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천자봉함과 대청함은 마라도함에 비해 승함한 인원이 적기에 점호도 일찍 끝났다. 마라도함에서 지내는 이들보다 빨리 상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군기지에서 괌 주요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에 앞서 ‘회전형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게이트는 원통형 철제문을 4등분해 문을 회전시켜 가며 1명씩 빠져나간다. 상륙이 늦어지면 셔틀버스도 늦게 탈 수밖에 없다.
상륙 중 美 國歌 울리자 모두가 부동자세

![]() |
오전 8시가 되면 기지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전단 구성원 모두는 가던 길을 멈추고는 부동자세로 함정에 예를 표했다. |

괌 2일 차이자 항해 11일 차인 11월 15일 아침 7시 45분. 마라도함보다 앞서 대청함과 천자봉함에서부터 상륙이 시작됐다. 조금이라도 빨리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일부는 뛰기 시작했다. 뒤늦게 상륙한 마라도함에선 길게 늘어진 줄을 따라 설 수밖에 없었다.
오전 8시가 되자 기지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이와 동시에 모두가 게이트를 향하던 길을 멈추고는 몸을 돌려 부동자세로 배를 바라봤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었다.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역시 군인이자 사관생도였다. 이와 같은 의식은 아침 8시가 되면 반복됐다.
이날 오전 생도 대다수는 조별로 문화체험을 하러 나갔다. 각군 사관학교를 섞어 10명씩 조를 편성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한편 마라도함 현문(舷門) 앞에서는 정복을 차려입은 생도들이 오와 열을 맞춰 대기하고 있었다. 이 둘 간 차이는 오직 복장이었다. 제복(制服)이 가진 힘을 극명하게 체감했다.
![]() |
합동순항훈련전단이 괌 스키너 광장에 있는 6·25참전용사비에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
(왼쪽) 대청함 함장 유상훈 중령이 6‧25전쟁 참전용사를 부축하고 있다. |

김학민 전단장을 비롯해 마라도·천자봉·대청함장, 육·해·공·국간사 생도 등 90명은 오전 9시 괌 시키너 광장에 있는 6·25참전용사비를 참배하고 헌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6·25 참전 한국군 1명과 미군 참전용사 2명도 참석했다. 괌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는 11명이지만 상당수는 고령으로 인해 거동이 힘들다고 한다. 김 전단장이 참전용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기념품을 전달했다.
앤더슨 공군기지 견학
이날 새벽에 비가 내려 날이 습했는데 아침에는 해까지 쨍쨍했다. 오전 9시 기준 기온은 31도, 습도는 82%였다. 가만히 있어도 야외에선 땀이 흘러내렸다. 대열 뒷줄에 있는 일부 생도는 한눈에 봐도 습한 날씨로 인해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사관생도답게 부동자세를 유지하며 행사를 마쳤다. 이후 각 사관학교를 대표하는 생도가 전단 지휘부와 함께 마리아나 지역 합동사령관, 괌 주지사, 앤더슨 공군기지 사령관을 예방했다.
생도들은 조를 편성해 미 앤더슨 공군기지로 견학도 갔다. 공사 생도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앤더슨 공군기지는 미 본토에서 전개한 전략자산(strategic assets)인 B-1B, B-2, B-52 폭격기 등이 머무르는 곳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이에 한미연합군이 대응훈련을 하는데, 이때 전개하는 전략자산이 주로 괌이나 하와이에서 출격한다.
국간사, 괌 미 해군병원 실습
오후에는 국간사 생도들만을 위한 특별한 시간이 있었다. 괌 미 해군병원(US Naval Hospital Guam) 실습이었다. 생도들은 정복을 차려입고 버스 두 대에 나눠 탔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국간사 훈육관 조리나 대위가 생도들에게 “가서 궁금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묻고 배우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한 생도들은 쾌적한 시설과 환경에 관심을 보였다.
![]() |
2024년 11월 15일 국군간호사관생도와 훈육관이 괌 미 해군병원을 방문해 실습을 했다. |

![]() |
해군병원 관계자가 국간사 생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양옆에선 해군 통역병이 통역을 했다. |
![]() |
국군간호사관학교 오서원 생도. |
오 생도는 “고 신효선 소령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간호장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 신 소령은 극단적 선택을 기도하는 병사를 구조한 뒤 돌아오는 길에 헬기 추락으로 순직했다.
![]() |
국군간호사관학교 김나인 생도. |
![]() |
국군간호사관학교 황채현 생도. |
태국 수탁생도, “실습 참여에 감사”
![]() |
국군간호사관학교 판니따 생도(왼쪽). |
한국어도 능숙한 판니따 생도는 “국간사에서 열심히 배워 미래에는 태국 간호장교를 육성하는 훈육요원이 되고 싶다”며 “한국인이 아님에도 실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정현우(남) 생도는 “군 병원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쾌적해 놀랐다”며 “우리 군병원은 전투지원 작전을 수행해야 해서 전투지원과 관련된 과가 주로 있지만 괌 병원은 군인 복지를 위한 과도 있어 신기했다”고 했다. 이어 “서양인과 동양인이 가진 신체적 차이로 인한 간호 술기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 군병원도 미국과 비교할 때 수준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재난 현장에는 항상 간호장교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 |
국군간호사관학교 정현우 생도(가운데). |

![]() |
국간사 선임훈육관 정은경 소령(왼쪽)과 미 해군병원 관계자. |
함상 리셉션
11월 15일 금요일 저녁에는 마라도함에서 함상 리셉션이 열렸다. 현문 위로 빨간색 카펫이 깔리곤 양옆으로 영송병(迎送兵·side boy)이 도열했다.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나란히 선 영송병은 손님이 배에 오를 때면 경례했다. 때때로 스피커에서 종소리가 여러 번 울리기도 했다. 해군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함장을 비롯한 고위 장성이나 귀빈이 승·하함(乘下艦)할 때 종을 짝수로 여러 번 치고 “○○○ 승함(하함)”과 같은 방송을 한다. 범선(帆船) 시절부터 이어진 예우로 해군 전통이다. 전통과 예절을 중시하는 해군 문화로 인해 해군 장교 중에는 신사가 많다.
![]() |
영송병이 도열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 |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 |
![]() |
브렌트 디 보어 마리아나 지역 통합사령관. |
식사는 한식을 바탕으로 뷔페식으로 차려졌는데 메뉴가 25가지쯤 됐다. 마라도함 승조원들은 이런 행사가 익숙하다는 듯 다습한 환경에서도 동이 난 메뉴를 곧바로 채워놓았다. 한복을 입은 승조원들은 고기를 굽고 부침개를 부쳤고 무대에선 해군 군악대 공연도 진행됐다.
행사장 자리가 부족해 일부는 격납고에 그대로 주저앉거나 통로에 기댄 채 음식을 먹었다. 당초 순항훈련전단은 사관생도들이 괌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리라 예상해 생도 몫으로 자리를 많이 배정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생도가 함상 리셉션에 참가해 전단장이 놀랐다고 한다. 마라도함 갑판사관 이찬희 소령은 “함상 리셉션은 해군의 자랑”이라며 “리셉션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 |
한복을 입은 마라도함 강나영·정이본 하사가 리셉션에서 조리를 하고 있다. |

![]() |
합동순항훈련전단 김학민 제독이 6‧25전쟁 참전용사를 안내하고 있다. |





![]() |
사관생도들이 마라도함을 방문한 교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 |
마라도함 갑판사관 이찬희 소령이 함상 리셉션을 무사히 끝내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해군 장교가 국제 신사인 이유
우리 해군은 다른 나라 방문 시 기항지에서 함상 리셉션을 연다. 이 자리에 6·25 참전용사와 현지 군인, 외교관, 교민, 주민 등을 초청한다. 이는 한국과 우리 해군을 알리는 군사 외교 활동이기도 하다. 흔히 해군 장교는 ‘국제 신사’라고들 하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리셉션 전통과 예법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 이날 리셉션 사회는 훈련전단으로 파견을 나온 해군 정채범 대위가 맡았다.
보어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71년을 지속해 왔다. 이 동맹은 한반도에서 동북아를 거쳐 괌에 이르기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가 누리는 안보 기반이 된다. 순항훈련은 한미동맹을 더 발전시키고 (유사시) 즉시 행동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게레로 주지사는 “지역 안정과 세계 평화, 자유를 지켜나갈 미래 수호자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40년째 괌에 살고 있는 교민 조은영씨는 “우리 해군이 예전에는 훨씬 작은 배를 타고 왔다. 이제는 번듯하고 웅장한 배를 타고 괌에 들른다. 대한민국 국력이 그만큼 성장함을 느낄 수 있어 교민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해군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괌 3일 차인 11월 16일 토요일에는 사관생도들(육사 4명, 해사 3명, 공사 4명, 국간사 1명)이 괌 한글학교(6개반, 70명)를 찾아 한국과 사관학교를 알렸다. 위탁교육을 온 외국인 생도도 있었다.
새싹반에서 한 여자아이가 손을 들더니 “여자도 조종사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큰 비행기와 작은 비행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자 공사 생도가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큰 비행기는 느리고 사람이 많이 타요. 작은 비행기는 빠르지만 2명밖에 못 타요”라고 답했다. 베트남에서 온 뚜언닷 공사 생도는 “처음엔 학생이 많아 긴장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고 했다. 그는 자기소개와 함께 2년 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교리 국간사 생도는 국간사 기념품(노트, 볼펜)을 가져와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괌 한글학교 이동신 이사장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교민들이 자원봉사로 학교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美해군 PX ‘넥스’의 푸드코트에서 주문만 40분
16일은 괌에서 온전하게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생도들은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쇼핑센터를 방문하며 여가를 보냈다. 사관생도는 방학이 연간 8주에 불과하다. 학기중에는 수업을, 방학을 앞두고는 군사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생도들에게 기항지 문화체험은 타군 사관생도들과 교류하고 해외를 경험하는 기회다. 이날 오후 괌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투몬 비치에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았다. ‘ROKA(대한민국 육군)’ ‘ROKN(대한민국 해군)’ ‘ROKAF(대한민국 공군)’가 인쇄된 어두운 색 셔츠를 입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 |
괌 한인 성당 미사에 참여한 전단원들. |
괌 기항 4일 차인 11월 17일. 오후 2시에는 괌을 떠나야 했다. 생도들과 승조원은 기지 밖으로 나가는 대신 ‘넥스(Navy Exchange)’로 갔다. 미 해군 PX다. 대형 마트를 떠올리면 된다. 전자제품부터 의류, 식료품 등 품목이 다양했다.
해외여행을 처음 나온 이들은 기념하듯 이것저것 집어들어 카트에 담았다. 운동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한 수병은 단백질 보충제를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했다. 한국에서 파는 제품과 비교해 가격에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 훈련차 괌에 들렀다는 한 부사관은 예전이 저렴했는데 지금은 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넥스에는 푸드코트가 있는데 음식점은 네 곳이다. 훈련전단에 속한 이들이 몰려드니 주문하는 데만 40분 가까이 걸렸다. 이 와중에 출항을 몇 시간 남겨두고 여권을 분실한 생도가 나왔다. 훈련전단 인사참모 박영빈 소령과 해병대에서 훈련전단으로 파견 나온 여석빈 대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점심을 먹다가 말고는 나가야 했다.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해군 한동훈 대위도 앞서 일본에서 한 생도가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긴급여권을 발급받느라 밤늦게까지 고생했다.
![]() |
합동순항훈련전단에 파견된 한동훈 해군 대위. |
![]() |
괌 미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마라도함. |
순항훈련 중 가장 감동적인 장면
출항을 앞두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함내 쓰레기 배출이었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쓰레기를 반출할 수 없으니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줄여야 했다.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기에 위생에도 문제가 생긴다. 생도들과 승조원은 가로 세로 1m쯤 되는 검은 비닐봉지에 쓰레기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한데 모아 버렸다. 미국은 분리수거를 따로 하지 않아 분류할 필요가 없었다.
함정이 출항하기 위해선 배와 육지를 연결한 홋줄을 다시 걷어야 했다. 출항을 앞두고 우현 함수로 가보니 갑판병과 갑판부사관 30여 명이 20분 전부터 대열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시 3개 조로 나뉘어 자신이 잡아당길 홋줄을 사이에 두고 줄지어 섰다.
![]() |
마라도함 갑판부원들이 임무 시작 2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 |
![]() |
마라도함 갑판병들이 홋줄을 걷어올리는 장면. |
항해 중에는 마라도함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했다. 외식보다 마라도함 밥이 훨씬 맛있었다. 식단은 밥과 국, 반찬 세 가지가 전부였지만 만족스러웠다. 여러 배를 타본 해군 장교들도 “마라도함 밥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육·해·공·해병대에서 해군이 가장 맛있고 그중에서도 마라도함이 제일이니 마라도함 밥은 전군(全軍) 최고인 셈이다. 사관생도들도 여기에 동의했다.
마라도함 밥이 맛있는 이유
해군 밥이 맛있는 이유는 조리병(취사병)을 지원받아 입대시키기 때문이다. 조리 자격증이 있거나 호텔조리·외식경영학과에 다니면 유리하다. 여기에 조리를 전담하는 조리부사관도 있다. 마라도함은 이번 순항훈련을 앞두고 조리 인력 8명을 추가로 지원받아 총 20명이 일했다.


조리병은 보통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배식을 마치고 설거지를 하면 오전 9시. 곧바로 점심을 준비한다. 오후 2시쯤이면 점심이 정리된다. 이어 오후 3시 30분부터 저녁을 준비해 오후 7시가 되면 마무리된다. 항해 기간에는 야식도 제공한다. 밤 10시를 넘겨야 온전히 쉴 수 있다. 사관생도들은 조리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었지만 조별로 당번을 정해 설거지를 맡았다.
식단가(食單價)는 잠수함이 가장 높지만 심해에선 조리 방식이 제한된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수상함이 유리한데 그중에서도 주방이 넓은 마라도함이 제일이다. 맛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더 한다.
11월 20일 점심은 미식가인 김정철 마라도함장이 조리사가 돼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전투식량을 활용한 전투부대찌개&전투볶음밥이었다. 전투식량을 발열팩에 데워 먹으면 퍽퍽하고 맛이 덜하다. 이에 기존 전투식량에 햄 등을 추가한 뒤 볶아 냈다. 전투부대찌개는 김치찌개에다 전투식량에 포함된 소시지볶음을 더한 맛이었다. 아주 자극적이어서 기자 입맛에 딱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물을 1리터 이상 마셔야 할 법한, 맵고 짠맛이었다.
![]() |
마라도함 김정철 함장이 배식을 하고 있다. |
![]() |
이번 합동순항훈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다. |
![]() |
사관생도들은 당번을 정해 설겆이를 했다. |
마라도함 보급관 장형두 대위 더 맛있는 밥 만들고자 토치로 지지고 볶아
장형두 대위는 “‘한 번 가보고 나랑 안 맞으면 나오자’는 생각으로 해사에 입교했다. 눈을 떠보니 졸업해 있었다”며 “군인이 될 줄 몰랐는데, 와서 겪어보니 천직”이라고 했다. 소위 때는 해군 최전방인 2함대에서 참수리 고속정을 탔다. ― 보급관은 어떤 일을 합니까. “식당·PX·이발실·세탁실 운영 등 마라도함 복지 전반을 책임집니다.” ― 마라도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무엇입니까. “다 맛있어서 다 인기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합동순항훈련 때문에 조리사를 추가로 파견받았습니다. 맛있을 수밖에 없죠.” ― 조리 인력이 몇이나 됩니까. “평소에는 조리 인력이 12명인데, 이번에는 8명이 추가로 파견돼 총 20명입니다.” ― 그래도 힘들어 보입니다. “아침 5시부터 준비해 야식까지 책임지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조리병들은 하루 종일 식사 준비와 설거지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장형두 보급관은 이런 고된 일상을 보내는 승조원들을 격려했다. ― 쌀은 얼마나 소비합니까. “하루 평균 8포대(160kg)를 사용합니다. 육류도 160~180kg 정도 먹습니다. 오늘은 저녁 메뉴가 돼지 등갈비인데, 200kg을 사용합니다.” ― 최다 몇 명이 마라도함에서 식사할 수 있습니까. “800명이 한 달간 추가 보급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 기항지에서 현지 조달도 합니까. “괌에 기항하며 채소나 과일 등을 추가로 사 제공하고 있습니다.” ― 출항하면 신경 쓰는 부분이 있습니까. “긴 항해에서는 승조원 사기 진작을 위해 식단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이벤트를 갖습니다. 함상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하죠. 함미 문을 조금 개방해 환기하며 고기를 굽습니다. 이번에도 생도들에게 바비큐 파티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업무나 경험이 있습니까. “행사할 때가 기억에 오래 남죠. 해군은 리셉션 문화가 있습니다. 군사 외교 활동의 연속이죠. 마라도함에선 이 리셉션을 책임지는 직책이 보급관입니다. 제가 생도 시절에는 리셉션에 참가만 했었는데, 이제는 리셉션을 기획하고 진행해야 하니 책임감을 느끼고 임합니다. 행사를 잘 마치고 나면 뿌듯하고 기쁩니다.” ― 이번 합동순항훈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요. “괌에서 리셉션을 할 때입니다. 교민 여러분이 마라도함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장형두 보급관은 배식 전 불맛을 내기 위해 조리장에서 토치로 직접 음식을 지지고 볶았다. 맛있는 밥을 만들고자 하는 정성이 인상적이었다. |
사관생도 위한 고기 500kg
마라도함은 진해로 돌아오는 길에 ‘바비큐 날(day)’를 열고 22일 저녁 사관생도들을 위해 고기 500kg을 내줬다. 마라도함 승조원들은 고기를 구워주며 생도들이 마라도함에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 |
사관생도들은 친해져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 서로를 알고 이해해야만 적과 싸워 피 흘리지 않고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
![]() |
전투복을 입은 마라도함 통신관 최시원 소위. 최 소위가 해사 4학년 생도일 때 이번 훈련에 참가한 생도들은 1학년이었다. |
![]() |
공사 고충훈 훈육관과 공사생도들. |
![]() |
해사생도(왼쪽)와 태국인 육사 수탁생도. |













![]() |
태국에서 한국으로 온 수탁생도들. 왼쪽부터 육사, 국간사, 공사. |
![]() |
이번 순항훈련에는 한국 사관학교로 위탁교육을 온 외국인 수탁생도 17명도 참가했다. 마라도함 함수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관실에서 지켜야 할 예법
마라도함에는 식당이 세 곳 있다. ▲준사관 이상 계급이 이용하는 사관실(사관식당) ▲원·상사를 위한 CPO(Chief Petty Officer·선임부사관) 식당 ▲중사 이하 계급이 가는 승조원 식당. 차별 같아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다. 메뉴는 같다. 대신 승조원 식당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제 식판, 일명 트레이를 쓰지만 사관 식당에선 뷔페에서 볼 수 있는 둥그런 흰색 접시를 쓴다. 밥과 반찬을 퍼담으면 서로 섞일 수밖에 없다.
사관실은 식당이자 회의실이다. 범선 시절부터 내려온 예법과 관례가 적용되는 공간이다. 사관실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정리한 팻말이 서 있었다. ▲사관실에는 함장만이 앉을 수 있는 고정 좌석이 있다 ▲사관실에서는 종교·정치·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양한다 ▲엄격한 식사 예절을 갖춰야 하고, 지휘관이 있으면 좌현 사관실 출입문 사용을 자제한다.
전단 지휘부는 항해 기간 매일 점심·저녁에 사관생도를 사관실로 초대해 함께 식사했다. 이 자리에서 생도들은 순항훈련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말했다.
맥캠벨함과 함께한 연합훈련
![]() |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맥캠벨함. |
훈련을 지켜보던 한 생도는 김학민 전단장이 들고 있는 쌍안경이 궁금했는지 “장성에게만 지급되는 겁니까”라고 전단장에게 질문했다. 김 전단장은 해사 생도에게 “레이더가 고장 나면 함정 간 거리를 어떻게 재느냐”고 물었다. 수평선과 배 마스트(mast) 높이를 바탕으로 ‘측거의(測距儀·거리 측정 장비)’로 구할 수 있다. 배가 수평선에 있다면 10마일(16km)가량 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망원경으로 맥캠벨함을 살펴보니 곳곳에 연갈색 무늬가 세로로 드러나 있었다. 김 전단장은 “페인트를 여러 번 덧칠해도 염분 때문에 한 달만 지나도 금방 부식된다. 녹이 많아질수록 수리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맥캠벨함이 속도를 냈다. 함 중간쯤에 있는 가스 터빈 배기구에서 아지랑이처럼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맥캠벨함과 같은 전투함은 최고 속력이 시속 30노트(kts·약 55km/h) 이상이다. 김 전단장이 설명했다.
“기존 속도를 유지한 채 뒤따라오는 천자봉은 함미에만 물보라가 살짝 생기지만 맥캠벨은 함수부터 함미까지 배 전체에 걸쳐 물보라가 친다. 고속기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도함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인 20노트 이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마라도함은 항로를 307도로 놓고 항해했지만 실제 기동은 302도 방향이었다. 외력(파도, 바람 등) 때문에 계획했던 경로와 차이가 났다. 배를 지휘하는 함교에서는 이를 반영해 항해한다.
줄리엣 찰리, 줄리엣 브라보
![]() |
유창열 실습대장이 생도들에게 훈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스피커에선 또 다른 목소리로 잡음과 함께 신호문이 나열됐다. 생도들이 이해를 못 하는 눈치이자 김 전단장은 “해사 생도들은 바로바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통신문을 듣자마자 평문으로 풀어서 보고해야 한다. 한 달만 듣다 보면 익숙해져 다 들린다”고 했다. 유 실습대장이 해석해 줬다. 훈련 지휘관(마라도함장)이 맥캠벨함에 ‘마라도함 우현 90도에 참여토록 위치를 변경하라’고 지시한 내용이었다.
전단장은 생도들의 궁금증을 부르는 질문도 했다.
“함정 생활환경은 마라도함이 좋을까, 맥캠벨함이 좋을까? 전투함은 선체 대부분이 전투에 필요한 레이더·센서와 무장 체계로 채워진다. 고속기동을 위해 배 아랫부분도 세모처럼 얇고 좁다. 마라도함은 수송함이기에 배 아랫부분이 사각형이고 공간도 넓어 정주 환경이 좋다.”
한 생도가 코드네임을 어떻게 정하는지 물었다. 이에 김 전단장은 “훈련할 때마다 만들거나 함정별로 고정 호출부호를 쓸 수 있다”며 “실제 작전을 할 때는 지금과 같은 평범한 호출부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적)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캠벨함에서 아래와 같은 신호문이 왔다.
“줄리엣 찰리, 디스 이즈 줄리엣 브라보, 에코(Echo) 엑스레이(X-ray) …… 오버(Over).”
마라도함에서 답했다.
“디스 이즈 줄리엣 찰리, 라저(Roger·알았다), 아웃(Out).”
왜 맥캠벨은 ‘오버’, 마라도함은 ‘아웃’이라고 끝냈을까? ‘오버’로 끝내면 상대가 답변해야 한다. ‘아웃’은 추가로 더 답할 필요가 없을 때 쓴다. 해상에서 통신이 원할지 않을 때 소통 오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곧이어 훈련 종료를 알리는 취명(吹鳴·기적)이 울려 퍼졌다.
김 전단장은 생도들에게 “연합훈련 참관은 대단한 행운이자 귀한 경험”이라고 했다.
“우리 전단이 맥캠벨함과 사전에 만나 예행연습을 한 게 아닙니다. 신호문 하나만으로 큰 배 네 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평소 한미연합훈련을 해왔기에 오늘 해상기동훈련도 원활하게 이뤄진 겁니다. 평시에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면 신호문만으로 양국 군함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동·서·남해에서 한미 양국이 항공모함과 함정, 항공기를 투입해 훈련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합동순항훈련전단 실습대장 유창열 해군 중령 “생도에게 중요한 건 전우애와 소통 능력”
유창열 중령은 아버지가 해병대 부사관이었다. 아버지는 유 중령이 태어날 때부터 10년 동안 경북 포항에서 근무했다. 그는 관사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군인과 탱크를 보고 자랐고 어릴 적부터 꿈도 군인이었다. 해사 생도 전원은 임관을 앞두고 항해술을 익히기 위해 4학년 2학기부터 4~6개월 동안 전 세계를 항해한다. 2003년 생도 4학년이었던 유 중령도 대청함을 타고 대양을 경험했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생도를 위한 교육 훈련 여건이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 “지금은 대청함이 3층 침대이지만 제가 4학년일 때만 해도 5층 침대였어요. 커튼도 없었고, 몸집이 있는 생도가 위 칸을 쓰면 캔버스 재질의 침대가 늘어나 위 사람의 엉덩이가 제 배에 거의 닿을 정도였죠. 침실에 80명 가까이가 한데 생활했죠.” ― 실습‧훈련 준비는 어떻게 했습니까. “10월 초부터 다른 사관학교 훈육관들과 실습대 운영, 교육훈련, 내무 생활 방식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 훈련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학교마다 내무 규정이나 생활 방식이 달라 처음에는 해군 함정에 적응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함정 생활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 합동성 강화를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습니까. “해군을 배우도록 다양한 실습 시간을 가졌습니다. 타군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합동성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기르는 겁니다. 1학년은 육사, 2학년은 해사, 3학년은 공사에 모여 서로 어울리며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하고 또 이해시켜 주기도 하죠.” ― 이번 훈련에서 생도들이 배워갔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까. “해군 함정이 24시간 체계로 어떻게 운용되는지 이해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생도끼리 친해지길 바라죠.” ― 합동순항훈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습니까. “저는 해외 합동순항훈련을 여러 번 나왔습니다. 2008년에 괌에 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해군에서 가장 좋았던 군함이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4400t급)이었어요. 근사한 배를 타고 오니 교민들이 감동했어요. ‘해군이 이렇게 좋아졌다’면서요. 이번에는 그보다 더 큰 마라도함(1만 4500t급)을 타고 왔잖아요. 연로한 교민들은 ‘잘 살아줘서 고맙다’‘대한민국이 선진국이다’고 하셨죠. 뿌듯했습니다.” ― 식사는 어땠습니까. “마라도함이 특별히 더 잘 나오는 거 같아요. 전군을 통틀어서 제일 맛있다고 할까요. 해사도 밥이 잘 나오는데 생도들은 마라도함이 더 맛있다고 하네요. 이건 마라도함 조리장의 능력이기도 하죠.” ― 기항지에서는 어떻게 지냈습니까. “기지 밖으로는 안 나갔어요. 괌에는 4번이나 와본 경험이 있어요. 괌에선 미 해군기지에서 시간을 보냈죠. 수영장, 헬스장, 해변 등 즐길 거리가 많거든요.” ― 인상 깊었던 생도가 있습니까. “국간사 생도들요. 매우 적극적이고 훈련에 임하는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군기나 규율이 생도 중에서 가장 엄격했어요. 국간사 훈육관이 생도들을 훈육하는 노하우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 해사 생도는요. “함정에 오르니 주인 의식을 갖고 열심히 했습니다. 뿌듯합니다.” ― 생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생도들이 성적이나 체력 때문에 사관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처한 환경 때문에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경향도 있죠. 자기 한계를 미리부터 그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1등 할 때도 있고 꼴찌 할 때도 있는 겁니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동기들과의 화합, 임관 후 어떠한 지휘관이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생도 생활을 하면서 멋진 장교가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장교에게 중요한 역량은 리더십, 전우들과의 소통 능력입니다.” |
기동군수지원
남태평양에선 군수지원함인 대청함이 천자봉함에 유류를 보급하는 해상기동군수지원 훈련을 했다. 작전 중인 배가 해상 보급을 받으면 기지에 복귀하지 않고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다.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마라도함에 탄 사관생도들이 비행갑판에 모였다. 멀리서 대청함과 천자봉함이 보였다. 앞선 대청함과 마라도함 간 거리는 1500야드. 대청함 함미 1000야드에서 천자봉함이 증속(增速)해 접근하고 있었다. 대청함에 승함한 생도들은 함수 우현에, 천자봉함에 탄 이들은 함미 좌현으로 나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두 배가 속력과 위치를 나란히 해야만 보급 절차가 시작된다.
해상 보급은 유류를 공급하는 ‘파스(FAS, Fuel At Sea)’, 탄약‧물자 등 고체 화물을 지원하는 ‘라스(RAS, Replenishment At Sea)’가 있다. 이날 훈련은 파스였다. 대청함에는 기둥 4개가 솟아있는데 2개는 유류 이송용, 2개는 화물 이송용이다. 각각 좌‧우현에 설치돼 있으며 와이어(wire)로 보급한다.
![]() |
마라도함에 승함한 생도들이 비행갑판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 |
왼쪽이 대청함, 오른쪽이 천자봉함이다. 가운데 검정색 호스가 유류이송용 호스다. |
“해상 기동군수는 보급을 주고받는 두 배가 일정한 거리(간격)와 속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두 함정이 거리를 유지하고자 할 때 이를 방해하는 외력(外力)이 있습니다. 어떤 현상일까요.
베르누이 원리. 다 알죠? 두 함정이 나란히 항해하면 두 배 사이를 통과하는 해수는 유속이 빨라지고 유속이 빠른 지점은 압력이 낮아집니다. 이 때문에 주변부와 압력 차이로 두 함정이 서로에 끌려가는 성질이 나타납니다. 충돌을 막기 위해 함교 당직사관은 함정 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배 앞뒤 간격, 좌우 간격을 맞추기 위해 약 10초에 한 번씩 침로와 속력을 확인합니다.”
1500야드 뒤에서 바라보니 천자봉함과 대청함이 바짝 붙어 있어 보였다. 천자봉함은 대청함 우현에 붙어 정위치에 이르자 감속하기 시작했다. 두 배 간 거리는 50m쯤 돼 보였다. 대청함 폭이 18m인데 얼추 대청함 두 개 반 정도가 들어갈 간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두 배를 연결해야 한다. 유류를 공급하는 대청함에서 투색총(投索銃, 밧줄을 쏘는 총)을 발사했다. 투색총에서 뻗어나간 엄지손가락 굵기 연락삭(로프)이 천자봉함에 닿았다. 천자봉함에선 승조원 여러 명이 이 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유류 수급을 위해선 함정 간에 로프 2개를 연결해야 한다. 하나는 유류 공급 호스를 잇는 데 쓴다. 또 하나는 5m 단위로 거리가 표시된 로프다. 두 배 간 거리를 확인하고자 활용한다. 두 배가 서로 가까이 붙으면 레이더로는 거리를 파악할 수 없다. 거리가 표시된 두 번째 로프를 이용해 함정 간격을 측정한다.
첫 번째 로프가 연결되자 여기에 유류 이송 호스를 매달아 천자봉함으로 보냈다. 무게가 상당해서 와이어로프를 이용한다. 유류 공급 장치인 프로브(probe)가 천자봉함에 전달돼 유류 주입구와 결합됐다. 압력이 평형을 유지하면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이날 훈련에선 유류를 이송하진 않고 절차에 숙달하는 훈련을 했다.
유류가 아닌 물자 지원은 어떤 방식일까. 탄약이나 식량을 나를 때는 와이어로프에 트롤리(카트, trolley)를 달아 이동시킨다. 케이블카를 연상하면 된다.
훈련을 마치자 마라도함 비행갑판에 모인 생도들은 대청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
천자봉함에 승함한 사관생도들이 기동군수지원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 |
마라도함에 승함한 사관생도들이 대청함, 천자봉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 |
비행갑판을 견학하는 기회훈련을 앞두고 사관생도들이 대기하고 있다. |
![]() |
마라도함 갑판사관 이찬희 소령이 사관생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 |
공사 정범수 생도. 네이비블루색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
마라도함 심장부 기관실
자동차 엔진룸처럼 배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은 기관실이다. 마라도함은 함수 좌현에 ‘전부(前部) 기관실(1‧2번 엔진)’과 함미 우현에 ‘후부(後部) 기관실(3‧4번 엔진)’이 있다. 기관실에는 엔진과 발전기, 담수화(淡水化) 장치 등이 있는데 중앙조정실에서 이를 통제한다.
저녁 10시쯤 중앙조정실을 찾았다. 이곳도 24시간 3교대 당직 체계다. 승조원 8명이 책상에 앉아 모니터와 계기판을 바라 보고 있었다. 발전소 상황실을 연상케 했다. 각종 수치와 그래프, CCTV 화면이 표시돼 있었는데 복잡했다.
기관부 주기실장인 김대홍 해군 대위는 “중앙조정실로 각 기관실 정보가 한데 모인다. 마라도함에 장착된 디젤 엔진 4기와 발전기 출력 등을 조정‧관리한다”고 했다. 마라도함에 달린 엔진은 극지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엔진 출력은 1기당 3만2000마력이다.
마라도함은 순항 속도가 18노트(33km/h), 최고 속도가 23노트(43km/h)다. 통상 엔진을 전부‧후부에서 각각 1기씩 가동해 ‘1+1’모드로 항해한다. 속도를 높여야 할 때는 엔진을 모두 작동해 ‘2+2’모드가 된다. 함미 왼쪽 프로펠러는 1‧2번 엔진, 오른쪽은 3‧4번 엔진과 연결돼 있다.
엔진 출력‧피치각은 상수, 바람과 유속은 변수
항해 속도를 결정하는 상수(常數)는 엔진 출력과 피치각이고 변수는 바람과 유속(流速)이다. 피치각은 프로펠러 날개(블레이드)가 기울어진 각도를 말한다. 프로펠러는 추진축(推進軸, 엔진 동력을 전달하는 금속 기둥) 끝에 달려있다. 피치각(블레이드가 물을 미는 각)이 0도면 추진축이 회전해도 프로펠러가 밀어낼 수 있는 물이 적어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한다. 블레이드가 회전축(추진축)과 평행하면 추진력을 얻는 데 필요한 물을 충분하게 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선풍기 날개를 떠올리면 된다. 마라도함은 유압으로 피치각을 조절하는 가변피치블레이드를 장착했다. 피치각을 조절하면 후진할 수 있다.
중앙조정실을 나와 차량갑판 아래층에 있는 후부(보조) 기관실로 갔다. 보기실이라고도 한다. 입구에는 경고 문구가 있었다.
“경고. 소음 위험 지역. 필히 청력 보호구를 착용하시오”
괜찮겠다 싶어 맨귀로 들어갔다. 기관실은 소음과 열기,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추기(추진기관 담당)’ 부사관 우지연 중사가 기자에게 기관실을 설명했다. 그런데 귀가 너무 아팠다. 통증을 구성하는 값이 10이라면, 바늘로 고막을 찌르는 듯한 느낌 2, 둔탁한 물체로 머리를 때리는 느낌 8이었다.
그제야 소음차단 귀덮개를 썼다.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인데 덜 아팠다. 우 중사는 손짓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두꺼운 귀마개로 귀를 덮으니 우 중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무성(無聲) 영화를 연상케했다. 기자는 미안한 마음에 알아듣는 양 고개만 끄덕였다. 엔진은 길이 7~8m쯤, 높이 2.5m는 족히 넘길 듯했다.
![]() |
왼쪽(빨간색)은 전부주기실에 있는 1·2번 엔진과 연결돼 함미 왼쪽 프로펠러를, 오른쪽(파란색)은 후부주기실에 있는 3·4번 엔진과 연결돼 오른쪽 프로펠러를 돌린다. 초록색 세모는 함수를 나타낸다. 추기 부사관 우지연 중사가 수첩에 직접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
![]() |
전부주기실에 있는 1·2번 엔진과 연결돼 함미 왼쪽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황동색 추진축. |
“저기 왼쪽(좌현)을 보면 전부 기관실 엔진에서 동력을 얻어 회전하는 추진축을 볼 수 있습니다. 1‧2번 엔진이 이 축을 담당합니다. 저기 (황동색 축) 보이시죠? 좌현 추진축은 우현보다 더 깁니다. 반대로 전부 기관실에선 후부 기관실 3‧4번 엔진이 돌리는 우현 추진축은 볼 수 없습니다.”
한 5분쯤 기관실을 둘러보고는 서둘러 나왔다. 기관실을 빠져나온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승조원들이 정말 대단하다’‘해군이 아니면 이런 노고를 알 수 있을까’였다. 그 다음은 청력 손상에 대한 걱정이었다.
보조 기관실을 나오니 마라도함 기관부를 책임지는 기관장 이채권 해군 중령이 있었다. 기자는 이 중령을 보고선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렇게 시끄러운 데서 어떻게 일을 해요. 승조원들 참 대단합니다.”
이 중령은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 근무‧휴식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다. 매년 청력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이채권 중령은 기자를 주기실로 데려가며 설명했다.
“방금 본 데는 보조 기관실, 보기실입니다. 예전에는 추진기관을 주기(主器), 발전기관을 보기(補器)라고 했습니다. 우리 배는 2300kw급 발전기가 4대 있습니다만 2대만으로 충분합니다.”
― 왜 4대나 설치했습니까.
“전시(戰時)를 대비해 분산 배치해 놓았습니다.”
함수 좌현에 있는 주기실로 들어왔다. 귀덮개를 했는데도 여전히 시끄럽다.
― 저기 어뢰발사관처럼 생긴 장치는 무엇인가요.
“청수(淸水)를 만드는 조수기(造水機)입니다.”
![]() |
마라도함 기관장 이채권 중령이 조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네. 해수(海水)를 담수화한 물입니다. 삼투압 현상을 역이용하는 역삼투압 방식으로 염분을 걸러내 정수(淨水)를 합니다.”
― 대청함에서 식수(食水)를 보급받아 쓰는 줄 알았습니다.
“물탱크에 저장된 용량만으로는 700명이 이틀이면 다 소비합니다. 역삼투압 조수기 1대가 하루에 청수 5t을 만듭니다. 마라도함엔 4대가 있으니 일일 최대 20t을 얻을 수 있죠.”
― 마라도함은 하루에 물을 얼마나 소비합니까.
“700명이 펑펑 써도 하루 16t 수준입니다. 조수기 덕분에 물 걱정은 없습니다.”
마라도함은 수압도 쌨는데 그 비결은 조수기였다.
이채권 중령은 기자에게 원심력을 이용해 깨끗한 기름을 만드는 정유기(淨油器), 공기압축기 등을 설명했다. 공학적 지식, 해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자에겐 그저 신기하고 어려웠다. 가족과 떨어진 채 망망대해에서 전문성을 갖고 맡은 임무를 이어 나가는 승조원들이 대단해보였다.
기관실에서 함교로 올라갔다. 7개 층을 올라야 했다. 함교는 24시간 임무를 수행한다. 철제로 된 차단문을 여니 어두컴컴한 공간이 나왔다. 함교였다. 군함은 위치가 노출돼선 안 되기에 등화관제(燈火管制)를 한다. 야간에는 작은 불빛도 먼 곳에서 쉽게 발각되기 때문이다. 함교에 있는 전자기기 조명 밝기는 최소 수준으로 맞춰놓은 듯했다. 스마트폰 화면 밝기 조절 막대를 왼쪽 끝까지 밀었을 때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금방 눈이 피곤해졌다. 승조원들은 플래시에서 빛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종이로 발광부를 감싼 채 사용했다.
“비타민A가 충분하시군요”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 항해 당직사관 임무를 수행하는 문가영 작전관(해군 소령)이 기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당직사관은 함장이 가진 권한을 대행한다.
“이거 몇 개예요?”
“두 개요?”
“어, 금방 적응하시네? 비타민A가 충분하시군요.”
함교 유리창을 통해 함수를 바라봤다. 망망대해였다. 한밤중에 불을 다 끄고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시력이 금세 나빠질 듯했다. 중국 어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사방에서 조명을 내뿜었다. 조명을 단 어선이나 상선은 야간에 최장 20마일 밖에서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함교에는 함수를 바라보고 전방 좌우 모서리에 의자가 하나씩 있다. 함장만 앉을 수 있다. 마라도함은 항공모함처럼 함교가 우현에 우뚝 서 있다. 좌현에는 헬기가 이‧착륙하는 비행갑판이 있다. 이에 함장은 주로 왼편 의자에 앉는다.
![]() |
주간에 갑판병이 견시하고 있는 모습. |
사관생도 실습 성심성의껏 도운 마라도함 승조원
함교에서 당직근무 중인 승조원들은 생도들이 해군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번 순항훈련에선 사관생도들이 항해 당직 체험에 대해 호평했는데 그 배경은 마라도함 승조원이 성심성의껏 생도들을 대했기 때문이다.
함교 당직 근무를 서는 갑판병들이 사관생도들에게 각종 절차와 운용 방법을 설명했다.
― 후진하려면 회전축을 반대로 돌리나요.
“프로펠러 블레이드의 피치(pitch)를 반대로 조절해 후진합니다”
― 핸들처럼 생긴 건 뭔가요.
“키입니다. 자동차 핸들을 돌리듯 방향을 조정합니다.”
― 시계같이 생긴 건 뭔가요.
“방위각을 나타냅니다. 시계처럼 생긴 원을 보면 안팎으로 각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을, 또 하나는 우리 배를 기준으로 합니다. 함수를 기준으로 0도, 함미를 기준으로 180도입니다. 우현은 090도, 좌현은 270도. ‘미상 어선이 오른쪽에 있다’라고만 하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으니 ‘020도에 있다’처럼 구체적인 각도를 표현하기 위해 씁니다.”
― 왜 함교는 어두운 환경에서 근무를 하나요.
“가장 큰 목적은 등화관제입니다. 또 조명이 밝으면 외부 접촉물을 시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 언제 가장 힘든가요.
“날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견시가 힘들죠. 겨울에는 아무리 많이 껴입어도 춥죠. 누구는 더운 게, 또 누구는 비 올 때, 습한 날씨가 제일 힘들다고 하죠.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갑판병이 누리는 특권
― 갑판병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나요.
“갑판병은 어두운 밤 망망대해에서 별자리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특권이 있습니다. 괌에선 별이 정말 예뻤습니다. 적도 부근에선 더 밝게 빛나니까요. 은하수도 봤습니다.”
― 복무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저는 15개월 차입니다. 해군 수병은 함정 필수 생활 기간이 4개월입니다. 넉 달 동안 지낸 뒤에, 배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합니다. 배를 떠나면 육상에서 근무하고 병장이 돼 만기 전역합니다.
― 정박할 땐 어디서 잡니까.
“배에서 잡니다. 저희는 배가 곧 집입니다.”
― 주로 어떻게 지내나요.
“배 유지 보수 활동을 합니다. 녹이 슨 곳은 페인트를 벗겨내고 다시 칠하죠. 간단한 정비도 합니다.”
― 계속 배에 남아있는 걸 ‘앵카 박는다’라고 합니까.
“네. 맞습니다. 여기 있는 상병‧병장들은 다 앵카(anchor, 닻)를 박았습니다.”
생도들에게 직접 실습 기회 제공
항해 당직 중인 문가영 작전관이 함교로 실습을 온 사관생도들에게 조함에 대해 설명했다. 문 작전관은 생도들에게 ‘조함권’은 무엇인지, 침로(針路)는 어떻게 변경하는지 등을 가르쳐줬다. 조함권(操艦權)은 함정(군함)을 지휘하고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궁금한 내용은 무엇이든 물어보라면서 생도가 직접 항로 변경 지시도 내리며 실습할 수 있도록 했다.
“속력이 15노트일 때 타를 5도로 돌리는 것과 15도로 돌리는 것 중 어떤 게 더 배가 빨리 돌까? 15도지. 타를 5도로 뒀을 때 속력 5노트와 15노트 중 어떤 게 더 빨리 돌까? 15노트이겠지? 타 각도가 높을수록, 속도가 빠를수록 배가 빨리 돕니다. 이를 조함이라고 합니다. 배를 조종하는 거죠. 함교 당직사관은 자신이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 조함을 구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 배의 특징과 성능 등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배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죠. 독도함과 마라도함도 조금씩 달라요.”
“당직사관은 ‘좋아~!’라고 합니다”
문 작전관이 시범을 보였다.
“침로를 변경하려면 타각을 먼저 조정하도록 지시합니다. 지금 우리는 침로 350도로 항해하고 있습니다. 침로를 355도로 바꾸고 싶다면 타를 오른쪽으로 돌려야겠죠? 함교 당직사관은 타수에게 ‘키 오른편 5도’라고 지시합니다. 타수는 ‘키 오른편 5도’라고 복명복창합니다. 지시받은 사람은 자신이 받은 지시를 확인하고, 지시한 사람은 지시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타수가 키를 오른편 5도로 돌린 후 ‘키 오른편 5도 끝’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당직사관은 ‘좋아’라고 답해줍니다. 그다음에 침로를 제시합니다. ‘355도 잡아’라고. 이에 타수는 ‘355도 잡아’라고 복창합니다. 타수가 ‘355도 잡기 끝’이라고 하면 당직사관은 ‘좋아~!’라고 말해줍니다.
변침(變針)하기에 앞서 타각을 먼저 조정하는 이유는 함교 당직사관이 구상한 계획대로 배를 전환하기 위함입니다. 타각을 정하지 않고 ‘355도 잡아’라고만 명령하면 타수는 임의로 타각을 정해 5도로 천천히 돌거나 15도로 크게 돌 수도 있습니다. 이에 함교 당직사관은 배가 도는 속력을 머릿속에 구상해 놓고 이 계획대로 배가 변침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항해 당직사관은 조함할 때 항상 타각을 먼저 지시하고 침로를 정합니다.”
― 좌현, 우현에 있는 엔진 출력을 조절해 더 빨리 침로를 바꿀 수도 있지 않나요.
“최대한 빨리 돌아야 할 때는 바깥쪽 엔진 출력을 높이고, 안쪽 엔진은 낮춥니다. ‘짝(짝이) 엔진’이라고도 해요. 주로 물에 빠진 인명을 구조하거나 황천을 항해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항해 시 가장 위험한 상황이 정횡(正橫, 배를 기준으로 90도 또는 270도 방향)에서 너울을 맞는 겁니다. 마라도함은 선체가 길고 폭이 좁기에 배가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보다는 옆으로 흔들리는 롤링이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항로변경을 할 때는 너울을 마주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죠. 이때 ‘짝 엔진’을 가동합니다.”
― 얼마나 떨어져 있는 물체까지 식별 가능한가요.
“수평선 끝자락에 있는 물체를 육안으로 식별할 때 시정이 좋으면 5~7마일쯤도 가능해요. 수평선에 걸쳐 있는 게 보이죠.”
― 야간에 조명을 쓴 배들은요.
“흔히 ‘흐리면 멀고, 밝으면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조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멀리 있는 선박이 훨씬 밝게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조명을 켜고 작업하는 어선은 10~20마일 밖에서도 어슴푸레하게 보입니다.”
― 왜 저 멀리 있는 어선을 ‘접촉물’이라고 표현하나요.
“‘레이더에 컨택됐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레이더에 잡힌 물체는 모두 접촉물이라고 표현합니다.”
마라도함 승조원은 오전 8시 30분에 일과를 시작해 오후 5시 30분에 마친다. 정규 일과 외에 8시간 당직근무가 따로 있다. 4시간씩 3교대로 이뤄진다. 실제 근무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을 넘긴다. 긴 야간 당직을 버티기 위해 승조원들은 종종 각자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오싹한 이야기에 잠을 설칠 것 같지만 고된 근무를 마치면 피로에 눌려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빠져든다.
마라도함 작전관 문가영 소령 “함께 근무했던 이들 기억 속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 작전관은 어떤 일을 합니까. “마라도함의 항해, 작전, 교육, 훈련 등 함정 전반을 책임지는 주무 참모입니다.” ― 마라도함에 배치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좋았습니다. 새로운 임무를 맡게 돼 설렜죠. 마라도함이 최신 함정이고 배도 크잖아요.” ― 이전에는 어디서 근무했습니까. “고속정 정장을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군인이 된 이후로 제가 키워온 리더십을 처음으로 시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 ― 장기자랑 시간에 흥을 돋우시는 실력이 대단하시던데요. “분위기가 좋아야 준비하고 참여한 이들도 즐겁고 또 행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잖아요.” ― 장기간 훈련을 나가거나 임무를 맡으면 가족에겐 무슨 말을 합니까. “‘두 달 동안 없을 거야’‘다음 달에 돌아올게’라고 해요.” ― 너무 단촐합니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보안 위반이니까요. 남편도 군인이니 저를 잘 이해해줍니다.”
“제가 생도일 땐 각군 사관생도들이 함께하는 합동순항훈련이 없었어요. 우리 군이 정예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까. “야간에 생도들이 함교에서 항해 당직을 체험합니다. 가끔 놀랄 만한 질문을 해요. 생도들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느라 흥이 났죠.” ― 어떤 질문이었습니까. “육사 생도였는데, 함정병과(항해병과) 장교가 처음 조함할 때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묻더라고요. 배를 타본 적도 없는데 구체적인 조함술에 대해 물어 기특했죠. 열심히 설명해줬습니다.” ― 군인으로서 꿈은요. “질문이 갑자기 진지해지네요.” ― 해군참모총장이요? “저와 함께 근무했던 이들의 기억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특히 병사가 많겠죠. 혹시나 TV에 나왔을 때 ‘저 분과 함께 근무했었는데 정말 멋있는 분이셨지’라고 떠올려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
“항공관제관은 전군에서 유이한 보직”
![]() |
마라도함 항공관제관 김상기 대위. |
― 항공관제관은 어떤 보직입니까.
“마라도함 함장님이 원활하게 항공 작전을 지휘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항공 참모입니다. 항공 작전부터 항공 계획 수립, 항공기 정비 지원, 군사특기 교육 등 항공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책임지는 장교입니다.”
― 마라도함에는 항공관제관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전군(全軍)에 두 명뿐입니다. 한 명은 독도함에 있죠.”
― 어떤 방식으로 근무합니까.
“함교 뒤편에 있는 항공관제탑(FLYCO)에서 헬기 이‧착함을 통제합니다. 풍향/풍속에 따라 헬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도록 함교에 적합한 함정 침로를 권고합니다. 헬기에는 착륙 갑판 지점을 배정하고, 비행갑판에 있는 항공관제사에게는 헬기를 수신호로 유도할 수 있도록 지시합니다.”
― 이‧착함 허가만 있으면 아무 헬기나 마라도함에 뜨고 내릴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함상 이·착함 자격(DLQ·Deck Landing Qualification)’을 갖춘 조종사만 함정에서 뜨고 내릴 수 있습니다.”
DLQ는 헬기 조종사가 함정 비행갑판에 이·착함할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지면에서 이‧착륙하는 방식과 달리 해상에선 함정이 이동하고 있기에 고난도 이‧착함 기술이 필요하다.
― 마라도함에서는 어떤 헬기가 이‧착함할 수 있습니까.
“해병대 마린온(MUH-1), UH-60, AH-64(아파치), CH-47, CH-53, MV-22 등이 있습니다.”
― 마라도함에 1명뿐인 보직인데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24시간 대기합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김상기 대위는 2019년 독도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했을 당시 실종자 탐색 작전에 투입됐다. 2023년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 어선이 전복됐을 때도 탐색 임무에 나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임무는 2023년 5월 북한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며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를 서해에서 수거했던 작전이었다.
“북한이 쏜 발사체 파편을 수거하고자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을 태우고 서해로 날아갔습니다. 카디즈(KADIZ) 서쪽 외곽 끝 지점이었습니다. 시정이 채 50cm도 되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SSU가 파편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리면 이를 헬기에 싣고는 육상으로 날랐습니다.”
김 대위는 “비행은 고도로 집중해야 하기에 힘들지만 동틀녘과 해질녁 풍경을 볼 때면 위로를 얻는다. 비상 출격한 뒤 무사히 돌아올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폐렴 환자 이송
괌을 떠나 이어도로 가는 길. 천자봉함에선 한 생도가 폐렴 증세를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수 있어 진료가 필요했다. 전단 지휘부는 이 생도를 마라도함으로 이송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빗방울이 흩날리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전단이 항해하는 해역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자디즈)에 해당했다. 비행하려면 일본 측 협조도 필요했다.
마라도함에 탑승한 해병대 항공대 조종사들은 비행 준비 상태로 대기를 이어갔다. 해병대 박소연 대위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점심 식사 대신 컵라면으로 요기를 때운 채 상황을 지켜봤다.
전단은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폐렴을 앓는 생도를 마라도함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일본 측도 비행을 허가했는데 문제는 날씨였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심했다. 일정 풍속 이상이면 시동조차 걸 수 없다.
항공관제탑으로 올라가니 김상기 대위가 송신기를 들고는 비행갑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행갑판에선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탄 마린온이 시동을 걸고는 로터를 돌리고 있었다. 동승한 간호장교 김지윤 중위는 3대(代)가 해군 가족이다. 항공관제탑 뒤편에는 지게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착함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항공기 승무원과 탑승자를 우선 구조한 뒤 항공기는 배 밖으로 밀어낸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마린온이 뜰 생각은 않고 5분이 넘도록 로터만 회전시키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항공관제탑 밖 난간에서 마린온을 쳐다봤다. 얼굴이 따가웠다. 빗방울이 헬기 블레이드가 만든 강풍을 타고 와 기자를 때렸기 때문이다. 이때 풍속이 34.6노트쯤 됐다.
![]() |
항공기통제수가 미린온 헬기를 고정하고 있는 체인을 풀고 있다. |

![]() |
천자봉함에서 환자를 싣고 마라도함 비행갑판으로 돌아오는 마린온 헬기. 헬기 조종사는 시야가 제한돼 착함 지점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승무원이 기체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착함 지점을 확인하고는 조종사에게 알려준다. |
‘해병대 김고은’ 별칭 박소연 해병 대위(진)
― 환자 이송이 무사히 끝나 다행입니다. “실제 비행이 있기 며칠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안전하게 마쳐서 다행입니다.” ― 마린온이 마라도함에서 이함한 후 천자봉함을 향해 원을 그리며 접근하던데 이유가 있습니까. “각 함정별로 이‧착함 절차가 정해져 있고 그 절차에 맞게 착함하기 위해 기동한 것입니다.” ― 지상 이‧착륙, 함상 이‧착함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지상에선 이‧착륙할 지점이 고정돼 있습니다. 주변 사물을 통해 참고할 내용도 많고 제한 사항이 상대적으로 적죠. 하지만 함상 이‧착함은 다릅니다. 파도 때문에 생기는 피칭(앞뒤 움직임)과 롤링(좌우)을 신경 써야하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조작이 필요합니다.” ― 비행할 때 언제가 가장 힘든가요. “비행보다는 비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듭니다. 지상에서 준비를 잘해놓을수록 더 좋고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도 공부에서부터 비상 착륙은 어디서 어떻게 할지 등 다양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공부를 합니다.” ― 조종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 “상황판단 능력입니다.” ― 이번 합동순항훈련에거 가장 기억 남는 일이 있습니까. “해병대 항공단에서 이번 훈련을 위해 10명이 파견됐습니다. 조종사 3명과 조작사 3명, 정비사 4명. 저는 이번이 첫 함상 이‧착함 비행이었는데 우리 정비사가 ‘매일 꼼꼼히 정비‧점검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줬습니다. 모두와 함께 훈련을 준비한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어떤 군인이 되고 싶은가요. “항공 장교가 받을 수 있는 훈련은 모두 다 경험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참모로서의 역량, 조종사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싶습니다. 전시에는 작전 부대에 기동 지원을 보장하고 평시에는 재난‧재해 현장에서 국민을 돕겠습니다.” 박소연 대위는 “이번 합동순항훈련은 해군과 해병대의 협동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해군과 해병대가 힘을 합쳐 국민을 지키겠다.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 해병대에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
격납고에선 조별로 안보 연구 주제 토의
마라도함에선 함내 이곳저곳에서 각종 교육과 실습이 이뤄졌다. 격납고에선 교반별로 연구주제를 토의했다. 마라도함에 승함한 사관생도 400여 명을 4개 교반(敎班)으로 나누고 교반당 11개 조로 편성했다. 11개 조가 한데 모여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사관생도들이 전투복 하의로 복장은 통일했는데 신발은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함내에선 미끄럼을 방지하고 이동 편의를 위해 전투화 대신 활동화나 운동화를 착용한다. 이는 승조원도 마찬가지다.
연구주제는 ▲이어도의 전략적 가치와 주요 쟁점 ▲인도·태평양 전략 개요 및 주요 쟁점 ▲NLL 개요와 제1·2연평해전 ▲지상작전에서의 합동성 강화 방안 ▲해상작전에서의 합동성 강화방안 ▲항공작전에서의 합동성 강화방안 ▲과학기술 강군 건설을 위한 우리 군의 노력 등이었다.
![]() |
육사 박승민 훈육관. |
수탁생도도 한국어로 발표
![]() |
해사생도가 해상작전에서의 합동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 |
육사 수탁생도인 에투를 생도는 터키에서 왔다. |


![]() |
조별로 발표자가 단상에서 발표를 하면 뒤에서는 조원이 발표 진행을 보조했다. |



![]() |
국간사 정은경 훈육관. |
뒤이어 공사 생도가 지상 작전에서의 공군 역할을 발표했다. 공사 생도가 “공군은 전략 폭격, 근접항공지원(CAS), 공중 수송을 할 수 있다”고 하자 박승민 훈육관은 전략 폭격과 전술 폭격은 어떤 차이인지를 묻고는 ▲전술 ▲작전술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육군에선 최일선에서 싸우는 걸 전투라고 합니다. 일선 소부대(대대급 이하) 단위가 전투력을 운용하는 방식이 ‘전술’, 군단급 이하가 펴는 작전 운용을 작전술이라고 합니다. 군단급보다 큰 수준이거나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력 운용 계획을 전략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하면 아군 항공기가 근접해 적을 공격합니다. 이를 근접항공지원이라고 하는데 전술적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전략 폭격은 어떤 방식일까요. 적 지도자, 핵 시설 등을 타격하는 임무겠죠.”
국간사 생도는 ‘재난 간호’라는 용어를 써 간호 장교가 지상 작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발표했다. 이에 박승민 소령이 ‘전투 간호가 아닌 재난 간호’를 쓴 이유를 물었다. 이 생도는 “재난은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쟁은 사회 재난에 속하고, 단순히 간호를 제공하는 수준으로는 재난을 극복할 수 없다. 군인과 민간인을 모두 보살피고 상황도 통제하고 단계별로 적합한 대응을 하기 위해 ‘재난’이라는 더 큰 개념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해사생도, 핵잠수함‧경항모 필요성 강조
![]() |
해사 고영건 생도가 발표하고 있다. |
박승민 훈육관은 “우리 군이 3군 합동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첨단 무기를 도입할 때도 각 군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타군(他軍)에 대한 이해와 친밀함이 바탕 돼어야 한다. 여러분은 국민 세금으로 장교가 되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만큼 서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 |
해사 훈육요원 최우석 중위. |







사관생도 발표는 대학 교양 강의 발표처럼 자유로웠다. 군사 용어와 무기가 등장하는 점 정도가 차이였다. 해사 훈육요원인 최우석 중위는 “평가 항목은 10개였는데 훈육관들은 생도들이 용어를 정확히 사용하는지, 발표 준비는 잘했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했다.
발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일부 생도는 이를 지적하며 바로 잡기도 했다. 생도들은 중간고사를 마치고서야 연구주제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인상 깊은 해사생도 발표
기자가 본 가장 인상 깊은 발표는 해사 여생도가 ‘과학기술 강군 건설을 위한 우리 군의 노력’을 주제로 한 발표였다. 북한과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역량을 키워 비대칭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발표 내용을 다 듣고는 ‘어떻게 생도가 이런 내용을 발표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도는 중언부언하지 않고 필요한 이야기만 했다. 대위급 학생 장교 정도가 발표할 수준이었다. 준비한 내용을 인쇄한 종이를 한 손에 들고 되뇌이듯 반복하며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제 20살인 이 생도는 아마 10년, 20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더 강한 해양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논리와 전략을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 확신한다.
![]() |
공사 고충훈 훈육관. |
![]() |
사관생도들이 승조원식당에서 각군 훈육관으로부터 군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
![]() |
생도들이 승조원 식당에서 각 군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
고 훈육관은 공군 역사부터 보유 항공기 종류와 임무, 공군 부대별 역할 등을 설명했다. 그는 “공군은 전력 규모보다는 그 전력이 초래하는 효과를 기준으로 작전 수준을 말한다. 전투기 1대가 적 지도부를 타격하는 임무를 맡으면 이는 전략적 수준의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북한 김정은이 숨어 있는 지하 벙커를 타격하는 작전을 하면 이는 전략 자산을 이용한 전략적 타격(폭격)이 된다.
사관학교 훈육관이 말하는 합동순항훈련
사관생도를 책임지고 양성하는 훈육관. 근무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해야만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마라도함에는 국간사 정은경(육군 소령, 국간사 47기) 훈육관, 육사 박승민(육군 소령, 육사 66기) 훈육관, 공사 고창훈(공군 소령, 공사 60기) 훈육관, 해사 박승주(해군 대위, 해사 72기) 훈육관 등이 승함했다. 이 중 가장 선임자는 정은경 소령이다. 이들은 모두 현재 훈육관에 자원했다.
![]() |
(왼쪽부터) 육사 박승민 훈육관, 국간사 정은경 훈육관, 훈련전단 유창열 실습대장, 해사 최우석 교수요원, 공사 고충훈 훈육관. |
정은경 소령은 천안함 생존 장병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을 계기로 해군 함정에 대한 이해가 높다.
박승민 훈육관은 처음엔 군인이 적성에 맞을지 모른 채 사관학교에 진학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군인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포병병과 장교인 그는 6·15사단 등 전방에서 근무하다가 훈육관이 됐다. 이제 훈육관 2년 차를 맞는데, 군 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보직이자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말했다.
고충훈 훈육관은 사관생도·장교가 가진 멋에 매료돼 장교가 됐다. 방공병과 장교인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하면 높은 고지에서 이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새벽에도 자다가 일어나 산에 올라야 했다. 고 소령도 훈육관에 자원했고 2025년부로 2년 차가 됐다. 후배를 양성한다는 데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보직이라고 했다.
훈육관들은 3주 훈련을 앞두고 가족들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왔을까. 세 자녀를 둔 정은경 소령은 아이들에게는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고 했다고 한다.
박승민 소령은 아내에게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하곤 참가했다.
마라도함, 천자봉함, 대청함에 나눠 승함하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국간사는 내면이 강한 생도 2명이 대청함에 탔다고 했다. 어디 내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도들이라고 했다. 육사는 편제를 따라 대대 단위로 나눴다. 공사는 대표 생도가 있는 중대를 마라도함에 배정했다.
훈육관들은 이번 합동순항훈련이 타군을 이해하고 인맥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충훈 훈육관은 이렇게 말했다.
“해군과 함정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또 타 사관학교 동기들과 좋은 관계, 인맥을 잘 맺었으면 해요. 합동순항훈련전단 인사참모인 박영빈 해군 소령이 제 동기입니다. 3학년 때 해사에서 만났죠. 동기라는 이유로 업무 협조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도움도 많이 받습니다. 생도들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좋은 관계를 쌓을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마라도함에서 만난 남매, 마라도함 탑재관 조유찬 중위, 육사 조민서 생도
![]() |
조민서 생도와 조유찬 중위. |
조유찬 중위는 “지난해 합동순항훈련에선 독도함이 참가해 동생을 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훈련을 앞두고 ‘마라도함이 전단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동생을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동생 조민서 생도도 “마라도함이 참가할 줄 생각하지 못했고 또 제가 마라도함에 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빠를 만나 반갑다”고 했다.
조유찬 중위는 어릴 때부터 꿈이 군인이었다. 영화 〈연평해전〉을 보곤 감명을 받았고 NLL을 적으로부터 지키고 국가와 해양을 수호하는 직업을 갖고 싶어 해군이 됐다.
조민서 생도는 “오빠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라를 지키고 싶어 육사에 진학했다”고 했다.
두 남매에게 해군과 육군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으니 당장 용어부터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육군에선 외출이라고 표현하지만 해군·해병대에선 상륙이라고 표현한다.
2020년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조 중위는 “합동순항훈련이 항해를 하기에 여러 제한사항이 많다.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고 30명 가까운 생도가 같은 침실을 쓰며 생활한다”며 “이를 계기로 생도끼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돈독한 관계를 맺었으면 한다”고 했다.
조 생도는 “오빠가 어떻게 근무하는지 잘 몰랐는데 마라도함 당직 체험을 하며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다. 가족으로서의 오빠가 아닌 군인으로서의 오빠를 보니 멋있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LPX, 전군에서 가장 오래 영업하는 PX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등화관제를 한다. 청백색 형광등 대신 적색 조명이 통로를 밝힌다. 붉은 조명을 쓰는 이유는 암시(暗視) 능력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서다. 파장이 긴 붉은 빛은 청색광과 비교할 때 밝기에 비해 에너지가 적어 시각세포를 덜 자극한다. 함 외부로 나갈 때면 노출을 방지하고자 통로와 통로 사이 붉은 조명은 꺼진다.
![]() |
마라도함 재정장 정이본 하사가 PX에서 물품을 진열하고 있다. |
![]() |
(왼쪽부터) 강하나 하사, 황석태 상사, 훈련전단 이성철(공군 소령) 군종법사, 정이본 하사, 김민서 하사. 이성철 군종법사가 붓글씨를 선물했다. |
![]() |
강나영 하사가 승조원 식당 자판기에 물품을 채워넣고 있다. |
LPX는 ‘황바오 매점’이라는 별칭이 있다. LPX를 책임지는 보급장 황석태 상사가 판다 ‘푸바오’를 닮았기 때문이다. 2025년 군 생활 23년 차이고 마라도함에는 승함한 지 1년 8개월이 됐다. 보급장은 매점, 이발소, 세탁실, 체력단련실 등 복지시설을 총괄 관리한다. 육군으로 치면 행정보급관(행보관)에 가깝다.
LPX 물건은 값이 저렴했다. 황석태 보급장은 “해군이 GS25와 협약을 맺어 원가(납품가)로 판매하고 있다. 일반 편의점 대비 꽤 저렴하다”고 했다. 가격이 저렴해 여러 물건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기자는 항해 9일 만에 9만원을 썼다.
LPX는 쉼터 같은 역할을 했다. 매점을 찾는 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소파와 의자도 있었다. 그 앞에는 뉴스를 볼 수 있는 TV가 있었다.
함정에 탄 700명이 이용하면 금세 물건이 떨어질 듯한데 물건이 동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여러 해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승함하는 부대 성격에 알맞은 물품을 싣기 때문이다.
“해병대가 탈 때면 대용량 냉동식품, 특히 육류 제품을 많이 싣습니다. 해병대는 많이 먹습니다. 사관생도는 아기자기하다고 할까요? 용량이 적은 제품이 잘 나갑니다. 단백질 제품도 많이 찾고요.”
승조원 식당에는 라면 제조기 2대가 설치되어 있어 승조원들은 봉지 라면을 먹을 수 있다.
마라도함에는 이발병 두 명이 있다. 이용비는 4000원이며 부대복지기금으로 적립돼 샴푸 구매나 이발병 교육에 사용된다. 이발병은 전문 이발 업체에서 교육받는다.
부대복지기금은 조리병이 뷔페에서 조리 교육을 받는 데도 활용된다. 대량 급식에 알맞은 조리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마라도함 밥이 맛있는 배경에는 부대 복지 향상을 위한 기금 운용도 있다.
![]() |
마라도함 이발병이 머리를 다듬고 있다. |
![]() |
마라도함 복지를 책임지는 보급장 황석태 상사. |
마라도함에 있는 천국의 계단(스텝퍼)은 전 해군 함정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부대 위문금으로 마련했다. 황석태 상사는 “‘오래 기억되고 승조원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사용하자’는 의견을 모아 해군 함정으로는 처음 천국의 계단을 들여왔다”고 했다.
황석태 보급장은 “이번 훈련을 앞두고 손님 맞을 준비를 열심히 했다”며 “제빙기 준비부터 세탁기 보수, 정수기 필터 교체, 비데 관리 등 최상의 정주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생도들이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바비큐 그릴도 준비했다. 보급장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해 놓고는 준비한 뒤 실행한다.
함상 리셉션에서도 보급부서원들은 최일선에서 활약한다. 정이본‧강나영 하사는 리셉션 때 한복을 차려입고는 부침개를 만들기도 했다.
![]() |
마라도함 보급을 책임지는 보급부서원들. |
“마라도함 승조원들은 임무 수행뿐만 아니라 대민 활동도 적극적입니다. ‘서비스 정신’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죠. 또 최고의 환경을 갖춘 함정이기도 하죠. 승조원들은 마라도함에 근무한다고 자부하고 항상 웃으며 근무합니다. 마라도함을 방문한 손님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배에서 내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라도함 주임원사 남기춘 원사 “마라도함은 해군 대표함정”
이번 합동순항훈련에서 남 주임원사는 김학민 전단장을 비롯한 편승 지원 요원과 사관생도 440명이 20일 간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힘썼다. 기자는 기항지에서 상륙하고 돌아올 때마다 남 원사가 현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봤다. 남 주임원사는 조타 특기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마라도함 조타장이기도 한 그는 해상 근무만 19년 차다. 육상에서 근무할 땐 수병을 교육하는 해군 기초군사학교 훈련소대장을 지냈다. 오는 4월이면 군생활 28년 차다. 딸만 둘인데 이번 훈련을 앞두고는 자녀들에게 엄마를 잘 도와주라는 말을 하고 왔다. 림팩 훈련에 참가할 때면 3개월가량 가족 얼굴을 보지 못 한다고 한다. 남 원사는 마라도함에 2023년 2월에 승함했다. 전임 마라도함장은 연합 훈련을 앞두고 남 원사에게 함께하자고 권유했다. 통상 주임원사는 1년 간 맡는데, 남 원사는 2년째다. 그는 함교에서 타를 잡을 때면 조함권을 행사하는 당직사관이 안전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주임원사로서 특별히 신경쓰는 점이 있다면요. “우리 승조원들은 마라도함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상호 존중과 배려로 화합해야만 안전 항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내려고 노력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관심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남 원사는 예절과 군기를 강조한다. 이 때문인지 마라도함 승조원들은 처음 보는 기자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냈다. 예절과 군기를 모두 갖춘 승조원들이었다. ― 마라도함 주임원사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마라도함은 해군 대표함정입니다. 그만큼 행사와 훈련이 많아 바쁩니다. 새해 첫 임무인 해맞이 행사도 이곳 마라도함에서 열립니다.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 림팩,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하며 많은 이와 교류하며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남 주임원사는 후배 장병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좋은 기운을 전해주고 싶어 외부에서 다양한 교육도 받고 실천도 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해군은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체험하며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후배들이 해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멋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길 소망해봅니다. 훗날 해군이 아주 훌륭하고 멋진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
해군에 입대하면 군함 타고 해외로
![]() |
마라도함 갑판병 문종윤 상병이 항공기 고정에 사용하는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
문 상병은 배가 정박해 있을 땐 비행갑판을 보수하거나 함내 시설을 정비한다. 항해시에는 함교에서 배 속력을 관리하는 기관전령수가 된다.
문 상병은 “갑판병은 육군으로 치면 보병에 해당한다.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 게 많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순항훈련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육사 위탁생도에게 견시 교육을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생도는 문 상병에게 왜 등화관제를 해야 하는지, 쌍안경과 대공망원경은 어떻게 각도를 조절하는지 등을 물었다. 문 병장은 “다른 나라 생도들이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게 대단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에 입대해 군함을 타고 처음 해외로 가는 이들도 많다. 해군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해군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문종윤 상병은 합동순항훈련 중 기억에 남는 일로 괌 한인 성당 미사를 들었다. 종교 활동을 계기로 성당에는 처음 가봤는데 이를 외국에서 경험하니 뜻깊다고 했다.
무거운 물체 들 때면 나타나는 지게차 수송병
![]() |
마라도함 수송병 김동진 병장. |
김동진 병장은 헬기가 이·착함할 때는 비행갑판으로 올라가 지게차로 방열판을 들고 대기한다. 항공기 불시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헬기에 탄 조종사와 승무원을 구출하면 김 병장은 지게차로 헬기를 배 밖으로 밀어내는 임무를 맡는다. 이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괌으로 가는 중 처음 황천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황천을 만난 바람에 배가 많이 흔들렸다.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가 가벼워졌지만 뱃멀미를 안 했다. 뱃사람이 다 됐다”고 했다.
김 병장은 군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으로 쌍용훈련에서 미군 헬기 착함 훈련에 참여했을 때를 꼽았다. 당시 미군과 부대 패치와 코인을 교환했는데 “한미동맹을 몸소 체험했다”고 했다. 그는 “군대에서 해외를, 그것도 군함을 타고 간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해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해외에서 승조원 선·후임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괌 해변에서는 물놀이를 했는데 덕분에 친하지 않았던 승조원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입대를 앞둔 이들에게 해군을 꼭 추천할 겁니다.”
“고 박동혁 병장에게 감명 받아 해군 의무병 지원”
![]() |
마라도함 의무병 조영원 일병. |
조 일병은 군의관을 도와 함내 의무 행정과 각종 검사 보조, 응급처치 등을 맡는다. 그는 “마라도함에 처음 승함했을 때 함내 의료시설을 보고는 놀랐다”고 했다. 수술실부터 치과진료실을 비롯해 엑스레이 기기도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동순항훈련에서 의무실이 가장 바빴던 때는 항해 초반이라고 한다. 생도들이 배를 처음 타다 보니 멀미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조 일병은 “드레싱이나 각종 처치를 한 뒤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조영원 일병은 “마라도함에 승함하자마자 합동순항훈련을 가게 돼 걱정도 많았지만 무사히 훈련을 끝내 다행”이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사관생도들이 말하는 2024 합동순항훈련
합동순항훈련에서 전체 사관생도를 대표하는 자리인 연대장 생도를 맡은 해사 김연수(남) 생도는 국가 전략자산인 군함을 지휘하는 함장이 될 수 있다는 매력에 해군을 택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배를 타봤지만 마라도함처럼 생활환경이 쾌적한 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관실 근무자 보고는 깊은 감명 공사 강민정(여) 생도는 아버지가 직업군인(육군)이었다. 그는 배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아쉬워서 배에서 내리기 싫었다고 했다. 강 생도는 기관실 당직을 체험했는데 기관실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승조원 덕분에 배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육사 유오성(남) 생도는 지성과 체력을 모두 기르고 국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관학교로 진학했다. 순항 경험은 처음인데 전투상황실 견학이 마라도함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이라고 했다. 유 생도는 “여러 센서가 동시에 작동하는 배에서 이를 중앙에서 통제한다는 점이 신기했다”고 했다. 그도 기관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라고 했다. 소음도 심하고 덥기까지 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연평해전〉 계기로 해군에 관심 해사 박소연(여) 생도는 영화 〈연평해전〉을 본 후 해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기에 해군은 바다뿐만 아니라 땅(해병대)과 하늘(항공병과)로도 진출할 수 있어 다양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육사 구수민(여) 생도는 어릴 적부터 주변에 군인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구 생도는 “‘군인이라는 직업이 잘 맞겠다’고 생각했고 가장 확실한 길인 사관학교를 목표로 했다”고 했다. 구수민 생도는 앞서 울릉도와 독도에 갈 때 배를 타본 적이 있는데 이번 합동순항훈련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구 생도는 ‘안전 당직’을 체험했는데 복잡한 구조물을 꿰뚫고는 하나하나 관리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했다. 마라도함은 ‘공식적인’ 격실만 해도 727개다. 통로와 통로 사이나 복도 등은 포함하지 않는 수치다. “유사시 함정 역할 이해하는 시간”
코로나19 당시 국가재난상황에서 간호장교들이 자진해 현장으로 간 것에 감명을 받아 국간사를 택한 정현우(남) 생도. 정 생도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군인이 지켜주고, 이 군인을 지켜주는 역할이 의무장교라고 생각해 국간사에 지원했다”고 했다.
김 생도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도 견학을 다녀왔는데 젊은 장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미 공군 문화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범선(帆船)과 같은 구조가 인상적 ― 마라도함에서 지내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요. 구수민: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자동화 시스템을 잘 운영하려면 승조원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강민정: 사관생도들은 생도대라는 곳에서 생도끼리 생활해요. 병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체험해 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합동순항훈련 덕분에 식당부터 전투정보실, 기관실, 조정실 등 체험했습니다. 병사들이 직접 안내하고 설명해 줬는데 각자 맡은 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이현: 마라도함이 전투 임무 이외에도 인명 구조 활동에 필요하거나 사상자 수습 등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박소연: 마라도함에 설치된 각종 구조물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알게 돼 신기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함내 화장실이 한 곳만 막혀도 다른 곳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함정 구조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연수: 해군 전통은 장교(준사관 이상)·부사관·병사의 생활 구역이 나눠집니다. 범선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통인데, 마라도함이 범선 구조처럼 생활 구역을 나눠 지내는 걸 보고 신기했습니다. 그전까지 제가 타본 배들은 층별로 계급을 구분하고 생활했거든요. 설마 했는데 정말 맛있었던 마라도함 밥 ― 마라도함 식사는 어땠나요. 김찬진: 너무 맛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나온 소시지 반찬은 아주 실했고 씹는 맛이 즐거웠습니다. 구수민: 저는 과일이 맛있었어요. 유오성: 어제 나왔던 돼지김치찌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강민정: 애호박전이 너무 맛있어서 한 번 먹고는 끝까지 기다려서 또 먹었어요. 정현우: 돼지국밥이 정말 맛있었어요. 어떻게 이런 맛을 냈을까 했죠. 부속 고기가 푸짐했어요. 김이현: 저는 아침·점심·저녁뿐 아니라 야식까지 챙겨주는 걸 보고 엄청나게 놀랐어요. 어제는 닭꼬치를 주셔서 행복했어요. 박소연: 선배들이 ‘마라도함 밥 맛있다’고들 했죠. 설마였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쫄면 같은 메뉴가 급식으로 나오면 곧 불잖아요. 그래서 손을 잘 안 대는데, 마라도함 쫄면은 시간이 지나도 탱탱함을 유지했어요. 김연수: 저는 김치가 맛있었어요. 항해가 길어질수록 뭔가 숙성되는 맛이라고 할까요.
김연수: 공식 일정을 치르다 보니 금요일에 처음 문화 체험 활동을 나갔어요. 동기들과 함께 투몬 비치에서부터 이파오 비치까지 걸었죠. 10km쯤 걸으며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박소연: 스노클링을 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마라도함 승조원을 만났어요. 부사관들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마라도함 모임이 됐어요. 격식, 계급 구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김이현: 저는 대표생도여서 전단장님과 함께 움직였어요. 시간이 많이 없어 관광지는 못 갈 줄 알았는데 대표생도 4명이 모여 ‘사랑의 절벽’에도 가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美 육군 대령에게 들었던 실전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
강민정: 마라도함 비행갑판에서 가졌던 ‘별 보기 행사’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마라도함에서 자체 라디오 방송인 ‘마라디오(Ma+Radio)’도 진행하며 사연을 읽어주셔서 더 즐거웠어요. 어두운 가운데서 다 같이 별을 보며 별자리도 맞추고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오성: 함상 리셉션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미 육군 대령과 나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담함을 강조하셨죠. 이 대령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어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제 전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대처 방법 등을 들을 수 있어 인상 깊었죠. 박소연: 비행갑판에 나가 네이비블루 색인 태평양 바다를 본 게 기억에 남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거든요. 바다색이 너무 예뻤어요. 생도들이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거죠. 구수민: 기항지에서 다른 사관학교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가 아니면 다른 사관학교 동기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투몬 비치에서 모든 사관학교 친구가 모여 마치 한국의 어느 해변인 것처럼 어울려 노는 게 기억에 남아요. 정현우: 진해에서 합동순항훈련 출항하는 순간이요. 생도들이 모두 정복을 입고 정렬한 채 출항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났죠. 가슴을 뛰게 하는 그런 무언가였습니다. 김이현: 마라도함에 처음 타서 3주 동안 생활할 격실에 들어선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함정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가 생활할 공간은 어떤 곳일지 상상도 못 한 채 배에 올랐거든요. 짐도 많고 붐비는 상황에서 정신없이 적응한 순간이 떠올라요. 김연수: 기동군수지원 훈련을 마라도함 함교에서 관찰했는데 조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간접 경험했습니다. 대청함에서 천자봉함으로 유류를 이송하는 장치인 ‘프로브’가 내려가는 걸 본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실력을 갖추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기회였습니다. 각 군마다 다른 문화, 마라도함에선 해군식으로 각 군마다 생활하는 환경이 다르기에 규칙도 다르다. 각군 사관생도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구수민 생도는 “경례 구호부터 시작해 보고하는 방식까지 너무 달랐다. 육사는 손을 바로 올리며 ‘충성’이라고 하는데, 해사는 손을 올리며 ‘필, 승’이라고 딱딱 끊어서 경례했다. 보고할 때도 군마다 방식이 달라서 때에 따라 과정이 추가되거나 생략되는 것도 있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사관생도들은 규칙이나 문화가 다를 땐 해군 문화를 따랐다. 김찬진 생도는 이렇게 말했다. “첫날을 보내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이불을 정리할 때였습니다. 해군은 이불을 정리하면 이를 베개 밑에 두는 식이더라고요. 육군, 공군, 해군 모두 침대 정리 방법이 달랐죠. 육군이나 국간사는 이불을 펴놓았고요. 이렇게 해서는 통일이 안 된다고 생각해 해군 방식을 따르기로 했죠. 해사 생도를 제외하곤 ‘15분 전, 5분 전 문화’도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사관생도답게 금방 적응했습니다.” 사관생도들은 다른 사관생도들을 어떻게 봤을까. 유오성 생도는 “해군은 동작이 빠르고 시간관념이 정확하고, 국간사는 부드럽다. 공군은 창의적이었다”고 했다. ‘땡큐 포 유어 서비스’ 경험해 인상적
박소연 생도는 “이번 실습을 계기로 ‘공부를 많이 해 함정에 정통한 장교가 돼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구수민 생도는 “사관생도들이 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끈 훈련전단과 승조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구 생도는 ‘난로 같은 장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이현 생도는 “전문성을 가진 간호장교가 돼 언제, 어디서나 군 장병을 성심껏 보살피는 군인이 되겠다”고 했다. 김찬진 생도는 국가를 위해 생명을 기꺼이 바치는 군인,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합동순항훈련은 훗날 우리 군이 합동작전에 필요한 결속의 밑바탕”이라고 했다. 유오성 생도는 “교과서, 수업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국제 정세를 실제 미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미군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위해 청춘 바치는 이들과 함께해 행복”
“사관생도 역시 개인으로서는 평범한 젊은이이지만, 이들이 함께 모이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이라는 소속감을 갖습니다. 합동순항훈련을 하며 사관생도들이 서로의 꿈을 나누며 어떤 병과를 선택할지, 어떤 군인이 될지, 어떤 간호장교가 될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걸어갈 길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청춘을 바치겠다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
SSU와 함께하는 체력단련
![]() |
SSU 김량호 하사. |
SSU 김량호 하사가 운동 프로그램을 직접 짜와 이를 진행했다. 시범을 직접 보이며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기 체중을 이용하는 맨몸 운동과 함께 원을 그리며 격납고를 여러 바퀴 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관생도부터 마라도함 승조원, 전단 구성원 등 약 30명이 함께했다.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망망대해에서 자발적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단에 편승한 해군 군악대장 김지용 중위는 “평소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도 따라가기 힘들었다”면서도 “운동을 해 기분이 상쾌하다”고 했다.
생도들은 각종 교육훈련과 복지시설 이용으로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여기에 실습, 친교행사와 장기자랑, 체육활동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러닝머신을 뛰거나 스테퍼(일명 천국의 계단)를 걸으며 운동을 하는 생도도 눈에 띄었다. 탁구대와 배드민턴 코트가 설치돼 있었다. 소속과 계급을 가리지 않고 조를 만들어 함께 운동했다.
일부는 탁자에 모여 앉아 보드게임을 했다. 사우디에서 온 수탁생도 3명이 모여 있었는데, 2명은 육사, 1명은 해사 생도였다. 이번 순항훈련에는 한국 사관학교로 위탁교육을 온 외국인 수탁생도 17명도 참가했다. 사관생도들은 다른 학교 생도뿐만 아니라 승조원과도 교류했다. 육사 수탁생도인 티라팟 생도는 SSU 대원과 부대 패치를 교환했다. 이 패치를 같은 나라에서 온 다른 학교 생도들에게 자랑했다.
일부 생도들은 갑판에 서서 다른 학교 생도들과 철학적인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종교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
국간사 판니따 생도가 육사 티라팟 생도에게 SSU 부대 패치를 붙여주고 있다. |
![]() |
사관생도들이 러닝머신과 천국의 계단을 이용해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
![]() |
육사 최혁준 생도가 러닝머신을 뛰고 있다. |
![]() |
해사 조윤성 생도가 로잉머신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조 생도는 조정 대회에 나가 우승한 경험도 있다. |
![]() |
사관생도들이 한데 모여 보드게임을 하며 친목을 다졌다. |
![]()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수탁생도가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가운데 있는 생도는 해사 수탁생도이며 두 명은 육사에서 공부하고 있다. |
![]() |
해군 군악대가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
![]() |
국간사 생도로 구성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
![]() |
해군 군악대가 색소폰 공연을 하고 있다. |






![]() |
통역병 박성호 병장이 춤을 추고 있다. |
![]() |
국간사 생도로 이뤄진 팀이 춤을 추고 있다. |
![]() |
해군 군악대 공연 |




결혼 일주일 앞두고 훈련 참가한 해병 대위
![]() |
훈련전단 참모장 정인철 대령(오른쪽 두 번째)이 괌 주지사 내외를 안내하고 있다. |
훈련전단 정보참모는 해병대사령부에서 근무하다가 파견 명령을 받은 여석빈 해병 대위였다. 여 대위는 결혼식을 앞두고 훈련에 참가했다. 여 대위는 “해군에서 배는 영토와 같은 역할이다. 함상 리셉션은 해군만이 할 수 있는 해군의 자랑”이라며 “함상 리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여석빈 대위는 “합동순항훈련전단은 임시 조직이라 인력도 적어 야근이 일상이다. 청년 사관생도의 견문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우방국에 한국군의 위상을 높인다는 보람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 동해 해군 1함대에서 근무하는 한동훈 대위는 뛰어난 일본어 실력 때문에 훈련전단에 참여했다. 일본 측 인사가 한 대위에게 감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 생도가 여권을 잃어버리자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안전 항해 기원하고 승조원 위로하는 종교행사
![]() |
불교 종교행사. |
![]() |
천주교 종교행사. |


이번 훈련전단에는 군종법사(이성철 공군 소령)와 군종신부(최승범 해군 대위)도 참가했다. 함내에선 종교활동 시간을 가지며 안전 항해를 기원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함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위문품을 나눠주고 격려도 했다. 생도들과 승조원들은 수시로 군종장교와 상담하기도 했는데 늦은 밤이 되면 줄을 서는 날도 있었다.
군종법사에게 어떤 상담이 가장 많은지를 물었지만 군종법사는 “상담 내용은 비밀”이라고 했다. 군종신부는 훈련전단 구성원들이 괌 한인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훈련전단 예산을 책임지는 재정 참모를 비롯해 법무참모 등은 육군에서 파견됐다. 국방부를 비롯해 외교부 등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통역병 박성호 병장.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중 훈련전단으로 파견됐다. 박 병장은 복싱 선수 출신인데 영어를 공부해 통역병으로 입대했다. 박 병장은 “군사외교 일선에서 국위선양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병 전역 후 해군 장교로 입대할 계획이다.
합동순항훈련전단 인사참모 박영빈 해군 소령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 실무 맡아 영광”
박영빈 소령은 해군 2함대 기함인 을지문덕함 작전관을 지냈다. 우연히 해사에 지원해 군인이 됐지만 해군이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걸 지금도 느끼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 ― 훈련 준비 과정부터 무사 입항하기까지 고생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전단 인사참모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전단장님, 참모장님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끝냈습니다. 뿌듯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군부대나 관계 기관 방문을 위한 협조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미국의 경우 외교 사안이기도 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했죠. 방문국도 우리나라처럼 매년 담당자가 바뀝니다. 이에 따라 방문 계획도 달라지기에 그 과정이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주변 참모들이 도와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훈련 중 생도가 위급해 헬기로 긴급 이송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상급 부대와 주변국 무관(武官) 부서에 연락하며 절차를 밟았습니다. 저도 사관생도 시절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훈육관님의 헌신을 경험했기에 이번에는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생도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 합동순항훈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괌에서 만난 6·25전쟁 참전용사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6·25 참전 기념비 참배와 리셉션 행사장에서 이분을 부축해 드렸습니다. 서로 피부가 맞닿았죠. 그때 이분의 노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병이시라는 걸 실감하며 깊이 감사했습니다.” 박 소령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군인”이 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관생도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했을 때 뿌듯했습니다. 사관생도 700명의 해외 합동순항훈련을 지원하는 일은 쉽게 경험할 기회가 아닙니다. 무사히 훈련을 마칠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이 사관생도들이 훗날 멋진 장교가 돼 후배 사관생도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습니다.” |
“모험심이 많다면 해군이 제격”
![]() |
통역장교 최여름 중위. |
![]() |
최여름 중위가 통역을 하고 있다. |
최 중위는 “장교가 되면 평생 군인으로 살아야 하는 줄 알고 망설였지만 새로운 경험, 특히 합동순항훈련에 참가해보고 싶어 해군 통역장교에 지원했다”고 했다. 해군 통역장교라고 해도 모두가 합동순항훈련에 참가할 순 없다.
― 영어를 잘하는데 해외 경험이 많지 않습니까.
“저는 국내에서만 공부했습니다. 해외여행이라곤 동남아에 며칠 다녀온 게 전부입니다.”
―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학교 공부 말고도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문법을 먼저 쌓는 걸 추천합니다.”
― 영어가 능통한 지휘관에겐 통역이 굳이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공식적인 의전절차이기 때문입니다.”
― 이번 합동순항훈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입니까.
“브렌트 디 보어 마리아나지역 통합사령관이 코인을 건네며 악수해 준 게 가장 기억이 남습니다. ‘나는 통역관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기에 코인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완벽한 통역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 통역장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요.
”전달력과 순발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래 뜻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빠른 시간에 이를 처리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통역이 있습니까.
“이번 훈련에서 앤더슨 공군기지 부사령관이 ‘Boonie dog’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이를 ‘들개’로 통역했는데, 실제 의미가 정확히 들개였죠. 찰나에 의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 통역장교만이 가진 특징이 있습니까.
“선후배 조직이 끈끈합니다. 1년에 2번씩 함께 모여 우정을 다집니다.”
― 행사할 때만 바쁘진 않습니까.
“평소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한 각종 훈련 준비를 합니다. 여기에 귀빈 접견이 있으면 이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많습니다.”
― 지금까지 통역은 얼마나 했습니까.
“이번 합동순항훈련까지 15번입니다.”
최 중위는 “군사외교 최일선에서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노력하겠다. 통역장교로서 한미동맹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모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해군이 제격”이라고 했다.
이어도기지 시각 관찰
![]() |
이어도 종합해양기지. |
![]() |
이어도를 바라보는 사관생도들. |







![]() |
이성철 군종법사가 이어도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
![]() |
마지막 아침 점호. |



![]() |
3주 동안 사용한 물품을 정리한 후 반납하고 있다. |
![]() |
해사생도가 RFID를 회수하고 있다. RFID는 위치 파악 수단이다. |
“입항~”
11월 23일 오전 8시 32분. 마라도함이 진해기지에 도착하자 함내 스피커에서는 휘파람처럼 들리는 ‘보슨 파이프’ 소리와 함께 “입항~”이라는 말이 힘차게 울렸다. 미래 국방을 책임질 사관생도 719명의 19박 20일, 4300마일 항해의 성공적 종료를 알리는 소리였다.
![]() |
해사 김연수 생도가 입항 후 마지막 신고를 하고 있다. |


![]() |
사관생도들이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






마라도함 함장 김정철 해군 대령 “마라도함 승조원, 100점 만점에 200점 활약”
그는 “2024 합동순항훈련전단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해군에 감사한다. 사관생도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어 큰 기쁨이었다. 기함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하나가 돼 준 마라도함 승조원에게도 고맙다. 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성과를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 왜 200점이나 주십니까. “마라도함에서 우리 군을 이끌 육·해·공군 장교들이 합동성을 키우고 유대를 맺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주 동안 사관생도들이 무사히 훈련을 받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마라도함 승조원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 합동성이 왜 중요합니까. “피 흘리지 않고 온전하게 승리(全勝)하려면 육·해·공군이 합동성을 바탕으로 싸워야 합니다. 합동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우선 다른 군에 있는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서로 잘 알아야 협조도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함장님께서는 지휘관으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까. “마라도함 표어(標語)는 ‘위 아 인 더 세임 보트(We are in the same boat)’입니다. ‘한 배를 탔다’고 말합니다. 마라도함 승조원은 모두가 한 가족입니다. 승조원 전원이 하나가 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의미입니다.” 김 대령은 지금까지 함정 16척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해군 대표 함정인 마라도함을 지휘했다는 이력은 그에게 큰 자부심이다. 마라도함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고 했다. 김 대령은 “마라도함을 해군 최고 함정으로 만들고 승조원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교육훈련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함이 되고자 했다”고 했다. 마라도함 사관실과 식당에는 교육훈련에 필요한 학습 자료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 교육 훈련을 특별히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적과 싸워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지휘하는 배가 적에게는 무서운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2함대에서도 함장을 지낸 적이 있는데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수장시키겠다’는 각오로 모든 승조원이 하나 돼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김정철 대령은 앞서 2함대에서 인천함 부장, 부천함 마지막 함장을 지냈다. 김 대령은 이번 훈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요코스카에 입항할 때 일본 측 함정들이 합동순항훈련전단이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기원해 준 장면을 꼽았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김학민 제독, “합동순항훈련전단 이끌어 영광”
![]() |
김학민 해군 제독이 진해기지로 입항한 뒤 사관생도와 승조원을 격려하고 있다. |
― 이번 훈련에서 생도들에게 강조하신 점이 있습니까.
“강한 해양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 합동성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 전단장께서도 생도 시절 순항훈련을 한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퇴역한 호위함 제주함(1500t급, 1981~2014년)을 타고 4학년 때 세계 일주를 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훈련 여건이 참 좋아졌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국력이 커지고 해군도 발전해 왔습니다. 제가 경험한 이 30년을 생도들에게 알려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김 제독은 1992년 순항훈련 당시 해사 생도로는 처음으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며 첫 세계 일주 항해를 했다.
― 합동순항훈련을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대규모 전력이 참가하는 훈련은 기획부터 준비, 진행까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합동순항훈련전단은 임시 조직이기에 실무를 맡는 참모가 채 10명이 안 됩니다. 출항을 앞두고 한 달 반가량 되는 기간 동안 전단 참모장인 정인철 대령을 필두로 참모들이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사관생도를 묵묵히 지원한 마라도함‧대청함‧천자봉함 승조원 500여 명의 노고도 있습니다.”
―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생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만든 과정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전단 참모들은 생도들이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밤잠 설쳐가며 일했습니다.”
외국군 기지 방문은 통상 90일 전에 절차를 마쳐야 한다. 합동순항훈련전단은 임시 조직이기에 방문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만큼 시간도 촉박했다. 협조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참모들이 보여준 헌신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이 과정을 해결해 갔다.
![]() |
사관생도들이 감사 인사가 담긴 편지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
사관생도 대상 합동순항훈련, 한국이 유일
― 다른 나라도 생도들에게 합동순항훈련을 시킵니까.
“대규모 전단을 꾸려 합동순항훈련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뿐입니다. 일본은 장교 양성 과정 중 하나이지만 사관생도를 대상으로 외국 기항지를 체험하는 훈련은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입니다.”
― 훈련에서 특별히 관심을 두신 게 있습니까.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침실을 함께 쓰도록 했죠. 이전 합동순항훈련에선 학교별로 침실을 따로 썼거든요. 통제하기에는 편하지만 다른 학교 생도들과는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고 합니다. 한 배를 탔는데 훗날 얼굴을 보곤 동기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 상륙 때도 여러 사관학교를 섞으시던데요.
“사관학교별로 1명씩 4명을 한 조로 편성했습니다. 친한 생도끼리만 나가면 다른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잖아요. 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보면 각 군이 왜 친해져야 하는지를 느낄 겁니다.”
― 사관생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생도들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큰 노력이 투입된다는 점을 꼭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또 생도들이 대양을 누비며 우리 국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 체감하고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간성들이 꿈을 크게 갖고 안보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태어나도 해군
김학민 제독은 “다시 태어나도 해군이 되겠다.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제독은 자기 삶 중 90%는 해군으로 채워졌다고 말한다. 함정 근무는 모두 전투함에서 했다. 적 도발에 대비하느라 가족과 보낼 시간도 적었다.
김 제독은 군 생활 절반 이상을 해군 2함대에서 보냈는데 2010년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2함대 지휘통제실장을 했다. 그해 3월 26일 폭침된 천안함이 인양되는 모습, 11월 23일 북한군이 쏜 시뻘건 포탄이 연평도를 공격하는 모습을 지하 벙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대응 작전을 지휘했다.
김학민 제독은 “만약 적이 도발하면 NLL을 사수하는 후배들이 반드시 적을 수장(水葬)시킬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
![]() |
남태평양 일출. 대청함(왼쪽)과 천자봉함 사이에서 해가 뜨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