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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1월 20일부터 시행되는 ‘의사면허취소법’

모든 범죄에서 금고형 이상 선고받으면 면허 취소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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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판결… 대리수술 시켜 환자 사망하면 징역 1년, 의사가 진료하다 과실로 환자 사망하면 금고 1년 6월
⊙ 개정 의료법(의사면허취소법) 11월 20일 시행… 교통사고, 집시법 위반도 면허 취소 가능
⊙ 변협은 자체 징계권 있지만 의협은 없어
⊙ 미국은 1~4년마다 의사 면허 갱신… 제대로 관리하려면 외국처럼 독자적인 면허 관리 기구 필요
2023년 2월 26일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이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강행 처리 규탄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총궐기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선DB
  2021년 미국 CNN방송은 한국의 ‘유령 의사’를 대대적으로 고발했다. ‘성형수술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한국의 위험한 유령 의사들(South Korea’s dangerous ghost doctors are putting plastic surgery patients’ lives at risk)’이란 제목이었다. 공장식 의원(醫院)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받다 환자들이 죽어나가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됐다. ‘권대희씨’ 사건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권대희씨는 2016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성형외과에서 원장 장모씨에게 사각턱 축소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직후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수사 결과 당시 수술방이 동시에 4개 열려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의사들이 이동하며 순차적으로 수술하고 봉합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의사 없이 간호조무사가 지혈을 했다. 이 병원은 진료기록지를 거짓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유령수술’ 사건으로 불리며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발단이 됐다. 7년여 법정 공방 끝에 원장 장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 부산의 정형외과 의사 A씨가 받은 선고를 보자. A씨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고, 이 영업사원에게 어깨 수술을 받은 환자는 사망했다. A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16년엔 양천구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일어났다. 97명이 감염됐다. ‘양천구 다나의원’ 사건이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게 원인이었다. 개당 100원도 하지 않는 일회용 주사기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원장 김모씨가 뇌내출혈로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데도 계속 진료를 했다는 게 밝혀졌다. 김씨는 금고 4년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외과의사 B씨는 2023년 9월 25일 금고(禁錮)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오진(誤診)을 해 환자가 숨졌다는 이유였다. 금고는 교도소에 갇히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을 하지 않는 형벌이다. B씨는 2018년 6월 대변에 출혈이 보여 내원한 환자에게 급성항문열창 수술을 했고, 환자는 다음 날 빈혈로 쓰러져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의료과실도 형사처벌하는 한국
 
  2019년 6월엔 산부인과 의사 C씨가 구속됐다. 사산아 유도분만을 진행하던 중 태반 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였다. C씨는 항소심에서 금고 8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분만 담당 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엔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장폐색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인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전공의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의료인을 대하는 우리 사법부의 시각은 아무리 봐도 특이하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에겐 징역 1년형을 내리고, 직접 환자를 치료한 의사의 과실엔 1년 6개월 실형에 법정 구속을 선고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 의료과실이 일어난 경우와, 의사가 고의로 명백히 잘못된 행위를 한 경우를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절차를 따른 의사의 진료행위 중 과실은 엄하게 다스리면서 진짜 처벌해야 할 범죄는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개정법, 교통사고로도 의사 면허 취소 가능
 
  통계(2018~2022년)를 보면 의사들의 강력범죄는 늘고 있다. 여기에서 의사란 의사·한의사·치과의사를 아우른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의사 범죄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지만 ‘강력(흉악)’범죄는 증가했다. 2017년 142건이었던 것이 2021년 176건으로 23.9% 늘어났다.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2021년 기준 ▲재산범죄 15.6%(677건) ▲과실범죄 15.1%(654건) ▲강력범죄(폭력) 10.0%(432건) 순이었다. 여기서 과실범죄는 의료과실이 포함된 수치다.
 
  의사의 범죄와 의사 면허가 별개라는 사실도 문제다. 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킨 다나의원 원장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면허는 그대로였다. 심지어 그는 뇌내출혈로 장애 2급(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을 진단받아 혼자서는 보행도 힘든 상태였다. 면허정지 4개월 처분이 그가 받은 행정처분의 전부였다. 이후 의사 면허 관리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지난해 5월 의사 면허 관리를 다룬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1월 2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의료법은 소위 ‘의사면허취소법’이라 불린다. 의료 관련 법령 위반 외 ‘모든 종류의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고 규정했다. 교통사고를 일으켰거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을 위반해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통사고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유가족과 합의를 했어도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인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건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다.
 
  첫째, 모든 범죄에 일괄적인 기준을 들이대서는 면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의사의 범죄 의혹은 특성상 의사 집단의 자율적인 조사와 징계가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의료행위의 특수성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범죄와의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아서다. 다나의원의 경우도 내부 직원이 다른 의사에게 병원 내부 상황을 제보한 후에야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다.
 
 
  10명 성추행하고도 바로 복귀
 
  사안에 따라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았더라도 면허 취소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성범죄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경찰청 국감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 통계를 발표했다. 총 717명으로, 역시 의사·한의사·치과의사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들은 진료 현장을 떠났을까? 보건복지부가 남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비도덕적 진료행위 자격정지 현황’ 자료를 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정지가 된 의사는 총 64명이었다. 이 중 성범죄가 명시된 처분 사유는 5건이다. 717명 중 자격정지를 받은 건 고작 5건이었고 그나마도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처분에 그쳤다.
 
  서울아산병원의 모 교수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공의와 간호사 등 10여 명의 동료 여성 의료인들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병원 자체 징계로 정직 5개월 처분을 받은 후 바로 복귀해 지금도 진료 중이다. ‘미투’ 물결 이후 성감수성이 강조돼 왔다. 10여 명이 피해를 당했는데 단지 정직 처분만으로 일단락되는 건 일반 기업이나 타 직종에서라면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의료인의 성범죄는 진료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성범죄는 적발돼도 대부분 직무정지 정도의 처벌을 받는다. ‘의료진-환자’ 사이의 범죄도 자격정지 1개월 정도의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외국은 어떨까? 대부분 성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한다. 미국의 경우 의사가 성범죄 사건에 연루되면 형 확정과 무관하게 일단 면허를 정지한다. 형이 확정되면 면허를 취소한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의료인은 이후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하거나 면허를 재취득하지 못하도록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의사법에서 성범죄 특히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 강간 등을 저지르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실효적 징계권 없는 의협
 
2014년 4월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성형외과 의사들이 일부 성형외과의 대리수술, 면허 대여 등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4년엔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가 생후 4개월 된 여아의 심장 수술을 하기 위해 전신마취를 해놓은 상태에서 동료 의사와 의견차가 생겼다고 일방적으로 수술실을 나가버린 일이 있었다. 이 의사는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고, 정직 1개월도 부당하다며 병원에 소송을 걸었다. 이런 사건은 의사들의 자체 조사와 징계를 통해 더 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다른 직역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자체 징계권을 갖고 있다. 1995년 법무부로부터 징계 권한을 이관받았다. 변협은 문제가 되는 변호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수 없도록 징계할 수 있다. 의사협회(의협)엔 그런 권리가 없다. 기껏해야 협회 회원 자격 제명 정도다.
 
  지난 6월 ‘36주차 낙태’ 사건이 터졌다. 유튜브에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낙태 브이로그 영상이 올라오며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병원장, 낙태 알선 브로커 2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술 집도의를 살인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살인죄 외에도 수술실 CCTV 미설치, 수술 브로커 고용 혐의, 허위진단서 작성(의사는 아기가 사산됐다고 주장하지만 살아 있었던 걸로 추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협은 해당 의사를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수사기관에 엄벌을 탄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이 정도가 의협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면허 신고 안 해도 행정처분 안 받아
 
  둘째,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면허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면허 관리에는 면허 등록과 정기신고, 징계, 면허 재교부가 모두 포함된다.
 
  한국은 의료인의 면허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전반적인 사항만 관리한다. 면허 정기신고의 경우 최초로 면허를 받은 해부터 3년마다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취업 상황 등을 신고하는 식이다.
 
  매해 8시간 이상의 보수교육도 들어야 한다.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이다. 면허 미신고자는 면허 효력이 정지되고, 보수교육을 듣지 않으면 경고나 자격정지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면허 정기신고를 안 하고 교육을 안 들어도 별 제재를 받지 않는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를 정기감사하면서 최근 5년간 면허 미신고자를 조사했다. 연평균 1만 6천 명의 의사가 면허 신고 의무를 위반(미신고율 29%)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의료인 보수교육 역시 연평균 의사 2만 3천 명이 의무보수교육을 미이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면허가 있는 복지부 직원 14명도 보수교육을 듣지 않았다. 면허 신고를 하지 않고 보수교육을 듣지 않은 이들 모두 아무런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 앞의 다나의원 원장 역시 연수교육에 불참했다. 일부 교육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원장 부인이 대리출석했다. 이런 사실이 사전에 감지되고 관리됐다면 집단감염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조현병 등으로 치료감호를 받은 의료인 2명이 면허를 유지하고 있고, 치매나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의사 120명이 치료 기간중 43만여 건의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마약류 중독자로 치료보호를 받은 이력이 있는 의료인 4명이 면허를 유지하고 있고, 이 중 3명은 치료 기간중 의료행위에 종사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의료 면허 관리 기구 없는 한국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 264명이 자격정지 기간중 처방 2,453건, 투약 1,143건 등 총 3,596차례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 또는 처방했는데도 아무런 관리·감독이 없었던 점도 적발됐다. 행정처분은 처분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야 함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단순히 해당 의료인이 개인 사정을 들어 요청했다는 이유로 처분 시작일을 수개월 연기해 주기도 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 일정 기간(1~4년, 주마다 다름)마다 의사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이때 ▲최근 정신과 약물을 복용했는지 ▲머리를 다쳐서 입원한 적이 있는지 ▲질병을 치료하느라 쉰 적이 있는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은 있는지 등등 의사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알리고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의료윤리교육 이수증도 제출해야 한다.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는 “전 세계 국가 중 의사 면허를 관리하지 않는 곳은 동북아시아 3개국, 즉 한국·중국·일본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국과 캐나다의 의사 면허를 보유한 안 교수는 의사 면허 관리제도를 오래 연구해 왔다.
 
  미국은 주마다 있는 ‘SMB(State of Medical Board)’에서 면허를 관리한다. 미국 전역에서 약 70개의 SMB가 운영되고 있다. SMB는 면허 발급부터 갱신, 징계 등을 모두 담당한다. 면허를 갱신하려면 의사는 자신이 직업윤리를 준수하고, 적합한 진료를 수행하며,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갱신 과정에서 문제가 감지되면 조사 결과가 SMB 이사회에 제출되는데 이사(Board Member) 과반수가 의사다. 의사의 의견이 존중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GMC(The General Council)에 면허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GMC는 면허 발급·관리를 담당하는 독립된 기구다. GMC는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인과 일반인이 각 6명씩 들어가 있는데, 사실상 의사들에 의한 자율규제 단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역시 의사 면허 관리 기구(Singapore Medical Council·SMC)가 있다. SMC 이사회는 전원 의사로 구성된다. ▲보건부 의료서비스국장 ▲의과대학 추천 각 2인 ▲싱가포르 거주 정식 등록 의사들이 선출한 12명의 등록 의사 ▲보건부장관이 지명한 8명의 등록 의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SMC 내에 설치된 민원처리위원회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만, 동료 의사의 신고를 접수한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후 ‘경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주문한다. 사안이 무거운 경우 이사회 자체 징계재판소에 회부한다. 징계재판소는 1심 법원 역할을 한다. 사안에 따라 면허 취소, 면허정지, 벌금 등을 선고할 수 있다.
 
 
  징계 기록 공개해야 재범 방지 효과
 
  한국 의료계도 자율징계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2016년 ‘전문가평가제’를 시범운영해 본 경험이 그걸 증명한다. 전문가평가제는 지역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이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을 상호 모니터링하는 제도다. 2016년 11월부터 광주광역시 등 3군데 지역에서 시범 운영해 봤다. 광역시·도 의사회에 전문가평가단을 설치해 비도덕적 진료행위 의심 사례를 감지하면, 시·도 의사회에서 심의 후 중앙윤리위원회로 처분을 의뢰하는 식이었다. 중앙윤리위는 행정처분 필요 여부와 자격정지 기간(경고~정지 1년)을 정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했다.
 
  면허 관리가 단순히 징계에서 그치면 안 된다. 어떤 의사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해당 의료인의 범죄 재발을 방지하고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2012년 서울 강남에서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가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다졸람 등 수면유도제를 맞다 숨진 지인을 한강변에 유기했다. 이 의사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고 2014년 2월 출소했다. 복지부는 그해 8월 1일 김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3년 뒤인 2017년 8월 1일, 김씨는 복지부에 의사 면허 재교부를 신청했다. 복지부는 재교부 승인을 거부했다. 그러자 김씨는 소송을 걸었고, 1심 재판부는 면허를 재발급해 주라고 결정했다. 결국 이 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2023년 3월 대법원은 ‘복지부의 재교부 거부는 적법’이라고 판결했다. 김씨가 소송을 걸면서까지 면허를 다시 교부받으려 한 것은 ‘어쨌든 면허만 돌려받으면 된다’는 의식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과거가 묻히는 한국 특유의 현실 때문이다.
 
  미국은 다르다. SMB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면허를 등록한 의사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학력, 수련 병원, 전공 분야, 자격증 정보, 징계 내역, 범죄 이력 등 의사들의 정보를 이름만 알면 조회해 볼 수 있다. 각 주의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 사이트에서도 징계 내역을 누구든 조회할 수 있다. 뉴욕주 보건부 사이트에 들어가서 ‘존(John)’이라는 이름으로 조회를 해봤다. 뉴욕주에 의사 면허를 등록한 의사 ‘존’ 중 징계를 받은 이들은 205명이었다. 단순한 항목뿐 아니라 어떤 사유로 징계받았는지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1990년에 징계받은 내역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대한변협 역시 소속 변호사들의 징계 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최대 3년간 공개한다.
 
 
  보수교육 강화 등 전문직 윤리 아쉬워
 
지난 4월 28일 서울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의사윤리강령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사 면허 관리에 더해 의사 보수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소위 의료 선진국 중 한국의 보수교육 이수 시간이 가장 적다(1년에 8시간).
 
  미국은 우리나라의 보수교육에 해당하는 ‘Continuing Medical Education’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수 시간은 1년에 20~50시간으로 주마다 다르다.
 
  독일의 경우 5년간 250점(1점은 45분)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안 받으면 의사가 받는 진료비를 깎는다. 호주는 연간 100점이다. 벨기에는 연간 200점 이상 이수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는다.
 
  미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의사에게 10년마다 전문의 면허시험을 다시 치르도록 한다. 전문지식에 대한 평가는 물론, 자신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들과 동료 의사들에게 자신의 진료(근무)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도 받아오도록 한다. 1990년 이전에 전문의 자격을 딴 경우엔 재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 원해 재시험을 보는 의사들도 꽤 있다고 한다.
 
  의사들, 특히 병원장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건강보험 수가(酬價)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원가 보전도 안 되는 진료 수가가 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와 함께 전문직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전문직은 사회에서 일정 자격을 인정받은 대가(代價)로 스스로 윤리강령을 세워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집단을 뜻한다. 의료전문직인 의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해 사회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았다. 사회는 의사에게 의학적 권위와 진료를 독점할 권리를 상징하는 면허를 부여했다. 사회적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문직은 스스로 윤리강령을 세우고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유럽내과연합(European Feder ation of Internal Medicine)과 미국의사회·미국내과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American Society of Internal Medicine) 재단이 공동으로 연구한 ‘2002 의학 전문직업성 연구 프로젝트(Medical Professionalism Project 2002)’는 의학 전문직업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회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환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경쟁력과 정직함을 유지하면서 사회의 건강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도움과 조언을 하는 것.’
 
  눈에 띄는 건 ‘정직’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의협은 2017년 의사윤리강령과 윤리지침을 개정해 새롭게 내놓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윤리강령에서 ‘정직’의 강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의사면허관리원 출범하려면
 
  우리나라는 일제시대 일본을 통해 일본식 서양의학을 받아들였다. 이후 전문직이라는 업(業)의 속성과 자율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의사집단 내부에서조차 아직 합의가 안 된 상황이다. 1964년 한국의 의사는 1만 95명, 이 중 85%가 일반의, 15%가 전문의였다. 60년이 흐른 현재 한국의 의사 수는 활동 의사 기준 11만 2321명(2022년 통계)으로 성장했다. 이 중 일반의가 17%, 전문의가 83%(9만 3457명)다.
 
  한국 의료는 단시일 내에 질과 양 모두 성장했다. 그러면서도 원가보다 낮은 수가, 실손보험과 맞물린 비급여진료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미용진료 시장 확대의 폐해 등 압축성장의 그늘이 확대되고 있다. 의협이 주도해 추진하는 ‘의사면허관리원’이 출범하려면 먼저 의사 집단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바로 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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