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판결,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가 아닌 이화영 전 부지사를 위해 (대북사업을) 했을 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확인”(임무영 변호사)
⊙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이 대표 재판 지연될 사유 없어… 일반인이었으면 100% 구속”(차기환 변호사)
⊙ 이화영 판결 나오기 전 “판결문에 이재명 이름 몇 번 나오느냐가 관건”(이동호 변호사)
⊙ 법조계 일각 “보고서는 말 그대로 제3자의 의견, 동향… 내부 관계자 증언 등이 더 중요”
⊙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이 대표 재판 지연될 사유 없어… 일반인이었으면 100% 구속”(차기환 변호사)
⊙ 이화영 판결 나오기 전 “판결문에 이재명 이름 몇 번 나오느냐가 관건”(이동호 변호사)
⊙ 법조계 일각 “보고서는 말 그대로 제3자의 의견, 동향… 내부 관계자 증언 등이 더 중요”
- 사진=뉴시스
〈김성태(전 쌍방울 그룹 회장)가 이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경기도를 대신해서 스마트팜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냐고 물어봤을 때, 피고인이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반복하여 진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 중)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지난 6월 7일 1심에서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종 결재권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6월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이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월 22일 자 《조선일보》는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를 맡은 김현철 변호사가 전날인 5월 21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은 불가피하게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본인 방북 비용 代納 몰랐을 리가”
앞서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5월 3일 만난 이동호(李東鎬·50)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몇 번 나오느냐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104번 등장한다. 이동호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송금 계획이 보고됐는지가 관건”이라며 “이 대표의 방북(訪北) 비용으로 300만 달러나 대납(代納)하는데 이 대표가 몰랐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를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목적’ 부분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는 건 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낸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만 바라보고 뇌물을 줬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보고 준 거라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죠.”
수원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신진우)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연루된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같은 재판부가 맡게 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아래와 같은 진술이 담겼다.
논란의 국정원 보고서
〈원래 제2회 국제대회 할 당시 리호남(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남공작원)에게 1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그때 자질구레한 돈이 들어가다 보니 본인(김성태)이 준비한 10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인가를 리호남에게 먼저 주었다. 이렇게 돈을 준 상태에서 피고인(이화영)이 이재명 지사에게 전화해서 바꿔주어 통화를 하였는데 70만 달러를 줬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 ‘서울 가서 인사드리겠다’는 정도로 말을 하였다.〉(김성태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51, 52면)
재판부는 김성태 전 회장의 이러한 진술에 대해 “법정에서 수차례 반복된 신문을 받았음에도 대체로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며 상호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법정에서 관찰되는 법정 태도, 그 진술 자체 또는 전제 사실, 인정 사실을 비롯하여 객관적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허위 진술할 뚜렷한 동기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된 김 전 회장의 증언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6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느냐”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의 보고서에 분명히 ‘이게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 조작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리호남 정찰총국 간부가 김한신이라고 하는 대북 인도적 사업가에게 ‘주가 조작 대가로 일주일에 50억(원)씩 받기로 했으니까 당신이 대신 좀 받아달라’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이런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국정원 기밀 보고서가 맞겠습니까, 아니면 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개설했다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 운영하다가 처벌받고, 주가 조작 하다가 처벌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김성태 전 회장)의 말이 맞겠습니까.”
반면 “국정원이 동향 파악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보다 실질적으로 개입한 관계자(김성태 전 회장 등)의 증언이 더 신빙성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문건으로 김성태 진술 못 깨는 이유

이재명 대표가 주장한 바와 같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는 국정원 문건이 등장한다. 해당 내용이다.
〈2020년 1월 31일 자 국가정보원 문건에는 “리호남이 지난해(2019년) 3월경 김○○(대북사업가)에게 ‘대북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며 ‘쌍방울이 수익금을 일주일에 50억원(총액 미상)씩 전달하도록 할 테니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서 중국 선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문건의 내용만으로 김성태 등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는 ▲제보자의 진술에 기초한 국정원 문건이 ‘주가 상승’이나 ‘수익금 조성 방법’ 등 구체적 내용을 담지 않은 점 ▲제보자의 진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분명한 점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을 결정한 김성태가 리호남의 계획에 참여했거나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의심할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김소정(金昭貞) 변호사는 6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사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동향을 기재한 보고서보다는 내부 관계자의 일관된 진술이 더 확실하다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도 추측에 의한 정황을 판결문에 쓰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사인 전수미 민주당 전국여성위 부위원장은 6월 12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심에 불과하고, 2심 항소심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해 다툴 수밖에 없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부위원장은 “특히 국정원 문건이 핵심 사안으로서 항소심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질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소정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도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金鍾旻·57) 변호사도 같은 날 통화에서 “보고서라는 건, 문자 그대로 제3자가 자신의 생각을 기재한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가 향후 재판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통화 내용이나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으로 보고를 했는지 등에 관한 증거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林武永·61)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국정원 문건의 쟁점화는 피고인 측 희망사항일 뿐, 의미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에서 증인 신문을 몽땅 다 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선 특별히 다투거나 새로 다룰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명확해져”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은 그 이행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여되며 대한민국 내에서 거쳐야 할 행정 절차들이 존재한다. 결국 김성태가 2018년 12월경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전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북한에서도 신뢰할 만한 지원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며, 김성태가 피고인(이화영) 외 다른 누군가와 대북사업을 논의하였다고 볼 정황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김성태의 위와 같은 믿음의 근거는 피고인의 부탁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지원할 것으로 신뢰하였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 적힌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사업 추진 경위다. 수원지법은 선고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해 “방용철(쌍방울 그룹 전 부회장) 등과 공모하여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을 동원하여 미화 합계 230만 달러 상당을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국외로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무영 변호사는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가 아닌 이화영 전 부지사를 위해 (대북사업을) 했을 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판결로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직간접적으로 인정됐다”며 “이로써 사실관계가 명확해졌기 때문에 이 대표를 기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인 차기환(車基煥·61) 변호사는 6월 12일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혐의 가운데 (제3자) 뇌물과 관련해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 과정에서 관련 증인들을 거의 모두 부른 것으로 보인다”며 “증인신문조서는 증거 능력이 있으므로 이 대표 재판에서 이를 제출하면 시간이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 재판의 항소심에서 사실관계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이 대표 재판은 지연될 사유가 없다”고 했다.
재판 길어지지 않으려면

임무영 변호사는 “이 사건에 이재명 대표가 개입됐음을 법률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선 증거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피고인이 증거를 부동의하면 해당 증거는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관련 참고인들이 많은데 이들을 일일이 다 ‘증거 부동의’ 해버리면 검찰이 증인 신문하느라 시간을 다 쓴다”며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2년이 걸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처럼 늘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원칙대로 재판하면 5개월 안에 (항소심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은 지금부터 1년 안에 확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정 변호사도 “1심에서 웬만한 증인 신청이나 증거 신청은 거의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항소심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항소심은 1심에서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추가로 심리하는 과정”이라며 “항소심에서 새롭게 증거나 증인이 등장한다면, 새로 발견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측에선 ‘증거 부동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핵심 증인 5명 정도만 추려서 새로 증인 신문하고, 나머지 증인들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를 ‘참고 자료’로 제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핵심 증인 몇 명만 신문해도 유죄를 입증하기엔 충분한 사안으로 보이고, 법원에 ‘집중 심리’를 요청하면 4개월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법원과 검찰의 의지에 따라 이 대표 사건은 1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반인이었으면 구속”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대표 기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까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소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구속 수사가 필수인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 인멸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처벌 수위가 높은 사안은 도주 우려도 심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이었으면 100%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차기환 변호사도 “일반인, 일반 공무원이었으면 100% 구속”이라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다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판사의 정치적인 고려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기소된 혐의들 중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는 중형이 선고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제3자) 뇌물죄는 굉장히 중(重)하다”며 “오고 간 금액이 1억원만 넘어도 10년씩 구형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고영주(高永宙·75)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이 빨리 진행되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부지사가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위해 (범행을) 했던 이 전 부지사가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주범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구속 수사는 당연히 필요한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있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이상 이 대표가 체포나 구속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국회가 석방 결의를 하면 석방되기 때문에 구속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지난 6월 7일 1심에서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종 결재권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6월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이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월 22일 자 《조선일보》는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를 맡은 김현철 변호사가 전날인 5월 21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은 불가피하게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본인 방북 비용 代納 몰랐을 리가”
앞서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5월 3일 만난 이동호(李東鎬·50)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몇 번 나오느냐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104번 등장한다. 이동호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송금 계획이 보고됐는지가 관건”이라며 “이 대표의 방북(訪北) 비용으로 300만 달러나 대납(代納)하는데 이 대표가 몰랐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를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목적’ 부분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는 건 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낸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만 바라보고 뇌물을 줬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보고 준 거라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죠.”
수원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신진우)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연루된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같은 재판부가 맡게 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아래와 같은 진술이 담겼다.
논란의 국정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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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횡령 대북송금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재판부는 김성태 전 회장의 이러한 진술에 대해 “법정에서 수차례 반복된 신문을 받았음에도 대체로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며 상호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법정에서 관찰되는 법정 태도, 그 진술 자체 또는 전제 사실, 인정 사실을 비롯하여 객관적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허위 진술할 뚜렷한 동기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된 김 전 회장의 증언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6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느냐”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의 보고서에 분명히 ‘이게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 조작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리호남 정찰총국 간부가 김한신이라고 하는 대북 인도적 사업가에게 ‘주가 조작 대가로 일주일에 50억(원)씩 받기로 했으니까 당신이 대신 좀 받아달라’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이런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국정원 기밀 보고서가 맞겠습니까, 아니면 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개설했다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 운영하다가 처벌받고, 주가 조작 하다가 처벌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김성태 전 회장)의 말이 맞겠습니까.”
반면 “국정원이 동향 파악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보다 실질적으로 개입한 관계자(김성태 전 회장 등)의 증언이 더 신빙성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문건으로 김성태 진술 못 깨는 이유

이재명 대표가 주장한 바와 같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는 국정원 문건이 등장한다. 해당 내용이다.
〈2020년 1월 31일 자 국가정보원 문건에는 “리호남이 지난해(2019년) 3월경 김○○(대북사업가)에게 ‘대북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며 ‘쌍방울이 수익금을 일주일에 50억원(총액 미상)씩 전달하도록 할 테니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서 중국 선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문건의 내용만으로 김성태 등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는 ▲제보자의 진술에 기초한 국정원 문건이 ‘주가 상승’이나 ‘수익금 조성 방법’ 등 구체적 내용을 담지 않은 점 ▲제보자의 진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분명한 점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을 결정한 김성태가 리호남의 계획에 참여했거나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의심할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김소정(金昭貞) 변호사는 6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사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동향을 기재한 보고서보다는 내부 관계자의 일관된 진술이 더 확실하다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도 추측에 의한 정황을 판결문에 쓰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사인 전수미 민주당 전국여성위 부위원장은 6월 12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심에 불과하고, 2심 항소심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해 다툴 수밖에 없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부위원장은 “특히 국정원 문건이 핵심 사안으로서 항소심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질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소정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도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金鍾旻·57) 변호사도 같은 날 통화에서 “보고서라는 건, 문자 그대로 제3자가 자신의 생각을 기재한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가 향후 재판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통화 내용이나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으로 보고를 했는지 등에 관한 증거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林武永·61)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국정원 문건의 쟁점화는 피고인 측 희망사항일 뿐, 의미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에서 증인 신문을 몽땅 다 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선 특별히 다투거나 새로 다룰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명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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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환 변호사 |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 적힌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사업 추진 경위다. 수원지법은 선고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해 “방용철(쌍방울 그룹 전 부회장) 등과 공모하여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을 동원하여 미화 합계 230만 달러 상당을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국외로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무영 변호사는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가 아닌 이화영 전 부지사를 위해 (대북사업을) 했을 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판결로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직간접적으로 인정됐다”며 “이로써 사실관계가 명확해졌기 때문에 이 대표를 기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인 차기환(車基煥·61) 변호사는 6월 12일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혐의 가운데 (제3자) 뇌물과 관련해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 과정에서 관련 증인들을 거의 모두 부른 것으로 보인다”며 “증인신문조서는 증거 능력이 있으므로 이 대표 재판에서 이를 제출하면 시간이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 재판의 항소심에서 사실관계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이 대표 재판은 지연될 사유가 없다”고 했다.
재판 길어지지 않으려면

임무영 변호사는 “이 사건에 이재명 대표가 개입됐음을 법률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선 증거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피고인이 증거를 부동의하면 해당 증거는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관련 참고인들이 많은데 이들을 일일이 다 ‘증거 부동의’ 해버리면 검찰이 증인 신문하느라 시간을 다 쓴다”며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2년이 걸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처럼 늘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원칙대로 재판하면 5개월 안에 (항소심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은 지금부터 1년 안에 확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정 변호사도 “1심에서 웬만한 증인 신청이나 증거 신청은 거의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항소심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항소심은 1심에서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추가로 심리하는 과정”이라며 “항소심에서 새롭게 증거나 증인이 등장한다면, 새로 발견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측에선 ‘증거 부동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핵심 증인 5명 정도만 추려서 새로 증인 신문하고, 나머지 증인들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를 ‘참고 자료’로 제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핵심 증인 몇 명만 신문해도 유죄를 입증하기엔 충분한 사안으로 보이고, 법원에 ‘집중 심리’를 요청하면 4개월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법원과 검찰의 의지에 따라 이 대표 사건은 1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반인이었으면 구속”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대표 기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까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소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구속 수사가 필수인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 인멸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처벌 수위가 높은 사안은 도주 우려도 심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이었으면 100%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차기환 변호사도 “일반인, 일반 공무원이었으면 100% 구속”이라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다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판사의 정치적인 고려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기소된 혐의들 중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는 중형이 선고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제3자) 뇌물죄는 굉장히 중(重)하다”며 “오고 간 금액이 1억원만 넘어도 10년씩 구형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고영주(高永宙·75)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이 빨리 진행되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부지사가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위해 (범행을) 했던 이 전 부지사가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주범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구속 수사는 당연히 필요한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있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이상 이 대표가 체포나 구속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국회가 석방 결의를 하면 석방되기 때문에 구속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